에키벤 4 : 홋카이도편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4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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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에서 에키벤 가게를 운영하는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아내 유우코의 응원으로 에키벤 전국 일주에 나서게 된다. 큐슈, 시고쿠와 츄고쿠, 그리고 간사이 지방을 지나 이번엔 홋카이도로 고고씽!


다이스케의 이번 여정이다. 홋카이도 편은 총 세번에 나뉘어 여행을 하게 되는데 이번이 그 첫번째. 위에 보이는 지도가 홋카이도 지도이고, 오른쪽 밑에 있는 지도는 혼슈지도인데 간사이 지방인 교토에서 출발하는 여정이기에 간사이 지방 지도도 올라와 있다.

이번 여정의 동행은 총 세명. 와우, 갑자기 화악 늘었다. 첫번째 동행은 아빠를 여의고 침울해했던 소년 히로시이다. 히로시와는 교토에서 만나 일본 최대의 증기기관차 박물관인 우메코지 증기기관차관 견학을 간다. 그곳에 있는 증기기관차들을 보면서 기뻐하는 히로시. 그러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 히로시와의 짧은 재회를 뒤로하고 다이스케는 두번째 동행과 여행을 시작한다.

그렇다면 두번쨰 동행은 누구더냐. 바로 다이스케의 아내인 유우코이다. 남편 혼자 에키벤 일주 여행을 보내놓고 열심히 가게를 꾸려간 당신, 떠나라~~랄까. 부부도 오랜만의 재회에 무척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듯. 근데 다이스케 아저씨, 좀 찔리는 거 없수??? (笑) 

유우코와 함께 갈 루트는 오사카에서 삿포로까지 총 1495.9km, 약 21시간 소요되는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 여행이다. 그것도 1호차 전망 스위트. 전망 스위트라 함은 앞에 기관차가 없기 때문에 전망이 좋은 객차란 의미. 스위트답게 안쪽 시설도 어마어마하다. 이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를 타고 삿포로까지 가다보면 세이칸 터널을 만나게 되는데 이 세이칸 터널은 세계 최장의 해저터널로 그 길이가 무려 53.85km에 달한다. 게다가 그 해저터널안에 두 개의 역이 존재한다니 정말 대단하다. 나도 예전에 홍콩에 가서 해저터널을 한번 지나본 적이 있는데 양사방이 꽉 막혀 그냥 굴을 통과하는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이 트와일라잇 익스프레스는 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듯. 

삿포로에 도착하자마자 카시오페이아 호를 타고 도쿄로 돌아가야 하는 유우코. 하지만 다이스케가 열차에서 내리지 못해 홋카이토의 입구인 하코다테까지 함께 가게 된다. 물론 유우코는 우에노까지 쭈~~욱 가는거지. 이 카시오페아호는 메조넷 스위트, 즉 복층 스위트다. 아래층은 응접실, 윗층은 침실 구조랄까. 와우 정말 멋지구려. 

하코다테의 명물로는 사사라 전차가 있는데 이는 대나무솔이 앞뒤로 달려있는 제설차이다. 이 사사라전차는 하코다테와 삿포로에만 있다고. 얼마나 눈이 많이 내리면 제설기차가 따로 있을까 싶은 생각이. 이외에도 하코다테 하이칼라호란 것도 있는데 아주 클래식한 전차로 1910년의 도면을 1993년에 복원한 것이란다. 역시 옛것은 소중한 것이여~~~

세번째 동행은 나나. 나나가 누구냐구? 왜 있잖아, 첫번째 여행에서 동행했던 기자 아가씨! 모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에 같이 타고 있었다나, 뭐라나. 하여간 그건 그렇고 나나와의 대화에서 주목할 점은 홋카이도에는 아이누어(일본 홋카이도의 선주민들인 아이누민족이 쓰던 말)에서 유래한 명칭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언어는 그 명칭만으로 뜻을 알수 있게 했다는 것. 요즘처럼 잔뜩 멋부린 말이 아닌 소박한 말이지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뜻이 통하는 것이니 더 효율적인 말이랄까.

이정도에서 이번 여행 루트와 관광지, 볼거리등을 정리하고 에키벤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사실 4권에서는 에키벤 이야기가 별로 없다. 특급 열차를 타서 그러니 너무 상심말기를.. 다이스케 혼자 다닐 때는 일반 열차를 타게 되니까. 그래도 몇가지를 들어 보자면 히로시를 만났을 때 먹었던 만복밥 에키벤이 먼저 떠오른다. 너구리모양의 통에 들어 있는 에키벤인데 재미있는 것은 점괘가 찍힌 어묵이 이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아이디어가 다양하다랄까.
 
