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 1 밀레니엄 (뿔) 2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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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36년전 발생한 대재벌 방예르家의 하리에트 방예르 실종 미스터리가 해결되고, 부정한 기업가 베네르스트룀의 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가 나간지 벌써 1년이 흘렀다. 환상적인 팀웍을 보였던 미카엘과 리스베트 사이에선 로맨스도 진행되었지만 결국 그 로맨스는 꽃도 피우지 못한채 싹으로 시들어 버렸다. 그럼 그동안 리스베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베네르스트룀의 부정 사건을 파헤치며 그가 은닉한 재산을 몽땅 자기 통장으로 넣어둔 리스베트는 돈에 있어서는 여유가 넘치기 때문에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한동안 스웨덴에서 떠나 있고 싶은 생각도 들었겠지. 첫사랑이자 처음으로 마음을 연 상대에게서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 리스베트였으니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밀레니엄 두번째 시리즈『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1권은 리스베트의 여행,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리스베트의 모습과 또다른 폭로 기사를 준비하는 미카엘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미카엘이 이번에 준비하는 폭로기사는 여성인신매매와 관련한 것이다. 인신매매조직은 점조직처럼 보여 추적하기 힘들고 여성의 성을 사는 남성들 역시 판사나 경찰등의 공무원을 비롯해 기자 등 꽤나 유명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 이 기사가 나오면 달가워할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란 건 분명하다. 또한 인신매매조직이란 것 자체는 별거 없어 보여도 파고 들면 마약거래나 무기밀매 조직과도 연관되는 등 일종의 화약고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조직을 건들든 여성을 샀던 사람을 건들든 간에 건드리면 좋은 꼴을 못본다는 거지.

한편, 리스베트의 현재 후견인인 변호사 비우르만은 리스베트에게 이를 박박 갈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했던 리스베트가 그런 반격을 해올지 꿈에도 몰랐을테니까. 본인의 잘못은 생각지도 않고, 남탓만 하는 꼴이라니. 이런 인간들이 밖에 나가면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의 얼굴을 하고 있지. 추접한 인간.

그리고 이번에 역시 흥미로운 인간들이 새로 등장한다. 인신매대단 사건과 관련한 조사를 하고 있는 다그 스벤손이 추적하던 사람중 살라라는 이름를 가진 자가 등장하는데 그와 연결된 사람들이 아주 위험한 인물이란 것이다. 그들 중에는 '아리안 형제단'과 연관된 사람도 있는데 이 '아리안 형제단'은 스웨덴 나치조직과도 관련이 있다. 어쨌거나 살라와 연결된 인물들은 인신매매 뿐만 아니라 무기밀매와 마약밀매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구심점이 되는 것이 살라란 인물이다. 하지만 살라에 대해서는 정보가 극히 적어 실명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 살라라는 인물이 밀레니엄 두번째 시리즈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여행에서 돌아온 리스베트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동안의 일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해킹을 한다. 그러다가 미카엘의 컴퓨터를 통해 여성인신매매와 관련한 기사를 보게 되고 다시 다그 스벤손의 자료까지 해킹한다. 그것을 통해 리스베트는 살라라는 이름을 보게 되고, 그후 다그 스벤손과 그의 애인 미아 베리만을 찾아간다. 리스베트는 왜 이들을 찾아간 것일까. 그러나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겨를도 없이 이 두사람은 살해된 채로 발견된다. 그리고 비우르만 역시도 총으로 살해당했다는 것이 밝혀진다. 

아마도 리스베트는 범인이 아니겠지만 범죄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총에서 리스베트의 지문이 나와 경찰들은 리스베트를 주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리스베트의 과거 기록을 보고 그녀가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라는 단정을 내리는데... 아, 또 화가 나기 시작한다. 물론 리스베트의 과거 행적이 그녀를 모르는 사람 눈에 좋아 보일리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무조건 리스베트를 범인이라 가정하는 경찰들의 행태에 넌더리가 났다. 특히 마초기질이 강한 경찰 한스 파스테와 아르만스키의 회사에서 일하는 니클라스 에릭손의 발언과 생각에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줄 알았다. 갈수록 점점 더 하겠군, 이란 생각이 들었달까. 특히 니클라스 에릭슨은 리스베트에 대해 심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 자이기 때문에 파스테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싶다. 

