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바다 - 강제 징용자들의 눈물 보름달문고 37
문영숙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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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와 관련해서 위안부들의 이야기는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되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나 드라마같은 것을 통해 일본의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간간히 접했지만 그들외에 탄광이나 공장, 제철소등으로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접해 보지 못했다. 태평양전쟁의 발발 이후 일제는 군수물자를 대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식량으로 이용되는 쌀을 비롯해 가죽의 필요로 인해 개와 같은 동물들, 무기를 만들기 위한 금속이란 금속은 죄다 쓸어 모아 갔고, 그도 모자라 군수품을 제작하는 등의 인원보충을 위해 젊은이들도 많이 끌려갔다.『검은 바다』는 그중에서도 조세이 탄광에서 석탄을 캐기 위해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강재와 천석은 올해 열다섯 살이 되었다. 봄바람은 간지럽고 진달래는 흐드러지게 피었지만, 봄을 만끽할 여유라곤 없다. 일본이 전쟁을 시작하면서 군인들에게 먹일 쌀을 조선에서 모조리 쓸어 간지라 원래 봄에도 쌀밥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량이 넉넉했던 강재네 마을에도 쌀이라곤 거의 남아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달래를 먹으며 허기를 달래고, 나물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근근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강재는 어느날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듣는다. 창씨개명을 하지 않아 일본 선생에게 두들겨 맞은 후 멍한 상태로 지내는 형이 일본으로 끌려가게 생긴 것이다. 강재네 집에서는 형이 장남이니 강재보고 대신 일본으로 가라고 한다. 형에 대한 원망도 있었지만 2년만 다녀오면 면서기를 시켜준다는 소리에 강재는 일본으로 갈 결심을 한다.

강재와 천석이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은 짐짝처럼 취급되었고, 처음 타는 배안에서도 갇혀 있어야만 했다. 끼니를 때울 음식이라고는 콩깻묵이 대부분인 주먹밥. 하지만 기술을 배워 고향으로 돌아올 때는 면서기가 될 꿈에 조금만 참자고 결심하지만 어린 강재와 천석이에겐 처음부터 너무 가혹한 일밖에 없었다.

강재와 천석은 우베시 바닷가에 있는 조세이 탄광에서 석탄을 캐는 일을 하게 된다. 조세이 탄광은 바닷속에 탄광이 있는 곳으로 환경은 너무나도 열악했다. 어린 나이의 강재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일이지만 강재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 2인 1조가 되어 석탄을 캐고 나르고, 하루하루가 너무 고되기만 하다.

몇 달이 지난 후 강재와 천석은 이 탄광 수용소를 탈출하기로 마음먹는다. 폭우가 쏟아지던 날 강재와 천석은 탈출을 감행하지만 불어난 비와 콜레라에서 막 회복된 강재의 체력으로는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결국 이 강에서 강재는 천석이와 헤어지게 되고, 일본인들에게 끌려가 매를 맞는다. 탈출은 곧 죽음. 그러나 물자가 부족한 탓에 한명의 인부라도 더 살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 강재는 겨우 목숨을 건진다. 같이 도망갔던 천석이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렇게 또 고된 탄광 노동을 하던 어느 날. 무리하게 석탄을 캐내던 막장이 결국 무너지고 만다. 무너질 때 막장안에 있었던 사람들은 180여명. 그중 대부분이 조선인이었다.

혼란을 틈타 탈출에 성공한 강재는 천석이와 만나기로 한 제철소로 가지만, 그곳에 이미 천석이는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강재에게 호의적인 일본인이 나타나 그가 운영하는 철공소로 가게 된 강재는 천석이 나가사키의 조선소에 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동생인 연지 역시 방적공장에 강제 징용되어 갔고, 그후 소식이 끊겼다는 것도.

나가사키 조선소에 간 강재는 여전히 천석을 만나지 못한다. 그와중에 미국이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강재는 요행히 폭격을 피해 살아 남는다. 하지만 그곳은 지옥이었다. 도대체 전쟁은 누굴 위한 것일까.

귀선증을 얻기 위해 시체치우는 일까지 하면서 돈을 모으던 강재는 드디어 천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천석은 너무나도 변해있었다. 천석 역시 원폭 피해자로 한 손은 타서 오그라들고 정신적 충격까지 받은 상태였다.

