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락 Deadlock - DEAD 시리즈 1, B愛 Novel
아이다 사키 지음, 다카시마 유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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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다 사키의 데드 시리즈를 언젠가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그때가 왔다. 대부분의 작품은 다 읽었지만 왜 이 시리즈는 계속 미뤄뒀었을까. 이렇게 재미있는 걸~~ 게다가, 일러스트가 예술이다. 완전 멋진데,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일러스트다. 때론 표지만 괜찮고 본문 일러스트는 엉망인 책도 많지만, 이건 컬러 일러스트고 흑백 일러스트고 할 것 없이 모두 끝내주게 멋지고 예쁘다. 본문 내용에서 아무리 주인공이 예쁘고 멋지다고 설명을 해도 일러스트가 엉망이면 호감이 가지 않는데, 이건 뭐 일러스트에 대해선 나무랄 점이 하나도 없다. 물론 스토리도!

마약수사청(DEA)의 마약조사관 유우토 레닉스는 동료수사관 살해혐의라는 누명을 쓰고 악명높은 셀거교도소로 보내진다. 원래는 다른 교도소에 수감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유우토는 FBI와의 교섭을 통해 이곳으로 보내진 것이다. 유우토의 임무는 잠복중인 테러리스트 조직의 두목 코르부스를 찾아내는 것. 하지만 교도소장부터 쓰레기인 악명높은 교도소답게 유우토는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곤욕을 치루게 된다. 예쁘장한 얼굴과 동양인이라는 점때문에 교도소 갱 패거리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유우토의 감방 동기는 딕이란 남자로 장신에 단정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웬일인지 교도소 내의 갱들도 그에겐 한 수 접어 주는 분위기다. 딕은 유우토에 대해 쌀쌀맞게 굴지만 미키나 네이선, 그리고 그날 유우토와 함께 들어온 매쉬등은 유우토에게 호감을 보이며 동료로 따스하게 맞아준다. 

유우토는 나름대로 수사를 진행하려 하지만 여러가지로 난항에 부딪힌다. 흑인 갱들에게 두들겨 맞지를 않나, 교도소에서 일어난 살해 현장을 목격하게 되지 않나, 갱들에게 걸려 만싱창이가 된 매쉬의 목수를 위해 미키를 돕다가 독방에 갇히는 등 온갖 수난과 역경에 시달리게 된다. 한편 딕은 처음의 쌀쌀맞은 태도와는 달리 조금씩 유우토에게 곁을 허락하긴 하지만 역시 어려운 남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우토는 그가 믿음직스럽고 기대고 싶어지는 자신에 당황해한다. 특히 독방에 갇혔을 때 받은 딕의 쪽지에 위안을 얻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 유우토의 앞날에 어떤 일이 또다시 닥쳐올 것인가. 그의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노벨을 읽으면서 감옥, 그것도 미국 감옥을 배경으로 한 건 처음 읽어 보는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마약수사청 수사관이나 FBI, CIA 같이 수사기관의 요원들이 등장하는 것도 거의 읽어 본적이 없는 듯하다. 일본 경찰이나 야쿠자, 혹은 마피아가 등장하는 건 여러편 읽어 봤지만.. 그래서 무척 신기하면서도 흥미로웠달까. 아, 물론 미드나 영화를 보면 교도소물이 많긴 하지만, 그건 미국에서 제작된 것이나 그렇다고 쳐도 이 책의 경우 일본인 작가가 쓴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다 사키는 경찰이나 야쿠자물을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것도 꽤 괜찮잖아, 라는 느낌이랄까. 특히 네이선이 이야기하는 미국의 교도소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이 작가, 도대체 모르는 게 뭐야!

