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1
코다마 유키 글.그림, 이정원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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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60년대라고 하면 난 먼저 전공투가 떠오른다. 하루키의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 역시 그 시대에 느낀 상실감과 그것의 극복이란 것이었으니. 따라서 60년대라고 하면 그러한 어두운 역사적 사실부터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언덕길의 아폴론은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고교생들을 주인공으로 재즈를 소재로 삼고 있다. 물론 도쿄에서 먼 지방이란 것도, 등장 인물이 고교생이란 것도 한몫하겠지만, 이 만화 자체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했다.

주인공 카오루는 아버지의 일 문제로 유난히 전학을 많이 다녔다. 사실상 전학이란 것은 꽤나 충격적인 일이다. 나야 초등학교 때 전학을 한 번 한게 다이지만, 그게 두고 두고 마음에 남아 있을 정도였다. 친구들과의 헤어짐,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이란 건 어린 내게 큰 충격이었다. 카오루 역시 마찬가지. 전학이란 게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는 건 절대 아니었다. 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은 사춘기 소년에게는 큰 짐이 되었으리라. 게다가 친척집에 얹혀 살면서 좋아하는 피아노도 마음대로 칠 수 없었다는 것은 소년의 유일한 탈출구가 근본적인 것부터 막혀 있다는 의미도 될 테니까.

모범생 스타일의 도련님이란 이미지때문에 쉬이 급우들 속에 섞여 들어가지 못하는 카오루가 유일하게 학교에서 숨을 쉴수 있는 공간은 옥상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센타로는 카오루와 한 반 급우이자 불량군. 묘하게 시작된 우정, 그리고 센타로의 소꿉친구이자 카오루를 잘 돌봐주는 학급위원 리츠코까지. 이제껏 학교는 숨이 막히는 그런 곳이라 생각했던 카오루에게 학교는 새로운 만남과 동시에 설렘도 가져다 주었다.
학교란 사실 지겨운 곳이긴 하다. 하지만 어떤 친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학교는 무척 즐거운 곳이 되기도 한다. 카오루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것들이 아니었을까.

카오루의 인생에 불쑥 끼어든 건 이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이제껏 클래식 음악만 연주해왔던 카오루에게 재즈란 음악이 들어왔다. 이것도 어찌보면 센타로와 리츠코의 영향이겠지만. 딱딱하고 정형화된 클래식 음악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고 시끌벅적한 재즈와의 만남은 카오루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다시 찾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비가 오는 옥상에서의 레이스 장면도, 맑은 강물에서 멱감는 일...
여름날의 풍경이 그대로 녹아든 장면 장면들.
그리고 센타로의 드럼, 아저씨의 콘트라베이스, 준이치의 트럼펫, 그리고 카오루의 피아노 음색이 어우러지는 그 장면은 너무나도 유쾌했다. 문득 나도 저들 사이에서 고개를 까딱이며, 발을 구르며 장단을 맞추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불쑥 들어 혼자 얼굴을 붉혀 버렸다. 
 
고교 시절의 첫사랑, 우정, 그리고 재즈란 장르의 음악.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경쾌한 한편의 만화를 만들어 냈다.
고교 시절 이후, 재즈는 거의 듣지 않았지만, 왠지 이들을 만나고 나니 해묵은 재즈 음반 하나를 꺼내 듣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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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숲 호텔 1
시노하라 치에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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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곳에나 있지만, 누구에게나 보이는 곳은 아니다.
만약 들어갈 수 있다해도 그건 인생에서 단 한 번 뿐.
안개숲 호텔은 삶에 지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놓인 사람들에만 보이는 비밀의 장소이다.

처음엔 문득 후시기 공방시리즈가 떠올랐다. 인생에 찌들어 지쳤을 때,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 불현듯 나타나는 후시기 공방. 그곳에서 사람들은 이루어질 수 없는 주문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진다는 설정. 안개숲 호텔을 읽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후시기 공방 시리즈의 경우, 결국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하는 경우인데다가, 후시기 공방의 도움은 보일락 말락하지만, 안개숲 호텔의 경우에는 호텔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설정이었다. 호텔이라서 그런지 공방보다는 서비스가 좋군.. 하는 실없는 생각도 잠시 하긴 했지만, 난 어느새 책 내용에 푹 빠져들어 버렸다.

연작 단편집인 안개숲 호텔 제 1권은 총 세 편의 단편이 실려 있으며, 호텔이 배경이 되고 호텔 근무자들이 공통으로 등장한다는 것외에 다른 등장 인물들은 겹치지 않는다. 책 표지만을 보면 굉장히 근대를 배경으로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시대는 현대이다.

