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미 어게인 - 뉴 루비코믹스 794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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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여름인가..
이 작품을 드라마 CD로 먼저 접한 적이 있다. 표제작인 터치 미 어게인과 캔디드 레몬 필은 기억이 나는데, 다른 한 작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아마도 숨을 멈추고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지만... 그래서 요번에 단행본으로 구매했다. 다시 그 내용을 떠올리자니 내 머릿속 지우개로 인한 기억력 회복 불가 문제도 있었고, 야마시타 토모코의 책은 죄다 모으고 싶다는 그런 생각도 있었으니....

책을 받아보고는 깜짝 놀랐다. 의외로 많은 단편들이 실려 있었기에.
표제작인 터치 미 어게인을 포함 총 7편이다. 그외에는 번외편이랄까.
하여간 단편을 잘 그리는 작가라는 생각을 늘 하지만, 많은 단편수에 항상 놀라곤 한다.

터치 미 어게인은 구성이 참 독특했다. 불과 8페이지를 기준으로 두 사람의 입장이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7년전에 있었던 일을 잊어버린 척 지내고 있는 두 사람. 잊어버리려고 해도 잊힐 리 없고, 잊어버린 척 해도 어느새 그 감정은 드러난다. 사실 사랑이란 감정만큼 숨기기 힘든 게 있을까. 말로 하지 않아도 행동으로 보이지 않아도 시선만으로 눈빛만으로 드러나는게 사랑이란 감정이다 보니 말이다. 

8페이지마다 시점을 바꾼 건 두 사람의 감정이나 생각을 너무나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안타까워서 두번째로는 두 사람이 바보 같아서... 내가 이 둘 사이에 껴들어 연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잃는 것보다는 모른 척 옆에 있고 싶어 했던 두 사람. 왠지 넘 귀여워서 껴안아 주고 싶었다. (이 두사람은 물론 날 거부하겠지만.. 笑)

<숨을 멈추고>는 보면서 많이 웃었다. 음.... 코미디라서 웃은 게 아니라 아쿠타와 사카타 사이의 실갱이가 넘 귀여웠기 때문이다. 게이이면서 츤츤 캐릭인 아쿠타와 노말인 사카타. 당연히 한쪽의 일방적인 감정이지만, 어느새 그것에 물들어 가는 사카타. 게다가 아쿠타는 그런 귀여운 얼굴을 해가지고는 S타입!? 의외의 부분에서 빵터졌다. 아쿠타는 또한 의외로 감수성이 또 풍부한 타입이다. 하여간 삼박자가 교묘하게 어우려진 그런 캐릭터라고나 할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캐릭터라고나 할까. 

<헤비 슈거의 괴롭힘>은 실연당한 친구에게 은근 슬쩍 프로포즈 모드?! 랄까. 

<캔디드 레몬 필>은 드라마 CD를 들으면서 듣자마자 빵터진 작품이었다. 사실 CD 쟈켓에 나와 있는 사람 이름을 아무리 뒤져도 찾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본편부터 듣기 시작했다. (두꺼운 일본인 인명 사전까지 뒤졌단 말이다!!!! 수고한 보람이 없어!)

그러나.... 이름이 나오자 마자!!! 이도 레몬?!
아... 그걸 레몬이라고 읽는 구나... 그럼 가차자인게로군.. 이러니 사전을 뒤져도 안나오지..... 건 그렇고, 사람 이름이 레몬?! 여기서 빵 터졌는데, 아마도, 책을 먼저 봐도 그랬지 않나 싶다. 

완전 남자답게 생겼지만 이름은 레몬인 친구와 이름은 에이스케이지만 여장을 좋아하는 고등학교 동창생의 이야기인 캔디드 레몬 필은 유머와 사랑의 아픔이 엮여들어가 새콤달콤했다고 할까. 마치 레모네이드처럼. 

 <nuotatore nel cantero!>는 읽으면서 진짜 공감을 많이 한 단편이다. 나 역시 연인과 전화를 하다가 열 받아서 휴대 전화 몇 대를 사망에 이르게 만든 장본인이니까. 그래놓곤 금방 후회가 되서 다시 휴대 전화를 사러 가고, 그후 혹시나 전화가 와있지 않을까하고 기대를 했던 그런 추억(?)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나이를 먹어서 나중에 돈드는 사고는 치지 않지만, 문득 20대 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 쓴웃음이 지어졌던 작품.

