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홍차에 열광하는가? - 전문가가 들려주는 정통 홍차 이야기
박정동 지음 / 티움 / 2011년 1월
품절


나는 홍차를 무척 좋아하지만 홍차의 종류와 제대로 마시는 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기껏 알고 있는 것이라고 해봐야 찻잎을 발효시키느냐, 발효시킨다면 얼마나 발효시키느냐에 따른 녹차와 우롱차, 홍차로 나뉘는 차이점 정도랄까. 그리고 홍차의 종류도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모른다. 홍차를 처음 마시기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약 10년전쯤 되는데 그때는 커피에 입을 거의 대지 않아서 카페에 가거나 음료수를 마실 때도 홍차 음료를 마셨다. 지금도 잘 팔리는 실*티는 나올 때부터 좋아했고, 밀크티 캔인 데*와 역시 처음 나올 때부터 좋아했으니 그보다 더 오래된 것 같긴 하지만 진짜 홍차를 마시기 시작한 건 그후의 일이다.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홍차나 밀크티를 주문해서 마시는데 내가 특히 좋아한 것은 밀크티이다. 밀크티도 가게에 따라 기본 베이스로 만드는 홍차가 달랐는데, 내가 마셔본 최악의 밀크티는 얼그레이로 만든 밀크티였달까. 오히려 밍밍한 밀크티보다 이게 더 싫었다. 얼그레이는 향과 맛이 좀 강한 편인데 밀크티로 만드니 우유맛과 정말 안어울리더란 이야기. 여튼간에 지금도 카페에 갈 일이 있으면 맛이 있든 없든 홍차를 주문하지만, 이젠 정말 제대로 우려낸 홍차를 마시고 싶다란 생각에 이 책을 선택했다.

홍차를 제대로 마시기 위해서는 좋은 홍차잎도 중요하지만 적절한 도구도 중요하다. 홍차는 어떻게 우려내느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홍차잎의 양, 물의 온도, 우려내는 시간이 홍차맛을 크게 좌우한다. 나도 홍차 티웨어를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좀 둘러 봤는데, 이게 은근히 비싸더란 이야기. 하지만 한 번 구비해 두면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으니 홍차를 자주 마시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가끔 카페에서 홍차를 시키면 어이없는 티포트와 홍차잔을 내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또한 홍차맛을 버리게 하는 요소. 또한 언제 홍차잎을 건져내야 하는지 알려주지도 않아서 점점 갈수록 떫어지는 홍차를 마셔본 사람은 모두 공감할 듯 싶다.

홍차라고 하면 어떤 종류가 먼저 떠오르는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홍차는 바로 잉글리시 애프터눈, 아쌈, 얼그레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일 것이다.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잉글리시 애프터눈은 제대로 우리면 설탕을 넣지 않아도 달콤한 맛이 나는데, 홍차 초보자에게 좋은 홍차이다. 물론 잘 우려내야 하는 건 기본, 잉글리시 애프터눈은 2-4-3의 법칙만 따르면 누구나 맛있게 우려낼 수 있다. 이 2-4-3의 법칙은 '2g의 홍차에 400cc의 물을 붓고 3분간 우린다'는 법칙인데, 모든 홍차에 적용될 수 없지만 많은 홍차 우리기에 적용되므로 기억해 두자. 아쌈은 만화『홍차왕자』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홍차다. 아쌈은 진한 갈색의 차로 몰트향이 특징이다. 밀크티보다는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아쌈의 향을 즐기기에 좋다. 얼그레이는 베르가못 향이 매력적인 홍차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향이나 맛이 꽤 강하게 느껴지지만 자꾸 마시면 그 향에 반할 수 밖에 없는 홍차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영국에서 아침을 깨우는 차로 영국에서는 밀크티로 마시지만 스트레이트로 마셔도 좋다.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밀크티를 만드는 차로 가장 많이 쓰인다.

