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찬가 - 정글자본주의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아남기
조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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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은 뉴스를 보기 겁난다. 뉴스에서 나오는 소식은 죄다 울적하거나 분통터지거나 하는 것 밖에 없다. 멸종위기종인 귀이빨대칭이가 4대강 사업 낙동강 사업장에서 폐사된 상태로 발견되었다.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경제를 살리고 환경을 살린다고 하더니 대형건설회사만 배불리고 하청업자나 그밑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혜택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환경문제도 다 고려한 것이라더니 결국 이런 꼴이다.

구제역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슬슬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하려는지 미국산 쇠고기를 찬양하는 광고가 슬며시 등장한다. 깨끗하고 저렴하고 맛있는 미국산 쇠고기란다. 2008년 국민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해 왔건만 구제역을 틈타 미국산 쇠고기를 찬양하는 걸 보니 속이 뒤집어질 지경이다. 우리 축산농가들의 아픔은 헤아리고나 있는 걸까.

시기상으로 좀더 앞선 이야기지만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이 벌어진 후 우리 정부는 서해안에서 미국과 연합군사훈련을 했다. 그 돈이 다 어디서 나오는 걸까. 국민들 세금이겠지. 게다가 연합훈련을 한다는 건 자주국방을 포기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인 소리다. 게다가 한때는 전쟁을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도대체 지금 이 시대에 전쟁이라니.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죽읍시다, 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참으로 요지경이로소이다. 도대체 MB정권은 우리에게 또 어떤 것을 보여줄지 기대(?)마저 될 지경이다. 경제만을 살리겠다는 공약에 넘어간 사람들은 지금의 MB정권을 보면 무슨 이야기를 할지 참 궁금하다.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는 MB정권의 정책을 보면 한 50년전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 상위 1%만 배불리는 정책, 인권이고 나발이고 다 무시되는 정책, 조변석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바뀌는 말들.

『보노보 찬가』는 MB정부가 들어선 후 1년 반 동안 바라본 MB정부의 정책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 대한민국이 걸어 가야 할 길, 그리고 이러한 사회 변화에 대한 대안을 내놓고 있는 책이다. 겨우 1년 반에 대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제기한 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2011년 현재 더 많은 문제가 그 위에 더 쌓여 지금은 한숨만 나올 지경이다. 일일이 지적하는 것도 귀찮을 정도다.

문제는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한 대안은 있는 것일까. 저자는 보수정권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진보정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진보진영은 그 힘이 미약한 편이다. 물론 연속하여 정권 교체를 이뤄내기도 했지만, 결국 진보진영에 대한 실망으로 국민들은 다시 보수정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압승이라며 민주당 내에서는 축제분위기였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난 씁쓸할 뿐이다. MB정부에 실망한 사람들이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진보진영 자체 내에서 개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다음 선거에서는 또 그 판세가 뒤집힐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난 그 결과를 보면서 이런 말을 했다. "압승하면 뭘 해. 잘해야 그후로 유지가 되지" 

90년대 중반 대학교를 다닌 나는 운동권 학생들을 보며 실망감에 사로잡힌 적이 많다. 80년대에는 NL이니 PD니 하며 갈려진 학생운동이 90년대에는 자주총학이니 21세기총학이니 하며 또 갈렸다. 물론 운동권이 아닌 비권은 백색이나 어용총학이란 딱지가 붙었지만. 같은 것을 꿈꾸는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의견으로 대립하여 분열하는 학생운동이나, 사회운동을 하는 진보진영이나 정치를 하는 진보정당이나 분열하고 서로 대립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스스로가 너무 똑똑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런 걸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분열이 어리석어 보이기만 한다. 물론 나의 경우 지금도 진보진영의 손을 들어주고 있지만 그런 모습을 보면서 번번이 실망하는 건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그러한 진보진영의 문제점을 꼬집는 한편, 진보진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제 동지에서 등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보수가 부패로 망하든 말든, 진보는 이제 분열로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거대한 정글,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의 사회가 된 대한민국. 도대체 지금이 5공인지, 유신정권인지 헷갈릴 정도로 국민의 의견을 묵살하는 상황, 경제를 살리겠다면서 부자들의 배만 불리고 노동자들을 벼랑끝으로 몰고가는 상황, 사교육의 폐단을 없애겠다면서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교육정책, 남용되는 형법권, 무시되는 인권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떤 식으로 맞서야 할까.

