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와 시미코의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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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제 5편.

아마도 요번 책이 제일 호러물에 가깝지 않을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1~4권까지가 호러물이 아닌 것은 아니지만, 워낙 뒷통수 치는 유머 코드가 많아서 웃었던 기억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카이씨의 망설임>은 제목은 별 것 아닌 것 같은데, 알고 보면 마을 괴담에 관한 것이다. 일본에는 무슨무슨 학교 7대 불가사의니 뭐니 하는 괴담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이 단편은 시오리와 시미코가 살고 있는 이노아타마 마을의 7대 불가사의에 관한 것이다. 모모케 신사의 검은 중, 너구리 춤판, 이리와 이리와, 출구가 없는 창고, 케치고야의 지배인, 모모케 신사의 노점 + 1. 요렇게 일곱개이다.

사실 괴담이란 건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법. 우리도 학교 다닐때 이순신 장군 동상 괴담이나 신사임당 동상, 유관순 누나 동상등에 관한 괴담을 많이 이야기 했었던 기억이 난다. (밤만 되면 걸어다닌다나 뭐라나..) 또한 어느어느 아파트는 화장터 위에 세워졌다느니..(이건 실제로 있는 일이다. 내가 사는 곳에 그런 아파트가 실제로 존재한다)

괴담이란 건 보통 구전이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보면 와전되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아예 근거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견마의 보물>은 전국시대로 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근거해(? 아마도) 전해지는 보물에 관한 이야기. 그러나 그 보물의 정체는? 힌트는 제목에 있음.

<제노 부인의 차>는 무언가 잃고 나서 얻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일까.. 란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 단편. 사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무언가를 버려야한다는 것이 진리일지도 모르겠다. 

<우물 안에서 노래를 읊조리는 물고기>는 우물과 관련된 괴담. 우리 나라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일본은 우물이나 연못같은 것이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입구와 같은 존재인 듯. 어찌 보면 신빙성 있는 이야기일지도?
그러나 그 시인 부부의 죽음은 동반 자살이었을까, 아니면...?

<마술>은 가장 호러다운 호러만화였다. 악마를 불러내는 그림을 둘러싼 이야기.

<무언가 마을로 찾아온다>는 호러 코미디? 고치 공주란 묘한 생명체등이 등장하는데, 사실 고치공주는 한 마을을 먹고 기존을 마을을 리뉴얼 시키는 존재? 음. 새로 태어나는 건 좋지만, 그래도 그런 식은 싫다...랄까.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를 보면 참 소재가 다양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존의 괴담이나 전설등에서 따온 것도 있고 순수 창작물도 있는데, 그것을 활용하는 작가의 능력이 참 대단하다 싶다. 무섭게 만들면서도 거꾸로 웃기는.. 하여간 독특한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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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지 이야기 1~10 세트 - 전10권
야마토 와키 지음, 이길진 옮김, 무라사키 시키부 원작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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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일본에서 겐지이야기(원제 : 源氏物語天年記) 애니메이션 방송을 한다는 소식에 무척 설렜다. 그리고 그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사라지지 않는다. 헤이안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겐지이야기는 그림체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물론 배경이 되는 풍경이나 건물 등도 아름다웠지만 역시 그 시대의 의상이 제일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할까. 고귀한 집안의 여성들이 입는다는 8겹의 옷. 그 색감이 어찌나 고운지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총 11화로 종방되었기에 그 방대한 분량의 이야기가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겐지가 스마로 유배가는 이야기까지만이 수록되어 있어 그 후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리하여 구입하게 된 겐지이야기. 
만화책이라고 하기엔 다소 비싼 금액이었지만,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고 생각한다. 모든 페이지가 컬러는 아니지만, 컬러 페이지가 수록이 많이 되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배가 시켰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화. 배경이나 소품하나까지도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작가가 얼마나 공을 들인 작품인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총 10권으로 구성된 겐지이야기 중 8권까지는 겐지의 탄생에서 성장, 사랑과 이별, 그리고 겐지의 죽음까지를 담고 있는 부분이며, 9권과 10권은 겐지의 아들과 손자의 이야기인 우지 10첩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겐지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뭐 이런 불한당같은 사람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여성 편력이라고 해야하나, 하여간 현대를 사는 내가 보기엔 그의 사랑이란 것도, 그 시대 여인들의 사고 방식도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다. 게다가 그가 사랑했던 여인들이 두 손을 꼽아도 모자랄 정도였기 때문이다.
 
