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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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이란 무엇일까. 일단 혼자서 나름대로 내려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사회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 그렇다면 왜 과학이란 단어가 붙어있는 것일까. 인간의 사회란 복잡한 시스템과 고도의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는 유기체이니까. 그렇다면 그 시스템 속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될까. 내가 다녔던 대학교의 사회과학대학은 사회학과, 행정학과, 정치학과, 경제학과, 경영학과, 신문방송학과, 법학과 등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마 좀더 많은 학과가 있었겠지만, 기억이 잘 안난다) 어쨌거나 이들 학과를 보면 사회, 정치, 경제, 법 등을 다루는 학과란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은 이런 것만 다루고 있는 학문일까. 사회란 이렇게 몇가지로 정의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데, 라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주는 책이다. 그렇다고 고루하게 무슨무슨 이론을 들먹이고, 어려운 단어를 써가면서 잘난척하지 않는다. 보통 무슨 무슨 학이라고 붙은 책들은 대부분 언어의 장벽부터 높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책은 쉬운 단어로 사회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장점이다. 그건 이 책이 개론서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실제로 무슨무슨 개론이란 이름을 붙은 책을 보면 내 전공이 아닌 다른 학과의 전공서적같아서 딱 보기 싫은 경우가 많다. 알고 싶은 욕구에 앞서 좌절을 먼저 경험하게 된달까. 개론서는 쉬워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건 네 생각이고~~라고 반박할 사람도 있겠지만,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이야기를 어렵게 풀어가는 책은 초보자들에겐 다가가기 힘든 그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겨우 설 수 있는 돌쟁이보고 어른과 함께 마라톤을 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달까. 첫걸음을 떼야 그다음엔 자신을 가지고 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도 쉬운 책만 골라 읽으려고 한다면 더이상의 지식 축적은 불가능하겠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이고 일단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먼저다. 이 책은 사회과학이란 학문에 대해 관심을 유도하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충분히 하는 책이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웠던 점 중의 하나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과학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들의 범주를 넘은 학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문대 전공에 속하는 철학이나 역사, 문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자연대 전공에 속하는 생태학이나 수학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 이야기만 보면 '뭐야, 그럼 이 책 어려운 책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내가 말했듯이 상당히 쉬운 단어로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저자는 일반적인 사회과학이란 학문의 범주에 인문학이나 자연과학의 범주에 속하는 학문에 대한 이야기도 집어 넣은 것일까. 사회란 인간이 모여서 만들어진 하나의 유기체이다. 따라서 당연히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학문인 인문학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고, 인간 사회와 자연의 시스템을 비교분석해 보기 위해서 생태학이란 자연과학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이다. 수학은 경제학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납득이 된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의 범주가 너무 넓어져서 어느 것부터 손을 대야 하나, 하는 고민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또한 우리같은 일반인은 먹고 살기도 바빠서 대학시절 이후에는 자기 전공에 대한 공부도 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한데 - 뿐만 아니라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 다시 공부를 하라고? 하는 반발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에 대해 이런 답을 보여준다. 학자나 전문가처럼 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들은 전문적인 연구를 하면 되고 우리들은 얕지만 넓고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배워나가면 된다고 말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우리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즉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차츰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그것의 기반이 되는 것이 사회과학이라 말한다. 

이 책의 두번째 흥미로운 점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초급자, 중급자, 고급자 레벨로 나누어 무슨 무슨 책을 읽으시오, 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본문 속에 다양한 학자들과 그들의 저서와 이론을 언급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관심을 유도한다. 또한 각 장의 마지막에는 다음장에서 논의될 이야기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글로 적어 보게끔 만든다. 단순히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것과 직접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것은 여러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 자신의 생각을 보다 체계적인 정리를 통해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질문들은 난해하지는 않지만, 보통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내 삶을 크로키 기법으로 묘사하기'에 대해 글을 써보면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지에만 신경쓰지 자신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걸 쓰다 보니 웬지 이력서를 쓰는 듯한 느낌이 되어 버렸는데, 이는 평소 자기자신과 자신의 삶에 대해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는 방증일지도 모르겠다. 그외에도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결정과 그것을 만든 변수', '삶에서 되돌리고 싶은 결정은?', '내 행위와 돈과의 관계'등에 대한 쪽글을 쓰면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이런 쪽글은 12가지나 되기 때문에 다양한 면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우리는 힘든 시기를 살고 있다. 불안정하고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면서 불만이 쌓이지만 그걸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몰라 스스로의 껍데기 안으로 숨어드는 사람도 많다. 정치가 문제야, 사회가 문제야, 라고 말은 하면서도 정작 문제의 본질이 어디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 사회과학이 필요한 것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문제에 대해 파악을 해야 그 다음에 나올 행동을 결정할 수 있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하다. 하지만 그 개인들이 모여 시민이 되면 그 힘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힘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들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대해 파악을 해야겠지만, 그것을 넘어 자신과 뜻이 같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소통이 필요하다.

