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살인게임 2.0 밀실살인게임 2
우타노 쇼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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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이 고안해낸 트릭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살인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있다. 그들은 채팅창에서 만나 어떤 범죄의 내용에 대해 알려 주고 그 범죄의 트릭을 다른 참가자들이 맞추는 게임을 한다. 이름하야, 밀실살인 게임. 참가자는 총 5명, <두광인>, <044APD>, <aXe>, <잔갸군>, <반도젠 교수> 라는 기묘한 닉네임을 사용한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일이 즐거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을 어떻게 죽였는지에 대한 트릭에만 관심이 있다. 그들에게 있어 사람은 단순히 자신이 고안해 낸 트릭을 실험하고 증명하기 위한 대상일 뿐이다.  

『밀실살인게임 2.0』을 읽으면서 기묘한 위화감에 사로잡힌 것은 나만이 아닐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의 마지막 부분이 애매모호하게 끝나 그 이야기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영 다른 이야기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살인 게임을 즐기는 또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일까. 하지만 몇 장 넘어가지 않아 난 반가운(?) 얼굴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다스베이더 가면을 쓴 <두광인>, 하키마스크와 도끼를 든 <aXe>, 늑대거북 얼굴을 비추는 <잔갸군>, 그리고 아프로 가발을 쓴 <반도젠 교수>까지.

이들은 자신의 살인이 게임의 일부라며 몇가지 숫자만 불러주고 입을 꾹 다문 용의자가 관련된 사건에 대해 토론한다. 도대체 그 숫자의 의미는 무엇이며, 게임이란 것은 또 무슨 이야기인지. 이들은 각자의 추리를 내놓으며 토론에 들어간다. 그렇지, 콜롬보란 별명의 <044APD>는 지난번 죽었으니 이 네명이 추리 게임을 하는구나 싶었는데, 이거 뭐야, 죽은 줄 알았던 <044APD>가 등장했다? 혹시 첫번째 시리즈보다 앞선 이야기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자꾸만 묘한 데서 걸린다. 이 수수께끼가 확실하게 풀리는 것은 역시 책 중반부가 넘어서이다. 그때까지는 뭔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지만 이들이 내놓는 수수께끼 같은 사건과 그 트릭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에 몰두하게 된다.  

첫번째 사건의 경우 이들이 관련된 사건은 아니고 다른 그룹이 저지른 사건으로 일본 전역에서 일어난 미결 사건 중 공통적인 사건에 관한 것이다. 이 사건의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는 정말 헉, 하는 소리만 나왔달까. 이런 게임을 고안한 그룹도 그렇지만 여러가지 정보로 이 사건의 수수께끼를 푸는 다섯명도 참 대단하군, 하는 말 밖에...

그후의 사건은 이들 멤버가 제출하는 문제이다. 지하 밀실의 토막사체, 알리바이 트릭, 눈덮인 산속의 이중 밀실, 예고 살인 등 이들은 정말 기상천외한 트릭을 이용한 문제를 제출한다. 이 문제의 트릭은 이미 제출자가 검증한 것으로 실제 사건이 발생했다. 뭐랄까, 시리즈 1권에서 좀더 진화한 느낌이랄까. 그러면서 더 잔혹해졌다. 특히 알리바이 트릭의 경우, 트릭자체보다 범행 자체에 머리가 어질해진 느낌이랄까. 도대체 이들은 자신만 즐거우면 되는 인간들인가 싶은 생각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특히 마지막 사건에서 궁극의 쾌락을 얻기 위해 실행한 궁국의 살인 게임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에 머리가 어질할 지경이다.  

여기에 나오는 트릭들은 현실에서는 실제로 사용하기 어려운 트릭이겠지만, 소설이라는 장점을 살려 기상천외한 트릭을 만들어 낸다. 물론 현실에서도 실행은 가능하지만, 어려워서 성공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그런 느낌이다. 소설의 장점을 다분히 살린 것이 바로 이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는 진화한다. 범죄자의 수법도 진화한다. 사실 이러한 것에 진화라는 단어을 붙이는 것이 옳은가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일종의 진화이니까. 이들은 때로 모방을 통해 진화하기도 하고, 전혀 새로운 것을 즐기기 위해 진화하기도 한다. 늘 생각하는 것이지만 수사관의 수사능력의 진화보다는 범인들의 범죄 능력 진화가 훨씬 앞선 게 아닌가 한다. 쫓기는 자와 쫓는 자 중 더 필사적인 게 누구인가를 생각하면 될 듯. 이들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는 동시에 자신만의 트릭을 과시하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더욱더 필사적일 수 밖에 없으리라. 그 필사적인 행동이 범죄란 것으로 드러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겠지만.

