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요괴 자쿠로 1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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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호시노 릴리가 순정 만화를!!
사실 호시노 릴리는 BL계에서 유명한 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그린 순정 만화는 어떨까. 마음은 기대로 두근두근, 표지를 봐도 확 끌린다. 내가 좋아하는 요괴 이야기에, 메이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이라니.... 이거 두말하면 잔소리.

소녀요괴 자쿠로는 반인반요(半人半妖) 즉, 인간과 요괴의 혼혈이다. 반인반요라고 하면 난 먼저 다카하시 루미코의 이누야샤가 떠오른다. 완전한 요괴가 되기 위해 사혼의 구슬 조각을 모으는 이누야샤를 보면서 엄청 즐거워했던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이누야사는 개 요괴였던 아버지와 인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런데, 소녀 요괴 자쿠로에 나오는 반요들의 태생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
임신한 여성이 카미카쿠시(神隱し : 어린애, 처녀 등이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는 것)를 당한 후 돌아오면 뱃속의 아이가 요괴가 된다는 것이란 설정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역시 카미카쿠시란 표현이 나오는데, 카미카쿠시는 일반적인 행방불명과는 달리 신령의 소행이라 생각되었다.

태어날 아이들은 자신의 의지로 요괴가 된 것도 아니지만, 행방불명되었던 여성은 여우에게 홀렸다면서 배척을 당하고, 그 아이들은 태어나자마자 죽임을 당해왔다. 그런 아픔과 상처를 가진 반요 소녀 자쿠라. 표지에 나온 것이 바로 자쿠라이고, 뒤에 있는 남자는 자쿠라와 한 팀을 이룬 아게마키 케이다.

메이지 시대에는 일본이 국호를 개방하기도 했지만, 이 만화의 설정으로는 요괴와 인간 사이에도 벽을 없애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아 가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여전히 요괴라는 이미지 때문에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야 하는 반요 소녀들과 요괴들.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인지 요괴들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그들을 배척한다. 하긴 요괴들이 일으키는 사건들에 요괴들이 나선다고 해서 반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닌 것일까.

요인성이라는 정부 기관하에 반요 소녀들과 한팀을 이루게 된 육군 군인들. 반요 소녀는 자쿠라 외에 스스키호타루, 쌍둥이 자매인 호즈키 · 본보리가 있고, 육군 군인으로는 자쿠로의 파트너인 아게마키 케이를 비롯 스스키 호타루의 파트너인 요시노카즈라 리켄, 쌍둥이 자매의 파트너인 하나키리 간류등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온다. 그외에 요괴인 쿠시마츠와 마메조등 1권만 해도 등장 인물과 등장 요괴의 수가 상당히 많다.

1권은 벚꽃 놀이할 때 나타난 요괴 뇌수(雷獸) 퇴치를 비롯, 카미카쿠시가 자꾸만 발생하는 마을에 관한 이야기, 잡기만 하면 살인귀가 되게 하는 마성이 깃든 칼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여자 화장실에 출몰하는 변태 갓파 이야기까지 일단은 좀 가벼운 이야기들로 시작하고 있다. 특히 변태 갓파를 보고는 어찌나 웃었는지.. 원래 갓파가 장난끼가 많기는 하지만, 여자 화장실에서의 변태 행위라니! 더불어 케이의 여장 모습은 배를 잡고 웃게 했다.

하지만, 자쿠라의 어머니가 두번째 카미카쿠시 이후 실종된 사건 등 자쿠라의 개인적 이야기들도 나오며, 특히 리켄과 스스키호타루의 따끈따끈 깨소금 냄새 폴폴 나는 연애 이야기도 주목할만 하다. 특히 겉모습만 이케맨인 케이와 달리, 겉모습은 좀 무섭지만 섬세하고 다정한 리켄은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아직 본보리와 호즈키의 파트너인 간류의 활약상은 나오지 않지만 그의 활약상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요괴이면서도 너무도 순수한 반요 소녀들. 그리고 귀여워서 안아주고 싶은 요괴 마메조. 인간과 요괴의 공존 시대를 순수히 받아들이는 육군 군인 아찌들 모습까지, 책을 보는 내내 흐뭇했다. 앞으로 자쿠로와 케이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지, 그리고 스스키호타루와 리켄의 사랑은 어떻게 여물어 갈 것인지도 무척이나 궁금하고, 다음에는 또 어떤 요괴가 나타날지도 궁금하다. 일본에는 8백만 신이 있다고 할 정도이니 요괴의 수도 상당할 듯하니, 우리나라에는 없는 요괴 캐릭터들의 등장도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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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할 수 있어 1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손정임 옮김 / 신영미디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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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할 수 있어.
제목을 보고, 띠지를 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 웃겨서 웃은 게 아니라 왠지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너무나도 닮아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지금 나의 모토는 '혼자라도 괜찮아'랄까. 왠지 이 만화의 제목과도 너무나도 비슷하다.