이번에 알아볼 홍차는 세계 최초의 홍차라 할 수 있는 랍상소총과 세계 3대 홍차란 타이틀이 붙은 기문, 우바, 다질링이다. 랍상소총은 중국이 원산지로 소나무를 태워 만들기 때문에 강한 훈연향이 특징으로 기름지거나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 잘 어울리는 차이다. 그 향이 강해 처음 마시는 사람은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일단 입맛에 길들여지면 시원한 청량감을 느낄수 있다. 기문 역시 중국이 원산지인 차로 발효를 위해 열을 가해 스모키 향이 난다. 등소평 주석이 좋아한 차로도 유명하다. 우바는 스리랑카가 원산지로 생산량이 소량이라 꽤 비싼 홍차에 속한다. 향은 매운 향이 먼저 오고, 그후에 남국의 달콤한 과일향이 따라온다. 우바 역시 향이 강한 편이라 야채샐러드를 곁들이면 좋다. 다질링은 인도가 원산지로 퍼스트 플러쉬, 세컨드 플러쉬, 오텀 플러쉬의 등급으로 나뉘는데 세컨드 플러쉬가 가장 좋은 등급이다.

홍차는 따뜻하게 마셔도 좋고 시원하게 마셔도 좋다. 여름에는 뜨거운 홍차보다는 시원하고 달콤한 홍차가 제격이다. 피치로드는 복숭아를 이용한 아이스티. 보통 복숭아맛 아이스티라고 하면 분말로 된 것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손이 좀 더 가더라도 진짜 복숭아 과육을 이용해 만들어 보자. 복숭아 과육의 달콤함이 실론티와 잘 어우려져 달콤시원한 아이스티가 된다. 위에 올린 것은 우유거품. 이국의 바다빛깔을 떠올리게 하는 트린코말리 드림은 그린티를 베이스로 블루리큐르를 첨가한다. 빛깔도 예쁘고 달콤하고 향기로운 맛이 일품. 라스베리는 복분자라고도 하는데, 복분자 좋은 건 요즘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 라스베리차를 마시고 에너지를 충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바닐라티는 실론에 바닐라향을 첨가한 것으로 달콤하고 크리미한 맛이 좋다. 핫티, 밀크티, 아이스티 모두 잘 어울리지만 가장 맛있게 마시는 법은 역시 아이스티로 마시는 것. 캐러멜 아이스티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달콤한 맛을 가지고 있다. 티백을 넣고 우려낸 후 얼음을 넣고 차게 식히면 되는데, 설탕을 약간 첨가해야 한다. 얼그레이 아이스티는 실론슈프림과 얼그레이를 섞어 만든다. 햇빛을 이용해 찬물로 오래 우려야 특유의 향이 살아난다. 다이어트에도 좋은 차이다. 얼그레이 아이스티를 제외하고는 모든 아이스티 역시 일단 뜨거운 물로 우려내야 한다. 티포트를 예열해 두는 것도 절대 잊지 말것!

홍차는 스트레이트 티로 마셔도 좋지만 밀크티로 마셔도 좋다. 밀크티를 만들기에 가장 적합한 홍차는 역시 잉글리시 브랙퍼스트이다. 몽골리안티는 '수태차'라고도 하는데, 몽골식 밀크티이다. 유목생활을 하는 몽골인들은 양젖이나 말젖을 넣어 밀크티를 만들지만, 여기에서는 우유를 넣어 만들었다. 우유에 소금을 약간 넣어주는 것이 포인트. 짜이는 인도식 밀크티로 향신료를 넣어 진하게 타내는 것이 특징이다. 로얄 밀크티는 일본에서 처음 만들었는데 우유의 부드러운 맛을 살린 것이 포인트. 진하게 우린 티와 우유를 함께 넣고 끓이는 것이 포인트이다. 나도 요걸 좋아해서 가끔 마트에 갈 때 분말 로얄 밀크티를 사와서 마시기도 하는데, 맛이 좀 약한데다가 내 입에는 좀 달지만 아쉬운 사람이 맞춰야지, 뭐.. 티베탄 버터티는 티벳식 밀크티로 버터가 들어간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산병을 앓는 사람에게 마시도록 하는 티라고 한다. 밀크티 중에서도 진하다고 하는 짜이보다 더 농후하고 짭짤한 맛을 가진다.

