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문명이 발달하면 인간은 더욱 이성적인 존재가 되는 것일까, 아니면 그 이성의 껍데기로 자신의 야만성을 교묘히 가리는 존재가 되는 것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강력범죄 뉴스를 볼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지능범 사건이라는 사기사건 같은 것도 늘어났지만 반대로 사람의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범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이 현대 사회이다. 교묘하게 증거를 인멸하고 또다시 범죄를 저지르며 범행강도를 점점 더 높여간다. 이런 사건이 늘어난다는 것은 범인이 피해자를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 물화(物化)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이 작품 속 범인이 모든 것을 한편의 연극처럼 여겼듯이 말이다.

주택가의 한적한 공원에서 여성의 팔 한쪽과 핸드백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하는『모방범』은 피해자의 가족, 범인, 가해자의 가족, 경찰 등 다양한 사람들을 내세워, 다양한 사람들이 각각의 입장에서 범죄를 맞닥뜨리게 되고 그에 의해 무너지고 변해가는 삶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해서 범인의 동기나 범행방식 등이 중요시되지 않는 건 아니다. 범행동기와 범행방식을 통해 범인의 삶과 범인의 심리에 대해 파고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으로 볼 때 범행에 대한 추리와 범행동기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피해자의 가족

작품속에서는 다양한 피해자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많은 피해자의 가족이 존재하게 되지만 포커스를 받는 인물은 공원에서 발견된 핸드백의 주인인 후루카와 마리코의 할아버지인 아리마 요시오와 핸드백의 첫발견자이자 예전에 일어났던 일가족 참살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족인 쓰카다 신이치 두 사람이다.

신이치는 자신의 가족이 몰살당한 것은 자신의 탓이라 자책하며 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이치는 또다른 살인사건의 증거가 버려진 현장을 발견하게 되니, 정말 일반인이라면 평생 겪어도 되지 않을 일을 연속으로 겪고 있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신이치를 괴롭히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딸이 수감된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신이치를 집요하게 찾아오기 때문이다. 다른 일같으면 차라리 잊어버리려는 노력이라도 하겠지만, 자신의 가족이 참살당한 일을 잊을 수 없는 신이치는 괴로움에 번민한다.

요시오 할아버지는 귀한 손녀딸이 행방불명된지 3개월에 돌아온 건 핸드백 뿐. 게다가 경찰의 미숙한 처신에 마리코의 엄마이자 자신의 딸인 마치코마저 정신착란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마리코가 사고를 당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무너져내리는 듯 했다. 자신의 딸이 어떻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담대하게 처신할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으랴. 그런 반면 마리코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분노할 수 밖에 없었다. 마리코와 별거중인 시게루는 이 상황에서 이혼까지 요구하고 나오는 것이다. 요시오의 고통은 범인의 전화로 가중된다. 요시오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자신의 뜻대로 조종하려 하지만 요시오는 침착함과 냉정함으로 범인의 도발에 쉬이 넘어가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 나간다. 하지만 세상은 요시오가 희생자의 가족이란 것을 알고 그들 피하기 시작한다. 그 근처에라도 가면 역병이라도 옮을 듯이. 그 범죄가 자신에게 옮겨올까봐 걱정이라도 하듯이. 맛있는 두부를 만드는 두부 가게 할아버지에서 단숨에 희생자의 가족이란 낙인이 찍혀 더이상 일반인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주위 사람이 갑자기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일은 일반인에게 너무도 갑작스럽고 익숙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피해자 본인이나 유족은 그런 사태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매뉴얼이 없으니까요. 악의를 품은 인간이 친절을 가장하고 접근해와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에 대해서는 늘 사기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3권 / 269p)

뿐만이 아니다. 손녀를 죽인 범인에게 희생당한 또다른 희생자의 가족들을 이용해 사기를 치려는 사람까지 나타난다. 희생자의 가족의 고통보다는 그들이 고통때문에 사리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하는 사람까지 나오는 것이다.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래. 난 그게 싫어. 난 아무리 자신을 책망해도, 조금씩 죽어가도, 가만히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니야. 이제 더이상은 싫어." (3권 / 280p)

