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들어 가는 지구, 어떻게 살릴까요? 시공주니어 어린이 교양서 18
수잔 메러디스 지음, 김명남 옮김, 사라 로호 그림 / 시공주니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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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환경의 변화란 것을 많이 느끼지 못했지만 요즘은 부쩍 그 변화 속도가 빨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봄철에 간간히 발생하던 황사는 이젠 대표적인 봄의 불청객이 되었고, 사계절이 뚜렷하던 기후는 언제부턴가 봄, 가을의 날씨가 점점 사라지고 여름, 겨울만이 존재하는 느낌을 받는다. 또한 여름에는 장마기간 내내 비가 계속 내렸지만 이젠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고, 겨울에는 폭설이나 이상저온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의 여름 장맛비는 샤워기로 골고루 뿌려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양동이를 들고 곳곳에 산발적으로 들이붓는 느낌이다. 올 겨울 역시 혹독한 한파와 폭설로 인해 강원도 지방은 고립이 되었고, 산에 사는 동물들이 인가 근처에 출몰하는 일도 잦아졌다. 이런 현상은 모두 지구 온난화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그렇다면 지구 온난화는 무엇이고, 지구의 환경은 그동안 얼마나 변했을까.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이 책은 지구의 환경변화와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들, 그리고 정부나 국가 차원 뿐만이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부나 각국이 아무리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해도 개인들이 따라주지 않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병들어 가는 지구, 살릴 기회는 바로 지금 뿐일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등의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구온난화는 빙하의 소실과 기후 변화를 가져온다.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는 재생불가능 연료인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또한 이렇게 발생한 오염물질은 대기를 오염시켜 오존층을 파괴하고, 산성비를 내리게 하며, 스모그를 발생시킨다. 또한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은 대개 매립이란 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이 메탄 가스로 이 또한 지구온난화의 주범이기도 하다. 

화석연료의 경우 매장량이 정해져 있고 재생이 불가능한 에너지이다. 즉 언젠가는 고갈이 될 에너지로 석유 파동이나 석유를 둘러싼 전쟁은 이런 이유로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에너지원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에니지는 없을까. 친환경 에너지는 태양열, 광전지, 풍력, 수력, 메탄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 바이오 에탄올 등이 있다. 이들 에너지는 순수 자연의 힘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로 환경 오염 문제도 없고, 고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수력발전을 위해 댐건설을 할 경우 자연이 파괴되는 모순점도 분명히 있다. 

가정에서는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 대기전력 사용량 줄이기는 노력이 필요하고, 대기 오염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행기나 자동차처럼 오염물질이 많이 생기는 교통수단보다는 기차나 배, 버스 등을 이용하거나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나 도보로 다니는 것이 좋다. 또한 가정용 쓰레기를 처리할 때는 재활용을 위해 철저한 분리수거, 생분해성 쓰레기의 경우 퇴비로 활용하는 등의 방안을 실천해봄직 하다. 

지구는 대기만이 오염된 것은 아니다. 물의 오염 역시 심각해 전 세계의 바다에 150군데에 이르는 이른바 '죽음의 해역'이 존재한다. 이 바다에는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다. 물은 오염되고 비가 오지 않는 지역이 적어지면서 물부족으로 고생하는 나라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고, 이 추세대로라면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2/3가 물부족에 시달릴 것이라 한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처법으로는 세제 사용량을 줄이고, 물을 오염시킬 수 있는 것들을 분리배출하며, 평상시 물을 아껴 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어떨까. 단일작물 재배로 인한 농약의 과도사용, 유전자 조작 등은 돌고 돌아 결국 우리를 위협하게 될 것이다. 먹거리에서의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유기농 재배 식품, 식품운송거리가 짧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식품, 공정거래 식품을 사는 것이 좋다.   

인간이 점점 삶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야생동물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선의 남획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바다 생물의 수가 해마다 늘고 있으며, 단순히 미식을 위해 희생되는 바다 생물의 수도 적지 않다. 또한 각종 도로 등의 건설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되고, 밀렵이나 재미를 위한 사냥으로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의 수도 많다. 또한 새로운 종의 유입으로 생태계 교란이 일어나거나 생태계 파괴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황소개구리나, 뉴트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산호초 파괴, 바다에 불법 쓰레기 투기 등 역시 인간이 하고 있는 환경파괴 행동이다. 강과 바다, 숲, 그리고 그곳에 살고 있는 동물까지 인간의 손에 의해 죽어가고 있다.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은 인간도 살 수 없는 곳이라고 했다. 인간의 지나친 욕심은 지구를 병들게 했고, 그 결과 환경변화에 민감한 동식물부터 사라졌고, 이젠 인간마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생태계에 있어 생물의 멸종이란 건 진화의 법칙에 의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자연스러운 부분이지만, 환경파괴로 인한 멸종은 절대로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이미 인간은 지구를 많이 오염시켰고, 많이 파괴했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손으로 막을 수가 없지만, 환경재해는 인간의 손으로 막을 수 있다. 이젠 파괴의 힘이 아니라 보호와 복구의 힘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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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5 : 홋카이도편 2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5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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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내의 응원 덕분에 에키벤 전국일주에 나서게 된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큐슈, 시코쿠 · 츄고쿠, 간사이 지방을 지나 일본 최복단의 섬 홋카이도에 도착했다. 홋카이도 편은 총 3개로 나뉘어지는데, 홋카이도 여행은 하코네를 시작으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동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여행하고 있다.