이 책에는 무척 많은 종류의 티가 등장하지만 그중에서 특별한 날에 이용할 만한 티도 보였다. 왼쪽에 보이는 것이 저자의 지인이 프로포즈를 할 때 만든 웨딩티라고 한다. 다질링, 기문, 랍상소총 세가지 홍차를 이용해 차를 우리고, 우유거품과 휘핑크림을 이용해 장식하고 장미를 뿌려준다. 보기만 해도 정말 화려한 티인데, 그 맛도 기가 막힐 듯 하다. 홍차는 우려내는 시간과 마시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웨딩티는 더한 정성이 더해진 듯 하다. 오른쪽의 트윙클 스타는 카페에서 홍차를 시키면 자주 띄워주는 레몬이 아니라 오렌지를 띄운 차이다. 중간에 까맣게 점처럼 보이는 것은 향신료인 정향. 왠지 싱그러우면서도 특별한 향기가 날것 같은 느낌이다.

홍차를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 그걸 왜 마셔? 라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특히 밀크티를 좋아한다고 하면 신기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우리 아버지도 홍차에 대한 생각이 다른 사람과 별반 다름없는 분이신데, 오히려 더했으면 더했다. 홍차맛을 담배 우린 맛이라고 하시지를 않나, 심하게는 말오줌맛이라고... 실제로 담배를 우려서 마시거나 말오줌을 맛보신 건 아니겟지만, 진짜 싫어하는 맛에 이런 표현을 쓰신다. 아버지가 그런 말씀을 하신 이유를 곰곰해 생각해 보면 역시 아버지도 잘못 우려낸 정말 맛없는 홍차만 맛보셨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이젠 난 홍차에 대해 제대로 배웠고, 제대로 우리는 법도 배웠다. 홍차는 사람이 마실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아버지의 생각을 바꿔 놓을 수도 있을 듯 하다. 예전엔 녹차를 주로 드시다가 요즘은 커피를 주로 드시는데, 커피보다는 홍차가 카페인 수치도 더 낮다. 그러니, 이젠 아버지께 홍차를 권해 드리고 싶다. 아버지, 저랑 맛있는 홍차 한 잔 하지 않으실래요?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책 앞표지, 8~9p, 16+94+154+226p, 30+24+38+46p, 74+84+102+114+128+163p, 202+234+240+246p, 66+218p, 책 뒷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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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제목에 있는 촌마게라는 표현을 보고 도대체 저게 뭘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알고 보니 사무라이들의 헤어스타일이랄까. 양쪽 이마부터 밀어 올리고 중간에만 머리카락을 남겨 상투를 트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머리형은 보면 웃음부터 터진다. 스모 선수들도 이런 머리형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간지나는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기무타쿠가 사무라이로 나오는 영화 武士の一分(무사의 체통)을 봤을 때도 웃음부터 터졌으니까. 그 멋진 기무타쿠가 전혀 멋져보이지 않아, 라는 느낌이었달까. 물론 내용과는 상관없이 그저 외모가 그랬다는 말이다.

책표지를 봐도 사무라이 복장을 한 한 남자가 촌마게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당치도 않아. 사무라이라면 정말 명예와 체통과 자존심을 중시하는 걸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런 사무라이가 달콤한 과자를 만든다니. 도대체 어찌된 사무라이지? 하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자. 그 연유가 어찌되었는지는 책을 읽으면서 다 알게 되니까.

유사 히로코는 이혼 후 외동아들인 도모야와 함께 사는 싱글맘이다. 아직 유치원에 다니는 도모야를 아침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 데려와야 하는 일상. 그렇다 보니 회사에 눈치가 보여도 칼퇴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런 단조로운 나날을 보내던 중, 히로코는 사무라이 복장을 한 한 남자와 만나게 된다. 말투도 요즘 쓰지 않는 말투에 복장도 그럴싸하고, 칼도 진검!? 혹시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사람이거나 한 것은 아닐까 하면 걱정하지만 의외로 차분하게 주변 상황을 받아들이는 이 남자의 말에 따르면 야스베는 180년전의 에도에서 현대로 흘러들어온 것 같다.