모든 범죄 중에서 가장 잔혹한 범죄는 살인이다. 요시오의 말처럼 살인은 피해자 뿐만 아니라 그 가족마저 철저히 무너뜨린다. 신이치가 자신의 가족참살에 대해 떨칠수 없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듯이 요시오 역시 손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요시오는 진범 X가 잡힐 때까지 잘 버텨오지만 진범이 잡힘과 동시에 무너져 내린다. 그를 지탱하고 있던 축이 일시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그때 오열하던 요시오의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진범이 잡혀도 마리코가 돌아올 일은 영영 없기 때문이다. 이게 가장 큰 고통이 아닐까. 범인이 밝혀져도 범인이 잡혀도 범인이 사형된다고 해도 희생된 가족은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이.

피해자 혹은 희생자

범인들에게 농락당하고 살해당한 여성은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납치되었고, 감금되었고, 고통받다 살해당했다. 이는 범인의 이야기에서 자세히 나오는데, 이 희생된 여성들은 여러번 살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여자에게 있어 강간은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범인 중 한 명인 구리하시 히로미는 여성들을 강간하고 사진까지 남겼다. 피해자 여성들은 살아 남기위해 그 모든 것을 이 악물고 견디지만 결국 용도가 다한 물건처럼 페기처분되었다.

하지만 이 여성들을 다시 한 번 살해한 것은 그 뉴스를 시청하는 대중들이다. 살해당해 버려진 여성들에겐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 사람들은 왜 여성이 피해자일 때 그토록 잔인해지는 것일까. 특히 원조교제를 한 사실이 드러난 한 피해자 여성의 경우 범죄의 희생자가 된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여겨진다. 당연히 살해당한다? 도대체 누구의 논리이기에 이런 논리가 나온 것이지? 세상에 당연히 살해당하는 사람은 없다. 그 어떤 일을 하건, 어떤 인생을 살아 왔건 당연하게 희생되어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상의 눈은 그렇지 않다. 뭔가 남자관계가 복잡했으니까 그럴 것이고, 만약 그런 사실이 드러나지 않으면 멋대로 상상하기도 한다. 뭔가 드러나지 않는 게 있을거야, 라고.  

"우리들 여자는 거의 항상 살해당하는 측에 있어." (3권 /300p) 

위 문장을 보고 난 여러가지 의미의 살해를 떠올렸다. 직접적으로 목숨을 빼앗기는 것도 살해이지만, 강간을 당하는 것도 일종의 살해이다. 또한 매스컴과 대중들의 입방아에 올라 씹히다 버려지는 것도 살해이다. 이럴 경우 자신에게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살까지 하는 피해자 여성들이 많은데, 이런 건 매스컴과 대중에 의한 간접살해라고 말하고 싶다.  

용의자와 가해자의 가족

가해자의 가족 이야기는 다카이 가즈아키의 여동생 아야코와 신이치의 가족을 살해한 범인의 딸인 히구치 메구미로 집중된다. 나중에 다카이 가즈아키는 범인이 아니라 밝혀지지만, 일단 용의자 혹은 범인으로 낙인찍힌 순간 그 사람은 범인이 되어 버린다는 것을 정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나중에 아무리 정정보도가 나가도 사실은 뒤바뀌지 않는다. 진실은 안개 너머에 존재하고 상상이 덧입혀진 사실만 존재하는 것이다.

처음 아야코가 등장했을 때 내가 생각한 아야코는 꽤나 강한 여성의 이미지였다. 어린 시절부터 구리하시 히로미에게 이용당하는 오빠를 지켜주려 했고, 자신의 오빠가 범인으로 몰리자 그것을 해명하고 의혹을 풀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지만, 세상의 눈앞에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아야코는 히구치 메구미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아야코가 완전히 무너져 버린 것은 다카이 가즈아키와 구리하시 히로미와 동급생이었던 아미가와 고이치가 등장하면서이다. 아미가와 고이치는 아야코의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고 그녀의 생각이나 행동마저 조종하기 시작한다. 대중의 무서움을 맛본 아야코에 게 있어 지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상대는 아미가와 고이치뿐인 것이다. 무너져가는 아야코를 보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아미가와 고이치가 누군지도 모른채 그렇게 기대다니, 마음같아서는 책속으로 뛰어들어 정신차리라고 해주고 싶었다. 워낙 힘겨운 일을 겪다 보니 아야코는 어린 시절 자신이 만난 아미가와 고이치가 어떤 존재였던지 잊어버렸던 모양이다. 아야코는 결국 이용만 당한채 버려졌다. 