천석을 데리고 가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을 한 강재는 드디어 조선으로 돌아갈 배를 타게 된다. 저 멀리 보이는 오륙도. 드디어 조선이다. 일본에 건너간지 2년. 그동안 너무나도 힘들고 절망적인 일을 겪었지만 이들은 드디어 꿈에도 그리운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아동동화를 통해 아픈 역사를 읽는 것은 역사책을 읽는 것보다 더 아프고 더 실감났다. 또한 그림 역시 판화같은 그림이라 그런지 더욱 눈에 쏙쏙 들어왔다.『검은 바다』는 강재와 천석이라는 두 소년을 주인공으로 조세이 탄광에 끌려간 강제징용자들의 이야기를 풀어 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외에도 창씨개명, 일본인보다 더 지독한 친일파 조선인들, 제철소나 조선소, 방적공장으로 끌려간 강제징용자들, 일본이 조선의 맥을 끊기 위해 설치한 말뚝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이야기까지 나온다. 타국에 끌려가 노예처럼 일하다가 희생된 조선인들의 이야기와 전쟁이야기를 동시에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많으며, 태평양 전쟁에 동원되어 남양군도, 팔라우, 사이판에서 총알받이로 죽어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또한 연지처럼 방적공장에 취직시켜준다고 해놓고 위안부로 끌려갔을 조선 여인은 얼마나 많을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또한 전쟁에서 패한 후 증거인멸차원에서 학살당한채 버려진 조선인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다 알지 못한다. 막연히 그 숫자가 많을 뿐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이 이야기가 때때로 방송에 나오거나 신문에 이런 소식이 실릴 때만 우리는 관심을 가진다. 같은 동포인데도, 우리는 그들의 아픔을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세이 탄광 수몰로 희생된 조선인들은 여전히 그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이렇게 타국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조선인의 수는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 정부는 친일파의 적산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일본의 사과도 제대로 못받아 내고 있다. 아픈 역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우리와 똑같은 피가 흐르는 내 동포란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표지, 책 본문 中(9p, 42p, 73p, 139p, 168~169p, 193p, 218~219p, 238p, 247p, 58~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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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츠키 4
타카야마 시노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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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도말 막부 순환전에서 야행과 요괴 누에의 공격을 받아 막부말 에도 시대와 비슷한 장소로 흘러들어오게 된 리쿠고 토키도키는 이곳에 이미 2년전에 왔다는 콘을 만나 그곳 생활에 적응해 나가기 시작한다. 토키의 앞에 나타난 텐구 본텐은 토키가 '백지인 자'라고 하며 무녀 긴슈와 자신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수수께끼같은 말을 남긴다. 아직 이곳에 대해 잘 모르는 토키는 일단 무녀 긴슈를 만나 그쪽 사정에 대해 듣게 된다. 긴슈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니혼바시로 향한 토키일행은 그곳에서 일어난 기묘한 사건에 휘말린다.

『아마츠키』 4권은 자신의 주인인 신수가 잘려나간 후 주인의 원한을 갚기 위해 야행의 힘을 빌어 요괴로서의 강한 힘을 행사하는 이마요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3권까지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결합되어 복잡하기 짝이 없었는데, 4권의 경우 대부분이 이마요 이야기랄까. 이미 요괴와 인간의 공존은 힘들어진 시대, 요괴에게도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서로 상생하는 법을 찾지 못한 채 극한으로 배척하는 요괴와 사람 간의 이야기를 보면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변한 게 없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야 인간이니 이런 경우가 닥치면 일단은 인간편을 들게 되겠지만, 요괴 쪽의 사정을 알게 되면 역시 토키처럼 갈등하고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야행의 힘에 츠유쿠사의 힘까지 빌려 주인 잃은 요괴들을 모아 주인의 원수를 갚겠다고 나선 이마요의 모습은 계속 끔찍하게 나왔지만 토키가 자신의 힘으로 천망을 새로 짠 덕에 이마요의 진짜 모습이 드러난다. 이렇게 작고 여린 존재가 원망과 원념에 쌓여 괴물이 되어가는 걸 보면서 참으로 안쓰럽고 가슴 아프다.

