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 준지의 고양이일기 욘&무
이토 준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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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토 준지라고 하면 호러 만화가로 유명한 사람이다. 뭐, 나도 이토 준지의 만화는 호러 만화밖에 본 기억이 없지만.. 그 유명한 소용돌이와 토모에 시리즈는 왠만한 사람도 다 알정도로 유명하다. 그런 이토 준지가 고양이 만화를 그렸다. 일단 표지를 봐서는 무척 귀엽고 예쁜 고양이 두마리가 우리를 반긴다. 음.. 그러나 뒷 배경에 서 계신 분의 포스는~~~?!

욘과 무는 고양이 이름이다. 욘은 왼쪽에 보이는 토종 고양이, 무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이다. 이 만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토 준지가 지금의 부인과 약혼을 하고 함께 살던 당시 고양이들과 살던 때의 이야기이다. 

욘은 부인이 친정에서 기르던 고양이로 친정 식구들은 모두 고양이를 좋아해 욘은 벌써 네번째의 고양이라 이름이 욘. 무는 이토 준지와 그의 부인이 함께 살면서 입양한 고양이로 다섯번째란 뜻을 가진 고양이이다. 




                <실제 욘과 무의 모습, 특히 욘의 쭉쭉이 장면과 등의 반점에 주목!>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사실 책을 배송받기 전까지 무척이나 궁금했던 건, 과연 호러 만화가가 평범한 고양이 만화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이토 준지는 다르다. 개그와 호러가 절묘하게 섞인 고양이 만화를 탄생시키다니..

예전 이토 준지의 만화에서 소이치가 등장하는 만화를 보면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러나 그 만화에서의 고양이는 외계 생명체(?) 같은 이상한 벌레를 잡아 먹고 괴물 고양이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만화는 그런 판타지풍은 전혀 없다. 다만, 고양이에 익숙치 않았던 작가 자신이 고양이 욘과 문득 마주쳤을 때 느꼈던 무서움 - 그것도 착각에서 나온 - 을 그리고 있다. 욘은 특이하게도 등에 해골 문양(?)의 반점을 가진 젖소냥인지라 밤에 문득 그 모습을 보면 놀랐겠단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양이들은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표현이 되어 있고, 일상에서의 고양이의 모습과 그 매력을 잘 잡아내고 있다. 특히 오뎅 꼬치를 가지고 노는 장면이나, 캣타워등에서 고양이들이 노는 장면등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작가는 부인을 호러스럽게(?) 그려냄으로써 우린 이토 준지가 호러 만화가였던 걸 잊을 수 없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하다.



 

그외에도 많은 그림에서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해 개그와 호러란 장르를 적절히 잘 섞어서 표현해 낸 부분이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기본은 고양이들과의 공동 생활이란 면에 충실하다. 게다가 고양이의 행동적 특징이나 작가의 고양이에 대한 생각등이 풍부하게 잘 살아있다. 특히 무가 중성화수술을 받고 작가를 외면하는 부분이라든지, 먹을 것만 싸악 해치우고 자신의 약혼자 곁으로 가는 모습에 허망해 하는 모습이라든지, 욘이 처음으로 작가에게 쭉쭉이를 허락했을때 기뻐하는 모습엔 연신 폭소가 터졌다. (쭉쭉이 : 일명 써킹. 어미 젖을 그리워하는 행동으로 보통 담요나 스웨터같은 것을 빠는 행동)   

게다가 욘의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에피소드에선 배꼽이 빠지라 웃었다.



                                            <욘이 미닫이 문을 여는 장면>

이 장면을 보고 믿지 않는 사람은 고양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다. 실제로 우리 고양이인 티거는 베란다와 거실 사이에 있는 중문 샤시도 밀어서 연다. (발이 들어갈 틈만 있으면) 이 장면을 보고 우리 티거가 생각나서 - 특히 발을 교묘하게 움직여서 무거운 샤시문을 여는 모습이 - 너무도 즐거웠다.