요즘의 사회운동은 옛날처럼 사회운동에 가담한 사람들만이 모여 오른팔을 흔들며 투쟁을 외치는 시대와 거리가 멀다. 촛불집회처럼 축제같은 집회와 시위는 정부를 잠시 쫄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그것을 빌미로 집시법을 강화하는 등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스스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마저 차단하고 있다. G20정상회의 전에 일본의 사회운동가인 마쓰모토 하지메의 입국이 금지되었다. 마쓰모토 하지메의 사회운동의 방향이 우리나라 사회운동에 영향을 끼칠까 두려워서 그랬다는 것으로 난 이해된다.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시간을 몇십년 전으로 돌리고 있고, 여러 정책들은 한쪽으로 기울어져만 있다.

한사람의 열걸음보다 열사람의 한 걸음이란 말도 있듯이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바뀌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레 포기하기엔 우리의 삶이 너무나도 팍팍해져 버렸다. 정치, 경제, 사회면에서 민주주의란 말이 무색해져 버린 오늘. 우리는 어떤 것을 지향하고 어떤 것을 지양해야 할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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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5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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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짝사랑 중인 흑발의 아가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타나는 선배의 겨울은 춥기만 하다. 벌써 반년째 해자만 메우는 신세. 아직 아가씨의 마음의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선배는 축제의 한껏 들뜬 분위기에서 해방되자마자 밀려있는 리포트의 산에 깔릴 지경이다.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해야할 것은 많고, 클럽은 대청소로 폐쇄. 아가씨를 만날 길이 모두 막혀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선배는 결국 상사병을 가장한 심각한 감기에 쓰러지고 만다.

교토를 강타한 감기로 아가씨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줄줄이 감기로 이부자리신세. 아가씨는 자신의 선배가 감기에 쓰러진 줄도 모르고 다른 사람 병문안 다니기에 바쁘다. 문득문득 선배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아가씨의 성격상 먼저 찾아갈 성격도 아니고, 나름대로 다른 사람들 병문안에 눈코뜰 새 없을 지경이다. 지독한 감기와 낙담의 늪에서 헤매던 선배는 히구치씨처럼 텐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가씨는 병문안 중. 그러다가 이 지독한 감기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되고 교토를 구하기 위해 이백씨가 사는 다다스 숲으로 향한다. 감기에 기가 막히게 잘 듣는다는 윤폐로를 맛본 이백씨의 감기는 어느새 이백씨와 교토에 안녕을 고하고 사라진다. 감기의 끝을 알리는 이백씨의 마지막 기침에 아가씨는 하늘로 날아 오르고, 그곳에서 텐구 변신 중인 선배와 만난다. 모든 것이 꿈이라 생각하는 선배는 아가씨에게 고백 직격탄을 날리는데!?

드디어 5권, 반년 내내 해자만 메우고 있던 선배와 사랑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달아 가는 후배의 이야기는 드디어 결실을 맺는다. 이 모든 과정이 - 선배에게는 혹독하기만 했던 - 모두 이 둘의 인연을 만들기 위함이었던가. 이런 일을 겪음으로써 둘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이 확실하니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의 교훈이 팍팍 실감난다.

