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도 없는 새가 나는 새벽 1~3(완결) 세트
히로타카 키사라기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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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름도 없는 새가 나는 새벽이란 무척이나 서정적인 제목과 아름다운 그림에 반해 무조건 샀던 이 만화는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 멋진 남자들의 관계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은 멋진 일러스트를 시간을 들여 찬찬히 들여다 보았다. 3권 모두 멋진 일러스트가 있는데, 1권은 카라스와 시라사기, 2권은 코우모리, 3권은 벨제브브와 살리에르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벨제브브와 살리에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뭐, 개인적 취향이다..)

악마 시라사기와 천사 카라스.
솔직히 말해서 이름을 봤을때 웃음이 터져버렸다. 시라사기는 일본어로 백로를 뜻하고 카라스는 까마귀를 뜻하기 때문에. 악마의 이름은 시라사기, 천사는 까마귀라... 얼핏 보면 이름이 반대가 되어야 할 것 같고, 생긴 모습도 악마가 오히려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천사인 카라스가 악마처럼 생겼다는 건 아니지만, 타락 천사가 되어 갈 때의 카라스의 모습은 악마가 되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신을 사랑하여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를 원하는 악마 시라사기. 그리고 그 악마를 지하로 돌려 보내기 위해 파견된 천사 카라스. 둘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시라사기의 신심과 착한 마음에 점점 끌리게 되는 카라스는 시라사기를 돕기로 한다.

하지만 이들의 행태를 두고 볼 천국과 지옥이 아니었다. 천상에서는 카라스를 잡아들이기 위해 주천사 살리에르가 파견되고, 지옥에서는 시라사기를 불러 들이기 위해 악마 자간이 등장한다. 천국과 지옥 모두에게 쫓기게 된 두 사람(?)이지만,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과연 그들의 바람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실 천사와 악마라고 하면 상대적인 입장에 있는 존재이다. 각각 악과 선을 대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둘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면 이건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건 뻔하다. 물론 악마와 천사, 그리고 천국과 지옥이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판타지적 설정이 되는 건 확실하며, 그렇다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지 못하는 여러 존재들을 접하게 된다.

특히 여러 직위의 천사들이 등장하는데, 이 만화에 등장한 계급으로는 치천사, 주천사, 지천사, 역천사, 능천사, 좌천사, 수호천사등 굉장히 다양한 계급이 등장한다. 게다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사의 모습과는 다른 천사의 모습들.. 우리는 흔히 천사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장식에나 등장할 법한 흰 옷을 입고 날개가 달리고 머리위엔 황금색의 고리가 달린 천사의 모습을 상상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천사들은 신의 군대, 신의 전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직위에 따라 들고 있는 무기가 다르고, 옷도 군복이나 갑옷, 그리고 수트에 트렌치 코트를 갖춰입고 있다. 트렌치 코트를 입은 천사는 유행인지, 미드 수퍼 내추럴에도 수트에 트렌치 코트르를 입은 천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여간 그렇다보니 천사들의 복장이나 차림새가 굉장히 독특하고 멋지다. (피규어로 장식해두고 싶을 만큼)

작화면에서도 굉장히 아름답지만, 이야기 자체도 무척이나 아름답다. 신을 사랑해서 인간이 되길 원하는 악마와 그를 사랑하는 천사. 그리고 신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가 타락천사가 되어 지옥에 떨어진 벨제브브와 그가 사랑했던 천사 살리에르의 이야기까지 이 만화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척이나 위태로운 사랑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더 애절하고 애틋하다.

시라사기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심판의 저울에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걸 올려 놓아야한다. 그것을 알게 된 카라스는 시라사기를 위해 자신을 희생할 결심을 하게 된다. 신은 이들의 사랑을 허용할 것인가. 과연....

