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리와 시미코의 한 밤의 무서운 이야기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모로호시 다이지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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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괴한 사건, 수상한 존재들이 어쩌면 인간보다 더 많이 존재하고 있는 이노아타마 마을. 그곳에 가면 특이한 여고생 콤비가 있다. 고서점을 경영하는 집의 딸인 시미코와 예쁘지만 용감무쌍한 소녀 시오리. 그녀들은 요번에 또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인가.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독특한 호러 만화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제 6권은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첫번째 단편 요괴 사서는 고서점 우론당에 숨어 있는 책 요괴들을 찾으러 온 요괴 사서 키쿠치의 이야기이다. 우론당은 워낙 특이한 책을 많이 소장한 곳이다 보니 전에는 책 물고기가 등장했는데, 요번엔 다른 책으로 둔갑할 줄 아는데다가 사람까지 잡아 먹는 의본수가 등장한다. 아무래도 우론당에서 일하려면 생명 보험 여러 개를 들어 놔야 할 듯.

시오리와 시미코의 괴기록은 에도 시대로 끌려간(?) 시오리와 시미코의 이야기이다. 전에는 중에게 쫓기고, 나기 공주에게 쫓기더니 이젠 아예 에도 시대로? 종횡무진 질주하는 두 여고생 콤비는 그러나 그런 일이 익숙한 듯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모모타로의 역습은 일본 요괴 이야기에서 따온 듯 하다. 복숭아같은 열매 속에서 태어나는 모모타로는 도깨비 사냥꾼인듯 하다. 시오리는 1권에서는 잘린 머리를 줍더니, 이젠 모모타로까지 줍는구나~~~

표제작 한밤의 무서운 이야기는 제일 괴담같은 제목이다. 일명 햐쿠모노가타리라 불리는 이야기 모임은 한 사람이 괴담을 이야기할 때마다 촛불을 끈다. 100개의 촛불이 다 꺼지면 요괴가 나온다고 하는데.... 시오리와 시미코를 제외한 대부분의 참석자는 원래부터 요괴였다나 뭐라나.. 그러면서도 요괴를 기다리는 그대들은 뭐지? 마지막에 크게 웃었던 단편.

대롱여우 소동과 여우비는 여우 요괴와 여우신이 등장한다. 일본에서도 요괴하면 여우가 빠지지 않는 걸 보니 무척이나 재미있는 부분이다. 대롱여우는 크기도 작고 귀엽게 생긴 녀석들이지만 나쁜 짓도 하는 녀석이니 주의를 해야할 듯..(뭐, 취급주의??) 여우비는 여우신이 나온다. 첨엔 이나리신사인줄 알았는데, 단지 여우신이 수호신으로 근무하는 사당이었다. 오타쿠 여우신이라 무척이나 웃었던 기억이.. 특히 압권은 역시 뮤직 비디오 작성이랄까.

하지만 사람들에게 잊혀 더이상 신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석신의 이야기는 왠지 짠했다. 처음엔 숭배의 대상이다가 점점 발길이 끊겨 요괴가 되어 버리기도 하는 신. 전에 나츠메 우인장을 보면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무척이나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기도 한다.

일본의 요괴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시오리와 시미코 시리즈. 정통 호러물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뭐 이런 호러물이 다있어?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생각을 조금만 유연하게 가지면 이만큼 재미있는 호러물도 드물거라는 생각이 든다. 웃음 포인트는 곳곳에 있으니 자신 나름의 웃음 포인트도 찾으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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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온 소년 1
나예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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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란 어둠을 밝혀 주는 존재이다. 어두운 밤길 가로등조차 비치지 않는 곳을 달빛에 의지해서 걸어가 본 적이 있는가. 난 대부분의 시간을 도시에서 성장했지만, 할머니댁은 시골이었던 탓에 밤에 밖에 나가려면 플래시가 필수였다. 하지만 내 발밑만을 비추는 플래시 불빛은 내 주위를 감싸는 어둠을 더욱더 짙게 만들뿐이었다.
오히려 보름달처럼 달이 가깝고 큰 날은 플래시 없이 나갔을 때, 어둠에 일단 눈이 익숙해지면 다니기가 수월할 정도였다.

달빛은 태양광과는 달리 어스름하다.
또한 모양이 일정한 태양과는 달리 차고 이지러지고....
항상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누군가는 그랬다, 달은 변덕쟁이라고.
내가 달이란 단어에서 받는 느낌은 대충 이런 정도이다.