유신시대나 5공화국 시대는 군부독재에 맞서 시민들이 힘을 모았다. 그러나 87년 서울의 봄이 찾아온 후 사회운동은 사회운동가들의 몫으로 남겨지고, 나머지 시민들은 평범한 사람들로 돌아갔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기는 문민정부시기로 학생운동이란 것이 하향곡선을 그리며 내려가던 시기였다. 386세대가 학교를 다니던 시기는 군부독재에 맞선다는 공론이 존재했지만, 민간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는 사회운동이나 학생운동의 대외적인 명분이 없어진 시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학생운동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가워졌고, 대학 내부의 움직임 역시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식으로 변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학생운동은 여전히 과격했다. '궐기'하고 '투쟁'해서 '타도'하자는 386세대의 운동방식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학생운동의 중심이 되던 축은 사분오열 갈라져 자주총학, 21세기학생회, 더 나아가서는 미래노동자연합까지 생겨났던 게 내 재학시절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으로 3년이상 학생운동에 몸을 담고 있었지만 실망한 부분이 많아 대학 졸업후에는 사회운동에도 완전히 관심을 끄고 살게 되었는데, 내가 가장 실망한 부분은 이들에게 신념이나 이념은 있을지 몰라도 개념이 없다는 것이었다. 좀더 쉬운 말로 하자면 386선배들은 똑똑하긴 하나 이기적이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밖에 나가서 대외적인 활동을 할 때는 멋지지만 인간적인 부분은 영 꽝이었던 것이다. 말로는 남녀평등, 민주주의를 외치면서도 총학활동에서 여학생들이 담당하는 부분들은 정책이나 대외적인 부분이 아니라 홍보 정도에 그쳤고, 때론 입에 담기 불편한 일들도 일어났었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내가 '96년 연세대 범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갔을 때 지하철역에서 전경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남자 선배들은 먼저 도망가고 결국 잡힌건 나를 포함한 여학생들이었다. 나도 혼자서는 도망갈 수 있었겠지만, 96학번 후배가 어쩔줄 몰라하는 걸 보고 그 아이 손을 잡고 뛰다가 함께 잡히게 되었다. 그후에 연행되면서 두들겨 맞으면서 공포에 질렸지만 속으로는 남자선배들에 대해 이를 바드득 갈았다. 입으로는 동지라고 외치면서 여학생들을 두고 꽁지빠지게 도망친 꼴이라니. 물론 단적인 예일 수 있겠지만, 당시 운동권 내부 사정은 이랬다. 씁쓸한 기억중의 하나다.    

우리나라에서 진보세력 혹은 좌파라고 스스로를 칭하는 사람들은 예전의 386세대가 중심이 되어 있다. 하지만 그들을 보면 역시나 대학시절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 여전히 사분오열 갈라져 서로를 씹기만 하지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단결할 줄을 모른다. 100만학도 대동단결~~ 이런 구호는 다 잊으셨나? 더 나쁜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좌측 깜빡이 넣고 우회전하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반면 2008년에 있었던 촛불집회는 이제까지의 남성중심적인 - 누군가 선봉이 되어 과격한 구호를 외치던 - 사회운동에서 벗어나  자발적인 사회운동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짱돌이나 화염병을 투척하는 것이 아닌 촛불을 켜고 조용하게 집회를 여는 모습은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를 보고 2004년 월드컵을 응원하던 시민들의 의식이 촛불집회로 이어졌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나오는데, 이는 엄연하게 의미가 다르다. 2004년 월드컵 응원은 스포츠 쇼비니즘의 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렇듯 우리나라 사회운동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이 흐름이 끊이지 않고 이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본의 마츠모토 하지메 같은 명랑한 생활운동가가 우리나라에도 좀더 많이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개개인들이 스스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는 동안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것들의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사회과학의 몫일 것이다.

