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것 -상,하 전2권 박스세트 - 위니북스-X002
코노하라 나리세 지음 / 위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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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여장 취미가 있는 남자 이야기라 그래서 반신반의했다. 과연 재미있을까 하고... 하지만 그런 우려는 금방 사라지고 난 금세 이야기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마츠오카 요스케. 그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후 여자 친구의 물건을 정리하다가 호기심에 그녀가 남긴 옷과 화장품을 사용해 보고는 그것이 자신에게 기막히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한다. 그후 주 1회 마츠오카는 여장을 하고 거리를 나서는 취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가벼운 마음으로 헌팅에 응했다가 심한 꼴을 당한 마츠오카. 그앞에 나타난 건 같은 회사의 히로스에란 남자였다. 자신의 신발을 빌려주고 택시비까지 쥐어준 히로스에에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 마츠오카는 다시 여장을 하고 그를 만난다. 그렇게 만남을 반복하던 중 히로스에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게 되는데..... 

옷이나 화장으로는 남성이란 걸 숨길 수가 있지만, 목소리는 숨길 수가 없어서 병으로 목소리를 잃었다며 필담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마츠오카 역시 히로스에에게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히로스에가 호감을 느끼는 건 자신의 여장 모습인 요코, 마츠오카는 진실을 밝히기로 하는데..

마츠오카와 히로스에는 어찌보면 참 묘한 인연으로 만났다. 여장을 하고 만난데다가 같은 회사 동료이다 보니 마츠오카로서는 내 취미가 여장이요.. 라고 밝히기도 힘들었을 것 같다. 사실 그런 고백을 하면 100% 변태로 오해를 받을 건 뻔하기 때문. 사실 여장했다는 말도 필요 없이 그냥 마츠오카의 여장했을때인 요코라는 존재를 그냥 지워버려도 되었을텐데, 자신을 만난 역을 무심코 지나치지 못하고 늘 그곳에서 기다리는 히로스에의 모습을 그냥 지나치지도 못한 마츠오카도 어찌 보면 참 마음이 무르다. 
 
어찌어찌하다보니 히로스에를 만날때면 늘 여장을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호감이 생기고, 그러다 보니 고백하는 건 아예 물건너 가벼렸다. 마츠오카는 남자대 남자로 만나고 싶은 욕심에 회사에서 히로스에와 말붙일 건수를 찾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이러다 보니 마츠오카 입장에선 고백의 시기는 일찌감치 지나가 버리고, 결혼까지도 진지하게 생각하는 히로스에의 모습을 보며 죄책감이 생기는 건 당연할지도.
 
결국 안되겠다 싶어 히로스에에게 진실을 고백하지만, 히로스에 같은 고지식한 남자가 그것을 얼마나 충격으로 받아들일지는 안봐도 뻔하다. 배신감과 충격, 자신의 사랑이 깡그리 날아가 버린 것을 안 순간, 히로스에가 마츠오카를 죽도록 패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랄까. 아니면 저 인간 여장하는 취미가 있는 변태다라고 회사에 까발리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랄까?

하여간에 한 남자의 순정을 짓밟혔고, 한 남자는 그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처음부터 엇나간 인연인지라 그게 순순히 진행될리가 없다. 게다가 히로스에는 전근을 가게되어, 그곳에 파견온 마츠오카의 동료와 사귀게 된다. 게다가 이번 상대는 여자다. 즉, 마츠오카에게는 승산이 전혀 없다.

어휴.. 이거 정말 큰일이다 싶은게 한 두 장면이 아니었다. 물론 여장을 하고 상대를 속이면서 데이트를 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진짜 연인같았던 두 사람. 마츠오카가 진짜 여자였다면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문제도 없었으리라. 하지만.. 남자란 것은 쉽게 극복할 수 없는 문제였으니....

솔직히 히로스에를 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자가 어찌나 우유부단하고 답답한지. 원래 성격이 그런거라 생각해도 이건 너무한다 싶을 정도다.

히로스에는 마츠오카를 거부하면서도 동시에 호기심도 생긴다. 마츠오카를 쌀쌀맞게 대하는 건 틀림없이 자신인데도 불구하고 마츠오카가 신경쓰여서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츠오카와 이런 저런 시간을 보내게 된다. 밝고 명랑한 마츠오카와 있으면 즐겁고 마음 편안한 히로스에. 하지만 그게 우정인지 사랑인지는 자신도 모른다.

