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북스토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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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껏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7권 가량을 읽었지만, 데뷔작을 읽어 볼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인데도 불구하고, 신간에만 신경쓰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잊어 버렸던 모양이다. 원래 한 작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의 데뷔작이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이 책도 사실 그의 데뷔작을 찾아 읽어야지 하는 결심보다는 이런 저런 책을 검색하다가 구입하게 되었다. 1997년에 마흔 살이란 나이로 데뷔한 오쿠다 히데오. 이제껏 읽었던 그의 책들은 배꼽 빠지는 유머와 잔잔한 감동을 함께 주었던 작품이 대부분이었던지라, 데뷔작은 어떨까 싶었다. 존의 수상한 휴가 역시 읽으면서 역시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후에 나온 책들에 비해서는 유머 코드가 좀 약한 면은 있지만, 오히려 더욱더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책이었다.

그럼 제목에 나온 팝스타 존은 누구일까.
리버풀. 4인조 그룹의 멤버.
그리고 1980년에 살해당한 인물.
이정도만 언급하면 아하.. 하고 무릎을 탁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 팝스타 존은 바로 존 레논이다.
이 소설은 존 레논이 살해당하기 한 해 전, 일본의 가루이자와에서 여름 휴가를 보내고 있을 때를 배경으로 씌어진 소설이다. 이름은 간단하게 존이라고 언급되어 있고, 그의 아내 요코는 게이코란 이름으로, 아들은 주니어란 이름으로 나온다. 물론 가루이자와에서 여름을 보낸 것은 맞지만, 본문에 언급된 그 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은 모두 픽션이다. 다만 존 레논의 과거에 대해 언급된 것은 알려진 사실과 같다.

그럼 그해 여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존은 그해 여름 알 수 없는 없는 복통과 악몽에 시달린다. 병원에 찾아가 봐도 신경성 질병이란 진단을 내릴 뿐. 그러나 점점 증상은 심해지고, 숨쉬기도 괴로울 만큼의 호흡 곤란 증세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내 게이코는 존에게 한 명의 의사를 소개시켜 주게 되는데, 그 의사의 진료를 받은 후 부터 묘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20여년전에 일어났던 사건들과 관련된 사람들의 유령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그 사람들 중에는 어린 나이에 치기로 저질렀던 범죄 행각의 피해자도 있고, 학교 친구의 어머니, 자신의 매니저였던 인물, 게다가 키스 문까지 등장한다. 

어라라.. 이쯤되면 이게 현실인지 판타지인지 슬슬 헷갈린다. 뭐,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현실 + 판타지 쯤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듯 하다. 실제 인물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또 상당 부분은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픽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유령들은 왜 나타난 것일까. 

그것은 모두 존의 마음속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해했다고 생각했던 선원에 대한 죄책감, 애정결핍을 겪게 만들었던 어머니, 비뚤어진 십대 때의 치기 어린 반항으로 사람들에게 입힌 상처,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치 않으며 상처를 입힌 매니저 등... 그렇다. 존은 이들에 대해 마음속으로는 늘 미안해 하고 있었고, 속에 있는 말을 제대로 표현하지도 못한 채 그들을 떠나 보낸 것을 무척이나 신경쓰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오래되어서, 혹은 사과도 하기 전에 세상을 떠나버린 그들. 그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고 용서를 구하고 싶었던 존의 마음이 일본의 오봉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해서 영혼들이 그들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미 죽은 사람들이지만, 그들과의 만남에서 존은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청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신비한 경험이며 존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한 과정이 되었다. 

일본의 오봉(혹은 우란분(盂蘭盆)이라고도 함)에는 조상들의 영혼이 찾아 온다고 한다. 조상을 맞이하는 불 무카에비(火)를 피우면 조상이 찾아 오고, 삼일 후 조상을 배웅하는 불인 오쿠리비(火)를 피우고 조상을 떠나 보낸다고 한다. 이러한 것은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하면서도 일본의 풍습을 교묘하게 연결시켜 놓은 설정이라 무척 재미있다.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니테 다리(二手橋)에 관한 이야기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본에서는 다리를 이승과 저승의 경계로 보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존이 그 다리를 건널 때마다 이상한 일을 겪었던 것은 아마도 그것과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과 실제 있었던 일, 그리고 작가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상상의 이야기는 일본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와 섞이면서 무척이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이는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존 레논이란 한 사람의 팝스타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최대한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하지 않아야 하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아마도 그런 죄책감이 있는 채로 죽는다면 죽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비록 픽션이지만, 존은 그해 여름 자신이 상처입혔고 피해를 줬던 사람들에게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았으며,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어머니와의 화해에 성공하게 되었다. 
 