지난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아내 유우코와 만나 특급 열차도 타는 등 사치를 부렸지만, 이번에는 나나와 동행이다. (나나는 큐슈편에서 나온 여성기자) 이번 여행의 특이점은 대자연과 함께 하는 에키벤 여행이랄까. 홋카이도는 면적이 넓기도 하지만 자연이 잘 보존된 곳이 많아 에키벤뿐 만 아니라 풍경을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졌다.

일단 다이스케와 나나의 여행 일정을 따라 가면서 본 눈에 띄는 관광명소랄까, 자연경관을 이야기해 볼까. 니캇푸역은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지은 한간관이란 곳과 가깝다. 한간관에서 바라보는 절경과 맛있는 에키벤, 환상의 조화였달까. 그러나 난 에리모 곶이 더 좋았다. 비록  초속 10m 이상의 바람이 연간 290일 정도 불어오거나 안개가 연간 108일 정도 끼는 곳이긴 하지만 탁 트인 경치가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 준다. 운이 좋은 경우에는 바다표범을 볼 수 있기도 한 곳이다. (안타깝게도 나나와 다이스케는 바다표범을 보지는 못했다) 에리모곶에 있는 바람의 관은 망원경으로 경치를 구경하거나 에키벤을 먹으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다. 에리모곶에서 히로오역으로 가는 길에는 '황금도로'라는 재미있는 이름이 붙은 도로가 있는데, 진짜 황금이 묻힌 땅이 아니라 워낙 지형이 좋지 않아 황금을 들이붓듯 해서 건설된 도로란 뜻.

앗케시역을 지나 네무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염수호인 앗케시 호가 나온다. 이곳에는 굴껍데기가 쌓인 산호섬이 60여개, 식물군락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이다. 또한 베칸베우시 습원은 선로 이외에는 인공물이 전혀 없는 곳이다. 즉, 기차가 다니는 자리를 제외하고는 자연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다. 네무로역에서 내리면 일본의 최동단인 노삿프곶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 보이는 키이가라 섬은 2차 대전에서 패망한 일본이 러시아에 주권을 빼앗긴 곳이다. 나나의 경우 러시아에 섬을 빼앗긴 것으로 분하다고 하지만, 한국인인 나로서는 너희는 우리나라 전체를 식민지로 삼았거든, 이라고 말하고 싶었달까. 쳇. 

쿠시로 역에서는 JR 홋카이도 노롯코를 탈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쿠시로 습원 노롯코, 가을에는 쿠시로 온천 단풍 노롯코, 겨울에는 오호츠크 유빙 노롯코로 이름을 바꿔 다는 관광노선이다. 이들이 탄 것은 쿠시로 습원 노롯코. 쿠시로 습원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은 면적만 26.861헥타르. 엄청난 넓이의 습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본의 특별 천연기념물인 두루미까지 볼 수 있다. (우리는 일광에서 많이 봤지) 특히 카야누마역은 일본 유일의 두루미가 오는 역으로 이곳 지역농가의 보살핌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티비에서 두루미가 오는 마을에 관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혹시 여기였나? 이외에도 북방 여우라든지 홋카이도 사슴도 가끔 눈에 띈다고. 역시 대자연이 살아있는 홋카이도, 라는 느낌이랄까. 

하야코시미즈 역에서는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바로 DMV(미니버스로 듀얼모드 비히클)라는 것인데 이는 철로, 도로 양용이다. 수륙양용 자동차는 봤지만 도로, 철로 양용은 처음. 완전 신기하다. 지금은 운행하지 않는다고. 

아바시리에서는 유빙을 볼 수 있었다. 열차로는 유빙 토롯코호란 관광노선이 있으며, 1월에서 4월까지는 관광 쇄빙선 [오로라]호가 항해한다고. 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특급을 한 번 타는 데 그 이름은 유빙특급 [오호츠크의 바람], 하이덱커 차량이다. 일본인들은 정말 열차 이름까지도 감각적이란 말야. 이런 건 참 부럽다. 

