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요 계장님!
키노시타 케이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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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라, 책 표지를 봐도 제목을 봐도 이건 확실하게 리맨물이로군. (내가 좋아하는 리맨물~~) 그럼 장편인가 싶었더니, 아니다. 단편집이로구나. 계장님 시리즈를 비롯, 연하공들이 대거 출연! 솔직히 말해 난 연하공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키노시타 케이코의 연하공들은 어리광이나 다짜고짜 밀어붙이는 게 없어서 연하공이라도 좋다. 

일단 계장님 시리즈부터! 
계장님 카리야는 부하직원 시시도와 술을 마시다가 갑작스레 "좋아해요, 계장님"이란 고백을 받게 된다. 그저 상사로서 좋아한다는 말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알고 보니 아니었다? 하지만 술에 취해 남자가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한다는 말로 시시도를 자극하고만 귀여운 계장님. 그러나 시시도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듯, 카리야에게 손끝하나 대지 않는다.

함께 한 출장여행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화점에서 예쁜(?) 속옷까지 사입었건만, 시시도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그런 시시도에게 부아가 치밀어 오른 계장님, 결국 한마디 하고 마는데... 아이쿠야, 부장님, 생각보다 성질이 급하시군요. 노말이었던 당신이 위화감을 가질까봐 나름대로 시시도가 배려한 것 같구만... 이렇게 귀여운 계장님과 침착하지만 나름대로 변태스러운 시시도의 사랑이야기, 무지하게 귀여웠습니다.

<츠키야마 일기>는 삼십대 중반의 편집기자와 나이 어린 천재 작가와의 이야기인데, 이 어린 작가의 유혹기술이 참으로 어설퍼서 귀여웠달까. 게다가 그걸 보면서 안넘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편집기자 츠지야마도 되게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그치만 역시 어른은 어른다워. 급박한 순간을 모면하는 재치하며, 어린 작가 선생님을 다독이는 말하며... 작가 선생, 츠키야마에게 배워서 알겠지만, 어른들의 사랑은 그렇게 급하지 않다구~~ 

<사랑일까!?>는 학원물인데 선배와 후배사이의 이야기이다. 여자애의 고백을 거절하는 핑계로 테니스부 선배를 끌어들였다가 그 선배에게 반한 후배의 이야기랄까. 풋풋하고 귀여운 고교생들의 모습이 상큼상큼.

<다정한 비> 역시 학원물이라고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선 학생과 선생님 커플이다. 들고양이같은 학생과 다정한 선생님이랄까. 역시 선을 지켜주는 선생님의 모습은 키노시타 케이코의 작품 성향 그대로. 이런 점이 꽤 마음에 든단 말야...

<찌릿찌릿~~>은 10년동안의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묘하게 슬펐던.. 결국 고백도 못하고 끝나버린 사랑이었네. 딱 2페이지인데 감성이 잘 살아 있었다. 그래도 아쉽긴 하두만...

뭐랄까. 키노시타 케이코의 만화는 BL만화계의 치유계 작품이랄까. 사실 작화가 대단히 뛰어난 건 아니지만 스토리가 잔잔하고 다정해서 참 좋다. 오늘처럼 기분이 꿀꿀한 날에 딱 어울리는 작가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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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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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전문학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로서는 책을 고를 때 책소개를 유심히 보게 된다. 책소개 부분을 보다가 눈에 띄인 단 한 글자 '유령'. 난 그것만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보기엔 책 선택의 이유치고는 참 별 것 없어 보이겠지만, 유령이란 소재는 내게 있어 무척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에 내게 있어서는 무척 타당한 이유였다.

『나사의 회전』은 1898년에 발표된 소설이라서 고딕소설이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순문학에서 유령이 어떻게 표현되고 유령의 존재가 어떻게 그려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역시 고딕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유령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고딕소설이 주는 섬뜩함이나 소름끼치는 두려움이 전혀 배제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유령이 주는 공포나 유령 자체의 끔찍함보다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에 따라 그 공포가 배가되어 가기 때문이다.