오쿠다 히데오의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상실과 재생, 용서와 화해, 그리고 치유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따스한 감동이 있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소설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사르르 감싸주기도 한다.  
우리가 치유계 소설을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은 누구나 몇 개쯤은 자신의 마음속에 깊에 숨겨둔 상처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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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여우 헬렌 쪽빛문고 9
다케타쓰 미노루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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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난 동물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동물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좋아하고,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 책 등도 너무나 좋아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을 고를 때 주저함이 생기기도 한다. 늘 행복한 결말을 맺으면서 끝나기를 바라지만, 결국 그들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다케타쓰 미노루 선생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이다. 첫번째로 읽었던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이란 책이었는데, 그 책은 다케다쓰 미노루 선생이 운영하는 동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살아가는 동물 환자들에 관한 책이었다. 많은 종류의 야생동물이 등장하고 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들을 야생으로 돌려 보내기까지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책 <아기 여우 헬렌>은 제목 그대로, 도로변에서 구조된 북방여우 새끼 헬렌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물론 다른 동물 환자들인 참새 준도 잠시 등장 하고, 할머니 여우 멘코도 많이 등장하긴 하지만, 헬렌이 주인공이다.

태어난지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은 헬렌은 왜 도로변에 혼자 웅크리고 있었을까. 책에 나온 여우의 습성대로라면 혼자 있을 이유가 없었는데 말이다. 진찰 결과 헬렌은 눈도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후각이나 미각 또한 현저히 떨어져 우유를 줘도 고기를 줘도 스스로 먹으려 하지 않았다.

사실 눈이 보이지 않고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건 어떤 것인지 나는 모른다. 굉장히 힘들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수의사 다케다쓰 선생은 직접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아 헬렌이 느끼는 것을 느껴보려고 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건 밑도 끝도 없는 어둠속에서의 불안이라고 한다. 아직 한달밖에 안된 헬렌이 자신의 가족과 떨어지게 되어 버린 후 얼마나 불안했을까.

헬렌은 다케다쓰 부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조금씩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되고, 고기도 받아 먹게 되었다. 우리 안에서 조금씩 움직이기도 하면서 기력을 회복해나갔고, 할머니 북방 여우인 멘코와 함께 산책을 나가기도 했다.



헬렌은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았기에 자신이 우리에서 부딪히지 않고 돌았던 감각을 기억하며 바깥에서도 그렇게 한자리를 맴돌았다고 한다. 그러나 풀에 발이 걸리거나 하면 누군가 자신을 방해한다는 생각을 하는지 풀을 물어뜯고 발버둥을 쳤다. 우리도 만약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까.



멘코와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아기여우 헬렌. 멘코는 뒷다리가 없어 제대로 뛰지는 못하지만 늘 헬렌곁을 떠나지 않았다. 헬렌은 비록 시각과 청각을 상실했지만 멘코의 움직임으로 인한 진동에 반응을 보이며 멘코를 따라다녔다.



사람에게 구조된 이후, 자신의 새끼는 한 번도 갖지 못한 멘코. 하지만 멘코는 이제까지 아기 여우들을 너무나도 잘 돌봤고, 헬렌도 돌보려 애썼다. 하지만 아무런 감각이 없는 헬렌에게는 멘코도 단지 무섭고 두려운 대상일 뿐이었다.



헬렌은 양털위에 누워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따스한 엄마품이 그리웠던걸까. 멘코 곁에 있으면 엄마의 체온을 느낄수 있었을텐데... 멘코를 거부하는 헬렌도, 거부당하는 멘코도 너무나 가여워 견딜 수 없었다.

