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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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라다이스 1권이 만화적 상상력과 기발함으로 똘똘 뭉쳐진 작품이며,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담긴 작품들이 많았다면 파라다이스 2권은 좀더 현실적이며 풍자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역시 구성은 있을 법한 과거와 있을 법한 미래, 그리고 짧은 이야기 한 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권에 하나 더 추가된 건 있을 법한 추억이다. 

1권의 경우 있을 법한 과거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 쪽이 훨씬 공감이 많이 갔지만, 2권의 경우는 과거, 미래의 이야기 모두 적잖이 공감이 갔다. 특히 뭐가 더 인상에 남았다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모두 흥미진진했던 것도 1권과는 좀 달랐다고 할 수 있다.

일단 제일 처음 작품인 있을 법한 미래 - 맞춤 낙원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는데, 나중에 화자의 정체를 알고 깜짝 놀랐던 단편이었다. 또한 결말을 보면서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저런 식으로 사고를 하고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한 인간으로서 죄스런 마음이 들기도 했다. 

2권에서는 1권에 없는 구성이 하나 있다. 바로 있을 법한 추억이란 파트로, 남을 망치는 참새라는 딱 한 작품이 바로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사랑에 목을 메는 여인, 입으로는 사랑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도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 한 여자를 구해주고 싶은 남자 등이 나오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여성은 남을 망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망치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사람들이 많으니 그것이 바로 현실적인 문제이다. 

농담이 태어나는 곳같은 경우는 한 코미디언이 자신이 공연하는 농담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그 농담의 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누군가가 써준 농담, 그것은 과연 누가 시작한 것일까. 여기에서의 주인공은 스스로의 직업에 대한 회의감에서 시작을 하게 된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수도 없이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고, 그중에는 농담도 제법 많이 섞여 있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도 모르고 그냥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단편을 읽고 나니 왠지 우리가 하는 이야기들 - 특히 남들에게 들은 것- 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받아들이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나 각색이 되어 옮겨질까를 생각해 보니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든다. 웃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고, 남을 웃게 만든다는 것 또한 분명 재능이지만, 가끔은 진정으로 웃는다는 것, 진심으로 웃는 행위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와 상표 전쟁은 현대 사회가 조금만 더 폭주하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있을 법한 미래 이야기이며, 현대 사회, 특히 현대 문명이 가지는 부정적인 면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하다. 당신 마음에 들 겁니다의 경우에는 문화적인 면을 상표 전쟁은 사회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창조성을 부정당하는 천편일률적인 문화 수용과 기업이 국가를 우선하는 사회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다국적 기업이 늘어나고 세계 굴지의 대기업의 자본 보유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니 이제는 국가위에 기업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가지는 권력이란 즉 자본의 권력.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귀결일까. 

허수아비 전략은 읽으면서 제일 많이 웃었던 작품이다. 정말 여기에 나오는 관리 소장은 대단한 수완가임에 틀림없다. 여론의 적절한 선동과 사람의 심리 조작이라... 이 단편을 읽으면서 나 역시 바보같은 대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아프리카 마냥 개미에 관한 이야기인 대지의 이빨 - 사실 이 제목만 보고는 사자 이야기인 줄 알았다 - 과 전생에 아틀란티스 대륙에서 살았다는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이야기가 담긴 아틀란티스의 사랑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대지의 이빨은 작가의 데뷔작인 개미를 떠올리게 했다. 아틀란티스의 사랑은 하루를 초단위로 쪼개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과 삶과 전설의 대륙 아틀란티스의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하고 문명의 발달로 편리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지만 항상 무언가 부족함을 느끼는 현대인들. 그에 비해 과거의 사람들은 물질적으로는 빈곤했을지 몰라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영위했다. 이 단편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풍요로움이고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를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다양한 소재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진 파라다이스. 작가의 전작을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작가의 상상력은 정말 우리의 생각을 가볍게 뛰어넘는 듯 하다. 어떤 단편의 소재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것에서 출발하지만, 그속에 담긴 내용은 우리가 감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사회 풍자적인 요소까지 담아 내었으니, 독자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즐거울 수 밖에 없다. 가벼운 터치에 진중한 이야기를 담아 낸 파라다이스 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무척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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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53
조지 오웰 지음, 박경서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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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정말 유명한 고전이지만 아직 읽어 본 기억이 없다. 중고교 시절에 고전을 많이 읽는다지만, 중학생때까지는 추리 소설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할리퀸 문고와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에 푹 빠져 고전을 읽을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 시절에 읽었던 고전 중에 생각나는 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폭풍의 언덕 정도일까. 다른 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뭐, 수험생이란 핑계도 있긴 했지만....