여기엔 또다른 재미있는 설정이 있다. 천사들이 믿고 사랑하는 신은 치천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이란 것. 물론 종교를 가진 사람들이 보면 기겁을 할 일이겠지만, 사실 신이란 존재의 유무에 대해서는 누구도 뚜렷한 답을 내지 못한다. 어쩌면 작가는 만들어진 신과 대비한 자신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신을 진짜 신이라고 하고 싶지 않았을까. "네가 바로 나의 신이야"라고 말하는 시라사기의 말처럼.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신이란 존재가 있다면 당신의 아이들(인간)을 이렇게 괴로움과 아픔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난 신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지만, 그건 믿는 사람 나름이란 생각은 한다. 만들어진 신이 아닌 자신만의 신. 그건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부터 나오게 되지 않을까. 

어쩌면 이 만화에 등장하는 치천사들은 신을 만들고 신의 권능을 만들어 냄으로써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부 끔찍한 종교인들처럼. 하지만 신은 억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믿음에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들의 계획은 실패했을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도 괜찮고 작화도 좋아서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지만, 역시 3권으로 끝내기엔 좀 아쉬움이 컸다. 특히 마지막 부분은 너무 달려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는데, 특히 코우모리와 그가 사랑했던 그의 이야기가 좀더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솔직히 코우모리의 정체를 알고 기겁을 했다. 무척이나 가슴아팠던 코우모리의 사랑. 이젠 그에게 벌을 그만 내리고 용서를 해주면 안될까...)

천사와 악마가 등장하는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사랑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다시금 확인해 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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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 Waterloo Bridge 만화로 다시 보는 세기의 명화 3
장윤식.윤영주 지음, 홍금보 그림 / 새롬미디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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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수>는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중의 하나이다. 비비안 리가 나오는 영화를 몇 편 보지 않았지만, 솔직히 말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보다 더 좋아하는 게 바로 이 <애수>이다.
<바람에 함께 사라지다>에서는 비비안 리의 고양이같은 매력이 돋보였지만, <애수>의 비비안 리는 가냘픔과 청순함 그 자체였다. 물론 흑백 영화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컬러판이라 비비안 리의 초록색 눈동자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지만, <애수>는 흑백이라 청초한 매력이 가득했다. 보면서 엉엉 울었던 기억도 나는 <애수>
이 책이 나오자 마자 구입하게 된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하고, 표지의 띠지 그림이 무척이나 분위기 있어 선택했는데, 사실 본편의 작화는 별로다. 물론 내용이 나쁘단 건 아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 - 비비안 리, 로버트 테일러 - 의 모습을 잔뜩 기대했는데, 그림은 왠지 코믹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들 모습이라 실망을 금치 못했다.

물론 그림이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애수라는 영화를 기억하는 영화팬이라면 작화가 주는 느낌에 아연실색해질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주님 왕자님 같은 모습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미적인 느낌은 기대하고 있었다.
하여간 그렇다보니, 슬픈 장면에서도 슬프지 않았다. 가슴 아파야 할 장면에서도 그냥 그랬다.

명작 영화를 만화로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물론 영화 주인공들의 모습을 만화로 그대로 담아 내지 못한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역시 영화속 모습이 내 머릿속에 콱 박혀 있는지라 영화의 감동을 그대로 전해 받지는 못했다.

작화만 좀 더 신경을 써줬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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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3
다구치 란디 지음, 김난주 옮김 / 작가정신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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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읽었을 땐, 도대체 이 여자들 뭐야!! 라는 생각에 화가 났다. 사랑이 밥 먹여줘? 사랑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 돼? 왜 이렇게 사랑에 목숨걸고 바보 같은 짓만 하니..... 란 생각에..
하지만,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왔다.
너도 그랬지 않느냐..하고.
그랬다.
나도 한때는 사랑에 목숨 걸고, 이 사람이 아니면 안돼..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그 사람의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행여나 내가 잘못해서 헤어지잔 소리가 나올까 전전긍긍했다.