감옥이란 격리된 공간에서 조금씩 변해가는 유우토의 모습을 보는 것도 무척 흥미로웠고, 코르부스가 누굴까 하고 짐작해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었다. 일단 딕은 제외하고~~ 유우토와 딕이 사랑할 사이가 되는 건 뻔한데, 딕이 적인 코르부스라면 곤란하지. 코르부스의 정체는 후반부에 들어서서 대충 짐작이 갔는데,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알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그리고 딕의 정체에 대해서는 대충 짐작한 것은 맞았지만 솔직히 충격이었달까. 일종의 인간암살병기였잖아, 라는 느낌. 참 힘든 삶을 살아 왔겠구나 싶었다. 그런 그에겐 코르부스를 죽여야 한다는 일념 하나만이 남은 게 이해가 된다. 자신의 동료이자 연인이 눈앞에서 살해당하는 걸 목격했으니까. 그에 비하면 유우토는 감옥에서 정말 끔찍한 일을 겪긴 했지만 나름대로 평탄한 삶을 살아온 것이군, 하는 생각이... 그렇다고 유우토가 싫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순진해서 그런 결과를 만들어 버린게 좀 안타까울뿐.

음.. 그외의 인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네토. 와우, 이 사람은 치카노계 보스인데 독방에 갇힌 유우토를 많이 격려해준 인물이다. 첨엔 초로의 신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일러스트를 보고 깜짝 놀랐다. 많이 잡아 봐야 삽십대 초반의 근사한 남자였으니까. 와우, 어떻게 보면 아름답게 생긴 딕보다 이쪽이 훨씬 남자다워보였다. 성격도 좋고. 아, 그렇다고 딕이 성격이 나쁜 건 아니고.. (笑) 
 
유우토와 딕, 두 사람은 각각의 임무를 수행하고자 교도소에 들어왔다. 같은 목적이지만 다른 수사기관에 소속된 사람들인 유우토와 딕이 함께 임무를 수행할 수는 없다. 딕은 딕대로, 유우토는 유우토대로 탈주에 성공한 코르부스를 쫓을 것이다. 그렇게 되다 보면 언젠가 둘은 다시 재회할 수 있지 않을까. 무사하기만 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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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사이바라 리에코 지음, 김문광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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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봤을 때는 명랑만화인줄 알았는데, 책 띠지를 보고는 그게 아니구나 싶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인물들에 색감마저 알록달록했지만, 내용은 생각과 너무나도 달랐다.

잇타와 니타가 사는 마을은 무척이나 가난한 마을이다. 산과 바다 밖에 없고, 구석으로 갈수록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이 사는데, 니타와 잇타가 사는 곳은 마을에서도 가장 구석에 있는 곳이다. 잇타와 니타는 배다른 형제. 엄마는 가출했다 3년만에 누나 가노코를 데리고 왔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는 오래전에 가출한 상태였지만, 이제 잇타와 니타와 함께 산다. 대신 엄마가 또 가출.

니타네 누나는 매춘을 해서 니타와 잇타를 먹여 살리는데, 잇타는 그런 누나에게 미안해서 집을 나가 신나나 톨루엔을 파는 고이치 밑에서 일을 한다. 주위 사정이라도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니타의 친구 사오리네 아빠는 약물중독자로 살고 어린 사오리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그래서 사오리는 아빠가 쓰러지면 매일 죽으라고 기도를 하고 있다. 고철할배는 강가에 천막을 치고 살지만 큰비만 오면 집이 떠내려가기 일쑤다. 매춘을 하는 여자들은 아비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식을 낳아 기르면서도 또다시 기둥서방을 맞아들이고, 매를 맞고 산다. 고이치는 늘 싱글벙글 웃으면서 폭력을 행사하고 나쁜 일로 돈을 번다. 중국집 주인아저씨는 메탄올을 마시고 장사를 하고 때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고양이 할매라 이름붙은 할매는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게 아니라 자식을 십수명 낳고 모조리 버렸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보통 최고의 비참함을 상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산다고 해서 스스로를 비참하게 여기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그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가지려 애쓰는 이들을 보면 가노코의 말대로 웃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가슴에 뭔가 하나 푹 박힌 듯한 느낌에 먹먹해지고 만다.