하지만, 일본 역시 열차 손님들이 많이 줄어 들어 폐선 되는 노선이 점점 늘어간다고 한다. 이번 여행에서 폐선된 건 히로오, 코후쿠, 치호쿠 고원철도, 고향 은하선, 시베츠 선 등이다. 일단 폐선되면 다시는 살아나지 않는 철도. 요즘은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다시 열차를 타자는 운동이 생기도 있다지만,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고속도로 내는 재미에 - 사실은 건설사 배불리기 - 고속도로만 자꾸 늘고 있다. 고속도로의 문제점과 열차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는 다이스케 아저씨 화이팅! (사실 이것 말고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매력은 0점)


에키벤 여행이니 에키벤에 대해서도 알아 봐야겠지? 일단 제일 처음 나온 연어초밥. 나도 연어초밥을 엄청 좋아하는데, 역시 연어초밥은 기름기가 자르르르 도는 고소한 맛이 일품. 나나가 먹은 연어초밥은 은대구초밥과 함께 들어 있는데, 이 초밥의 특징은 자투리 고기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덧붙여진 살이 보인다. 음식은 절대로 낭비하면 안된다는 에키벤 상점의 철학이 엿보인다.우리나라는 반듯반듯한 초밥만 나오는데 혹시 다른 부위는 다 버린거야? 

토키치 수확 도시락은 토키치에서 나는 식재료를 이용한 도시락이다. 그래서 수확이란 말이 붙었구나. 호오. 또한 따끈따끈 돼지고기 덮밥의 경우 보온재가 들어서 따끈한 도시락을 즐길 수 있다는 게 특징. 김이 슈욱하고 빠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대부분 도시락은 차가운 것이 많은데, 가끔 이런 따끈한 도시락을 보면 더 군침이 돈다니까.

앗케시역에서 파는 에키벤은 굴을 재료로 한 도시락. 앗케시란 말은 아이누어 앗케시이에서 따온 것인데 이는 굴이 있는 곳을 뜻하는 말이다. 쿠시로 역의 소라게 초밥은 게의 다릿살이 세개나!? 혹시 우리나라로 치면 대게급일까나? 밥 위를 완전히 덮는 사이즈의 게다리살에 찢어서 넣은 게 속살까지, 다양한 게맛을 즐기는 게 포인트. 이 소라게 초밥의 경우 에키벤 대회에 나갈 때 마다 베스트 10위안에 드는 인기 초밥으로 2006년에만 매출액이 3,000만엔을 넘었다고. 와우, 엄청나다. 쿠시로역의 정어리 쌈초밥도 엄청 맛있을 것 같아서 침이 꼴깍. 역시 홋카이도는 신선한 해산물이 많으니 해산물로 만든 도시락이 주종을 이룬다.

아바시리역의 오호츠크 호화 도시락은 덮밥 4종류가 한세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연어덮밥, 가리비덮밥, 연어알덮밥, 게덮밥이 바로 그것이다. 한번에 네가지 덮밥을 맛보다니, 아이디어 참 좋은 듯. 나도 덮밥종류를 좋아하는데, 자꾸만 눈이 그리로 간다~~~ 참, 미니버스인 DMV를 타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도시락도 있는데 그건 3종으로 구성된 도시락이었다. 일명 에키벤 'DMV 트랩박스'라고 하며 돈까스덮밥, 해산물덮밥, 소고기덮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품식으로 덮밥만 한 게 없지. 암만.

키타미역의 가리비 덮밥과 북쪽의 사계절은 미소시루가 딸려 있다는 게 특징. 아무래도 추운 곳이니 만큼 따끈한 국물이 있어야 제격이지. 가리비덮밥은 가리비조림이 아니라 가리비까스가 들어가 있는 게 특징이고, 북쪽의 사계절은 정말 사계절을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조리한 도시락이다. 반찬 가짓수가 무척이나 많달까. 반찬이 다양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을 듯.

홋카이도 2편의 에키벤은 대부분 해산물을 이용한 도시락이었지만, 토키치 산 소고기를 이용한 에키벤이나 오비히로, 마슈에서는 돼지고기를 이용한 도시락도 있었다. 뭐, 오야코돈도 팔긴 하두만, 홋카이도까지 가서 굳이 오야코돈을 먹을 필요는.... (푸핫) 그래도 역시 제일 눈이 가는 건 연어가 들어간 도시락과 게가 들어간 도시락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굴이나 가리비같은 패류는 별로 안좋아한다) 멋진 풍경과 살아있는 자연을 보면서 즐기는 에키벤 여행. 이것은 역시 홋카이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사치가 아닐까 싶다.