우여곡절끝에 이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는 히로코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은혜를 갚는다면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사무라이. 야스베는 주부 사무라이로서의 진면목을 보인다. 야스베 덕분에 집안일이 한결 편해진 히로코는 회사일에 좀더 매진하게 된다. 회사일 때문에 도모야를 잘 돌봐주지 못했던 히로코 대신 야스베가 도모야를 돌보면서 도모야는 의젓하게 변해간다. 옛날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야스베의 말에 그른 말은 없다. 게다가 행동은 현대인에 맞춰 하니 야스베가 고맙기는 히로코도 매한가지.
 
야스베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그가 과자를 만든다는 그 이유때문 만이 아니었다. 사무라이의 상징이자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촌마게를 싹뚝 잘라버리지를 않나, 집안일을 척척 해내지 않나. 요즘 남자들 야스베를 보면서 반성 좀 해야할 듯.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도 남자들은 집에 와서 쉬고 여자들은 여전히 가사일과 육아에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은 도모야에게 있어 엄마가 한창 필요하지만 일을 하지 못하면 두 가족이 살 수 없으니 히로코도 교육적인 부분같은 것에 대해서는 손을 좀 놓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그것도 야스베가 바로잡아 준다. 굉장히 긍정적인 면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 이런 남편만 있으면 직장맘들도 좀더 편해질텐데.. 아, 물론 내 말은 주부 남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맞벌이를 할 경우 육아, 가사 분담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집안일을 하다 요리의 재능에 눈을 뜬 야스베는 과자 만들기에 도전하고, 예상외로 호평을 받자 과자 만들기에 매진한다. 몇달만에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야스베는 사무라이 복장의 파티시에로 유명세를 얻게 되지만, 그로 인해 히로코네와는 거리가 멀어지게 되는데...

과거에서 타임슬립한 사무라이와 싱글맘 가족의 알콩달콩 귀여운 이야기. 특히 요즘 부쩍 늘어나는 편부모 가정의 문제를 따스하게 바라보고 기존의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가진 남자들에 대해 살짝 꼬집는 촌마게 푸딩은 따스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처음에 현대사회에 적응하면서 보이는 야스베의 행동은 정말 귀여웠달까. 하지만 결말부를 보면서 흠칫, 하고야 말았다. 야스베가 갑자기 사라졌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런 결말이 맞을지도. 야스베는 과거에서 온 사람이고, 그곳엔 그의 가족이 있을테고, 현대로 오게 된 것도 갑작스런 일이었으니까. 또한 과거로 돌아가 과자집을 열었다는 것도 무척 재미있는 설정이었다. 

츠츠이 야스타카의『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작품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인데, 이 경우 시간을 뛰어 넘어 온 것은 미래에서 온 소년. 『촌마게 푸딩』과 좀 다르지만 시공간을 뛰어 넘는다는 설정이 비슷하다. 그러나 미래에서 온 소년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위적으로 온 것이지만, 『촌마게 푸딩』의 야스베는 우연하게 떨어졌다는 것이 다르다. 이런 것은『영화 기묘한 이야기- 사무라이의 핸드폰』이나  『미래를 걷는 소녀』를 생각나게 하기도 한다. 물론 여기에선 사람이 떨어진게 아니고 핸드폰이 떨어졌고, 그것을 통해 미래와 과거가 소통한다는 이야기지만. 이렇듯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는 상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그래서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자신이 절대로 살지 못할 곳에 대한 이야기니까.

