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거인 2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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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약 100여년 전 거인이 출현하여 인간을 잡아 먹기 시작했고, 인류의 대부분이 그런 이유로 사라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인류는 거인의 침입에 대항하기 위한 높은 벽을 쌓은 후 나름대로 평화로운 시절을 보내왔다. 하지만 벽의 높이를 상회하는 초대형 거인의 등장으로 인해 또다시 많은 인간들이 거인에게 잡아 먹혔고, 엘런은 자신의 눈앞에서 어머니가 거인에게 잡아 먹히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거인에 대한 증오로 똘똘 뭉친 엘런은 군인이 되어 가장 위험하다는 조사병단에 합류, 첫 임무를 수행하지만 친구 아르민을 구하다 스스로 거인의 먹이가 되어 버린다.

아직 엘런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미카사는 다른 동료들을 도와 거인을 공격하지만, 인간의 힘으로는 거인을 모두 상대하기란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으면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미카사는 그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열심히 싸우고 있는 것이다. 살육의 현장 한가운데에서 엘런을 찾던 미카사는 엘런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라도 할 듯이 거인에 대한 공격을 감행한다. 도대체 미카사는 왜 이렇게 엘런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바로 그 이유가 2권에서 나오는데, 어린 시절 부모를 한 번에 잃게 된 후 납치당한 미카사를 구해준 것이 바로 엘런이었기 때문이다. 거인의 공격이 잠잠해지자 인간들은 또다시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드러냈고, 그 결과가 바로 마카사의 부모의 살해같은 사건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는 거인의 공격이 또다시 시작된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른 사람의 목숨보다 자신의 재산을 우선시하는 부자 같은 이기적인 사람은 세상에 종말이 온다 해도 없어지지 않을 부류일까. 이런 사람들을 보면 정말 씁쓸해질 수 밖에 없다.

목숨을 걸고 싸워도 이길 확률을 희박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죽음도 불사할 수 밖에 없다. 잔혹하기 그지 없는 세상. 단 하나의 희망인 엘런마저 잃은 미카사는 겉보기엔 냉정하게 행동하고 있는 듯 해도 실제로는 두 다리로 버티고 서있을 힘도 없었으리라. 이렇게 거인의 공격에 군인들이 하나둘씩 속수무책 당해가는 가운데, 기행종 거인이 등장한다. 이 거인은 다른 거인과 달리 지능을 가진 듯 보이며, 인간에게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거인들을 공격한다. 도대체 왜!?

이 기행종 거인의 등장이 2권의 가장 흥미로운 점이 아닐까 싶다. 다른 거인들과 생김새가 다를 뿐만 아니라 지능도 있는 듯 보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 아닌 거인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이 기행종 거인은 인류 구원의 희망이 될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위협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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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1 본격추리 1
에도가와 란포 지음, 김소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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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에도가와 란포의 단편을 22편이나 만날 수 있다니.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총 세권으로 나온 이 시리즈가 모두 단편집이지만, 특히 1권 본격 추리 1은 단편 중에서도 특히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빠른 전개가 주는 스릴과 묘미를 맛볼 수 있었다. 전에 란포의 책을 두 권 읽었었는데, 하나는 장편소설인 『외딴섬 악마』였고, 또 하나는 단편소설집인『음울한 짐승』이었다.『음울한 짐승』의 경우 본격 추리소설과 변격 추리소설 두 가지가 모두 실려 있어 즐겁기는 했지만 아쉽게도 적은 수의 작품만이 수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건 본격 추리로만 22편이니, 횡재한 느낌이랄까.  

이 단편 소설 중에는 란포가 창조한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가 등장하는 작품도 있고, 암호가 등장하는 작품, 1인 다역이 되어 저지르는 범죄, 가해자와 피해자 바꾸기 등 다양한 트릭을 사용한 작품이 등장한다. 명탐정 아케치 코고로가 나오는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심리시험>이다. 수사관을 속이려는 범죄자와 그 범죄자의 수를 모두 꿰뚫어보는 명탐정의 대걸이랄까, 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또 읽어도 재미있었다. 그건 <D언덕의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 밀실처럼 보이는 장소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상을 아케치 코고로가 파헤치는 이야기로 에도가와 란포 역시 이 작품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흉기>란 작품은 아케치 코고로가 쉰을 넘어선 나이로 나와 깜짝 놀랐달까. 책의 주인공은 나이도 안먹는 줄 알았는데, 아케치 코고로는 착실하게 나이를 먹고 있었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의 트릭은 앞에 나온 <화승총>을 떠올리게 한다. 