경찰은 리스베트를 치료했던 정신과 의사와의 면담을 통해 그녀가 반사회적이며 아주 위험한 인물이라는 증언을 얻는다. 하지만 미카엘이나 아르만스키는 리스베트에 대해 전혀 다른 발언을 해 경찰은 혼란스럽다. 하여튼 경찰이나 검찰이나 어떻게든 껀수 하나 건지려고 발버둥치는 꼴이 보여 슬슬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그건 역시 한스 파르테때문에 더해졌지. 이 인간은 완전 남성우월주의자 마초다. 재수없는 인간의 표본되시겠다. 하지만 경찰이 용의자를 확보, 수사를 진행하는데도 불구하고 리스베트의 머리카락하나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그녀가 살던 아파트에는 밈미라는 친구가 이미 살고 있었고, 리스베트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리스베트, 도대체 넌 어디에 있는 거지? 설마, 아직 그 정체가 무엇인지도 드러나지 않은 야수의 발톱에 이미 잡혀버린 건 아니겠지? 

밀레니엄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게 된 것은 이 작가가 도입부를 아주 길게 쓰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리스베트의 여행을 포함해 리스베트가 스웨덴으로 돌아와 새로운 생활을 하는 부분이 아주 길게 묘사되어 있다. 두번째 시리즈에서 진행될 사건은 후반부에 들어서야 터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지루한 정도는 아니지만, 좀 긴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든다. 하긴 원래 10부로 생각하고 있었다니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면 납득이 되기도 하지만. 

밀레니엄 첫번째 시리즈는 재계와 관련된 사건을 다룬다면, 두번째 시리즈는 인신매매조직을 비롯해 사법체계에 대한 비판을 다룰 모양이다. 형사사건이 발생했으니 당연한 건가? 이번에는 어떤 식의 폭로가 이루어질지 자못 기대된다. 한편 리스베트의 과거에 대한 실마리도 조금씩 풀려 나오고 있다. 그녀가 말하는 '모든 악'이란 것은 어떤 것인지 좀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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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 Dorohedoro 13
하야시다 규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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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눈 보스의 귀환으로 엘리트 마법사 엔이 죽고, 엔패밀리 역시 완전히 무너졌다. 하지만 엔패밀리에서 존재감 희박하기로 유명했던 쇼우(消)가 십자눈 보스에 의한 피의 폭풍이 몰아칠 당시 신과 노이를 비롯 엘리트 마법사들 몇몇과 그 밑의 마법사들 몇을 구해 은신처로 옮겨둔 상태다. 그날 이후 벌써 1달이란 시간이 흘렀고 드디어 노이는 회복, 버섯으로 변한 신도 회복시켜 원상복귀시킨다. 그리고 엔이 죽기전 내보냈던 쵸타와 키쿠라케는 많이 지쳤지만 생존해 있었고, 쇼우와 신, 노이에 의해 구출된다. 이들은 일단 십자눈 조직과 맞서기 전에 자신들의 조직부터 정비해야 할 듯.

오랜만에 나타난 십자눈 보스 카이는 또다시 행방이 불분명하다. 도쿠가는 예전에 리스와 카이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테츠죠에게 이야기해 주는데 이 이야기는 리스의 기억과 맞물려 그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설명해준다. 호오라, 대충 감잡았어. 드디어 제일 큰 비밀이 드러나기 시작하는구나. 어쩐지, 수상쩍다 했어. 그러니 리스 역시 자신을 죽인 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던 거로군.
한편 현재 아스와 함께 있는 니카이도는 마법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악마수행을 하고 있다. 악마가 될 목적은 아니고 마법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악마 수행만한 게 없단다. 하지만 여전히 니카이도의 마법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어서 아스와 니카이도는 엔저택에 있는 악마서를 훔쳐내기로 하고 잠입한다. 근데 그 변장 방법이.. 푸하하하핫. 이거 어쩔. 아스는 여장이 너무 잘 어울리고, 니카이도는 남자로 변신한 모습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것도 꽤 근사한데, 니카이도!

잠입은 했지만 십자눈 조직의 간부들과 만나 한바탕 싸움을 한 니카이도는 그곳에서 우연히 아이카와를 만나게 되는데 아이카와는 리스를 쫓아 이곳으로 들어왔다. 일단 악마서를 찾은 니카이도와 아이카와는 십자눈의 공격을 받은 리스를 구출하지만, 아이카와에게서 이상한 모습이 감지되는데... 아, 이런, 드디어 실체가 드러났군.