<Stars ☆ Spica ☆ Spectrum>는 읽으면서 울컥했던 작품이다. 화가 나서 그런게 아니라 너무나도 슬퍼서. 4일 내내 나타나는 친구의 유령. 그러나 아무말도 없는 그가 사리짐과 동시에 그의 이야기가 들려온다. 몇백광년 이나 떨어진 곳에서 들려오는 친구의 메세지... 살아 생전엔 용기를 내지 못하다가 겨우 죽어서야 자신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던 오사카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너무나도 가슴아팠다.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안타깝고, 때로는 유머스럽게...
다양한 사랑의 단편들을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터치 미 어게인.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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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차일드 - 뉴 루비코믹스 116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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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카무라 슌기쿠에 대해서 내게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좋아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라 이야기할 것이다. 지금도 계속 단행본이 나오고 있는 순정 로맨티카는 벌써 12권이 나왔고, 아직도 이야기는 진행중이다. 뒤로 갈수록 약간 늘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그건 그 나름대로 재미이가 있기 때문이다. 슌기쿠류의 순애보랄까. 코믹함과 어우러진 순애보는 나를 시종일관 즐겁게 한다.

 하이브리드 차일드는 순정로맨티카와는 시대가 좀 다르다. <순정로맨티카>는 현대 시대를 그리고 있고, <달이 어둠속에 숨듯이>는 완전한 시대물이었다면, 하이브리드 차일드는 SF + 시대물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순애보는 공통적일지는 몰라도,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띈다. 아마도 시대적인 흐름이 달라서 그럴거라 생각한다.

하이브리드 차일드.
주인의 애정으로 성장하며, 주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존재. 그러나 인형도 사람도 아닌 독특한 존재가 바로 하이브리드 차일드다.

총 세 편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이야기가 진행되며, 현재에서 과거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제일 앞에 나온 이야기가 제일 현재에 가깝다는 말이다. 처음엔 이런 식의 전개가 될 줄 몰라 잠시 당황했지만, 이런 식의 흐름도 나름 즐겁다는 걸 알았다. 게다가, 뒤로 갈 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아파왔다.

첫번째 이야기는 코타로 X 하즈키편. 전 주인에게 두 번을 버림받고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던 하즈키를 코타로가 데리고 오면서 코타로와 하즈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움직이기까지 5년 말을 할 수 있기 까지 다시 1년 반. 코타로는 바보같고 단순하지만 하즈키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하즈키의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코타로가 하즈키를 위해 했던 모든 일들, 모든 말들을 보면서 가슴이 찡했다고 할까. "난 하즈키가 아니면 안돼"라고 외치는 꼬마 코타로의 모습이 여전히 내 머릿속에 떠올라 슬며시 미소가 떠오른다.

두번째 이야기는 세야와 유즈의 이야기.
세야는 예전 번에서 일하다가 전쟁이 끝난후 은거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가 그 전쟁에서 무엇을 보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세야는 그 전쟁의 상처를 고스란히 마음에 지니고 살며, 여전히 그 과거에 얽매여 있는 인물이다. 유즈는 하이브리드 차일드로 세야를 무척이나 잘 따르지만,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세야는 다정한데, 왜 유즈는 성장하지 않을까.

유즈의 말처럼 다정한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사랑이란 다른 부정적인 감정도 동반하며, 또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슬픔도 기쁨도, 고통도 상처도 함께 나누는 것, 그러한 것이 사랑은 아니었을런지.

세번째 이야기는 츠키시마, 쿠로다, 세야의 이야기이며, 세 편의 이야기중 가장 과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확실한 연대는 나오지 않지만, 아마 막부 말기로 짐작된다. 신분은 달랐지만 소꿉친구로 우정을 나눠왔던 세사람.

가장 어린애 같았던 츠키시마가 가로라는 이유로 전쟁에서 패한 책임을 져야했을 땐 속이 상해서 화가 났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본다 해도 말이다. 오랜 시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채 마음에 품어왔던 감정을 츠키시마가 죽기 전날에야 전할 수 있었던 쿠로다의 마음도, 그제서야 쿠로다의 진심을 알았던 츠키시마도 너무나도 가여웠다.