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점점 위축되어 가는 우리들. 그렇다고 해서 사회의 높은 벽에 좌절하고, 정치인들의 헛바람에 날려갈 수만은 없다. 예전처럼 골방에 틀어 박혀 밀당하고 과격한 운동을 하던 시간들은 지났다. 이젠 보다 명랑하게 살아가야 할 때다. 사회과학도 미간에 주름잡고 어려운 단어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명랑하게 이야기하고, 명랑한 행동으로 구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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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컬러 - 뉴 루비코믹스 A03
나츠메 이사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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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이사쿠, 꽤나 마음에 드는 작가이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한 두권씩 구입을 해서 읽고 있는데, 이번엔 드디어 데뷔작을 구매했다. 음, 솔직히 고백하면 데뷔작인지도 모르고 샀다. 근데 알고 보니 데뷔작? 갑자기 횡재한 기분? 하여튼 그렇다. 우연한 발견의 기쁨.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숨막히는 분위기에 눌러 매일매일 공부만 하고 있는 사카모토. 그는 학생아파트에서 자취중이다. 그런 그의 옆집에 사는 이이다 쇼키치는 시끄럽고 눈치까지 없어 사카모토는 그가 매우 거북하기만 하다. 참다 못해 사카모토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근데 이거 웬일. 사카모토의 감정이 폭발한 얼마후 쇼키치의 집이 정말로 폭발(?)해 버린 것이다. 갈 곳 없는 신세인 쇼키치는 사카모토의 방에 굴러 들어오게 되고, 사카모토는 짜증이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근데 이거 웬일? 가볍고 시끄럽고 눈치없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던 쇼키치의 의외의 일면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딱히 다른 목표없이 부모가 정해진 길을 따라 걷던 사카모토에게 있어 사진작가를 목표로 열심히 정진하는 이이다의 모습은 사카모토를 울컥하게 만든다.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났겠지.

사카모토와 쇼키치. 겉으로 보기엔 완전 다른 타입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에게 접점이 쉬이 생길리는 없겠지만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그들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대개의 사랑이 이런 패턴으로 흘러가지. 그치만 그후가 더 중요한 건 두말하면 잔소리. 서로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행동패턴도 다르다 보면 분명 삐그덕거리면서 마찰음이 나오는 때도 생기게 마련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둘은 썩 잘 어울리는 커플이 되어간다. 물론 그걸 인정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지만. 특시 사카모토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기까지가 오래 걸렸다고나 할까. 늘 부모의 기대에 맞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오던 사카모토였으니까. 어쩌면 처음엔 굉장히 혼란스러웠겠다 싶다. 그래서 한동안 이이다와 거리를 둔 것이겠지. 그런 사카모토가 처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 솔직히 말해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가슴이 콩닥콩닥. (내가 고백받는 것도 아닌데, 거참)

그후로 너무나도 솔직한 사카모토의 성격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게 너무나도 귀엽다는거지. 이이다가 사카모토만 보면 헤벨레~~하는 게 이해가 된다. 알고 보니 사카모토는 엄청 사랑스러운 남자였으니까. 사랑을 하다보면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비치는 게 싫어질 때도 있다. 뭐랄까, 자존심 상하는 기분이 드니까. 그래서 내숭도 떨고 밀당도 하게 되는데, 이들 사이엔 그런 건 없다. 아마도 공부밖에 모르고 살아왔던 사카모토에게 천진한 성격이 남아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근데 그 솔직함도 질리는 솔직함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아예 쥐고 흔드는 솔직함이랄까. 이런 거 참 균형잡기 힘든데 말이지.  