이렇듯 읽을 시기를 놓쳐 버린 책들은 잘 읽히지가 않는다. 아무래도 어른이 되면서부터는 좀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재미와 가볍게 읽히는 책을 주로 읽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조금씩이나마 고전을 읽기로 결심한 후 제일 먼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했던가. 지난 2월에 읽은 후로는 처음으로 접하는 고전인 듯 하다. 

동물 농장은 우화같은 소설이다. 물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실들을 미리 숙지하고 읽으면 이 소설의 설정이 무엇을 비유하고 있는지 훨씬 더 이해하기 쉬우리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적 지식이 없다고 해서 움츠러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소설 자체로만도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자의 작품 해설을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 혹은 등장 동물과 동물 농장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무엇인지 설명이 잘 되어 있다. 그것을 먼저 읽고 책 읽기를 시작해도 좋고, 책을 먼저 읽은 후 그것을 읽어 보면서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하듯 소설의 여러 설정들을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를 택했다.

매너 동장의 동물들은 농장주 존스를 몰아 내고, 동물들을 위한 농장을 만든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공평하게 분배되고, 모든 동물은 공평한 대접을 받았지만, 혁명의 주인공 메이저 영감이 죽고, 스노볼이 사라진 후 나폴레옹이 권력을 잡으면서 모든 것은 돼지들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물론 존스가 있던 때보다는 좀더 나은 형편이었지만, 점점 분배는 불평등해지고, 노동력 착취는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매너 농장에서 동물 농장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정해졌던 계율은 어느샌가 조금씩 돼지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어 간다. 그러던 중, 스노볼이 뒤에서 획책을 했다는 증거가 하나씩 나오고 그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들은 살해당한다. 점점 처음의 이상과 멀어지는 동물 농장의 현실. 그러나 동물 농장의 동물들은 스퀼러와 양들의 선동 정책에 휘말려 점점 무엇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로 휩쓸려 가게 된다. 그리고 혁명 당시의 동물들이 하나둘씩 죽고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면서 자신들이 일으켰던 혁명의 본질도 그들이 세웠던 계율도 하나둘씩 먼 옛날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결국 돼지들은 모든 권력을 휘어 잡게 된다.