황자로 태어났지만 권력 다툼의 피해자로 만들지 않기 위해 겐지라는 성을 받고 신하라는 신분이 된 겐지 히카루.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릉 여의었다. 그런만큼 어머니의 사랑이 그리웠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어머니와 꼭닮은 후지츠보노미야를 보고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그후에도 후지츠보노미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수많은 여성들과의 염문을 뿌린 겐지 히카루. 비록 정실 부인은 있었지만 그녀는 겐지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러하기에 더더욱 다른 여성들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황족으로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겐지 히카루. 그리고 그가 처음으로 사랑한 건 의붓어머니이자 아버지의 아내였다. 모성애에 대한 갈구, 첫사랑의 아픈 기억과 더불어 황자란 신분은 그를 더욱더 외롭게 만들었을 거라 생각한다. 주변에서 아무리 그를 칭송한다고 해도 그건 육친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할 법이니까. 게다가 권력 암투의 장인 황궁에서의 삶은 순조롭지 않았을 것이 당연하다.

겐지의 여인들 중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로쿠죠노미야스도코로, 유가오, 무라사키노우에, 스마에 유배되었을 당시 만난 아카시노우에 등이다. 특히 로쿠죠노미야스도코로는 학문과 재색을 겸비한 미녀로 이전 동궁의 아내였다. 그녀는 겐지에 대한 사랑과 집착이 도를 넘어선 나머지 생령으로까지 등장한다. 후지츠보노미야같은 경우는 의붓어머니지만 그 사이에 아들을 하나 두었고, 그는 레이제이천황이 된다. 스마에서 마난 아카시노우에와의 사이에서 난 딸은 황후가 되고, 정실이었던 아오이노우에와의 사이에선 유기리란 아들이 있었고, 나중에 재상자리에 오르게 된다. 무라사키노우에와의 사이에서는 비록 아이는 없었지만, 무라사키노우에는 겐지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수많은 여인이 있었지만 정작 아이는 셋. 그러나 하나는 황제가, 하나는 황후가, 하나는 재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모두 훌륭하게 장성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겐지이야기의 주된 테마는 겐지의 사랑이야기이겠지만, 겐지이야기는 겐지의 사랑이야기만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비록 잠시 언급되긴 해도 히카루 겐지의 이복형의 어머니 고키덴뇨고가 겐지를 황궁에서 밀어 내기 위해 온갖 수를 다쓰는 일이나, 좌의정과 우의정파로 나뉜 정치, 그리고 겐지의 아버지가 동궁(겐지의 형)에게 황위를 물리고 난 후 외척들이 권력을 잡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시 궁궐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문제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 하나 더 신경써서 봐야 할 것은 역시 그 시대를 살아 가던 여인들의 모습이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혹은 새장안의 새처럼 집에 갇혀 정해준 남성과 결혼을 해야 했던 여성들. 게다가 그 시대에는 일부 다처제가 허용이 되었고, 귀족 신분 이상의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에 둔 여성을 강간이라는 형태를 통해 아내로 취하는 일도 많았다. 원치 않은 상대에게 받는 수모. 그러나 그 여성들은 그것을 묵묵히 감수했다. 하긴 집밖으로 나갈 수도 없는 그 시대 귀족 여성들이었다면 어쩔수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현대 시대처럼 남녀가 결혼을 한 후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이었기에 당연히 여성들은 사랑하는 남자가 자신을 찾아오기만을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남자들이 마음만 먹고 꺾으려고 하면 꺾이는 꽃. 그게 바로 그 시대 여성들이었다. 