그후, 쿠로다가 만들어낸 하이브리드 차일드. 그것은 츠키시마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마치 츠키시마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 처럼. 쿠로다의 첫번째 하이브리드 차일드가 쿠로다에게 건넨 벚꽃 가지. 그리고 했던 말... 쿠로다의 마음을 울렸던 것처럼 나 역시 이 장면을 보면서 뭉클했다.

번외편인 비오는 날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츠키시마에 대한 쿠로다의 마음을 얼핏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서. 나도 소망한다, 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리길.....

처음 코타로와 하즈키의 이야기를 읽을때만 해도 고만고만한 BL물인가 싶었다. 하지만, 세번째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이 무척이나 저려왔다. 분명히 이건 픽션임인데도 불구하고 츠키시마가, 쿠로다가 가여워서 어쩔줄을 몰랐다. 지금 서평을 쓰면서도 콧끝이 찡해지는 느낌은 츠키시마의 마지막 얼굴이 눈에 선해서이리라.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 안되었던 츠키시마와 그를 보내지 않으면 안되었던 쿠로다. 다음 생에서는 부디 아픔없이 행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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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짐승 동서 미스터리 북스 85
에도가와 란포 지음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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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도가와 란포에 따라 붙는 수식어는 일본 추리 소설계의 최고봉이란 것이다. 또한 그의 이름을 딴 에도가와 란포상은 추리 소설 작가의 등용문이라 일컬어질 만큼 유명한 상이기도 하다. 본명은 히라이 다로, 그의 필명인 에도가와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에서 따온 것이다.

오래전부터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에 관심이 있었지만, 이제서야 그와 만나게 되었다. 추리 소설을 워낙 좋아하긴 하지만 현대 소설가들의 작품에 편중해 읽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혹자들은 에도가와 란포는 낡은 느낌이다라고 이야기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현재 우리들이 살고 있는 시대적 사회적 모습에 비추어 이 이야기들을 읽어야 할 것이 아니라, 이 책이 씌어진 시대에 맞추어 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런 말은 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에도가와 란포의 대표 단편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씌어진 시기는 1920년대. 따라서 지금 나오는 소설들에 비추어 보면 트릭 면에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눈에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당시를 생각해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작품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1인 3역이라는 소재를 사용한 <음울한 짐승>같은 경우, 읽으면 읽을수록 매료되는 작품이었다. 보통 추리 소설에서의 범인을 남자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은 오히려 여성 쪽의 행위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엔 나도 깜빡 속았지만, 후반부 들어서 확실하게 모든 일의 진상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외 <2전 동화>는 암호 트릭이란 것을 사용했고, <심리시험>은 심리 분석이란 것을 사용한 미스터리 물이다. 범인이 사용한 단어만을 가지고 범인인지 아닌지를 구별해내는 심리시험은 굉장히 독특한 재미를 주었다. 

<D언덕의 살인>과 <천장 위의 산책자>는 밀실 살인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전자는 트릭에 중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후자는 트릭은 이미 범인의 입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대신 탐정 고고로가 등장하여 범인의 죄를 추궁한다. 범인이 화자가 되고, 제 3의 인물이 범인의 죄를 밝힌다는 설정은 묘하게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두 페인>은 몽유병과 관련한 이야기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실 몽유병, 특히 자면서 걸어다니는 행위는 주변의 다른 사람이 눈치채는 것이지, 본인은 절대 알 수 없는 것이다. 바로 그 틈을 이용해 벌어진 사건을 다룬 것인데, 소재 자체가 당시 상황에서는 무척 흥미로운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의자>는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가면 갈수록 소름이 끼쳤다. 설정 자체도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설정이었던지라, 인간 의자의 뜻을 알게 된 후 입이 떡 벌어져 버렸다. 물론 마지막 반전은 좀 싱거웠지만, 이러한 설정을 생각해낸다는 것이 에도가와 란포의 재능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빨강 방>의 경우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연극같은 느낌을 주는데, 화자인 <나>가 이제껏 법률적으로도 아무런 구속력이 없는 방법을 이용해 사람을 99명 죽여왔다는 이야기에 소름이 좍좍 끼쳤다. 칼이나 총으로 살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만으로 사람을 죽인다는 설정은 어찌나 기괴하던지. 만약 나도 그 방에 있었다면 그 방에 초대된 손님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