사랑이란 건 참 미묘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도 한다. 행복, 기쁨, 웃음을 주던 존재는 그 빛이 바래면서 질투, 원망, 아픔, 슬픔, 비참함으로 이전된다.
바로 사랑이란 감정이 갖는 양면성이다.
아름다우면서도 추한 것이 사랑이랄까.

다구치 란디의 <4월이 되면 그녀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사랑때문에 흔들리고 괴로워하고 아파한다. 난 이 여자들이 겪은 일을 모두 겪은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기에 첨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바보 같아서 지난 일을 금세 까먹는다. 나도 이 주인공들처럼 바보같은 사랑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몇년이 지난 지금은 다 잊어버렸다. 아니 잊으려고 애썼고, 그래서 희미한 기억만이 남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도 그녀들 같았다는 것이다. 쓴 웃음이 나오는 건 자명하다.

솔직히 말해 그런 바보같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나 역시 그랬던 것이기에 강한 반발과 강한 거부감을 가지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잊기 위해, 혹은 누군가를 떠올리기 싫어 술을 마시고 한 번쯤 사랑했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정말 바보같은 짓인줄 알면서도 손은 수화기를 향해 뻗는다. 술이 깨고 나면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심정이 되겠지만, 술김에 용기를 내어본다. 아니 치기일까.

그런가 하면, 오지도 않을 전화를 기다린 적도 많다. 분명히 이젠 전화가 오지 않을 상대인데도 불구하고. 이제나 저제나 전화가 올까 싶어 전화 앞을 떠나지 않지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엉뚱한 전화만 와서 전화를 집어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적도 있더랬다.

너까짓 것 잊어 주마. 내게 남은 건 일이야 일...
이라고 혼자 자위하면서 미친듯이 일에 매달린적도 있었다.

생각해 보면 참 바보같은 짓이었지만, 어차피 한 번은 건너가야 할 과정이 아닐까. 지금도 난 나의 짝을 못만나 혼자 있지만, 예전처럼 사랑을 하고 싶다거나, 이성을 만나고 싶다거나 하는 생각은 별로 안든다. 솔직히 말해서 서른이 넘으니 새로 무언가를 시작해야하는 게 귀찮아졌다. 누군가의 소개를 받든, 아니면 우연히 만나든 간에 처음부터 연애를 시작해야하는 것. 어휴.. 이 나이가 되서 그짓을 또 반복해야돼? 이런 자문이 들기도 한다. 

우리말 속담에 짚신도 짝이 있다고 하지만, 그 짝을 만나는 일이 쉽지가 않다. 
평생의 반려(半侶)를 만난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자신의 짝을 만난 사람을 보면 심술이 생긴다. 난 아직도 이러고 있는데, 넌 참 쉽게도 만났구나 하는 어린애같은 질투가 난다. 하긴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 것이고, 남들이 하면 쉬운 일 처럼 보여도 당사자들은 역시나 힘들었을 텐데 말이다. 

이 소설의 여자 주인공들은 아직 자신만의 사람을 못만났다. 그래서 그렇게 방황하고 힘들어 하고 외로워한다. 사람의 인연이란 억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시간은 가고, 나이는 점점 먹으니 억지로라도 인연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아직까지 이 사회는 혼자 사는 여자, 혹은 나이를 먹고도 결혼하지 않는 여자에 대한 편견이 많아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녀들은 자신의 짝을 만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그게 언제쯤이고, 그동안 또 얼마나 많은 아픔과 외로움과 괴로움을 견뎌야할까. 한명이라도 짝을 만났다면 왠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째 한사람도 제 짝을 못만났다. 지금 나에게 짝이 있다면 좀만 더 견뎌 봐, 틀림없이 너도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라고 말해줄 테지만, 본인 코가 석자다 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그래도 다부지게 자신을 믿고 미래를 믿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도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그래, 내가 너희보다는 늦었지만 진짜 내 짝을 꼭 만날테다!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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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den 가든 : DELUXE - 뉴 루비코믹스 스페셜 007
고토부키 타라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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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토부키 타라코의 책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사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구입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당신은 돌아만 봐도 죄 짓는 남자>는 너무나 엉뚱해서 어질어질해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혹시 이 책도 그런 분위기인가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몇 장을 읽자 마자 그런 생각은 모두 날아가 버렸다.