BL물을 보다보면 공 캐릭터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반면, 수 캐릭터들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마음이 아예 없는 것처럼 굴거나, 혼자 별별 망상을 다하면서 자신은 그저 이용당하는 것뿐이라고 비관하는 캐릭터도 많은데, 여기에서의 사카모토는 굉장히 산뜻한 타입이다. 그래서 엄청, 아주 엄청 마음에 들었다. 보통 세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의외의 감상이랄까. 상콤발랄산뜻한 이 커플의 사랑이야기. 부럽고나~~

사랑을 할 때 서로를 마주 보는 것은 쉬워도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이런 것을 극복하지 못해서 깨지는 커플도 수두룩하지. 사카모토와 이이다는 서로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서로가 바라보는 세상이 맞닿은 곳을 함께 바라보게 되었다. 물론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가 되어도 100% 겹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서로의 세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은 자신만의 세상보다는 훨씬 넓어지게 된다. 그것이 사랑의 완성도를 높이는 하나의 요소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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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나츠메 이사쿠님 좋다니까요~.~ 수 캐릭터가 완전 귀엽습니다! ㅎㅎ
솔직함이 어찌나 매력적인지, ㅠㅠ

스즈야 2011-05-08 21:59   좋아요 0 | URL
데뷔작인데 스토리가 구성이 참 탄탄했어요. 역시 나츠메 이사쿠는 볼수록 매력있는 작가. 주인공들도 현실을 많이 벗어나지 않아서 좋아요. ^^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 미스터리랜드 3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김미령 옮김, 모토 히데야스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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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하면 먼저 떠오르는 인물들은 모리스 르블랑의 괴도 뤼팽, 에도가와 란포의 괴도 이십면상, 그리고 아오야마 쇼고의 만화 명탐정 코난에 등장하는 괴도 키드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신출귀몰한 행동, 변장의 귀재, 그리고 도둑질이라도 그들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리즈키 린타로가 만들어낸 괴도 그리폰은 어떤 매력 포인트를 가지고 있을까.

괴도 그리핀은 미국 뉴욕을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하는 괴도이다. 이번에 그가 의뢰를 받은 일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을 훔쳐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있어야 할 것을, 있어야 할 장소>에가 신조인 그리핀은 이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의뢰인은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고흐의 그림은 위작이라며 자신이 가진 고흐의 진품과 바꿔 달라고 요청한다.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그리핀은 진품과 위작을 바꿀 작전을 수행하는데, 아뿔사, 이것이 함정이었을 줄이야. 

호오라... 그리폰. 괴도란 당신의 명성에 흠집가게 생겼구려. 괴도라면서 뭐가 이리 허술해!!라고 버럭질을 할 뻔 했으나 그리폰이 취한 대담무쌍한 행동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된 후 그리폰에게 조금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어쨌거나 이 일로 그리폰은 CIA 작전부장의 의뢰를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이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카리브 해의 보코논 섬으로 향한다. 작전명은 피닉스 작전, 그리고 작전 내용은 보코논 공화국의 패스트라미 장군이 보관하고 있는 토우을 훔쳐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뭔가 좀 이상해진다. 괴도 이야기인데, 갑자기 웬 정부기관이 등장하고, 괴도가 정부기관의 명을 수행하러 간다니. 결국 괴도의 이야기는 없고, 첩보물이 되어버렸달까. 뭐 그래도 나름대로 꽤 재미있었다. 스파이 + 탐정이 된 그리폰과 상대와의 두뇌싸움, 심리게임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특히 저주가 걸린 인형이 주는 심리적 압박감을 상대편에게 안겨주는 장면이 가장 흥미로웠달까. 이 세상에 저주가 진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주란 것은 결국 마음에서 탄생하고 마음을 먹고 자라는 것이기 때문에 저주의 심리적 효과는 '믿음'이 있을 때 극대화된다. 이걸 잘 이용하는 게 그리핀의 수완이었다. 결말부에서 드러나는 피닉스 작전은 분명 웃기지도 않는 목적에서 나온 작전인데, 이런 부분은 은근히 미국 정보기관을 비꼬고 있는 듯 싶기도 하다.

『괴도 그리핀, 위기일발』에서는 우리가 상상하고 있던 신출괴몰한 괴도의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없었지만, 이번에는 괴도가 아닌 스파이이자 탐정 역할의 그리핀의 활약이 자못 흥미로웠다. 또한 책 본문 일러스트도 꽤 재미있었는데, 정말 미국적인 냄새가 났달까. 미국 4컷만화에 등장할 듯한 그런 그림인데 책 내용과도 썩 잘 어울렸다. 