유우코와 만났을 때 먹은 카나자와 제일의 에키벤인 카가 찬합 도시락은 3일전 예약필수, 가격도 무려 만엔! 그러나 2층으로 만들어진 도시락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정말 호화롭달까. 그래도 넘 비싸! 유우코와의 다른 식사는 특급 열차안의 메뉴인데 이것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랄까. 디너는 코스요리이고 아침식사는 양식과 일식으로 나뉘어진다. 근데 나같으면 일식을 먹을 듯. 아침인데 회까지 들어 있어!!! 완전 대박! 카시오페아역시 끝내주는 디너가 나오는데 프랑스 요리 풀코스랑 가이세키 정식중 선택가능하다. 열차에서 가이세키 정식이라니. 와우, 정말 끝내준다.

물론 유우코와 만났을 때도 에키벤을 두 가지 먹는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메뉴라 살짝 패스~~ 난 연어알은 너무 커서 징그럽더라. 그래도 에키벤이 예쁘긴 하더군. 반짝반짝 눈이 부셔~~~

홋카이도 여행에서의 에키벤은 일단 오징어순대. 얼마나 맛있으면 혼자서 3개를 드시나, 다이스케 아저씨. 오징어 순대는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일식 오징어 순대는 어떤 맛일까나.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를 것 같은 느낌. 게도시락은 도시락 가게 견학도 겸하는데, 게살을 밥위에 완전히 깔아주는 게 포인트. 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덮어준달까. 와우, 나처럼 게 좋아하는 사람은 입맛에 잘 맞을 듯. 그리고 매번 볼 때마다 신기한 메밀국수 도시락. 금방 삶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메밀국수라. 정말이지 에키벤이 될 수 없는 게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4권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은 역시 소라벤이 아닐까 싶다. 소라벤은 하늘(혹은 공항에도 空이 들어가니까)이란 뜻을 가진 소라와 도시락을 의미하는 오벤토가 합쳐진 용어로 공항도시락이라고 하면 될까나. 신치토세 공항에서 살 수 있단다.

홋카이도는 역시 해산물이 신선하고 좋아서 그런지 해산물로 만든 에키벤이 눈에 많이 띈다. 앞으로는 더 많은 에키벤이 나올텐데 어떤 에키벤들이 나올지 두근두근!

근데 나나가 홋카이도에 취재를 왔으니 나머지 홋카이도 편도 나나랑 동행? 정말 이러다 뭔일 나는 거 아냐? 그러니 제발! 다이스케 아저씨, 아내를 좀더 많이 생각해 주세요!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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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5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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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같이 시끌벅적한 시대가 지나고 먼훗날 저녁뜸의 시대라 일컬어질 시대를 살고 있는 알파. 알파는 지금도 그곳 사람들과 함께 작은 추억을 겹겹이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과거를 생각한다고 했던가. 선생님은 옛날 사진을 보며 그시절 그때를 떠올린다. 그때 만들었던 마크가 그려진 목걸이는 변함이 없건만 사람도 풍경도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렸다. 후배였던 남자는 어느새 나이 지긋한 주유소 할아버지가 되어 손자가 있고, 자신의 머리는 이제 하얗게 세어버렸다. 하지만 알파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마치 옛날 그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먼훗날의 내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5권의 진행은 느린듯 하면서도 꽤 빠르다. 입김이 나오고 서리가 내리더니 어느샌가 봄이 되었고, 또 어느샌가 태풍이 몰아치는 여름이 되었다. 강력한 태풍으로 인해 카페알파는 완전히 부서져버리고 알파는 여행을 떠날 결심을 한다. 처음에 자신이 알던 곳은 카페알파뿐이었고, 처음에 자신이 알고 지냈던 사람은 카페알파의 오너뿐이었지만 어느새 알파의 자리도 넓어져가고, 아는 사람들도 늘어 추억도 새록새록 쌓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좀더 넓은 세상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자 하는 알파는 어떤 곳에 다다르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그리고 알파가 다시 돌아왔을 때 아사히나 고개 주변의 풍경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얼마나 변해있을까. 선생님이나 주유소 할아버지는 그대로겠지만 타카히로는 많이 성장했겠지? 알파의 시간은 사람들의 시간의 흐름과 달라 이 세상의 시간이 무척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니까.