일단 예전에 생각했던 것은 카이만과 아이카와는 동일인물이고, 십자눈 보스와 홀에 살던 아이가 같은 인물이란 것이었다. 근데 이 넷이 연결되는 점을 찾지 못해서 도대체 이들 사이엔 어떤 비밀이 있나 했더니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에둘러 말하자면 이들은 넷이 한꺼번에 목격된 적이 없다는 것이고, 카이만이 머리가 잘려도 재생이 가능한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흐음, 이건 싫은데, 정말이지.

십자눈 보스 카이는 홀에서 살던 아이의 강한 집념과 분노가 만들어낸 괴물이다. 마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조직원도 살해할 수 있는 인물이며, 리스의 마법을 가지기 위해 리스를 살해한 것도 카이였던 거지. 나츠키를 죽이는 장면을 보고 욕나올뻔 했다. 나쁜 놈! 어쨌거나 카이는 일부지만 제일 강한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군. 아, 정말 싫다, 싫어. 

이 모든 걸 해결할 방도는 시간을 다루는 마법사인 니카이도의 손에 달려있단 말이겠지. 그러나 저러나 아직 니카이도는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때문에 이 마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데 어찌 될지. 니카이도, 힘내라구! 


 

『도로헤도로』13권의 팝업 부록은 카스카베 박사의 아내 하루다. 하루는 원래 마법사였지만 악마수행을 거쳐 지금은 악마가 된 상태인데, 뒤에 보이는 붉은 악마가 하루의 겉모습이고 앞에 있는 쭉쭉빵빵 누님이 바로 하루의 본모습이다. 본체와 겉껍질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우려나? 마치 옷을 입듯이 악마 겉껍질을 뒤집어 쓴다고 보면 된다. 표현이 좀 웃기긴 하지만... 참, 하루가 자신의 남편의 모습을 30대 남자로 만들어 버렸다. 난 소년 이미지의 카스카베 박사가 좋은데. 크고 나니 좀 징그러워졌다니까. 하긴 원래 나이인 60대 할배가 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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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제의 연인 - 뉴 루비코믹스 1057
텐젠 모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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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젠 모모코는 전에『챠오챠오 밤비노』로 먼저 접했던 작가인데,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아어 멀리 했던 작가중 한 명이다. (단 한 권에 운명이 갈린.. 비운의!?) 그렇지만 이 작품은 어른들이 주인공인데다가 뭐랄까 표지부터 달달한 분위기가 풍겨서 호기심이 생겼다. 아무래도 요즘 내게 단맛이 부족했던 모양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데 의외로 이거 재미있다! 후훗, 달달하기 그지없지만, 풋풋하기도 한 작품이다.

작은 빵집을 경영하고 있는 아사오 무네노리는 과묵하고 무표정하지만 늘 달콤한 빵을 사가는 단골에게 언젠가부터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회사원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학생도 아닌 것 같은 이 사람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하지만 섣불리 말은 꺼내지 못하고 지켜보고만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사오는 이 단골 손님이 뜨거운 햇볕 아래를 걷다 쓰러진 것을 목격, 자신의 방에 데려와 돌봐준다. 그렇게 둘의 인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단골 손님의 이름은 후지카와 히지리. 스물아홉살의 작가다. 늘 마감에 쫓겨 살다보니 낮엔 거의 좀비처럼 다니지만 아사오가 만드는 빵을 좋아해서 자주 사러 왔단다. 하지만 섣불리 고백할 상대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을 졸이던 아사오는 어느 날 저녁 후지카와의 뜻밖에 말에 고백할 용기를 내게 된다. 이렇게 둘은 연인이 되었다.

이후 이야기는 이들이 연인으로 지내는 시간 동안의 달콤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로 진행된다. 둘다 조금은 소심한 성격이라 얼굴 빨개지는 일도 다반사. 어찌나 귀엽던지. 그러면서도 달콤한 말은 잘도 하더이다. 아마도 자신은 그렇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고 말하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상대에게 더욱더 달콤하게 들리는지도 모르지. 다른 작품과 달리 둘 사이엔 오해로 일어나는 갈등이나 싸움같은 건 전혀 없다. 그래서 밋밋한 스토리가 될 여지도 많지만, 의외로 이 둘의 풋풋하고 달달한 이야기만을 보는 것으로도 충분했달까. 가끔 타나베가 이둘을 짓궂게 놀리는 장면이 나와서 풋하고 웃게 되었지만, 대부분은 므흣한 미소를 지으면서 이 둘의 사랑 이야기를 지켜 봤다.