<살인의 권유>는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여인의 상처와 아픔을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그 사랑은 어느새 집착과 미움이 혼재된 애증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게 소름끼칠 정도이다. 게다가 은근 슬쩍 자신을 버린 사람을 죽이는데 동의하는 듯한 호텔 직원들.. 여긴 도대체 어떤 호텔이지?라는 의문과 호기심이 어느새 마음속을 가득 채웠다.

여자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던 그 시간, 묘하게도 그 여자를 버린 남자와 그 여자의 약혼녀가 그 호텔에 들어온다. 복수를 다짐하며 둘만이 있게 될 시간만을 기다리는 여자의 집념이라든지 마음 속 어둠은 서늘하게 다가왔다.

<열린 문>의 경우 안타깝기도 하면서 동시에 자업자득이 아닌가 하는 그런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서 방황하는 여자. 그녀가 두 사람을 두고, 누굴 선택할지 고민하는 모습은 안개숲 호텔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시에 두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에게는 이해불가능의 상황이나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한다.

여자가 안개숲 호텔에 들어오게 된 이유, 그리고 진실에 대해 알았을 때는 왠지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사랑이란 건 가끔, 너무나도 가혹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마지막 단편인 <미궁>은 무척이나 마음이 아팠던 작품이다. 한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 사이에 있었던 진실. 그것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안개숲 호텔에서 다시 펼쳐진다. 어머니의 유품에 남겨진 단 한가지 진실, 그것은 남겨진 그녀에게 구원이었다. <미궁>의 전개 방식은 현재와 과거를 묘하게 겹쳐서 마치 꿈처럼 보였던 단편이기도 하다.

꿈인듯 싶으면서도 현실이고, 현실인듯 싶으면서도 꿈과 같은 안개숲 호텔은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적절하게 혼재되어 색다른 매력을 주고 있다. 로맨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미스터리는 좋아하는 나로서는 미스터리어스 로맨스란 것이 꽤나 매력적인 아이템으로 다가 왔다. 작화는 조금 오래된 순정 만화의 작화를 떠올리게 하지만, 이야기 자체가 깔끔해서 그런지 나중엔 그림은 별로 신경을 안쓰게 되었다. 일본에서는 2권으로 완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2권도 얼른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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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멋진 장사는 없다 - 러쉬노벨 로맨스 120
에다 유우리 글, 시미즈 유키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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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다 유우리 + 시미즈 유키의 펫 러버스 제 1탄!
펫 러버스 시리즈는 제목부터 강렬하다.
개처럼 멋진 장사는 없다니.... 게다가 책 뒷표지를 읽어 보니 더더욱 더 땡긴다.

펫 러버스는 회원제 데이트 클럽의 명칭이다. 그곳은 여타의 데이트 클럽과는 달리 동물을 주제로 파견인을 보내고 있다. 회원은 남녀 불문. 그러나 회원권이 고가로 거래되는 곳이기에 회원들의 재력은 말하나 마나. 근데 참 궁금한 것이 있다. 일본엔 회원제 데이트 클럽이 진짜 많을까 하는 것. 다른 책에서도 회원제 데이트 클럽에 대한 이야기를 봤기 때문이다.. 뭐,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한 호기심!?

사실 이 책을 봤을 때, 먼저 떠오른 생각은 너는 펫이란 드라마였다. 물론 원작은 만화이지만, 난 코유키, 마츠 준 주연의 드라마만을 봤으니 그걸 잠깐 언급해 보자면, 한 여자가 자신의 집앞에 버려진 청년을 데리고 와 모모란 이름을 붙여주고 키운다는 내용이었다. 한때는 아아, 나도 저런 귀여운 펫이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할 정도로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는데, 이 책은 드라마의 큐트함이나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회원제 데이트 클럽의 회원인 쿠츠와다. 그는 과묵하지만 아름다운 남자다. 게다가 모델 에이전시를 운영하는 만큼 재력도 보장되어 있다.
그의 집에 펫으로 가게 된 미우라 유키오. 사실 이 책을 몇 장 읽지도 않았는데, 난 유키오란 인물에 질려 버렸다. 내세울거라곤 얼굴뿐인 그런 남자. 물론 유키오의 유년 시절의 트라우마가 현재의 유키오를 만들어 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살아갈 수도 있을텐데 그렇지 않은 녀석이 정말 한심했다. 게다가 서른이 넘어가면 미모도 빛을 잃는다. 그후엔 어떻게 살지? 라는 그런 비딱한 생각을 처음부터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호스트 일도, 펫으로서의 일도 대충하려는 녀석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고 할까.
반면 쿠츠와다는 어린 시절 모든 가족을 잃었지만, 자수성가한 타입으로 자신에게 엄격한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삐걱거림이 없으려야 없을 수 없다. 유키오란 이름대신 유키란 이름을 지어주고 철저히 개로서 조교하는 쿠츠와다. 솔직히 처음엔 펫이라고 해도 사람다운 펫일줄 알았는데, 완전히 개 취급(?)을 하는 쿠츠와다도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았을땐 은근히 수긍이 갔다.