5권에서는 선배의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먼저 나오는데, 망상만 즐기는 줄 알았더니, 아가씨에게 푹 빠져 다른 건 눈에도 안들어오는 사람인줄 알았더니,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이 사람은 정말 마음이 따스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되었달까. 길에서 만난 고양이 - 실제로는 이나리 사당에 사는 여우 - 에게 툴툴거리면서도 해줄 거 다해주는 모습, 열이 난다고 자신의 넥타이를 목에 매주는 모습을 보면서 무척이나 흐뭇했었다. 보는 나도 이러니 아가씨 역시 그렇겠지? 아, 그러고 보니 아가씨는 여우의 목에 있는 넥타이를 보자마자 선배의 것이란 걸 알았다. 호오라, 아가씨도 스스로는 잘 몰랐지만 선배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

비록 수많은 길을 돌아왔지만 그걸 포기하지 않은 덕에 인연이 이어졌다. 카페에서 두 사람이 첫데이트를 위해 만나는 장면을 보면서 어찌나 흐뭇하던지. 추운 겨울날이지만 그곳에서만은 봄기운이 물씬 풍겨났달까. 특히 아가씨의 선배에 대한 생각을 표현하는 문장이 참 좋았다.

선배를 봤을 때 햇볕을 쬐고 있는 것 같은, 배에 고양이를 안고 있는 것 같은 신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170~171p)

교토의 겨울은 너무나도 춥지만, 두 사람이 있는 곳은 따스함이 흘러 넘칠 것 같다.
하지만 잊으면 안돼. 사랑은 시작도 어렵지만 지켜나가는 건 더 어렵다는 걸.
이제 시작이란 걸...
겨울에 피운 사랑꽃, 내년 봄에도 여름에도 가을에도 또다시 찾아올 겨울에도 절대 지지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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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요괴 자쿠로 5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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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던 시기. 인간이 추진하는 개력에 반발하는 요괴들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서 요인성을 만들게 되고, 반요괴와 군인들이 그 멤버가 되어 임무를 수행한다. 여러번의 임무를 통해 서로를 친근하게 여기는 반요괴 소녀들과 군인들은 여름을 맞이해 축제에 가지만 미로에서 자쿠로가 납치된다. 자쿠로가 납치된 곳은 신이 내린 마을. 그곳에서 자쿠로는 자신의 오빠 오모다카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쿠로에게 반발하는 란구이는 자쿠로를 공격하게 되고, 그틈을 이용해 자쿠로는 방밖으로 도망가게 된다.

저택안에서 피할 곳을 찾으며 숨어다니던 자쿠로는 그곳에 있는 수많은 반요들에게 가해지는 학대 현장에 몸서리를 치고, 우연히 들어간 방안에서 자신의 어머니 츠쿠하네와 만나게 된다. 츠쿠하네가 보여주는 슬픈 과거. 그것을 통해 자쿠로는 자신의의 출생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자쿠로가 어떻게 해서 어머니와 이별하게 되었는지 보게 된다.  

처음 이 이야기가 나올 때는 자쿠로의 어머니가 카미카쿠시를 당해 낳은 아이가 자쿠로라고 나왔지만, 실제는 좀 달랐다. 자쿠로의 어머니가 요괴, 아버지가 인간이었던 것. 신이 내린 마을의 무녀로 수장의 아내였던 츠쿠하네는 수장과의 사이에 아들 오모다카를 두지만 오모다카와는 만나지도 못한채 살아가고 있다. 그런 츠쿠하네가 몰래 밖으로 나갔다가 만난 사람이 바로 자쿠로의 아버지 에나가였다. 서로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을 사랑한 탓에 결국 에나가는 수장에게 죽임을 당하게 되고, 츠쿠하네는 유폐되었다가 탈출한 뒤 혼자 자쿠로를 키워왔지만 자쿠로의 실수로 인해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어머니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자쿠로가 맞딱뜨린 진실은 자쿠로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편 자쿠로의 오빠인 오모다카가 숨기고 있는 비밀 역시 드러나게 된다. 아무리 어린아이였다고 해도 자신의 모친에게 몹쓸 짓을 한 오모다카가 받는 벌이랄까. 오모다카가 왜 자쿠로를 납치했는지도 묘하게 납득이 간다.

한편 자쿠로를 구하기 위해 신이 내린 마을 근처로 이동한 반요괴들과 군인들. 그중 아게마키는 혼자 떨어져 방황중이고, 스스키호타루와 리켄은 반요인 다이다이와 만나게 되는데... 다음번에는 이들의 결투가 필연적으로 나오겠군, 하는 생각을...