과연 이상적인 혁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인간을 몰아내고 평등한 삶을 살고 공평한 분배를 받기를 원했던 동물들. 그러나 돼지들이 권력의 핵심에 서게 되면서 평등이란 것은 돼지들 사이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되어 간다. 이 이야기는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과 스탈린의 전제주의 정치를 빗댄 이야기이다. 만약 그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이 책을 읽는다해도 우리는 씁쓸함을 지울수 없을 것이다. 권력은 모든 것을 바꾼다. 역사는 늘 그것을 증명해온 과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상적인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벌어졌던 전쟁과 쿠데타들. 처음에는 이상적인 정치를 해나가고 더욱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을 하지만 한 번 권력의 맛을 본 후에는 권력에 집착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다. 돼지들 역시 처음에는 혁명을 일으켜 모든 것이 공평한 동물 농장을 건설했지만, 결국 권력은 돼지들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동물들은 또다른 계급으로 분류되어 착취를 당한다. 이는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결국 누가 피라미드의 제일 윗단에 서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마지막 장에서 돼지들은 인간과 화평 조약을 맺고, 인간처럼 두발로 서서 다니고, 인간과 함께 술과 음식을 먹다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다. 결국 돼지들은 동물 농장의 다른 동물과는 다른 존재이자 다른 계급적 우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혁명의 이상이란 결국 사람들의 머릿속에서나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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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롤 지음, 김석희 옮김, 헬린 옥슨버리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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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린 시절 읽었던 책 중에서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즐겁고 신나는 책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한때 모두 앨리스였기 때문이다. 아이들만이 받아 들일 수 있는 융통성, 그리고 상상의 날개. 앨리스를 읽으면서 앨리스의 모험을 보면서 나도 저런 세상에 가고 싶어라고 생각한 사람은 나말고도 많을 것 같다. 옷을 입고 회중시계를 든 토끼를 보면 쫓아가고 싶어지지 않을까. 물론 어른이 되어 그런 걸 받아 들이긴 힘들지만, 아이였을 때는 그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고, 또한 나도 그런 세상들과 만나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앨리스는 이제 기억속에 묻혀 거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너무도 오랫동안 앨리스에 대해 잊고 살았기 때문이리라. 그러다가 주석 달린 앨리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다시 앨리스의 세상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주석이 워낙 세세하게 달려 있어 책 내용보다는 주석에 신경을 쓰면서 읽다 보니 스토리는 정작 기억나는게 거의 없었다. 다음에 또 한 번 더 읽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엔 주석이 없는 순수한 스토리만 있는 책을 찾게 되었다. 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또한 내가 먼저 읽은 앨리스 시리즈는 존 테니얼의 그림이었으나, 이번엔 그림 작가도 다르다. 역시 영국인인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인데, 존 테니얼의 그림이 고전적인 앨리스를 그리고 있다면,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은 현대적인 앨리스를 보여 주고 있다. 처음엔 미국 작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림이었는데, 앨리스의 머리카락이나 옷차림이 미국 아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왠지 이건 편견같지만 영국 소녀들 같으면 깔끔한 게 다림질된 퍼프 소매의 원피스에 하얀 에이프런을 착용하고 있을 것만 같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짝 놀라기도 했지만, 새로운 앨리스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굴속으로 떨어진 앨리스의 모험을 그리고 있다. 이곳은 정말 제목 그대로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등장 인물들과 이상한 사건들만이 존재하는 듯 하다. 모든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다. 사실 앨리스가 커졌다 줄었다 목만 늘어났다가 목과 발만 있다거나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하리. 모험은 흥미진진하기만 하다.



이 장면은 앨리스가 토끼 뒤를 쫓아 굴로 떨어진 후 커졌다 줄었다를 반복한 후에 생긴 일이다. 거인이 되었던 앨리스가 흘린 눈물에 퐁당 빠졌다가 몸이 흠뻑 젖게 된 동물들과 함깨 코커스 경주를 하는 장면인데, 이 코커스 경주는 정해진 규칙도 없고, 승자도 패자도 없다. 어른들의 세상은 정해진 규칙으로 움직이는 경기만이 존재하고, 승자와 패자는 분명이 갈리게 된다. 이런 걸 보면 어린 시절 산으로 들로 아무런 장애없이 뛰어다니던, 그것만으로 그저 즐겁기만 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이 장면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앨리스와 미친 삼월의 토끼와 모자장수와 겨울잠쥐의 티타임 장면이다. 늘 시간이 6시에 맞춰져 있는 모자 장수의 시계. 그래서 늘 그는 티타임을 보내야 한다. 모자장수와 앨리스 사이의 대화를 보면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앨리스는 잔꾀를 부려 시간을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좋은 것이라 느끼지 않는다. 사실 어른이 되면 어쨌거나 근무 시간이 빨리 가서 점심 식사 시간이 되거나 퇴근 시간이 되길 바라게 되는데, 앨리스는 오히려 어른보다 어른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이 장면은 여왕님의 크로켓 경기 장면이다. 살아있는 홍학이 크로켓 채가 되고, 고슴도치가 크로켓볼이다. 현실에서 이렇게 한다면 동물 학대가 되겠지만, 여긴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무엇이 나와도 이상할 게 전혀 없다. 게다가 여왕님과 왕 병사들은 모두 카드인인데, 그게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나오는 하트의 여왕님은 수시로 저 놈의 목을 쳐라!! 라고 외치는데, 역시 앨리스에 등장하는 캐릭터중에 가장 포스가 강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다. (笑)


