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쪽빛문고 5
다케타쓰 미노루 글.사진, 안수경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야생 동물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야생이란 무엇일까. 자연속에서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사는 동물을 야생 동물이라 한다. 물론 도심에서도 사람에게 길러지지 않은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동물을 야생 동물이라하기도 한다. 즉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아닌 동물은 모두 야생동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집에서 반려인과 살아 가는 동물들은 적절한 먹이 급여와 잠자리 확보, 그리고 병이 났을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서 살아가지만 자연 그대로의 삶을 살아 가는 동물들은 매우 힘겹게 살아가야 한다.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와 더불어 먹이 확보도 힘들다. 그러나 요즘은 그러한 것 뿐만이 아니라 인간의 위협으로부터도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 야생 동물의 운명이 되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산은 파헤쳐지고 강과 바다는 메꿔진다. 야생동물들이 서식지를 벗어난다는 것은 죽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원래 야생 동물은 인간의 손을 타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러운 상태일때에 한해서이다. 인간에 의해 서식지를 잃고 목숨의 위협을 받게된 야생동물은 인간이 돌봐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러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 바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이다. 수의사 다케타쓰 미노루는 홋카이도에 야생동물을 위한 진료소를 세우고 다치거나 병든, 그리고 부모를 잃은 어린 야생 동물을 돌봐 주고 있다. 그 종류는 새를 비롯하여 사슴, 여우, 너구리, 곰등 아주 다양하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혀 머리에 혹이 난 딱따구리

새들은 유리에 비친 숲이나 나무를 보고 그거에 앉으려다가 부딪히기도 하고, 유리창인줄 모르고 날아 오다가 부딪히는 경우도 많다. 심한 경우 입원을 해야하지만 경상인 경우 정신을 차리자 마자 퇴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농약에 중독된 왜가리, 낚시 바늘에 다리를 다친 고니, 기름으로 날개가 오염되어 날지 못하는 물새등도 이 숲속 동물 병원의 환자들이다.



                                 처음 입원을 하면 약욕(약물 목욕)을 시킨다.

야생동물은 자연에서 살아 가기에 외부 기생충, 내부 기생충이 들끓는다. 그중에는 사람에게 옮는 것도 있고 치명적인 것도 있다고 하니 약욕과 구충은 필수임에 틀림없다.



                                             유도 배변을 시키는 장면

너무 어린 새끼의 경우 스스로 배설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유도 배변(사람이 인위적으로 배면을 시켜줌)을 해줘야 한다. 따뜻한 물로 적신 휴지나 손으로 생식기 주위를 문질러 주면 배변을 한다. 이것은 어미가 혀로 핥아서 배변을 시켜주는 것을 대신하는 것이다.





숲속 동물 병원에는 여러 동물들이 함께 생활한다. 물론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을 구분해 놓기는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동물들이 친구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있는 것 보다는 역시 다른 동물과 함께 있는 편이 회복도 빠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에게 익숙해지는 것은 입원후 생활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숲속 동물 병원 환자들을 위한 먹이

홋카이도의 겨울은 길고 혹독하다. 따라서 가을에는 겨울에 동물들을 먹일 식량을 가득 마련해 두어야 한다. 사료대신 자연에서 얻은 것을 사용하는 것은 나중에 퇴원한 후 직접 먹이를 찾아야 할 동물을 위한 배려이다.




                                               퇴원 전 먹이 찾기 연습 장면

처음 입원을 하면 먹이를 접시에 담아주거나 하지만 퇴원할 때가 되면 자연에서 먹이 찾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대야에 미꾸라지를 풀어 잡아 먹게 하고, 나무에 애벌레를 넣어 찾아 먹을 수 있도록 한다. 야생동물은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하기에 이러한 과정은 필수이다.




퇴원전에는 자연 방사 훈련도 거쳐야 한다. 늘 병원내에 있다가 갑자기 자연으로 나가면 동물들은 낯설어하게 마련이니까. 지금은 저렇게 행복하지만 언젠가는 이별이 찾아 온다. 아무리 야생 동물이 귀엽고 사람과 친근하다고 해도 야생 동물로 태어난 이상 자연에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리라.