 이들이 누가 되었든,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이다. 게임에 대한 갈망, 궁극의 트릭에 대한 갈망. 이러한 갈망은 마치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시리즈 세번째 이야기는 <밀실살인게임 매니악스>이란 제목으로 연재되고 있다는데, 도대체 이보다 더 매니악한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나오는 사건과 트릭도 충분히 매니악한데 말이다. 이런 걸 보면 작가 자신도 자신의 트릭이 얼마나 매니악한지를 소설을 통해 실험해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추리 소설 매나아일지라도 절대 풀 수 없는 트릭에 도전해보는 건 아닐까, 그 도전장이 이렇듯 책이란 형태로 나오게 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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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제일의 첫사랑 2 - 오노데라리츠의 경우,B애+코믹스 030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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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이네, 아버지의 후광덕이네 하는 소리가 싫어서 자신의 능력을 직접 입증해 보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아버지의 회사인 오노데라 출판을 그만두고 마루카와 쇼텐에 취직한 오노데라 리츠. 그러나 그의 결심이 무색해지게 일은 꼬여만 간다. 첫째로 리츠가 배속받은 편집 부서는 리츠가 원하던 문예부가 아닌 만화편집부 - 그것도 소녀만화 - 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젠 더이상 사랑이란 것을 할 생각조차 할 수 없게 만든 기억을 남겨준 첫사랑 타카노 마사무네가 편집장 - 즉 직속 상관 - 이었다는 것이다. 처음엔 그저 까칠한 편집장이로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꿈에도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눈앞에 떠억하니 나타났다는 것.

일은 고되고, 타카노는 리츠를 초조하게 만들고. 진퇴양난의 위기에서도 꿋꿋하게 - 겉으로는 - 일을 해나가지만 리츠 입장에서 타카노가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타카노의 절친인 요코자와는 '타카노는 내 것'이라는 둥 타카노를 흔들어 놓지 말라는 둥 압력을 넣지를 않나 리츠는 이래저래 괴롭기만 하다.

도대체 10년전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타카노가 그토록 망가졌다는 것일까. 리츠 입장에서 보기에 타카노때문에 힘들었던 건 정작 자신인데 말이다. 학교도 제대로 못가고 결국 유학을 택했던 리츠가 기억하는 그 시절과 타카노가 기억하는 그 시절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있는 듯 한데, 조금씩밖에 드러나지 않아 정말 감질난다. 하긴 오해란 것의 본성이란 그런 것이긴 하지.

리츠는 타카노와는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다고 하면서도 그가 못내 신경쓰인다. 별것 아닌 일에 신경쓰는 자신이 짜증나고 화나는 리츠는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정신 차리자는 주문을 걸지만, 그게 맘대로 되나.

나도 모르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짜증 내고 울컥거리는 게 정말 싫어. 이 이상 얽히면 저 사람을 의식하고 있다는 걸 자각하고 말 거야     . (35p)

근데 말이야, 리츠. 내가 보기엔 넌 지금도 타카노를 충분히 의식하고 있고, 그걸 자각하고 있거든.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바로 그 증거 아니겠어? 물론 아픈 기억을 남겨준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는 건, 또 사랑에 빠지고 말지도 모른다는 걸 느낀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겠지만, 내가 보기엔 넌 그를 좋아한다구.

게다가 타카노 역시 그렇지. 물론 말로도 좋아한다고 하지만, 그의 행동을 보면 리츠에 대한 감정이 확실히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면이 있지만, 그건 반대로 생각하자면 그 사람 나름대로 필사적인 것이니까. 이제 겨우 다시 만났는데,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 라는 느낌이랄까.

그러고 보면 나카무라 슌기쿠의 작품에 등장하는 공들은 이런 면이 많지. 강압적이고 도도한데 실은 무척 필사적이랄까. 순정 로맨티카 시리즈의 우사기도 그렇고, 노와키도 그렇고. 이런 걸 보면 강압적인 태도로 나오는 것도 미워할 수 없다니까. 그래서 이 캐릭터들이 더 매력적인지도...

어쨌거나 여전히 타카노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 리츠와 리츠에 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타카노의 모습은 한동안 계속될 듯. 제발 순정로맨티카 시리즈만큼은 길게 빼지 말았으면... 솔직히 좀 지친다. 푸하.

음. 이 만화의 또다른 재미는 순정로맨티카에 나오는 인물들도 간간히 나온다는 것. 배경이 되는 곳인 마루카와 쇼텐은 물론 그곳의 이사인 이사카 류이치로와 미사키의 선배인 스미의 아버지 스미 료이치도 나오니까. 그 밖에도 더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런 것도 깨알같은 재미일지도... 거기에다 출판사 편집부나 만화편집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잘 정리되어 나오니 이것도 또하나의 재미. 