 
체셔 고양이는 여기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들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특히 체셔 고양이의 웃음과 사라지는 장면은 정말 좋아한다. 존테니얼의 체셔 고양이는 약간 괴기스러웠는데, 헬린 옷슨버리의 체셔 고양이는 뭐랄까 좀더 고양이스럽다고 할까. 좀더 많이 찢어진 입과 많은 이빨은 보이지 않지만, 이 체셔 고양이도 나름의 매력이 가득하다. 난 체셔 고양이와 앨리스의 대화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체셔 고양이의 대답이 명답이라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이 외에도 불쌍한 도마뱀 빌, 그리폰과 가짜 거북, 우울한 쐐기 벌레 등 다양한 등장인물(?)은 재미를 배가 시켜준다. 또한 중간중간 나오는 재미있는 말장난 - 영어가 함께 씌어 있다 -은 어른들이 읽어도 너무나 재미있다. 이것은 그리폰과 가짜 거북 편에서 최고점을 달하는데, 동음이의어가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렇듯 이곳에서 앨리스는 다양한 등장 인물과 만나게 되는데, 과연 어른이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이유는 지난 해 만들어졌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어른 앨리스가 등장했던 것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조리 상상이며 현실이 아니라고 외친다. 앨리스가 커버리면, 어른이 되면 어린 앨리스가 받아들일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부정하게 되는 걸까 하는 씁쓸함이 밀려 왔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앨리스의 언니의 생각이 그것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아이에서 어른이 되면서 달라지는 사고 방식 즉, 사물에 근접하는 법과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힘은 오히려 어른이 되면서 미약해진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융통성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은 어쩌면 어린이에 한정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어른이 되어 경직된 사고를 하게 되었다고 풀죽을 건 없다. 우리는 앨리스를 읽음으로 해서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떠올릴 수가 있으니까. 분명, 우리는 한때 모두 앨리스였다. 이는 우리가 지금 잊고 사는 것일 뿐이지 없어진 사실은 아니다. 어른이 되어 다시 앨리스와 만났을 때, 난 다시 앨리스가 되었다.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은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 들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그것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오랜 시간 동안 명작으로 읽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 앨리스로 살고 있는 아이들에겐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주고, 지금은 어른이 된 우리가 어린 시절 꾸었던 아름다운 꿈같은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사진 출처 : 본문 中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44~45p, 118~119p, 136~137p, 106~10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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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팅턴의 고양이 -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3 : 공포와 전율편 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3
엘리자베스 보언 외 34인 지음, 리처드 댈비 엮음, 정상숙 옮김 / 책세상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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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신 닉스의 초대 그 세번째 이야기.
1, 2편을 재미있게 읽은 후라 그런지 3편의 경우 약간은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작에 실린 단편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림자의 집의 경우 지박령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표제작인 위팅턴의 고양이는 정말 위팅턴의 고양이가 존재하는 것인지, 사건의 피해자가 환영이나 환상을 보고 스스로 저지른 일인지 조금 애매했다. 하지만 스스로 저질렀다고 보기엔 너무 심각한 정도라 여전히 궁금증이 남는다. 

17호실 같은 경우 영화 1408이 떠올랐던 단편이다. 그 방에 투숙한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목을 그어 죽게 된다는 이야기였는데, 오싹한 단편이었다. 사실 호텔이란 곳은 익명의 사람들이 묵다 가는 곳이기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호텔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해도 호텔측은 은폐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럴듯 하다. 왠지 나중에 호텔에 묵게 될 일이 생기면 이 방의 히스토리는 어떤 것일까 하고 상상하게 되지 않을까?

여인의 사랑은 바다에게 사랑받은 남자의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는 전에도 읽어 본 적이 있는데, 재미있는 것은 아내의 사인이다. 세상에는 정말 사람의 힘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게 너무도 많으니까. 역으로 가는 길과 먼 훗날에는 둘 다 죽은 사람의 영혼이 산자의 앞에 나타난다는 설정인데, 하나는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자신의 원한을 풀어달라는 듯 소리없이 나타나는 것이고, 하나는 산자를 데려가기 위해 나타난다는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왜 죽은 자의 영혼이(사실 당시에는 죽은 자인줄도 몰랐지만) 그들 앞에 나타나는지 그 이유를 몰랐지만 나중에서야 알게 된다. 특히 먼 훗날에라는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커서 나중에 오싹함을 느끼기도 했다. 