인간의 편의를 위해 산은 깎여 논밭으로 개간이 되고 그 곳에는 농약이 뿌려진다. 강과 바다에선 불법 설치된 통발이나 버려진 그물, 낚시 바늘 등으로 인해 동물들이 상처 입고 죽어간다. 기름 유출로 날개가 기름 범벅이 된 새는 더이상 날지 못하고 죽어간다. 좀더 가깝고 빠른 길을 위해 만들어진 도로에서 야생 동물들은 목숨을 걸고 먹이를 찾으러 가야한다. 그러다 보니 로드킬을 당하는 야생동물의 숫자도 부쩍 증가했다.

인간때문에 다치고 죽어가는 동물들. 그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바로 인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동물의 목숨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불쌍하지만 사실상 일반인으로서는 야생동물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어 주지 못한다. 그러나 저자 다쓰타케 미노루는 수의사란 입장을 잘 살려 야생동물 진료를 30년가까이 해오고 있다. 처음엔 야생 동물 진료가 불법이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금은 야생 동물 구조와 치료가 활성화되어 다치거나 부모를 잃은 야생동물의 구조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피해를 당하는 야생동물의 수에 비해서는 아직 미약하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다치거나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새끼 동물들은 치료한번 못받은채 쓸쓸히 죽어갔을 것이다. 이러한 불운을 겪는 야생 동물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그러한 일을 겪어야 할 야생동물의 수가 하루라도 빨리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따스한 눈으로 바라 본 야생 동물 사진. 그리고 그러한 야생동물에 대한 사랑이 담뿍 묻어나는 글. 야생동물의 퇴원은 맑고 따뜻한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택한다는 말 하나로도 다케타쓰 미노루와 그의 가족들의 따스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인간때문에 고통받는 야생 동물의 수가 줄어들기를....

사진 출처 : 본문 中(20P,36P, 56P, 52P, 49P, 62P, 85P, 90P, 94P, 9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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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시마 에브리데이 2
토노 지음 / 팝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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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이 토노 자매가 가족과 함께 생활할 때 키우던 고양이 중심의 만화였다면, 2권은 토노가 독립해서 혼자 살 때 키우는(그리고 지금도 키우고 있는) 고양이 중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렇다고 해서 시마를 비롯한 다른 고양이들이 전혀 출연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뜻 봐도 모든 에피소드는 작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그려진 듯한 느낌이다. 죽은 시마가 쌩쌩한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아. 그렇다고 고양이 요괴는 아님), 행방불명된 하나가 토노와 함께 사는 모습이 등장하기도 한다. 즉, 시간순으로 그려진 만화는 아니다. 워낙 많은 고양이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연표를 한 번 본 것만으로는 사실 누가 누구와 언제 함께 살았단 건 머릿속에 제대로 정리는 안된다. 하지만 그런게 무슨 상관!! 고양이 만화니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으면 되는 걸~~ (굳이 따지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2권의 모델은 페르시안 친칠라인 피오레양과 토노의 동생 미쓰루가 키우다가 잠시 맡긴 고양이 마로이다. 유일한 장모종 고양이 피오레. 장모종 고양이는 정말 귀엽다. 털이 장난아니게 빠지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내가 애견 미용사로 근무할 적에 고양이 미용도 많이 했는데, 고양이 미용은 주로 겨울에 이루어진다. 장모이다 보니 정전기가 생겨서 겨울밤에 불을 끄고 보면 불꽃이 튄다는 소리를 손님들께 많이 들었고, 환기도 잘못시키는 겨울이다 보니 털날림이 심해서 고양이 미용은 겨울에 많다. 하지만 고양이는 마취를 안하면 미용자체가 불가(목욕은 가능하다. 아주 순한 녀석들에 한해...) 그것도 마취 깨기 전에 속도를 내서 미용을 해야한다. 마취가 덜 깬 고양이에게 물리면... 약도 없다.(그정도로 아프다)

어쨌거나 미묘 피오레. 보기만 해도 솜뭉치. 눈을 돌리면 털뭉치가 날아다니게 만드는 장본인... 피오레와 마로는 둘다 미쓰요의 고양이였지만, 사정으로 인해 토노가 맡게 된 녀석들이다. 피오레는 처음에 혼자 왔기에 놀아줄 상대는 작가뿐!! 피오레가 작가에게 놀자고 꼬시는 장면은 우리 고양이 티거를 생각나게 해서 무척이나 웃었다. 문틈에서 반려인을 꼬시는 고양이... 얼마나 귀여운가!!
게다가 투명증후군을 가진 것마저도 우리 티거랑 똑같다...