이 책의 주인공 에미코.
2005년 당시 31살, 독신, 남자 친구는 없지만 그런대로 행복함.

그렇다면 나의 2005년은?
20대 후반, 독신, 남자 친구는 있어서 나름대로 행복했음.
그러나 2010년 지금의 나는?
30대. 독신. 남자 친구는 없지만 나름대로 행복함.
(그러나 때때로 말라버린 연애세포를 부활시키고 싶다는 생각은 하고 있음. 지금은 반 건어물녀??)

우리나라든 일본이든 여자 나이가 서른이 넘어가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건 비슷한가 보다. 게다가 남자는 서른을 넘어도 결혼을 안해도 능력이 있으니 안하는 것이고, 여자가 서른이 넘어도 결혼을 안하면 결혼을 못하는 것이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얼추 비슷한듯. 사실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본인은 결혼에 관심이 없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주변의 시선은 늘 걱정의 시선 반, 이상한 시선 반이랄까... 그런게 참 불편하다 말이지...

어쨌거나 비슷한 나이대의 주인공을 만나게 되어 나로서는 무척이나 반갑다. 게다가 가상의 이야기도 아니고 작가 모리시타 에미코가 직접 겪은 일들을 그려 낸 것이니 과장도 미화도 없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일본과 우리나라의 문화적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이 책은 30대 독신 여성들의 이야기를 너무나도 족집게처럼 잘 집어내고 있다. 사실 서른이란 나이는 갑자기 찾아오는 건 아니지만, 내가 서른이란 나이가 되었을 때의 충격은 의외로 컸다. 언제까지나 청춘을 구가할 나이인줄 알았는데, 어느새 서른??? 게다가 지금은 서른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20대에서 30대가 되니 달라지는 게 많다. 물론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지만 스스로 느끼는 감정이나 몸의 변화도 꽤나 크다. 20대때만 해도 배가 조금 나왔다 싶으면 한 두끼 굶는 것으로 해결이 되었는데, 서른이 넘어가니 턱도 없는 소리다. 게다가 잔주름에 신경쓰이고, 햇살 쨍쨍한 날은 기미가 생길까 전전긍긍, 지수 높은 선크림은 필수요, 잡티를 가려주면서 투명하게 보이는 화장법을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게다가 20대 때만 해도 아이돌 가수의 노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왔는데, 이제는 아이돌 가수가 나와 노래를 부르면 반도 못알아 듣는다. 이런게 나이를 먹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 서글픔도 간혹 생겨나지만, 20대 때와 비교해서 달라진 게 있다면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고나 할까. 20대 때에는 무슨무슨 날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그때를 대비해 남자 친구 만들기에 급급했으나, 이제는 혼자 즐길 여유가 생겼다. 10년 넘게 혼자 사는 생활을 하다 보니 전구 갈아 끼우기나 전동 드릴 사용은 수준급이 되었고, 무슨무슨 날이다 하면서 커플들이 염장을 지르는 날에는 복잡한 곳을 피해 조용한 내 집에서 혼자만의 여유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혼자면 어떠랴~~ 즐겁기만 하면 되지. 난 그래서 혼자 티타임을 즐기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도 혼자서 하고 있다. 

근데 참 이상하지, 난 괜찮다고 하는데 왜 주위에선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혹시 날 걱정할까 싶어 좀 오버하는 경향이 있나? 에미코도 역시 마찬가지. 광채를 발하며 혼자서도 할 수 있어를 부르짖는 모습이 좀 바보스러워 보일수도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오히려 풀죽어 있는 게 이상한 법. 그러하니 좀 바보스러워 보여도 조금은 다른 사람 앞에선 오버할 수 밖에...