헬렌은 구조된 후 한 달여 만에 발작을 거듭하다가 천사가 되었다. 헬렌이 시력과 청력, 후각과 미각을 잃게 된 것, 그리고 혼자 남아 있게 된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있었을 수도 있고, 사고로 인한 후유증일수도 있다. 너무나도 짧았던 삶이었다. 헬렌은 구조된 후 한 달여의 삶이 행복했었을까. 사람 입장에서는 돌봄을 받고 사람의 품안에서 떠나게 된 것이 그래도 혼자서 죽어가는 것보다는 행복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헬렌은 한 달전에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그자리에서 다른 야생 동물의 공격을 받거나 교통사고로 로드킬을 당했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하면 보호받고 사랑받으며 살았던 마지막 기억이 조금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헬렌이 발작을 한다는 글을 읽으면서 마지막이 온다는 걸 예감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사정없이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서평을 쓰면서도 그 생각을 하니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이 핑돈다. 생명에는 경중이 없다. 오래 건강하게 살다가 죽는 것도, 짧은 삶은 병으로 지내다 죽는 것도 모두 슬픈 일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안타까움과 가여움이 더해진다. 조금만 더 버텨줬으면, 조금만 더 세상의 좋은 점을 더 많이 알고 갔으면 하는 그러한 안타까움이 더해진다.

헬렌은 사람들에게 생명의 소중함과 더불어 행복과 사랑을 전해 주고 떠난 천사였다. 세상에는 헬렌처럼 우리에게 사연이 알려진 동물들도 있을 것이고, 알려지지 않은채 외롭게 죽음을 맞이한 동물도 많을 것이다. 어찌보면 외롭게 힘들게 혼자서 죽어가는 동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비단 헬렌같은 여우뿐 만이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안심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은 정녕 오지 않는 것일까.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93p, 120p, 140p, 15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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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 역사에 없는 역사, 그 치명적 진실
윌리엄 위어 지음, 임용한.강영주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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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일단 제목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인물들의 모습은 더더욱 눈길을 끈다. 피노키오의 코처럼 길어진 이들의 코. 그러나 알고 보면 이들의 코는 이것보다는 더 길어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가 왜곡되고 거짓으로 씌어지는 건 비단 오늘날만의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권력자들이 반정이나 쿠데타등으로 권력을 잡아야 했을 때,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다른 나라를 짓밟아야 할 전쟁등에서도 자신들의 정당성을 위해 권력자들은 역사를 날조하고 왜곡해야 했을 것이다. 또한 어리석은 대중들을 회유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서도 역사 왜곡은 상당히 이루어져 왔을 것으로 생각된다. 대중들은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는 사람들이 그리고 자신이 발 딛고 살아 갈 나라가 최고라고 여겨기질 바라기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 왜곡은 권력자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중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란 목적도 있었겠지만, 대중들은 그것을 눈감고 믿음으로써 자신이 지배당하는 현실과 자신을 지배하는 자에 대해 충성을 느끼는 경우도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 공유가 가능한 사회가 아닌 옛날일수록 역사 왜곡은 심했을 것이고, 지배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에 유리하게 역사는 왜곡되어 왔을 것이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어왔던 것에 대한 반기. 역사가 왜곡된 사실뿐 만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춰져 있던, 역사가 왜곡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말 속담에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르게 하라"란 말이 있다. 하지만 역사에 있어 그 속담은 적용이 되지 않는가 보다.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 까지 총 15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우리가 이제까지 알아 왔던 역사들의 이면에 감추어진 비밀은 어떤 것이 있을까.