다음 이야기인 3권, 제발 빨리 볼 수 있게 해주세요.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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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바케 4 - 더부살이 아이 샤바케 4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규은 옮김 / 손안의책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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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천살 먹은 대요괴의 손자이지만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밖에 없고,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무사했다면서 주변에서 기뻐하고, 이불에서 일어나면 병이 아니라고 사람들이 안도할 정도로 병약한 도련님 이치타로는 에도에서도 알아주는 운송업 겸 약재상 나가사키야의 후계자이다. 약재상의 주인으로 등록이 되어 있긴 하지만 워낙 허약한 탓에 늘 별채에서 조용히 요괴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도련님이 안뜰을 향한 툇마루에서 볕이라도 쬐는 날이면 '오늘도 건강하다'고 부모님이 안심하실 정도이니 도련님의 약골체질은 알아줄만 하다. 이런 도련님이지만 늘 집에서 책이나 보면서 지내는 건 아니다. 비상한 머리로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에도시대 이부자리 탐정인 것이다.

올해 열여덟살이 된 도련님은 최근 자주 열이 나고 아프다. 그래서 외출은 꿈도 못꾸고 집에서 자리보전하는 신세. 그래도 과자집 후계자 에이키치가 종종 들러 뭐라고 딱히 평가를 내릴 수 없는 만주를 선물로 주고 가지만 늘 집에만 있는 도련님 신세로는 유일무이한 친구가 에이키치이기도 하다. 그런 에이키치와 도련님이 사소한 일로 다투었다. 사과를 해야지 하면서도 서로 고집을 부리는 와중에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그러던 어느날, 도련님의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소식이 들려왔다. 바로 '고와이'란 요괴가 텐구에게 얻었다는 영험한 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직인에게 궁극의 기술을 전해준다는 신비의 비약. 에이키치에게 선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도련님은 '고와이'와 거래를 하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요괴들이 모두 '고와이'는 피하는 게 좋다고 하는데...

불행의 씨앗이라고 하는「고와이」는 늘 혼자 지내는 요괴이다. 태어날 때부터 그 존재를 부정당하고 거부당한 '고와이'. 그래서 그런지 '고와이'는 누군가의 곁에 있고 싶어 하면서도 의심부터 하고 마는 음울한 성격을 지녔다. 곁에 두면 연쇄적으로 해가 닥친다는 말에도 '고와이'를 보듬어 주고 싶어한 도련님의 마음도 몰라줄 만큼. 참 외롭게 살지만, 스스로 외롭게 살아가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고와이'. 그의 처지에 동정하다가도 그의 말본새와 행동에 등을 돌려버리게 된달까. 스스로의 문제가 뭔지 알면 좋을텐데, '고와이'는 그저 남탓만 한다. 사람들 중에서도 이런 사람 참 많지...

두번째 이야기인「분접지」에는 3권에 있는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두꺼운 화장녀 오히나가 또 나온다. 이번에는 오히나 자신의 이야기인데, 그녀가 화장을 점점 두껍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참 가슴이 아팠달까. 이런 오히나가 우연히 병풍요괴와 말을 나누면서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치유시켜 나간다. 차도남 스타일의 병풍요괴가 이번에는 치유계 요괴가 되었구나. 다시 봤어, 병풍요괴!

시리즈 앞 권에는 도련님 이치타로의 할머니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 하쿠타구인 니키치와 이누가미 사스케의 과거지사가 나왔다면 이번에는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이다. 다섯살 무렵, 아직 요괴들과는 말을 트고 지내지 않던 시기의 도련님이 풀어 가는 기묘한 사건 이야기인데, 어릴 때나 지금이나 변한 건 몸의 크기 뿐?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병약해서 아이들에게 이름보다는 '약골'로 기억되고 있지만, 비상한 머리를 이용해 기묘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꽤 의젓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요괴들에게 단서에 관한 조사를 시키지만, 어린 시절에는 또래 친구들에게 부탁을 하는 면이 다를 뿐이랄까. 어른들에게는 보이지 않고 아이들 눈에만 보이는 가게온나(그림자 요괴) 대추적극인「움직이는 그림자」는 도련님의 귀여운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로웠다.