토키의 이런 행동이 인간들 입장에서 그다지 달갑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누가미가 붙은 혈통인 쿠치하역시 요괴는 무조건 퇴치해야한다는 입장이니... 음양료에서는 토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적이냐 아군이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빙돌려 협박아닌 협박을 하지 않나. 대신 본텐 이하 요괴들의 입장에서는 토키가 흐뭇해 보이고. 이래저래 요괴외 인간 사이에 껴서 고민이 가중된 토키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한편 무녀 긴슈는 일행이 니혼바시로 나간 사이 테이텐을 불러낸다. 간도 크지. 도대체 이 무녀의 속셈은 뭘까. 본텐은 지금의 테이텐을 없애고 토키를 테이텐으로 삼을 계획이라 하지, 무녀는 테이텐을 없애려고 하지. 마지막 장면은 테이텐의 공격을 받고 쓰러진 긴슈의 모습이 나오고, 토키의 안대에 무언가가 모여드는 것으로 끝나는데, 혹시 테이텐이 토키를 알아차리기 시작했나? 자신도 모르게 천망을 다시 짤 수 있는 힘을 가진 백지인 자, 백택이 되어 버린 토키의 앞날은 얼마나 험할지 참 걱정된다.  

5권은 긴슈와 본텐의 과거 이야기란다. 예전의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지내왔는지 무척 궁금하다. 웬지 친구였을 것 같기도 한데... 오호, 그렇다면 본텐의 어린 시절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 완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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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관람차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7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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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입에는 미소가 걸리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요즘 가족 이야기는 그런 느낌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들이다. 미나토 가나에의 신작『야행관람차』역시 가족 이야기를 다루지만 따스한 느낌의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 무참히 파괴된 가족의 이야기가 나온다. 도대체 이 가족은 왜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일까.

히바리가오카라는 고급 주택단지에 살고 있는 두 가족이 있다. 엔도 가족의 경우 아버지, 어머니, 딸로 이루어져 있고, 다카하시 가족은 부모와 2남 1녀의 가족 구성을 가지고 있다. 엔도 가족의 경우 히바리가오카에 살고 있지만 가장 작은 집에 살며 어머니 마유미는 마트에서 파트타임 일을 한다. 딸 아야카는 사립 중학교 입시에 실패, 지금은 시립 중학교에 다닌다. 다카하시 가족의 경우 아버지는 의사, 어머니는 주부이며, 첫째 아들은 의학부에서 수학중이고, 딸과 아들은 각각 사립 고교와 중학교에 다니고 있다.

엔도 가족의 경우, 딸 아야카가 입시 실패 후의 충격탓인지 늘 짜증내고 화를 내고 물건을 부수고 부모에게 함부로 대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늘 큰소리가 나고 물건이 부서지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네에서도 유명한 집이 되어버렸다. 한편 다카하시 가족은 엘리트 집안답게 모던한 주택에서 동화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나, 어느 날 밤 이 집안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피해자는 아버지, 가해자는 어머니. 도대체 아무 문제도 없어 보이는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동네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큰소리가 나는 엔도 가족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생겼지, 설마 동화같이 살고 있는 다카하시 가족에게 그런 비극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렇지? 가족이잖아. 아무리 화가 나도 죽이기까지야 하겠어? 보통은 다들 그런 법이야. 사건이 나는 집은, 가령 그게 돌발적인 행동이었다고 해도 심적으로는 분명 쌓아두었던 뭔가가 있을 거야. 그런 건 아무리 숨겨도 행동이나 말끝에 드러나는 법인데, 어째서 이웃들은 아무도 그걸 모를까? (123p)

이 부분은 이 소설에서 큰 의미를 차지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너무나도 평온한 가정, 잘 자라준 아이들이 있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가족은 이런 비극을 잉태할 씨앗을 조금씩 키워왔던 것이니까. 사실 가정사는 외부인이 알기 힘들다. 이웃의 경우에는 서로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 간의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 될 수 있기에, 섣불리 남의 일에 상관하고 싶지 않은 이상 모른척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그 대상을 대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 친한 경우라도 자기 가족의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이고, 그것은 그 가족과 관련 있는 친족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더 드러내기 힘든 부분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다카하시 가족의 경우 현재 부인인 준코는 재혼상대이고 전처의 아들이 큰아들이다. 준코는 전처에게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에 대한 극복을 자신이 낳은 아들인 신지가 해주길 바랐다. 이런 부모가 가끔 있는데 보통은 자신이 하지 못했던 것을 자기 자식이 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아이들 닥달하며 교육하는 경우가 있다. 이건 정말이지 굉장히 엇나간 교육방법인데 준코는 아이보다는 어쩌면 자신을 먼저 생각했기에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장남과 비교당하는 차남 신지는 고작 중학생. 중학생 입장에서 이런 것은 얼마나 부담스러운 일이었을까. 안타까운 것은 딸도 장남도 신지가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걸 몰랐다는 것이다. 특히 딸의 경우 한 집에서 생활하면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 이렇게 삐걱거리는 가족관계 속에서 그날 밤 일이 터져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경우 그저 신지를 편안하게 대해주고 싶었는데,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버지 히로유키가 아이를 포기해버린 것으로 받아들여 버린 것이다. 어찌보면 너무나도 단순한 이유이지만, 준코에게 있어 그것은 너무나도 큰 이유였다. 평소 이 가족 사이에 소통이 있었더라면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또한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다 듣고 있었던 엔도 가족이 그날 다카하시 가족을 찾아가 봤더라면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자신의 일에만 정신이 팔린 마유미나 아야카, 그리고 곤란한 일이 생기면 도망부터 치고 보는 아버지 게이스케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나 싶은 생각도 든다.