난 두근거림을 안고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일 첫 챕터인 네로 황제 편의 제목을 보면서 난 푸흡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네로가 불타는 로마를 바라 보면서 리라를 켰다는 것인데, 왠 바이올린? 사실 책에 나오는대로 바이올린은 네로 시대에 발명되지도 않았다. 이것은 세대를 거듭해 오면서 와전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난 네로 황제에 대한 것이라고는 폭군에 백성은 잘 돌보지 않고, 예술에만 심취해왔다는 것 뿐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정치에도 힘을 쏟고 로마 대화재이후에 로마 복구에도 힘을 썼다는 건 금시 초문이었다. 후세들은 네로의 치세는 싹 잊고 그가 저질렀던 악행만을 기억하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로마 대화재 역시 네로가 저지른 것이라는 왜곡된 역사가 씌어지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좋은 기억은 쉽게 잊고 나쁜 것은 오래 기억한다. 네로 황제의 이야기 역시 그렇지 않았을까. 우리는 역사적 인물을 바라볼 때,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할 때 공정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지만, 인간이기에 나쁜 점을 더욱더 들춰보고 싶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람세스 왕의 이야기는 당시 시대상에 비추어 본다면 그런 왜곡이 이루어진 것이 충분히 수긍이 간다. 당시 이집트의 왕은 신과 버금가는 위치였다. 따라서 과장은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이것을 단지 거짓으로 규정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배자를 중심으로한 권력자 집단도 그렇지만 신격화한 왕을 모시는 백성들 역시 자신들의 왕이 위대한 인물이라 믿고 싶었음은 두말 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브루스의 이야기와 상통하는 면이 있다. 로버트 브루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그에 대한 신성성이나 신비성을 부여하기 위해 거미 이야기가 덧붙여 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제시 제임스, 와이어트 어프, 존 딜린저의 경우 악당이었지만 영웅시된 인물들이다. 사람들은 악당을 미화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 사람들이 저지른 일은 잔인하고 잔혹했지만, 그외의 사실들이 덧붙여지고 부풀려져 영웅으로 만든다. 특히 와이어트 어프의 오케이 목장의 결투의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난 배꼽을 잡고 웃었다.  
또한 이 책은 고도의 문명을 가지고 있었지만 멸망한 아즈텍 문명, 야만족으로 알려졌던 고트족의 진실, 필리핀 폭동과 식민주의와 제국주의 시대, 전쟁과 내전으로 피폐해진 땅 아프가니스탄의 아픈 현실 등등에 대한 감춰진, 그리고 왜곡된 역사적 진실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은 다음의 몇 가지로 추려질 수 있다.
영토 확장과 정복 전쟁으로 인한 역사 왜곡과 과장,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인한 역사 왜곡, 역사는 승자와 패자 중 승자만을 기억한다는 법칙, 역사는 다수의 사람들 중 리더만을 기억한다는 것, 몰락한 인물에 관한 사실은 부정적인 것만 남는다는 것 등이다.  

이 책은 이제껏 진실이라 받아 들여졌던 역사적 사실을 먼저 언급하고 나서, 그에 대한 반박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시의 자료와 그림 도판, 사진등이 첨가되어 더욱더 흥미롭다. 단지 가십성의 글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해부하여 진실을 찾아내는 책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람의 기억이란 애매모호 하다. 또한 그것을 기록함에 있어서 객관성을 아무리 유지한다고 해도 객관적일 수 만은 없다. 또한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 그전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날조되기도 하고, 과장되거나 축소되기도 한다. 또한 기존에 기록된 역사서가 있다 해도 후세에 다시 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축적된 역사란 것 자체는 사실이며 진실이지만, 기록된 역사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나온 수천년의 역사중에서 얼마나 많은 역사가 왜곡되고 거짓으로 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 사실은 사실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은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역사들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기하고 있다.

역사의 왜곡과 날조, 과장과 축소등 인간이 쌓아 올린 역사에 대한 거짓에 대해 날선 메스를 들이대고 있는 이 책은 역사를 좋아하고 흥미를 가진 사람 뿐만이 아니라 지적 탐구심으로 똘똘 뭉친 독자들에게도 아주 좋은 교양 서적으로 읽힐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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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어! 너만의 생각을 키워라
휴 매클라우드 지음, 이원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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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NORE EVERYBODY!
모두를 무시하라니, 이 책의 원제는 무척이나 직설적이다.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책의 제목만을 보고도 저자의 성향을 조금은 짐작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무척이나 간결한 제목이라 눈에 확 들어 온다. 게다가 책 앞 뒤표지의 강렬한 보색 대비는 정말이지 눈에 확 띈다. 이 또한 이 책의 내용이 그만큼 톡톡 튄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이그노어! 너만의 생각의 키워라>의 저자 휴 맥클라우드는 카투니스트로 성공을 한 인물로, 이 책은 그가 성공하기까지의 여정에서 경험하고 깨달은 것들과 주변 사람들이나 성공한 유명인들의 사례를 예로 들면서 우리 안의 창의성과 창조성을 끄집어 낼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총 40개의 꼭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의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카툰과 그의 글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러고 보면 요즘은 인터넷이란 매체와 블로그란 형식을 빌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고 구축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다. 나도 하루에 몇 시간씩은 꼬박 컴퓨터 앞에 앉아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정말 세상에는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블로그 운영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톡톡 튀는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다가 책을 내고 유명인이 된 사람의 경우도 수없이 많이 보고 있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요즘 트렌드를 무척이나 잘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이야기하니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서 유명인이 되는 방법에 관한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떠올릴수도 있겠지만, 여기에 나오는 인터넷 블로그란 것은 저자가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해서 성공한 예시 사례로서 봐야 할 것이다.

