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질려 3
유메지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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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동그란 눈에 줄무늬, 넌 스우쉬로구나.『고양이는 안 질려』3권의 표지 모델은 스우쉬이다. 참고로 1권은 로즈, 2권은 키비. 이번에 표지를 보면서 깨달은 건 스우쉬는 웬지 안경을 착용하고 있는 듯한 줄무늬가 있구나 하는 것.(푸핫) 동그란 눈에 줄무늬를 보니 우리 티거가 떠오르는군. 그래도 우리 티거가 더 예쁘지만 말야. 역시 세상에서 내 고양이가 제일 예쁜 법. 암만!

로즈와 스우쉬, 두마리 고양이의 똥꼬발랄한 생활이 이어지던 어느 날 새로운 친구가 등장했다. 와라비란 이름의 시바견. 미니 시바라서 사이즈는 작은 편이지만, 개와 고양이라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로즈의 경우 처음엔 와라비를 보고 관심을 가졌지만 이내 시큰둥, 반면 스우쉬는 처음에 낯가렸던 것과는 달리 와라비에게 점점 관심을 많이 가진다. 알고 보니 그 관심이 조금 다른 관심이었지만...

개와 고양이는 어린 시절부터 같이 기르면 사이가 좋아진다. 우리 티거와 나라의 경우. 나라는 3살, 티거는 두 달 정도 되었을 때였는데, 그때 티거는 나라를 엄청 따랐고, 나라 역시 티거 귀를 핥아주는 등 제 새끼처럼 돌봤다. (나라가 원래 오지랖이 넓어서 우리 개들 전부를 돌보고 있음)

하여튼 개와 고양이가 사이좋게 지내려면 둘 다 어리거나 둘 중 하나가 어려야 하지만, 이미 성묘가 된 로즈와 스우쉬가 8살의 성견이 와라비를 처음 봤을 때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고, 나중엔 생까는 일이 발생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의외로 이들 세마리는 무난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여기에서의 무난하다는 건 싸우거나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좋아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 서로 적대적이 되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누군가를 내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이렇게 새로운 가족을 영입한 후의 이야기가 3권의 주된 내용이다. 건강한 스우쉬와는 달리 알레르기를 달고 사는 로즈는 알레르기가 재발, 피가 나도록 핥아대고 (개가 와서 그 스트레스도 무시할 수 없겠지) 와라비는 심장사상충을 비롯해 여러 질병을 달고 있어서 로즈와 와라비는 칼라(엘리자베스 칼라) 동지가 되었다. 근데 웃긴 건 여기에서 소외감 느끼는 스우쉬. 리본을 목에 달아주니 기뻐하는 스우쉬였다. 하지만 칼라를 미착용한 로즈를 보자 바로 생까주는 스우쉬에 또 한번 빵 터지고 말았다. 스우쉬에게 이미 로즈는 칼라와 동일화되어 버린 것!? 고양이는 이런 점에서 참 재미있단 말이지.

참, 스우쉬는 건강했는데, 갑자기 스트라바이트(요도결석)가 생겨서 병원에 다녔단다. 고양이의 요도는 좁아서 결석이 생기기 쉬운데, 스우쉬의 경우 요도가 좁아서 더 힘들었단다. 원래 고양이는 신장이 약하기 때문에 신장병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기에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래도 처방식 사료를 먹고 많이 좋아졌다니 다행이야, 스우쉬~~

그외의 내용은 특별한 것이 없었던 듯. 안그러면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을텐데... 앞권의 내용과 비슷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조금 걱정된다. 고양이는 안 질리지만, 유메지 센세의 고양이 이야기가 조금씩 질리기 시작하니까. 고양이 그림이야 그냥 넘어간다고 쳐도 스토리가 비슷비슷하면 좀 질린달까. 워낙 고양이 만화의 숫자가 많으니 그럴지도 모르곘지만. 분발하셔야겠어요, 유메지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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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히트 Deadheat - DEAD 시리즈 2, B愛 Novel
아이다 사키 지음, 다카시마 유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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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다 사키의 데드 시리즈 2탄, 데드히트.
1권의 표지는 죄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었던 유우토와 딕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2권 표지는 각각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유우토와 딕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우토는 변함이 없는데, 딕을 보고서는 이게 정말 딕 맞아? 라는 생각을 해버렸다. 플래티나블론드의 찰랑이는 머리카락은 어딜 가고 평범한 갈색머리에 안경까지 착용한 딕은 철저히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의미겠지. 이것도 꽤 잘 어울리긴 하지만 금발의 딕을 보다가 갈색 머리를 보니 역시 적응이 잘...(내가 적응이 되든 안되는 상관없겠지만, 흠)