첨에는 이 마을엔 콩가루 집안만 존재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난함과 불행함을 등에 지고 사는 이들의 이야기겠구나 싶었다. 그럼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 이야기가 나오려나 싶었다. 맞다. 지지리도 궁상맞고 구질구질한데,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도대체가 주변에는 제대로 된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사회적 인식으로는 쓰레기같은 삶을 사는 사람투성이인데 왜 그런지 몰라도 이들이 하나도 밉지가 않다. 오히려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해지고, 더나아가 그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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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목공소 - 상상력과 창의성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김진송 지음 / 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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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너 정말 기발한 상상을 하는구나, 너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하는 말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대체로 어린이들은 기발한 생각을 잘해낸다. 그런데 왜 성장해 나가면서 점점 그 능력은 사라지게 되는 것일까. 어린이는 자신이 경험한 세상의 폭이 좁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 - 이는 대체로 어른들이 생각해낼 수 없는 것들이다 - 으로 자신이 보는 세상을 대체하려 때문에 그런 현상이 잘 일어난다. 하지만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동안 마주하게 되는 세상의 넓이도 넒어지고 지식의 깊이도 깊어지면서 언어로 그 대부분의 것을 대체할 수 있고 눈앞의 현상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이상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러기도 귀찮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풍부한 상상력을 뽐내며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어서도 그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일까.

목수와 글쟁이

저자는 목수일과 글쓰기를 병행하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의 인식으로는 양립되지 않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의 이분법적인 논리로 보자면,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두 가지 직업군에 모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목수와는 좀 다르다. 우리가 목수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가구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 사람이지만, 저자는 작은 목물을 만들어낸다. 그것도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상상력을 부여한 목물을.

주제를 정하고 단어를 엮어 문장을 만들고 문단을 이어 논리적이거나 서사적인 흐름을 엮어가는 글쓰기는,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나무토막을 깎고 이어서 구조를 만들고 힘의 균형과 미학적 고려를 거쳐 완성하는 나무작업과 다르다고 말할 수 없다. 그 어떤 일이건, 머리로 하건 손으로 하건 자신이 선택한 질료를 적절한 쓰임의 세계로 이끄는 과정만이 필요할 것이다. (18p)

그가 만들어내는 것은 나무로 만들어낸 이야기가 존재하는 또다른 세상이다. 어떻게 보면 글쓰기와 목수일이 결합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그런 그는 글쓰기와 목수일이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한다. 물론 다른 점도 많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특수한 행위를 취하는 점에서는 일치한다고 말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목물들은 독특하다면 독특하달 수 있다. 보통 목수들이 만들지 않는 것이니까. 그러나 더욱 다른 점은 그가 만들어 내는 목물들에 부여된 상상력이란 것일 것이다. 목수들이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일정한 상상력이 필요하겠지만, 요즘의 목수들은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설계도를 가지고 가구를 만들고 집을 짓기 때문에 상상력이 결핍되어 있는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에 비해 그가 만들어 내는 목물들에는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물론 그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도 있고, 자연을 보고 느끼는 감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이야기도 있다. 그 이야기를 구체화한 것이 그가 만드는 목물들인 것이다.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떠올리기는 쉽지만, 이미지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꽤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가 만들어내는 목물들에는 시각적, 서사적, 물리적 상상력이 결합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상상력은 모든 언어들이 지니고 있는 한계를 메워주는 가장 간단한 수단이자 유일한 방법이며 또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인식의 원리이기도 하다. 언어가 간접적이고 시간적이고 구조적이라면 이미지는 직접적이며 즉흥적이고 공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미흡한 글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글에 이미지의 요소를 집어넣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미흡하고 비어 있는 이미지의 공간을 글쓰는 이의 상상과 독자의 상상으로 채우는 순간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이 만들어 진다. (23p) 

그가 만든 목물들은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때로는 저자가 상상한 것과 다른 이미지를 재구축하기도 한다. 각각의 사람이 가진 경험과 지식의 폭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글쓰기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저자가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한 텍스트는 읽는 독자의 경험의 폭과 지식의 폭, 그리고 가치관이나 세계관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이 되기 때문이다.