나 역시 개를 키우는 사람이며, 개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사람에게서는 받을 수 없는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개에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일까. 또한 개가 사람의 말을 못한다는 것도, 또한 개는 먼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런 내 생각에 맞춰 쿠츠와다의 마음을 헤아려보면 똑같다. 자신이 버리지 않는 이상 자신을 버리지 않을 존재를 원했던 쿠츠와다는 지독하게도 고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비록 개 취급을 받지만, 누구보다도 - 자신을 낳아 준 엄마보다도 - 더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는 쿠츠와다에게 이끌리는 유키오의 마음도 나중엔 충분히 이해되었다. 그만큼 철저하게 외로운 삶을 살아왔던 유키오였기에.

전체적인 내용은 에로틱하다기 보다는 유키오의 조교 과정이 중점적으로 서술된다. 그러면서 중간중간 둘의 과거사가 들어간다. 쿠츠와다의 경우 감정 표현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라, 쿠츠와다의 마음은 그의 행동을 통해 짐작하는 게 고작이었지만, 가끔은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말해지듯이 쿠츠와다의 마음은 그걸로 충분했다. 유키오의 경우엔 워낙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감정 표현이 흘러 넘치는 형이라 두말하면 잔소리.

겉으로 보기엔 전혀 상반된 두 사람이었지만, 내면의 고독이나 외로움은 쌍둥이처럼 닮아있었다. 그래서 서로에게 자석처럼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슬프도록 고독했던 시간도, 죽을 정도로 외로웠던 시간도 이제는 시간의 건너편에 묻어 두고, 행복하고 따뜻한 시간만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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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떼 랩소디 - 뉴 루비코믹스 734
가와이 토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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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와이 토코의 만화는 갤러리 호두 속으로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두 번을 읽었다. 그것은 연작 단편이라면, 이건 완전한 장편으로 서점 직원 세리자와와 혼혈인 대학생 케이토의 달콤하면서도 상큼 발랄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서점 직원 세리자와는 키도 작고, 얼굴을 주근깨 투성이. 그치만 언제나 웃는 얼굴로 사람을 대하고 있다. 하지만 속으로는 자신의 얼굴이나 키 같은 것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케이토는 국적이 무수히 다른 조상을 가진 혼혈로 독특한 눈 색깔과 머리 색깔, 그리고 보통사람보다는 머리 하나는 더 큰 신장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감수성이 풍부하고 상처받기 쉬운 캐릭터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큐트 공의 전형적인 모습이랄까.

두 사람의 사랑에는 그다지 험난한 시련은 없다. 세리자와의 옛연인이 잠시 잠깐 등장한다거나, 케이코의 소꿉친구 리리코가 등장하긴 하지만 그다지 위력은 없다. 리리코의 경우는 오히려 이 커플을 도와준다고나 할까?

자신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진 세리자와와 엄청 소심한 성격의 케이토. 당연히 세리자와쪽이 수인 주제에 오히려 애정 공세에 적극적이다. 케이토의 애정 표현은 수줍은 듯 하면서도 솔직한 점이 있다고나 할까. 어찌 보면 참 안어울리는 외형적 조합이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들에겐 그런 건 콩깍지의 역할로 보이지도 않을거다.

난 세리자와 보다는 역시 케이토 쪽이 마음에 들었는데, 특히 비오는 날 고양이를 발견했을때 보였던 안타까운 모습은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세리자와도 이 모습에 더욱더 케이토에게 반했을거다. 그래 놓고도 자기가 구조한 고양이에게 질투하는 케이토의 모습이라니!!!

게다가 은근히 소심한 케이토는 세리자와가 옛연인이었던 사람을 만나는 걸 보고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가게밖에서 세리자와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나 안타깝던지.... 비겁한 세리자와...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땐 그럼 안된다구... 못만나게 되어 외로운 마음이 들더라도 그건 혼자서 감당해야 할  부분이지....