혼자서도 할 수 있어는 직장 생활을 비롯, 친구들과의 만남이라든지, 간혹 찾아오는 연애의 기회 등 독신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고 있는 일들을 코믹하게 풀어 놓았다. 특히 무척이나 웃었던 것은 여성 호르몬 분비 촉진을 위한 그녀만의 방법과 멋진 직장 남성들이 있어 원하는 도시락을 사지 못하고 돌아섰던 모습, 리듬을 타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저주파 치료기였다는 에피소드였는데, 이건 완전 나랑 똑같아 똑같아~~를 외치게 만들었다. 
또한 노래방에서의 노래 선곡이나 주름살이 늘지 않도록 먹는 여러 가지 것들을 먹는 - 내 경우에는 바르는 것 위주다 - 등 곱게 나이를 먹기 위한 그녀의 노력도 완전히 대공감이다.   

인연이 있어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인연을 만나지 못해 오랜 기간 독신으로 사는 사람도 많다. 그러한 자신이나 주변 상황에 전혀 위축되지 않고, 꿋꿋하게 마이 페이스를 지켜가는 에미코. 그런 당당한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이를 먹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것,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닐까.

<혼자서도 할 수 있어> 다음 편 이야기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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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2 - 레이치로 편
다카나가 히나코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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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 레이치로 편~ 2권이 발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무척 반갑기도 했고, 혹시 전편보다 못하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드는 등 기분이 좀 복잡미묘했다. 사실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첫번째 책인 하루 X 츠카사 커플은 별로란 생각이 들었고, 대신 츠카사의 형 레이치로와 진나이 커플쪽이 훨씬 마음이 끌렸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레이치로와 진나이의 첫번째 이야기로도 충분한 만족감을 맛보았기에 후속권 소식은 의외였다.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와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레이치로편~은 평행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두 권에 공통된 인물이 나오지만 어느 커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느냐에 따라 나뉘어졌는데,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2권은 순수하게 레이치로와 진나이 커플의 이야기만이 있다. 물론 하루X 츠카사 커플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안된 이야기지만, 레이치로 X 진나이 커플을 격하게 아끼는 나로서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

첫번째 이야기는 레이치로와 진나이의 만남에서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었다면, 2권은 연인으로 지내는 두 사람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레이치로와 진나이의 캐릭터 변화를 볼 수 있어서 무척이나 즐거웠던 시간이기도 하다.

레이치로의 경우 1권에서는 순수하지만 초강력 둔탱이 캐릭터가 강조되었고, 진나이의 경우 레이치로보다 10살 가까운 연상으로 조언을 해주거나 상담을 받아주는 어른스러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2권에서는 레이치로가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점이 눈에 특히나 띈다. 진나이같은 경우, 오히려 어린애같아 졌다고나 할까. 하긴 레이치로같은 성격의 사람을 사귄다면 늘 불안해지는 건 사실일터. 경계심없고, 주위 사정에 어두운 사람을 보는 입장으로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나이가 너무도 불안해하고 전전긍긍 안달복달하는 모습은 쓴웃음까지 짓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사실 진나이의 그런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사실 남녀 커플도 사귀다 보면 상대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부지기수인데, 특히 남남 커플의 경우 공개하면서 사귀지도 못하는 입장이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레이치로의 순수한 둔탱이같은 성격은 그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으리라.
하지만 레이치로도 나름의 입장이란 게 있는 것. 순수하고 둔탱이처럼 보여도 그 속은 여리고 섬세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런 입장을 취하는 진나이가 내 눈에는 곱게 보일리 만무. 솔직히 개인적으로 레이치로를 격하게 아끼는 입장이라 레이치로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불안해 하는 진나이의 모습을 보며 뒷통수라도 한대 후려갈기고 싶었다. (실제로 진나이가 내 앞에 있었으면 그렇게 했을지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진나이의 욕만 한 것 같아서, 그건 이제 그만~~
내가 좋아하는 레이치로 이야기를 해볼까한다.
레이치로는 겉으로 보기엔 무감각해보이고 태평해 보이지만 그건 속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성격일뿐, 누구보다도 더 섬세하고 여린 성격이다. 그런 레이치로가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게 2권의 가장 큰 보배로움이라고나 할까.