교도소내의 인종 항쟁이 진압된 후 유우토 사건의 진범이 잡히고, 유우토는 무죄로 풀려나게 된다. 그동안 유우토가 조사한 내용과 딕에게서 얻은 정보를 협상조건으로 FBI에 들어가게 된 유우토는 특별 에이전트로 근무하게 된다. 코르부스의 행방을 쫓다보면 딕을 만날 수 있다는 유우토의 생각과는 달리 딕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한편 교도소에서 네이선으로 위장하고 있던 코르부스의 정체와 그와 관련된 것들을 조사하기 위해 유우토는 범죄학자인 롭과 만나게 된다. 핸섬하고 명민하며, 독신에 게이. (어째서 BL에선 잘난 사람은 죄다 게이냐, 라고 말할 뻔 하다가 넌 그런 설정때문에 이거 보는거 아니심?? 이란 마음의 소리에 급반성중. 근데 요샌 자꾸 왜 이런 생각이 드는거지. 외롭나~~ 칫) 처음엔 FBI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에 유우토를 매몰차게 거절하지만 유우토와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롭은 유우토가 꽤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지만 유우토는 일편단심 딕이다. 롭이 아무리 유우토에게 잘해줘도 마음은 가지 않는단 말. 친구로는 될 수 있겠지만... 하여튼 유우토는 롭을 통해 진짜 네이선의 인터뷰 동영상과 코르부스의 지난 행적에 대해 꽤 많은 것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딕과 유우토, 두 사람이 동시에 쫓고 있는 코르부스는 텍사스에 있는 군사훈련캠프 MSC에 재적하면서 군사훈련을 받았고 나중에 화이트 헤븐이라는 결사를 조직, 무차별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또한 그것을 근거로 네이선이 셸거 교도소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잠복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파악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모자라다. 코르부스의 실명조차 아직은 파악이 안되고 있으니까. 하여튼 무사히 교도소 탈주에 성공한 코르부스는 또다시 어디에선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 그리고 유우토가 어떤 식으로 마음에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우토를 자신의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가지고 놀고 있다. 유우토, 더 분발해야겠어.

롭과 함께 네이선의 행적을 뒤쫓던 유우토는 자신이 수감되어 있던 셸던 교도소를 방문하고 거기에서 얻은 정보를 근거로 석방된 네토를 찾아간다. 네토는 유우토가 FBI란 사실에 살짝 놀라긴 하지만 친구로서의 마음만은 변함이 없나보다. 여전히 멋진 네토였다. 딕에 대한 유우토의 마음도 잘 알고, 딕의 복수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네토이다 보니 같은 적을 쫓고 있지만 다른 목적을 가진 두 사람이 안타까운 모양이다. 특히 유우토에 대해선 보호해주고 싶어하는 마음도 엿볼 수 있었달까. 잠깐밖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역시 네토의 존재감이란... (다음권에서도 만나고 싶은데, 소원이 이루어지려나)

네토를 찾아갔다 자신이 딕과 엇갈렸단 말에 혼란스러워하는 유우토. 하지만 자신의 임무에도 충실해야 한다. 결국 두 사람은 교도소 비지니스 업계의 인물을 만나는 자리에서 재회하게 되는데...

2권에서는 딕이 아주 잠깐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토록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사는 딕이니. 게다가 지금은 CIA에 소속되어 있다 보니 FBI가 된 유우토가 껄끄럽기도 했겠지. 근데 도대체 정부기관들은 왜 서로를 잡아 먹지 못해 안달이지? 일본의 경시청과 경찰청도 그렇고, 미국의 FBI와 CIA도 그렇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 적을 더 빨리 색출, 섬멸할 수 있을텐데, 서로 고집만 부리다가 더큰 문제로 이어지는 걸 자주 볼 수 있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 게다가 FBI는 일반 경찰과도 사이가 안좋다. 뭐랄까. FBI는 자신들을 위에서 명령하는 엘리트 집단이라 생각하고 일반 경찰들은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는 사람들이라 생각한달까. 서로 돕지는 못할 망정. 