홋카이도 여행은 다음편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에키벤이 기다릴지, 또 어떤 멋진 풍경이 기다릴지 완전 기대!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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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기도연대 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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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자작이자 현재 재벌가의 아들 에노키즈 레이지로는 장미십자탐정 사무소의 탐정. 그의 능력은 다른 탐정과는 달리 다른 사람의 기억을 보는 것이다. 이런 특수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천성이 그러한지는 몰라도 에노키즈는 비범하지만 무례하고, 방약무인하며, 거칠 것이 없고, 오만불손하다. 이목구비는 서양인처럼 수려하지만 하는 행동은 조금은 바보같기도 하다. 조사, 수사, 추리는 웬말이냐,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속전속결로 사건을 끝낸다. 때로는 불량배를 능가하는 폭력을 휘두르며 사건은 해결이 아니라 분쇄를 하고, 악당은 구제가 아니라 섬멸을 하자는 주의랄까.

이런 에노키즈를 당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있긴 있다. 에노키즈와 대등한 사람은 바로 고서점 교고쿠도의 주인이자 신주인 추젠지 아키히코. 이 사람 역시 특이한 사람으로, 기인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인데 두뇌명석, 박학다식, 그리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 조금만 인상을 써도 상대방은 무서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얼굴 표정을 하고 있다. 게다가 무서운 경찰 기바에 바보취급을 받는 작가 세키구치까지, 에노키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인들 뿐이다.

이런 기인들 사이에 범용한 자가 끼면 정신 못차리고 휘둘리게 마련.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예전 사건을 계기로 에노키즈의 하인이 되어버린 모토시마는 교고쿠도의 충고를 받잡아 에노키즈를 멀리 하려 하지만 이거 웬일, 또다시 에노키즈와 연관된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충고는 충고, 운명은 운명이려나? 에노키즈같은 바보와 어울리면 어울리는 사람도 바보가 된다는 교고쿠도의 충고대로 바보가 옮아 버린 모토시마는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일에 자꾸만 얽혀들어가는 비운의 사나이랄까.

모토시마는 교교쿠도의 세키구치같은 인물이랄까. 즉 사건에 전혀 상관없고, 상관해서도 안될 사람이 낀 형국이다. 물론 에노키즈에게 자신의 사촌여동생 사건을 의뢰한 일로 인해 어느새 에노키즈의 하인이 되어버렸지만, 다른 사건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모토시마는 전편인『백기도연대 雨』에서는정계와 재계의 독직과 탈세를 적발한 나리가마 사건, 고미술품 위조 사건이 발단이 된 가메오사 사건, 미술품 절도단을 일망타진한 야마오로시 사건에 휘말려 고생아닌 고생을 하더니만,『백기도연대 風』에서는 죽은 자가 캉캉춤을 추며 나타나고 마네키네코가 주요한 단서가 되는 오덕묘 사건, 영감(靈感) 탐정 간나즈키의 함정에 걸린 운외경 사건, 그리고 봉인이 풀린 저주의 가면 사건인 면령기 사건에 또(?) 말려든다.

특히 간나즈키 탐정이 등장하는 운외경 사건에는 납치 · 감금되는 수모를 겪다가 나중에는 살인용의자로 지목되는 등 정말이지 보통 사람이라면 평생을 살아도 연루될 가능성이 0.1%도 안되는 그런 사건에 턱하니 걸려 든다. 모토시마 바보급인 또 한명의 사나이 마스다는 면령기 사건에서 절도범으로 수배되는 등 이번에는 특히나 에노키즈 주변 사람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면 에노키즈는? 휭하니 사라졌다가 와하하하하핫 하는 바보 웃음을 터뜨리며 나타나 악당들을 쳐부순다. 특이 면령기 사건에서는 마네키네코 도둑으로 변신하거나 도깨비들을 무찌르는 등 나름 바쁘게 보내긴 하지만 모두 자기 즐겁자고 하는 일이지, 모토시마나 마스다처럼 주변 사람이 고생하는 것처럼 고생하는 일은 전혀, 절대 없다. 즉, 결정적인 순간에 짠 하고 나타나 악당들을 쳐부순달까. 물론 그의 능력을 통해 많은 것을 알아내고 사건을 해결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의 주된 일은 악당 섬멸이다.

교고쿠도는 이들 사건의 배후를 짐작하고 사건의 배경을 추리한다. 역시 안락의자탐정 타입이다. 앉아서도 천리를 내다보는 신선같달까. 물론 아주 움직이기 싫어하는 교고쿠도도 가끔은 직접 움직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신주로서의 그의 능력을 보지 못해 좀 안타깝긴 했지만, 역시 날카로운 눈으로 사건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들을 꿰뚫어 보는 추리 능력만큼은 탐정보다 더 탐정답소이다.