3권을 보면 도련님이 슬슬 사랑을 할 나이가 아닌가 싶었는데, 4권에서는 드디어 결실이 맺어진 것일까? 도련님이 난데없이 요시와라의 아가씨와 도망을 치겠다는데, 이거 뭔일이죠? 요시와라는 에도시대 유곽이 밀집한 곳으로 이곳에 있는 아가씨라면 결국 유녀가 될 운명의 아가씨인 것이다. 헉, 도련님이 유곽에 드나든단 말이야? 도련님의 순수한 이미지가 와르르르르.... 무너질 걱정은 안해도 된다.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으니까.

오이란의 딸로 유곽에서 태어나 유녀가 될 운명을 타고 난 아가씨의 이야기는 역시 마음 아픈 소재이지만, 다행히 유곽 주인이 좋은 사람이라 아가씨를 몰래 요시와라밖으로 빼낼 계획을 세운다. 이 계획에 동원된 것이 도련님 이치타로인 것이다. 아린스코쿠라고도 불린 요시와라의 이야기와 그곳에 사는 유녀들의 이야기를 그린「아린스코쿠」는 평생을 유녀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아가씨들의 슬픈 운명에 가슴이 짠해진다.

표제작인「더부살이 아이」란 제목을 봤을 때는, 혹시 나카사키야에 더부살이 아이가 들어왔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라라 그게 아니네. 아이는 아이가 맞는데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아이 요괴, 즉 야나리 이야기였다. 그림상으로 보자면 야나리는 몸집은 아이처럼 작지만 얼굴은 영 아이같지 않지만, 뭐.. 그렇다고 치자.

도련님의 사랑과 귀여움을 받는 야나리 중 한 녀석이 미아가 되었다. 미아가 된 야나리가 다시 도련님을 만나기까지의 모험은 웃기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자신의 집에 있는 야나리의 목소리를 구별할 줄 아는 도련님의 능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혹시 도련님 귀는 소머즈 귀? 는 농담이고, 수많은 야나리 중 미아가 된 야나리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도련님은 정말 정이 많은 것 같아. 

4권의 이야기는 소외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고 할까.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며 살아가는 요괴 '고와이'도 그렇고, 두꺼운 화장으로 자신의 마음 속 아픔을 숨기고 사는 '오히나'도 그렇고, 요시와라에서 유녀로 평생을 살아 가야 할 짐을 진 소녀들의 이야기도 그렇고. 그래서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들이 사건 위주였다면 4권은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담아낸 에피소드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도련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역시 몸이 너무 약해 다른 아이처럼 지내지 못하는 도련님의 외로움과 또래 친구들과 만나 '가게온나' 사건을 해결하면서 행복해하는 도련님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지니까.
 
이렇듯 세상에는 슬픔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주고 어루만져주는 존재들이 있어 세상은 슬픔과 아픔, 외로움과 절망쪽으로만 기울어져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균형이 잘 맞아 돌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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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질려 1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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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하면 연상되는 동물은, 단연코 고양이이다. 동물 만화 중에 고양이 만화가 차지하는 비율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지만, 대부분의 고양이 만화는 작가가 직접 기르고 있는 고양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만화가들이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 이유는 뭘까. 고양이는 보통 한살 정도가 되어 성묘가 되면 놀랄만큼 조용하고 차분해진다. 그래서 늘 집에서 일을 하고 밤샘 작업이나 마감일에 미친듯이 몰아서 일하는 만화가들에게는 늘 발랄한 개들보다는 차분한 고양이가 있는 쪽이 더 낫지 않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도 있긴 하지만... 우리 고양이 중 티거는 아홉살이 되었는데도 여전히 아기 고양이처럼 굴고, 우리 보리처럼 사람이 안보는 곳에 가서 저지래를 하는 고양이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개보다 사고도 덜치고, 야옹하고 울어도 개가 짖는 소리보다는 소리가 작으니 작업하는데도 신경이 덜 쓰이고, 매일매일 산책을 시켜야 하는 개에 비해 고양이는 산책을 시키지 않아서 될지도 모르니 그런게 아닐까 싶기도... (아니면 어쩌지?) 말이 좀 길어지긴 했지만, 동물 만화 중에서도 유난히 고양이 만화가 많다는 걸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표지에 두리뭉실하게 생긴 녀석은 로즈라는 수컷 고양이로 작가가 길에서 업어온 아이이다. 원래는 키울 생각은 하지도 않았지만 - 이미 키우고 있는 고양이가 있었기때문 - 누군가(?)의 간절한 바람으로 데리고 오게 된 것이다. 뭐, 그런 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일테지. 인연의 무서운 점이라면 무서운 점일수도 있고. (쿨럭)

