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156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추영현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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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일본 미스터리 3대 기서 중 하나로 잘 알려진『흑사관 살인사건』. 나는 아직 이들 책 중 단 한 권도 접하지 못한지라 일단 오구리 무시타로의 이 작품을 먼저 선택하게 되었다. 이 작품을 제일 먼저 선택한 이유는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생각때문이었다. 번역문제로 말이 많은 작품이라 먼저 읽어 치우자, 라는 생각때문이었달까. (笑) 스스로도 정말 말도 안되는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일단 내 목표는 이것을 첫번째로 하여 두번째는 나카이 히데오의『허무에의 제물』, 마지막으로 유메노 큐사쿠의『도구라마구라』를 읽는 것이다. 그건 이 정도로 이야기해 두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과거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넣어둔 성관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흑사관(黑死館). 흑사관의 원래 명칭은 후루야기 성관이지만, 사람들에게는 흑사관이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이 흑사관의 주인 산테츠 박사는 유럽에서 의학과 마술을 연구한 인물로, 남녀 네명으로 구성된 서양인을 자신의 자식으로 삼고 흑사관에 감금한 채 길러 왔다. 흑사관이 지어진지 약 40여년, 흑사관의 주인 산테츠 박사가 기묘한 방법으로 자살한 후, 흑사관에는 더욱 음침한 공기가 흐르게 된다. 그리고 도저히 사람이 저질렀을 것 같지 않은 살인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흑사관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은 정말 기묘해서 범인이 사람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밀실에서 발견된 빛으로 둘러싸인 시체, 갑옷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사용인을 비롯해 죽지는 않았지만 역시 기묘한 방법으로 범인의 공격을 받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정말 지옥에서 악마가 찾아오기라도 한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게다가 흑사관 내부의 모습도 기괴하기 이를 데가 없다. 서양식 건물인 흑사관 내부는 다양한 용도의 방과 기기묘묘한 장식품으로 가득찬 곳이다. 이런 장식품 하나하나 역시 모두 의미를 가지고 범인에 의해 재배치 되는 등 이 작품은 탐정인 노리미즈 린타로와 범인의 두뇌 싸움이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탐정으로 등장하는 노리미즈 린타로는 백과사전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사람인데, 솔직히 말해서 이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반도 이해하지 못하겠더이다. 문학, 철학, 종교, 과학, 음악, 신비주의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곁들여 이 사건을 수사해 나가는 노리미즈는 수없이 많은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해 나가는 식으로 사건을 파헤친다. 하지만 이 사람 역시 인간인지라 때로는 잘못된 가설을 세우기도 하지만 결코 기죽지 않고 또다른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이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이용한 비유인데,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번역이 되어 있지 않다보니 자꾸만 맥이 끊기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이런 부분은 좋은 번역이었을지라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데, 번역이 엉망이니 뜬구름 잡는 소리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근데 문제는 노리미즈만 이런 박학다식함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집사도 그렇고 사서실 담당 노부인도 그렇고 비서도 그렇고 얼마나 박학다식하신지, 노리미즈와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시더이다. 그렇다 보니 검사인 하세쿠라나 수사국장인 구시마로가 이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벙찐 듯한 표정을 짓는 게 그냥 마구 상상이 되더이다. 나도 역시 그랬으니까.  

번역의 문제에다 이렇게 어려운 이야기를 줄줄 늘어 놓아 읽기 힘든 부분은 분명 있었으나 작품 자체로만 평가를 내린다면 이 작품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작품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후루야기 家 혈통과 관련된 비밀, 감금된 채 40여년을 살아온 남녀 외국인 네 명에 관한 비밀은 이 작품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작품은 마술과 저주, 등신대의 걸어다니는 인형 등이 등장해 신비주의적이고 오컬트적인 냄새가 퐁퐁 풍기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의 손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이 가장 큰 매력이다. 범인은 도대체 이런 복잡 기괴한 트릭을 어떻게 생각해 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런 트릭은 역시 이 기묘한 가족 구성원의 특성과 깊이 연괸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연스레 수긍이 가게 되는데, 이런 부분은 감히 독자로서는 추측하기도 어려운 부분이라 작가가 의도적으로 감춰둔 비밀이라고 생각된다.