싱글맘 가정, 직장맘 같은 사회적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가정의 소중함과 옛것의 소중함,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소통을 그리고 있는『촌마게 푸딩』은 가볍게 읽히면서도 따스한 기운이 오래도록 남는 소설이다. 일본에서는 2편도 나왔다는데, 에도 시대로 돌아간 야스베가 그곳에서 푸링을 만드는 이야기일까? 궁금해,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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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로스트 Moon Lost 2 문로스트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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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대에 공룡을 멸종시켰던 것보다 100배이상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한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8시간. 과학자들은 나노 블랙홀을 이용하여 소행성 파괴에 성공하지만, 나노 블랙홀은 지구의 위성인 달마저 집어삼킨다. 달이 없어지자 지구의 자전축은 크게 흔들려 기후 재앙이 시작되었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위성 중 달의 크기와 비슷한 에우로파를 강제로 견인해 지구의 위성으로 삼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목성의 인력에서 끌어내기 위해 또다른 위성인 이오를 파괴시키고 이오가 파괴될 때 나오는 힘을 이용해 에우로파를 목성 궤도에서 떼어내는 데에 성공하게 된다. 다음 단계로 태양계에서 가장 큰 소행선 세레스를 파괴하고 에우로파를 지구를 향한 궤도로 움직이도록 한다. 지구까지 도달 시간은 약 1년, 그러나 지구자전축의 회전으로 극지방으로 변한 미국은 자신들의 욕심을 내세우며 이 계획을 방해하고자 한다.  

『문로스트 2』권은 위성 에우로파를 성공적으로 탈취한 후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이 대부분으로 미국의 방해 공작과 선원들의 희생 등 인간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물론 SF장르이기 때문에 과학기술과 관련된 이야기도 병행되지만 1권에 비해 인간들의 이야기가 좀더 많아졌다. 각 우주선마다 미국측의 스파이를 심어 놓고 에우로파 이동 계획을 방해하려는 미국. 미국은 에우로파를 탈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에우로파를 파괴하기로 한 것이다. 궤도 수정이 크게 어긋나 에우로파가 화성과 충돌하면 지구의 위성 달이 생성된 원리와 똑같이 또다른 달이 생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계획은 너무나도 위험해서 자칫하다가는 15년전 지구를 파괴할 뻔한 소행성들이 수없이 많이 생겨나게 되고 결국 지구가 파괴될 수 밖에 없는 계획이었다.

아무리 가상의 이야기지만 정말 미국답다라는 생각이 들었달까. 대국 이기주의를 비롯해 무력으로 파괴하거나 빼앗는다, 라는 생각은 공존이란 것과 거리가 멀다. 그에 비해 유럽이나 이슬람 국가들은 이 책에서 긍정적인 면을 보인다. 일본이 미국을 싫어한다는 게 엿보이는 대목이랄까. 이런 건 다른 만화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설정인데, 우리나라 만화와는 다른 면이 많이 보여 부럽기도 하다.

실험도 거치지 않은 계획이라 불가피한 사상자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파괴란 과정을 거치긴 했어도 말이다.

임무를 다할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뿐이다. (162p)

2권으로 끝나 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 생명체들을 멸종시키지 않고 데려왔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에우로파가 태양의 영향을 받아 에우로파의 표면을 형성하고 있던 두터운 얼음층이 녹아내려 바다가 되었다는 점에서 태양열로 인해 다른 영향은 없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난 이 작품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싶다.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의 파괴란 문제는 절대 없을 일이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SF장르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일지라도 현실적 기반을 완전히 배제하면 안되는 작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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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판타지
무라야마 유카 지음, 김성기 옮김 / 문학의문학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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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남자는 많은 면에서 상이하다. 먼저 떠오르는 건 신체구조인데, 그것은 생식과 관련된 부분으로 이는 번식과 관련되었으니 비록 겉모습은 다르다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가장 다른 부분은 요즘 말로 뇌구조란 것일 것이다. 물론 남자와 여자의 뇌는 크기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모양과 구성성분, 그리고 역할은 똑같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이나 정신적 감응, 똑같은 사안에 대한 대응방식은 무척이나 다르게 나타난다. 도대체 이건 왜 그런 것일까?

현생 인류가 처음 지구에 나타났을 때는 생존본능이란 것이 우선이 되어야 했기에 정신적인 면에서 남녀의 구별일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가 발달되어 가면서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구분되기 시작하고 그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올바른 여성상, 올바른 남성상으로 구별되고 분화되어 발달되었을 것이고 지금에까지 이르렀을 것이다. 이런 **상이라고 하는 것은 성을 규정하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이 범주에서 벗어나면 일탈이라는 표현으로 그 대상을 규정한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걸 만들었지? 라는 물음에 대답하자면 남자들이 사회를 지배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신체적인 차이점에서 오는 차이점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을 규정하고, 그것을 통해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면서 여성들이 갖추어야 할 여성성을 강요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가 좀 이상하게 시작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니 이런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그럼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볼까?