욘이 굉장히 특징있는 녀석이라 욘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무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무는 노르웨이 숲 고양이라 털도 풍성하고 특히 목에 있는 털이 무척이나 아름답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폭소가 터졌다. 평소 얌전하기만 하던 무.
고양이도 때로 사람을 문다. 보통 발을 이용해 할퀴는 경우가 많지만 고양이에게 물리면 진짜 아프다. 그러나 무가 무는 경우는 애교로 봐야 한다. 나도 이러다가 몇 번 물린 적이 있기에.

고양이와 함께 살면 다양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난 지금 개를 다섯마리 키우고 있지만 고양이는 개와 다른 매력이 흘러 넘친다. 그러한 고양이의 매력을 가득 담아낸 욘&무. 비록 작화가 사실적이고 가끔은 공포스러운 느낌의 그림도 있으나 이토 준지만화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듯 하다. 다른 고양이 만화 중에는 지나치케 미묘(美猫)를 그리거나 고양이의 귀여움만을 살린 만화도 있지만(물론 그런 것도 너무나 좋아한다), 이토 준지의 만화는 최대한 자신의 고양이들에 가까운 모습을 그려낸 점이 좋다.

나에게 제일 마음에 든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역시 마지막 에피소드. 바퀴 달린 의자에 기대어 잠드는 고양이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작가가 고안해낸 방법을 본다면, 작가의 고양이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나고 싶은 사람,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고 싶은 사람, 그러면서도 가끔 모골이 송연한 무서움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28P, 67~68P, 72P, 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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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ek 2010-03-1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사랑스런 이토상!! 논논이 죽고나서 고양이를 키우는가 봐요. 빨리 사서 읽어야할텐데..

글 잘 읽었습니다. ^.^;

스즈야 2010-03-12 13:00   좋아요 0 | URL
이거 정말 강추입니다.. 넘 재미있어요...
귀여운 고양이 + 괴기스러운 사람의 조합이랄까요.. ^^

제리맘 2010-03-12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즈야, 정말정말 대따 많이많이 축하해. ^^*

스즈야 2010-03-12 13:0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궁디팡팡)
 
크리스티앙 - 평생 동안 서로를 기억했던 한 사자와 두 남자 이야기
앤서니 에이스 버크.존 렌달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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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자라고 하면 아프리카의 맹수, 그리고 맹수 중의 맹수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사자는 동물원 우리에 갇혀 잠을 자고 있거나 멍한 눈빛으로 사람을 응시하는 모습의 사자들 뿐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지는 사자들은 그 삶이 척박하기는 해도 눈빛이 살아 있다. 비록 자연의 삶은 혹독하지만 그곳에서 야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자들의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크리스티앙은 1970년대 영국에서 살던 두 오스트레일리아 청년과 함께 살았던 사자의 이름이다. 그들은 헤롯 백화점에서 크리스티앙을 본 순간 크리스티앙을 키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구입을 한다. 현재는 백화점 같은 곳에서 사자같은 야생 동물을 판매 구입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나 이때까지는 그게 허용되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동물을 기른다는 것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 동물들의 수명은 15년정도로 볼 때, 그 기간 전체를 책임져야하기 때문이다. 생명에 대한 책임은 아주 크다. 동물의 생명이라 해도 마찬가지 일텐데, 나도 처음에는 이 두 젊은이가 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해 구입을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었다. 그러나 이들은 크리스티앙을 데려오면로부터 크리스티앙이 사람들과 함께 지내지 못하게 될 경우의 일까지 생각을 했다는 걸 알고 조금 마음이 누그러졌다.

현재도 가끔보면 야생동물을 구입해서 키우는 가정이 서양에는 존재하는 모양이지만, 동물을 기르려면 개나 고양이, 새와 같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도 많은데, 왜 굳이 야생동물을 키우는지 이해가 안간다. 부자들의 취미 정도로 보이지만 꽤나 고약한 취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적에는 귀엽다고 키우다가 몸집이 커져서 감당이 안되고, 야생성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사람을 공격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유기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고 한다. 우리 나라같은 경우 개나 고양이 유기가 많지만 미국같은 경우에는 동물 보호소에 버려진 호랑이나 사자들도 꽤 많다고 알고 있다.