창문만 닫으면 바깥 소리는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집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다.
(37p)

비좁은 도로 하나 건너 앞집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지 텔레비전을 통해 알게 되었다. (45p)

가족간 소통의 단절로 인한 가족 붕괴, 이웃에 대한 무관심, 고급 주택지에 사는 사람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은 이들 가족 모두를 갉아먹는 요인이 되었다. 병적일 정도로 히스테리를 부리는 아야카 역시 일종의 피해자였으니까. 사실 엔도 가족 중 마유미와 아야카의 대립장면이나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드러나는 부분을 보면 이들 역시 서로의 마음의 소리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서로 자신의 일에만, 자신의 상처만 핥느라 서로가 상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고 있는지는 전혀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고지마 사토코라는 참견쟁이 할머니의 경우 역시 이웃과 소통을 원하기 보다는 그들을 감시하고 엿보는 일에 만족을 느낀다. 자신들이 일군 히바리가오카에 엉뚱한 사람들이 들어와 물을 흐려놓고 있다고 생각한달까. 아들이나 며느리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보면 이 할머니는 자신과 엔도 가족 · 다카하시 가족은 같은 곳에 살고 있긴 하지만 서로 다른 공기를 마시는 사람이라는 듯 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야행관람차』라는 다소 로맨틱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지만 그 내용은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파괴된 가족의 모습과 소통이 단절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른 사람들의 일에 관심을 보이는 것같아도 가십을 즐기는 것 이상은 아니며, 진정으로 소통하려하지 않는다. 이는 히바리가오카라는 고급 주택지란 장소로 인해 더욱더 부풀어만 간다. 아야카의 말대로 기울어진 세상인 것이다. 격차사회의 단면이라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대립과 갈등에는 이런 요소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격차사회라고 해서 단순히 재산 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이란 부분도 상당 부분 비중을 차지한다.

소설은 어떻게 보면 의외의 결말을 맞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작가가 이런 결말을 낼 수 밖에 없는 건 그래도 가정과 가족이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단위이자 구성원이며, 다른 어떤 집단보다 끈끈하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족인데, 라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세상이 변했어도 가족이란 건 변함없다, 가족의 역할은 변함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할 수 있겠다. 또한 진정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다른 사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은 어떤 트릭이나 미스터리 자체보다는 사람의 이야기와 사람의 마음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의 부재, 그리고 격차사회가 가져온 가정의 몰락과 인간관계의 파괴 속에서 각 개인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과 동시에 이렇게 무너진 가족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수복되는지를 함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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黑執事 (11) (コミック) 黑執事 (コミック) 11
樞 やな 지음 / スクウェア·エニックス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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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권에서 시작된 팬텀하이브가 연쇄살인 사건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10권의 결말부를 보아 하니 다 끝난 것 같았는데 말이지. 이번이 진짜의 진짜랄까, 즉 진상규명 파트다. 팬텀하이브가에서 발생한 세건의 살인 사건의 범인은 따로 있었다는 것인데, 허허참.

의사이자 작가인 아서는 팬텀하이브가를 떠나다가 머리를 관통하는 의문에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마주친 것은 믿을 수 없게도 두번째 희생자인 집사 세바스찬이었다. 너무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그자리에 서있는 세바스찬. 아서는 자신이 겪은 이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 좀 위험한데 싶었지만 웬일인지 시엘도 세바스찬도 아서의 의문에 대해 자세한 대답을 들려준다.