<거울 지옥>같은 경우는 거울에 집착해 결국 파멸의 길로 접어든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사실 거울이란 것이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을 비추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것이 진실을 비추는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실, 본인의 얼굴은 거울만을 통해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나도 가끔은 거울을 보며서 여기에 비치는 사람이 나인가...라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그리고 두 개의 거울을 마주 세우면 끝도 없는 이미지의 반복 현상이 일어난다. 그래서 어떤 이야기에서는 어두운 밤 거울을 두 개 마주 세워 놓으면 악마가 등장한다고 하기도 하고, 침대와 거울을 평행으로 둔다거나, 침대 발치에 거울을 두면 기가 빠져나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편리하게 사용하면서도 오싹한 기분이 들게 하는 거울. 거울이란 소재를 이용해 광기와 집착을 그려낸 이 단편은 오싹한 정도를 넘어선 기분을 맛보게 했다.

<배추벌레>는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중 가장 안타깝고 애틋했다. 배추벌레가 의미하는 것이 뭔지 알았을 때는 공포심보다는 안쓰러움이 먼저 내 마음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아내의 행동. 그녀는 그에게서 마지막 희망을 빼앗아 버렸다. 무엇이 그녀를 그런 식으로 몰아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에게 역시 억압된 분노가 존재했던 게 아닐까. 

다양한 소재와 다양한 인물, 그리고 다양한 이야기들.
미스터리한 작품도 있고, 추리 소설도 있다. 비록 트릭은 현대의 소설에 비해 뒤떨어진다 해도 물리적 트릭보다는 심리적 트릭이 오히려 더 풀기 힘든 법인지라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다. 사람의 심리, 특히 어둠이 깃든 내재된 심리에 대한 묘사는 정말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제 에도가와 란포를 처음 시작한 나이지만, 이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첫 발행이 1970년대 말이라 사람의 이름등 일본어 발음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에 있어서는 현재 표기와 다른 점이 눈에 많이 띄고, 때로는 오자가 보이는 점도 있었다. 개정판이 아니라 중판 인쇄인 탓인지 그런 것이 바로 잡혀있지 않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책 내용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그보다 큰 덕분에 시종일관 즐겁게 읽었다.

음울한 짐승 다음으로 읽을 책은 <외딴 섬 악마>인데, 이 책은 또 어떤 즐거움을 내게 안겨줄지 무척이나 기대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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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호두 속 2 - 뉴 루비코믹스 690
가와이 토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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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번역본이 나온 건 2003년, 2권은 2008년에 나왔으니, 시리즈라고 하기엔 시간의 차이가 너무 크다 싶은 생각이 든다. 원래는 시리즈 물의 의도가 아니었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속사정은 모르겠고, 워낙 1권을 재미있게 봤던지라, 2권도 단숨에 읽어 버렸다.

2권의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것은 타니자키 히데오, 갤러리 호두속의 2대째 주인이다. 근데, 아무리 봐도 작화가 달라졌다. 하긴 1권과 2권 사이에도 시간차가 엄청 많으니, 그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타니자키가 더 멋있어졌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다. (왠지 사심 가득한 발언!?)

표지에 나온 그림은 마티스의 그림이다. 마티스의 그림이란 건 알았지만, 그림의 제목은 나중에 책 뒤에 나온 작가님의 후기를 보고 알게 되었지만.... 일단 그림의 제목은 마티스의 <왕의 슬픔>이란 작품의 일부분이다.

2권 역시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그림이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의 일부분은 내가 알아 볼 수 있는 것이었고, 다른 건 기억이 안난다. 또한 여러 화가 혹은 작가의 작품도 볼 수 있었는데, 코넬의 작품이라든지, 키리코의 작품, 그리고 마티스의 <피에로의 배장>이란 작품이다. 특히 난 코넬의 작품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데, 저런 건 진짜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그림 자체는 안나오지만 잭슨 폴락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이건 타니자키가 모의하고 소헤이가 담당한 잭슨 폴락 풍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나오는데, 실제로 이렇게 하는 건 사기에 가까운 행위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잭슨 폴락풍의 추상화를 그리는 것은 그다지 문제가 아니겠지만, 그걸 다른 방법으로 팔았다는 것이 문제일지도?
하여간 픽션이니 그정도는 애교로 가볍게 넘어가주자.