사자 새끼는 작고 귀엽지만 엄청난 성장 속도에 다 크면 몇 백 킬로그램은 훌쩍 넘게 되니 인간과의 도시 생활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앙은 처음엔 고가구점의 마스코트로 두 사람의 반려동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점점 더 덩치가 커지면서 크리스티앙이 거처하게 될 공간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고민끝에 크리스티앙을 사자들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보낼 결정을 하고, 어느 정도의 야생 적응 훈련에 들어가지만, 크리스티앙을 옮기는 일부터 크리스티앙을 방사할 곳의 확보까지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두 청년과 크리스티앙의 만남에서 런던 생활, 야생 적응기를 거치던 리즈 힐에서의 생활, 그리고 크리스티앙의 아프리카에서의 새로운 삶으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크리스티앙은 인간을 아주 좋아하고 인간에게 친근하게 굴었지만 역시 야생동물임에는 틀림없다. 물소와 맞딱드린 순간 사냥 본능이 발동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크리스티앙은 자신의 고향 아프리카에 훌륭히 적응을 해나갔고, 그곳에서 함께 키워지던 사자들과도 친구가 되어 간다. 원래 사자는 고양잇과임에도 불구하고 무리지어 행동하는 동물인지라 혼자서는 살 수 없다. 특히 숫사자는 영역을 지키는 임무를 맡고, 사냥은 암사자들이 하게 되므로 수컷인 크리스티앙이 혼자서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분명 야생동물의 천국이지만, 농토의 개발과 더불어 밀렵으로 인해 야생동물이 살아갈 터전은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인간이 야생의 땅에 발을 내딛으면 내딛을수록 야생동물들은 점점 척박한 땅으로 쫓겨난다. 밀렵이나 인간의 땅 근처에 갔다가 죽임을 당하는 동물들의 새끼들은 고아가 되기도 하는 경우도 많다.

크리스티앙은 비록 사자 이야기를 하고 있으나, 결국은 모든 야생 동물이 가지고 있는, 그리고 현재 야생 동물들이 처한 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이 처음 발행된 것으로부터 벌써 40년이 지나 이미 크리스티앙은 존재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으나, 크리스티앙의 후손은 여전히 아프리카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인간이 욕심부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 한 야생 동물 복원 계획과 보호 계획을 실행한다고 해도 야생 동물들이 차차 멸종해 가는 것을 막기는 힘들 것이다.



비록 우리 인간은 두 청년과 크리스티앙이 나눈 우정과 사랑의 형태처럼 모든 야생 동물과
그런 관계를 가질 수는 없지만, 그 아름다운 생명들이 우리들과 공존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줘야 할 막중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런던에서 생활하는 크리스티앙의 모습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사자는 아프리카에 있어야 제일 아름다운 법이다. 건조하고 뜨거운 사바나에서의 삶과 죽음. 크리스티앙의 영혼은 그곳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하리라.



이 책을 다 읽은 후 유투브에 올라온 사자 크리스티앙이란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1년만에 다시 아프리카땅에서 만난 크리스티앙과 두 사람. 처음엔 쭈뼛쭈뼛하면서 다가오던 크리스티앙이 두 사람을 알아보고 달려와 안기고 얼굴을 부비는 장면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우린 동물들은 흔히 사람을 금방 잊어버린다 생각하지만 생각외로 동물들은 자신과의 유대감을 쌓았던 사람을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장면 하나만을 보고 사자가 애완동물로서도 괜찮지 않겠거니 하는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모든 생명은 있어야 할 그 곳에 있을때 제일 아름답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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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 루비 돌 코믹스 6
타테노 토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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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오랜 기간 사람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아무래도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어 그런 내용을 담은 이야기에 끌리는지도 모르겠다.