미국이란 나라는 원래 군수산업으로 밥 벌어 먹고 사는 나라란 건 누구나 다 안다. 그건 대외적인 것이고, 대내적으로는 교도소복합산업체가 군수산업이나 석유사업과 손을 맞잡고 온갖 추접한 짓거리를 벌이지. 여기에서도 그런 상황이 언급되어 있다. 물론 중심이 되는 건 유우토와 딕의 이야기이지만 이들이 몸담고 있는 곳이 정부기관이다 보니 이런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이런 것이 이 책의 커다란 재미를 덧붙인달까. (정말 이 작가에 대해서는 경외심이 생기려고 한다, 이젠)
  
복수심에 불타 자신을 내던지려는 딕, 그의 폭주를 막고 싶어하는 유우토.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지, 3권도 기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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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 미안해 사랑해 고마워
리타 레이놀즈 지음, 조은경 옮김 / 책공장더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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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다. 잠시 잦아든다 싶으면 금세 세찬 비가 쏟아졌다.
2년전 오늘은 그토록 화창한 날씨였었는데...


   

2009년 5월 10일 아침 7시경, 우리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5월 들어서부터 부쩍 기력이 쇠한 느낌은 들었지만 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서 그저 괜찮겠거니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날 새벽 가을이는 몹시 힘들게 숨을 헐떡였고, 그 중간중간 기침이 잦아들 때면 물끄러미 나의 얼굴을 쳐다 보곤 했다. 그때 난 뭘 했던가. 게임한다고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서 가을이가 심한 기침을 할 때 몇번인가 토닥여주기만 했다. 기침이 너무 심해지고서야 난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고 가을이를 품에 안고 토닥였다. 혹시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건가 싶어서 안고 화장실에 데려갔더니 앞다리에 이미 힘이 빠져서 미끄러지기만 했다.

우리 보람이가 기력이 빠지고 힘들어할 때 늘 우유를 먹이던 것이 생각나서 가을이에게 우유를 조금 주었다. 할짝할짝 맛있게 먹지만 힘겨워 보이는 가을이. 잠시 우유 먹는 걸 멈췄을 때 난 가을이에게 접시를 밀어주면서 조금만 더 먹어, 가을아라고 했다. 그랬던 가을이는 그 말을 알아듣는 양 남은 우유를 다 마셨다. 그리고 잠시후, 가을이가 쓰러졌다. 항문이 벌어지면서 변이 밀려나오는 걸로 봐서는 가을이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난 가을이를 안고 베란다로 나가 다리를 마사지해 줬지만 결국 햇살이 눈부신 5월의 아침, 가을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그때 난 가을이가 떠나는 것이 몹시도 슬퍼서, 안돼 가을아, 안돼 가을아, 라고 몇번이나 울먹이며 외쳤지만, 가을이는 아마도 우유를 먹으면서 내 마지막 소원을 들어줬던 것이고 그 모든 것이 끝나자 이 세상과의 인연을 놓은 듯 했다. 18살의 노령견, 어떻게 보면 아픈 것 하나 없이 밥 먹고, 간식먹고, 우유까지 먹고 떠난 가을이는 사람으로 치면 호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가을이가 그렇게 떠나고, 미안한 마음에 눈물만 계속 흘렀다. 이미 축쳐진 몸을 안고 미안해, 사랑해를 반복하며 울었다. 그러고 나서 가을이가 제일 좋아하던 방석에 눕히고 귀도 닦아 주고, 눈꼽도 떼주고 하면서 염을 하듯 가을이 마지막 단장을 마쳤다. 그리고 가을이가 제일 좋아하던 옷을 입히고 가을이 앞발을 꼭잡고 옆에 누워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울다 지쳐 까무룩 잠이 들었다 화들짝 놀라서 깨면 가을이가 점점 차가워져가고 점점 굳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때 난 혼자 집에 있었고, 우리 개들이 다섯마리나 더 있었지만 아무도 가을이가 떠난 것을 모르는 듯 했다. 오히려 내가 가을이만 들여다 보고 있는 것이 속상했는지 내 옆에 꼭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나머지 녀석들을 보면서 속이 상했다. 그렇게 열두시간쯤이 지나 부모님께서 돌아오셨고, 가을이를 화장할 것이냐 매장할 것이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엔 화장을 할까 싶었지만 내가 사는 곳에서 애견용 화장센터는 너무 멀었고, 그래서 결국 시골집 옆에 있는 지금은 쓰지 않는 공간에 가을이를 묻기로 했다. 하룻밤을 집에서 보내고, 다음날 새벽 가을이는 시골집 옆에 있는 공터에 묻혔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수시로 시골집에 다녀오기 때문에 가을이가 잠든 곳에 가서 가을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오지만 겨울에는 시골집을 비워놓기 때문에 매년 5월 10일이 가을이를 처음으로 만나러 가는 날이 된다. 작년에는 날씨가 좋아서 다녀왔지만, 올해는 결국 가을이가 잠들어 있는 곳까지는 못올라가고 밑에서만 안부를 전하고 왔다. "가을아, 잘 있었어? 언니도 잘있어. 다른 녀석들도 가을이 덕분에 잘 지낸단다. 날씨가 좋아지면 또 올게~~ 보고 싶었어, 가을아."