이해와 공감, 그리고 소통의 통로

그렇다면 상상력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그 소용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상상력은 발랄하고 유연한 사고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상상력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을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상상력은 구체적인 물질이나 아이디어의 영역에서 발휘될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기존의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다지 새로운 발상을 하기 위한 기술이나 기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각이 아닌 다른 존재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나 태도를 말한다. 따라서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말은 자신을 바라보는, 그리고 다른 존재를 바라보는 시각에 상투적으로 매몰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168~169p)

우리는 흔히 상상력이란 반짝이는 아이디어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이 갑자기 튀어 나올리가 없다. 경험과 지식의 축적도 중요하겠지만, 평소 사물을 관찰하는 습관 또한 빠질 수 없는 요소가 될 것이다. 관찰한다는 것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그 관심은 그 대상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이어지고, 또다시 그것은 공감이란 것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 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태도라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감정이입일 것이다. 감정이입은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상상력의 작은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방편으로 유효하다. (200p)

우리는 인간의 언어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모든 것을 이해하려 든다면 인간의 인식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것들을 만났을 때 당황할 수 밖에 없고 배척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연의 세계에서 종종 일어나는 동족포식문제를 인간의 시각에서만 바라본다면 야만적이고 잔혹한 행위일 수 밖에 없지만, 자연에서는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인간의 언어와 인식을 넘어서지 못하는 이상 이해나 공감, 나아가서는 소통마저도 어려워진다.

그렇다면 소통의 한계는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소통의 부재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종종 존재한다. 인종에 따라 관습에 따라 성별에 따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 인간 사회이기도 하다. 오히려 자연의 세계는 딱부러지는 일원화된 법칙이 존재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인간 사회는 그런 것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생각의 전환, 발상의 전환이라는 것이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상상력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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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크라이 베이비
키노시타 케이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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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베이비가 들어가 있어서『만나게 될 거야, 베이비』후일담인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작품의 주인공들은 교사와 학생이었고, 학생인 쿠우야가 졸업하는 걸로 끝났기 때문이다. 성인 버전(?)의 이야기인가 했더니, 아예 다른 이야기이다. 아, 그랬다고 실망한 건 아니었고, 이 작품 아주 마음에 들었다. 진짜!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타카라이 사토루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늘 제대로 된 사람은 만나지도 못한채 늘 하룻밤만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던 중 일관계로 만난 수의사 토도 유스케의 병원에서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되고, 그때문에 울컥한 사토루는 유스케에게 자신은 게이라며 유스케를 도발하는 말을 내뱉고 만다. 하지만 유스케는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사뿐하게 사토루의 도발을 무시해버려 사토루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만다.

그런데도 어쩐 일인지 사토루는 유스케의 병원에 자주 찾아가게 된다. 물론 일 관계로. 그러던 어느 날 하룻밤 상대에게 심하게 얻어맞은 사토루는 유스케를 불러내고 만다. 그후 유스케는 사토루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며 매우 다정하게 대해주지만, 사토루는 여전히 난공불락의 요새마냥 가시를 잔뜩 세우고만 있다. 같이 밥도 먹고, 간식도 먹고, 딱히 별 일은 없지만 의외로 마음 편안한 날을 보내던 중 사토루를 또다시 울컥하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마는데...