근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 갸우뚱했던 것 하나는... 나름 유머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었단 것. 원래부터 그랬나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교고쿠도의 장광설 -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주느라고 - 때문인지 그다지 유머스러운 장면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몇 군데서나 웃음을 터뜨렸다. 음, 이건 설명하기 좀 어렵지만, 문맥 속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한다고 설명할 수 밖에 없음. 물론 에노키즈가 모토시마의 이름을 여러 가지로 바꿔 부르는 것도 재미있었다. 특히나 분자에몬, 겐노스케 같은 옛날 무사의 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하는 데서 빵 터져버렸다. 분자에몬이 뭐야, 도대체. 에도시대 사무라이 이름같소. 게다가 곤잘레스는 또 뭐람. 사실 모토시마의 정확한 이름은 제일 마지막에 딱 한 번 나왔다. 도시오였군요, 모토시마씨. 근데 에노키즈는 사람 이름을 정말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걸까. 난 일부러에 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름을 바꿔 부르긴 해도 똑같은 이름으로 부르는 건 한 번도 못봤거든. 비범하지만 특이한 사람이야, 정말. 매번 다른 이름으로 바꿔 부르는 것도 참 힘들텐데 말이지.

오덕묘 사건, 운외경 사건, 면령기 사건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도 이 작품의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난 오덕묘 사건이 재일 흥미로웠는데, 마네키네코의 역사와 고양이 요괴 이야기 등이 나오니 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지. 나머지 두 개의 사건은 매우 재미있단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었다. 결국은 한 영감의 수작이었단 말이죠.

에노키즈가 중심이 되는 백기도연대 시리즈는 이 두 권으로 끝~~ 뭐, 에노키즈 시리즈라 해도 에노키즈의 등장 분량은 적지만. 물론 교고쿠도 시리즈 역시 교고쿠도의 등장 분량은 적다. 에노키즈나 교고쿠도나 등장 분량은 조연 정도의 분량이지만 역시 등장 씬을 보면 대형 스타의 분위기가 팍팍 느껴진달까. 또다른 사건에서 이들을 다시 만날 것을 (혼자) 약속하며. 다음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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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이 자라날 때 문학동네 청소년 4
방미진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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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아이들을 보면서 순수하고 순진하고 밝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면서 나도 어릴 때는 저랬는데, 라는 생각을 하며 현재의 상황에 대해 조금은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난 이제 더이상 아이 때처럼 순진하지도 순수하지도 밝지도 않아, 난 세상의 때가 많이 묻은 어른이야, 라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정말 아이들은 그저 밝기만 한 존재들일까. 장담컨대, 어린 시절의 나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고 있었지, 그저 밝고 명랑한 존재만은 아니었다. 그렇게 본다면, 어른들은 자신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니까 자연스레 아이들은 당연히 발고 명랑하고 순수하고 순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어른과 아이의 다른 점은 욕망에 얼마나 솔직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어른이 되면서 자신의 욕망은 점점 숨기게 되지만, 아이 때는 자신의 욕망에 대해 순수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때로는 그런 모습이 잔혹해 보이거나 잔인해 보이기도 한다. 순수할수록 잔혹해진다, 라는 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때때로 그런 점을 느끼게 된다. 호기심 역시 잔혹함을 부를 때가 있다.『손톱이 자라날 때』는 그저 밝고 명랑하고 순진하고 순수할 것만 같은 아이들의 어둠이 깃든 내면에 관한 이야기이며 총 다섯 편의 단편은 아이들이 접하고 사는 다양한 상황에서 아이들의 어둠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거기, 누구니? - 하얀 벽

중학교 2학년인 민희는 자타공인 예쁜 아이이다. 하지만 시쳇말로 공주병 증상이 중증인데다, 다른 아이가 자신보다 더 나은 점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세상의 중심은 자신이 되어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독점해야 직성이 풀린다. 이렇다 보니 교우관계가 원만할리 없다. 민희와 희진, 영주는 친구사이이긴 하지만 딱히 절친이라고 불릴 사이는 아니다. 민희에게 있어 친구는 희진이 하나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자신이 속한 그룹의 친구들은 오히려 희진이와 더 친한 듯 하니까.

이렇게 어중간한 친구관계를 맺고 학교 생활을 하던 민희는 어느날부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뭔지 잘 모르겠지만 자신을 스멀스멀 잠식하는 기운이. 이런 상황에서 민희에게 악의가 가득한 편지가 도착한다. 도대체 누가? 민희는 점차 공포와 분노의 감정, 그리고 이러다가는 혼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데...

하얀 벽에 나오는 민희는 주위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아이이다. 무조건 자신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자신에게로 쏠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친구를 무시하거나 배척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자신보다 매력적인 친구가 있으면 어떻게든 깔아뭉개고 싶어한다. 민희의 짝 기주는 민희의 친구였지만 어느샌가 민희에게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아무런 저항없이 모든 걸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주는 어느날 사라지게 되고, 민희는 그제서야 자신이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자신이 따돌려 혼자가 된 아이들, 교실의 책걸상 취급이나 벽취급을 당했던 아이들.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들려주었고, 그 아이의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았던 민희. 그 아이들은 민희에게 있어 그저 '벽'같은 존재일 뿐이었다.