나예리의 달에서 온 소년의 표지를 보면 어슴푸레하게 빛나는 달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서있다. 달에 비하면 어두운 느낌이 강한 이 사람. 표지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1권밖에 출간되지 않은 책이라 1권만 가지고는 사실 이러쿵저러쿵 말을 꺼내기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작가의 의도가 아직 완전하게 보이지 않을 뿐더러 앞으로의 전개구조도 생각하기에 따라 막막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정이 이러한 이상 1권에 대한 이야기만 해보자면 일단은 안나라는 소녀의 성장기, 그리고 이복(일수도 아닐수도 있는) 오빠와의 관계, 그리고 행방불명된 안나의 아빠의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아빠의 것으로 보이는 점퍼를 입고 있던 아이의 등장으로 인한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확실히 피를 나눈 사이인지 아닌지에서 나오는 어색한 분위기. 아마도 아론쪽에선 감추고 있지만 안나에 대해 남매이상의 관심이나 마음을 둔 듯한 느낌도 든다. 게다가 찬섭이란 안나 친구의 등장은 얼핏 BL삘이 난다. (나중에 보니 아론은 그쪽인듯하지만...)
일단 1권은 여러 등장 인물의 관계와 그 속에 감춰진 비밀들을 언급하는 부분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섬세한 그림과 심리 묘사. 그리고 미스터리어스한 분위기는 다음권에 대한 기대치를 가득하게 하지만 아쉽게도 2004년이후 2권은 출간되지 않았다. 무척이나 안타깝고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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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2 - 완결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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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을 펼쳐 들면서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왜 책의 제목이 리틀 포레스트일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순간 난 내가 바보가 된 느낌이었다. 리틀 포레스트, 즉 코모리를 영어식으로 바꾼 것임을 그제서야 깨달았던 것이다. 1권을 읽는 내내 코모리란 단어가 수도 없이 반복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권에서야 그 연관성을 깨닫다니.. 바보도 이런 바보가 없다.. (코모리는 일본어로 小森이라고 쓴다. 즉 리틀 포레스트다.)

각설하고, 2권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자.
2권도 1권의 수록 방식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역시 각각의 소제목은 요리나 요리 재료에 관한 것이고, 코모리의 사계절을 묘사하고 있다.
조금 다른 부분은 각 단편 뒤에 수록된 것이 직접 저자가 논밭에서 일을 할 때의 도구나 복장등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저자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란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그러고 보니 이제까지 이 책의 주인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화자는 이치코라는 젊은 여성으로 어릴 때는 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어머니가 어느 날 집을 나간 후 혼자 살고 있다. 어머니가 떠난 후에야 어머니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고 반성하는 모습을 어머니의 요리에 대한 추억과 더불어 느낄 수 있다. 또한 이치코가 직접 만든 요리뿐만 아니라 어머니에게 배운 요리등도 많이 소개가 되어 있다. 

시골에서 혼자 사는 삶은 힘겹다.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문에도 나온 말이지만 작물들은 주인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할 만큼 손이 많이 가고 많이 보살펴 주어야 한다. 이치코는 코모리를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 왔지만 그건 도시 생활에 적응을 할 수 없어서였다. 그래서 코모리에 사는 동안 늘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살 곳을 스스로 찾는 것. 이건 의외로 쉬울 것 같지만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 생각한다.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고자 하는 삶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이지만, 이치코는 이제껏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삶을 살아 왔기 때문이다. 
  
이치코는 코모리에 돌아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에 대해서 배웠다. 한때는 시골의 젊은이들은 죄다 도시로 쏟아져 들어온 일도 있다. (이건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똑같다) 지금은 다시 귀농 열풍이 불고 있지만, 귀농이란 게 쉽지만은 않다. 도시의 삶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연을 마주하는 삶은 자연의 풍성함과 경험하지만 자연의 가혹함도 함께 경험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
언제부터인가 별세계처럼 각각 움직이는 존재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아주 유기적인 공동체라 생각한다. 도시 사람은 농촌에서 재배된 농작물을 먹고, 농촌은 그것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직접적인 교류는 거의 없지만 말이다. 

