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우드 1
안성호 지음 / 누룩미디어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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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땐 판타지가 애들이나 보는 것쯤으로 치부했었지만, 요근래에 들어서 판타지란 장르의 매력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작품이 바로 이것인데, 읽으면서 완전 반해버렸다. '마법과 드래곤에 가려졌던 판타지 장르'란 책 띠지의 표현처럼 판타지라고 하면 마법이나 드래곤이 나오는 게 정석이었다. (꼭 그게 아니라면 그 비슷한 것, 뱀파이어, 늑대인간, 그밖의 환수 등) 물론 그런 것도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떨 때는 너무 판타지 삘이 나서 의기소침해질 때도 있다. 판타지이지만 약간은 현실적인 맛이 그리웠달까. 그럼 판타지를 왜 봐? 라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뭐 본인 나름의 취향이니.... (아하하)

각설하고!
표지에 보이는 할배 설씨는 콘크리트로 덮여버린 마을에서 유일하게 나무와 화초를 키우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근데 그게 정도가 너무 심하다 보니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꽤나 불만이 나오는 듯 하다. 함께 살고 있는 조카마저 화분을 다 가져다 버린다고 협박(?)할 정도니이까. 사실 조카의 불만은 마을 사람들과 달리 설씨가 사람들에겐 전혀 관심이 없고 나무만 끼고 산다는 것이다. 결국 조카딸은 직장문제로 설씨의 집을 떠나게 되고, 혼자 남겨진 설씨. 여전히 나무와 화초를 가꾸는 재미로 살아가고 있지만, 설씨의 집에 불만을 가진 한 남자가 설씨의 집에 불을 지른다.

요행히 살아남긴 했지만 시력을 잃고, 의식마저 잃어버린 설씨. 그가 눈을 뜬 곳은 '언덕'이라는 곳으로 세상 모든 나무들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로우라는 나비 아가씨는 설씨에게 다섯개의 중요한 사실을 전한다. 당신이 예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으면 이 다섯가지를 꼭 지키란 것. 설씨는 무사히 원래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무아라는 소녀가 다스리는 '언덕'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우거진 숲이다. 무아는 인간들을 노예로 부리며 그녀의 정원을 가꾸도록 한다. 원래 정원사 출신에 나무와 화초라면 끔찍한 설씨가 정원사로 맞춤하겠지만, 육신을 저쪽 세상에 두고 온 설씨를 무아가 강제로 잡아둘 수는 없다. 일단 무아를 피해 도망을 하다 아본과 주밤을 만나 함께 언덕을 탈출하기로 하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인간을 공격하는 식물, 나무의 저주가 서린 아본, 저쪽 세상으로 도망친 자를 아버지로 둔 주밤 등 이들의 내력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들은 힘겨운 순간들을 극복하면서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그런 사이 동지애가 쌓여간다.

등장인물이 꽤 많지만 중요 인물을 놓고 볼 때 나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설씨와 아름답게 가꾸는 것에만 집착하는 무아는 굉장히 대조적인 인물이다. 설씨가 숲 속을 헤매고 다녀도 식충식물의 공격을 받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그런 것이겠지. 그런데 무아는 어떻게 이곳에 왔고 무아가 놓아주지 않는 로우에겐 어떤 사연이 있을까. 그리고 '언덕'이란 장소는 결국 어떤 장소를 뜻하는 것일까. 아직 몇가지의 수수께끼가 남아 있고, 설씨의 모험도 끝나지 않았기에 뒷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마치 일본의 주카이(樹海)를 보는 듯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지기만 하는 숲. 하지만 어느 것에든 경계가 있게 마련이다. 언덕에서 저쪽 세상으로 도망간 '미스터 헤븐'처럼 설씨와 아본과 주밤은 저쪽으로 갈 수 있을까. 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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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 설월화雪月花 살인 게임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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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형사 시리즈 중에 내가 읽은 건『붉은 손가락』과『악의』딱 두 권이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르고 읽었지만 이게 시리즈란 것을 알고 처음부터 읽어야겠다고 결심한지 오래. 하지만 신간이 워낙 자주 나오는 작가인지라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손에 들게 되었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뿐만 아니라 장르소설 자체의 신간이 미친듯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여름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가가형사 시리즈 첫번째 이야기는 가가 교이치로가 형사가 되기 전, 대학생일 때의 이야기이다.