때로 이런 생각이 든다. 어른들 사이에서도 이런 관계는 존재한다고. 어른들의 그룹에서도 주목받는 누군가가 있다면 정말 물건처럼 존재감없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원해서 존재감이 없이 사는 경우도 있겠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란 것을 생각하면 대부분 그걸 원하지 않는데도 그렇게 되어 버린 경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외로운 존재가 되지 않으면 그 사람들의 외로움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우리들. 자기자신만 바라보면 주변이 보이지 않는다. 자기자신만 신경쓰고 살다보면 당연히 주변에 소홀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하얀 벽만이 나를 둘러싸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 역시 하얀 벽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삶 - 난 네가 되고

지영이와 주영이는 쌍둥이이다. 하지만 여느 쌍둥이와 달리 이 둘은 사이가 너무나도 안좋다. 그래서 매일 싸우게 되지만 어째서인지 주변 사람들은 모두 주영이 편만 들고 주영이만 좋아한다. 가족 모두 외출을 나가게 된 날 차안에서 큰 싸움이 벌어지고 이 싸움은 결국 교통사고로 이어진다. 눈을 뜬 지영은 자신만이 유일한 생존자란 사실을 알게 되고, 이제부터는 주영이로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아무리 사이가 좋지 않은 형제자매일지라도 그 아이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까? 난 내 여동생과 나 둘뿐이라 싸웠다 친해졌다를 반복하긴 했어도 그런 생각까지는 안했다. 쌍둥이는 더 친하게 지낸다는데 도대체 지영이와 주영이는 왜 그런 걸까. 지영이의 눈으로 본 주영이의 모습은 지영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깔보고 살아가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영이의 일방적인 시선으로 주영이를 판단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오히려 교우관계도 좋고 인간관계도 좋은 건 주영이었으니까.

지영이는 주영이를 너무 질투했기 때문에 자신의 매력이 뭔지, 자신의 가치가 무엇인지 잊고 살았던 건 아닐까. 나는 나, 주영이는 주영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이렇게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학생인 지영이 입장에선 이러한 것들이 차별이라 생각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주영이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어린 나이에 이토록 큰 분노와 원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지영이, 그 아이가 너무나도 가엽다.

끈질기게 따라 붙는 - 붉은 곰팡이

한가족이 가난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작은 가게도 집도 잃고 반지하 방으로 이사하게 되었지만, 그곳은 너무나 음습한 곳이었다. 습기가 많아 공기는 축축하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어 있어 숨쉬기도 어려울만큼 공기가 탁했다. 이곳에서 살면서 가족들은 점차 변해갔다. 엄마는 짜증과 분노로 히스테리를 부리고, 말이 늦었던 동생은 배운 말도 잊어버렸고, '나'는 점점 우울한 아이로 변해갔다. 아버지는 원래 세상만사 느긋한 사람이라 스스로 뭘 할 줄도 모른다.

가난이란 것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고들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아버지가 그런 사람이다. 뭔 일이든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도 없고, 자신이 직접 나서서 뭔가를 수습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다. 집안의 가장이 이렇다 보니 이제껏 악착같이 살아왔던 엄마 역시 모든 것을 포기해버린듯 살아가고, 그때문에 동생은 방치상태이다. 

가난이 가족의 몰락 혹은 붕괴를 가져오는 경우가 꽤 많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그 가난이 곰팡이란 것으로 드러난다. 반지하의 습한 방, 없애도 없애도 자꾸만 생겨나는 곰팡이는 이들 가족의 앞에는 가난이 계속 따라붙을 것이란 것을 암시한다. 곰팡이처럼 살아, 라는 아버지의 말이 참으로 무섭다. 끈질기게 살아남으란 이야기겠지만, 꼭 곰팡이여야만 했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 - 손톱이 자라날 때

책 표지를 보면 예쁜 그림이 보인다. 손톱이 자라나 꽃나무가 된 그림인데, 아이의 표정은 묘하게 어둡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에 등장하는 유지의 손톱은 꽃나무처럼 예쁜 것이 아니라 남을 괴롭히고 못살게 구는 마녀의 손톱이 되어 가기 때문이다. 유지는 처음에는 다른 아이들이 자신을 무서워할 장치 정도로 손톱을 기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이 손톱은 다른 아이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무기가 되어 간다. 이런 행위는 점차 멈출 수 없게 되고, 결국엔 일부러 한 아이만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 아이만 보면 괴롭히고 싶어지는 것이다. 자신의 손톱을 이용해서.