책의 경우, 영혼 혹은 사악한 악령이 깃들어 있는 책의 이야기이다. 늘 같은 곳에 나타나며 조금씩 이야기가 늘어나고 있는 책이 있고, 그 책이 소유자의 마음을 조종하고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설정이 꽤나 무섭다. 왠지 오래된 헌 책, 그리고 출처가 불분명한 책들에는 그것만의 사연이 실려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난 사실 서양 유령이야기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동양의 유령과는 달리 묻지마 살인(?) 행각을 벌이는 유령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현대의 스플래터 작품의 경우이고, 오히려 조금 오래된 소설에 나오는 유령들은 나름대로의 사연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악한 유령들이나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는 것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동양의 유령이야기와는 조금은 다른 서양 유령 이야기. 
이런 것을 보면 서양인과 동양인의 사고 방식의 차이도 드러나는 것 같아 무척이나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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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자 애장판
하기오 모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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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오 모토의 <토마의 심장>을 읽은 후, 바로 이 책을 구매했다. <토마의 심장>은 유리와 토마, 그리고 에릭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것으로 주로 유리와 에릭의 마음의 성장을 담고 있었고, 오스카의 경우 무척 쿨한 캐릭터로 보였지만, 무언가를 억누르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었다. 그런 오스카에 대한 궁금증은 이 <방문자>로 인해 해소되었다고 해도 될 것이다.

방문자에는 총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표제작 방문자는 오스카의 출생의 비밀과 더불어 오스카가 어릴 때 일어났던 사건들에 대해, 그리고 오스카가 어떻게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가를 보여 준다. 남들보다 배는 어른스럽고 쿨한 성격을 보여 주고 있지만, 상대에게 다가가는 걸 조심스러워 했던 오스카. 그것은 좋아하는 유리에게도, 자신의 친부 뮐러에게도 조심스럽기만 했다. 그런 오스카에 대해 알고 싶다면 방문자를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오스카의 탄생과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오스카가 김나지움에 오기까지의 이야기는 사실 <토마의 심장>에서도 간략이 언급되어 있지만, 그 깊은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방문자는 오스카에 대한 모든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단비와 같았다. 아버지의 범행을 감싸고,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 온힘을 다 쓰는 오스카. 늘 명랑하게 웃으며 어른스럽게 굴던 9살의 오스카를 보면서 내내 가슴이 아파왔다. 한창 부모에게 어리광을 부려도 좋을 나이인데, 오스카는 벌써 그때 어른이 되어 있었다.

사실상 사람의 성장이란 몸과 마음이 균형있게 성장해야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몸은 어른인채 마음은 아이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오스카처럼 아직 어린아이인데 마음은 벌써 어른이 되어 버리니 사람도 있다. 주위 환경때문에 억지로 어른이 되어 버려야했던 오스카. 그가 바란 건 단 하나, 부모와의 행복하고 따스한 삶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런 행복한 집이 가지고 싶었을 뿐인데,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을 그는 가지지 못한 것이다. 이런 경우 비뚤어진 성격을 가진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는 바르게 자랐다. 하지만 너무 바른 것도 어쩌면 정상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이는 두번째 단편 성과도 비슷한 느낌을 준다. 바르고 건실하기만 한 아담, 비딱하고 불량해 보이는 오시앙, 그리고 아직은 혼란스럽고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어 하는 라드클리프.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모양새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정적 감정과 긍정적 감정을 조화롭고 균형있게 쌓아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결국 자신에게 달린 일.

<에그 스탠드>는 제 2차 세계대전중의 프랑스 파리에 사는 프랑스인, 독일인, 그리고 유태인의 이야기이다. 병아리라 불린 한 소년. 그가 선택한 길은 세상의 기준으로 보면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랑하기때문에 살인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그 소년에게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총 네편의 단편들은 모두 인간의 마음속 성장,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나는 가장 아름다운 감정인 사랑의 긍정적 모습과 부정적 모습등을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묘사는 너무나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성장은 과연 어디까지 이루어지는 것일까. 그리고 그 성장에 있어 한계점은 있을까. 또한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등 심오한 주제를 만화라는 것을 통해 너무도 잘 표현해낸 <방문자>. 정말 수작이라고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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