타테노 토오코의 오랫동안은 고교 시절 두 친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느 여름 서로를 안았던 한 번의 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그 사실을 입밖으로 내지도 않은채 우정이란 걸 지켜오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날 일을 추억처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을 가진 아베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미야기.

10년이 지난 후 새삼스레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건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면 10년이 지난 후 그날의 일이 기억에조차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여전히 그걸 기억하고 또한 미야기는 여전히 자신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아베는 바보다. 자신이 그걸 신경쓴다는 건 스스로가 잊지 못한다는 것인데, 왜 자신의 감정에 먼저 솔직해지지 못하고 미야기의 마음을 떠보려고 하는 건지. 사실, 미야기가 그걸 잊어 버렸다고 하면 스스로 충격을 받을까 싶어 먼저 자신의 마음에 보호막을 쳐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사랑이란 건 확인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딱 한 번의 일이었다면 더욱더 그럴 수 밖에. 그게 일시적이었고 충동적인 일이었다고 생각했기에 서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이고, 10년이란 세월동안 그것은 모호해져버렸을 것이다. 그때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만 했더라면 그 오랜 시간을 돌아오지는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바보같은 두 사람. 하지만 이미 고교생도 아니요, 어른이 되어 버린 두 사람이 그 이야기를 입밖으로 내기는 무척 어려웠을거란 생각이 든다.

두번째 이야기는 고교생 커플의 이야기이다. 학교짱인 3학년 세오와 건방진 2학년 후카다의 비밀스런 사랑. 고교생 이야기답게 풋풋하고 귀여웠다. 특히 겉으로는 서로를 적대시해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니 얼마나 애달팠을꼬.....

그림체가 전혀 땡기지는 않지만, 이야기는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특히 오랜기간 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마음을 서로 확인하게 된 순간이 무척이나 따스하고 좋았달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BL이란 장르는 나의 로망을 담고 있으니 가끔은 이런 비현실적인 감각도 무척이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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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와 시미코의 살아있는 목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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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제 1권.
내가 호러라는 장르를 무척이나 좋아하긴 하지만, 일본 호러 작가들을 접해본 기억은 거의 없다. 있다고 해도 이토 준지만을 떠올리는 난 요즘 다른 작가들에게도 눈을 돌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일본 호러에 대해 조금 안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요괴 이야기는 무척 좋아하지만 호러란 장르는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맞지 않다고 할까. 그래서 호러 장르는 서양쪽을 즐겨 봤었다. 하지만 요즘 일본 호러물에 손을 대면서 무척이나 즐겁다. 모로호시 다이지로도 최근 접하게 된 작가인데, 독특한 느낌이 살아 있는 작가랄까.
물론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만을 접했기에 이것 하나로 작가의 이미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알고는 있지만..

시오리와 시미코. 일단 여고생 콤비이다.
호러라는 장르와 여고생 콤비라. 일단은 왠지 안어울릴 것 같지만, 읽으면서 그런 생각은 싸악 날아가 버렸다. 일단 표지에서 목을 들고 있는 쪽이 시오리이고, 뒷편에 자전거를 타고 안경을 쓴 소녀가 시미코로 집은 헌책방을 하고 있다.

살아 있는 목은 연작 단편으로 표제작 외에도 많은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인 살아 있는 목을 읽고서는 난 무슨 호러 만화 분위기가 이래?라는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세상에나 토막 살해되서 유기된 사체의 목을 집안에서 기른다? 게다가 시미코는 <살아있는 목의 사육법>이란 책까지 들고 등장한다. 왠지 수상한 헌책방의 느낌이 풀풀 나지 않는가? 정답! 시미코네 헌책방은 기기묘묘한 책으로 가득하다. 여느 헌책방과는 달리 수상한(?) 책들로 가득한 곳인데, 시미코네 헌책방의 책들도 이후 꽤나 많은 등장을 해서 즐거움을 더해준다.