농촌은 변화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되돌아 오고, 농촌 마을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쏟아 붓는다. 잠시 도시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이치코는 그러한 젊은이 중의 하나이다. 농촌의 소극적 삶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 그것은 아주 작은 씨앗에 불과할지 몰라도 그 씨앗은 이 땅에 뿌리를 깊게 박고 줄기는 하늘을 뻗어 힘차게 자라오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그리고 자연의 풍성함을 얻을 수 있는 삶.
자연은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치유제이자, 인간에게 있어 최고의 반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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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1 세미콜론 코믹스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김희정 옮김 / 세미콜론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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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라시 다이스케는 요즘 들어 내가 무척 관심을 가지게 된 작가 중의 하나이다. 마녀나 영혼을 통해 만났을 때는 환상적이고 기묘한 아름다움을 가진 이야기에 매료되었지만, 리틀 포레스트를 읽고 깜짝 놀랐다. 자연그대로의 삶을 보여 주는, 앞의 두 작품과는 성향이 완전히 다른 만화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처음 이 책을 펼치고 목차를 살펴 봤을 때는 슬로 푸드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줄 알았다. 소제목들이 대부분 요리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얻어지는 수확물을 비롯해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요리를 만드는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요리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우리는 그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재료를 얻기 위한 땀과 노력, 그리고 시간. 물론 요즘의 식재료는 계절에 상관없이 재배되고 시장에 나오지만, 리틀 포레스트에 등장하는 식재료는 제철에 구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그 요리 방법은 각각의 요리 재료가 가진 순수한 맛을 살리는 것을 중요시 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저자 이가라시 다이스케가 토호쿠 지방의 코모리란 곳에 살던 때의 경험을 그대로 살린 책이라 한다. 직접 재배하고 채취하고 요리한 것들이라 그런지 투박하지만 자연 그대로란 느낌이다. 또한 직접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되어 책을 읽는 내내 코모리에서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각 연작 단편 사이사이에 들어가 있는 작은 메모같은 것은 코모리에서 볼 수 있는 야생 동물이나 자생 식물에 관한 것이다. 또한 코모리의 풍경을 담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일본에서도 토후쿠 지방은 4월까지 눈이 녹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즉 겨울이 긴 지방이라 봄에서 가을까지 재배한 것을 긴긴 겨울 잘 보관해야 겨울을 잘 보낼 수 있다. 물론 도시의 마트에 가면 원하는 식재료는 언제든 구할 수 있겠지만, 자연에 가장 가까운 삶을 살려면 어느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웰빙이니 뭐니 해서 유기농 채소나 슬로 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시대가 되다 보니 유기농 채소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도 있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 자체를 동경한다기 보다는 그곳에서는 느긋한 삶과 삶의 양식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살아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비록 직장 문제나 사회적 지위등 여러 가지 문제로 도시를 떠나 살 수 없지만 자연속의 삶과 그 속에서 나는 다양한 음식 재료들, 그리고 그러한 재료를 사용한 음식을 눈으로 맛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울릴 책이다. 또한 소개된 요리 중에는 직접 만드는 방법과 재료 분량까지 꼼꼼하게 나와 있는 레시피가 있으니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요리 재료라면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봐도 좋을 것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사정이 다르니 다른 요리 재료도 있겠지만 우리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난 서른이 넘어 가면서 인스턴스 음식에 질려 버렸다. 물론 바쁜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식사를 건너 뛰거나 조미료가 가득 들어간 식당 음식에 의존해야 할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자연 재료로 꾸미지 않은 음식을 보면 이젠 군침이 먼저 돈다. 자연은 사람에게 베푸는 것이 많다. 우리는 생활의 편의를 추구하는 삶에 익숙해져서 그것을 잠시 잊고 산 것 뿐이란 생각이 든다. 리틀 포레스트를 읽으며 코모리의 사계절을 통해 자연스러운 삶과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축복의 향기를 만끽해 보는 것, 그 자체로도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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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TH 고스 - 리스트 컷 사건
오츠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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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 이치를 처음 만난 건 몇 년전 <너 밖에 들리지 않아>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아름답고 애절하며 기묘한 색채를 지닌 그 이야기들에 매료되긴 했지만, 그후를 기약해야겠다는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작년 오츠 이치의 ZOO라는 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난 오츠 이치에게 푹 빠지게 되었다. 사실 난 두 작품의 작가가 같다는 걸 ZOO를 구매하기 전까지 몰랐다. 아니 너무 다른 성향의 작품이라 연결지을 수 없었다는 게 맞을까. 잔혹하면서도 미묘한 슬픔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이 두 가지 감정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작가의 능력에 대해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그후 읽은 건 그의 데뷔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난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오츠 이치가 천재로 불릴만 하구나 하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불과 열일곱살에 썼다는 데뷔작은 날 충격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츠 이치의 책에 대해서는 이젠 아무런 망설임 없이 구매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고스는 만화책으로 먼저 접했다. 소설과 만화가 함께 나온 작품이라 만화는 어떤 느낌일까가 무척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만화를 보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만화와 소설을 두고 고민이라면 원작 소설을 먼저 보기를 권한다. 나같은 경우 만화를 먼저 보다 보니 줄거리를 모두 알았다는 것도 있지만, 만화에는 실리지 않은 단편도 하나 있고, 설정이 다른 단편도 있기 때문이다.