사토루를 보면서 내가 울컥하는 기분을 느끼게 될 줄이야. 여기에서의 '울컥'하는 기분은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라 사토루의 마음이 어떨지 다 보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서 생기는 '울컥'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겉으로는 하악질을 하면서도 속으로는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고양이같은 사토루. 겉으로는 시니컬한 척, 강한 척 하지만 여리디 여린 사토루. 화내고 짜증내고 때론 무심한듯 행동해도 속으로는 울고 있는 사토루의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예민하고 섬세하면서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사토로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건 늘 싱글벙글 웃고 있는 수의사 유스케 뿐이었다. 유스케는 다정하고 상냥하지만 때론 무심하게 사토루의 상처를 건드려 버리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조금씩 사토루 곁으로 다가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한발짝 다가섰다고 생각하면 두발짝 물러서는 사토루의 마음을 완전히 얻기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는 걸 유스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때로는 강해 보이려 무모한 짓도 서슴지 않는 사토루를 보면서 유스케는 얼마나 가슴 졸였을까. 사랑 따윈 믿지 않는다는 사토루와 그런 사토루를 보듬어 안아주고 치유해주는 수의사 유스케의 알싸하고 달달한 사랑이야기, 그 결말은?

유스케의 동물병원을 찾는 동물들에게 격하게 사랑받는 사토루를 보면서 뒤집어지게 웃다가, 여왕수처럼 도도하고 까칠하고 자존심 강하고 시니컬하고 무표정한 사토루의 겉모습에 숨겨진 울고 있는 아이가 보여 안타까워하다가, 상처받은 마음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는 유스케를 만나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 가는 사토루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다가, 결국 번외편에서 질투 본능에 눈뜬 사토루의 모습에 키득거리면서 웃어버렸다.『돈 크라이 베이비』는 나를 웃게 만들고, 울리게 만들고, 미소 짓게 만들고, 빵 터지게 만드는 작가님의 스토리텔링 능력에 또다시 감탄해 버린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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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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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북유럽에 대해 일종의 환상을 가지고 있다. 북유럽 신화, 아름다운 자연 풍광, 세계 최고의 사회 복지, 그리고 획기적인 교육제도 등은 북유럽권에서 살지는 못해도 언젠가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간단한 것 외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북유럽권 문학 작품이라고 해 봐야 아르토 파실린나의 작품을 몇 작품 접해본 것 외에는 거의 접해보지 못했고, 특히 북유럽 미스터리는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작품을 두어권 가지고 있지만 아직 손도 대보지 못한 상태라 이 작품이 첫만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북유럽 미스터리라고 하면 그다지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이유 역시 북유럽이란 곳에 대한 환상때문이다. 즉, 이런 곳에서는 범죄가 발생하긴 해도 강력범죄는 거의 발생하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늘 강력범죄가 일어나는 미국 범죄 스릴러나 추리소설, 드라마 등을 매력적으로 생각해온 부분도 있었다.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나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다양한 소재와 스토리, 캐릭터들이 존재하겠지, 라고 생각했달까. 하지만 북유럽 미스터리가 이렇게 매력적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잡지『밀레니엄』의 이사이자 저널리스트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한스에리크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쓴 후 명예훼손죄로 재판을 받게 된다. 의외로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한 미카엘은 재판결과에 승복한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회사는 큰 타격을 받게 되어 일단 회사 이사직에서 물러 나게 된다. 그런 그에게 재벌가의 총수였던 헨리크 방예르의 기묘한 의뢰가 들어오게 된다. 그의 의뢰란 36년전 사라진 하리에트 방예르 사건에 대한 조사였다. 엄청난 보수와 더불어 베네르스트룀에 대해 큰 타격을 줄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헨리크의 말에 미카엘은 결국 그 의뢰를 수락하고 만다. 

