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성 살인사건 미스터리랜드 2
우타노 쇼고 지음, 양수현 옮김, 아라이 료오지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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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할 일이 지지리도 없었다. 그래서 사촌들과 함께 산으로 들로 돌아다니면서 도토리나 밤을 줍는 채집(?) 행위도 했지만, 오히려 난 그런 것 보다는 논에 있는 개구리를 잡아 오거나 잠자리를 잡거나 하는 등의 수렵(?) 활동을 더욱 즐겼는데 작은 플라스틱 양동이 한가득 개구리를 채워놓고 좋다고 실실거렸던 기억도 난다. 그게 질리면 나무타기나 바위타기등도 했었고, 겨울엔 비료포대에 짚을 가득 넣고 눈썰매를 타기도 했다. 그런 것도 질리면 뭔가 새로운 모험이 없을까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찾아다니곤 했는데, 시골인지라 낡은 집이 많아서 저 집에는 귀신이 살지도 모른다는 둥 별별 해괴한 생각을 다했었다. (실제로는 귀신이 아니라 할머니가 혼자 살고 계신 집이었습니다) 마을 중간쯤에는 작고 허름한 집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흉가라고 밤엔 귀신이 나올 거란 생각을 했었다. 알고 보니 마을공용 상여를 넣어두는 집이었는데, 그걸 알고 더 무서워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다닐때는 학교 운동장에서 커다란 널판이 하나 나왔는데, 우린 그걸 보고 관뚜껑이나 뭐니 하면서 수군수군대기도 했었다. 사실 알게 뭐냐,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학교 전설을 하나 더 만드는 거지. 이외에도 밤중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유관순 누나 동상이 저벅저벅 걸어다닌다는 둥의 학교괴담도 있었지만,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한 아파트 단지에는 장난전화가 그렇게 많이 오는 곳도 있었다. "내 몸이 타고 있다, 지글지글" 뭐 이런 거. 들어보신적 있죠? 화장터 괴담. 근데 알고 보니 그 아파트 단지가 세워진 자리가 진짜 화장터 자리였단다. 헉.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괴담을 좋아하긴 하지만 어릴 때처럼 열광하지는 않는다. 그러고 보면 어릴 때 무서워하면서도 더 열광적인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었던 게 어른처럼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서였던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행동을 하는 대신 상상을 더 많이 한달까. 물론 관심이 가면 기웃대기도 했지만 상상을 더 많이 한 것 같다. 

하지만 이『마왕성 살인 사건』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실천으로 옮긴다. 추리소설이나 이런 걸 좋아하는 아이들이 모여서 <51분서 조사 1과>란 그룹을 만들고 마을 외곽에 있는 한 저택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51분서 조사1과란 5학년 1반 1조를 적당하게 조합해서 만든 것이다. 아이들은 그 저택을 컴퓨터 게임에 나오는 데오도로스 성이라 부르며 그 저택에 관련된 소문의 진상을 파헤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이 소설의 화자인 쇼타와 KAZ, 옷짱 이렇게 세명이 잠입 성공. 그런데 이게 뭐냐. 들어가서 얼마 되지 않아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여자를 목격한다. 이 여자는 아이들을 보고 급히 저택주변에 있는 작은 집으로 들어가버리지만 아이들이 그 건물의 문을 열었을 때 이미 여자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거이거 완벽한 인간소실아닌가! 아니면 혹시 워프? 아이들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추리를 펼치지만 딱히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얼마후 51분서 조사1과는 여자아이 두 명을 영입, 모두 5명이 다시 데오도로스의 성으로 향한다. 이번에 아이들이 발견한 건 유모차에 태워진 남자의 사체!? 아이들은 너무 놀라 잠시 도망갔다가 다시 그 집의 문을 열어보지만 어라라, 또다시 사라졌다!? 도대체 이 집은 어떤 집이길래 이렇게 오컬트적인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일까. 게다가 남자의 사체를 찍은 사진도 사라지고 없다. 다섯명 모두 헛것을 본 것일까?    

며칠후 이 남자의 사체가 오사카에서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오고, 아이들은 깜짝 놀란다. 아이들이 이 남자의 사체를 목격한 시간에 이 남자는 멀쩡히 살아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이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구나. 과연 이 모든 사건의 진상은? 그리고 수수께끼의 저택 데오도로드성에 감춰진 비밀은? 