그외에도 100년에 한번 꽃이 피는 백년앵에 관련한 사연이라든지, 묘한 소문이 깃들어 있는 언덕, 친구가 쓴 호러 소설이 현실화 되는 이야기는 왠지 여느 괴담에나 나올법한 소재이지만, 쿠트르라는 소녀가 나오면서 괴담을 벗어나 판타지같은 이야기로 어느새 흘러 간다.

게다가 이 시오리와 시미코는 엉뚱하기 그지 없다. 뭐, 시오리의 경우엔 친구들도 인정한 나사 몇 개 빠진 아이라는 말이 정답일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어느 평범한 여고생이 집안 수조에서 사람의 머리를 기르겠는가. 또한 시미코 역시 묘한 책들로 가득한 헌책방을 하다 보니 왠만한 것에는 눈도 깜짝 하지 않고 너무나 순순히 받아 들인다. 이 괴짜 여고생 콤비와 함께 이런 저런 사건을 겪다 보면 정말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이 진실인지 헷갈리게 된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솔직히 이런 세계가 없으리란 법은 절대 장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니까.

호러라는 장르에 엉뚱한 유머 코드를 삽입해 새로운 호러 장르를 보여주고 있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총 6편이 번역 발간되어 나와있는데, 다음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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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뱀 - 히노 히데시 걸작 호러 단편 시리즈 1
히노 히데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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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에 이 책을 봤을땐, 뭐 이런게 다 있나 싶었다. 사실 그림체도 그렇고 이야기도 도무지 이해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노 히데시. 일본 만화계쪽에서는 무척이나 유명한 작가인 듯 하지만, 나로선 처음 접하는 작가인지라 호기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일본 호러 만화라고 하면 이토 준지를 제외하고는 잘 모르는 나였기에 새로운 작가의 책을 본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나 마찬가지다.

붉은 뱀은 거대한 나무로 둘러싸인 미궁과 같은 집에 사는 일가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조부모, 부모, 누나, 그리고 소년.
소년은 늘 이 집을 탈출하고 싶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왜인지 숲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몇 시간씩 헤매다 보면 늘 집 앞에 와 있게 된다.
그리고 집안도 구석구석 거울이 세워져 있어 그곳을 지나갈 수 없게 되어 있다. 할아버지의 말로는 그 거울은 요괴가 나올 수 없도록 봉인해 둔 것이라 하며, 그 거울 너머에는 지옥의 문이 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는 음... 이해가 되는 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후로 나오는 가족들의 모습은 나의 이해 범위를 넘어 갔다.

닭의 분장을 하고 나뭇가지로 둥지를 만들어 닭 행세를 하고 있는 할머니, 아버지는 그런 할머니에게 늘 달걀을 가져다 준다. 할아버지와 어머니와의 관계도 미묘하다. 할아버지의 턱에 있는 혹을 늘 주물러준 후 피고름을 짜내는데, 내게는 그것은 일종의 근친상간을 완곡하게 표현해 놓은 것으로 보였다. 왜냐하면 나중에 할아버지의 혹에서 나온 피고름이 어머니의 얼굴에 뿌려지는데, 그후 어머니는 임신을 하게 되고 괴물같은 아이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게 따지면 할머니와 아버지 역시 묘한 관계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른 가족에 대한 할머니와 아버지의 적대감, 또한 할머니가 사라진 곳에는 커다란 알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결국에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반목으로 서로를 죽이게 되는데, 이건 아버지의 마더 컴플렉스, 혹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선 아버지가 자신의 아버지를 몰랐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가족간의 근친 상간을 표현하는 듯한 장면도 충격적이지만, 누나 역시 처음엔 벌레, 나중에는 뱀과 마치 교합을 하는 듯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었다.

거울을 지나서 집안 깊숙이 들어가면 나오는 지옥문. 아마도 이 가족들이 살고 있는 곳은 지옥의 안쪽이 아닐까. 지옥문을 열고 지옥으로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은 죄로 인하여 지옥속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형벌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윤회를 거듭해도 자신의 죄를 씻지 못하고 똑같은 죄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가족들. 그들에게는 더이상 구원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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