그 모습에 충격받고 사라진 케이토의 본심은!?
그걸 알았을때 난 뒤집어지게 웃었다.... 오토메 모드 완벽 발동이로구나, 케이토!!!
[음.. 케이토가 소녀성 강한 캐릭이긴 하지만 백합물처럼은 안보였답니다.. 작가님... (笑)]

주로 바보공, 혹은 강공이나 귀축공이 난무하는 BL계였지만, 한번씩 요런 상큼하고 보들보들한 작품을 보는 것도 좋았다고나 할까. 마치 카페라떼를 마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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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션 - 뉴 루비코믹스 747
야마시타 토모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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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랄까...
일루미네이션은 이제껏 읽은 야마시타 토모코의 책중에서 새드 엔딩이 가장 많이 나온 작품이랄까. 전하고자 하나 전해지지 않는 마음들이 공중에서 붕붕 떠다니는 것을 보고 있자나 왠지 울적해지는 기분이었다.

난 원래 반짝반짝 퓨어 화이트계 인간이 아니라 어두침침 음울한 다크계 인간이라지만, 그래도 BL 만화를 볼 때만큼은 밝고 명랑한 것, 그리고 해피 엔딩을 선호한다. 야마시타 토모코는 반반 정도랄까. 해피 엔딩이 있는 그 수만큼 새드 엔딩도 잘 그려낸다. 하지만 단편집 전체가 새드앤딩이라니... 흐음....

<일루미네이션>은 본 단편집 중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미카타 - 코야 - 스도 이 세 사람의 사랑의 행방이 제각각. 왠지 하나쯤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미카타는 노말이지만 소꿉친구인 코야에게 사랑을 느끼고, 코야는 노말이며 여자에게만 관심이 있다. 스도는 게이이면서 미카타에게 사랑을 느끼고.

돌고 도는 것도 아니라 각각의 화살은 제멋대로 뻗쳐져 있는 느낌이랄까. 하늘이여 무심도 하시지. 하긴 온 세상의 사랑이 죄 이루어진다면 사랑때문에 울 사람도 사랑때문에 고민할 사람도 없어져 사랑이란 감정의 소중함이 없어져 버릴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란게 이러니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님을 타박할 일은 없다. 다만, 보면서 속상했던 건, 미카타의 발언이었다. 스도에게 '널 좋아하게 됐으면 좋았을 거라고...'라는 말을 하다니. 그것만큼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 또 있을까. 차라리 좋아하지 않아라는 말이 낫지 그런 불분명하고 애매한 감정전달이라니. 서른이 다 되어 가는 나이에 말이지....

그렇다고 미카타가 영 괘씸한 것도 아니다. 그럼 자신도 확인을 해보자는 코야의 말에 '끝이 빤히 보이는데 시작할 바보가 어디있냐고'라고 말하는 미카타의 말에 왠지 수긍이 간다. 코야도 바보. 왜 전부 바보들만 모여 있냐!!! 칫!!!!

<장미도 들장미도 활짝활짝>은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난 여기에 등장하는 나카히사라는 여자아이 캐릭터가 꽤 마음에 들었다. 비록 사랑의 라이벌이긴 하지만, 그래서 그 마음을 더욱 더 잘 알 것 같기에  토카메에게 손을 내민다. 나카히사 정말 멋졌다구!

<그 사람에 대해>서는 마지막 장면에서 울컥하고 감정이 치솟았던 작품이다. 이젠 고인이 된 한 사람에 대한 여러 사람의 기억. 문득, 나중에 내가 죽었을 때, 저렇게 와 줄 사람들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신의 이름은 밤>은 작가님 말에 따르면 데뷔작인 것 같다고. 지금의 그림체와는 그다지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지금보다 더 퀭한 캐릭터들이었다고나 할까.
야쿠자 이야기인데, 미묘하게 서늘했던 작품이었다. 츤츤 미카시마와 통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수 없는 스가의 이야기. 야쿠자 물을 좋아하지만 손가락을 자르는 부분에선 머릿속이 핑 돌아 버렸다. 난 피가 연상되는 건 싫다니까!!!

본편이 새드 엔딩의 연발이었다면, 번외편은 큐트 발랄이었다고 할까. 본편의 울적함을 좀 날려주는 그런 면이 있었다. 이게 없었더라면 난 내내 울적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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