자신을 믿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진나이에게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입장에 대해 확실히 말해 주기도 한다. 그리고 집안의 강요로 인해 이루어진 맞선을 확실하게 거절하는 등 진나이에 대한 마음을 확실하게 지켜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보이는 색기 폴폴 넘치는 표정이란.. 거의 나를 쓰러지게 만들 수준이랄까.

게다가 본사에서 나온 키지마의 등장 - 사실 이게 맞선 보다 더 큰 임팩트를 주었다 - 은 레이치로를 지키고 싶어하는 진나이의 마음을 더욱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알고 보니, 키지마는 진나이를 노리는 것이었다?!!! 키지마의 말에 따르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즉 진나이를 두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레이치로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란다. 키지마의 등장으로 2권은 더욱 재미있어졌다. 허를 찌르고 들어온 키지마의 본심도 그렇지만, 그 덕분에 용감해진 레이치로를 보는 건 정말 최고의 수확이라할 수 있다. 특히 키지마 앞에서 레이치로가 선언한 말. 그것은 진나이에게도 제대로 먹혔을 뿐만 아니라 내게도 제대로 먹혔다. 아아, 난 레이치로에게서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을 게야~~~

또한 레이치로의 귀여운 모습을 한껏 감상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 물론 궁도복을 입은 멋진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맞선을 보던 날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진나이의 옷소매를 붙잡던 레이치로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떨렸다. 아, 레이치로의 이런 모습까지 볼 수 있다니!!!!

이외에도 수도 없을 정도로 레이치로에게 반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물론 난 그대가 사랑에 빠지다 하루X 츠카사 커플 편에 잠깐씩 등장한 레이치로의 모습을 보자마자 반한 케이스지만... 더욱 더욱 더욱 반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랑이란 건 사람을 행복하게도 하지만 반대로 불안하게도 만든다. 특히 상대의 마음이란 건 말이나 행동으로 확인하지 못할 경우엔 더더욱 불안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불안감은 상대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물론 진나이는 부정하겠지만, 사실 많이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것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건 상대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말로써 100번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보다 한 번의 행동이 더 중요할 때도 있다. 레이치로는 바로 그런 사람이다. 순수하면서도 올곧다고나 할까. 그런 사람은 쉽게 배신을 하지 않는다. 진나이는 레이치로의 그런 면을 좀더 깨달으면 좋겠는데... 일단은 레이치로가 키지마 앞에서 한 선언이 진나이의 불안감을 싹 가신 것 같기는 하다.

부잣집 도련님 사장과 직원, 그리고 연상연하에 남남 커플.
진나이와 레이치로가 넘어가야 할 산은 수없이 많겠지만. 지금처럼 예쁜 사랑 오래오래 할 수 있기를. 그리고 그 행복이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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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번째 밀실 작가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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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소설의 재미는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바로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과 범행 동기, 그리고 알리바이가 있다면 그 알리바이에 사용된 트릭이 밝혀지는 것에서 얻어지는 카타르시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거기에 밀실이라는 트릭이 더해지면 추리 소설의 재미는 배가 된다.

밀실 트릭은 추리 소설에서 많이 사용되는 트릭중의 하나이다. 그만큼 작품의 숫자도 많기 때문에 가끔은 '정말 이건 정말 어이없는 밀실 트릭이군'이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있고, '와, 이건 정말 새롭고 독특한 밀실 트릭인데'라고 생각되는 작품도 있다. 집 전체가 혹은 섬 자체가 밀실이 되는 경우도 있고, 또한 하나의 방이 밀실을 이루는 작품도 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46번째 밀실은 어떻게 보면 산속의 별장 자체가 충분히 밀실이 될 수 있는 공간이긴 하지만, 밀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서재와 지하 서고이다. 물론 주위에 별장이외에는 다른 집이 없고, 겨울이라 별장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사건의 피해지인 추리 소설의 대가 마키베 세이치의 별장 자체가 밀실이 될 수도 있다. 즉, 그곳에 초대받은 사람 중에 범인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본의 딕슨 카로 불리우는 마키베 세이치. 그의 시신은 지하 서고에서, 그리고 초대받지 못한 한 인물은 서재에서 참혹한 사체로 발견된다. 과연 두 사건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살해해야만 했던 범인의 범행 동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작품은 작가 아리스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으로 아리스 X 히무라 콤비의 첫번째 사건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아리스와 히무라의 첫만남도 잠깐 언급이 되어 있다. 난 은근히 두 사람은 특이한 만남으로 시작된 인연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싱거운 만남이랄까.. 그래서 슬쩍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이 소설의 밀실 트릭은 나중에 밝혀지게 되지만 의외로 싱겁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세상에는 완전한 밀실이라는 게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니 의외로 납득이 간다. 물론 '굉장한' 밀실 트릭을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다소 실망을 할 수도 있겠으나, 이 사건은 밀실이라는 것보다는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더욱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두 사건 중 첫번째 사건의 살해 방식이 무척이나 독특한데, 굉장히 어려운 방법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렇게 어렵게 사람을 죽일만큼 원한이 깊었을까 라는 생각도 잠시 들긴 했지만, 뭐랄까 의외로 범행 동기가 깊은 원한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었다.