황자의 신분으로 태어나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또한 사랑하면서 살아갔던 히카루 겐지. 그러나 묘한 것은 그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느 형태로든 그의 곁을 하나둘씩 떠나게 된다.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인은 아버지의 아내였고, 정실 부인 아오이는 아들 유가오를 출산한 후 불귀의 객이 되었다. 로쿠죠노미야스도코로는 생령이 되어 나타날 정도로 겐지를 사랑했지만 결국 이세의 신궁으로 떠났고, 첫사랑이자 자신의 아들 레이제이 황제의 어머니였던 후지츠보노미야는 선황의 붕어 이후 비구니가 되었다. 게다가 정말 사랑했던 유가오는 너무나 일찌감치 죽어버렸다. 

사랑을 하고 손에 넣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모두 겐지 히카루의 곁을 떠났다. 그러한 것이 겐지 히카루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점점 더 사랑을 찾고 사랑을 갈구하게 만들지는 않았을까. 처음엔 그의 여성 편력에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그가 뼛속까지 외로웠던 사람이란 걸 생각해 보니 그런 점이 수긍이 가고 이해가 간다.  

일본의 역사를 통틀어 봐도 가장 평안하고 부유했던 헤이안 시대.
그 시대상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사랑을 잘 담아내고 있는 겐지이야기. 비록 등장 인물은 너무 많고, 또한 이름도 별명이나 관직명으로 불려 헷갈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지만, 그러한 부분은 책뒤에 수록된 주요 인물 계보와 등장 인물 소개를 통해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된다.

1,000년이란 세월동안 그  빛은 전혀 바래지 않았고, 여전히 최고의 로맨스로 생각되어지는 겐지이야기. 일생을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았던 한 남자, 겐지 히카루의 이야기는 지금도 우리를 설레게 하고 매혹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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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
정인섭.전민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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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잠을 잘못자는 편이다. 불면증은 아니지만 잠자는 시간이 불규칙적인데다가 잠귀가 밝은 편이라 작은 소리에도 눈이 떠지곤 한다. 이런 저런 방법을 다 동원해 봐도, 억지로 잠을 청하면 청할수록 오히려 눈이 말똥말똥해지니 이만저만한 괴로움이 아니다.

잠은 보약이라고도 하고, 피부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둥 수면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건 내겐 다른 나라 이야기. 베개에 머리만 대면 5분안에 잠든다는 건 내겐 꿈같은 이야기. 피곤하고 눈이 따가워도 불만 끄면 잠이 안와 불을 켜 놓은 채로 몇시간 잠을 자도 피곤은 쉬이 풀리지 않는다. 밤에 잠을 못자면 낮잠이라도 자면 될 것 같지만, 의외로 밤잠과 낮잠은 다른 점이 많아 낮잠은 잠깐의 피로는 풀어줄지언정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지는 못한다.

그러던 차에 내 눈에 띈 한 권의 책.
표지부터 귀여운 양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이 책의 제목은 <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이다.
일단 구성을 살펴보자면 본 책과 제품 사용 메뉴얼, 그리고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이 들어가 있는 cd로 구성이 되어 있다.

 
본문을 보면 글씨는 하나도 없이 그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첫 페이지에 풀을 뜯고 있는 양이 등장한다.  다음 페이지엔 새로운 양 한마리 추가. 그리고 또 한페이지를 넘겼더니 제일 처음에 나왔던 양이 잠들어 있다?! 먼저 나온 양이 잠들면 또다시 새로운 양이 등장. 이번에 두마리, 그중 한마리는 자고 한마리는 아직 눈이 말똥말똥하다. 궁금한 마음에 다음 페이지를 넘겨 보면 두 마리가 사이좋게 자고 있다. 그런 식으로 양이 한마리씩 늘어가고, 새로운 양이 기존의 양들은 수면 상태로 들어 간다. 이러한 식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이어지는데, 계속 보다 보면 슬슬 눈이 감긴다. (이건 진짜!) 