어떻게 보면 알파의 삶은 쓸쓸한 것인지도 모른다. 주변 사람들은 조금씩 나이를 먹고 변해가는데 자신만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렇게 차곡차곡 쌓인 기억은 알파의 가슴 속에 남아 또다른 추억을 만들거라 생각한다.

알파, 그래도 너무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으면 안돼! 사람들의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흘러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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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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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은 내게 있어 아직 미지의 분야이다. 한국 소설이나 일본 소설은 자주 읽지만 이상하게도 중국 문학은 손이 잘 나가지 않았다고 할까. 루쉰이나 다이허우잉, 최근의 장윈을 제외하면 접해본 작가가 전혀 없으며 읽은 책도 각 작가당 단 한 권씩뿐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중국이지만 사회체제가 달라서 그런지 지금의 중국은 너무나도 낯설다. 그렇다 보니 문학 역시 편견이나 선입관을 가지게 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곤 한다. 그래서 일부로라도 이젠 중국 문학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만나게 된 바진의『차가운 밤』. 혹시 어렵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는 설렘을 가지고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책의 시간적 배경은 1944년에서 1945년에 이르는 시기로 중일전쟁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시기에서 일본이 항복한 시기까지의 약 1년간이며, 공간적 배경은 국민당정부가 피난을 와 있던 충칭이다. 작품의 화자는 왕원쉬안이라는 30대의 남자로 결혼하여 아내와 아들이 있고,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가난은 그들 가족을 궁지로 몰고 가고, 직장에서의 무시와 경멸은 그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거기에다 심각할 정도에 이른 고부간의 갈등은 나날이 더해지면 더해졌지 덜해지지 않는다.

나약한 성격의 왕원쉬안은 가부장적 사고관을 가진 어머니와 신여성인 아내의 갈등을 보면서도 아무 방책도 세우지 못한다. 아내와 어머니 사이의 골은 너무나도 깊다. 원쉬안의 어머니는 원쉬안의 아내인 수성을 보고 그년, 창녀, 정부등으로 부르며, 수성이 무얼하든 못마땅해 한다. 고부간의 대립되는 모습은 한의사와 서양의사, 전족세대와 전족을 하지 않은 세대, 중매 결혼과 자유연애결혼, 샤오쉬안의 교육문제등 다양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예전의 일이 정말 꿈만 같아요. 우리는 이상이 있었고 이상을 실현할 용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왜 우리는 예전처럼 살 수 없는 건가요? (41p)

왕원쉬안은 대학까지 졸업한 지식인층이었지만 전쟁은 그에게서 꿈과 희망, 행복 그리고 건강마저 앗아가게 된다. 교육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의 꿈은 전쟁으로 파괴되었고 가족의 행복마저 앗아갔다.

어머니는 고통을 호소하기에 여념이 없었고, 아내는 빛나고 풍부한 생명력과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청춘으로 그를 대했다. 그는 어머니의 초췌하고 수심 어린 얼굴을 보는 게 두려웠고, 아내의 생기발랄한 얼굴을 대하는 것도 두려웠다. (110p)

원쉬안의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 왔다. 그러하기에 아들에게 거는 기대도 많고, 아들에 의지하는 부분도 무척이나 크다. 그러하기에 아들의 사랑을 가져간 수성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또한 자신은 이렇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삶면서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는데 여전히 자유롭고 생기발랄한 수성의 모습에 질투를 느끼고 그것을 증오로 바꾸어 수성을 대하는 것이다.

따뜻함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집, 선량하나 유약하고 병든 남편, 극히 이기적이고 완고하며 보수적인 어머니, 싸움과 질시, 적막과 빈곤, 전쟁 중에 사라진 청춘, 자신이 추구했으나 날아가 버린 행복, 어두운 앞날, 이 모든 것이 그녀 가슴속에서 파도처럼 용솟음쳤다. (151p)

사람은 좋지만 나약하고 우유부단한 남편과 자신을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시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의 손에서 자라 자신을 대할 때도 데면데면하게 구는 아들 샤오쉬안까지 그녀는 집에 도통 정을 붙일 수 없다. 이런 그녀가 마음이 가는 것은 역시 사회생활일 수 밖에 없다. 은행에서의 근무는 그녀의 숨통을 틔워 주었고, 멋진 남성의 구애는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결국, 수성은 그들을 두고 란저우로 떠나기로 마음먹는다. 자신의 날개를 펼치고 자유롭게 날기 위해.