영국의 한적한 시골마을에 있는 한 저택에서 두 아이의 가정교사가 된 스무살의 아가씨가 듣고 보고 경험한 것들이 수기형식으로 씌어진 이 작품은 도입부가 있고, 그 다음에 수기가 등장한다. 이 수기의 화자는 자신을 고용한 아이들의 백부의 하인이었던 피터 퀸트와 아이들의 가정교사였던 제슬 양의 유령을 목격한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녀외에는 다른 누구도 유령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아가씨가 잘못된 것일까. 어쩌면 아가씨의 눈에만 보였을지도 모른다. 요즘 말로 하자면 영감(靈感)이 뛰어났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가정교사는 유령을 목격한 후 유령이 노리는 것은 사랑스러운 두 아이라 생각하고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태는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하는데...

인간은 자신이 직접 보고 듣는 것을 믿는다. 누가 아무리 뭐라 해도 자신이 생각한 것을 믿는다. 유령의 존재가 있든 없든 가정교사의 눈에는 유령이 보였고, 그 유령이 아이들을 노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은 퀸트나 제슬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지만, 가정교사는 아이들이 유령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작품 내에서는 아이들이 유령을 보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주는 부분이 몇군데나 등장하기 때문이다. 밤중에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거나, 정원에 나가 있다거나, 혼자 보트를 타고 호수를 건넌다거나. 이러한 아이들의 행동은 분명 아이들도 유령의 존재를 알고 있거나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건 가정교사의 생각일 뿐, 아이들은 직접적인 언급은 전혀 하지 않는다. 

고용인 중 한 명이 그로스 부인은 가정교사가 본 유령의 정체에 대해 알고 있지만 실제로 목격하지는 못했다. 가정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차츰 그 이야기에 휩쓸려가게 되는 인물이다. 작품내에서 그로스 부인이 유령의 존재를 믿든 안믿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로스 부인 역시 사랑스러운 두 아이, 마일스와 플로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순진함과 천진함을 믿고 있는 두 사람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움 뒤에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고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그걸 긍정하지는 못한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움에 넋이 나가버렸다고 할까. 실제로 남자아이인 마일스는 학교에서 쫓겨났지만 구체적인 이유가 끝까지 나오지 않는데, 가정교사나 그로스 부인은 마일스의 잘못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잘못이라 믿어버린다. 이 아이들 역시 무척 흥미로운데 어려서 일찍 부모를 여읜 탓인지 무척이나 조숙하다. 특히 마일스의 경우에는 어른들처럼 애매모호한 말을 하며 가정교사를 착각속으로 밀어 넣는 존재이기도 하다. 무턱대고 사악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또래 아이답지 않은 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때때로 가정교사를 자신의 손바닥안에 쥐고 흔드는 모습까지 보이니까. 

이렇게 유령이란 존재와 유령이 아이들을 데려갈 것이란 두려움은 자신이 특별한 사람으로 이곳에 왔다는 자부심과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사람이란 책임감 등과 맞물려 가정교사를 궁지로 몰고 간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해 버리는 것, 그것이 그녀의 첫번째 과오였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말수가 적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 입장에서 마음대로 해석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이 결국 커다란 비극적인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르게 된다.

작품의 결말부를 읽으면서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듯 했다. 한편으로는 클라이막스에서 뚝 끊긴다는 그런 느낌도 있었다. 모호한 부분이 결국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 끝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유령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가정교사의 심리적 변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단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결말이 더욱더 큰 임팩트를 가져오는 것이 분명하다.