마로는 그에 비해서 좀 무뚝뚝한 녀석이랄까. 게다가 토하기 대장.
처음엔 미묘였으나 점점 부타네코(돼지 고양이)로 변해가는 마로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보리가 떠올랐다. (우리 보리는 몸매가 사각식빵 그자체이다)

때로는 시니컬하게 보이지만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담뿍 묻어나는 만화, 시마시마 에브리데이. 고양이를 반려 동물로 기르는 사람, 그리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필독서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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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시마 에브리데이 1
토노 지음 / 팝툰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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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키타 구구로 유명한 작가, 토노. (하지만 아직 본인은 못읽어 봤다. 꼭 읽어보리라 다짐한 작품이건만..) 토노가 이번엔 고양이 만화로 돌아 왔다.
사실 고양이 만화는 아주 많은 편이다. 반려동물 1, 2 순위를 달리는 동물이 개와 고양이라면 그중 단연코 으뜸은 고양이 만화이다. 그말은 고양이를 키우는 만화 작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개는 아무래도 짖기도 하고 활동량이 많아서 만화가들이 키우기엔 고양이가 더 적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는 털날림만 감수하면 조용하고 활동량도 적은 편이기에..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하여간, 만화 작가들의 고양이 만화는 대부분 자신이 기르는 고양이에 대한 만화이다. 시마시마 시리즈도 마찬가지. 토노와 그녀의 동생 미쓰루를 포함한 가족들이 키우던 고양이에 대한 기록이랄까.

1권 표지를 펼치면 일단 토노 자매 집안의 고양이 연표가 나온다. 굉장히 많은 고양이를 키웠던 걸로 봐서는 가족 모두가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임에 틀림없다. 아니면 이렇게 많은 고양이를 키울 수 없을 테니까.
어떤 고양이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고, 어떤 고양이는 행방불명(혹은 가출), 그리고 어떤 고양이는 여전히 토노나 그녀의 동생 미쓰루가 키우고 있다.

1권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살던 때의 고양이 기록이라할 수 있다. 제목의 시마(줄무늬 고양이 혹은 태비)를 비롯해 고론타, 냥냥, 싯뽀, 하나 등 종류도 다양 체격 조건 다양, 성별 다양한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시마. 거대한 고양이로 장수한 고양이인 시마의 목욕 사건은 처음부터 날 배꼽 빠지게 웃게 만들었다. 사실 고양이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사람이 알 수 있을리는 만무하나 가끔은 우리 사람들은 고양이의 마음을 알아 채는 듯한, 혹은 그들의 말이 들리는 듯한 착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런 고양이의 마음을 글로써 표현해 내는 것, 그리고 그것이 웃음을 준다는 건 무척이나 유쾌하다.

시마는 목욕을 무척이나 좋아하나 보다. 사람이 목욕을 하면 꼬리를 담그고 '꼬시면 어떡하지~~'란 표정을 한다.. 한동안 그런 표정으로 있다가 '꼬시고 있어, 꼬시고 있어' 모드로... 웃음이 안터질 수가 없다. 사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물을 묻히는 걸 싫어한다. 우리 고양이도 아가냥일때는 목욕하는 걸 좋아했는데, 크고 나서는 극도로 싫어하고 있다. 그러나 시마는 마치 온천에라도 들어간 듯한 표정으로!!!! (오오옷!!) 하지만, 난 고양이와 목욕을 같이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털! 어떻게 감당할 거냐고!!!!