처음에는 오래 키울 생각이 없어 - 다른데로 입양보낼 생각이었음 - 장장 석달 동안 이름도 붙여 주지 않았지만 결국 로즈란 이름을 붙여주고 같이 살게 되었단다. 수컷과 로즈란 이름은 잘 안어울리는 것 같긴 하지만, 중성화 수술을 했으니 나름 어울리는 것 같기도. (혼자 열심히 납득 중) 로즈는 알레르기 체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작가는 수많은 건사료와 습식사료(통조림)을 바꿔 먹이고 그것마저 안되니 직접 고양이 밥을 만들기도 하고 부스럼이 많이 생길 때는 앞다리를 보호하는 보호대를 만들어 입히거나 엘리자베스 칼라도 직접 제작해서 씌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로즈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직접 펫샵에 가서 입양한 반려동물이 병에 걸리면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버리는 사람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길에서 맺어진 인연으로 처음에는 기를 생각도 없었지만, 돌봐 줘야 할 때는 확실히 돌봐 주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 진정 로즈의 반려인이 될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양이는 안질려』1권 역시 다른 고양이 만화와 마찬가지로 깨알같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다. 로즈와의 첫만남에서 시작해 로즈와의 일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건 역시 앵무새 모모와 고양이 로즈와의 동거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지인의 부탁으로 몇 달 동안 앵무새를 돌봐 주게 된 작가. 보통 고양이라면 새를 사냥감으로 인식할테지만, 로즈는 처음에 새를 공격하면 안된다는 교육을 받은 후로는 모모와 애매모호하게 사이좋게 지낸다. 앵무새도 꽤 간이 큰 게 아닌가 싶기도. 이상한 새와 이상한 고양이? (→ 작가의 말에 따르면)

그리고 뒷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가 남긴 선물 이야기, 로즈의 벌레 사냥 이야기, 새로 입양한 중고양이 스우쉬와 로즈의 만남에서 절친이 되기까지의 과정 등 로즈와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애교쟁이지만 궁극의 마마캣이자, 새와도 사이좋게 지내고 새로 온 고양이에게 꼼짝도 못하는 로즈의 공사다망한 나날들. 2권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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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 - 마침내 드러나는 위험한 진실
다니엘 돔샤이트-베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지식갤러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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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드는 의문은 원래 내가 사려고 했던 책이 맞는가 하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두 권의 책이 위키리크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기 때문에 - 부제는 다르지만 - 혹시 헷갈렸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단 끝까지 읽어 나갔다. 읽는 내내 내가 원하던 책이 아니란 생각은 들었지만, 나름대로 위키리크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내부적인 문제와 그들이 다루던 폭로 문건에 대한 이야기로 위키리크스의 겉모습뿐만 아니라 내면도 들여다본 느낌이랄까.

일단 내부적인 면을 보자면 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와 이 책의 저자 다니엘 돔샤이트 - 베르크의 첫만남에서 두명이 이 사이트를 운영해 가던 시절, 그리고 후원자들의 증가와 다른 멤버의 유입 등 위키리크스의 발전 과정과 더불어 줄리언과 다니엘이 어떤 식으로 엇갈리게 되고 결국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의 과정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이 폭로한 문서에 관한 이야기로는 스위스 은행인 율리우스베어 은행 케이먼 지점의 부정, 사이비 종교단체 사이언톨로지와 관련한 이야기,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관련한 이야기 등 위키리스크에서 폭로한 다양한 문건에 대한 이야기며, 언론사와의 정보 공유 등 다양한 외적 활동에 대한 이야기 등도 나온다.

하지만 읽으면서 좀 찜찜했던 부분은 저자가 위키리크스 사이트와 너무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인물인데다가 줄리언 어산지와 결국 등을 돌리게 된 사람이란 것을 생각하면 이야기 자체가 아무래도 주관적으로 흐르게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즉, 본인은 아무리 객관적 입장을 견지하려 해도 그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줄리언 어산지가 중후반부에 들어서면서 편집증 환자에 권력과 재력에 맛을 들여 위키리크스의 처음 설립 이념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간 인물이라는 생각만 들게 된다. 물론 줄리언이란 인물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한쪽만의 입장으로 씌어진 책이기에 위키리크스 내부 문제를 완벽하게 보여주지는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처음에 난 위키리크스가 위키피디아와 관련있는 어떤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을 만큼 위키리크스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런 면에 있어 이 책이 위키리크스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어떻게 운영되었으며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많은 대답을 들려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줄리언과 다니엘 사이에서 벌어지는 어떤 인간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 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결국 위키리크스에 정보를 제공하는 익명의 제보자들이 내부고발을 한 것처럼, 다니엘 역시 위키리크스의 내부고발자가 된 것이다. 그렇게 보자면 이 책은 위키리크스 내부 폭로 이야기라 봐도 무관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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