이 작품의 주인공 다카토 나츠는 35살의 기혼여성으로 극작가이다. 결혼한지 10년, 남편과의 사이에 아직 아이는 없다. 나츠의 어린시절은 불행했다. 어머니는 지배적인 여성으로 언제나 나츠를 지배했다. 그래서 나츠는 어린아이의 생존본능으로 '착한 아이'가 되어 살아왔다. 그것은 여전히 나츠를 옭아매는 장치로 남편과의 사이에서도 나츠는 '착하고 말 잘듣는 아내'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나츠가 어느날 시작된 메일교환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 시작한다. 그것이 과연 나츠의 새로운 해방구가 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면서 답답했다. 나츠의 행동을 보면서 분통이 터졌다. 나츠가 욕망을 제일 많이 분출한 곳은 성적인 부분이다. 삽십대 중반의 여성이 성에 대해 강한 욕구를 가지고 그것을 표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별로 흠잡고 싶지 않다. 내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나츠가 선택한 남성들이 하나같이 엉망이란 것이었다.

나츠의 남편 쇼고는 덩치 큰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물론 나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부분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을 통해 나츠를 지배하고자 한다. 특히 나츠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자신의 의견을 강요한다. 또한 부부관계에 있어서도 나츠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나츠와 쇼고의 관계를 보면 성역할에서는 남녀가 바뀐듯한 부분이 얼핏 보이긴 하지만, 결국 지배권과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남편인 쇼고쪽이다. 나츠는 자신의 어머니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쇼고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다.

이런 남편에게서 벗어나도록 한 사람은 연출가인 시자와 이치로타란 50대 남자로 나츠의 메일친구이다. 그에게 남편과의 일, 자신의 일을 상담하면셔 나츠는 남편의 지배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츠는 시자와에게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하고 결국 불륜까지 이르게 된다. 메일 내용을 보면 먼저 유혹한 것은 나츠처럼 보이지만 실은 시자와 쪽에서 먼저 유혹했다. 나츠가 먼저 말을 꺼낼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줬달까. 전형적인 호색한의 모습이 바로 시자와이며, 그는 육식남이라고 할 수 있다. 나츠가 미끼를 물도록 기다렸다가 미끼를 물자 덥썩 채갔고, 몇 번 가지고 놀다 버려버린 것이다. 그러함에도 나츠는 이 남자에게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한 번의 일탈이 너무나도 큰 쾌락을 가져다 주었으니까. 하지만 시자와도 그렇지만 남자란 대부분 잡은 물고기에는 먹이를 주지 않는 법이다. 시자와 같이 호색한의 경우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손에 들어올듯 말듯 한 상대가 재미있지 일단 손에 들어온 상대에는 흥미를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시자와는 나츠에게 특식이었지만, 절대 먹어서는 안될 금단의 음식이기도 한 까닭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시자와와의 관계가 그렇게 된 후 나츠가 만난 남자는 이와이라는 대학시절 선배였다. 일 때문에 간 홍콩에서 우연히 재회한 두 사람. 나츠는 그와 대학시절 사귄 적이 있다. 이와이는 전형적인 초식남이다.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지배하지는 않는다. 시자와의 사이에서 상처를 받은 나츠는 이와이와 관계를 맺게 되고 그것은 일본에 돌아와서까지 몇달가량 지속된다. 이와이는 나츠와 마찬가지로 이미 결혼을 한 상태이지만, 나츠와의 관계에 푹 빠져든다. 이와이의 경우 먼저 여자가 다가오지 않는 한 스스로 다른 여자를 만날 수 없다. 아내와의 관계와는 다른 나츠와의 관계는 분명 그에게 색다른 즐거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와이 역시 찾아오는 빈도수가 적어지게 된다. 이와이 역시 오랜 결혼생활에서 맛 본 짜릿한 시간이 즐겁긴 했지만, 그것을 지속하는 건 다른 문제니까. 재미있는 것은 이와이가 나츠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라이벌 의식을 느꼈는지 좀 거칠어졌다는 것일지도. 수컷본능 발현이랄까. 이런 걸 보면 남자란... 하고 혀를 차게 된다.