조금 의외였던 건 후지카와가 사인회에서 자신의 어머니에게 아사오를 소개하면서 보였던 과감한 행동이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전에 오오사와가 찾아왔을 때 오오사와에게 후지카와를 소개하던 아사오의 대담한 말을 생각해 보면 납득이 간다. 음, 그러고 보면 난 겉으로 보기엔 순진하고 쑥맥같아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사랑을 표현해야 할 때가 오면 우물거리면서 회피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지. 그런 사람이 오히려 늘 말로만 모든 걸 표현하는 사람보다는 심지도 곧고 내면도 강하단 말이야. 이 둘이 바로 그런 타입인 듯. 그래서 이 둘이 이렇게 이뻐보였나보다. (사심 가득!)

번외편 역시 달달하기 그지 없었지. 후지카와 당신말야, 너무 무방비로 달콤하단 말이지. 근데 그게 정도가 넘치지 않아서 진짜 귀엽다구. 아사오가 당신을 그렇게 좋아하는 이유가 납득이 돼. 일할땐 멋지고, 사랑할땐 달콤하고. 아사오 역시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후지카와를 사랑할땐 다정하고. 이러니 반하지 않을 재간이 있을쏘냐? (근데 내가 더 많이 반해서 어쩌냐고!)

뒤에 수록된 단편 <네이버후드>는 이웃집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알고 보니 고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이었다. <블랑제의 연인>을 읽으면서 내 마음이 완전 달콤하게 흐물흐물 녹아내렸던지라 이 둘의 이야기는 무난했다고 할 수 있지. 이들의 이야기도 좀 더 길었으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좀 남는다.

『블랑제의 연인』을 읽고 나니 문득 단 것이 땡겨서 집근처에 있는 제과점으로 갔다. 달콤한 무언가를 사고 싶었지만 역시 내가 집어든 건 담백한 빵 몇종류였다. (이런!) 역시 달콤한 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할 듯. (푸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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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라 하옵니다 - 뉴 루비코믹스 245
히노데 하이무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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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읽었던『니혼바시 동반자살』로 알게 된 히노데 하임의 다른 작품을 고르다 보니 의외로 시대물이 많았다. 그중 먼저 집어 든『꽃이라 하옵니다』는 카마쿠라 막부시대를 비롯해 전국시대 ~ 에도 시대에 이르는 시기가 배경이 되는 작품 총 5편이 수록되어 있는 단편집이다.

표제작이자 첫번째 수록작인 <꽃이라 하옵니다>는 생사를 건 전쟁에 나가야 하는 소년 닌자 코타로가 어린시절 친구이자 사무라이의 아들인 큐베를 만나 하룻밤 정을 나눈다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자신이 없는 코타로는 하룻밤의 정을 나누는 것도 닌자의 기술이라며 본심을 숨기고 만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코타로를 잘 알아온 큐베는 코타로가 숨기고 있는 마음을 눈치채게 되는데... 코타로가 자신의 마음을 숨긴 이유는 첫번째로 큐베의 마음이 어떤지 몰라서였겠고, 두번째로는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때문이었겠지. 본심을 전한 후 죽어버리면 남겨진 큐베가 가슴 아파할까 그게 두려웠던 게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가 교차되며 그려지는 이야기는 난세속에 태어나 갈길이 갈려버린 두 사람의 아픔을 더욱 극대화 한다.

두번째 수록작품인 <L'INTERDIT - 금기>는 에도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한다. 전국시대가 끝나고 에도막부 시대가 열리면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지방의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사무라이의 힘을 약체화할 방안을 내린다. 그중에는 지방토착 사무라이도 포함되었는데, 이들은 더이상 사무라이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살아 가게 된다. 사무라이 집안이었던 촌장의 집안도 마찬가지로 촌장의 아들인 야스케는 그런 상황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자신의 힘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는 걸 안다. 한편 야스케는 어린시절부터 마을에서 배척되어 왔던 존재인 진사부로를 짝사랑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무엇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배척을 받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진사부로의 이야기를 구체화해서 들려주는 대신 야스케와 진사부로가 기도를 하면서 두손을 모으는 모습의 차이점으로 진사부로의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하고 있다. 금기된 신앙을 믿는 자, 그리고 더이상 무사의 자손이 아닌 자. 이들의 미래는 어찌될 것인지. 