한편 신이치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메구미는 이기적인 것의 모든 것을 모아놓은 부류다. 자신의 아버지가 범행을 저지른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에 고개를 휘휘 저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석방되면 외국으로 여행을 갈 꿈을 꾸는 모습에 이 아이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지르는지 영원히 깨닫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용의자 혹은 범인

처음에 범인은 구리하시 히로미와 다카이 가즈아키로 보도되지만 다카이 가즈아키는 범인이 아니다. 다카이 가즈아키는 어린 시절부터 구리하시 히로미에게 이용당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지능이 낮아서가 아니라 선천적인 질병때문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후 부쩍 달라진 삶을 살게 되었고, 그것은 나중에 구리하시 히로미를 구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하지만 구리하시 히로미는 어둠에 깊이 발을 담궈 버렸고, 그 결과 다카이 가즈아키는 범인 X의 새로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만다. 다카이 가즈아키는 어찌보면 무척 안타까운 인물이지만 결국 자신의 가족을 '범인의 가족'으로 만들어버린 인물이기에 그에게 동정이 가지 않는다.

구리하시 히로미는 자신의 누나의 망령에 지배당하면서 살고 있었다. 태어난지 1개월만에 죽어버린 누나는 어머니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기 때문에 히로미는 그에 대한 반발로 여성들을 납치, 감금, 고문, 살해한 것으로 나온다. 히로미는 누나의 망령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히로미의 부모, 특히 어머니의 경우에 히로미를 정신적 · 신체적으로 학대한 것은 맞지만, 그런 사정이 있다고 해서 히로미의 범행 동기에 대해 절대 수긍할 수는 없는 것이다.    

모든 것을 계획한 브레인은 범인 X이다. 그 역시 나중에 밝혀지지만 남다른 집안 사정등 어두운 과거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범행을 저지를 권리를 얻는 것은 아니다. 이 사람은 모든 범행을 자신의 훌륭한 연극 한 편이라 생각했고,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경찰, 대중 모두를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여겼다.

"진정한 악이란 이런 거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 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거야. 범인이 그 근거를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 같은 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 (2권 / 203p)

그는 자신의 범행을 순수하게 즐긴다. 세상이 너무 재미없었기 때문에, 자신은 주목받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에 주목받고 싶은 생각에서 모든 범죄를 기획했다. 요즘 범죄 중에는 이런 무차별적인 범죄도 많이 일어나는데 범인 X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무대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이 실패할 거란 생각은 하지도 못한다.

관찰자 혹은 구경꾼들

르포라이터 마에하타 시게코는 관찰자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을 취재해 르포를 쓰는 것, 그것이 그녀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난 시게코를 보면서 또다시 기자란 사람들에 대한 구역질을 느꼈다. 그녀가 쓰는 건 이야기이지 결코 진실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취재를 바지런히 한다 해도, 그녀가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쓴다 해도, 그녀가 쓰는 문장에서 사람들의 이미지는 재창조되고 사건은 또다른 옷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주위의 눈이란 그런 것이다. 진실이 자신에게 직접 닥쳐와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인간은 그것과 직면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안락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설득력을 지닌 해석을 '진실'로 채택하는 것뿐이다. (3권 / 377p)

시게코나 매스컴 관련자들, 그리고 사건의 추이를 바라보는 대중들은 주위의 눈일 수 밖에 없다. 내가 겪지 않은 이상 그 사건에 대해서는 상상할 뿐이고, 나름대로 납득할 결론을 내버리는 것이다. 나 역시 현실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서는 주위의 눈이 될 수 밖에 없다. 나나 나와 관련된 사람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발표된 사실들을 납득해 버린다.