대학 졸업반이라고 하면 이런저런 일로 아주 바쁠 시기이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구직 활동. 빠르면 2학기에 취직을 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졸업 후 취직을 하거나 가을 즈음에 취직 자리가 정해진다. 가가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7명은 대부분 자신의 진로를 정해 놓은 상태이다. 취업 준비와 연애로 바쁘면서도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이들에게 어느 날 닥쳐온 끔찍한 소식. 친구 중 한 명인 쇼코가 자신의 방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방은 완벽한 밀실, 하지만 자살이라고만은 단정할 수 없다. 정말 자살일까, 아니면 타살일까.

이런 의문이 풀리기도 전 또 한번의 끔찍한 일이 남은 친구들에게 벌어진다. 검도를 잘하던 나미카가 다도 작법 중에 독극물 중독으로 죽어버린 것이다. 그곳은 일종의 밀실이었고, 은사를 제외하곤 전부 친구들이었다. 만약 타살이라면 그중에 범인이 있다는 것. 쇼코와 나미카는 정말 살해된 것일까. 그렇다면 누구에게, 왜?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부분에 감탄을 했지만 역시 그 속에 감춰진 동기랄까, 그러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런 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건 역시 이런 미묘한 시기가 겹쳤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는 첫걸음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친한 친구 사이도 틀어질 수 있고, 서로 경쟁자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할 때 누군가가 나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럴 경우 어떤 생각이 들까. 여기서 조금만 틀어지면 나의 미래 계획 자체가 깡그리 무너질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보통 사람들이라면 누군가를 해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고 그저 상대에게 안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은 위축되고 손이 벌벌 떨릴지도 모르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끔찍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닐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범인에게 동정이 가는 건 아니다. 범인을 궁지로 몰고간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검도 대회, 테니스부, 공학과 실험실, 다도 작법 중 하나인 설월화 게임, 알콩달콩 연애 등 대학생 시기의 풋풋함과 행복함이 넘치는 가운데에 숨어 있던 악의. 그것이 싹이 트고 위험한 향기를 뿜기 시작할 때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결국 인간은 그토록 이기적인 생물일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친한 사이라고 해도 역시 상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게 인간일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추악한 진실과 아름답게 포장된 거짓 중 어느 것이 더 낫냐는 은사님의 말도 곰곰히 생각해 볼 꺼리였다. 사실 진실이란 드러나면 아름답지 않은 게 너무나도 많다. 하지만 눈가리고 아웅하듯 추악한 진실에 아무리 겉포장을 한다 해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결국 이들이 마지막에 선택한 것을 떠올려 본다면 결국 이 포장은 봄햇살에 눈 녹듯 싸그리 사라지고 말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처한 현실도 무거웠지만,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댓가는 더욱 무거웠다. 그걸 짊어지고 살수는 없었을테지, 이들은. 

아직 미숙하지만 미래의 명탐정의 면모가 곳곳에서 묻어나는 대학생 가가의 첫번째 사건. 아마도 가가는 이 사건으로 큰 트라우마를 떠안게 되었을 것 같다. 교사냐 형사냐를 두고 진로 선택의 갈림길에서 고민했던 그였지만, 이것 역시 가가에게 큰 짐이 되었을 것 같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건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역시 가가의 큰 장점이자 특징이 아니었을까. 또한 이런 일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에 대한 따스한 시선은 결코 저버리는 일이 없다는 것도 가가의 매력 중의 하나일 것이다. 먼저 읽었던 가가 형사 시리즈와는 좀 다르게 풋풋한 매력과 더불어 미숙함이 느껴지지만 가가의 사랑 이야기 등은 가가 역시 냉철한 형사만이 아닌 한 여성을 진심으로 마음에 품을 수 있는 남자란 걸 느끼게 만들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것이 가가를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드는 요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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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귀족 1 세미콜론 코믹스
아라카와 히로무 글.그림, 김동욱 옮김 / 세미콜론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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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의 연금술사』(본인은 극장판 애니메이션만 봤습니다)와『수신연무』(1권을 보려다 말았습니다)로 유명한 만화가 아라카와 히로무. 그녀가 만화가가 되기 전 홋카이도에서 7년간 농업에 종사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모든 추억이 만화로 탄생했다. 리얼 홋카이도 농가 에세이 만화랄까. 직접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를 깨알같은 에피소드가 꼭꼭 들어찬『백성귀족』제 1권.