 
새로운 양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어떤 녀석이 새로 등장하는지도 궁금하고 또 먼저 잠든 양들은 페이지를 어느 정도 넘기다 보면 잠든 자세가 바뀌거나 한다. 그러하기에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졸린 눈을 애써 뜨면 마지막 페이지까지 봤다. 페이지를 넘길 수록 양들의 숫자가 점점 증가하기 때문에 잘 살펴야 한다. 게다가 하얀 양들만 등장하는 게 아니라 빨간양, 검은양, 노란양, 파란양 등 색상도 다양하고, 자전거를 타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연주한는 양도 있다. 심지어는 낙하산까지 타고 등장한다. 

  
난 처음엔 책만 봤는데, 양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하나씩 잠들어 가는 모습을 보고 책을 덮은 후 자려고 눈을 감으니 양을 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양들이 내 눈앞에 동동 떠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석들 털에 코를 묻고 잠들고 싶은 기분이랄까. 그런 기분좋은 느낌이 들었다. 

                                  
부록인 제품 사용 매뉴얼에는책 활용 방법이라든지, 제품 성분, 주의 사항과 부작용등 재미있는 문구가 있어 또 한번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한 cd에 수록된 클래식 음악의 제목과 작곡가까지 수록되어 있어 cd쟈켓이 없는 cd를 들을 때의 불편함도 줄여 주었다.  


                                  
cd에는 총 15곡의 클래식 음악이 수록되어 있는데, 중저음의 소리를 내는 악기를 이용한 잔잔하면서도 템포가 약간 느린 곡들 위주로 선정이 되어 있다. 바흐, 브람스, 베토벤, 슈베르트 등 유명 작곡가들의 곡은 꼭 잠을 자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조용한 음악을 듣고 싶을 때도 딱 좋을 정도이다. 


    
이 장면은 cd에 함께 수록된 애니메이션의 몇 장면을 캡쳐한 것으로 잘 보면 양들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 볼 수 있다. 오르골 음악에 맞춰 양들이 나타나 잠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 잠든 걸 깨워서 다시 자는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이다. 다행히 이것이 애니메이션이므로 무한정 반복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러나 분량은 아쉽게도 3분 정도. 수동(?) 애니메이션이라도 보고 싶으면 본 책을 들고 페이지를 휘리릭 넘기는 수고를?!

이 책은 잠자기 전 잠을 불러 오게 하는 용도로도 좋지만 틀린 그림 찾기 하는 용도로도 더할 나위 없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부록 cd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 될 것이다. 꽉꽉 알찬 선물 세트 같은 <잠을 재워주는 100마리 양>. 너무너무 귀여워서 한 번 손에 잡으면 놓기 싫어질지 모르겠다. 나처럼.

<사진 출처 : 책 + 소책자 +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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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인이 있다! 세미콜론 코믹스
하기오 모토 지음, 서현아 옮김 / 세미콜론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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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11인의 우주용사'의 원작 만화인 <11인이 있다!>.
그러나 내 머릿속 기억 저장고를 온통 헤집고 다녀 봐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 혹시 제목을 잊어버린 게 아닌가 싶어 본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두 번을 읽었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억이 없다. 아무래도 난 못봤던 애니메이션이었던 듯한데, 1991년에 우리나라에서 방송을 했다면 난 ?학생이었으므로 당연히 안봤을 것 같긴 하다. (당시의 내 취향에는 안맞았을지도..)