일도 잘하고 대인관계도 좋은 마츠오카에게 부러움을 느끼는 한편, 그런 마츠오카가 왜 자신을 좋아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히로스에. 원래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데는 일정한 법칙이 없는 것이요, 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히로스에에게 내 말이 들릴리 만무하다.

하여간, 어정쩡한 상태의 두 사람을 보면서 왜이리 안타까운지. 마츠오카는 마츠오카대로 히로스에에 대한 마음을 보답받지 못하는게 안타깝고, 히로스에는 마츠오카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면서도 남자란 것, 또한 자신이 좋아했던 요코란 사람이 마츠오카란 것을 인정하지 못한채 감정을 질질 끄는 것도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마음이 통했나 싶으면 아니고, 이젠 마음이 통하나 싶으면 또 아니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히로스에의 갈등에 나도 짜증이 날대로 나버렸다. 게다가 히로스에는 회사에서 해고되는 상황까지! 마츠오카는 나름대로 신경써준다고 했는데, 그게 또 히로스에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히로스에는 도피하듯 자신의 고향으로 떠난다. 그곳에 혼자 있다보니 마츠오카가 무척이나 그리워지는 히로스에. 역시 사랑은 가까이 있을 땐 눈치채기 힘든 법인가.

하지만, 그렇게 떠나버린 히로스에를 마츠오카 역시 용서할리 없다. 회사 동료의 결혼식장에서 만났지만 자신을 쌀쌀맞게 대하는 마츠오카에게 상처받은 히로스에. 당신은 상처받아도 할 말이 없소. 자신이 마츠오카에게 한 일을 생각해보면 히로스에는 애처롭단 생각도 안들었다.

리맨물이지만, 3년에 가까운 두 사람의 쳇바퀴 돌리듯 돌아가는 감정의 흐름은 답답하고 짜증날 것 같으면서도 마츠오카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왜 하필 히로스에야! 라고 묻고 싶지만, 사랑이란 게 "나 오늘부터 이 사람을 좋아하겠소."라고 결심한다고 해서 그렇게 될리도 만무하니, 마츠오카의 마음이 보답받지 못하는 상황은 안타깝고 안타깝고 안타까울뿐.

사실 히로스에가 공이지만, 난 이런 공은 처음 봤다. 자존심은 되게 강한데 그에 비해 자신의 감정에 대해 자신이 없고, 때로는 마츠오카의 자신에 대한 마음에 비굴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 우유부단하고, 상냥하면서 남에게 상처를 주고...
어휴... 정말 한 대 치고 싶단 생각이 드는 게 한 두번이 아니었다.

반대로 수인 히로스에는 예쁜 꽃미남형 얼굴이지만 의외로 강단도 있고, 일에도 철저하며, 사교성도 좋고, 여자들에게도 인기 많은 타입이다. 사실 자신을 좋아해줄 사람은 널리고 널린 타입이지만, 의외로 외곬수적인 성향이 있기도 하다. 

삐걱삐걱 어긋난 첫만남에서 두 사람이 마주보게 될 때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때까지 거의 3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어찌보면 3년이란 세월이 길면 길수도 짧으면 짧을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모든 사랑이 보답받을 수는 없다. 특히 이성간이 아닌 동성간은 더더욱 그러라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서로 상처를 받고... 너덜너덜할 정도까지 가버린 두 사람이지만, 그 상처는 이제 서로 핥아주고 기워주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어쨌든 간에 서로는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었으니까.

이젠 제발 서로에게 상처주지 말고, 아름답게 사랑하면서 살아갈 것.
이게 두 사람에게 해주고픈 마지막 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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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oy 길 잃은 새 - 러쉬노벨 로맨스 201
아이다 사키 지음, 나라 치하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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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권 역시 야스미와 히노, 나기와 카가야의 이야기가 교차진행되지만, 히노와 나기사이에 있던 비밀스런 과거의 일까지 드러난다.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깊은 과거로, 점점 더 어두운 비밀이 드러나는데, 솔직히 말해 히노와 나기 사이에 있던 일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어두운 일이었다.
현재에게 좀더 과거로 거기에서 더욱더 과거로, 둘의 어린 시절까지 올라가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무척이나 안타깝기도 했다.
게다가 히노와 나기가 함께 있을 때 벌어진 일은 또한 야스미와도 관련이 있었다.