작가의 집안은 홋카이도에서 3대를 내려오며 농사와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증조할아버지가 개척한 땅을 할아버지 - 아버지가 이어서 농사를 짓고 젖소를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난 홋카이도라고 하면 야생동물의 천국, 4월까지 눈이 오는 혹한의 겨울, 풍부하고 신선한 해산물이 가득한 곳이란 것 밖에 모른다. 그런데 농사라니. 그렇게 추운 땅에서도 농사가 잘 될까 싶었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일본 전체 식량자급률이 40%도 못미치는데, 홋카이도 토카치의 경우 자급률이 1,000%을 상회한다니. 이정도면 일본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4개현의 주민들 모두를 먹여 살릴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도저히 상상도 안되는 수치다. 재배되는 것도 다양해서 감자, 감채류, 옥수수와 쌀 등 육지에서 나는 작물을 비롯해 해산물 역시 자급률이 몇 백 퍼센트에 달한다. 게다가 낙농업이 발달해 우유와 쇠고기도 많단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알다시피 이런 1차 생산물은 시장의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우유가 남아 돈다고 생우유를 폐기하거나 멀쩡한 소를 도축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소비자들은 예쁘고 잘생긴 야채나 과일만 찾다 보니 무리하게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해야 하는 등 이런저런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태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정말 어이없을 지경이라 허탈한 웃음밖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요즘 우리나라도 구제역 파동때문에 육우는 물론이고 젖소며 돼지, 염소등이 살처분된 후 고기값 폭등, 우유생산량 감소등으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는 어마어마하게 올랐다. 여기엔 그런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우유생산량이 많으면 우유를 버리거나 소를 도축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니 목장이야기는 그리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사실 비정하다는 게 맞을 지도 모른다. 

다들 알다시피 가축은 상품이다. 경영에 보탬이 되지 않을 시에는 서둘러 처분하지 않으면 일손과 먹이 값 등 적자가 늘어날 뿐. (80p)

그렇다. 우리는 젖소를 보면서 꺄꺄 거리면서 좋아할지는 몰라도 축산농가에 있어 젖소는 상품일 뿐이다. 물론 기른 정도 있겠지만, 워낙 덩치가 큰 동물이기 때문에 우유 생산을 하지 못하거나 병이 들면 도축할 수 밖에 없다. 작품 내에서도 태어나면서부터 척추를 다친 송아지가 결국엔 죽은 소들과 함께 실려가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반려동물이라면 어떻게든 고치고자 하겠지만, 가축과 반려동물은 그런 면에서 상당히 다르단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상품가치가 없는 젖소들은 도축되어 동물사료나 식용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집 개들은 닭고기 사료나 양고기 사료를 먹습니다) 식용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햄버거 패티를 만들 때, 즉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에서 파는 햄버거 패티는 대부분 젖소고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젖소의 경우 숫소는 번식용으로밖에 쓸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어느 정도 성장하면 육우용으로 팔려간다. 이 또한 축산업의 잔인한 현실의 한 단면이다. 내가 사는 지방에도 도축장이 한 곳이 있는데 어느 날 운전을 하고 가다가 소를 가득 실은 차가 그 도축장쪽으로 가는 걸 목격한 후 한동안 쇠고기에 손도 못댔던 기억이 난다. 소들은 자기가 어디로 끌려가는지 다 안다고 한다. 그걸 보면 정말 육식은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또 고기를 먹고 있는 나란 인간은... (이야기가 좀 새긴 했지만 고기 이야기니까 잠시 해봤습니다)

음. 그리고 홋카이도 하면 야생동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불곰, 홋카이도 사슴, 북방여우, 줄무늬 다람쥐등은 때로 농작물을 습격하거나 가축을 습격하기도 하는데, 이럴 땐 가차없이 사살이다. 사실 우리처럼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피해를 주면 얼마나 준다고 그러냐고 타박할 수도 있겠지만 밭이나 목장에 갑자기 곰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면, 도저히 말릴 수 없는 입장이 되고 만달까. 공존이란 걸 강조하고 싶지만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처지를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물론 이렇게 눈을 돌리고 싶은 현실이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다. 작가의 아버지의 이야기만 나오면 빵빵 터진다. 특히 한겨울에 송아지 받으러 나갈 때의 복장. 푸하하핫. 미친듯이 웃어버렸다. 나중에 진화를 하긴 했지만 그게 더 웃겼다. 게다가 농업고교에서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어린 시절의 추억담 등 깨알같은 에피소드가 쏟아져 나오면 웃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다.

정말이지, 농축산업에 종사한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그리지 못할 만화.『백성귀족』은 리얼함이 생명이고 코믹함이 부록이며, 농축산업에 종사하는 농가의 진정한 실태에 대한 묘사가 중심인 만화다. 다음권도 기대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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彼の制服にキスを (幻冬舍コミックス漫畵文庫 う 1-2) (文庫)
우메타로우 / 幻冬舍コミックス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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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제복, 혹은 교복에 모에하는 성향이 있는지라 - 특히 가쿠란 -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근데 역시 아직도 난 우메타로의 그림에는 적응이 안된다. 뭐랄까, 미숙한 듯한 그림이랄까. 때론 균형이 맞지 않기도 하고, 표정이 어색하기도 하고, 근데도 이상하게 가끔 땡긴단 말이지. 에휴, 어쩌겠나, 그럴 땐 읽는 게 정답일지도..