고스의 두 주인공은 화자인 남자 고등학생과 모리노 요루라는 여고생. 두 사람의 공통점은 보통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어두운 사건에 대해 묘하게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특히 사체(死體)라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피하고 싶은 것이지만, 이 둘은 죽음이 가지는 속성에 대해 매료되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궁극적으로 다른 게 하나 있다. 남학생은 가해자가 모리노 요루는 피해자가 될 입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남학생은 살의란 것을 가슴에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갈갈이 찢겨진 사체와 그 범인을 추적하는 암흑계는 만화책으로 봤을때 무척이나 충격적이었다. 물론 소설에 묘사된 것도 무척이나 세세해서 비릿한 피냄새와 살이 썩어가는 냄새가 느껴질 것만 같았다. 왜 범인은 그러한 일을 해야만 했을까. 난 이런 작품을 보면 보통 사람들이라 여겼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도대체 어떤 어둠들이 숨어 있을까를 상상하게 된다. 모든 사람의 마음에는 암흑이 숨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억누르고 살지만, 억누르지 못하면 그건 남을 해하는 일이 되어 버리니까.

표제작인 리스트 컷 살인 사건의 경우, 이 연작 단편에서 가장 평범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남자 주인공과 모리노 요루가 처음으로 친구가 되게 된다. 서로를 알아 보게 된 계기라고 할까.

개는 만화에는 실려 있지 않아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왜 만화에서 빠지게 되었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나중에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고 충격을 꽤나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허를 찌르는 작품, 이게 바로 오츠 이치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은 고스의 여자 주인공인 모리노 요루에 관한 이야기이다. 쌍둥이로 태어난 모리노 요루. 어린 시절의 사고는 동생 유우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과연 쌍둥이에게 일어난 일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이들은 잔혹하다. 순수한만큼. 그런 기분을 강하게 느끼게 된 작품이다.

흙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건 범인의 정체였다.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을 내리면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난 만화를 읽으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반년후에 자수하라고 하던 남자 주인공의 말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그 이유를 알고는 정말이지 섬뜩했기에...

목소리는 원작 소설과 만화가 다르다. 등장하는 인물도 그렇고... 굉장히 미묘한 설정이 있어 자칫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까닭에 많은 언급을 하진 않겠지만, 이걸 읽으면 오츠 이치의 소설들의 미묘한 함정, 그러하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될 것이다.

고스는 잔혹한 사건과 그 사건 뒤에 감추어진 실상을 드러내 보여주는 소설이긴 하지만, 범인 색출이란 것, 그리고 사건 해결이란 것과는 거리가 다소 있다. 주인공들인 남학생과 모리노 요루는 다만 그 사건에 감춰진 진상이 알고 싶을 뿐이다. 아니, 모리노 요루는 표면적인 관심, 남학생은 인간의 마음속에 깊이 숨겨진 암흑의 핵심에 더욱더 다가가가 싶어 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러하기에 범인을 알게 되어도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어도 그걸 외부로 폭로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인간들은 자신에게 끔찍한 일이 일어나는 건 바라지 않아도, 남에게 일어난 끔찍한 일들은 구경꾼의 기분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도 예외는 아니다. 남의 집 불구경이나 사고 현장을 구경하는 사람의 심리가 그러한 것이랄까. 비록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더라도 제 2차적 가해자가 될 소지는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하기에 이 주인공들의 모습이 전혀 낯설어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누구나가 비밀 한 두가지쯤은 가슴에 품고 사는 존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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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껴뒀다 이제 사볼렵니다. ㅎㅎ
리뷰 잘 읽었어요. 만화책도 같이 주문해야겠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