가든은 장르는 BL로 묶여 있지만, 동성애를 묘사한 장면은 하나도 없다. 분위기나 말 정도로만 묘사되어 있지만, BL이란 장르란 것때문에 고개를 돌려버릴 독자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척이나 안타깝다.

<콘크리트 가든>은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천사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천사라고 하면 하얀 옷에 날개가 달려있고 황금빛의 고리가 머리위에 있는 그런 천사의 이미지만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천사는 그런 이미지는 크리스마스에나 어울릴지 모르겠다.

천사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여기에서는 천사가 과연 어떤 존재인가가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가 늘 생각하는 날개 달린 아름다운 생물이 아닌 신의 군대로서의 위치를 가진 천사. 미드 슈퍼 내추럴에 등장하는 천사도 바로 그런 천사들이다. 지옥의 악마의 군대와 싸움을 하기 위한 존재들. 콘크리트 가든에서는 그 정도까지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으나, 여기에 나오는 천사 토키는 인간을 주식으로 하며, 인간의 전쟁에서 인간을 죽이는 전투 병기로 나온다.

신의 병사로서의 천사나 사람에게 이용되어 사람을 죽이는 존재나 뭐가 다를까.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을 먹는 천사를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이용한다.
키요하루는 토키와 만나면서 그런 인간의 본성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말해서 천사의 피나 남자였던 키요하루가 토키를 만나 여성 천사로서 자각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판티지적 설정일 수가 있다. 하지만, 토키를 천사가 아닌 인간 병기로, 키요하루를 천사 암컷이 아닌 순수한 마음을 가진 존재라 생각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작가님의 의도는 확실히 모르겠으나 그런 은유로 생각해도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전반적으로 인간의 추악한 욕망과 본성, 그리고 연구라는 명목하에 자행되는 인권의 무시등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클락 다운>은 SF를 가미한 만화이다. 아직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평행 세계(혹은 평행 우주) 이론을 만화와 적절히 접목시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사실 평행 이론을 바탕으로 씌어진 책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특히 유명한 것으로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시리즈가 있다. 또한 일본 SF계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이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에 실린 단편 하나도 평행 세계를 무대로 씌어 졌다.

아직까지는 이론으로만 존재하지만 정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늘 해온 내게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운 작품이었다. 거기에다 우정과 사랑의 절묘한 배치는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세 편의 작품중 가장 유쾌하고 즐거웠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DOGALA + MAGLA>는 <콘크리트 가든>의 세계관과 상당히 일치하는 점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이 만들어낸 추악한 세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영화 <아일랜드>나 소설 <나를 보내지마>에서 나온 것과 같은 클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종교계 입장에서는 신성 모독이라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만화에는 언급되어 있다. 바로 만들어낸 신, 즉 예수를 부활시킨다는 부분인데, 픽션이라 해도 상당히 수위가 높다. 물론 난 종교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인지라 그런 면에서는 무덤덤하지만,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에서 예수를 신으로 보느냐 인간으로 보느냐에 대한 문제때문에 잡음이 있었던 만큼, 이런 것이 평범한 설정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신성 모독이나 신에 대한 부정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신을 만들어 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라든지, 클론을 만들어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장기를 적출해내는 도구로 사용하는 비윤리적인 사고 방식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인 시각을 먼저 봐야하지 않을까.   

인간은 자신의 목숨에 대해 욕심이 많다. 물론 살아 있는 생명 중 어느 것이 자신의 생명이 귀중하지 않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인간의 생명 연장에 대한 욕심은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체중 가장 크다. 그게 비록 비윤리적인 수단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말이다.