출생의 비밀이라고 감질나게 굴더니 드디어 다 밝혀졌다.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이야기여서 다행이었달까. 자쿠로도 그렇지만 츠쿠하네와 에나가가 눈에 밟혔던 5권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쿠시마츠가 원래는 그런 모습이었구나. 완전한 요괴의 모습이랄까. 근데 지금은 왜 그렇게 변해버린 거지? 자쿠로를 보호하기 위해 모습을 바꾼 것인지도... 라는 생각을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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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4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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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날 선배는 첫눈에 흑발의 아가씨에 반하게 된 후, 아가씨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나타나 "마침 지나가던 길인데(선배)" 와 "우연이네요(아가씨)"의 대사를 무한 반복하며 봄날을 다 보내고, 여름에는 시모가모의 헌책 시장, 기온 요이야마 축제에서 스리슬쩍 고백을 날리지만 축제 분위기 속에서 그 고백은 스리슬쩍 묻혀 버리고 가을을 맞이했다. 가을하면 축제, 선배는 축제에 아가씨가 온다는 정보를 입수, 아가씨를 만나기 위해 축제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시끌벅적한 축제장 속에서 아가씨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어렵다더라. 마치 술래잡기를 하듯 번번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두사람. 그 와중에 아가씨는 게릴라 연극「괴팍왕」의 달마 오뚝이 공주로 출연하게 된다. 등에는 커다른 잉어, 목에는 달마 오뚝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연극에 임하는 아가씨와 이 공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축제위원회와의 숨바꼭질도 재미있지만 역시 제일 큰 재미는 연극을 통해 사랑을 완성시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물론 이제 시작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작년 축제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코끼리 엉덩이 조각과 연극 괴팍왕은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조화이지만, 그때 그 사정을 듣고 나면 묘하게 납득이 된다. 도대체 대학 캠퍼스가 얼마나 넓기에 두 사람이 1년이 지나도록 못만나게 되는지는 미스터리지만, 그게 또 이 이야기의 묘미렷다. 하긴 너무 쉽게 만나지면 애틋함이 사라질지도 모르지.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 못하고 서로 상대가 했던 이야기만 기억하는 통에 코끼리 엉덩이를 만든 스다 노리코와 달마 오뚝이 공주가 등장하는 연극 괴팍왕을 만든 빤스 총반장도 참으로 독특한 사람들임에는 틀림없다.

우연히 참가한 연극에서 자신의 능력에 눈뜬 아가씨와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절체절명의 사건을 겪고 우연히 연극에 합류하게 된 선배. 괴팍왕 분장을 하고 있던 선배의 연기는 진심이었겠지? 그 덕분에 아가씨의 마음이 흔들리게 되는 듯 한데... 그나저나 이 흑발의 아가씨도 참 둔하다, 둔해. 그게 아가씨의 매력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스다 노리코와 빤스 총반장은 커플 공식 인증! 남은 건 역시 우리의 두 주인공이렷다. 이 둘을 연결해 주기 위해 중간에 기타오지가 다리를 놓지만 어떻게 된 것이 자신이 아가씨와 데이트를!?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니 선배는 그다지 걱정안해도 되겠다. 선배는 또(?) 기절해버려서 기억을 못하겠지만.

자, 이제 단 한 권 남았다. 선배는 조금만 더 힘을 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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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바위 - 영험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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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사무라이에게 묘한 동경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이 작품의 소재가 된 겐로쿠 아코 사건을 봐도 그렇고, 신센구미 이야기나 센코쿠 시대 무장 이야기, 세키카하라 합전 등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수없이 씌어지고 드라마나 영화로도 제작되기 때문이다. 주군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하는 사무라이들의 모습은 현대에서는 찾을 수 없는 영웅의 모습이기 때문일까. 외국인인 나로서는 할복을 하는 것이나 주군의 복수를 위해 칼을 드는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묘한 매력이 있는 것에는 틀림없는 듯 하다.