흑집사 11권은 팬텀하이브가 연쇄살인 사건 진상에 대한 다이제스트 판이라고나 할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봤던 사건의 모습과는 다른 사건의 뒷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세바스찬과 시엘 입장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앞에 나온 이야기에서는 알 수 없는 뒷이야기가 11권에서 자세히 밝혀진다.

살해당하는 역을 맡은 세바스찬과 세바스찬이 미리 의뢰해 둔 탐정 제리미가 같은 인물이다 보니 세바스찬이 해야 할 일은 몇배로 늘어난 셈. 세바스찬의 다양한 능력이야 이제껏 많이 봐왔지만 이번만큼 많은 일을 동시에 하는 건 처음 봤다고 할까. 시체가 되었다가 탐정이 되었다가는 기본, 그외에도 세바스찬이 수고한 것을 생각하면, 살포시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거리고 싶다. (사심작렬)


게다가 그와중에 길 잃은 고양이 가족 입양까지? 한마린줄 알았는데 그 뒤에 숨은 가족이 대가족. 고양이매니아 세바스찬이 비를 맞으며 떨고 있는 고양이를 모른체 할리 없지. 바쁜 와중에도 고양이 가족을 구해 자신의 방에 데려다 놓고 다시 시체로 둔갑. 정말 홍길동이 따로 없다. (참고로 세바스찬은 고양이를 몰래 기르고 있다. 시엘이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
 
그렇다면 진짜 범인은? 뭐 대충 예상은 했지만 역시 그렇군.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여왕님의 계략. 그 여왕님 참 까칠하시구려. 시엘의 능력을 재시험하는 것과 독일이 영국의 견제세력이 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이중 계획이었다, 랄까. 투실투실 사람좋은 얼굴을 해가지고서는 음험하기는. 대충 그 정도로만 이야기해 두자.

어쨌거나 세바스찬은 죽었기 때문에 장례식이 치러진다. 그러나 곧 부활. 팬텀하이브가 시중인들과 엘리자베스는 세바스찬의 부활에 울고 불고 정신이 없다. 뭐 어떻게 보면 세바스찬은 팬텀하이브가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할 수 있으니까. 세바스찬은 살짝 당황한 것 같지만 그다지 싫지는 않은 눈치랄까.

그리고 팬텀하이브가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왔다. 서커스단 사건을 읽은 분이라면 스네이크가 누군지 아시죠? 바로 그 스네이크가 이런저런 연유로 팬텀하이브가에 왔다가 세바스찬에게 붙잡혀 있었다. 왠일인지 시엘은 스네이크를 자신의 집 일원으로 받아들이기로 하는데, 시엘에게 이런 의외의 면이? 사실 팬텀하이브가로 쳐들어온 서커스단 단원들은 모조리 죽었으니까. 스네이크에게만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건지, 하여튼 따스하게 대해주니 일단 스네이크로서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 셈이니 그나름대로 다행(?)일지도.

11권 뒷편에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인체소생이 가능하다는 비밀학회와 관련된 내용인데, 요거 무지 흥미로울 듯. 거기에다 새로운 사신 로날드도 등장한다. 사신 로날드의 무기는 잔디깎이처럼 생겼는데, 이것도 사신의 낫이라니... 정말 낭만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볼래야 없군. (쳇) 그래도 로날드는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이것도 사심작렬)

마지막으로 책을 보다 미친듯이 웃었던 장면 하나만 공개.


비밀학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암호가 필요하다. 바로 그것이 불사조(피닉스)를 외치면서 저런 포즈를 잡는 것. 푸하하하핫... 시엘도 세바스찬도 얼마나 민망할까. 이러니 이걸 보고 있는 언더 테이커도 배를 잡고 웃지. 오랜만에 만나는구려, 언더테이커. 내가 당신의 팬이라오.

새로운 에피소드의 등장. 과연 인체소생술의 실체는? 12권은 여름에 만나볼 수 있다고. 여름아 빨리 와라~~~~ (더워도 참아줄테니!)

사진 출처 : 책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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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생일입니다.


올 한해도 그냥 건강하게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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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주일정도 늦었지만, 스즈야님 생일 축하드려요. 스즈야님도 저도 올 한해 그냥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길 바라며!

스즈야 2011-03-14 23:2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교님도 올 한해 늘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