<무서운 착오>의 경우에 '무서운'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긴 하지만 내용은 무섭다기 보다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달까. 남편의 실수에 실소가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어져 버렸다. 이런 착각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으로는 <입맞춤>과 <모노그램>,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작품들은 결말부를 읽으면서 웃음이 슬며시 나와버렸다. 사람 사이에서 생길 수 있는 오해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를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주판이 사랑을 말하는 이야기>는 암호를 소재로 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암호를 남자 혼자 밖에 모른다는 것. 거참. 암호를 소재로 한 작품 중에 많이 안타까웠던 것은 역시 <일기장>이었다. 만약 두 사람이 상대방이 자신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암호를 해독했더라면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마지막 작품인 <석류>는 몹시도 인상적이었는데, 참혹한 사건 속에 감춰진 비밀이랄까. 한 탐정이 범죄 수사를 도우면서 기록한 수기 중 한 사건에 대해서 한 남자에게 이야기하는 내용인데, 이 남자가 탐정에게서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수법에 감탄한 작품이었다. 물론 사건의 진실도 놀라웠지만, 심리적인 것을 이용해 이야기를 하도록 만드는 게 더 재미있었달까. 역시 란포야, 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작품이다.

여기에 실린 작품 중에는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이야기나 돈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이야기도 많다. 이런 작품은 요즘이나 그때나 가족 관계에 별반 다른 게 없었나 싶은 생각을 들게 해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구성면에서는 각각의 단편들은 작품속에 등장하는 화자의 말투의 변화나 이야기 전개 방식에 다양성을 두고 있는 점이 무척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각 작품의 스토리 전개 방식을 달리함으로써 지루함을 덜어 준다고 할까. 작품의 소재나 트릭면에서는 물론 현대 작품과 비교해서 볼 때 조금 올드한 맛이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들이 씌어진 시기를 생각해 본다면, 이 작품을 읽었던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충격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금 읽어도 충분한 재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품이 있었기에 요즘같은 복잡한 트릭이 등장하는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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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넘버 포 1 - 로리언에서 온 그와의 운명적 만남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1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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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보면서 저 별엔 누가 살고 있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비록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에는 생명이 존재하는 별이 지구밖에 없지만, 다른 은하계나 태양계에는 어쩌면 우리와 닮아 있거나 아니면 전혀 다른 생김새인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능력이 도달할 수 있는 우주란 거대한 전체 우주에서 봤을 때 너무나도 적은 부분이기 때문에 아직 다른 생명체를 만나지 못했을 뿐.

그래서 우리는 상상으로 만들어지긴 해도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외계인이 나오는 대부분의 책이나 영화는 무시무시한 괴물의 모습이나 해학적인 모습의 외계인을 그리고 있다. 그들은 인간에 대해 공격적이며 지구를 정복하기 위해 지구를 찾는다. 영화 화성침공도 그랬고, 우주전쟁도 그런 외계인들이 등장한다. 한편 우주로 나가 만나는 외계인들은 인간을 먹이로 삼거나 살육하는 걸 즐긴다. 예를 들어, 에일리언 시리즈 같은 것. 러브크래프트의 책을 읽어 봐도 고대 외계종족들의 모습은 끔찍하게 무섭다. 하지만 그들 중에는 분명히 인간을 돕는 외계종족도 있었다.

피타커스 로어의『아이 엠 넘버 포』에 등장하는 로리언 인들은 평화를 사랑하고 지구와 인간을 사랑하는 외계종족이다. 하지만 이들이 살던 로리언은 모가도어 인들에 의해 파괴되었고, 로리언 인 대부분은 살육당했다. 10여년전 아홉명의 아이들(가드)과 그들을 지키는 세판은 지구로 왔고, 그들은 지구 곳곳에 흩어져 숨어 살고 있다. 아홉명의 가드 중 넘버 포는 세판 헨리와 함께 지내던 중 세명의 가드와 세판이 살해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넘버 포의 차례이다. 로리언의 마법은 이들이 따로 떨어져 있기만 하면 모가도어 인들은 이들 가드를 차례차례 죽일 수 밖에 없게 만들어 놓았다. 완벽한 수호는 아니지만 강력한 수호임에는 분명하다.