작화면을 좀더  이야기하자면 야기는 고교생 시절이나 어른이 된 모습이 어느 정도 매치가 되는데, 코타니는 고교생에서 어른이 되니 적응 불가. 이렇게 귀여웠던 녀석이 크니까 뭐랄까 좀 징그러워졌다. 푸핫.. 예쁜 사랑이야긴데 역시 작화가... 따라주지 못하니 좀 안타깝달까. 캐릭터는 우메타로의 작품에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들. 공은 강공, 수는 외유내강형이랄까. 코타니가 혼자 끙끙 앓는 모습이나 퍼뜩하면 눈물 방울방울은 우메타로 작품에 나오는 수 캐릭터들의 공통점일지도. 뭐 고교생이니 좀더 납득해줄까나. (笑) 

야기와 코타니 커플 이야기는 시리즈가 있던 모양이다. 이 앞에도 한 권이 있는 모양인데 모르고 이것 하나만 샀다는. 근데, 앞 이야기를 몰라도 2권만으로도 충분히 내용 파악이 된다. 아마도 앞에 나온 이야기는 두 사람의 첫만남에서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이 아닐까 하고 짐작을.. 뭐 이 책 한권으로도 400페이지나 되니 충분해, 암만. (문고본이라 사이즈가 무척 작긴 하지만)

코타니는 수험을 준비하는 고교 3년생으로 여러모로 모범생이라 해도 좋을 녀석이다. 그에 비해 야기는 좀 거친 면이 있는, 어른들이 보기엔 불량학생이다. 이런 아이들이 어떻게 연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의외로 서로 많이 다른 사람들끼리 매력을 느끼기도 하니까. 어쨌거나 순조롭게 사귀고 있는 두 사람이지만 어느 날 야기의 옛연인이 나타나게 된다. 야기보다 연상의 그녀는 야기에게 신세를 지는 등 코타니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기만 하지만, 야기와 자신의 마음을 믿는 것 하나로 그 시간을 극복해 가고 있다.

하지만 졸업까지 반년도 남겨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기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코타니와 야기는 그 문제로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 사랑의 도피라도 할래? 라고 씁쓸하게 묻던 야기에게 그렇게 하자는 코타니의 대답은 야기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이제까지 곱게 자라온 코타니에게 그런 선택을 시키긴 싫었겠지. 이렇게 야기는 학교를 떠나고 코타니는 남은 학교 생활에 전념하며 야기를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두 사람의 사랑이 쉽지 않은 건 뻔한 일이다. 무엇보다 아직 독립하지 못한 미성년이란 것, 그리고 남자 끼리란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물 많고 약하디 약할 것 같은 코타니는 자신의 아픈 마음을 꼭 다잡고 자신이 독립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현명한 방법이지만 그게 얼마나 아플지는 상상이 충분히 된다. 하지만 야기의 아버지 앞에서 야기와 자신의 사이를 선언하는 코타니를 보면 어떤 면에서는 대견스럽기도 하다. 이미 충분히 많은 생각을 했다는 증거니까.

만약 고교생의 이야기로 끝났으면 그다지 매력이 없었을텐데, 이 작품은 야기와 코타니가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까지 나온다. 물론 그 부분이 짧기는 하지만. 아마도 둘은 몇 년을 꾹 참고 자기 자리를 잡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멋진 어른이 된 두 사람. 그들이 있을 장소는 역시 상대의 마음속 뿐이다. いつどこで何をしててもお互いの胸の中がぼくらの居場所 라는 코타니의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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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0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메 타로우님은 오랜만이네요.
저도 제복 모에파라, 어쩐지 그런게(?) 있죠.
마지막 코타니 말 멋있네요.

스즈야 2011-04-11 01:20   좋아요 0 | URL
이게 번역본으로 방과후 시리즈라고 하더라구요. 전 앞 이야기는 못읽고 이거만 읽었다능... ^^ 나중에 앞부분의 책도 사서 보려구요.
교님도 제복에 모에하시는군요.. ㅎㅎㅎㅎ 동지!

2011-04-11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과후 시리즈라~ 어쩐지 낯이 익은 듯 합니다. 혹시 본 건 아닌지 이젠 가물가물~.~
ㅋㅋㅋ 동지라니! ㅋ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ㅋㅋㅋ

스즈야 2011-04-11 22:16   좋아요 0 | URL
전 방과후 시리즈는 아직 못읽었는데, 다른 블로거분께서 말씀해주시더라구요. 우메타로 작품중 강추하는 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원서로 읽게 되서 참 좋았어요.