또래집단에서 일어나는 집단따돌림 문제는 사회문제로까지 발전했다. 중고교생들은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틀안에서 자신들이 사육되고 있다고 여긴다. 그러한 분노를 어른에게 풀 수 없어 또래 아이들에게 푸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것은 결국 서로에게 고통을 가져올 뿐이다.

나누어야 할 것은 마음 - 고누다

고누다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그건 바로 인간이나 동물처럼 살아있는 것을 둘로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살아있는 것에만 적용되고, 금세 둘이 합쳐지며, 한번 실행된 것은 두 번 다시 나누어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지만, 고누다는 늘 새로운 대상을 찾아내기 때문에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고누다가 나눈 것은 같은 반의 보라라는 아이로, 보라 2를 만들어 자신의 방에서 지내게 하고 있다. 친구가 필요하단 이유로 그렇게 만들었지만, 고누다는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언젠가 진짜 보라에게 먹히도록 하면 보라 2는 자연스럽게 사라질테니 아무 걱정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일까. 대상이 둘로 나뉘어졌을 때 상대를 잡아먹는 것은 진짜였을까. 보라2는 말한다. 가짜는 진짜에 대한 분노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짜보다 힘이 세다고. 결국 고누다가 나눈 생명들은 모두 진짜가 잡아먹히고 가짜만 남은 것이라고. 그리고 남은 가짜들은 평생 자신이 가짜라는 고통스러운 사실을 머릿속에 간직하고 살아야 한다고.

고누다는 변명한다. 난 사실 내 것이 가지고 싶었을 뿐이라고. 강아지도 고양이도, 친구도. 하지만 내 것을 가지고 싶다는 욕망을 그렇게 실현하는 게 옳았을까. 마음은 나누는 것이다. 자신의 친구가 필요하면 마음을 나눠야 하는 것이다. 고누다는 그걸 몰랐다. 자신이 가짜로 바뀔 때에 겨우 깨닫게 되었지만, 이미 예전의 고누다는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보고 느끼고 만드는 어둠

다섯 편의 이야기는 모두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내재된 어둠이 발현된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밖에 모르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 생각하고, 필요에 따라 친구를 사귀다 버리는 민희의 경우 주변 친구를 벽처럼 만들었고 벽처럼 대했다. 쌍둥이 자매를 질투한 나머지 그 아이가 되겠다고 생각한 지영이는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모순에 빠졌다. 처음에는 울컥하는 기분에 시작된 따돌림은 결국 멈추지 않는 분노의 수레바퀴가 되어 유지의 숨통을 죄어 온다. 고누다는 친구가 가지고 싶었고 자신만의 것이 가지고 싶어서 살아있는 것을 둘로 나누다가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 아이들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된 어둠에 마음이 먹혀 버렸다. 어찌보면 처음에는 순수한 욕망에서 시작되었을지는 몰라도 결국 그것은 집착이란 것으로 변형되었고,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상처입히게 만든 것이다. 붉은 곰팡이에 나오는 소녀의 경우 가정 환경의 변화때문에 타의적으로 어둠에 밀어 넣어진 경우이지만, 결국 그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어둠에 잠식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욕망은 순수하다. 그래서 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때로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자신의 욕망에 오히려 끌려가기도 한다. 보통 아동문학이나 청소년 문학은 어둠을 일정 부분 그리고 있어도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손톱이 자라날 때』는 철저하게 어둠에 관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나오는 설정들이 판타지적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판타지적 성향은 일상이 비일상적인 것으로 어그러져 가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만든 어둠의 늪에 점차 빠져들어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평범한 일상이 비일상으로 바뀌어 어그러져가는 것을 보면서 오싹한 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절망하고 후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안쓰럽고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구조와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규칙이 아이들에게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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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리빵 2
토리노 난코 지음, 이혁진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일본 토호쿠 지방 이와테현의 한 베드타운. 그곳에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한 만화가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토리노 난코. 그녀가 들려주는 자연과 더불어 가는 삶과 귀여운 들새들의 따스한 이야기 제 2편.

새라는 뜻의 토리와 빵을 합쳐 만든 신조어(?) 토리빵은 새들의 모이용으로 준비한 빵을 의미한다. 빵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빵의 겉부분을 모은 것으로 집에 있는 모이터나 호수에서 새들에게 먹이로 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이야기는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 겨울 분량이 가장 긴 편인데, 그도 그럴 것이 토호쿠 지방은 겨울이 아주 길기 때문이고, 들새들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것 역시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이기 때문이다. 가을같은 때는 먹이가 풍부해서 민가까지 잘 안내려온다고. 산에 먹을 것 천지인데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민가에 내려올 필요는 없단 뜻일지도.