『흑사관 살인사건』은 많은 독자들에게 '번역이 최악인 작품'으로 악명이 높은(?) 작품이라 읽기 전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읽기 시작했건만, 도대체 뜻을 알 수 없는 비문들의 난립으로 읽는 내내 머리가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좋은 번역이었을지라도 워낙 작품 내용이 복잡 기괴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번역이 엉망이다 보니 내용 파악은 고사하고 문장의 뜻을 파악하는 것도 많이 힘들었다. 보통 이 정도 분량의 책이라면 몇 시간 내에 읽을 수 있겠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없어 나눠서 며칠에 걸쳐 읽을 수 밖에 없었다. 번역만 제대로 되었더라면 정말 재미있었을 작품인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도 내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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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징살인사건 동서 미스터리 북스 83
요꼬미조 세이시요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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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드디어 읽었다. 혼징살인사건.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를 읽다 보면 늘 혼징살인사건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도대체 그 사건이 뭐길래 긴다이치 코스케를 일본에서 이렇게 유명한 탐정으로 만들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또한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 긴다이치 코스케의 과거사같은 개인적인 부분도 나와서 더욱 흥미로웠다.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역시 외모였달까.

혼징살인사건

이치야나기 家의 장남 겐조의 혼례가 치뤄진 밤, 사람들은 비명소리와 가야금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난다. 사건 현장인 겐조의 신방은 본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별채인데다 그날 밤 눈이 왔다 그친 상태이기 때문에 완벽한 밀실이 되었다. 눈위에 찍힌 발자국 하나 보이지 않고, 방은 안에서 잠겨 있었다.도대체 범인은 언제 이 범행을 저질렀고 어떻게 빠져나간 것일까.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답게 이 작품 역시 한적한 시골 마을의 유서 깊은 가문을 배경으로 하며,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가족들이 등장한다. (스포일러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독특한 성격이 이 사건을 일으킨 큰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사건의 진실을 알고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으니까. 도대체 머릿속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길래 그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건지 말이다. 

트릭이란 면에서도 정말 대단한 트릭이 아닐 수 없다. 패러디를 하자면 '이 트릭이 대단하다'랄까. 도대체 이런 복잡기묘한 트릭을 생각해 낸 것이 일반인의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지만, 범행 동기를 생각하면 이런 트릭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트릭을 절묘하게 완성시키기 위한 예행 연습이 필요했던 것도 당연한 건지도. 일본식 가옥의 특징을 이용한 기가 막히는 밀실 트릭이었다고 할까. 살인사건을 두고 이런 말을 하는 건 옳지 않겠지만, 이 사건은 정말이지 밀실트릭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나비부인 살인사건

하라 사쿠라 극단의 단장 하라 사쿠라가 오사카에서 갑자기 사라진다. 공연당일 하라 사쿠라는 콘트라베이스 케이스 안에서 사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죽은 채로 배달이 된 것이다. 이런 엽기적인 범행을 저지른 범인은 누구이고,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일까. 하지만 하라 사쿠라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또다른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의 흥미로운 부분은 범행 동기란 것과 하라 사쿠라가 언제 어디에서 피살되었는가에 하는 것에 있다. 도쿄와 오사카를 몇 번씩이나 오가면서 펼쳐지는 스토리 전개는 이 작품의 역동성을 더해준다.