자신은 그녀와 동시대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210p)

시간은 병들고 늙은 인력거꾼이 끄는 마차처럼 그들을 천천히 끌고 갔고,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도 그에게는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252p)

원쉬안과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기에 그녀는 자신들과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충칭에 머무르는 동안 수성은 란저우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다. 정체와 비상. 이것이 이들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있음을 극명히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전쟁은 왕원쉬안에게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이상도 꿈도 빼앗기고 가족마저 해체되었다.『차가운 밤』은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해체를 보여주는 소설로 고부간의 갈등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더 큰 의미에서 신구세대의 갈등을 의미한다. 이는 한 가족뿐만 아니라 중국 사회내에서의 신구세대의 갈등도 의미한다. 중일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옛시절로 돌아가길 꿈꿨던 사람들은 종전이 자신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게 된다. "승리는 그들의 승리지, 우리의 승린가."하는 문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가족이 완전히 무너져 해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신구세대의 대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구세대들은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하며 그것을 유지하려 하고, 신세대들은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이상향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갈등과 대립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행복해지지 않는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도, 나약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힘겨운 현실을 결코 뚫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앞으로 펼쳐질 날들을 위해서 우리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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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지막 낙원 - 아프리카 오카방고 이야기 어린이 환경 다큐멘터리
박복용 사진, 김용안 글, 백남원 그림, 김광근 사진 / 시공주니어 / 2010년 11월
절판


아프리카는 야생동물의 낙원이라고 말해진다. 척박한 자연환경 속에서도 수많은 생명들이 그들만의 삶을 꾸려가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오카방고에 사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카방고는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에 위치한 보츠와나에 있다. 보츠와나 국토의 대부분은 칼라하리 사막이 차지하고 있어 척박할 것 같지만, 오카방고 강이 동물들이 살아갈 터전을 마련해 준다. 이곳은 사바나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사바나 기후란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게 구분되는 기후로 일년의 반은 건기, 또다른 반은 우기라고 보면 된다. 건기에는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지만 우기에는 많은 비가 쏟아져 이 시기에 메말랐던 땅은 푸르름을 되찾게 된다. 이런 우기에는 초식동물의 먹이인 풀이 풍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초식동물은 이 시기에 맞춰 번식을 하고 새끼를 낳는다.

오카방고에는 포유류 122종, 물고기 71종, 새 444종이 야생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파트에서는 다양한 야생동물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을 접할 수 있다. 많은 야생동물이 있는 곳이기에 전부를 소개할 수는 없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동물들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 사진은 다양한 동물들의 사진을 모아 놓은 사진인데, 내가 이름을 아는 것은 개코원숭이, 아프리카 물소, 윌더비스트(누우), 치타, 기린, 몽구스, 대머리 독수리, 코끼리 정도. 앞에 나온 사진은 동물 이름과 그들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있지만 이 사진에는 동물 이름조차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생명의 물과 먹이를 찾아서> 파트는 오카방고의 동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총 다섯종류의 동물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

언쯕 보기에 소와 비슷한 이 동물은 버펄로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아프리칸 버펄로(혹은 아프리카 물소). 거대한 몸집에 뾰족한 뿔은 사자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수단이 된다. 이 버펄로들은 떼를 지어 다니며 사자의 공격에 대비한다. 혼자 떨어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버펄로들은 이동을 하는 동물로 물과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 버펄로는 새끼에 대한 사랑이 대단한데 사자들이 새끼를 공격하려 하면 무리는 새끼를 둘러싸고 원형진을 짜고 보호한다. 또한 사자의 공격을 받고 있는 자신의 동족을 구하기 위해 사자에게 덤비기도 하는 동물이다. 이 책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버펄로는 사람을 공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건 아마도 사람들이 자신을 사냥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백수의 왕 사자는 오카방고에서 가장 강력한 육식동물이다. 숫사자 한마리가 여러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가족 형태를 취한다. 숫사자의 역할을 영역을 지키고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는 것으로 다른 숫사자에게 패할 경우 영역에서 쫓겨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새끼도 모두 죽임을 당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영역을 잘 지키는 것이 자신의 무리를 잘 보존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건기가 길어지면 새끼 사자가 살아 남을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 이 촬영을 할 당시 이 무리의 사자 새끼중 세마리가 죽었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강한 동물이라고 늘 살아남는 것은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그것이 자연의 법칙이기도 하다. 오카방고에는 사자가 이천마리정도가 있다고 한다. 얼핏 듣기에 많은 숫자같아도 충분히 멸종가능한 수치이다.