<봄밤은 벚꽃으로 밝힌다더라>와 <들판을 밝게 산을 밝게 비춘다>는 연작인데 코가에서 도망친 카닌 몬시로의 이야기로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카닌은 닌자의 한종류이지만 저택에 고용되어 카닌에게 명을 내리는 존재인 우에닌과는 계급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평생을 카닌으로 살아야 하는 이들은 죽을때까지 어둠속에서 살아야 하는 존재다. 원래 닌자란 것이 그림자같은 존재이지만 이들은 그 그림자의 그림자라고 할까. 적을 암살하고 살아남기 위해 익히는 기술들은 그런 이유때문에 정면대응용이라기 보다는 숨어서 공격하는 기술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검도도 배우지만 대부분은 수리검, 독침, 환술 등 어떻게 보면 얍삽한 방법이랄 수 있겠지만, 효과는 꽤 컸을 듯. (닌자가 등장하는 애니같은 걸 보면 이들은 거의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무사 쥬베이에 나오는 닌자도 그렇고, 바실리스크 - 코우가 둔갑술첩도 그렇고 말이죠. 헉, 닌자 이야기가 좀 길어졌군요)

이 몬시로가 도망을 다니며 맺게 되는 인연에 관한 이야기가 이 두 작품의 주된 내용이다. 첫번째 인연은 어부, 두번째 인연은 하급 무사. 일단 도망을 치면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이 죽을때까지 도망을 다녀야 할  운명의 카닌인 몬시로의 운명은 어찌될 것인지. 지금 시대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한 험난한 시대의 이야기. 그래서 그 사랑이 더욱 아픈지도.

마지막 이야기인 <텐구의 숲>은 카마쿠라 막부 시대 초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카마쿠라 막부의 성립은 헤이안 시대가 끝을 고하게 했다. 어쩐지 코레치카의 복색이 헤이안 시대와 비슷하다더라니. 하여튼 코레치카가 산으로 들어갔다가 길을 잃고 한 소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 소년은 자신을 이치리산의 텐구의 아들이라 한다. 어린 나이에 혼자 살아가는 아이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사는데, 이 아이를 찾아오는 건 근처 절의 중들이었다. 이때 역시 남색문화가 존재했는데, 스님들은 동자와의 남색을 즐겼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육체적인 관계를 맺은 건 아니고.

텐구는 보통 요괴같은 존재로 그려지는데 실제로는 난세를 피해 산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조용하게 수련을 하는 걸 보고 텐구라 부르기도 했다. 아마도 이 아이 역시 그런 이의 자손이었겠지. 류오마루란 이름을 가진 아이와 정을 통하는 코레치카를 보고, 이거 쇼타콤!!! 이라고 하려다 일본 고대시대에는 동자문화가 있었다니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당시의 평균수명이 지금보다 현저히 짧아 십대 중반쯤엔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렸으니...하고 다시 한 번 납득. 그러고 보면 일본의 남색문화는 그 존재기간이 정말 길단 말이지... 우리나라는 어땠으려나?

카마쿠라 막부 시대 초기, 전국시대, 에도시대 초기 등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닌자, 사무라이, 사무라이의 후손, 크리스찬, 어부, 동자 등 다양한 인물들의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무척 즐거웠다. 분명 이들이 살던 시대는 사람 목숨이란 것의 가치가 지금보다 없었던 때이다 보니 험난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인물들도 많았다. 지금에야 이런 걸 보면서 무척 흥미롭다고 하겠지만, 역시 당대 사람들에겐 힘겨운 일투성이었겠지. 그런 힘겨움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라 그런지,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롭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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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7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이렇게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이! 별 수 없이 장바구니로..

스즈야 2011-05-30 22:13   좋아요 0 | URL
히노데 하임, 시대물 잘 그리는 듯. 나온 번역본 중 세 권이 시대물인데 다 괜찮았어요...

2011-05-31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시대물이 그리기 힘들것 같아요. 조사는 물론이고 시대 자체가 다르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다 달라서 신경써야 하고-배경이나 옷, 장신구같은 것들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역시 이야기 풀어나가는 점이라고 할까요. 저는 역사 공부 하는 것만으로도 허덕이는데 그걸 이야기로 풀어내다니, 그저 신기합니다. :)
본 책인 <꽃이라 하옵니다>랑 <바늘을 검 삼아 그릇을 배 삼아> 이외에 나머지 시대물 한권은 무엇인가요? 표지만 봐선 나머지 3권중 구분이 안간다능..