이 작품은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을 회상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탐정은 유리 린타로라는 사람으로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에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를 제외하고 처음 만나는 탐정이 바로 유리 선생이다. 긴다이치 코스케와는 다르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 방식이 무척 흥미로웠달까.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가설을 증명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의 경우 경찰의 조사에 자신의 추리를 덧붙여 한방에 해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면, 이 나비부인 살인사건은 사건 발생에서 해결까지의 과정이 상세하게 제시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유리 선생의 가설을 따라가면서 스스로 추리하기도 하는 등의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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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러브 2 - 뉴 루비코믹스 990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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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의 비서인 신카이 타카히로는 미국 방문 중 마피아 조직에 납치되었다. 타카히로를 감시하고 있는 건 마피아 조직의 피래미 잭이란 남자. 타카히로는 잭과 함께 지내는 동안 그에게 조금씩 끌리기 시작한다. 조만간 자신을 구해주리라 생각했던 양부는 타카히로를 모른체하는 상황에서 잭은 오히려 타카히로를 보내주려 한다. 우여곡절끝에 마피아의 손에서 벗어난 타카히로는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잭에게 일본으로 오라고 권하게 된다. 잭은 잠시 망설이다 타카히로를 따르기로 하고 일본으로 오게 되지만, 타카히로는 일본에 도착한 잭에게 매정한 태도를 취하고 만다.

납치와 감금이란 상황을 겪으면서 가까워지긴 했지만 그건 그때만의 감정이었을까. 타카히로는 막상 일본에 온 잭을 보면서 당황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잭의 입장에서는 타카히로만 믿고 일본으로 왔으니 그런 타카히로의 태도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한다. 한편 비리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에 처한 양부때문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는 타카히로는 그것을 구실로 잭을 멀리하고 있다.

잭은 일본어를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일본에서의 생활에 차츰 적응해나가지만 자신을 대하는 타카히로의 태도가 불만이다. 결국 몇 번의 다툼이 있게 되고 잭은 미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러나 그때 타카히로의 양부가 자살하고 마는데...

『LIFE, LOVE』2권은 일본에 온 잭에게 매정한 태도를 취하는 타카히로와 그런 타카히로에게 실망과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잭의 갈등을 주로 다루고 있다. 멀어지면 보고 싶고, 가까이 하기엔 자신의 입장이 용서가 되지 않고, 타카히로는 그런 상태랄까. 게다가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온 양부에 대한 마음도 타카히로를 갈등하게 만드는 한 요소가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런 타카히로의 태도가 좀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 미국에서의 상황이란 것이 애매모호한 구석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목숨이 간당간당하는 어려운 시간 속에서 자신을 지켜주고 돌봐준 것이 잭이기 때문에 끌린 것인지, 정말 잭이 좋아서 끌리게 된 것인지 스스로 판단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잭의 경우 자신의 마음을 확신하고 왔건만 타카히로는 이런 애매한 태도만을 취하니 당연히 화가 나겠지. 이런 잭을 돌봐 주고 이 둘의 사랑을 엮어 주는 건 룸메이트 존과 케리이다. 사랑이란 것에 대해 누군가가 조언을 해주기는 참 어려운 부분이 많지만, 이들이 없었더라면 잭은 일본 생활에 적응도 못했을 것이고, 타카히로의 태도에 실망해 그냥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타카히로의 제일 큰 문제점은 양부였다. 자신의 위에서 군림하던 양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질질 끌려다닌다고 할까. 그런 타카히로가 아버지의 망령을 떨치고 일어나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잭이 취한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다. 상징적인 행위일지라도 그것을 통해 예전의 타카히로는 죽고, 새로운 타카히로로 태어났으니까.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기자신으로 우뚝 섰으니까. 안그랬으면 타카히로는 영원히 양부의 망령에 잡혀 살았을 것이다.