나츠가 마지막으로 만난 남자는 신인 배우로 오바야시란 연하의 남자이다. 그는 시자와와 이와이를 반반씩 섞어놓은 인물이랄까. 부드러우면서도 거칠다. 나츠는 이와이와는 또다른 매력을 가진 그에게 푹 빠지게 되고, 이와이는 그런 나츠를 보며 안달한다.

이외에도 나츠가 만난 남자 중에는 출장호스트도 있고, 승려도 있다. 이렇게 말하니 나츠의 남성편력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워낙 수위 높은 성애 묘사가 많기도 하고, 이 남자 저 남자로 옮겨다니는 나츠의 마음이 갈대같아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나츠는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것을 꿈꾸면서도 오렌지색 가로등불빛어럼 따스한 것을 꿈꾸기도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욕망을 마구 분출하면서도 그녀는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나츠가 고른 상대가 죄다 별로였기 때문이라는 것도 한 몫 한다.

나츠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엄마딸에서 벗어나고 남자의 지배권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나츠가 결국 이룬 것은 무엇일까. 성적 욕구의 해소말고는 뭘 얻었을까. 차라리 남자들을 갈아치우면서 그로 얻은 에너지를 창작욕으로 바꾸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나츠가 그 많은 남자들을 만나고 관계를 가지면서 쓴 작품은 딱 하나다. 물론 이제까지 그녀가 쓰던 작품과는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으로는 여전히 미비하다. 그리고 나츠는 자유롭지만 여전히 외롭다. 그녀가 만났던 남자들은 욕망을 분출하고 그것으로 끝나거나 아쉬움만을 가지고 있었지만, 나츠는 욕망을 사랑과 결함시키고자 했다. 그게 이 작품에서 가장 크게 드러나는 남녀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나츠가 열망하는 불꽃과 가로등 불빛은 상반되는 지점에 있다. 두 가지를 모두 갖기 힘든 건 나츠도 희미하게 깨닫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불꽃을 좇으며 살 수 있을까. 불꽃은 화려하지만 오래가지 않기 떄문이다.

책띠지의 관능소설이란 표현이나 역자의 한 중년여성의 성장소설이란 말 모두 내겐 탐탁지않다. 성애묘사가 수위가 높다고 관능적인 것은 아니다. 점점 갈수록 지겨워졌달까. 오히려 관능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메일교환쪽이었다. 그리고 나츠가 분명 엄마딸에서 벗어나고 남자들이 만든 여성성이나 올바른 여성상에서 벗어나고자 한 노력은 있지만 그것으로 성장했다고 보긴 힘들다. 여전히 나츠는 안개속을 헤매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나츠가 안타깝기도 하고 못마땅하기도 한 그런 감정으로 이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게 되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더블 판타지라는 제목에서 의미하듯 남녀간의 차이에 대해서 좀더 확장된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주로 나츠의 입장에서 나츠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할 뿐, 남자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상황을 통해 짐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랑과 욕망에 있어서 남녀의 반응은 무척 다르다. 그것을 여자의 입장에서만 주로 드러낸 것은 반쪽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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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로스트 Moon Lost 1 문로스트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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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티비에서 우주의 탄생과 신비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 봤던 프로그램에서는 언젠가 찾아 올 태양계의 소멸과 관련한 주제를 다루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아주 먼 미래의 일이지만 태양계 자체가 블랙홀에 삼켜져 소멸한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쫙 끼친 적이 있다. 하지만 그전에 지구가 먼저 소멸해 버릴지도 모른다면?

지구의 나이는 대략 45억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인류가 지구에 출현한 것은 거기에 비하면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하다. 즉, 아직 지구에 대해서도 전부 알지 못하는 인류가 우주에 대해 전부 알게 되는 일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혹은 어떤 책에 나왔듯이 우주의 비밀이 모두 알려지게 되면 우주는 스스로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우주를 탄생시킬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우주의 멸망이나 태양계의 멸망이란 것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너무나도 까마득한 미래의 일이라서 체감할 수 없다.