이 작품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미스터리라는 목적에 맞게 초등학교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과는 달리 사건자체에는 복잡한 트릭이 없고, 저택 자체에도 끔찍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지만 재미있는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알고 나서 완전 신기해, 이런 기분이 들었다.

또한 그 또래 아이들의 특유의 반항심리나 상상력을 엿보는 것도 또하나의 재미였달까. 나도 그러고 보면 이 나이 또래였을 때는 하지 말란 것만 골라서 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뭐 하라고 하면 "싫어" 소리부터 나왔으니까. 그렇다 보니 아이들의 심리를 묘사한 부분을 보면서 키득거릴 수 밖에 없었다. 저땐 나도 저랬지, 하고 말이다. 그리고 KAZ와 키요미가 사사건건 대립하며 입씨름 하는 걸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상하게 어릴 때는 사소한 일에 목숨걸고 입씨름하게 된다니까. 너에겐 웬지 지고 싶지 않아, 라는 느낌이랄까.  

유모차 남자만 등장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모험담 정도로 읽힐 책이다. 근데 아이들이 사체를 발견하도록 하는 설정은 좀 무리였지 않나. 평생 유령이 등장하는 꿈에 시달리면 어쩌라고... 에휴. 그래도 아이들이 사건에 대해 나름대로 추리하고 결론을 얻으려 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에 좀 안타까워지기도 했지만... 특히 " 어른은 상식에서 벗어난 걸 부정하고, 그 때문에 상처 받는 게 아이들의 숙명이야."라고 말하는 KAZ의 말이 묘하게 여운이 남는다. 어릴 땐 다 믿을 수 있었는데 어른이 되면서 신기한 일에 대해서는 믿지 못하게 된 지금의 나를 향한 말 같았으니까. 뭐, 그렇다고 내가 아이들을 상처주는 건 아니지만. (주변에는 아이가 하나도 없다. 하다못해 조카도 없다)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에 비하면 정교한 트릭도 없고, 섬뜩한 동기도 없어 심심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 작품이 연령대가 많이 낮춰진 책이란 걸 감안하고 읽는다면 꽤나 재미있게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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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우인장 10
미도리카와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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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를 보고 느껴왔던 나츠메 타카시는 친척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아가지만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왔다. 그런 나츠메 앞에 나타난 먼친척 시게루 아저씨와 토오코 아줌마는 나츠메를 사랑으로 거두어 주고, 나츠메는 그 사랑속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나츠메의 할머니였던 레이코역시 요괴를 볼 줄 알았던 사람으로 나츠메처럼 외로운 생활을 했었다. 그당시 요괴들과 대결하여 그들의 이름을 받아놓은 것이 바로 우인장. 나츠메는 그속에 이름이 적혀 있는 요괴들의 이름을 돌려주기도 하고 때로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며 지내고 있다. 나츠메의 곁에 있는 야옹선생(개인적으로는 냥코센세란 표현이 입에 붙었습니다. 애니에선 냥코센세라고 불러서)는 우인장을 노리고 있지만 그건 나중의 일. 일단은 나츠메의 수호요괴로 붙어 있다. (본래 요괴의 모습은 멋지지만 마네키네코에 봉인되어 있던 몸인지라 사람들에겐 괴상한 고양이 모습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다라 쪽을 훨씬 좋아합니다.)

『나츠메 우인장』10권에는 두펀의 에피소드가 실려있다. 처음 시작할 땐 네다섯 편 정도의 에피소드가 실려있었지만 점점 갈수록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나츠메에게 닥치는 위험수위도 높아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첫번째 에피소드에는 나츠메의 초등학교 동창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나츠메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거짓말을 한다고 했던 그런 부류의 아이로 이름은 시바타. 시바타는 왜 갑자기 나츠메의 앞에 나타난 것일까. 나츠메는 친구들과 함께 있다 시바타의 출현에 당황하고 만다. 자신이 지켜오고 있는 선이 무너질까 두려웠던 것이겠지. 겨우 행복과 안정을 찾은 삶을 살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시바타가 싱글거리면서 나타났을 땐 만화속으로 뛰어들어 한대 팍 치고 싶었달까. 그치만 시바타의 사연을 알게 된 후 그 마음이 가라앉긴 했지만, 역시 나츠메를 곤란하게 만드는 사람은 싫다.