2011-05-31 22:46   좋아요 0 | URL
아! <니혼바시 동반자살>에 작가 이름이 히노무 하임이라고 되어 있네요. 하이무가 아니여서, 같이 검색이 안 됐다능..

뭘 먼저 읽어볼까요. 아아. 고민됩니다. ㅎㅎ

스즈야 2011-06-10 20:33   좋아요 0 | URL
시대물은 원서로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예쁜 말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 하지만 극존칭 대사가 많아서 그건 나름대로 힘들단거.. ^^ 그래도 시대물만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지요.

스즈야 2011-06-10 20:34   좋아요 0 | URL
음... 히노데 하임, 히노데 하이무.. 이렇게 명칭이 갈라져서는... ㅋㅋ
다 괜찮아요. 나중에 시간되면 함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2011-06-10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그렇군요! 그러면 원서로 한번 도전을 해볼까봐요.
안 그래도 이제 슬슬 일본어 공부도 진짜 다시 시작해야 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그나저나 오랜만에 댓글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ㅠㅠㅠ 히노데 하임이든 히노데 하이무든, 시간되면 한번 읽어볼게요. 늘 감사해요!

스즈야 2011-06-12 00:12   좋아요 0 | URL
저도 교님도 시대물을 좋아하니 권해드린 거랍니다. 이 작가 꽤 괜찮아요. 현대물은 아직 안봤지만요... 현대물은 나중에 읽고 말씀드릴게요. ^^
 
まほろ驛前多田便利軒 2 (花とゆめCOMICSスペシャル) (コミック)
야마다 유기 / 白泉社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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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우라 시온의 『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의 원작소설의 내용을 충실하게 옮긴 야마다 유기의 만화『마호로역 다다심부름집 2』가 드디어 나왔다. 3월에 나왔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지만, 거의 1년만에 나온 것이라 반가운 마음뿐이다. 만약 소설을 미리 읽지 않았더라면 뒷 이야기가 궁금해서 어쩔줄 몰랐겠지만, 일단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기다릴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2권 내용은 초등학생인 유라도련님을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으로 데려다주게 된 다다와 교텐의 이야기와 다다의 숨겨진 아픈 과거, 그리고 교텐의 전처가 등장하면서 들려주는 교텐의 아픈 사연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또한 치와와 하나짱를 만나러 온 마리짱의 이야기와 콜롬비아 언니들 중 하이시를 따라 다니는 스토커 문제를 처리하는 교텐의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로 따지면 <만신창이가 된 트럭>와 <달려라, 심부름집>의 이야기 대부분이 수록되어 있다고 보면 될 듯. 대부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달려라, 심부름집>의 뒷편 수록 내용은 뒷권(3권)으로 밀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유라 도련님(만화에서는 유라公이라 나온다)의 이야기부터 보자면, 책을 읽을 때 상상했던 것보다 좀더 어린 모습의 유라 도련님을 만날 수 있었다. 건방지고 불손하긴 하지만 나름대로 꽤 귀여운 구석이 많다고 하면 딱일듯 싶다. 아이 공부에는 신경을 많이 쓰면서 오히려 아이들의 가정교육에는 신경쓰지 않는 부모를 둔 유라 도련님은 겉으로는 퉁명스럽지만 실제로는 많이 외로운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유라의 엄마가 그 정도가 심한데, 아이가 열이 오르고 아파도 아이 먼저 들여다 보지 않는 모습에 울컥할 뻔 했다. (또다시) 자신들도 누군가의 아빠였던 다다와 교텐은 그런 유라가 가엽지만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やり直せることなんかほとんどない。いくら期待してもおまえの親がおまえの望む形で愛してくれることはないだろう。だけどまだ誰かを愛するチャンスはある。与えられなかったものを今度はちゃんと望んだ形でおまえは新しく誰かに与えることができるんだ。そのチャンスは残されてる。生きていればいつだって。それを忘れないでくれ。(본문 中) 

다시 할 수 있는 일 같은 건 거의 없어. 아무리 기대해도 네 부모님이 네가 바라는 모습대로 사랑해주는 일은 없을 거야. 그렇지만 아직 누군가를 사랑할 기회는 있어. 받지 못했던 것을 이번에는 제대로 바라는 모습대로 너는 새롭게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거야. 그 기회는 남아 있어. 살아 있다면 언젠가는. 그걸 잊지마.   