이 뒤에 이 가정교사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도입부에 그녀의 수기를 소개하는 더글라스란 인물에 의해 묘사되기 때문에 궁금증은 풀렸지만 좀 이상한 것은 그녀의 그후 행적과 그녀에 대한 더글라스의 감정이란 부분이었다. 그 부분의 위화감을 제외하고는 그녀가 수기에 남긴, 그당시 블라이에서 벌어졌던 기묘한 일에 관한 부분은 무척이나 흥미로웠고 섬뜩했다. 하지만 잊으면 안되는 것은 수기란 것은 편지처럼 화자가 진실만을 말한다고 여기게 된다는 것이다. 주관적인 입장에서 씌어진 것이기에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녀가 목격했던 유령의 존재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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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사랑 - 뉴 루비코믹스 1035
쿠사마 사카에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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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앗.. 만화책 표지를 보며 두근거린 것도 오랜만일세~~ 왼쪽의 청년(하지메)가 오른쪽의 회사원(마히루)를 어찌나 사랑스럽게 쳐다보고 있는지. 표지만 봐도 두 사람의 성격이 딱 나오는 것 같다. 하지메는 순수하다 못해 천진난만한 성격이고 마히루는 약간의 츤데레랄까. 그게 또 마히루를 엄청 귀엽게 만드는 요소이긴 하지만...

스스로를 제법 수완이 좋은 영업맨이라 생각하고 있던 나카가와 마히루에게 어느날 새로운 거래처를 담당하라는 명령이 내려온다. 그곳은 금방이라도 망할듯한 부품공장으로 사장은 경영경험 제로의 천진난만 순진무구한 청년 오카자와 하지메이다. 혹시나 이게 권고사직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어 잔뜩 의기소침해진 마히루는 명랑쾌활발랄하기 그지없고 몸안에는 긍정마인드만이 있는 것 같은 하지메에게 화가 나지만 어느새 그런 긍정마인드에 휩쓸린 탓인지 서서히 하지메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된다. 

마히루라 불리는 자신의 여자같은 이름도 싫었고, 연하남자는 더더군다나 싫었다. 그런 마히루였지만,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는 하지메가 싫지는 않다. 이런게 바로 인연이라구욧, 마히루씨! 

『한낮의 사랑』은 두 사람이 사귀기까지의 과정보다는 사귀어가면서 생기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 물론 사귀기 전까지의 이야기도 있지만 그후의 이야기가 비중이 더 크단 이야기이다. 그래서 이 두 사람 뭐 이렇게 빨리 사귀는거야, 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부자연스럽지않게 술술 넘어간다. 그런 묘미에다 마히루가 안고 있는 문제점도 하나둘씩 해결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에, 아직 어린 청년이라 그런지 망상 + 오해 + 질투 삼종세트를 귀엽게 분출하는 하지메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웠다. 마히루는 어른같은 느낌이 물씬 나는것에 비해 하지메는 소년같달까.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진지한 면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또한 자신들의 관계에 대해 숨기지 않고 분명하고 떳떳하게 밝히는 대목도 좋았는데, 이 장면에서도 어른스러운 마히루의 모습이 돋보였달까. (하지메의 아버지에게 이야기할 때) 반면 마히루의 아버지를 찾아갈 때는 몇번이나 거절을 당해도 꿋꿋하게 다시 찾아가는 마히루와 하지메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웃음이 빵터지기도 했고. 하지만 제일 웃겼던 장면은 마히루의 아버지에게 겨우 인정을 받았던 자리에서 마히루의 발언이 아니었을까. 푸핫. 지금 생각해도 그건 아니잖아, 마히루씨. 너무 긴장했나봐. 뭐 그런 면도 사랑스러운 마히루였습니다만...

본문을 다 읽고 겉표지를 살짝 벗겨보면 속표지에 후기 만화와 후기가 있다. 요것도 또 하나의 재미랄까. 너무나 어른스러운 마히루의 상사 이가라시와 아이같은 하지메의 대면장면. 아, 정말 하지메도 귀엽다니까. 참, 그러고 보니 멋진 이가라시에 대한 이야기를 빼먹었군. 이분도 참 재미있으셨단 말야. 특히 딸이 시집간다고 하는 장면에서 이거 완전 진지한 장면인데 난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진지 + 코믹함이 적절하게 어우려져서 작가의 감성이 물이 촉촉이 올랐단 느낌이다.