휴 맥클라우드는 광고업계에서 일을 하며 때로는 성공도 때로는 좌절도 맛본 사람이다. 그는 늘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명함이나 명함 크기의 종이에 카툰을 그리고, 그것을 인터넷에 연재하면서 점점 알려지게 되고, 지금은 유명한 카투니스트이자 유명 광고회사의 직원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의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었던 것일까. 그건 바로 창의성이란 것이었다.
우리는 창의성이란 건 '특별한' 누군가의 재능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하늘에서 내려준 재능이랄까, 그런 걸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어떤' 것. 사실 나 역시 그러한 것은 특별한 사람들만의 소유물이란 생각을 해왔다. 물론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 창의적이라고 하기엔 좀 모자라지만 - 생각들을 해 온 사람도 많고, 시도해 보려고 애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사회에 나가게 되고 단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우리는 천편일률적인 사고 방식에 묶여 버리게 된다. 스스로의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기 보다는 사회가 만들어 놓은 규칙안에서 그리고 모두가 내는 목소리에 이끌리게 된다. 사실, 살아가는 데는 그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것은 결국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일 수 밖에 없다.

요즘 시쳇말로 사오정(45세가 정년)이 되는 사람이 부쩍 늘어가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말을 인용하자면 그들은 경력 20년의 사원이 아니라 20번 반복된 1년 경력일 뿐인지도 모른다. 회사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그들이 원하는 일만 하다보면 자연히 창의력이나 창조성을 이용해서 일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반 회사 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소재의 책이나 영화, 비슷한 멜로디나 가사를 가진 노래 등등 요즘은 표절 시비에 휩싸이는 문화 컨텐츠도 수도 없이 많다. 이는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자신만의 개성, 특질이 없다는 것, 즉 창의성이 결여된 문화 컨텐츠란 말이 아닐까.

휴 매클라우드는 각각의 꼭지에서 다양한 예를 들면서 우리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준다. 그건 때로는 냉담하고 시니컬하며, 신랄하다. 하지만 동시에 유머러스하며,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애정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책에 실린 그의 카툰을 보면 그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명함 크기의 종이에 담긴 그림과 촌철살인의 문장은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집적체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일시에 성공한 스타였다면 이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 줄 수 있었을까. 그는 스스로도 성공과 실패를 반복해왔고, 자신만의 분야를 찾는데에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자신이 창의성을 발휘할 분야을 찾았을 때는 묵묵히 그 작업을 수행해 왔고 결국은 자신만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본문에 나오는 마지막 꼭지가 그의 이야기를 총괄해서 담고 있는데, 그것은 어려워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으며, 쉬이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면서도 그 실행이 쉽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기본 중의 기본'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남들이 사는 걸 따라 살 때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 것이라고 한다.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남들이 이미 도전해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이미 내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보고 도움을 받는 것은 좋지만, 역시 그것이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수시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늘 정체되어 있는 아이디어는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자신안에 숨겨져 있는 자신만의 돌을 찾아 갈고 닦아 보석으로 만드는 것, 그것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다. 누군가에게 발견되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찾아라, 그리고 스스로 궁리하라. 모든 것의 시발점은 그곳에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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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이야마 만화경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모리미 도미히코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작가이며, 손가락으로 꼽을 때도 상위권에 들어가는 작가이다. 그래서 신간이 나오기를 목 빼고 기다리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요이야마 만화경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재빨리 구매했다. 이 책이 손에 들어온 날, 어찌나 가슴이 뛰던지... 만화책같은 알록달록한 표지에 그려진 것들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쳐다 보았다. 요번엔 어떤 이야기로 나를 즐겁게 해줄까, 요번엔 또 어떤 등장 인물이 등장할까 등등 혼자서 별별 상상을 다해봤다. 하지만 모리미 도미히코는 언제나 상상 이상의 것을 가져다 주는 작가이다. 그리고 요이야마 만화경 역시 상상이상이었다.