이야기가 좀 길어졌지만, 이렇게 나처럼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잃는 것을 펫로스라고 한다. 이때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반려인들은 힘겹고 아픈 시간을 보낸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가을이 이름의 '가'자만 발음해도 눈물이 후두둑 쏟아져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고, 다섯마리의 남은 개들을 돌봐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 동안은 거의 밖으로만 나다녔다. 집안을 둘러보다 보면 가을이와의 추억이 선명하게 떠올라 도저히 그곳에 있을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미안한 일만 떠오르는지... 이건 대부분의 반려인들이 겪는 과정일 것이다. 반려동물을 떠나 보낸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미안한 일만 떠오르고 그래서 더 슬프고, 이것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 2년이 지났기 때문에 지금은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던 날의 슬픔과 아픔보다는 가을이가 내게 남겨준 행복과 사랑과 기쁨이 가득한 추억을 떠올리며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또다시 실감한다. 가을이가 내게 남겨준 것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반려동물의 죽음은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그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추억과 사랑에 감사하는 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하기에 너무 오랫동안 슬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또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나는 내 동물 친구들의 영혼이 삶이란 여행을 지나 새로운 여행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고, 우리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압니다. 죽음은 단지 일시적인 헤어짐일 뿐이지요. 죽음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면 그 안에 사랑이 있을 자리가 없어집니다. (41p)

비록 우리 가을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 이 세상에서 더이상 만날 수는 없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가을이를 일부러 잊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가을이를 잊는다면, 가을이가 남겨준 추억, 행복, 기쁨, 사랑을 모조리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가을이를 생각할 때면 즐거웠던 일만 떠올리게 된다. 세 다리로 뒤뚱거리면서도 잘 뛰어다니던 일, 간식을 먹일 때면 제비새끼처럼 입을 쫙쫙 벌리며 받아먹던 일 등 가을이의 이쁜 모습들이 이토록 많은걸.

가을이를 갑작스레 떠나보냈을 때는 혼자서 모든 슬픔을 추슬러야했다. 물론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그건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넌 후이고, 그 전에는 나도 아무 생각이 없어 그 충격이 더 컸던 것 같다. 이 책은 동물의 죽음에 대한 슬픔을 공감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물론 여기에 등장하는 사연들을 읽다보면 자꾸만 가을이의 마지막 날이 떠올라 눈물이 쏟아지지만, 이 책의 목적은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동물들의 마지막을 잘 보내주는 것에 있다.

노령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동물도 있지만, 병이나 교통사고등으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 우리가 사랑하는 반려동물을 어떤 식으로 보내줘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둔 게 없다면 슬픔만이 가득한 마지막이 될 것이다.

동물들은 집착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그들에게 죽지 말라고 애원하지 않는 한, 그들의 가는 길을 놓아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언제 어떤 방법으로 그들의 몸을 떠나야 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떠나보내는 연습을 해야합니다. (81p)

가을이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던 날 난 가을이를 붙잡고 안돼, 가을아, 안돼를 반복했다. 가을이가 마음 편히 떠나도록 배려해주지 못했다는 걸 난 이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이제 편안히 떠나렴, 그동안 고마웠어, 사랑해 라는 말을 해줬더라면 가을이는 좀더 편히 떠났을텐데 하는 후회가 든다.