참 ! 또 하나더. 이 작품의 원제는 真昼の恋이다. 이거 완전 의미심장한 제목인데!! 真昼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한낮, 대낮이란 뜻이 있지만 발음으로 보면 마히루, 즉 남자 주인공의 이름과 똑같은 발음이다. 즉 음으로만 생각한다면 한낮의 사랑, 그리고 마히루의 사랑이란 뜻으로도 읽힌달까. 마히루의 사랑, 이것도 좋은데? 역시 이것도 작가님의 물오른 센스! (좀 덧붙이자면 - 책에도 나오지만 - 마루히의 이름은 正午라고 쓰고 마루히라 읽는데 보통은 쇼고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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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
아사노 아츠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아고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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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배터리로 잘 알려진 작가 아사노 아츠코. 나는 아직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지만, 기담이란 소재를 좋아해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일본원서 제목은 부제로 나와 있는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이지만, 어감상으로는 기담쪽이 훨씬 마음에 든다. 일단 표지를 보면, 세례 요한의 머리를 들고 있는 살로메를 연상시키는 그림이 보인다. 팜므파탈이랄까. 어쩌면 책내용도 그런 내용이려나 하는 상상을 하며 첫장을 넘겼다.

첫이야기는 기근으로 굶어 죽어가는 한 여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너무나도 가혹한 운명의 여인과 그녀의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갑자기 현대로 시간을 뛰어 넘는다. 작은 마을에 사는 한 노파의 이야기이고, 노파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중세를 배경으로 한 한 왕국의 왕비와 시녀 츠루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처음에는 총 24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나 싶은 생각을 했지만, 알고 보니 노파의 이야기와 왕비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나오는 것이었다. 호오라, 독특한 구성이군.

노파의 이야기는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는 형식이고 왕비의 이야기는 쓰루라는 시녀의 말에만 귀기울이던 왕비가 어떤 식으로 몰락해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형식이다. 옛날옛날 한옛날에~~라는 그런 느낌이랄까. 세치 혀로 왕비를 들었다 놨다 하면서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츠루를 보면서 소름이 쫘악 끼쳤다. 츠루가 아무리 달콤한 말, 듣기 좋은 말을 늘어 놓는다 해도 왕비가 자신의 중심을 잘 잡았으면 그런 일까지는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여기에서의 츠루란 존재는 인간의 마음을 파고 들어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 그런 존재이다. 물론 츠루를 진짜 인물로 봐도 상관없지만 나같은 경우 인간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사악한 욕망이 구체화된 것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보면 노파의 이야기와의 연결점이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츠루의 존재보다 더욱 소름이 끼치는 건 노파의 정체였다. 호오,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었달까. 물론 노파는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역시 타인의 약점이나 어두운 부분을 야금야금 먹어간다. 그렇다 보니 노파가 나중에는 완전한 인면창이 되어 버리는 것도 납득이 간다. 사람의 마음을 지배한다는 인면창, 노파의 행동이 말이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인간에게는 누구나 약한 부분이 존재한다. 또한 누구나 어두운 부분도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든 그 약한 부분에, 어두운 부분에 침식당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때로 그런 유혹에 흔들릴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일단 그것에 마음을 먹히기 시작하면 왕비처럼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밖에.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말하면 인간의 세치 혀가 아닐까. 츠루가 왕비를 파멸로 이끌었던 것처럼, 노파 역시 다른 사람을 파멸로 이끌기를 원하고 있고, 그리고 여전히 그러고 있다. 그리고 이젠 그 역할을 다른 이에게 물려주려 하고 있고, 그 누군가가 반드시 그 역할을 물려받을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이 그 세치 혀에 놀아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일 것이다. 아무리 세치 혀가 농락하려 한다해도 스스로의 중심을 잘 잡고 어둠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 츠루의 저주에서 벗어날 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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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키벤 6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6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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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착하고 참한 아내 유유코 덕분에 일본 에키벤 일주 여행을 떠난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큐슈를 시작으로 츄고쿠 · 시코쿠, 간사이 지방을 지나 홋카이도에서의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홋카이도는 워낙 넓은 지역이라 세번에 나뉘어 여정이 소개되고 있다. 이번은 그 마지막 여정인 세번째 여정. 큐슈 지방을 다닐 때 함께 다녔던 나나란 잡지 기자와 함께 동행중이다.