이 작품은 총 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단편들은 두 개씩 짝을 지워 보면 딱 들어 맞는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또한 6개의 단편이 모두 연결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요이야마 자매 - 요이야마 만화경은 어린 자매가 중심 인물로 등장하고, 요이야마 금붕어 - 요이야마 극장은 나와 오토카와, 그리고 나를 위해 색다른(?)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들이 중심 인물도 등장한다. 요이야마 화랑 - 요이야마 미궁은 야나기와 지즈루, 그리고 그녀의 삼촌이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이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조금씩 겹쳐진다. 중심인물이 누구냐로 갈리는 것 뿐이다. 게다가 조연급의 사람들도 많이 등장하니 잠시 집중력을 떨어 뜨리면 중간중간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인물을 놓칠 수도 있다. 이들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도 처음에 읽을 때는 몇 명의 인물과 몇 개의 사건이 겹치는 것을 놓치기도 했지만, 두 번째 읽으면서 세부적인 것에 대해 거의 대부분을 짜맞춰 볼 수 있었다. 

요이야마 만화경은 그의 전작인 여우 이야기의 기담같은 느낌, 다다미 넉 장 반 세계일주의 평행 세계 느낌, 그리고 태양의 탑이나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등장해 수많은 재미를 안겨주었던 청춘들의 이야기 느낌 등이 맛있게 섞여 있다. 특히 요이야마 극장에 나오는 등장 인물중에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에 나왔던 그 대학생들이 다시 출연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혹시 게릴라 연극 풍운 괴팍왕을 기억하시는가? 바로 그것을 연출한 학생들이다. 이렇게 전작에 나온 등장 인물들을 깜짝 출연시키는 것 또한 모리미 책의 또다른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의 청산유수같은 말솜씨가 전작보다 줄어 들어든 느낌이라 아, 전작과 조금은 달리 차분한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요이야마 금붕어의 독특한 포스를 내뿜는 오토카와가 나오고, 요이야마 극장에서 대학생들이 나오는 대목에서는 그의 청산유수같은 언어구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요이야마 미궁과 요이야마 만화경은 왠지 기담 냄새가 풀풀 풍겼다. 금붕어가 자라서 잉어가 되고, 잉어가 승천해서 용이 된다던지, 끝없이 반복되는 요이야마의 밤, 그리고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만화경등은 기담적 요소를 충분히 가지고 있다.

또한 등장 인물이 교차하는 것은 마치 평행 세계를 보는 듯 하다. 각각의 등장인물은 요이야마의 밤에 무슨 일을 겪게 될까. 이런 구성은 마치 6개의 세계가 나란히 펼쳐져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모든 등장 인물들이 요이야마의 밤을 보내면서 겪는 일은 다르지만, 등장 인물들이 조금씩 겹쳐서 나오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아니라 긴밀한 연결 구조를 가진 평행 세상으로 보인다. 이런 구성은 작품의 제목과 딱 맞아 떨어지는 것 아닐까.

만화경은 초등학교 때 누구나 접해 보았을 물건이다. 둥근 통 속에 몇 개의 거울을 넣고 작은 종이 조각을 넣고 조금씩 돌리면 그 안쪽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수 있으리라. 요이야마 만화경에 나오는 각각의 단편들은 나오는 등장 인물이 겹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사건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다음에 돌릴 때는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모르는 만화경 속 세상.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모리미 도미히코의 요이야마 만화경이라 할 수 있다.

기온마츠리를 소재로, 그것도 요이야마의 밤을 한정으로 해서 묘사된 6개의 사건들. 길 끝에서 끝까지 노점으로 꽉 차있고, 몰려든 사람들로 복닥이는 마츠리 중에는 왠지 여우탈을 쓴 요괴가 몇 쯤은 섞여 있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듯 하다. 또한 그들도 마츠리를 즐기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기온 마츠리의 요이야마의 밤. 그곳에는 자신들이 꿈꾸었던 것을 마츠리 무대로 바꾸어 뿌듯함을 느끼는 젊은이들의 모습도 있고, 오래전 행방 불명된 딸을 찾아 하염없이 요이야마를 반복하는 아버지의 모습도 있다. 요이야마의 밤 속에는 환상적인 즐거움과 요사스러운 어둠이 함께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 세상에 발을 디디고 살아야 하고, 이세계의 존재들은 이세계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한다. 동생을 찾아 헤매던 언니가 요이야마님을 만나 요이야마님을 따라 가지 않고 동생을 찾아 다시 길을 나서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축제의 시끌벅적함이 선사하는 즐거움, 괴상하고 요상한 캐릭터의 등장이 주는 웃음, 딸을 만나기 위해 요이야마를 반복하는 아버지의 안타까움과 슬픔 등이 이질감 없이 조화되어 있는 요이야마 만화경. 역시 모리미 도미히코의 작품은 언제나 내게 기대 이상의 것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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