이런 점을 보면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늘 큰 동기가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물론 커다란 원한때문에 복수를 위해 누군가를 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요즘 추리 소설은 대부분 저정도로 사람을 죽일 필요가 있을까 싶은 범행 동기가 많이 눈에 띈다. 추리 소설의 고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납득할만한 동기가 있는 반면, 현대 추리 소설의 범행 동기가 아마도 이러한 것은 현대 사회의 범행 추세와 맞물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요즘의 범행이 더욱더 무섭고 오싹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범인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동기일지는 모르겠지만....

밀실 트릭으로서는 글쎄... 라는 반응. 그러나 범행 방식에는 감탄을 했던 작품이다. 프롤로그의 플래시백이 이 두 가지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라고 생각을 했는데, 요것 역시 작가가 독자의 사고를 묶어뒀던 트릭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마키베 세이치가 말했던 천상의 추리 소설과 지상의 추리 소설에 대한 언급이다. 정말 누가 봐도 대단하다고 생각할만한 작품. 추리 소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런 작품을 쓰고 싶지 않을까. 왠지 이런 부분은 작가로서의 고뇌랄까.. 그러한 것을 엿볼 수 있었던 부분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에 초판 발행되었지만, 실제로 이 작품은 일본에서는 1992년에 발행된 작품이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여년전에 발표된 작품인 것을 감안한다면 추리 소설로서 주는 재미가 꽤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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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4
다비드 쇼벨 지음, 신윤경 옮김, 사비에르 콜레트 그림, 루이스 캐럴 원작 / 세미콜론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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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난 앨리스에 푹 빠져들었다. 작년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완판본인 주석 달린 앨리스 시리즈 를 읽었고, 얼마 전에는 헬린 옥슨버리의 그림으로 그려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었다. 헬린 옥슨버리의 앨리스는 존 테니얼이 그린 앨리스와는 또다른 느낌의 소녀라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이번엔 그래픽 노블이다. 사실 그래픽 노블이란 장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래픽 노블이라고 하면 주로 헐리우드 액션 영웅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여자인 나로서는 왠지 구매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가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표지를 봐도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앨리스. 책을 받아 든 순간부터 내 가슴은 두근거림으로 고동치기 시작했다. 앨리스의 캐릭터도 이렇게 달라졌는데, 다른 캐릭터들의 모습은 어떨까, 대부분이 그림으로 이루어진 그래픽 노블에서 앨리스 이야기는 어떻게 표현될까 등 내 머릿속은 앨리스에 대한 생각으로 꽉 차게 되어 버렸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첫 장을 열었다. 전체적으로 다소 어두운 감은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이 앨리스의 환상적인 모험에 대한 이미지를 더욱 높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제껏 봐왔던 앨리스보다는 약간 성숙한 모습의 검은 머리 앨리스였지만, 이런 앨리스의 모습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토끼굴에 떨어진 후 하트 여왕님의 파이 사건까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그래픽 노블은,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래픽 노블의 특성상 이야기가 좀 축소되어 있는 편이었다. 게다가 앨리스 시리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말장난이 거의 없어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게다가 생쥐와 앨리스의 대화에서도 말장난에 대한 설명이 아예 없어서 앨리스 시리즈 완역본을 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게 뭘까 하고 궁금해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앨리스에 나오는 다양한 캐릭터들의 변신 모습과 글로서만 상상해야했던 세세한 부분들을 모두 그림으로 즐길 수 있었다는 점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또한 이야기는 축소된 경향이 있지만 새로 각색하지 않아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게 만들어졌다는 점이 돋보인다.  