오래 사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이 가든은 바로 그러한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다. 천사나 클론 같이 판타지적 혹은 SF적 소재가 쓰이고 있긴 하지만, 그 저변에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과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소중한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켜 얻는 것이 과연 아름다운 일일까. 그리고 그러는 한편, 희생되는 누군가를 단지 도구로 바라보는 일이 바람직한 것일까.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무게를 적절하게 배치시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이 작품은 BL팬 뿐만이 아니라 판타지와 SF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도 무척이나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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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water and a sand hill
이마 이치코 지음 / 하이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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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은 BL물이라고 해서 구입을 했다. 근데, 읽으면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첫번째 작품인 flowetr - 바람꽃(風花)의 경우엔 억지로 맞춰 보면 BL물이란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러나 이게 시작 부분인지 아니면 중간 부분인지를 몰라 두 번을 읽은 후에야 대충 감이 잡혔다. 게다가 다음회에 계속이라니!!!! 어질어질하다... (다음편을 볼 수는 있는 건지...)

일단 그런 걸 젖혀 두고 작품들만을 보면 꽤나 괜찮다.
flowetr - 바람꽃(風花)은 <연문>이란 사소설을 쓴 마츠나가 토키라는 작가의 과거를 추적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소설의 내용이 너무나도 사실적이라 그 소설에 등장하는 소년이 마츠나가 토키가 아닐까하는 의혹을 가진 한 남자.

<연문>이란 소설의 내용은 무척이나 충격적이다. 근친 상간과 존속 살해등 세상의 눈으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 소설의 진실은 어디까지일까.

 water - 수용성(水溶性)은 본가의 아들이 죽은 후 첩의 소생이 낳은 사생아가 본가로 들어오면서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미 대학생인 하루히코는 그 집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기가 힘들지만 죽은 형의 그림자가 될 생각은 없다. 그리고 그 집의 딸인 아키는 모범생에다가 용모 단정한 소녀이지만 너무도 일찍 철이 들어 버린 소녀. 밖에서 굴러 들어온 돌과 온실의 화초였던 두 사람의 선택은?

sand hill - 모래언덕(沙丘)은 한 집안에 얽히고 설킨 비밀에 관한 이야기이다.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사랑이란 게 얽히면 이성적이 될 수는 없다고는 하지만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힌 어른들의 사랑에 그후에 태어난 아이들이 고통을 겪는다. 사랑이 죄냐고 묻는다면 이런 경우엔 당신들의 사랑은 죄라고 하고 싶다.

세 편 모두 다크한 분위기이다. 이마 이치코라고 하면 백귀야행으로 유명한 작가인데, 이런 스타일의 만화를 그릴줄은 몰랐다. 근친상간, 존속살해 등 가족이란 말이 가지는 따뜻한 느낌이 아니라 그 뒤에 숨은 어두운 그림자들을 잡아냈다고 할까. 물론 water - 수용성(水溶性)의 마지막은 새로운 희망, 그리고 미래에 대한 도전으로 끝나지만, 나머지 두 가지는 어둡고 음울하다.

특히 마지막 sand hill - 모래언덕(沙丘)의 경우 서로를 좋아하던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 밝혀졌을때 꽤나 충격을 안겨주었다. 사랑이란 건 한없이 아름다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어둠과 얽히면 큰 고통을 안겨준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작품이었다.

BL물이라 생각하고 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작품 자체는 굉장히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물론 충격적인 관계들이나 사건들로 점철되어 있지만, 인생이란 늘 밝은 면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기에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게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그림체를 보면서 언뜻언뜻 쿠니에다 사이카의 그림체와 닮았다는 걸 느껴는데, 왠지 그럴땐 기분이 이상하다. 물론 서너 장면이 그랬지만.....

이마 이치코의 <flower, water, and a sand hill>은 독특한 작품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만족스러워할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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