경찰은 '용의자'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고, 매스컴은 '범인상'을 추측하느라 바쁘다. 사람들은 겁을 먹으면서도 다음 희생자가 누구인지 은근히 기다리고 있다. (2권, 95p)

끝이자 또다른 시작

이 모든 사건은 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러나 신이치가 자신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을 직시하고, 메구미의 시선을 피하지 않게 된 것처럼, 마치코가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을 보이는 것처럼, 요시오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고 다시 일어난 것처럼 상처는 조금씩 아물어 갈 것이다. 물론 그 상처는 희미해질 뿐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말이다.

꽤나 오래전에 카피캣(Copycat)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시고니 위버 주연의 영화로 모방범죄에 관한 영화였는데, 모방범죄가 일어나는 하나의 패텬을 보여준 영화였다는 기억이 난다. 그후에 미드에서 본 모방범과 모방범에 관한 이야기들에서는 아버지에서 아들로 전수되는 모방범, 감옥에서 또다른 모방범을 양산하는 수감자 등에 관한 내용이 주로 등장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도 이 끔찍한 연쇄살인범이 저지른 범죄가 또다시 부활할 것이란 생각에 등줄기가 오싹해져왔다. 그리고 그런 범죄는 또다시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흔을 남길 것이다.

<1~3권 통합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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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바시 동반자살 - 뉴 루비코믹스 1049
히노데 하임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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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기모노에 모에하고, 시대물에 훅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표지만 보고 이 책을 골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의 검정색 기모노, 그리고 오른쪽의 후리소데. 와우, 표지 정말 예쁘닷! (얼핏 보면 순정만화 삘이 팍팍 나지만, BL입니다. 요즘은 미혼여성만 후리소데를 입지만 에도시대에는 남성들도 후리소데를 입었습니다) 게다가 에도 시대물!!!!

『니혼바시 동반자살』의 원제는 日本橋心中인데, 이 心中이 동반자살이란 의미다. 첨에 이 단어을 만났을 때 엄청 당황했지. 차라리 정사(情死)라는 표현을 쓰면 동반자살이라고 알아먹을텐데, 心中이라는 한자어만 봐서는 당최 뜻을 짐작하지 못했다. 사전을 찾아 보고야 동반자살이란 의미란 걸 알게 되었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마음 속이라는 뜻은 しんちゅう라 읽고, 동반자살이란 뜻은しんじゅう로 읽습니다) (비슷한 제목으로는 오우기 유즈하의 동경심중(東京心中)이란 작품이 있었지요)

각설하고.
『니혼바시 동반자살』에는 총 다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니혼바시 동반자살>과 <한 송이 비녀와 사랑의 그림>은 니혼바시의 요시초라는 유곽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흥미로운 점은 <니혼바시 동반자살>의 시작은 현대물로 시작한다는 것인데, 전생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일듯. (아~~ 전생, 이런 거 무지 좋아합니다)

시골에서 에도로 상경한 무사 세이에몬은 요시초에서 츠키노스케라는 아름다운 남창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돈이 없는 하급 무사로서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대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츠키노스케는 세이에몬에게 자신의 마음을 허락한 것이다. 슬픈듯, 안타까운듯 보이는 츠키노스케의 얼굴 뒤에 감춰진 과거는 세이에몬과 츠키노스케의 사랑을 비극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전생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 부디 현세에서 이루시길...

<한 송이 비녀와 사랑의 그림>은 츠키노스케의 친구인 쿄야와 야나기야의 큰서방님 레이와의 이야기이다. 레이의 정체가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레이의 정체를 말할 수는 없지만, 레이 역시 무척 멋진 남자였다. 쿄야에게 다정하고 자신의 동생을 무척 아끼는 남자랄까. 이 둘의 이야기도 비극으로 끝나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휴우~~ 다행히 비극은 아니었다.

<요괴변신과 부초괴담>은 제목에 나와 있는 것처럼 요괴가 등장한다. 음, 그리고 에케이란 스님도 등장하는데 이 요괴와 에케이란 스님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이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사람을 사랑한 요괴, 요괴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랄까. 보통 이런 이야기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다행히 이 커플도 해피엔드~~~ (개인적으로 해피엔드를 사랑합니다)

<도라지 저책의 후리소데 결투>는 무사와 시동의 이야기이다. 에도 시대에는 남색이 유행했었고, 그건 무사들 사이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거는 남자들의 진지한 이야기에 코믹함이 더해져서 무척 즐겁게 읽었던 단편.