또 하나 1권에서 무척이나 인상깊었던 것은 작가의 아버지와 고론타의 관계였다. 고론타가 병에 걸려 다 죽어가는 걸 보고, 대성통곡을 하는 아버지...
음.. 울 아부지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고양이와 개를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특히 시골 집에 있는 나비(혹은 고냉이, 혹은 에누라고 불리는)는 아버지 차소리만 나면 번개같이 달려 나온다. 사실 어릴적 다 죽어가던 녀석을 살린 게 아버지나 마찬가지이니...(사실 주인있는 고양이지만 시골에 살다보니 제대로 못얻어 먹어서 죽을 뻔 한 녀석이다)

시골집에 가실 때는울 고양이 사료(울 고양이는 돼지 고양이라 다이어트 사료를 먹는다)도 챙겨 가시고, 간식도 챙겨 가신다. 게다가 가을에는 겨울 나기용으로 메뚜기나 방아깨비도 잡아주셨다는..... 그래서 다 죽어 가던 나비는 겨울 무렵 중묘로 자라났다. 지금도 아주 건강하다.

이렇듯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 특히 유대감은 고양이를 키워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흔히들 고양이는 정도 없는 녀석들이라고 하지만, 그건 길고양이나 야생 고양이같이 사람 손을 타지 않은 녀석들이 경계하느라 그러는 것이고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은 사람을 아주 좋아한다. 물론 사람을 밥주고 화장실 치우는 하녀로 부리긴 하지만!!

그외에도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토노 자매의 고양이들을 보면서 웃고, 웃고, 웃고, 또 웃고... 더불어 우리 고양이들과의 비교도... 오오오, 이거 완전 똑같아!!!라는 감탄을 하고, 또 감탄을 하고...
역시 고양이를 키우면, 아니 어떤 반려 동물이라도 반려 동물과 함께 살다 보면 그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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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곁에서
노나카 히이라기 지음, 김은진 옮김 / 프라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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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카 히이라기는 작년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로 처음 만난 작가이다. 아기자기 앙증맞고 동화같은 단편집을 읽으면서 나도 프랭크자파 스트리트로 이사를 하고 싶단 그런 바람도 살짝 가졌었다.

당신곁에서도 노나카 히이라기의 그러한 특성들이 잘 녹아있는 단편집이다. 총 6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은 앞에 나온 등장 인물이 뒤에도 등장하는 듯 마치 연작같은 느낌을 주었다. 사랑.. 그 두 단어는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만들고 불행하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만든다. 그 단어 자체로는 반짝반짝 빛나지만 속성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그 모습 없는 형태도 사람 수 만큼이나 다양하다.

<질투는 수프의 농도만큼만>은 16살 여고생 신부와 30대 중반의 '롤리타 콤플렉스가 약간 있는 귀여운 변태 아저씨' 신랑의 이야기. 스무살이나 차이 나는 커플. 그 나이만큼이나 세상을 보는 눈도 사고 방식도 모두 다를테지만, 이 단편에서는 딱 하나만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그건 '질투'라는 감정.

결혼 1주년에 친정 엄마와 아빠와 함께 식사를 하던 나나는 불현듯 자신의 남편 하루오와 비슷한 나이의 엄마를 보면서 엄마에게 살짝 질투를 느낀다. 다른 사람은 모두 30대, 그리고 자신은 혼자 10대란 것이 거리감을 느끼게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투는 살짝만 하는 것이 사랑을 더욱더 짜릿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는 나나를 보면서 어리지만 사랑에 대해선 나보다 고수가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이 살짝 들었다. 

<한밤중의 실내 피크닉>은 남자 고교생과 그 학교 생물 선생 커플. 여덟살이란 나이도 그렇지만 사제 관계이기 때문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 연상연하 커플은 늘 그렇듯 남자 쪽에서 여자쪽에 대해 위기감이란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하기에 억지로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 먼저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혹은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하지만, 태어난 시간은 정해져 있는 거라 어떻게 해도 따라 잡을 수는 없으므로 다른 쪽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린 핑거>는 무척 마음에 든 단편의 하나.
여동생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토코. 그녀는 자그마한 바를 열고 영업을 하면서 여러 남자를 만나지만 아직 확실한 상대는 없다. 동생 에이코는 치유력의 힘을 가졌던 소녀. 그래서 토코는 에이코가 죽었을 때 자신이 죽지 않고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다. 달콤하지만 쌉싸름한 칵테일 같은 소설.