지금 내 곁에는 노령견들이 다섯마리나 있다. 종종 농담조로 우리집은 개들의 실버타운이라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평균 연령이 10세 이상이기 때문이다. 그중에 19살짜리 공주는 1년반 전에 한 번 쓰러진 후로는 꽤 많이 아팠다가 겨우 회복해서 밥도 잘먹지만, 성격이 많이 괴팍해졌다. 화도 자주 내고 성질도 부리고, 평생 짖는거라고는 몰랐던 녀석이 밤새 짖기도 하고 소리도 고래고래 지른다. 앞으로 같이 할 날이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기에 마음의 준비는 이미 하고 있지만, 마음의 준비란 건 허울뿐이고 결국 그날이 오면 난 가을이 때처럼 펑펑 울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주에게 그 날이 오면 그동안 수고했어, 이젠 편안히 떠나도 돼, 라고 말은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슬픔과 아픔에는 대비하지 못할지라도 공주가 편안히 떠나도록 배려는 해주고 싶다.

16살의 보람이는 종양이 있다. 하지만 병원치료 대신 집에서 호스피스를 한다. 먹고 싶은 것 먹게 하고 하고 싶은 것 하게 하고. 워낙 예민한 녀석이라 병원에서 주사만 한 대 맞아도 경기를 일으키기 때문에 마지막을 병원에서 보내게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12살의 꼬맹이는 간이 좋지 않아서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는데, 그 치료가 오히려 꼬맹이를 힘들게 해서 치료를 그만두고 집에서 계속 돌봤다. 그후로는 놀랄 만큼 건강이 좋아져서 그후로 3년째 펄펄 날아다닌다. 하지만 며칠 전에 또 경기를 일으켜서 눈동자가 돌아가고 목이 돌아가는 바람에 팔다리를 주무르고 심장마사지를 해줬더니 금세 괜찮아졌다. 돌돌이와 나라는 다른 문제가 없어 안심하고 있지만 녀석들도 13세, 10세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는 건 안다.

이렇게 지금 내가 데리고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질환을 가지고 있고, 병원에서는 언제 어떻게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그후로도 녀석들은 아직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고, 잘 놀고 있기에 나중에 때가 왔을 때 잘 죽어 주기만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물론 여기에서의 잘 죽는다는 말은 편안하게 고통없이 승천했으면 하는 말이다.) 

요즘 들어 매일매일 우리 강아지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잊지 않는다. 가을이의 경우 내 품에서 떠났지만 다른 아이들이 모두 내 품에서 떠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혹시 내가 자는 동안, 내가 외출한 동안 무지개 다리를 건널까 싶어 그게 제일 걱정이기 때문에 늘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려고 하고 있다.

언젠가 공주, 보람이, 나라, 꼬맹이, 돌돌이도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고 슬퍼하기 보다는 지금 현재를 행복하게 보내며 마지막에 해줄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미리 생각해 둬서 편안히 보내주는 것이 녀석들의 마지막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니까.  


 

가을아,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흘렀네.
시간 참 빠르지? 가을이가 떠나던 날 언니는 너무나도 힘들고 슬펐어.
하지만 지금은 가을이가 내게 남겨준 많은 추억과 행복과 사랑을 떠올리면서 살게 되었단다.

가을아, 언니의 강아지로 와 줘서 정말 고마워.
가을이는 언제까지나 언니의 강아지.
언니는 언제까지나 가을이의 언니란다.
이것만은 잊지 말아주렴.
 
가을아, 다음 생에도 내게 와주렴.
다음 생에도 나의 가족이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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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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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벌 그룹의 폭로 기사를 썼다가 송사에 휘말린 잡지「밀레니엄」의 공동사주이자 저널리스트인 미카엘은 구재벌 그룹인 방예르 그룹의 전 총수 헨리크 방예르의 의뢰를 받아 36년전 사라진 하리에트 방예르의 실종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한다. 표면적인 목적은 방예르가의 일대기 저술이지만 실제 목적은 그녀가 정말로 살해되었는가, 그리고 살해되었다면 누구에 의해 살해되었는가에 대한 조사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된 사건이라 진도가 제대로 나가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1권)

재판 결과에 따라 3개월의 징역(실제로는 2개월로 감형)을 마친 미카엘은 다시 헤데뷔섬으로 돌아와 하리에트 사건에 대한 자료를 재검토하던 중 중요한 단서를 포착하게 된다.  하리에트가 실종된 날 찍힌 사진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날 하리에트는 누구를 보고 있었던 것일까. 혼자서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한 미카엘은 보안업체의 조사요원 리스베트를 고용하여 자신이 포착한 단서를 하나씩 추적하기 시작한다. 미카엘은 리스베트의 도움을 얻어 그날 찍힌 사진들 중 헨리크 방예르의 손에 들어오지 않은 사진들을 중심으로 추적에 나서고 용의자로 생각되는 인물이 찍힌 사진을 획득한다.