표면적으로는 방예르 일가의 일대기 작성이란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하리에트 사건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하는 미카엘은 경찰 수사 기록, 헨리크가 스스로 조사한 기록 등의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사건 조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워낙 오래된 일이고, 당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도 많아서 조사하기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방예르 가문에 대해 조사할수록 얼른 손을 떼고 싶게 만드는 사실들이 표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방예르 가문에 대해 단적으로 말하자면 '미친 인간'들의 소굴이었다. 특히 방예르의 형인 하랄드의 경우 우생학을 내세워 유대인을 말살하고 싶어했던 인물이었고, 지금도 역시 그 문제때문에 헨리크나 딸인 세실리아를 증오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독일에만 이런 작자들이 있는 줄 알았더니 스웨덴에도 스웨덴 나치가 있었구나 하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한편 보안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조사요원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미카엘 사건에 관심을 갖고 그에 대해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헨리크 방예르의 변호사인 프로데의 의뢰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미카엘이 헨리크의 의뢰를 수락하면서 조사가 중단되어 더 이상 조사를 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리스베트는 개인적인 관심에서 미카엘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한 것이다. 리스베트 살란데르는 24살의 아가씨로 조사요원으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지만, 겉모습이라든지 사고방식, 행동양식은 사람들의 기준을 약간 벗어나 있다. 자신만의 세계가 강한 타입인데, 이럴 경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꺼려지는 존재로 인식된다. 

1권에서는 리스베트의 대외적인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그중 주목해야 할 것이 리스베트의 후견인 문제이다. 보통 후견인이라고 하면 미성년자에게만 해당된다고 생각했는데, 스웨덴의 경우 성인일 경우에도 후견인 제도가 적용되는 모양이다. 첫 후견인의 경우 리스베트를 존중하고 그녀가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었다면, 두번째 후견인은 그야말로 인간 쓰레기였다. 변호사란 번듯한 직업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은 썩을대로 썩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의 추악한 본성에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의 입장을 무기로 제도권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휘두르다니. 이렇다 보니 리스베트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정의'를 실현하는 모습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나도 남성중심의 제도권내에서 약자에 해당되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리스베트의 행동은 법대로 하자면 분명 위법이었지만, 그녀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그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리스베트가 제도권의 도움을 받으려 해봤자, 그녀에게 돌아오는 건 치욕과 비난밖에 없었을테니까.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복지가 너무 허술해서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면, 스웨덴이나 미국처럼 사회복지가 너무 잘되어 있어서 고통받는 사람이 많은 나라도 있다. 미드를 보면서 많이 느낀 것은 미국은 아동복지 문제에 투철한 나머지 부모자식을 생이별시키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리스베트의 후견인 문제를 놓고 봤을 때, 스웨덴 역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제도권내의 판단으로 그들의 발을 묶어버리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1권은 조금은 느린 호흡으로 진행된다. 도입부가 반정도를 차지한다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지루함은 별로 없었다. 오히려 뒷내용에 대해 기대를 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두 주인공인 미카엘과 리스베트란 인물에 대한 전반적인 자화상을 보면 미카엘은 우수한 저널리스트이지만, 사적으로는 자유분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리스베트의 경우 보안업체의 우수한 조사요원이지만, 사적으로는 스웨덴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가 처한 상황이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리스베트가 그런 상황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보통의 경우 제도권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그런 일들에 대해 스스로 은폐하겠지만, 리스베트는 은폐는 하지만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의 리스베트의 행동에 주목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사건면에서 보자면 미카엘이 수락한 의뢰 내용인 하리에트 사건 수수께끼의 의문점들이 묘사되고 있다. 하리에트가 사라진 날은 큰 사고로 인해 섬이 일종의 밀실 상태였고, 그후 매년 하리에트가 헨리크의 생일에 선물했던 압화가 배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외의 내용으로는 스웨덴 언론, 정치와 경제, 그리고 방예르 가문과 관련해서는 인종주의자와 스웨덴 나치주의자 등에 대한 내용을 들 수가 있다. 

한 권의 책이 엄청나게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적당한 짜임새로 들어가 있어 전혀 산만하지 않다. 오히려 이러한 것들이 유기적으로 잘 결합되어 있어 스토리가 전개됨에 따라 점점 놀라움이 더 커진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수수께끼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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