마지막 작품인 <형제의 의리와 시라하마 동반자살>은 에도 시대의 일반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에도시대라고 하면 일단 먼저 무사가 떠오르긴 하지만, 헤이안 시대가 귀족 문화가 융성한 시기였다면 에도시대는 상인과 평민들의 문화가 발달하게 된 시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어린 시절 한 동네에 살았던 후지헤이와 센스케의 재회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의리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변하는 이야기이다. 너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다, 랄까. 이런 말을 아무런 고민없이 내뱉을 수 있는 후지헤이의 옆모습이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이 말은 너와 함께라면 어디라도 괜찮다는 의미일테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난 정사(情死)란 것을 매력적이라 생각할 만큼 바보는 아니다. 물론 정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만의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나의 경우엔 그럴 용기가 있으면 어떻게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랄까. 하지만 에도 시대는 좀 달랐을지도 모른다. 무사란 계급에 있던 사람들의 경우 체면을 위해 할복이나 결투를 하기도 했으니까. 정말 목숨을 걸고 사랑을 해야 했을 시기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자면 에도시대는 현대와는 다른 로망이 살아 있던 시기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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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지 못해 - 러쉬노벨 로맨스 234
아이다 사키 지음, 사쿠라기 야야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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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노벨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아이다 사키의 소설은 나름대로 많이 찾아서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아직 읽지 못한 책이 꽤 있다. 이 소설도 그중의 하나인데, 아무래도 등장 인물이 일반인같아서 제외시켜 뒀을지도. (흐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일반인을 별로 안좋아합니다) 게다가 아이다 시키는 경찰이나 야쿠자(혹은 마피아)가 등장하는 어둠의 세계의 이야기를 특히나 잘 묘사하기 때문에 이 소설에 별로 거는 기대는 없었다. 그래도 아이다 사키니까 적어도 실망을 시키지 않으리란 생각을 했달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척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는 않았단 것.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해볼까나.

일단 표지에 있는 인물에 대해. 왼쪽에 발가벗고 있는 녀석은 스무살의 대학생으로 이름은 마사미치이고, 연인과 막 헤어진 상태이다. 오른쪽에 있는 남자는 34살의 형사로 이름은 쿠몬, 마사미치의 옆집에 산다. (이런 우연이!) 근데 아무리 봐도 쿠몬의 얼굴은 스물 일고여덟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너무 젊게 그렸어. 약간은 아저씨삘이 나도 좋았을텐데. (아, 요즘 제가 아저씨에 푹 빠져서... 이렇습니다)

표지를 넘기면 나오는 컬러일러스트. 하나는 마사미치가 맞는데, 마사미치와 같이 있는 이 안경낀 섹시한 남자는 누구지? 마사미치가 혹시 두 남자를 만나게 되는건가, 하는 야릇한 상상을 해봤는데, 속았어, 속았어, 완전 속았어. 마사미치가 분통을 터뜨릴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난 공감하고 말았다. 이 사람도 쿠몬이라잖아!!!!!!!!!!!!!!!!!!! 이게 어떻게 동일인물일 수가 있어!!!!!!!!!!

표지 일러스트와 안쪽 컬러 일러스트 이야기를 하다가 너무 흥분해렸다.
다시 본래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마사미치는 연인과 헤어진 괴로움을 달래기 위해 게이바를 찾았다가 그곳에서 한 남자를 만난다. 은테 안경, 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매력적인 얼굴. 단 하룻밤만이라도 좋으니 위로를 받고 싶다는 생각에 마사미치는 이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그러나 이건 하룻밤의 꿈일 뿐, 더이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마사미치의 앞에 이 남자가 나타났다. 옆집 남자로. 게다가 어젯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구깃구깃한 양복에 헝클어진 머리로. 도대체 한 사람이 어쩌면 이렇게 바뀔 수 있는 거지? 마사미치는 속았다는 생각에 쿠몬에게 까칠하게 굴기 시작한다. 하지만 쿠몬은 마사미치가 싫지 않은 듯 그의 곁으로 자꾸만 다가서는데...