2권에서는 아버지의 그림이란 에피소드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죽은 아내라 생각하면서 늘 마주했던 그림에 대한 진실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애틋함이 깃들어 있는 이야기라고 해야할까. 2권은 1권에 비해 다소 에피소드의 격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긴 하지만, 타니자키가 명화 수복 작업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멀끔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 나름의 보상이었다고나 할까.

BL물이라는 장르에는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따뜻하면서도 애틋하고, 또 한편으로는 위트 넘치는 작품을 그려낸 카와이 토코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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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두 사람
야마다 유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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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마다 유기가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첫째, 리맨물을 잘 그린다, 둘째 가벼우면서도 즐겁고 유쾌하며 재미있다 라고 말을 할 수 있겠다. 또한 작화도 괜찮고. 물론 작게 축소된 그림은 인체 비례가 약간 안맞는다는 느낌도 있긴 하지만.

야마다 유기의 책은 단편이든, 장편이든 내용이 깔끔하고, 또 라이트 노벨의 일러스트도 책 자체의 분위기와 참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참 좋아하는 작가중의 하나이다. 적당히 에로에로한 면도 물론 빠질 수 없다. 물론 난 소프트 BL도 좋아하지만...

말도 안 되는 두 사람은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인 <말도 안 되는 두 사람>은 가방 장인과 웹디자이너가 주인공이고,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은 대학 시절 두 친구가 재회하는 이야기이다. <아아 폭탄>은 피트니트 센터의 인스트럭터와 바의 마스터의 이야기이다. <감옥>같은 경우는 샐러리맨 납치 감금 사건인데, 이건 그들의 과거와 연결되어 있었다.
일단 보면 주인공들의 직업군이 굉장히 다양하다. 이게 또다른 재미이다.

<말도 안되는 두 사람>에 등장하는 스즈키 히로미는 손으로 가방을 만드는 장인이다. 비록 가방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장인으로서의 프라이드라든지 마음가짐이 잘 나와 있다. 난 구두나 가방 같은 기계로도 만들 수 있지만 굳이 손으로 제작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의 직업에 동경을 가지고 있다. 손재주가 좋다는 것,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에 흥미가 많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제목에 나와 있듯 왜 두 사람이 말도 안되는, 부적절한 관계인지는 책을 읽고 직접 확인하시길...

<아아 폭탄>의 경우는 수영 강사와 바의 마스터.
왠지 낮의 세계와 밤의 세계가 만났다는 느낌이다. 나이 차이도 있고, 직업적인 면에서도 전혀 겹치지 않는 두 사람이지만, 은근히 잘 어울린다. 특히 공인 타카하시는 바보공!!! 은근히 바보공도 요즘 들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차이야 사귀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만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사고 방식, 생활 양식은 맞추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런 차이점을 하나하나 극복해가는 두 사람이 참 귀여웠달까. 수록 작품 중 분량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이 작품은 아무래도 중편의 범주에 넣어야 할 듯.

참. 이 작품에 등장하는 40대 중년 남성. 혼자 망상 폭주를 즐기던 그의 모습은 양념처럼 곳곳에 웃음을 던져 주었다. 솔직히 이 분 덕분에 더 많이 웃었을지도!?

<감옥>의 경우는 재벌의 서자 마에자키와 해결사 시바타의 이야기이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납치된 마에자키. 그리고 자신을 시바타의 동생이라 말하는 그가 말하는 것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고교 시절 마에자키와 시바타 사이에 있었던 일이 나오면서 굉장히 흥미로워졌다. 물론 납치 및 감금이란 설정도 나름 재미있는 것이지만...(은근히 이런 것 좋아한다) 마지막 장면, 아마도 마에자키는 시바타의 정체를 눈치챈 듯 하다. 하지만, 그렇게 헤어질 수 밖에 없던 두 사람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네 작품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고, 해결사 시바타의 눈물 한방울이 모든 것을 다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직업도 나이도 모두 다르고, 가치관이며 사고방식도 모두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이야기, 그리고 안타까운 이야기.
한 권의 만화책에서 즐거움, 유쾌함, 발랄하고 사랑스러움, 그리고 안타까움과 슬픔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는 것은 내게 커다란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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