노리즈키 린타로의『잘린 머리에게 물어봐』를 읽은 독자라면(저도 물론 읽었습니다) 저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이런 스토리 전개에 다소 실망할지도 모르겠지만,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에서 잘 드러나는 로직의 매력을 다른 방식으로 느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괴도 그리핀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토우를 훔친다는 스토리 자체는 유치할지 몰라도, 구성은 제법 탄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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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살인 사건 동화 보물창고 30
베티 렌 라이트 지음, 원지인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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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부모님 가까이서 사는 것이 무척 좋지만, 예전에는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었다. 아마도 중학교 무렵부터였을 것이다. 사춘기란 것이 시작된 시기와도 비슷한데, 그때는 무엇에든 반항심이 생기곤 했었다. 무엇무엇을 해, 라는 말을 들으면 '싫어!'란 말이 생각할 틈도 없이 반사적으로 나왔으니까. 살면서 사람들은 그런 시기를 꼭 겪게 되는데, 난 그게 중학교무렵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였었다. 대학에 진학하고, 직장생활때문에 거의 10여년을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새록새록 느끼게 되었달까. 그래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친구가 투덜거리기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는 게 좋아, 나중에 결혼하면 같이 있고 싶어도 같이 있을 수가 없잖아, 하고 달랠 정도도 되었다. 진학이나 직장문제로 따로 사는 것과 결혼해서 따로 사는 것은 분명 다른 점이 있겠지만,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없다는 것에는 다른 점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에이미 나이 또래에는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나이다. 12살이면 중학생 정도인데 부모님의 곁을 떠나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게다가 에이미에게는 지적 장애가 있는 동생이 있어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대신 동생 루앤을 늘 보살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제대로 사귈 수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속상하기만 하다. 때로 부모님께 투정을 부려보고도 싶지만 엄마는 늘 루앤의 편만 드는 것 같고, 아빠는 그냥 이런 걸 모른척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을 곳이 없어 에이미는 늘 외롭다고 느낀다.

이렇게 아슬아슬한 날을 보내던 중 에이미는 결국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엄마와 싸우고 고모가 잠시 기거하는 오래된 저택으로 향한다. 에이미의 사정을 들은 고모는 에이미의 아빠를 설득해서 에이미가 잠시동안 저택에서 머무르게 한다. 하지만 저택에 숨겨져 있는 무서운 비밀을 알게 되면서 더욱 괴로운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저택과 똑같이 만들어진 인형의 집, 그 인형의 집이 마치 살아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인형의 집에는 어떤 비밀이 있으며, 이 저택에선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이야기는 오래된 저택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과 유령이 깃든 듯한 인형의 집에 감춰진 비밀을 파헤치는 부분도 흥미로웠지만, 에이미와 고모가 각자 마음에 지고 사는 상처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더 흥미로운 작품이다. 에이미의 경우 한동안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의 가족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늘 자신의 어깨에 올려진 무거운 짐처럼 생각되었던 루앤의 존재나 같은 딸인데도 차별받고 있다고 느꼈던 마음이 이사건을 통해 사르르 풀려간다. 너무 가깝기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볼 수 있었다고나 할까. 하지만 에이미의 가족에겐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에이미의 엄마는 루앤의 지적 장애가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죄책감을 느끼는데, 그것을 고스란히 에이미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루앤은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 루앤의 일을 모두 맡아서 해줄 수는 없다. 아직 루앤이 어리긴 하지만 언젠가는 성인이 될 것이고 그때가 되었을 때에도 가족이 루앤의 일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루앤이 할 수 있는 일은 차근차근 가르치는 게 맞겠지만, 여전히 가족들은 루앤이 자신들의 품안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는 에이미의 엄마가 가장 심한데,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는 엄마였다. 속마음은 두 딸을 모두 사랑한다고 할지는 몰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은 반대이기 때문이다.
 