  다이스케 아저씨와 나나의 이번 여정은 위의 그림과 같다. 엔가루에서 시작해서 삿포로까지의 여정이다. 중간에 러시아로 잠깐 넘어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홋카이도 내에서의 에키벤 여행이라고 보면 될 듯. 지난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홋카이도 만의 절경이나 야생동물들의 등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었다면, 이번 여정에서 독특한 점은 영화나 드라마, CF촬영, 소설의 배경이 된 곳등이 많이 소개된다는 점이다. 그건 나중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고, 일단은 기차 여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절경들에 대한 소개부터 해볼까.

엔가루역에서 에키벤을 산 두 사람은 간보우 바위에 올라가서 식사를 하게 된다. 사실 이 간보우 바위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몸매(?)로는 도전하기 힘든 곳이긴 하지만 역시 산꼭대기라서 그런지 절경 하나는 끝내주는 곳이다. 엔가루까지 와서 그곳에 올라가지 않는 것은 너무 아깝지. 씩씩한 나나와 그런 나나를 보며 새디스트라고 투덜대든 다이스케 아저씨. 제발 좀, 아저씨 그 새디스트란 표현은 안쓰면 좋겠구만요. 아저씨가 그런 말을 하면 엄청 징그럽거든요! 여하튼 간보우 바위에서 본 절경은 끝내준다. 바람은 좀 심하지만 그런 건 좀 참을 수 있을 듯.

마루셋푸역 근처에는 '마루셋푸 삼림공원 휴식의 숲'이라는 오토 캠핑장이 있다. 열차로 여행을 다니는 경우엔 숙박이 힘들겠지만 자동차로 여행을 올 경우 이용하기 좋을 듯. 이곳에는 마루셋푸의 삼림지대를 다녔던 무리이 삼림철도 정용 기관차가 있다. 이 모델의 경우 21호만이 보존, 2004년에 홋카이도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아사히카와역에서는 두 가지를 즐길 수 있다. 하나는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에 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임시편 열차인 '아사히야마 동물원호'를 타고 아사히야마 동물원에 가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내부가 동물모양으로 장식된 아사히야마 동물원호를 타고 가긴 하지만 동물원에 가지는 않는다. 나같으면 동물원에 갔을 듯. 어딜가나 난 동물원이 최고! 어쨌거나 두 사람은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에 가기 때문에 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이 두 사람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은 하코다테 본선이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아 자전거길로 이용되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자전거를 타고 카무이코탄까지 20km의 길을 달린다는 건 분명 축복받은 일일 듯. 카무이코탄역 역시 지금은 폐쇄, 쓸쓸한 자취만 남겨져 있다.

자연을 벗삼아 관광하는 관광코스는 이정도. 나머지는 앞서 말한대로 드라마, 영화, CF 촬영지, 그리고 소설의 배경이 된 곳을 알아 볼까나. 에비시마역에는 또하나의 이름과 또하나의 역사가 있다. 바로 아시모이역이란 것인데, 이곳은 NHK드라마 '스즈란'의 무대가 되었던 곳이다. 아시모이란 곳은 가공의 지역이기때문에 에비시마역을 무대로 해서 촬영된 것이다. 마시케역의 경우 '역(STATION)'의 촬영장소였다. 이 영화의 출연배우중 바이쇼 치에코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역을 맡은 배우다. 이들 역이 있는 루모이 본선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인기가 있는 곳인데, 아무래도 홋카이도의 자연풍경은 일본에서 제일 아름답기 때문이 아닐까.