처음엔 싫었지만 자꾸만 그에게 끌리고 마는 마사미치와 대놓고 마사미치에 대한 관심을 표하는 쿠몬. 두 사람의 밀고 당기기가 이 책의 작은 재미라면, 쿠몬이 수사하는 사건 해결은 이 책의 또다른 재미이다. 암만, 형사가 사랑만 해서는 쓰나, 수사도 해야지. 다른 소설에 비해 형사 이야기의 비중이 크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그러나 저러나 범인이 그 사람이라뉘! 사실 이건 뭐, 작가가 범인을 깔고 앉아 독자에게 전혀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짐작도 못할 사람이 범인이란 것만 밝혀둔다.  

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조연들 중, 아이바. 딱 한장면에서 얼굴이 나오는데 근사하게 생겼구나. 비록 사랑을 얻지는 못하지만 든든한 지원자로 남아주는 아이바는 멋진 캐릭터. 물론 질투도 하고 해서 마사미치에게 싫은 소리도 하지만, 반듯한 사과를 할 수 있다는 건 역시 멋진 거지. 그리고 친구인 타마루도 굉장히 귀여운 녀석이었다. 마사미치의 성벽을 이해해주는 친구일 뿐만 아니라, 마사미치가 위험에 처했읉때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 작가 후기에는 아이바와 타마루 커플링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와 있던데, 글쎄. 난 둘을 연결시키는 것보다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참, 일본 원서 표지를 보다가 빵 터졌다. 번역본 그림과 약간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사미치에게 옷을 입힐 수는 없으니 나름대로 가위질을 하셨군요. 그러고 보니 옛날 만화책을 보면 억지로(?) 옷을 입히거난 꽃을 뿌려서 몸을 감추기도 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건가??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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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에는 무슨무슨 책을 읽었을까~~요.
정리해 보겠습니다.

104. 기담 -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가지의 진실  / 아사노 아츠코 / 아고라
105. 왕을 찾아서 / 성석제 / 문학동네
106.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넬레 노어하우스 / 북로드
107. 레드 라이딩 후드 /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 / 황금가지
108.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 본격추리 Ⅱ / 에도가와 란포 / 두드림
109. 졸업 / 히가시노 게이고 / 현대문학
110. 달과 게 / 미치오 슈스케 / 북폴리오
111. 비스틀리 / 알렉스 폴린 / 북폴리오
112.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 기괴환상 / 에도가와 란포 / 두드림
113~115. 모방범 1~3 / 미야베 미유키 / 문학동네
116.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글, 황규백 그림 / 샘터사
117. 작업실의 고양이 / 고경원 글, 사진 / 아트북스
118. 명탐정의 저주 /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119. 나사의 회전 / 헨리 제임스 / 시공사
120. 샌드위치가 된 샌드위치 백작 / 존 베멀먼즈 마르시아노 글, 그림 / 돋을새김
121. TERRA : 광포한 지구, 인간의 도전 / 리처드 험블린 / 미래의창
122. 남성성과 젠더 / 권김현형, 루인, 정희진, 나영정, 엄기호, 한채윤 / 자음과모음
123. 콘크리트 유토피아 / 박해천 / 자음과모음

124. 이선비, 성균관에 들어가다 / 세계로 글, 이우창 그림 / 아이세움
125. 만주의 아이들 / 박영희 / 문학동네
126. 책벌레들의 책없는 방학 / 힐러리 매케이 글, 김영미 그림 / 시공주니어
127. 여우는 어디로 갔을까? / 이환제 글, 한상범 그림 / 산하

음.. 역시. 4월은 만화를 주로 읽느라 일반 도서는 많이 줄었네요. 앞으로 몇달은 계속 이럴듯 싶어요, 아무래도.

5월은 128번부터 시작!