한편, 하리에트의 메모에 있던 사람의 이름과 번호는 의외의 곳에서 수수께끼가 풀리게 된다. 미카엘을 찾아온 미카엘의 딸이 그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것이다. 그 단서란 바로 그 숫자가 성경구절을 의미한다는 것이었고, 그 성경구절은 희생 번제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것들이었다. 리스베트는 성경구절의 내용과 비슷한 여성살해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하리에트의 메모보다 훨씬 많은 여성들이 희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미카엘과 리스베트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하자 그들을 노리는 듯한 범행이 잇달아 일어난다. 미카엘이 묵고 있는 집에 자주 찾아오던 고양이가 희생번제의 제물로 희생되었고, 가택침입에 이어 미카엘을 노리는 총격 사건까지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저널리스트의 본능에 충실한 미카엘은 그러한 위협에도 꿈쩍하지 않고 하리에트 사건을 계속 추적한다.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2권은 하리에트 사건의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급속도의 진행상황을 보인다. 숨이 가쁠 정도였다.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전개에 가슴이 뛰었다. 하지만 가슴이 뛰는 것도 잠시, 마침내 드러난 이 모든 사건의 진실에 전율하고 말았다. 하리에트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었던 사건이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진실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한송이 아름다운 꽃 밑에 그토록 얽히고 설킨 뿌리가 존재하고 있었을 줄이야.
 
이는 방예르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헨리크는 36년전에 하리에트에게 일어났던 일은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그 뒤에 숨겨진 '미친 야수들'의 축제는 감히 짐작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미친 야수들'의 축제에 희생된 여성들은 사회적 약자들 중 가장 하위계층에 속한 사람들이었다. 그들 대부분은 이민자들이었고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미친 야수들'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죽여도 아무 뒷탈이 없을 희생제물을 골랐던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적어도 두 명일거란 생각은 했었다. 범인들의 관계도 어쩌면 가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1대의 범인이 2대의 범인을 어떻게 양산했는지, 그리고 또다른 공범을 만들기 위해 어떤 짓거리를 벌였는지 알게 되면서 충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가족에게 도대체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희생된 여성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대해서도 차라리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었지만, 가족 사이에서 벌어진 일에서도 눈을 돌리고 싶은 심정뿐이었다.

이런 전개에 비한다면 하리에트 사건의 결말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어쩌면 하리에트 사건 뒤에 감춰진 방예르가의 벽장 속의 해골(skeleton in the closet)이 너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정말 화가 난 것은 그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헨리크 방예르의 태도였다. 그는 미카엘과 리스베트에 의해 드러난 방예르가의 벽장 속 해골들을 다시 벽장 속으로 깊이 깊이 숨기길 원했던 것이다. 물론 그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결국 그도 팔은 안으로 굽는 인간이었던 것에 허탈함이 생겨버릴 수 밖에 없었다.