후라노역 근처에는 후지테레비의 드라마 '북쪽 나라에서'의 자료관이 있다. 또한 좀더 들어가면 '북쪽 나라에서'의 로케지였던 '로쿠고의 숲'이란 곳이 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의 집이라든지 드라마에 등장했던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후라노선에는 여름에만 문을 여는 임시역이 하나 있는데 라벤더꽃밭역이란 곳이다. 말그대로 라벤더가 가득 심어져 있는 곳이다. 웬지 역자체로도 향기가 물씬 풍겨나올 듯한 느낌이랄까. 이 역과 관련해서는 본문이 끝난 후 부록으로 더 많은 설명이 실려 있으니 참고해도 좋을 듯.

비에이역에서 내려 관광버스를 타고 가면 닛산자동차 CF의 무대가 된 '켄과 메리의 나무'가 있고, '세븐 스타' 패키지에 사용된 '세븐스타의 나무', '마일드 세븐의 언덕', '가족의 나무'등 멋진 나무들이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름도 독특한 핏푸역은 핏푸 엘렉키반의 CM이 촬영된 장소로 도쿄타워, 마루 밑 아리에티에 출연한 키키 키린이 출연했다. 시오카리역은 우리나라에서는 '빙점'의 작가로 잘 알려진 미우라 아아쿄의 '시오카리 언덕'이란 소설의 배경이 된 곳으로 이 소설의 내용은 실화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사할린으로 가려면 왓카나이 역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 된다. 고작 40km정도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한시간하고 좀더 가면 도착. 페리안에서는 무료 도시락이 제공되는데 이건 완전 일반도시락이었다. 호화 도시락만 보다가 이걸 보니, 뭐랄까 옛날 생각이 나더이다.

그외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어 이만..(笑) 물론 철덕인 다이스케 아저씨의 이야기 중에 철도나 기차와 관련된 이야기도 수없이 많다. 하지만 난 철도 보다는 다른 곳에 관심이 더 많은 사람인지라...


 

에키벤 여행이니 에키벤 이야기는 끝도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몇가지만 이야기해 볼까나~~ 역시 홋카이도답게 풍부한 해산물이 주재료가 되는 에키벤이 많이 등장한다. 게도시락이나 가리비 도시락이 역시 홋카이도답다는 생각도 들지만 홋카이도의 명물 중 칭기즈칸을 빼놓을 수 없지. 양고기 도시락인데 이건 데워서 먹는 도시락이다. 칭기즈칸은 홋카이도의 명물로 알려지긴 했지만 사실 홋카이도 내에서도 양고기는 고급으로 취급되며 대부분은 수입 양고기라고.. (다른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어서 살짝 덧붙였습니다)

ZooBen 구르메 박스란 생소한 이름도 눈에 띄는데, 구르메란 미식가란 뜻. 홋카이도에서 생산된 다양한 식재료를 조리해 만든 도시락인데 가짓수는 많지만 그다지 호화로운 도시락은 아니었다. 이름값에는 좀 못미치는 느낌? 그런 도시락으로는 북쪽의 맛 버섯밥도 빼놓을 수 없다. 버섯밥이라 해놓고 버섯은 만가닥 버섯 딱 한가지만? 어이, 어이. 최소한 버섯이 세가지는 들어가야 버섯밥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니겠소! (아무리 여기서 항의해봐야 그쪽까지는 안들릴테지만, 그래도 말해봤습니다)

음, 난 육류를 좋아해서 역시 항정살 덮밥에 눈이 확! 항정살은 그냥 구워먹으면 약간 기름진 느낌이 나는데 양념을 하면 기름진 맛을 확실히 잡아주겠네, 라는 생각을... 된장 돼지고기덮밥 역시 돼지고기의 누린내라든지 이런 걸 잡아줄 것 같은 느낌. 근데 단맛이 나는 일본 흰된장이라... (흰된장(시로미소)은 안먹어봐서 역시 맛은 상상이 잘 안되네요. )