시바타가 나츠메를 찾아온 건 자신이 만나는 여학생에 관한 일 때문이다. 무라사키란 이름의 그 아이가 진짜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단다. 나츠메는 시바타와 함께 그녀를 만나 보고 사람이라 말하지만, 야옹선생은 그날 밤 나츠메에게 요괴 냄새가 묻어 왔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여학생은 정녕 요괴였던가.

죽어가는 등나무 요괴인 무라시키와 평범한 인간 아이인 시바타의 이야기에 가슴이 찡해졌다. 요괴와 인간 사이는 너무나도 멀어 보이지만, 인간은 요괴를 가까이 해서는 안된다지만, 그건 요괴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존재로만 인식되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들 중에는 요괴 이상으로 인간에게 악의를 품고 있는 존재도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런 요괴 이야기를 만나게 되면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두번째 에피소드는 미스미산의 월분제 이야기이다. 10년마다 풍월신과 불월신이 만나 내기를 하고 그 내기에서 이긴 신이 미스미산을 다스리게 된다. 만약 풍월신이 이긴다면 마스미산의 초목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지만 불월신이 이긴다면 미스미산 주변은 메마르게 된다. 원래 인간들의 축제에서 비롯되었지만 인간들이 점점 그 축제를 멀리하게 되고 신을 모시지 않게 되자 요괴들이 그 축제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풍월신이 몇년전 얼치기 퇴마사에게 봉인된 후 지금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 이대로 풍월신이 나나타지 않는다면 불월신의 승리가 될 것이고 미스미산 주변은 재앙이 내릴테지. 풍월신을 모시는 흰삿갓패는 나츠메에게 풍월신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풍월신 역학을 맡아주길 청하는데...

나츠메의 풍월신 분장. 의외로 무척 잘 어울리더군. 나토리도 깜빡 속을 정도. 나츠메를 닮은 요괴라는 표현에 빵터지고 말았다. 히이라기는 단박에 알아 봤는데 말이지. 어쨌거나 나츠메는 나토리와 히이라기등의 도움으로 - 물론 야옹선생(마다라)의 도움도 받았다 - 이 난제를 무사히 풀어나가게 된다. 늘 느끼는 거지만 히이라기는 좀 시니컬하면서도 다정하다니까.

이 이야기에서 안타까웠던 건 사람들의 믿음이 사라지자 신의 힘이 미약해져 얼치기 퇴마사의 봉인도 풀지 못한 풍월신의 모습이었다. 불월신은 그런 풍월신의 모습을 보고 함께 떠나기를 요청한다. 그건 어쩔 수 없겠지. 더이상 사람들의 믿음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선 그들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지니까. 이렇게 사라진 신들이 얼마나 많을까. 예전에 나온 츠유카미 역시 그런 존재였던 기억이 아는데, 사람의 믿음이 줄어드니 점점 작아져 엄지공주 사이즈가 된 츠유카미는 자신을 믿어주던 마지막 사람이 세상을 떠난후 사라지게 된다. 역시 풍월신과 불월신도 나중에는 그렇게 될 운명이었겠지.

이 에피소드를 보면 나토리가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요괴는 퇴치해야만 할 존재로 여겼던 나토리가 불월신을 퇴치하기 보다는 풍월신을 제자리로 돌려 놓길 원하기 때문이다. 예전같으면 무조건 퇴치! 라고 했을 나토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나츠메 역시 인간과 요괴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가면서 많이 밝아지고 편안해진 모습을 보이는데 나토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나토리의 경우 이미 너무 오랫동안 요괴를 증오해왔기 때문에 그게 쉽지는 않을지라도 말이다. 

변함없이, 아니 점점 더 요괴들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나츠메의 성장담이자 인간과 요괴 사이의 우정, 믿음, 사랑등에 관한 따스한 치유계 만화, 나츠메 우인장.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우리를 찾아올지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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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들지 않는 꽃 - 뉴 루비코믹스 935
쿄야마 아츠키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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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부 선후배 사이인 이마이와 히키다는 이마이가 졸업도 하기전에 대학교 기숙사에 들어가 야구부 연습을 하게 되면서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자 서로의 애틋한 마음은 더욱더 커져 전화로 서로의 목소리를 들으며 지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히키다는 같은 반 여학생인 오카다로부터 뇌물이라며 발렌타인 초콜렛을 받게 되는데, 이마이는 그게 몹시도 신경쓰이는 눈치다. 히카다는 자기가 받은 초콜렛은 그저 의리 초콜렛이라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설렌 모양이다. 알고 보니 그 초콜렛은 그림 모델이 되어달란 부탁때문에 받은 것이지만...