결말부를 보면서 한숨을 깊게 내쉰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해피엔딩이니까. 사건 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그들. 이젠 더이상 서로를 피하지도 숨어 있지도 않을테니까. 이제 이들에게는 사랑하며 살아갈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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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9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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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의 자신의 파트너를 정하는 블루 나이트에서 억지 춘향식으로 엔의 파트너가 되어 버리고 만 니카이도는 자신을 구하러 온 카이만과 함께 엔의 세력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도망을 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자칸 마법 학교에서 카이만은 자신의 과거의 일부를 떠올리게 된다. 자신은 자칸 마법 학교의 학생이었고, 리스의 친구였다는 것을 어슴프레 하게 깨닫게 된 카이만은 자신이 마법사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진다. 카이만이 떠올리는 건 아직 일부에 불과한지라 확실히 결론은 이렇다 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왠지 카이만은 아이카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을 괴롭히는 못된 선생을 처리한 후에 도대체 아이카와와 리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리스의 시체를 떠메고 가는 사람의 모습. 그리고 리스의 시체에서 튀어나온 또다른 리스. 그리고 카이만의 입속에 자리잡은 리스의 영혼. 이렇게 보자면 또다른 리스가 생겨나면서 카이만에게 마법을 걸었고, 리스는 영혼의 형태로 카이만과 공존해온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실체를 찾을 때까지의 공존이랄까. 일단 상상은 그렇게 하고 있는데, 카이만의 몸속에서 분리되어 나온 건 뭐지? 그게 카이만의 실체인가? 그게 빠져 나온 후 카이만의 눈에서 십자 문신이 사라졌으니 말이다. 게다가 니카이도가 본 남자의 모습은 원래 카이만의 모습인 것 같은데, 아이카와의 얼굴을 확실하게 본 적이 없어서 아직 단정을 할 수는 없다.

한편, 니카이도를 돕던 악마 아스는 다른 악마에게 끌려가 처분을 당한다. 다시 마법사로 돌아가게 되었달까. 음. 그렇군. 아스 역시 원래는 마법사였다가 악마 시험을 통과해 악마가 되었구나. 그래서 니카이도를 도왔구나. 뭐 그것 말고도 니카이도와의 오랜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이번에 다 나오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될 듯. 하지만 이것 하나만 더. 꼬마 니카이도 정말 귀엽다. 아장아장 아기 때의 니카이도인데, 도대체 니카이도의 마법은 어떤 마법이기에 스스로 마법을 사용하려 하지 않는 건지는 아직 좀더 기다려야 할 듯. 참, 아스가 다시 마법사로 돌아가면서 쵸타에게 걸린 마법이 풀렸다. 

엔은... 당연히 열받았지. 쵸타를 버섯으로 만든다는 협박을 하던 찰나, 쵸타의 실수로 엔의 계약서를 살짝 찢는 실수를 범했는데 엔이 쓰러져 버렸다. 호오, 계약서에 문제가 생기면 그게 고스란히 마법사에게 나타나는구나. 엔은 잠시 쓰러져 있어도.... 문제 없다. (푸하) 미안, 엔. 난 그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오. 

에, 그리고 카스카베 박사 일행은 마법사의 세계에서 홀로 다시 돌아간다. 십자눈의 보스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사람이라는 것은 확실한데... 어쨌거나 그의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는 한 십자눈의 수수께끼도 풀리지 않을 것은 뻔한 일인데, 여전히 그정체는 미궁속에 있으니. 솔직히 말해서 이 만화는 수수께끼가 너무 많아! 뭐 그게 도로헤도로의 재미지만.

참, 맞다. 내가 좋아하는 에비스는 기억을 찾더니 집으로 간다고 짐을 싸서 나갔다. 에비스의 기억 속에 있는 집과 부모에 관한 추억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것 같았는데 좀 걱정되는군.  

『도로헤도로』10권은 커다란 사건을 예고하는 듯 하다. 니카이도가 하는 말 중 그날 밤이 카이만과 이야기한 마지막 밤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게 좀 애매하다. 기억을 잃은 도마뱀 머리 인간 카이만과의 마지막 이야기라고 보면 카이만의 정체가 완전히 밝혀진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엔이 만약 급속도로 건강을 회복한 후 니카이도를 탈환(?)해서 감금이라도 한다는 설정을 해 본다면... 그건 아닌가. 하여튼 카이만이 자신의 본모습을 찾을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은 확실한 듯 하다. 아, 정말이지, 궁금하네, 궁금해.





뜨아아... 9권 표지를 보고도 깜짝 놀랐지만, 캐릭터 팝업을 보면서도 깜짝! 왜 쵸타만 블링블링한 핑크색 표지에 꽃들이 핀 잔디가 배경이냐고. 푸하. 하긴 여기에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은 남자보다 강한 캐릭터들이라 이런 블링블링한 표지에 어울릴 캐릭터가 없긴 하군. 근데 이번에 표지를 보며 깨달았다. 쵸타, 그 가면을 쓰면 앞은 보이니?