이번엔 존 스미스란 이름으로 오하이오 주의 작은 마을에 살게 된 넘버 포와 헨리는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듯 하지만 늘 모가도어 인들의 움직임에 주시하고 있다. 존은 학교에 나간 첫날 레거시(가드의 능력)의 발현이 시작되는데, 첫 레거시는 불을 다루는 것이다. 가드들은 다양한 레거시를 사용할 줄 아는데, 첫 레거시가 발현이 되어야 다른 레거시도 발현되게 되고, 메인 레거시는 제일 나중에 발현된다는 설정이다.

존은 세라라는 소녀와 사랑에 빠지고, 샘이란 소년과 우정을 쌓는다. 그리고 버니 코사라는 떠돌이 개를 반려견을 맞아 들이는 등 한동안은 행복한 삶을 이어가지만, 모가도어 인들의 추적때문에 궁지에 몰리게 된다. 탈출보다는 세라를 구하고 싶다는 생각에 몸이 앞서 나간 존은 결국 모가도어 인들과 전투를 벌이게 된다. 전투 장면은 뭐랄까, 박진감 넘쳤다. 가끔 너무 절묘한 타이밍에 누군가가 존을 돕기도 하는 등 약간 거슬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흥미로웠다. 가징 신기했던건 늘 티격태격했던 마크가 이 전투에서 존 일행을 돕는다는 것과 이 전투를 통해 존과 마크 사이에 새로운 우정이 싹튼다는 것이다.

또한 버니 코사의 진짜 정체가 드러나는 점에서 깜짝 놀라기도 했고, 넘버 식스의 레거시를 보면서 감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전투로 세판 헨리가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가슴 아프기도 했다. 첫번째 전투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이 전투가 언제까지 계속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로리언 인으로서 살아 남아 로리언 행성을 재건하고, 모가도어 인들이 노리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이들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싸울 것이다. '희망'이란 것을 믿으면서.

"희망? 희망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어. 이제 막 변화가 시작됐잖아.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그러니 희망을 미리 버리진 말자. 끝까지 가봐야 알잖아. 희망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을 잃는 거야. 다 끝났다고 느낄 때, 모든 게 암담하고 끔찍하게 느껴질 때도 언제나 희망은 있는 법이야." (121p)

솔직히 말해서 이런저런 설정들이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무척 흥미로웠던 것은 사춘기 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다. 모가도어 인들을 피해 도망을 가야 하는 것을 잘 알지만, 사랑하는 세라를 두고 차마 떠날 수 없어하는 부분은 어이없는 고집처럼 보여도 사랑에 빠진 누구나가 범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휴, 저러면 안돼지, 라는 생각이 들어도 어떻게 보면 존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것이다. 아마도 첫사랑이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

음, 그래도 사랑이란 이야기에 좀 많이 집중한다는 생각은 든다. 물론 뒷부분에서는 전투씬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진행될 이야기에서는 샘과의 우정, 넘버 식스와의 동맹, 버니 코사의 수호 등이 중점적인 이야기기 되겠지만 좀 걱정되는 것은 보호자를 잃어버린 넘버 포와 넘버 식스,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인 샘으로 구성된 이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이다. 어른의 지혜가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올텐데 말이다.

이들이 과연 모가도어 인들과의 전투에서 어떤 식으로 살아남을지, 그리고 로리언과 지구를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모든 싸움이 끝난 후 다시 세라를 만나게 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꼭 돌아온다는 약속, 지킬 수 있기를, 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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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1 진격의 거인 시리즈
이사야마 하지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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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기 현생인류가 등장했을 때, 인류는 먹이 피라미드의 맨밑에 존재한 나약한 생명체였다. 하지만 다른 생명체보다 월등한 지능은 인류에게 방어와 공격의 기술을 발달시키도록 했고, 인류는 차츰 주변의 생명체들보다 월등한 지위로 올라서기 시작했다. 현대에 이르러 인간은 맨몸으로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이지만 기술의 집약적인 발달은 인간을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 중 가장 강한 그룹에 위치시켰다. 물론 자연재해와 같은 자연의 가공할 힘 앞에서는 여전히 나약한 존재이지만, 자연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 중에서는 더이상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의 인류는 자신들이 땅과 바다와 하늘, 그리고 이제는 우주까지 지배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진격의 거인』의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적 배경은 모두 픽션인데다가 정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아 언제 어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기의 인류는 가공할 만한 적 앞에 속수무책 스러져가고 있다. 그 적은 바로 인간형체의 거대한 생물, 거인이다. 그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것도 밝혀진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은 인간을 먹이 정도로 생각하고 인간을 공격해 온다. 약 100여년전 처음 거인이 인류 앞에 모습을 드러낸 후 인류의 대부분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살아 남은 인류는 거인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을 쌓고 그 안에서만 살아가고 있다.