이런 말이 어린 유라에게 있어서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대를 갖게 하는 것도 잔인하다. 그걸 다다는 알고 있기 때문에 유라가 차라리 다른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준 게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든다. 앞으로의 몫은 유라에게 달려 있겠지만.

유라도련님의 알바 사건과 관련해서는 호시가 잠시 등장한다. 아직은 뒷모습이나 얼굴 일부분만을 보여주고 있지만, 피어스나 다른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이 녀석 얼굴이 너무너무 궁금해진다. 야마다 센세 그림이니까 멋질거라곤 생각하고 있지만. (푸힛) 어쨌거나 호시와 이상하게 얽히는 바람에 다다의 경트럭 앞유리가 박살나 그쪽으로 바람이 숭숭 들어오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에서 빵 터지고 말았다는. 이런 게 만화의 또다른 재미가 아닐까 싶다.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거랑 그림으로 보는 건 확실히 차이점이 크다.

다다는 아이의 묘에 잠시 다녀왔고, 여전히 그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한채 살고 있다. 교텐의 경우, 어린시절의 상처때문에 자신의 아이를 제대로 만날 수 없는 상태이다. 유라라든지 마리하고는 제법 잘 어울리는 걸 봐서는 아이 자체를 싫어하는 것 같지 않는데 말이지. 학창시절엔 거의 말이 없었던 교텐이 지금은 말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일에 대해서는 입을 꽉 다물고 있으니 다다는 교텐의 전처를 통해 교텐의 이야기를 듣고 겨우 교텐의 입장을 납득한 모양이다. 평소엔 반쯤 나사 빠진 얼굴을 하고 있어도 때때로 보이는 쓸쓸한 모습을 보면 교텐의 마음에 남아 있는 상처는 굉장히 깊어 보인다. 언젠가는 그걸 극복할 날이 오겠지.

한편 콜롬비아 언니인 루루와 함께 사는 하이시는 스토커때문에 골치를 썩이고 있다. 교텐은 하이시의 일에도 나서는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교텐이 휘두르는 폭력에 역시 난 움찔. 책으로 읽든 만화로 보든 폭력적인 장면은 역시 적응이 안된단 말야. 하여튼 이 일은 또다른 사건으로 이어지게 될테지만 일단은 만화의 내용이 여기에서 끝이기 때문에, 이야기도 여기에서 끝~~

아참, 잊어버릴뻔 했다. 만화판 특별 부록인 쇼트 스토리는 「行天の沈黙クッキング」라는 제목의 6페이지짜리 소설로, 교텐의 요리 과정과 교텐이 만든 요리를 먹는 다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아, 불쌍한 다다, 요리 과정을 보아 하니 도저히 사람이 먹을 요리가 아니었소. 그걸 다 먹는 당신의 모습에 경외를 표하오. 이런 걸 보면 다다는 겉으로만 말이 거칠지 속은 정말 보들보들한 남자라니까. 그런 반면, 교텐은 겉으론 나사 하나 빠진 것 같아도 속으론 은근히 음험한 기질을 숨기고 있다니까. 근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세로쓰기인데 글씨까지 너무 작아. 일본은 아직도 왜 세로쓰기를 고집하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 
  
기본 스토리는 소설과 같지만 원작 소설과 만화 사이의 차이점을 들라면 장면 전환 부분의 구성이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변화는 아무래도 만화에 더 적합한 구성으로 바꾸는 것에서 나온 듯 하다. 근데, 야마다 센세. 좀 피곤하신가요. 그림체가 약간 바뀐 듯한 느낌이.... 다른 작품은 약간 동글동글한 느낌이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주인공들의 얼굴이 약간 길쭉해지고 갸름해진 느낌이 든단 말이죠. 교텐과 다다도 조금 더 늙은 것 같고.. 서른이라고 하긴엔 좀..

또 1년쯤 기다려야 3권이 나올 듯 한데, 그사이에 또(?) 교텐과 다다가 늙는 건 아니겠지요? 야마다 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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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5-17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우라 시온의 책부터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스즈야 2011-05-17 21:15   좋아요 0 | URL
미우라 시온의 원작 소설도 재미있어요. 강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