인간 외에는 다른 천적이 없는 코끼리. 아프리카 코끼리는 아시아 코끼리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크고 귀도 크고 등도 똑바르다. 하루에 물 약 200리터, 풀 200kg이상을 먹어야 하는 코끼리는 늘 이동을 한다. 한곳에 머무르면 먹을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코끼리 무리를 이끄는 것은 나이 많은 암컷으로 어디에 가야 물이 있는지 먹을 것이 있는지가 머리속에 입력이 되어 있다. 코끼리는 특히 가족애가 끈끈한 동물로 부상당한 가족을 지키고, 죽은 가족의 곁에 며칠씩 머무르며 애도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상아때문에 많은 수의 코끼리가 인간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양류인 리추에는 초식동물로 이동하지 않고 오카방고에 늘 머무르는 동물이다.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 습지로 다니는 습성이 있다. 리추에 역시 다른 초식동물과 마찬가지로 무리지어 생활한다.

<동물 친구들의 사랑이야기>에는 여러 동물들의 가족애나 동료애를 엿볼 수 있는 파트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동물은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물들도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인간만이 감정을 가진다는 생각은 이 파트를 보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어미 리추에와 새끼 리추에의 모습이다. 어미의 앞다리가 심하게 부어 있다. 이 상태로라면 포식자를 피할 수 없다. 아직 젖을 떼지 못한 새끼는 어미를 쫓아가며 젖을 달라고 보챈다. 어미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돌보고 있다. 하지만 이 리추에 모자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포식자들이 다친 동물을 그냥 봐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미가 없다면 새끼 리추에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삶과 죽음이 오가는 순간. 이것이 자연이다.

어미 표범이 다친 새끼를 돌보고 있다. 이 새끼 표범은 하이에나의 공격을 당해 허리가 부러지고 다리가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 어미의 경우 지난번에도 하이에나에게 새끼 두마리를 잃었다고 한다. 어른 표범은 나무를 잘 타지만 새끼는 나무에 오를 수가 없다. 그래서 새끼때 죽임을 당하는 개체가 많다. 특히 사자나 하이에나의 공격이 많은데, 때로는 비단뱀같은 동물에게도 새끼를 잃기도 한다. 땅위에서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지만 다친 새끼를 끝까지 보살피는 모정. 이래도 동물들이 본능으로만 살아간다고 할텐가.

리카온(아프리카 들개)는 중형견 사이즈의 야생동물이다. 가족단위의 생활을 하며 무리지어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이들은 사냥후 먹이를 위에 저장했다가 집에 와서 가족에게 토해 준다. 사냥을 가지 못하는 가족을 위한 배려인 것이다. 또한 사냥감을 노리는 하이에나나 사자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잡은 사냥감을 재빨리 처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비교적 작은 몸집인지라 다른 동물의 공격을 받기 쉬운 리카온들은 20만마리에서 5천마리로 그 수가 급감해 멸종위기에 처했다. 또한 광견병같은 전염병이 돌면 금세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에 절대 안심할 수 없는 숫자인 것이다.

이 하마는 죽은 동료의 사체를 지키고 있는 중이다. 솔직히 말해서 좀 놀랐다. 코끼리가 동족의 사체를 지키거나 애도하는 모습은 자주 봤지만 하마도 그렇다니. 하마는 아프리카 동물 중 가장 사나운 동물 축에 든다.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자신의 영역안으로 들어오는 동물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그래서 사자같은 육식동물에 의한 공격보다 하마에 물려 죽는 사람 수가 더 많기도 하다.

건기가 막바지로 다다를수록 물확보가 어려워진다. 물은 모든 생명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먹지 않고 버틸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동물은 없기 때문이다. 작은 물웅덩이를 두고 대치를 벌이는 사자와 코끼리. 코끼리가 물웅덩이를 차지하면 감히 사자는 그곳으로 갈 수도 없다. 하지만 어려운 처지에 동감한 걸까. 코끼리의 양보로 코끼리와 사자가 함께 물을 마셨다.