오키나와 원정 훈련을 마치자마자 히카다를 만나러 온 이마이에게 부쩍 남성다움을 느끼게 된 히키다는 그런 남성다움을 동경하면서도 이마이의 사랑을 받으며 느끼는 자신의 소녀다운 감정에 당혹해한다. 결국 고민에 빠진 히카다는 야구부 은퇴까지 열심히 야구에만 매달리겠다고 선언하는데...

졸업생과 재학생의 차이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온다. 하긴 나도 고교 졸업하고 대학에 들어가니 고등학생은 전부 꼬마로 보이더라. 우습게도. 게다가 자주 만나지 못하면 서로간에 틈이 생기기 쉬운 것도 바로 이 시기이다. 그냥 선후배 사이라면 별반 달라질 일도 없겠지만 연인사이라면 그 갭이 엄청나게 커보인달까. 고작 한살 차이뿐인데도 졸업반인 이마이가 더욱 남자다워졌고 어른스러워졌다고 느끼는 히카다의 마음은 바로 그런 것에서 온 것이겠지.

이마이 X 히키다 시리즈 제 3권이자 완결편인『시들지 않는 꽃』은 졸업을 경계로 나뉜 이마이와 히카다가 예전처럼 서로를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되면서 느끼는 미묘한 감정들을 잘 포착해내고 있다. 의리 초콜렛, 그림 모델, 그리고 '사귀자'는 고백을 받았다는 히카다의 말에 질투하기도 하는 이마이의 모습이나 이마이의 부쩍 달라진 모습을 보며 자신의 남성다움과 소녀다움 사이에 고민하고 갈등하는 히카다의 모습이 참 귀엽게 다가왔다. 물론 두 사람은 심각했겠지만, 보는 나로서는 참 귀엽기만 하더이다. 

오키나와로 원정훈련갔다가 돌아오자마자 히카다를 찾아오거나, 고백을 받았단 말에 학교까지 찾아와 히카다를 보고 싶어하는 이마이의 모습이 참 귀엽다. 이거 겉으로만 남자다워졌지 결국 애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랑이란 게 그런게 아니던가. 아무리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람도 흐물흐물하게 만들어 버리는 게 사랑아니던가. 그런 이마이의 감정이 표정을 통해 뒷모습을 통해 사소한 작은 몸짓 하나를 통해 전달된다. 

히카다 역시 자신을 만나러 왔지만 오카다와 함께 있는 이마이에게 화가 나기도 하고 오카다에게 질투도 하고. 자신은 결코 예쁘고 귀여운 꽃이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하기도 한다. 그치만 이마이가 정말 좋아하는 건 히카다뿐인 걸. 떨어져 있으면 사소한 것도 불안이 된다더니 히카다나 이마이나 그 말이 꼭 들어맞는다. 

번외편으로는 히카다의 졸업과 성인식 장면도 나온다. 가쿠란(차이나칼라 교복)이나 야구복을 입은 히카다가 수트를 입은 모습을 보니... 아고 귀여워라. 근데 본인은 그게 무척 신경쓰이는 듯하다. 누가 뭐라면 어때. 이마이가 그렇게 잘 어울린다고 말해주는데, 히카다군!

예쁘거나 잘 그려진 작화라고 하긴 어렵지만 감성이 풍부하고 사소한 동작하나로 감정을 잘 표현해내는 쿄야마 아츠키의 그림은 따스하고 다정하다. 이마이와 히카다의 사랑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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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펫숍 오브 호러즈 Petshop of Horrors 8
아키노 마츠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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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신주쿠 가부키쵸의 차이나타운으로 이사한 D백작의 펫샵.
꿈과 희망과 사랑, 혹은 욕망의 충족, 어떤 것을 원하십니까?