ㅎㅎㅎ 동인녀 동지? (^^)
 
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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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동화같은 걸 읽어 보면 주인공이 죄다 미남미녀다. 난 그게 참 싫었다. 요즘이 외모지상주의 시대라고 하지만 옛날부터 존재해 온 동화책이나 여타의 책들을 보면 전부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 투성이이다. 신데렐라도 재투성이 아가씨이긴 하지만 잘 씻겨서 옷 잘 입히니 미모가 빛을 발했고, 백설공주는 타고난 미모덕에 계모 왕비에게 몇 번이나 죽임을 당할 고비를 넘기지만 왕자님을 만나 잘 살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 역시 미녀란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 있다. 라푼젤 역시 마녀에 의해 높은 탑안에 감금되어 있지만 머릿결은 삼단같고 얼굴은 공주님 빰칠 정도. 인어공주도 아름답고, 엄지 공주는 깜찍하면서 예쁘고, 개구리 왕자에 나오는 공주님도 한 미모 하시고. 도대체 동화책엔 못생긴 사람은 다 악역이고 예쁘면 무조건 주인공이다.

아이들이 읽는 책인데 어린 시절부터 외모에 대한 집착을 하게 만들어주시는군, 좀 까칠하게 말하자면 어린 아이때부터 우린 이런 책을 읽으며 외모가 최고란 것을 배운다. 아름다우면 때론 고생을 하긴 해도 왕자님을 만나 천년만년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니까. 물론 인어공주처럼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비극을 겪는 공주님도 나오지만 그외의 공주님은, 혹은 아름다운 아가씨는 왕자님을 만나거나 신분 급상승을 하는 이야기가 많다. 그래서 난 미녀와 야수를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물론 일종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미녀가 야수의 외모에 반해서 사랑하는 건 아니니까.

그렇다면 개구리 왕자도 좋아하지 않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안좋아한다. 마법으로 개구리가 된 왕자가 공주님의 미모에 반했다는 게 그 하나, 그리고 제일 싫은 건 공주님은 약속을 지키지도 않았는데 마법에서 풀린 왕자님의 사랑을 잔뜩 받았다는 것이지. 그래서 똑같이 마법에 걸린 왕자님이 등장하지만 개구리 왕자는 싫고 미녀와 야수는 좋아하는 것이다.

서론이 좀 길었다. 각설하고.
『비스틀리』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다. 잘나가는 앵커 아버지를 둔 덕에 멋진 외모를 갖고 좋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주위 사람들이 모두 떠받들어 주는 바람에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줄 아는 카일 킹스버리는 어느 못생긴 여자 아이를 곯려주기 위한 계획을 짰다가 오히려 자신이 덤터기를 쓰게 된다. 바로 야수로 변하는 마법에 걸린 것. 게다가 2년안에 진정한 사랑을 찾지 못하면 평생 야수로 살아가게 생겼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을 부정하고 싶었고, 도대체 왜 내가 이런 마법에 걸려 개고생을 해야하는지 몰라하던 카일은 브룩클린의 한 맨션에서 마그다 아줌마와 시각장애인 청년 윌과 함께 살아가면서 자신의 잘못을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그다 아줌마와 윌은 사랑에 빠질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외모가 너무나도 추악하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란 절망으로 장미를 키우기 시작하는 카일은 매일 맨션에 틀어박혀 장미만을 가꾸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이 자신의 딸을 거래조건으로 내세우는데, 그 딸이 바로 카일의 동급생 린다였다. 그렇게 린다와의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지만...

대충 이정도만 말해도 이 작품의 내용이 미녀와 야수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좀 다른 것은 시대적 배경이 현대라는 것과 카일이 야수로 변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장미를 심고 가꾸는 과정등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왕자님이 야수가 되기 전까지의 이야기가 없지만 여기에서는 왜 야수가 되었는지, 그리고 카일이 아드리언이란 야수로 살면서 어떤 변화과정을 겪어가는지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안그랬으면 전혀 메리트가 없었겠지?

외모만 번드르했던 카일이 진정한 인간미를 갖추게 되는 과정은 일종의 성장 소설이며, 린다의 사랑을 얻게 되는 과정은 로맨스이다. 그리고 마녀라든지 마법으로 야수가 되는 것은 판타지. 세가지 요소가 골고루 잘 배합되어 멋진 현대판 미녀와 야수가 탄생했다. 개인적으로 로맨스 소설이 취향은 아니지만 이 작품은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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