난 리스베트의 결정에도 처음에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쩌면 리스베트의 결정이 옳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추악한 진실을 폭로한다고 해서 도살당하듯 살해당한 여인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대신 리스베트는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길 원했다. 지금 상황에선 그것이 가장 제대로 된 정의구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거나 이렇게 하리에트 사건은 마무리되고, 이제 남은 것은 미카엘의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재폭로에 관한 것이 남았다. 하지만 헨리크 방예르의 처음 말과는 달리 그가 미카엘에 전해준 정보는 시시한 것에 불과했다.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것은 결국 미카엘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베네르스트룀의 비리에 대한 조사 역시 리스베트의 천재적인 해킹 실력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그러고 보면 미카엘은 하리에트 사건과 더불어 베네르스트룀에 대한 폭로기사 작성까지 리스베트의 도움을 받지 않은 부분이 없다. 게다가 이런 부분뿐만 아니라 미카엘은 리스베트에게 목숨까지 구해졌으니 이중삼중으로 은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둘 사이에 로맨스가 싹트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미카엘은 위험한 남자다. 특히 리스베트처럼 처음으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 입장이라면 말이다. 미카엘은 자유분방한 남자다. 이는「밀레님엄」의 공동사주인 에리카와의 관계를 봐도 알 수 있다. 유부녀인 에리카와 미카엘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구속하지 않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미카엘이 전처와 헤어지게된 계기도, 세실리아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이유도, 리스베트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지 않는 것 역시 그의 기본 품성과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에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상대를 부담스러워한다. 미카엘에 있어 자신의 옆에 머무를 자격이 있는 여자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다. 미카엘이 저널리스트로서는 어떤 사람이든 인간적인 면에서는 저질이다. 이건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리스베트는 그에게 이용당한 것 뿐이다. 리스베트가 그에게 줄 선물을 쓰레기통에 쳐박는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아마도 리스베트는 진심이 되었던 자신의 마음도 함께 쓰레기통에 쳐넣었을 것이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곁을 허락하고 마음을 허락했던 리스베트에게 있어 미카엘이란 남자는 좋은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리스베트는 그것으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겉으로만 강한 미카엘보다 수십배 수백배는 강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앞날에 건투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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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동화 2 - 천년동화 두 번째 이야기
Horang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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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동화』첫번째 이야기에 실린 네작품은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었다면, 두번째 이야기에 실린 세편의 작품은 그 사랑의 범위가 좀더 확대된다. 그리고 첫번째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순수한 사랑도 있다면 비뚤어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흥부전을 소재로 한 '개나리'는 남녀간의 순수하고 슬픈 사랑이야기로 각색되었다. 우리가 아는 흥부전을 아무리 요리저리 뜯어 봐도 사랑의 '사'자도 안나오지만, 여기는 사랑이 주된 이야기이다. 흥부와 놀부는 학교 선후배, 그리고 제비는 흥부와 놀부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여성이다. 다만 원작과 좀 다른 내용이라면 놀부가 못된 인간이 아니란 것이고, 제비가 새가 아닌 사람이란 것이다. 또한 흥부는 자식이 줄줄 딸린 유부남이 아니라 고학생으로 나온다.

어떻게 보면 참 뻔한 사랑 이야기인데 중간중간 삽입되는 요소들이 다른 이야기와의 차별성을 전해준다. 특히 개나리를 머리에 꽂고 자전거로 기차를 쫓아가는 흥부의 모습은 말로 하면 웃긴 장면이 되지만 그림으로 보면 가슴 찡한 장면이 된다. 그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외의 이야기는 흔한 사랑이야기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배경 그림이 이 이야기에 감동을 더해주었다.

콩쥐팥쥐전을 소재로 한 '빈 집'은 팥쥐와 팥쥐 엄마에게 구박받았던 콩쥐가 죽은 후에 원령으로 나타나 이들에게 복수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팥쥐와 팥쥐엄마는 콩쥐에게 미안하단 한 마디를 못해 콩쥐에게 살해당하게 되는데, 난 솔직히 이 이야기 별로다. 아무리 그래도 미안하단 말 한마디면 용서해줄 수 있다는 콩쥐가 이해가 안된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건 옛말이지 요즘은 그런게 안통하는 세상아닌가. 고작 몇 푼으로도 사람을 죽이네 살리네 하는 세상이구만. 원전의 콩쥐는 그렇게 착하지 않았단 말이다. 팥쥐젓갈 쪽이 난 훨씬 더 마음에 든다.

마지막 이야기는 춘향전을 소재로 한 '죄와 벌'이다. 고교시절 아이들에게 강간당한 후 버스에 뛰어들어 자살한 춘향의 복수를 몽룡이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의 경우 사랑을 위해 복수하는 몽룡의 이야기보다는 자기 가족 일이라면 덮어 놓고 믿어 버리는 한 교사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또한 춘향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쉬쉬해버리는 학교측엔 열받아 버렸고, 가장 성질 나는 건 춘향을 그렇게 만든 놈들이 버젓이 살아서 돌아다닌다는 거다. 사실 춘향전 원전도 별로 안좋아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참 불편하다.

전래동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것은 좋은데, 부분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긴 했다. 사실 현대판 신파극이라고 보여지는 부분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개나리가 최고봉이었지, 신파로는...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는 면도 좋은데 적당히 다루다가 끝나버린 게 제일 아쉽다. 죄와 벌의 경우, 결국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고통은 슬쩍 다루고 지나가 버렸으니까. 이런 건 역시 찜찜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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