가을편은 그래서 새들 이야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작가의 아버지께서 산에 가서 버섯을 해오신다거나 하는 그런 것. 그런 이야기 중에는 귀신호두, 산밤 등 가을에 산에서 수확할 수 있는 열매에 관한 에피소드도 있다. 뭐랄까, 자연이 가깝지 않으면 절대로 맛보지 못할 맛들에 관한 이야기랄까. 나도 시골에 가거나 산에 가면 산나물이나 산열매를 주어오곤 하는데, 그런 거랑 비슷한 것이겠지?

그리고 가을에는 겨울에 찾아올 새들을 위해 먹이터 정비를 미리 해둔다고. 민가 주변에 사는 새들이 일단 많이 와야 들새들도 안심하고 찾아온다나. 작가의 말에 따르면 지역주민에게 평이 좋아야 관광객도 찾아오는 이치란다. 즉 지역주민은 참새같은 새들, 관광객은 들새들?


토호쿠 지방은 겨울이 빨리 오고 봄이 늦게 온다. 이렇게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찾아오면서 이곳의 겨울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 그림을 보고 빵~ 터졌다. 코샤크 댄스를 추면서 우글우글 몰려오는 한랭기단. 작가의 상상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笑)

겨울편에서는 일단 카마씨 이야기 먼저. 카마씨는 누구냐. 사마귀 여사되시겠다. 작가는 수컷 사마귀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을 낳는 걸 보고 암컷인줄 알았다고. 하여튼 이 카마씨와 약 1달간을 함께 보냈다고. 사실 사마귀라고 하면 나도 고개를 휘휘 젓는 곤충이긴 하다. 솔직히 생김자체가 비호감이잖아! 그래도 작은 사마귀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다 큰 사마귀를 집에 데리고 와 먹이를 챙겨먹이며 보살피는 작가는 좀 독특한 면이 있구나 싶지만, 새를 좋아하고 고양이나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마귀도 좋아할 수 있으니까 하고 납득을 해버리고 있다. (난 정말 납득을 잘 하는지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카마씨와의 추억을 간직하게 된 작가. 카마씨의 아기들은 잘 부화해서 잘 살아갔겠지?

1권에서의 표지모델은 건방진 눈을 하고 있는 녹색딱따구리 폰짱. 2권 표지 모델은 개똥지빠귀 츠구밍이다. 가난뱅이 습성이 몸에 배어 있고 날기보다 걸어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츠구밍은 봄이 되면 시베리아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난 겨울부터 계속 그곳에 머무르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외의 새들로는 역시 정월초부터 나타난 녹색딱따구리 폰짱, 직박구리 히요짱 등 다양한 들새들이 등장한다. 그래도 제일 귀여운 건 역시 보송보송한 털의 오목눈이. 앞발과 귀만 달아주면 영락없는 햄스터라나? 또한, 오색딱따구리 펜짱, 오종종 가지에 매달린 참새들 하며, 물까치 하며, 호수에 있는 백조와 오리들까지, 다양한 새들이 등장 갖가지 에피소드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의 어린시절 겨울 보내기 에피소드도 무척 재미있었다. 쌀봉투를 이용한 눈썰매 복장 제작(?)이라든지,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 등. 그러고 보니 나도 어린 시절엔 겨울이 전혀 춥지 않았다. 물론 춥긴 추워도 놀때는 추운 줄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난다. 특히 뒷산에 올라가 비료포대 타고 눈썰매 타기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짜릿. 역시 어린 시절엔 이런 추억이 하나둘 쯤 있어야 좋지~~


봄(3월)이 되었건만 여전히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아침, 새들은 모이터 주변에서 바쁘게 아침 식사중이시다. 정규멤버 전원집합 조찬회 개최 중!? 왼쪽 밑이 개똥지빠귀 츠구밍, 오른쪽 밑은 참새, 그위엔 물까지, 모이접시 옆에는 직박구리 히요짱, 나무에 매달린 건 녹색딱딱구리 폰짱이다. 모이터가 한 세군데 쯤 된다고 하지만 보기 편하게 이렇게 그린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모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지붕도 있더이다. 하지만 이것도 보기 쉽게 생략해서 그렸다고. 이렇듯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이는 새를 보면 나도 부지런해져야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역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이 딱인듯.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들새들의 이야기 등의 깨알같은 에피소드는 웃음을 빵빵 터뜨리게 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게도 하며, 때로는 계절의 변화를 잊고 사는 우리들에게 자연의 변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되돌아 보게 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들이 보낸 사연들 역시 웃음이 터지게 하는 것도 있고 때로는 가슴 찡하게 만드는 사연도 있었다. 특히 로드킬 당한 직박구리 동료를 길가로 밀어내려는 직박구리를 보았다는 사연은 정말 코끝이 찡했다고나 할까.

우리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들새, 그리고 도시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속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이야기들은 몇 번을 읽어도 즐겁기만 하다. 3권도 기대기대!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63p, 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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