전직 경찰, 아니 현재도 경찰 신분이면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히노의 곁에서 잠복 수사를 했던 야스미, 본명은 야스하라 히로시. 야스하라는 십여년전 벌어진 백화점 폭파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그 볌인이 바로 히노와 나기였던 것이다. 그러나 둘은 단지 심부름을 했을뿐, 실제로는 그들이 벌인 일은 아니지만, 관련은 있었던 것이다. 그후 나기는 그 일에 염증을 느끼고 히노와 오우의 곁을 떠나 야쿠자가 되고, 히노는 오우의 이름을 물려받은 프로 킬러로서 살아갔던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된 야스하라(야스미)에게 남은 선택은?
모든 걸 알게 되었으면서도, 히노를 증오하면서도 히노를 필요로 하는 야스하라. 그는 결국 히노의 곁에 있는 걸 선택했다.

한편 나기는 코진회 전회장의 살인범을 추적하던 중 그가 과거 자신이 저질렀던 폭파 사고의 피해자인것을 알고 갈등한다. 나기와 히노의 모든 접점이 드러나고, 나기의 복수도 종지부를 찍는다. 그것을 지켜보는 카가야는 나기의 위태위태한 모습에 안타까워하는 한편, 나기에 대한 마음은 더욱더 깊어진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묻혀졌던 비밀이 드러난다.
그 뒤에 숨어 있던 건 깊은 어둠.
진실은 두렵지만 진실을 끌어안고 살아가기로 한 남자들.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시종일관 긴장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게다가 나라 치하루의 그림은 얼마나 멋진지. 지루할 틈 하나 없이 매끄럽게 진행된 이야기는 아이다 사키의 스토리 텔링이 얼마나 멋진가를 보여준다.

이 소설과 연관된 작품이 S라고 하는데, 그 책도 얼른 읽고 싶다. 특히 Decoy 시리즈에 잠깐 등장한 무네치카와 사토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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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oy 미끼새 - 러쉬노벨 로맨스 187
아이다 사키 지음, 나라 치하루 그림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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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다 사키는 안녕을 말할 생각은 없어 시리즈를의 드라마 cd를 통해 먼저 접했다. 그후 아이다 사키의 원작을 야마다 유기의 만화로 만든 고작 사랑이잖아를 보면서 너무 재미있었던지라 요번에 아이다 사키의 소설을 몇 권 구매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이 작품이다.

나라 치하루의 멋진 그림이 눈길을 끄는 1권 표지의 인물은 야스미 토오루와 히노. 특히 표지를 넘기자 마자 내눈을 번쩍 뜨이게 한 건 히노의 옆모습이었다. 순간 숨을 탁 멈추고 바라볼 만큼 너무나도 멋진 일러스트에 한참을 그 바라보았다.

야스미 토오루. 그는 계단밑에서 총을 들고 실신한채 발견된다. 그러나 그가 눈을 떴을때, 그는 모든 기억을 잃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곳에 총을 들고 쓰러져 있는지 조차도.
토오루는 자신의 곁에 있던 히노의 도움을 받아 히노의 집으로 가지만, 모든 것이 낯설다. 자신과 함께 살았다고 하는 남자, 히노는 도대체 누구일까. 얼핏 봐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히노의 모습이 두려우면서도 그에게 자꾸만 끌리는 토오루. 토오루는 모든 것이 막막하지만, 그래도 히노의 곁에서는 적어도 안심이 된다.

Dcoy- 미끼새는 과거을 잃어버린 야스미와 그를 돌봐주는 히노의 이야기와 코진회 전 회장인 카사오의 범인을 찾으려는 명령을 받은 나기와 카가야의 이야기가 교차진행된다. 나기와 카가야는 야쿠자로 야쿠자 기동부대 비둘기와 까마귀의 대장과 부대장급 인물이다. 자신에게 미묘한 연정을 품고 있는 카가야와 그것을 받아 들이지는 못하지만, 카가야 옆에서 안심이 되는 나기의 미묘한 관계가 무척이나 아슬아슬했다고 할까.