사진 : 캐릭터 팝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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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알파 6 - 신장판
아시나노 히토시 글.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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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태풍으로 카페 알파가 부서진 후, 알파는 여행을 떠난다. 자신의 세계를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파가 알고 있는 세계는 알파가 살고 있는 곳 뿐. 알파가 알고 지내는 사람은 알파가 사는 곳 가까이 있는 사람들 뿐이지만 그 속에서 지내는 동안 알파의 세상은 조금씩 넓어졌고, 알파는 그것을 좀더 확장시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알파는 느긋한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풍경과 마주하고, 기분 좋은 체험을 거듭한다. 이번에 알파는 공항에 도착해 또다른 로봇을 만난다. 그는 로봇 중에서는 꽤나 드문 남자였다. 그의 이름은 나이. 알파와 나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같이 하늘을 난다. 그때 알파와 나이는 기묘한 체험을 한다. 마치 알파가 새처럼 하늘을 날고 있는 것 같은. 알파는 알파형 로봇 중에서도 특수한 로봇인걸까. 또다시 알파에 대한 수수께끼가 하나 더 쌓였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나이와의 만남은 또다른 인연을 맺어준다. 물론 알파는 아직 모르지만 말이다. 나이이 친구 중 모모코란 사람은 나이의 사진을 자주 받아 보는데 그것을 전달해 주는 것은 바로 코코네. 이렇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또 이어진다. 왠지 이런 걸 보면 스너프킨이 한 이야기인 세상 모든 사람은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떠오른다. 나이와 모모코의 우정, 모모코와 코코네의 우정이 알파와 모모코까지 연결시켰으니까. 이런 장면을 보면 가슴이 따스해져 온다, 왠지. 이런 게 또 카페알파의 매력이지.

이렇게 알파는 여행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추억을 쌓는다. 알파의 도보 여행에서 인상깊었던 장면은 가로등 모양의 나무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길을 잊었어도 길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사는 것 같아도, 그 반대로 너무 많은 것을 잊고 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알파는 때로는 군옥수수 판매를 하는 등 한곳에 오래 머무르기도 하지만, 금세 떠나기도 한다. 예전에는 길이었던 곳이 점점 높아지는 바닷물때문에 사라져 가는 모습도 보고, 자연발생적인 화재가 발생해 주변 풍경이 바뀌어 가는 모습도 바라본다. 알파의 여행은 느긋하지만, 그 느긋함 속에도 풍경은 알게 모르게 바뀌어 간다. 우리 삶도 그렇지 않을까.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아도 뒤를 돌아보면 언제 이만큼이나 왔나 싶은 생각이 들때가 많으니까. 

알파는 약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단 1년인데 타카히로는 알파보다 키가 한뼘만큼이나 더 컸고, 주유소 할아버지는 다리를 다쳤다 나았고, 코코네는 네번이나 들렀었다. 알파가 없는 공간과 시간 속에서 알파가 알지 못한 많은 일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우리 사는 세상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렇게 보자면 우리는 그 많은 것들의 대부분을 모른채 살아가는 것이겠지. 그러나 그런 빈 공간은 우리가 살면서 만들어 가는 추억으로 채워진다. 그 추억은 과거의 일부가 되어 차곡차곡 우리 마음에 쌓이고 있다. 알파 역시 지난 일들을 추억으로 떠올리며 다가올 시간을 살아가겠지.

『카페알파』6권은 알파의 여행과 그녀가 쌓은 추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이 살던 세상을 벗어나 좀더 넓은 세상을 만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풍경을 지나쳐오는 알파의 이야기는 느릿하게 진행되는 것 같으면서도 순식간에 지나는 시간을 묘사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처럼 사랑스러움과 아쉬움을 동반하고 있었다.

다음 이야기는 진료소 선생님께 듣는 초기 로봇들의 이야기와 선생님의 성을 따른 코우미이시 알파란 존재의 이야기가 나올 듯 한데, 혹시 비행기를 타고 있는 알파 실장과 관련된 이야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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