『新 펫숍 오브 호러즈』8권에는 총 4편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첫번째 에피소드는 D백작의 조부가 60여년전에 팔았던 펫을 되찾으러 가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댐건설 문제로 신구가 대립하는 요코미조틱(?)한 집안에서 66년전 사라진 시즈카가 종유석 동굴안에서 잠들어 있는 채로 발견된다. 백작과 동행한 라우 태자는 그녀를 깨우고 마는데... 사랑하는 약혼자를 기다리며 잠들어 있던 시간동안 변해버린 세상과 만나게 된 시즈카는 라우와 백작의 도움으로 꿈같은 시간을 보내지만 그녀가 마무리해야할 일이 있었으니...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D백작 버전. 아니아니 라우 태자 버전이려나?

두번째 이야기는 왕자님(깜장 고양이)가 저지른 깜찍한 짓때문에 혼란스러워진 신주쿠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이다. 박물관에서 몰래 가져온 화석공룡알은 백작의 펫숍안에서 부화하게 된다. 펫숍밖으로 나간 새끼 공룡은 사람들에게 혼란과 공포를 안겨주는데... 

세상에서 이미 사라져 버린 것들은 너무도 많다. 그런 것이 발견되면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 그리고 동시에 호기심을 가지게 마련이다. 그리고 당연히 있어야 할 장소를 잃어버린 존재는 결국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 왕자님은 이 사건을 계기로 큰 교훈을 얻었겠지?

세번째 이야기는 겉으로 보기엔 결혼사기극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한 여성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두 가지 욕망의 대립이란 이야기로 귀결된다. (이 두 츠바키가 동인인물... 맞죠?? 웬지 자신은 없지만) 하나의 존재에 깃든 두가지 욕망. 결말부에서 뜨악...했다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라우 태자의 비서인 친과 관련한 내용이다. 늘 라우 태자 뒷편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했던 친의 개인적인 이야기랄까. 오랜 기간 태자를 모시며 살아오면서 자신의 삶에 아무런 의심을 품지 않았던 친이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휩슬려 개인적인 욕망에 눈을 뜨게 된다.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그런 일이 한 두번쯤 닥쳐오기 마련아닐까. 그리고 그것을 잘 극복해냄으로써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고 너무 휩쓸려 버린다면 결국 자기자신을 파멸로 이끌겠지만. 다행히 친은 잘 극복하고 자신의 자리로 잘 돌아온다. 어쩌면 이 일을 계기로 라우태자에게 더욱 충성하는 인물이 되었을지도!?   

『新 펫숍 오브 호러즈』8권에서는 백작이 어떤 펫도 팔지 않는다. 그래서 가게가 유지가 되겠소, 백작? 그 땅값 비싼 신주쿠에서 말이죠. 뭐, 그러지 않아도 기본 손님들이 있으니까 별 문제 없으려나요... 좀더 신기한 것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 으음. 그런 의미에서 8권은 쉬엄쉬엄 쉬어 가는 느낌이었다.

백작은 변함없이 희미한 미소를 띄운 가면같은 얼굴을 보이지만, 스위츠 앞에서는 역시 어린아이같은 얼굴로 돌아가 버린다. 이게 D백작의 가장 큰 매력이겠지. 그러고 보면 예전엔 생글생글 웃으면서도 날카롭단 느낌이 많았는데, 점점 갈수록 부드러워지는 느낌이다. 라우 태자는 예전 시리즈에 등장한 미국 형사보다는 훨씬 괜찮은 캐릭터라 생각하고 있다. 라우 태자는 중국계 마피아이지만 그런데서 오는 무서움은 거의 보이지 않고 오히려 귀염성이 점점 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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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동화 - 전래동화 천 년 후 이야기
Horang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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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 시절에 읽을 때와 어른이 되어 읽을 때의 느낌이 무척 많이 달라진다. 어린 시절엔 순수하게 곧이곧대로 받이들일 수 있었다면 어른이 되어서는 뭔가 께름칙한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인어공주만 해도 그렇다. 어린 시절엔 '이 얼마나 예쁜 사랑인가' 라고 생각했다면, 어른이 되어서 읽었을 땐 자신을 구해준 인어공주도 못알아 보고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왕자를 보면서 이런 쳐죽일 X(또 과격한 표현이! 네, 그렇습니다. 전 이런 면에서 무척 과격해집니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달까. 일종의 판타지가 와장창하고 무너져 내린 것이겠지.

그런 면에서 보자면『천년동화 - 전래동화 천 년 후의 이야기』는 기존의 판타지를 재구성하고 현실성을 덧입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사고방식에 발맞춘 색다른 판타지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을 받았다. 