어쨌거나 애니메이션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대신 책을 열심히 봤다. 첫번째는 줄거리 파악 정도로, 두 번째는 그림에 집중을 해서. 사실 이 만화가 그려진 것이 1970년대이므로 작화 방식은 꽤나 옛날 그림체이다. 게다가 우주복같은 것이나 우주 장비는 조금 어설퍼 보이긴 하나 우주선은 꽤나 멋지게 그려져 있다. 그래서 처음엔 옛날식 작화가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금세 이야기 속으로 빠져 들어 난 12번째 수험생이 되어 이들과 함께 고락을 함께 하게 되었다. (물론 상상속에서)

이 작품집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 진다. 첫번째는 우주대학 입학 시험과 관련한 <11인이 있다!>와 그후의 이야기를 담은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이 바로 그것이다.

<11인이 있다!>란 제목은 처음 봤을 때, 혹시 우주에도 유령이 출몰?? 이런 엉뚱한 상상을 했지만 곧 그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전(全) 우주 시대, 온갖 성계에서 모여든 수험생들의 각양각색의 모습과 문화. 같은 성계 출신은 있지만, 같은 나라는 없기에 어쩌면 문화적 관습적인 면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앞서 10명의 수험생이 탑승해야할 우주선에 11명의 수험생이? 과연 11번째 수험생은 어떤 목적으로 이 우주선에 타게 된 것일까.

그후로 서로를 의심하고 반목하지만, 그러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면서 우정을 쌓아간다. 위험한 상황들이 닥쳐 오고, 그들은 살아 남기 위해, 그리고 입학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역시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힘든 일을 함께 겪어나간 동지들이기에 그 믿음은 더욱 굳건하게 된다. 전원 합격이란 통지를 받은 후 11번째 수험생의 정체가 밝혀지고 11번째 수험생의 목적이 밝혀지면서 이 만화는 우리에게 한가지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상대를 믿는 것은 상대를 의심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란 것을...

이 만화의 배경이 된 우주도 그렇겠지만,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구에도 수많은 인종과 나라가 있다. 그 나라들은 서로 우정을 나누기도 반목하기도 한다. 지구란 한정된 공간에서도 수없이 많은 전쟁이 일어나는 지금, 우린 이 만화를 보면서 서로간의 이해와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동쪽의 지평선 서쪽의 영원>은 우주대학 시험 합격후 파일럿 수업을 받은 타다와 프롤이 아리토스카 레의 마야왕 바세스카의 초대로 그의 행성으로 간 후의 이야기이다. 전통과 진보가 서로 반목하고, 급진파는 전쟁을 일으키고자 한다. 거기에 두즈란 행성이 끼어들어 서쪽 땅인 아리토스카 레와 동쪽 행성인 아리토스카 라의 싸움을 부추긴다. 왠지 두즈를 보면서 군수사업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미국이란 나라가 떠올라버렸다. (笑)

전쟁이나 평화냐.
이는 인류 역사를 점철해 온 큰 줄기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전통이냐 진보냐도 인간의 문화사에게 큰 흐름을 이끌어온 것이다. 전쟁보다는 평화가 좋다는 걸 알고 있지만 사람의 욕심은 전쟁을 통해서라도 권력과 부를 창출해 내고 싶어 한다. 또한 전통을 고수하는 자는 과학기술을 경멸하고 진보를 주장하는 자는 전통의 낡음을 우습게 본다. 하지만 전통과 진보가 조화를 이룰때 더욱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서로 다른 인종,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상대를 믿고 우정을 나누는 일, 그리고 전통과 진보의 조화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비록 이 만화는 1970년대에 그려진 것이지만 현대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집어 내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인류가 멸종하는 그날까지 지속될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갭을 점차로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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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IT’S ME (MARBLE COMICS) (コミック)
야마시타 토모코 / ソフトライン 東京漫畵社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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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시타 토모코의 YES IT'S ME는 표제작 포함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나머지는 연작이나 번외편이라 편수에서 제외) 일단 표지를 보면 - 특히 뒷표지- 웃음이 팟하고 터진다. 게다가 책 소개글을 보면 더욱더 웃음이 터진다. 그리고 각각의이야기를 읽다 보면 역시 야마시타 토모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目蓋の裏にて恋は踊りき는 미술을 전공하는 두 학생이 주인공이다. 하나는 밝고 귀여운 녀석으로 데레데레하는 게 매력이고, 하나는 음침한 츤츤 캐릭터이라고 할까. 하지만 사랑에는 서투른 두 녀석. 고백하기 그리 힘들더냐...