하지만 우주에서 작은 행성에 불과한 지구는 언제 멸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인류가 출현하기전 고대 지구에 작은 소행성이 떨어져 공룡을 멸망시킨 적이 있는데, 소행성의 충돌로 인한 폭발충격이 그 원인의 하나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생긴 먼지구름이 지구를 완전히 덮어 소빙하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간들의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 온난화로 인해 기후가 급변하는 등 인류에게 있어 적신호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어 이것을 지구 멸망의 징조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직접적인 것으로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보다 더 큰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든다면, 인류의 미래는 고사하고 지구마저 온전하게 남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 로스트 1』은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로 접근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궤도에 수정이 생기지 않으면 그대로 지구와 충돌할 것이고 지구는 말그대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이것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인위적으로 나노 블랙홀을 만들어 소행성을 소멸시키기로 하고 실행에 옮긴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고작 48시간, 이들은 그 시간안에 모든 것을 완수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에 처음이 있듯 나노 블랙홀을 이용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틀의 여유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이 선택은 성공적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는 달마저 삼켜버린다. 즉 달이 산산조각 나버리게 된 것이다. 수많은 파편이 된 달의 조각은 지구에 떨어지는 등 1차 피해를 입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앙은 시작에 불과했다.

과학 시간에 배운 달의 역할을 떠올려보면 일단 달의 중력과 인력이 바다의 조수 간만의 차를 만들어내며 지구의 자전축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특히 지구의 자전축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는 달이 없어지면 그 결과는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여기에서는 지구의 자전축이 크게 틀어져 미국을 비롯해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는 북극권에 포함되고 원래 극지대였던 곳은 해빙되면서 바다의 수위가 크게 높아진다. 따라서 해발고도가 낮은 나라들은 모두 물에 잠기게 되어 버렸다. 실상 지구에 엄청난 기후 재난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는 우선 자신의 몸을 과학기술로 보호할 수 없는 동물에게 먼저 영향을 끼쳐 대량사망사태를 일으켰고, 인간들의 삶 역시 피폐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15년이 지났고, 과학자들은 대안을 찾기 시작한다. 그 대안은 바로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를 인위적으로 끌고 와 지구의 위성으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세계각국은 불안정한 자전축을 고정하여 지구에 안정을 가져온다는 안에 대부분 찬성하지만 국토의 대부분이 북극권에 포함된 미국은 그 안에 대해 극구 반대하기 시작한다. 자전축이 좀더 움직여 자국이 북극권에서 벗어나길 기다리자는 것이다. 정말 어이없다. 미국은 지금도 그렇지만 세계와 뭔가를 나눌 줄을 모른다. 무조건 빼앗고 정복할 줄만 알지. 물론 자국의 이익을 우선 생각하는 것이 영 틀린 것은 아니지만, 이 사태는 지구 전체의 존망이 걸린 일이기에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하는데도 말이다.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세계각국은 목성의 위성인 에우로파를 인위적으로 지구의 위성으로 만들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시킨다. 하지만 목성은 수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는 만큼 중력의 힘도 무척 크다. 그렇기에 이 파견팀들은 목성의 위성인 이오를 나노 블랙홀로 파괴해서 얻을 수 있는 힘을 사용하기로 한다.

뭐랄까. 인간은 정말 자신을 위해 파괴밖에 할 줄 모르는구나, 라는 생각이 또 들었달까. 소행성을 없애기 위해 사용했던 나노 블랙홀이 달을 삼켰고, 달이 없어지자 달을 대체하기 위해 에우로파를 끌어오려는 계획을 실행하면서 이오를 파괴한다라... 물론 생존이 달린 문제에서 다른 건 생각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파괴는 파괴다. 다만 이오는 불덩어리 위성이라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하지만 에우로파의 두꺼운 얼음층 밑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과연 에우로파의 생명체를 파괴하지 않고 무사히 지구로 데려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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