新 견우직녀전 - 엇갈린 시선
어린 시절엔 견우직녀가 일년에 한 번 칠석때만 만날 수 있는 연인들이란 게 무척 가슴아팠다. 하지만 그들이 일년에 한 번 밖에 만날 수 없는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견우직녀에 대한 판타지가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자기들이 할 일은 안하고 놀러만 다녀서 그렇게 되었다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야, 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름답지 않는 이야기로 바뀌어 버렸던 것이다. 이런!

견우직녀전을 새롭게 구성한 '크로우맨'은 이름없는 만화가인 견우와 출판사에서 일하는 직녀의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자신의 세계관을 구축하며 작품을 그리지만 번번히 출판사에서 퇴짜맞던 견우는 직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이 그려왔던 만화를 과감히 포기하고 대중들의 수요에 발맞춘 만화를 그리게 된다. 그렇게 그녀 곁으로 한발짝 더 다가섰다고 믿었다. 하지만...

사랑이 아름답다고 믿을 수 있는 건, 사랑이 기쁨이요, 행복이라고 믿을 수 있는 건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같은 곳을 바라보거나 시선을 마주할 때이지, 서로의 시선이 엇갈릴 때는 아니다. 견우는 직녀를 바라봤지만 직녀의 시선은 이미 다른 곳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말부를 보면 견우의 사랑은 근본적인 지점에서부터 잘못되었던 것이라 나온다. 그것은 두 가지 착각이었다.

新 우렁각시전 - 이미 사랑이었다
난 우렁각시전을 보면서 나도 우렁각시가 되고 싶다기 보다는 나에게도 우렁각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온 사람이다. (본인은 여자입니다, 쿨럭) 살림이나 요리는 관심도 없고 만사 귀찮아서 누군가 대신 해줬으면 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이야기는 사랑의 관점보다는 실용적(?)인 관점에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참으로 비뚤어진 어린이였습니다, 전)

새로운 우렁각시전은 학창시절 집단따돌림으로 결국 학교를 중퇴, 히키코모리로 살고 있는 한 남자와 그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이다. 둘은 채팅을 하면서 만나게 되었고, 남자는 여전히 대인기피증때문에 여자를 만나기를 꺼려하지만, 여자는 조금씩 그의 곁으로 다가오게 된다. 더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한 남자는 그 여자를 멀리 하기 시작하는데...

참 아이러니한 사랑이었다. 사고로 기억을 잃은 후에야 사랑이 시작되었다니.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이미 이 남자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기에 기억을 잃은 후에도 다시 사랑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新 선녀와 나무꾼 - 사랑이라 쓰고 집착이라 읽는다
어린 시절엔 잘 몰랐지만 어른이 되어 읽은 선녀와 나무꾼은 어떻게 보면 남성의 이기적인 욕망이 그대로 표현되어 있는 작품이었다. 나무꾼은 선녀의 날개옷을 감춰 그녀의 발을 지상에 묶어 버렸지만, 나중에 그녀가 날개옷을 발견했을 때 다시 천상으로 날아가 버린 것은 결국 나무꾼이 선녀의 마음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증거였으니까. 

선녀를 사랑하는 나무는 오랫동안 사귀어온 그녀가 결혼한다는 소리에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다. 나무는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deer80의 충고대로 그녀의 약점을 잡아 그녀를 붙잡게 된다. 약점을 잡아 사랑하는 이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욕심에서 이미 이 사랑은 빗나갈 대로 빗나가 버렸다. 결말이 어떻든 이 사랑은 비극일 수 밖에 없다. (작가님의 생각과 전 반대입니다)

新 박씨부인전 -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박씨부인전은 재미있게도 성형이란 것을 소재로 삼고 있다. 못생겼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변호사가 된 한 여성이 자신의 외모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수십번의 성형을 거듭한다. 어떻게 보면 그녀는 외모지상주의 사회가 낳은 희생자처럼 보여도 또한편으로는 새로운 인간상의 구현이기도 하다.

전래동화는 해석하기 나름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도 능력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지만 현대적으로 재구성될 여지가 무척 많다는 걸 여기에 실린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이런 식의 해석도 가능하구나 싶은 느낌이랄까. 작화부분을 보면 색감이 무척 아름다웠는데, 특히 그것은 배경부분에서 특히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말처럼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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