24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기담- 열두 가지의 거짓, 열두 가지의 진실
아사노 아츠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아고라 / 2009년 7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품절

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품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1년 2월
16,800원 → 15,120원(10%할인) / 마일리지 84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일시품절
레드 라이딩 후드
사라 블라클리 카트라이트 지음, 나선숙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3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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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엔 책을 별로 읽기 싫어서 만화책을 위주로 봤더니... 이런 결과가... (아하하)

[일반만화]
75~76. 서유요원전 - 대당편 1, 2 / 모로호시 다이지로 / 애니북스
77. not simple / 오노 나츠메 / 애니북스
78~79. 길상천녀 1, 2 / 요시다 아키미 / 애니북스
80. 진격의 거인 3 / 이사야마 하지메 / 학산문화사
81. 굿바이 캐러번 / 쿠사마 사카에 / 삼양출판사
82~84. 도로헤도로 10~12 / 하야시다 큐 / 시공사
85. 온 더 힐 / 장어진 / 코믹트리
86~87. 키스우드 1, 2 / 안성호 / 누룩미디어
88. 백성귀족 1 / 아리카와 히로무 / 세미콜론
89. 고양이는 안질려 2 / 유메지 코우 / 대원씨아이
90. 다크에어 2 / 박민서 / 대원씨아이
91. 에도로 가자 3 / 츠다 마사미 / 학산문화사
92. 에키벤 6 - 홋카이도 Ⅲ / 사쿠라이 칸 감수, 하야세 준 작화 / 에이케이코믹스
93. 빌리배트 4 / 우라사와 나오키, 나가사키 타카시 / 학산문화사
94. 카페알파 신장판 7 / 아시나노 히토시 / 학산문화사
95. 토리빵 3 / 토리노 난코 / 에이케이코믹스
96. 브래드 할리의 마차 / 사무라 히로아키 / 대원씨아이

[노벨]
97.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 마천루 / 다나카 요시키 / 대원씨아이
98.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2 - 도쿄 나이트메어 / 다나카 요시키 / 대원씨아이
99. 야쿠시지 료코의 괴기 사건부 3 - 파리 요도변 / 다나카 요시키 / 대원씨아이

[BL]
100. 성냥팔이 / 쿠사마 사카에 / 삼양출판사
101. 심판받는 자  / 혼마 아키라 / 인디고
102. 이야기는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 토지츠키 하지메 / 현대지능개발사
103. 상처투성이 남자들 / 사가와 미쿠 / 인디고
104. 목요일의 연인 / 무라카미 사치 / 인디고
105. 인생은 장비빛이다 / 혼마 아키라  / 인디고
106. 꽃은 피는가 2 / 히다카 쇼코 / 조은세상
107. 슈거코드 / 나츠메 이사쿠 / 삼양출판사
108. 유혹 / 쿠사마 사카에 / 삼양출판사
109. 재앙의 안내인 / 쿠사마 사카에 / 현대지능개발사
110. 한낮의 사랑 / 쿠사마 사카에 / 현대지능개발사
111. 좋아해요, 계장님! / 키노시타 케이코 / 삼양출판사
112. 쇼트 컷 러브 / 슈 카오리 글, 미나세 마사라 그림 / 대원씨아이
113. 돈이 없어 8 / 시노자키 히토요 글, 코우사카 토오루 그림 / 대원씨아이
114. 한 걸음 물러나 주세요 / 모토 하루코 / 삼양출판사
115. 사랑하기에 / 아이다 사키 원작, 야마다 유기 작화 / 현대지능개발사 

[BL 노벨]
116~119. SASRA 1~4 / Unit Vaniila 글, 엔진 야미마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BL원서]
120. 彼の制服にキスを / 梅太郎/ 幻冬舎
121. イロメ2 -ヌレル/ 草間さかえ/ 竹書簡
122. ファインダーの熱情 - 初回限定版 / やまね あやの / リブレ出版


4월엔 BL쪽에 삘받아서 많이 읽었는데요, 5월도 BL쪽을 좀 많이 읽고 싶어집니다...
생각만 해도 해피~~


4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1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3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품절
만화 서유요원전 대당편 2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3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구판절판
Not Simple
오노 나츠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품절
길상천녀 1- 젊은날의 백일몽과도 같은 환상기담!
요시다 아키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2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1년 04월 30일에 저장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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