토오루는 기억을 잃기 전에 교류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과거의 모습을 어렴풋이 알고는 과거를 부정하고 싶어하지만, 반대로 자신의 과거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기억을 잃고 눈을 떴을때, 자신이 총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누군가를 죽인 것 같다면 기억을 하고 싶지 않는 것도 당연한듯 하다. 얼마나 두려울까.

사실 난 기억 상실증에 걸린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고, 내가 그런 경험도 없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기억 상실이란 말이 나오면 난감함을 먼저 느낀다. 정말 기억을 잃는 것만으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일까. 그렇다면 사람의 기억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랑도 증오도 기억과 함께 사라진다면, 그런 감정조차 허무하기 짝이 없지만, 반대로 진짜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두려워질지도 모르겠다.

언뜻언뜻 보이는 야스미의 기억과 야스미의 정체, 그리고 프로 킬러라는 히노와 야스미의 관계도 조금씩 드러난다.
동시 진행되는 나기와 카가야의 관계는 여전히 미묘한 상태이지만, 조금씩 달라짐을 보여 무척이나 기대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는 나기와 히노의 접점. 그리고 그들의 접점에 있는 오우란 인물. 그들의 과거는 어떤 식으로 얽혀 있는 것일까. 2권에 대한 기대감과 미묘한 흥분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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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산장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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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백마산장이란 한 펜션에서 벌어진 오빠의 자살. 그리고 오빠가 죽기전 보내온 엽서에 씌인 "마리아님은 언제 집으로 돌아왔지?'란 말을 단서로 백마산장의 방마다 걸린 마더 구스안에 숨겨진 말뜻을 찾아 사건을 풀어나가는 형식으로 구성된 백마 산장 살인사건은 밀실 살인과 마더 구스에 숨겨진 뜻, 즉 암호라는 트릭을 가진 추리소설이다.

과연 나오코의 오빠는 자살을 한 것이 맞을까. 그렇다면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대학생 나오코는 오빠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1년이 지난 겨울 다시 그 산장을 찾았다. 매년 같은 때에 모이는 산장의 단골 손님들. 그들은 왜 추운 겨울, 백마산장에 다시 모이는 것일까.
나오코의 오빠의 자살 사건 전에도 한 사람이 죽었고, 올해 또 다시 한 사람이 죽어 매년 사람이 하나씩 죽고 있다. 과연 이 산장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난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추리 소설에 마더 구스가 등장한 건 처음으로 읽었다. 사실상 마더 구스란 단어만 들어봤지 정확한 것은 잘 몰랐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마더 구스에 대해 조금 알게 되었고, 검색을 통해 찾아 보기도 했다.  

마더 구스(mother goose)는 말 그대로 해석하면 어미 거위이지만, 실제로는 매부리코와 주걱턱을 가진 거위를 타고 다니는 노파를 의미한다. 영국의 전래 동요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후자의 의미를 가진다.

총 7개의 방에 걸려 있는 마더 구스에 담긴 뜻을 추리하며, 오빠가 알리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추리해 나가는 나오코와 마리코. 여기엔 본격적인 탐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일반인 그것도 여대성 콤비가 마더 구스에 담긴 뜻과 지난 사건, 그리고 현재 발생한 사건의 비밀을 풀어간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 어설프긴 하지만, 주인공이 일반인이란 것때문에 오는 메리트도 크다. 나오코와 마리코와 함께 마더 구스에 담긴 의미를 추측해보는 것이 무척 재미있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탐정이나 형사가 등장하는 추리물은 사람 애만 태우고, 나중에 당신이 범인이다. 트릭은 이러이러한 것이다, 라고 한번에 터뜨리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인이 등장하는 것은 마치 내가 그 현장에서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추리를 해나가는 그런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밀실 살인 - 암호 풀이 - 보물 찾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
추리 소설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갖추고 있으면서도 탐정이 아닌 일반인을 등장시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다만 안타까웠던 건, 사건의 범인들의 욕심이 사람의 목숨을 바꿀만한 만큼의 가치가 있었나 하는 것이었다. 물론, 추리 소설에 나오는 대부분의 범인들의 범행 동기는 사람의 목숨의 가치에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지만, 특히 '보물'과도 같은 금전적인 것과 관련한 범행 동기는 읽고 나고 기분이 굉장히 좋지 않다.