100여년간 거인의 공격이 없었기에 모두들 안심하고 있는 분위기지만, 아직 어린아이인 엘런과 미사카, 아르민은 언제 어디서 거인의 공격이 있을지 모른다며 불안해 한다. 이름뿐만의 평화가 지속되던 어느 날, 이제껏 보지 못했던 초대형 거인이 등장한다. 초대형 거인은 인류가 쌓은 50m의 벽위로 머리가 올라올 만큼 거대한 체격을 가진데다, 다른 거인과는 달리 피부가 없어 근육이 그대로 내보이는 기형종이다. 이 초대형 거인은 가장자리 도시를 둘러싼 월 마리아의 문을 파괴한 후 사라진다. 그리고 드디어 거인의 습격이 시작되었다. 또다시 악몽이 시작된 것이다.

엘런은 자신의 어머니가 눈앞에서 거인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보면서 이 세상의 거인은 한마리도 남김없이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그후 5년이 지나 엘런과 미사카, 아르민은 군인이 되었다. 최고 성적을 거둔 10인안에 든 이들 셋은 비교적 안전한 헌병이 아니라 가장 위험한 조사병단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이것도 운명일까. 이들이 첫임무를 수행하는 날, 다시 초대형 거인이 등장하고, 또다시 거인과 인류의 전쟁이 시작된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거인이 인간을 잡아먹는다... 라.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끔찍한 설정이 또 있을까 싶다. 동족포식도 아니고 - 물론 인간도 동족포식을 하기도 하지만 그런 원시 부족이라고 해서 인간만 먹는 건 아니다 - 말이지. 여기에 나오는 거인은 인간만을 먹는다. 다른 동물이 눈 앞에 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달까. 게다가 이들은 웬만한 무기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다. 머리를 날려도 죽지않고 재생한다. 딱 하나 있는 약점은 목뒷덜미. 인간으로 따지면 숨골이 위치한 부분이랄까. 이곳을 공격하면 죽지만 워낙 거대하다 보니 군인들이 달려들기도 전에 거인의 손에 잡혀 먹혀 버린다.  

엘런을 포함한 군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지만 이들은 너무나도 쉽게 거인에게 잡히고 만다. 첫 전투에서 대부분의 동기생들이 잡아 먹히고 마는 것이다. 거인의 수는 얼마나 되는 것일까. 그리고 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나타나 거대한 몸으로 성문을 부수는 초대형 거인은 무엇이며, 왜 금세 사라지는 것일까. 그리고 거인에게 먹혀버린 엘런은 정말 죽어버린 것일까.

빙그레 웃고 있는 듯한 거인의 표정을 보면 소름이 오싹 끼친다. 사실 작화가 정말 뛰어나다고는 말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래서 더 공포스럽달까. 싸워도 죽고, 싸우지 않아도 죽는다. 거인에게 계속 패하다 보면 결국 인류 앞에는 멸망이란 두 글자밖에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류에게 거인이란 새로운 재앙이 찾아온 잔혹한 시대,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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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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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유령이나 귀신 등의 존재를 믿는다. 다만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며, 내가 감지하지 못하는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옛날부터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태어나 살다가 죽어 갔다. 그들의 영혼의 수를 모두 합치면 지금 살아 있는 사람들의 수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물론 그 중에서는 환생이나 윤회를 통해 다른 육체로 태어난 영혼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고 우리 주위를 떠도는 영혼의 수가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괴기 만화가 이토 준지의 만화 중에 사람들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에 대한 만화가 있었다. 그 영혼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섞이지 않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다가 때가 되면 깨어나 이곳으로 온다. 영화 <디 아더스>를 보면 그들은 자신이 유령인 줄도 모르고 살아간다.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는 죽은 자가 자신의 연인을 지켜주기 위해 이승에 머무르고, <메신저 : 죽은 자들의 경고>에서는 유령들이 살아 있는 악마같은 인간에 대해 경고한다. 이렇게 유령들은 사람들의 곁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지만, <아미티빌 호러>처럼 인간에게 씌어 악행을 저지르게도 한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책이나 만화를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 즉 영혼들에 대해 늘 궁금해 하고 있다.