겐로쿠 아코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주신구라, 47명의 충장이야기는 에도시대부터 연극으로 제작되는 등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왔고 지금도 역시 이 이야기는 신화처럼 남아 있다. 실제로 이 47명의 사무라이를 이끌었던 오오이시 쿠라노스케 요시오를 기리기 위한 신사에는 이들의 동상도 있고, 이들의 이름을 딴 에키벤도 존재하니 그 인기가 여간 대단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300년전에 일어난 일인만큼 그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가는 알 수 없다.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각색되었을 것이고, 영웅담에 걸맞는 소재로 변화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흔들리는 바위』에도 주신구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상당히 변형된 이야기로 전해진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에, 이 사건의 진실을 뒤쫓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주신구라가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중요한 소재이긴 하다.

겐로쿠 아코 사건으로부터 100년의 세월이 지난 시기. 후카가와에서 이상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아내를 잃고 우울하게 살던 양초판매상인 기치지가 죽은 후 부활하고, 그후 남아 1명, 여아 2명이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기치지는 죽은 자에게 사령이 씌이는 시비토쓰키인가 아니면 잠시 숨이 멎었다가 부활한 것일까.「시마이야」의 오하쓰는 마치부교의 네기시 야스모리의 명으로 후루사와 우쿄노스케란 청년과 함께 사건조사에 착수한다. 사실 오하쓰는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로 암암리에 마치부교의 일을 돕고 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이 100년전에 일어났던 겐로쿠 아코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사람의 미련과 집착이란 것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것이기에 100년이 지나 다시 참혹한 사건을 일으키게 만드는 것일까. 산 사람의 집착도 그러하지만 죽은 자의 집착은 더욱더 강해지는 모양이다. 특히 마음에 원념을 품고 죽었을 때에는 그것밖에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뭐가 달라질게 있나 싶다. 그러함에도 그것을 놓지 못하는 인간은 얼마나 어리석은지. 이러한 것이 지금 시대에는 어쩌면 이해되지 않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사무라이로서의 자존심이 박살나고 집안마저 기울게 된다는 것이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이해되지 않지만 사무라이는 자존심과 충의란 것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니 이렇게 죽어서도 구천을 떠도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을 죄없는 사람에게, 그것도 아이에게 복수를 함으로써 갚으려는 것은 아무리 원통함을 안고 죽은 원귀라도 용서가 안되는 것은 분명하다. 단지 100년 전에 관계가 있었다는 이유, 그리고 자신이 죽인 자신의 아이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죽인다는 것에 몹시 화가 났다. 개인적으로 아동학대나 아동살해, 동물학대와 동물살해 같은 이야기나 나오면 분개하는 편인데, 이는 힘없고 약한 대상에 대한 무차별적 폭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원한을 품고 죽은 사무라이에게 동정이 가기는 커녕 쳐죽일 놈이란 소리밖에 안나왔달까. 

또한 사령이 씌인 사람들을 보면 인간의 나약한 본성을 그대로 방치한 듯한 모습을 찾게 된다. 피안쪽에 가까운 삶을 사는 사람들. 그들의 빈틈이 사령을 불러들인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원래 자신의 의지대로만 굴러가지는 않는다. 그러하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하지만 때로 그러지 못하고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틈이 어둠을 불러 들이는 것이다. 이들은 피해자라고 할 수 있지만 가해자이기도 하다. 스스로의 삶을 잘 붙잡고 있지 못한 것이 이들의 죄인 것이다.

참혹한 사건과 용서할 수 없는 범인에 대해 분노하긴 했지만 이 책이 흥미로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은 특수한 능력을 가진 소녀와 물러터진 사무라이 도련님이 콤비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며, 주신구라에 대한 새로운 해석 혹은 진실 추구에 대한 것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한층 성장해 나가는 우쿄노스케의 모습도 보기 좋았다.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에도 시대 이야기와 미스터리한 사건 수사 이야기에 주신구라 이야기가 덧붙여져 탄생한『흔들리는 바위』. 오하쓰 X 우쿄노스케 콤비 이야기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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