彼女は行方不明는 이 단편집 중 유일한 학원물. 행방불명이라고 소문이 난 한 학교의 여학생을 찾기 위한 두 소년의 여름 여행을 주로 담고 있다. 여학생을 찾아 한 번 해볼(?) 생각인 코바야시와 그녀석을 좋아하는 다른 야나기. 남자와 남자란 것때문에 고백조차 해 볼 용기도 못내고 결국 그 여학생에게 화풀이를 하는 야나기와 여학생 집을 찾아가지만 결국 아무 소리도 못하는 코바야시. 알고 보면 코바야시는 진짜로 그 여학생을 좋아하고 있었는지도.. 이런 어린 바보들.

minun musiikki 는 표제작을 제외한 단편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한 오케스트라 멤버인 키요스케와 후키. 키요스케는 피아노를 후키는 콘트라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서로에게 마음이 있지만 서투른 그들. 키요스케는 후키에게 부인이 있다는 이유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걸 주저하고 있다.

그들이 피아노 앞에 앉아 나누던 이야기, 후키의 고백과 키요스케의 눈물. 그리고 맞잡은 손으로 연주되는 그들만의 화음.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다.

YES IT'S ME와 YES IT'S YOU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두 남자 이야기. 유치원부터 초, 중, 고, 대학을 지나 창업후 사장과 부사장이 된 에노키(통칭 버섯군)과 토마(일명 토마스)의 상큼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꿉친구란 설정도 좋지만, 하나는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좋아하는 자뻑 왕자님 캐릭터이고, 하나는 은근 자신만만맨이라고 할까.

넌 날 좋아하지?라고 당연한 듯 묻는 버섯군의 대담함에 토마스는 당황을 하지만 왠지 신경이 쓰이는데... 바퀴달린 의자를 돌돌돌 끌고 와서 에노키와 대화를 하는 토마스의 모습이나, 문자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 받는 둘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웠다. 아니 상큼 그 자체? 전혀 낯간지럽지 않게 사랑의 고백이란 걸 담아낸 이 단편, 너무 마음에 들었다.

Loathe!는 정말 짦은 단편인데 무척 인상에 남는 것 중의 하나. 속마음과 겉으로 표현하는 말투가 영 상반되는 한 녀석과 그 녀석에게 괴롭힘 당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랄까? 앗.. 괴롭힘이라고 해서 괜히 이상한 상상은 마시길... 현관앞에서 벌어진 일이니까.. (음.. 이렇게 말하면 더 이상한 망상을 하게 되려나???) (笑)

夢は夜ひらく는 여장 남자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왠지 여장을 하는 남자라면 악취미같은 생각이 먼저 들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겐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 란 그런 느낌을 받았달까. 차분하면서도 애틋함이 묻어났던 그런 단편.

주인공들의 나이대도 직업도 천차만별. 그리고 설정도 각양각색.
같은 작가의 단편이지만 무척이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YES IT'S ME.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는 무척이나 현실감 있는 이야기를 잘 풀어낸다. 그래서 무척이나 공감가고 무척이나 즐겁다.

하지만 원서는 읽기가 좀 까다롭다. 뭐랄까, 죄다 남자 말투에, 한자 옆에 후리가나가 거의 달려 있지 않아서 읽는데  애를 먹게 만든다고나 할까. 뭐, 한편으로는 더욱더 일어 공부에 매진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만드니, 어쩌면 나에겐 더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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