온다 리쿠의『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역시 유령과 유령이 살고 있는 집에 관한 이야기이다. 언덕 위에 지어진 작은 집. 이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살다 죽어 간 곳이다. 그 중에는 서로를 찔러 죽인 자매도 있었고, 아이들을 납치해 병조림을 만든 여자도 있었으며, 노인과 여자들만 골라 죽인 소년이 자살했던 적도 있고, 토끼굴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아이와 엄마가 죽은 후 남편마저 목을 매달기도 했던 곳이다. 한 집에서 일어났다고 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이곳에서 일어났다. 이런 것은 이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저주일까? 이토록 사람이 많이 죽어나간 집이라면 대개는 흉가라고 해서 피하게 마련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입주자가 들어온다.

튼튼하게 지어지긴 했지만 오래 되어서 보수를 해야 할 상황에서 목수 부자는 유령들에게 동의를 구한다. 이 집이 무너지면 너희들도 갈 곳이 없으니 도와달라고. 어라라? 보통 유령들은 자신들이 있는 곳을 누가 침범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나? 하지만 이곳에 사는 유령들은 참혹한 죽음을 맞은 존재들임에도 불구하고 이 집을 사랑하고, 이곳에 머물기를 원한다. 그래서 그런지 목수들의 말에 동의하고 오히려 그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렇게 보수가 끝나 들어오게 된 사람은 여성 소설가로 혼자 산다. 자신의 숙모가 지은 집에 들어온 이 작가는 이곳이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하지만 때때로 혼자 있는 공간에 누군가 함께 있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때때로 자신이 겪어 보지도 못한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집에 있는 유령들의 영향일까? 유령들은 자신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는데? 유령이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누가 가르쳐 준 것일까.

집은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에너지를 간직한다. 무서운 기억이나 참혹한 기억을 가진 집이라면 왠지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밝고 명랑한 기억을 가진 집은 따스한 느낌이 든다. 때로 집에 쌓여 있는 마이너스 에너지(안좋은 기억이나 추억)이 사람을 공격하는 소설이나 영화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 나오는 유령저택은 참혹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쌓여 있는 에너지는 무겁지 않다는 점이 특이하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내가 사는 지역에는 고택이 무척이나 많다. 몇백년이나 지난 집이라면 그곳에서 태어나고 죽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그들이 그 집에 아로새겨 놓은 추억이나 기억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책에서 이야기하듯 유령은 곧 추억이란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아름다운 동화처럼 시작해서 때때로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운 기억을 토해내고 있는 집. 하지만 겉모습은 그저 평온할 뿐이다. 추억은 사람을 해치지는 못한다. 우리는 예전에 이곳에 살고 있던 사람들의 추억을 공유하며, 그들의 기억을 공유하며 더불어 살아갈 뿐이다.

온다 리쿠의『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평온한 일상과 따스한 풍경을 그리는 듯 보이지만 그 속에 감춰진 무서운 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일뿐, 각각의 유령들이 간직하고 있는 기억은 모두 아름다운 기억들 뿐이다. 사실 기억과 추억이란 것은 주관적인 것이며 지극히 사적인 것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생각하든 당사자들은 모두 행복한 기억이라 여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섬뜩해지기도 하는데, 이 섬뜩함은 마지막 반전처럼 찾아오는 이야기에서 최고로 달리게 된다. 대놓고 무섭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이 아니라 은근한 오싹함을 주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온다 리쿠의 다른 소설과 비교해 보자면 오히려 가벼운 분위기가 도는 듯 하지만, 읽다 보면 역시 온다 리쿠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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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5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문구를 보고 온다리쿠가 적은 호러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샀는데, 그야말로 온다리쿠스러운 작품이었어요. 괴기함과 기이함을 노스탤지어와 섞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오싹하다, 무섭다라는 반응이 나오는데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계속 남는다고 할까요. 그건 아마 기억과 추억에 축적된 불안과 무서움이 옮겨온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스즈야님 리뷰보니까 엄청 따스하게 평가하신 것 같아요. 새삼 새록새록 읽었던 내용들이 뭉실뭉실 떠오르네요.

스즈야 2011-03-15 21:37   좋아요 0 | URL
ㅎㅎ 온다 리쿠의 다른 작품에도 환상성이 포함된 작품들이 가끔 있는데, 요건 특히나 더한 것 같아요. 특히 흑과 다의 환상을 때로 연상시키기도 하공..
아름다운 동화같은데, 섬뜩한 이면을 가지고 있달까요.

이곳에 살던 이들의 마지막은 끔찍했지만, 이들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생각하지요, 어쩌면 영혼들이 가진 생각을 살아있는 인간이 안다고 한다는 게 맞지 않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어요. 결국 추억은 지극히 사적인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