지금은 판매하지 않는다는 청어 · 청어알 도시락은 그림만으로 호화롭다, 란 생각이 들었다. 청어도 큼직하게 들어가 있고, 청어알도 큼직해서.. 청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침이 꼴깍 넘어갈 듯.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과메기는 원래 청어로 만들었다지만 지금은 청어가 잡히지 않아 꽁치로 대신하고 있지요. 이것도 지구 온난화때문이겠죠)

오토이넷푸역의 메밀국수는 에키벤은 아니지만 특별한 것이라서 잠시 언급을... 메밀의 북방한계선이 오토이넷푸라고 한다. 그래서 이 오토이넷푸역의 메밀국수는 일본 최북단의 메밀국수라고 한다. 하지만 이 메밀국수집의 후계자가 없어 6대째로 문을 닫을 것 같다는 다이스케 아저씨의 이야기에 웬지 가슴이 찡해졌다.

홋카이도 마지막 에키벤 중 하나이 홋카이도 맛기행은 홋카이도의 맛을 그대로 전해주는 듯. 게살, 연어살, 연어알, 명란젓, 가리비, 성게등 풍성한 해물잔치 도시락이랄까. 이 도시락은 치라시 초밥이기 때문에 더 맛있을 듯.

그러고 보면 에키벤에 딸려 나오는 밥은 대부분 간이 되어 있다.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도시락이란 게 식으면 맛이 떨어지게 마련. 특히 흰밥의 경우 뭉쳐서 떡처럼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방지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흰쌀밥은 따끈할 때 먹으면 밥이 달지만 역시 식은 밥은 별로. 그렇기 때문에 맛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그리고 상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단촛물을 넣거나 다양한 육수를 넣어 지은 밥을 넣은가 보다, 라고 나름대로 납득. (근데 알고 보면 앞에서 이미 이런 설명이 나온 건지도 모르겠네요)

기차를 타고 에키벤을 먹으면서 일본 일주 여행을 하는 건 분명 부러운 일이고 침 꼴깍 넘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권수가 진행되어 가면서 자꾸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나오는 것도 사실. 다이스케 아저씨 캐릭터도 좀 그렇고, 이 작가가 가진 역사인식이나 남성관 및 여성관도 그렇고, 솔직히 좀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나나의 잡지사 편집부장, 도대체 이 분은 사무실에서 뭐하는 거랍니까? 안마해주는 여자들은 직원인지 아니면 안마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도대체 그런 장면이 왜 들어가야 하냐고! 또한 나나는 철없고 아이같고 모르는 것도 많은 여성으로 그려지는 반면, 다이스케 아저씨는 찌르면 뭐든 대답이 가능한 만능인처럼 나오는 것도 싫었다. 철덕이라 철도나 에키벤에 관해서는 당연히 일가견이 있는 게 맞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나도 아는 게 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물론 이젠 헤어져서 각자의 갈 길을 가겠지만...

철도를 좋아하는 오타쿠 중에 남성의 비율이 높아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즘은 테츠코(여성 철덕)란 단어가 정도로 철도와 에키벤을 좋아하는 여성의 비율도 높아지고, 나같이 철도의 역사나 기차에 대해서는 별 관심없어도 에키벤에 관해서는 관심이 많은 독자도 있는데, 남성이 중심이 되어 군림하는 이야기는 역시 별로다. 게다가 역사 인식 문제도 그렇고. 러시아에 증기 기관차를 보낸 것과 그에 대해 사과하는 세르게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가의 역사 인식이 어떤지 대충 짐작이 간달까. 좀 불쾌하지. 지난 번엔 나나가 날 좀 불쾌하게 만들더니... 이래서 좀 고민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기차 여행과 에키벤의 즐거움을 무시하고 싶지 않으니 일단은 계속 읽어볼까 싶다.

사진출처 : 책 뒷표지, 에키벤 가이드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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