고모의 경우 오래전 저택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수십년 동안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 끔찍한 일이 자신의 탓이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고모는 이번의 일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직접적으로 마주했고, 그날의 진실을 알게됨으로써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중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고모였는데, 모든 것이 밝혀진 후 마음의 상처가 회복되기 시작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에이미의 상처도, 고모의 상처도 결국 가족문제에서 비롯된 문제였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을 통해 그 상처를 회복시켜 나간다. 가족이란 그런 게 아닐까. 때론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더 큰 사랑으로 그 상처를 회복시켜 주는 존재. 물론 상처받을 일이 없으면 가장 좋은 일이겠지만, 아무리 사이가 좋아 보이는 가족일지라도 한두가지 문제는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무너진 가족 관계를 어떤 식으로 회복시켜 나가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 될텐데, 이를 현명하게 극복함으로써 더욱 단단한 가족애가 생겨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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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스 Ultras - 뉴 루비코믹스 917
Est Em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작년초에 Est Em을 처음 알고 나서 이 작가의 작품은 죄다 찾아 읽었었다. 매력적인 작화에 독특한 캐릭터, 그리고 그들이 엮어가는 개성적인 사랑방식에 몹시 끌렸다. 한동안 작가의 작품이 나오지 않아서 잊었다가 혹시나 싶어 검색해 봤더니, 아니 작년 봄에 나온 책이 있었잖아... 이거 어쩔..(ㅡㅡ^) 좀 많이 늦긴 했지만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작가님!

작가의 대부분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ULTRAS 』역시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다섯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일단 표제작인 <ULTRAS> 이야기부터! 표지 그림을 봐서는 축구에 관한 이야기인듯 한데 혹시 축구선수들 이야기인가 싶었더니, 서포터들 이야기였다. 하긴 서로 소속된 축구팀이 다르면 만날 수 있는 건 축구 필드뿐이니까.... (납득) 근데 입고 있는 유니폼이 다르다. 호오라, 다른 팀을 응원하는구나~~~ 

이 작품 역시 스페인을 배경으로 하는데, 스페인하면 역시 투우와 축구! 유럽선수권 우승으로 온 국민이 하나가 된 역사적인 밤에 사고를 친 두 인물이 있었다. 알과 레온은 우승의 기쁨과 더불어 기찬(?)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서로 라이벌인 팀의 서포터들이였던 것이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함께 자국을 응원했지만 기본적으로는 다른 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었던 것. 이들의 라이벌 의식은 대단해서 서로 눈도 안마주친다는데, 이거 어쩔.... 레온은 도망치듯 알의 곁을 떠나지만 두 사람은 인연의 붉은 실로 꽁꽁 싸매져 있는 건지 레온의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헌책방에서 딱마주치고 말았다! 

라이벌팀이지만 자꾸만 레온에게 신경쓰이는 알, 그리고 그런 알이 싫지않은 레온. 하지만 서로 다른 축구팀을 응원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있어 절대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려는 시도나 마찬가지랄까. 초등학교 선생님인 알이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했더니, 아예 친구를 안한다거나, 자기 팀 응원단으로 끌어올다는 무시무시한 발언을 한다. 하지만 헤수스란 아이만은 "상관없어요"라고 말한다. 늘 축구시합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축구를 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이에게 한 수 배우셨군요, 알쌤. 분명 이들에게 축구란 건 인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지만, 인생에는 축구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 많다. 우정이나 사랑처럼.    
 
그외의 작품으로는 사기꾼을 속여 넘긴 사기꾼의 이야기인 <세이 헬로 투 Mr. 스미스>와 관찰하는 자와 관찰당하는 자를 그린 <The Onlooker>, 지나간 사랑인줄로만 알았더니 여전히 사랑이었더라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Who Killed Oscar?>와 인종을 넘어 축구로 맺어진 사랑 이야기인 <Localy Visitante>등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 <The Onlooker>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데, 결말부분이 완전 환상적이었다.

역시 감각있는 작가, 라는 느낌으로 가득 찬 <ULTRAS>! 작가의 다음 작품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일본에서는 올 4월에만 신간이 두 편이나 나왔던데, 얼른 만나고 싶어요! (제발,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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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08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보는 작가네요!
The onlooker은 정말 궁금하네요. 흥미로운 소재예요. ㅎㅎ

스즈야 2011-05-08 21:56   좋아요 0 | URL
에스트 엠, 제가 완전 강추하는 작가입니다. 저 표지가 좀 못나게 그려졌는데, 실제로 본문 그림은 완전 멋집니다. 남자답달까요. 게다가 이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은 특이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나와요. 제가 완전 좋아하는 작가입니다.

2011-05-10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좋아하신다니! 으아! 꼭 읽어봐야 겠는데요. 그림체도 멋지고 특이한 소재. 환영입니다! ㅎㅎ

스즈야 2011-05-10 21:34   좋아요 0 | URL
이 작가 진짜 매력있어요. 저도 첨엔 반신반의하면서 봤는데, 완전 죽여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