야생동물의 낙원이라 불리는 오카방고. 하지만 야생동물의 삶이 점점 더 척박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첫째, 지구 온난화로 인해 건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오카방고강의 수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이 줄어들면 오카방고 삼각주에 모이는 동물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두번째로, 인간들이 가축을 많이 기르게 되면서 자신의 가축을 공격하는 사자를 총살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사냥감이 턱없이 부족해지고 인간이 사자들의 영역을 점점 침범함에 따라 불가피한 충돌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또한 부자들의 유희인 '사냥 사파리'로 사자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다. 세번째, 인간들이 자신의 가축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울타리에 희생되는 동물의 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동이 필수인 초식동물에게 있어 울타리는 너무나도 큰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밖에 없다. 한 종의 멸종은 연쇄적인 멸종을 가져온다. 육식동물이 감소하면 일시적으로 초식동물의 수가 급증하게 되지만 결국 먹이 부족으로 개체수가 급감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기 떄문이다.

칼라하리의 보석으로 불리는 오카방고. 오카방고에 사는 야생동물의 삶은 자연그대로이다. 하지만 인간들이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함으로 인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은 인간도 살 수 없다. 자연 상태 그대로라면 스스로 균형이 유지될테지만, 인간의 개입은 그 균형을 깨뜨려 놓았다. 이 아름다운 낙원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노력이 절실하다. 인간은 파괴와 보존, 두 가지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파괴쪽의 힘이 세다. 현상태에서 파괴의 힘을 보존의 힘으로 되돌리는 것은 인간의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3~4p, 14~15p, 30~31p, 32~33p, 36~37p, 44~45p, 54~55p, 62~63p, 68~69p, 72p, 78p, 83p, 89p, 95p, 96~97p, 1~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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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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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의 단편소설집 스켈레톤 크루 제 2권.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2권에는 총 12편의 소설과 짧은 시가 한 편 실려 있다. 

첫번째 작품인 <신들의 워드프로세서>는 얼마전 사고로 사망한 조카의 선물인 워드 프로세서에 대한 이야기이다. 무너진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인데, 영특한 조카의 삼촌에게의 사랑이 담뿍 담긴 선물이랄까. 비록 오랜 시간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소원과 조카의 소원을 이루어주기엔 충분했다. 

<악수하지 않는 남자>는 한 남자가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는 옛날 이야기로 저주와 관련된 작품이다. 인도에서 일어난 사고, 그리고 그에게 내려진 저주.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걸린 저주를 저주한 나머지 자신에게 가장 큰 형벌을 내린다. 난 저주란 것이 존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것은 어떤 인간의 원망과 원념이 담긴 소원이다. 자신의 온 힘을 담아 누군가에게 원망을 돌린다면 실행가능성이 충분하다. 말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저주와 관련된 작품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할머니>란 작품이다. 우리가 떠올리는 할머니는 따스하고 넉넉한 품과 마음을 가진 분인데 그 할머니란 존재가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존재가 된다.

<비치 월드>는 여기에 수록된 작품 중 유일한 SF 장르라 할 수 있다. 모래사막만이 존재하는 행성에 떨어진 우주선. 한 사람은 모래의 유혹에 빠져들고 한 사람은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인간이 극한의 환경에 처했을 때 보이는 두 가지 반응이 매우 흥미롭게 진행되는 작품이다. 

<노나>는 읽으면서 약간 헷갈렸던 작품인데, 사람이 어떻게 한순간 범죄자가 될 수도 있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물론 평범하고 선했던 한 사람이 갑자기 변하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와 성장배경이 그의 마음을 조금씩 갉아 먹었고, 그것이 폭발하듯 터져버린 것이다. 노나는 그런 자신의 폭력성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을까.

<서바이버 타입>은 가장 끔찍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한 사나이가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하는 이야기인데 사람이 가진 삶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큰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토 삼촌의 트럭>과 <고무 탄환의 발라드>는 편집증과 관련한 작품이다. <오토 삼촌의 트럭>은 우연히 벼락부자가 된 두 친구 사이에서 벌어진 일이 그후에까지 지속적인 영향을 줘서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버리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고무 탄환의 발라드>는 편집증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인데 레그 소프라는 작가와 그를 담당하던 편집자가 광기에 물들어가는 단계를 선연하게 보여준다.

<리치>는 읽으면서 문득 허버트 조지 웰스의 작품 중 하나인 <플래트너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죽은 자들이 산 자들의 세상을 늘 지켜 보고 잇다는 설정이 그렇다고나 할까. 죽은 자들은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것이 아니라 늘 우리 곁을 지켜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켈레톤 1, 2권을 읽으면서 무척 만족스러운 작품도 만나게 되었지만, 때로는 기대에 조금 못미친다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도 분명 있었다. 아직 스티븐 킹의 장편소설을 읽지 못해서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단편소설을 읽은 감상을 말하라면 80점쯤 되려나? 하지만 그의 기발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방식은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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