사비에르 콜레트가 그린 그림은 정말 환상적이다. 특히 우울한 쐐기벌레를 이런 식으로 그려낼 줄이야... 마치 우주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한 이 그림을 보고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왠지 나른한 모습의 쐐기 벌레.. 그의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듯 하다.
그러나! 난 오른쪽 위에 있는 그림을 보고 푸하하하핫하고 웃어버렸다. "넌 누구냐" 의 앞뒤만 바꾸면 영화 올드 보이에 나왔던 "누구냐, 넌" 이란 대사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저 음험한 표정의 쐐기벌레... 웃지 않으려야 웃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쐐기벌레의 배경에 있는 꼬부라진 고사리 모양의 언덕은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해골 잭이 서있는 언덕의 모습과 비슷한 느낌을 줘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때는 먼저 체셔 고양이를 찾는다. 체셔 고양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존 테니얼, 헬린 옥슨버리의 체셔 고양이와는 또다른 느낌의 체셔 고양이. 특히 조금씩 모습이 사라져 웃는 입만 남는 이 장면은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다. 체셔 고양이의 몸색깔도 평범한 고양이가 아닌 정말 '이상한' 나라에만 존재할 것 같은 고양이의 모습이었다.


체셔 고양이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몇 몇 장면에 등장하는데, 그중 처음은 공작 부인의 집이었고, 그다음에는 숲속에서, 그다음은 여왕님의 크로케 경기이다. 그중 난 이 장면을 제일 좋아하는데, 길을 헤매는 앨리스가 체셔 고양이에게 조언을 구하는 장면이다. 늘 이 장면을 보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이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해야할까 하는 고민이랄까. 그러나 체셔 고양이 말대로 그건 누구에게 물어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란 걸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중 가장 포스가 강력한 캐릭터는 누구일까? 당연히 하트의 여왕님이 아닐까. 수시로 목을 쳐라!! 를 남발하는 하트의 여왕님. 평소 보던 하트의 여왕님과는 다른 색다른 하트의 여왕님 모습을 보라.. 내가 알고 있던 하트의 여왕님은 뚱뚱한 몸매에 거만한 표정이었는데, 여기에 나오는 하트의 여왕님은 비쩍 마른 몸매에 신경질적인 표정을 하고 있다. 정말 이 하트의 여왕님 눈밖에 나면 목이 달아날까 심히 두려워진다.


이 장면도 보다가 웃음이 터져버린 것 중의 한 장면이다. 그리폰과 가짜 바다 거북이 바닷가재 춤을 추는 장면인데, 나중에 앨리스와 함께 셋이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보면서 모 개그 프로그램에 나왔던 리마리오 춤이 생각나 버렸다. 어찌나 웃었던지.... 비록 그리폰과 가짜 바다 거북 편에 나오는 말장난 파트가 대부분 생략되어 버렸지만, 이런 즐거움덕분인지 아쉬움은 훨씬 덜했다. 

이야기가 축소 생략된 부분을 생각하자면 완판본을 보는 게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픽 노블이란 것의 장점을 떠올린다면, 그런 아쉬움은 사라질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번역에 충실한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은 그런 책을 읽으면 되고, 그런 책을 이미 읽은지라 색다른 앨리스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분명 큰 만족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환상적인 색감과 다양한 캐릭터들의 새로운 모습은 큰 즐거움이다.
 
앨리스는 오랫동안 읽혀온 소설이지만, 놀라우리만치 풍부한 상상력으로 똘똘 뭉쳐진 작품이다. 그러하기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의 앨리스가 존재할 수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앨리스의 모험은 비록 앨리스의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늘 그런 꿈을 꿔왔다. 어딘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환상적인 사건들이 펼쳐질 환상의 나라. 어린 시절 우리의 꿈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 앨리스는 어른이 된 지금의 나에게도 꿈을 꾸게 해준다. 앨리스는 언젠가 어른이 될테지만, 앨리스는 순수함은 그대로 가진 채 성장할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을 어린 아이들에게 나눠줄 것이다. 그리고 어른인 우리에게도 잊어버린 채 살고 있던 꿈을 되찾아 줄 것이다.
 
사진 출처 : 본문 中(26p, 38p, 37p, 49p,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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