<키스하고 사흘 뒤>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절함이랄까. 유스케가 좋아하는 여자는 바로 형수. 그녀 또한 유스케에게 미묘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 유스케는 사오리란 여자 친구가 있지만... 사랑한다와 좋아한다, 갖고 싶다와 함께 있으면 편안하다란 유스케의 감정이 엇갈리는 단편.

<당신곁에서>는 겉으로 보기에 다정하고 금슬 좋아 보이는 부부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 즉, 부부가 서로 불륜 상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게 추해 보이지는 않는다. 카카오가 많이 함유된 초콜렛처럼 쓴맛과 약간의 단맛이 함께 나는 단편. 사랑의 요소중 '배신'이란 성분 함유.

<달콤한 클라이맥스>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죽은 엄마의 약혼자인 아키노부 아저씨와 함께 사는 사토시. 혈연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부자같은 그들의 이야기와 아키노부 아저씨를 좋아하는 치도리 누나의 이야기. 그리고 사토시와 그의 여자 친구 마야의 상큼한 사랑이야기가 어울려 따스하면서도 발랄한 이야기가 되었다.

사랑이란 한 가지로 정의내려질 수 없이 복잡한 것.
그러한 사랑의 속성을 귀엽고 유쾌하며 때로는 쌉싸름하고 때로는 애절하게 풀어낸 당신곁에서.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무겁지는 않다. 오히려 무거운 점도 가볍게 읽을 수 있게 만든 건 작가의 능력이 아닌가 한다. 가볍지만 경박하지도 않은 그런 점이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읽고 나면 무척 행복해지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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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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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대해 얼마 만큼의 이해를 할 수 있을까. 아니 상대에 대한 이해란 것이 처음부터 가능한 일이기는 한 것일까. 자신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을 내릴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보니, 상대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다만 자신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그 남자에게는 비밀이 가득한 과거가 있다.
그 여자에게는 기억이 나지 않은 과거가 있다.
그리고 그 여자에겐 감추어 두었던 과거가 있었다.

4월의 물고기는 러브 스토리기도 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오히려 미스터리 스릴러 쪽이 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온달까.
16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 그 사건은 시간을 뛰어 넘어 현재로 이어진다.
그리고 16년전 사건의 발달은 그보다 더 오래된 과거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엔 가볍게 읽기 시작했지만, 금세 이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사람을 끌어 당긴다고나 할까. 서인이란 여자와 선우란 남자의 러브 스토리만이 있었다면 그냥 그랬을테지만, 그들의 사랑과 엇갈린 과거 그리고 각자가 가진 비밀로 인해 이 소설은 더욱더 흥미로워진다.

사람에게 끌린다는 것.
그건 어떤 것일까.
정말 첫눈에 반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무의식중에 우린 그 사람을 처음 만난 것이라 단정하고 사랑에 빠지게 될까.
서인과 선우는 서로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미 그들은 과거로부터 연결되어 있었다. 비록 그때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16년이란 세월의 강을 건너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된다.

우린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인연이 닿는 사람이라면 언제든 꼭 만나게 되고, 인연이 닿지 않는 사람은 만나게 되어도 그걸로 끝이라고...
서인과 선우는 바로 전자의 사람들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에는 분명 운명이란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우연과 필연이 겹쳐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지만, 분명 질긴 인연에는 운명이 확실하게 작용했을테니까.

선우가 가진 깊고도 어두운 비밀.
그리고 서인이 가진 불완전한 기억.
이 두 가지는 책 본문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어느 순간 모든 아귀가 딱 맞아 들어간다. 그 모든 걸 복선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것에 그 비밀이 숨어 있었다.

4월의 물고기란 프랑스어로 남에게 잘 속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한다.
하지만 난 제목을 보면서 서늘함을 느꼈다.
4월은 봄의 시작. 지상은 연두색 풀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고 햇살은 눈부시지만, 물고기가 살고 있는 물속은 여전히 차갑다. 비릿함, 날 것, 차가움.. 이러한 이미지가 오히려 강했기에 책 내용과 제목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맨스와 더불어 미스터리 스릴러를 함께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4월의 물고기. 결말이 좀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그가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그가 지키고 싶었던 건 그런 식으로 밖에 얻을 수 밖에 없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죽음은 역시 또다른 삶과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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