또한, 본문은 mother goose를 머더 구스라는 발음으로 표기했는데, 사실 난 머더 구스를 보고 mother가 아닌 murder가 먼저 떠올랐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표기하는데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마더란 표기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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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여자
오정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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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내게 서른이란 나이가 오지않을줄 알았다.
10대때는 당연히 그랬고, 20대때도 그랬다.
한해 한해 나이를 먹으면서도 스물 아홉이 될때도 서른이란 나이는 여전히 나와 상관없을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서른도 더 넘어 서른 중반의 나이에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풋하고 난다.
왜 그랬을까.
당연히 한해가 지나고 두해가 지나면 서른이 되는 건 당연한 건데.

아마도 서른이란 나이가 주는 이미지는 아줌마, 결혼, 그리고 늙었다 라는 그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라서가 아닐까.
지금은 아직도 난 젊어라고 혼자 주문을 외듯 스스로를 세뇌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이는 착실히 먹고 있다.

가을 여자는 주로 30대가 넘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자들의 이야기도, 남자들의 이야기도 했지만, 공통된 것은 서른을 넘어선 나이에 문득 깨닫게 되는 자신의 지난 삶에 대한 것이랄까.

지금보다 나이가 어렸을 서른이 넘으면 연애도 못한다고 생각을 했고, 사랑이란 건 더더욱 물건너 간 이야기라 생각했다. 서른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할 거라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인생은 자기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다. 난 아직 결혼도 안했고, 연애도 안하고 있고, 결혼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위 친구들 반정도는 결혼을 한지라, 결혼 생활이 어떤지는 대충 안다. 물론 내 어머니를 통해서도 결혼 생활이 어떤 것이란 건 잘 알고 있다. 여자로서의 인생을 포기하고, 자식 양육과 남편 뒷바라지, 시댁 봉양까지 한국 여성들의 삶은 대체로 결혼과 동시에 비슷해진다. 물론 직장 여성의 경우 조금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집에 돌아가는 순간부터는 아이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리고 한 집안의 며느리가 되어 버린다.

가을 여자는 그런 여자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고 있다. 거기에다 머리카 컸다고 벌써 자기 주장을 하는 아이들, 어느샌가 연애시절의 달콤함은 날아가고 데면데면해진 부부, 불편한 고부 관계등 결혼한 후 몇 년이 지나 어느샌가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그러나 너무나도 그 현실들을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여성들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지금이 그렇다고 예전까지 그랬으랴. 꽃피고 새우는 봄날엔 벚꽃길을 따라 데이트를 하고, 무더운 여름엔 바닷가 바람과 파도를 보며 낭만을 꽃피우고, 붉게 물든 단풍이 산자락을 물들일땐 고독과 낭만을 곱씹고,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엔 그 눈을 보며 러브 스토리의 한 장면을 찍어보지 않았던 청춘이 어디 있으랴.

삶이 팍팍해지고 삶에 쫓기면서 그런 여유를 잊어 버렸겠지만, 당연히 청춘의 기억은 한해 한해 늘어가는 주름살에 곱게곱게 묻혀있던 것일뿐.
아마도 이 소설을 20대에 읽었더라면 에잇.. 구질구질해..
결혼 따위 절대로 안할테다. 이런 말이 먼저 나왔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어느덧 서른 중반이란 나이가 되고 보니, 이런 저런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일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물론 결혼 생활에서 오는 염증이나 힘듦은 내가 이해를 잘 못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지난 세월의 즐거움이나 행복을 잊고 사는 건 똑같기 때문일 것이다.

청춘을 구가하는 10대, 20대들이여,
너희도 나이를 먹는다.
언젠가 너희도 내 나이가 되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지금은 비록 구차해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보여도 그들에게도 빛나는 청춘이 있었고,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으며, 뜨겁게 사랑했던 시절이 있었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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