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즌 트릭
엔도 다케후미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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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던가. 프리즌 트릭이 딱 그렇다.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 텐도 아라타의 추천사가 있어 무척이나 기대를 했건만, 읽어 보니 기대에 못미친다. 물론 이 작품이 작가 엔도 다케후미의 데뷔작이란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교통 사고 피의자들이 수감된 형무소. 그곳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 게다가 범죄 현장은 완벽한 밀실이었다. 범인은 도대체 왜 형무소안에서 범죄를 저질렀으며 그 범인은 어디로 갔는가. 또한 피해자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

프리즌 트릭은 형무소라는 큰 밀실, 그리고 범행 후 사라진 범인의 행방을 뒤쫗는 것을 기본으로 한 밀실트릭 추리소설이다. 형무소란 것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곳. 그 자체가 밀실이 될 수 있지만, 범법자를 수감하는 곳이니 만큼 각 건물 역시 폐쇄 상태가 되니 밀실안의 밀실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곳에서 끔찍한 범행을 저지르고 감쪽같이 사라진 범인. 범인은 왜 형무소 안에서 범죄를 저질러야만 했을까. 교통형무소의 경우 대개 수감기간이 짧기 때문에 피해자가 출감한 후 그를 노리는 것이 더욱 타당한데 말이다.

형무소에서의 범죄. 그리고 범인의 탈옥. 두 가지를 놓고 본다면 범인의 범행은 단독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다. 형무소 밖에 있는 '누군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특히 범행에 쓰인 약품을 형무소내에서는 공수할 수 없으니 당연히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은 짐작이 된다. 즉, 공범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라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어떻게 폐쇄된 형무소 건물 안에서 범행을 저지르고 탈옥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물론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알카트라즈같은 곳이면 애초에 탈옥이란 건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교통사범의 경우 형량이 높지 않고, 대부분 과실로 인한 범죄이기 때문에 흉악범도 없으므로 아무래도 교도소 시설 자체가 흉악범이 수감되어 있는 곳과는 다르다는 것쯤은 납득할 수 있다. 게다가 평소에도 개방적인 부분이 많았던 시설이라 탈옥에 쉬울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한다.

그러나, 나중에 다 밝혀지지만 공범과의 범행, 그리고 탈옥의 과정이 너무나도 쉽게 처리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형무소 안인데, 그렇게 쉽게 범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게 납득이 안간다. 물론 대부부의 수감자가 감형을 받고 출감하는 형편이라 탈옥을 꿈꾸는 사람도 없다는 것 때문에 감시의 눈이 소홀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형무소가 아닌가.
또한 범행에 사용된 약물의 반입이 너무나도 쉬웠고, 공범의 행동이 너무나도 대담했다는 사실도 눈에 거슬린다. 형무소내의 사람들은 특히 간수들은 눈뜬 장님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난 솔직히 말해서 책에서 광고하는 '철벽의 트릭'이란 말에 수긍이 안간다. 책을 반정도 읽었을 때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감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약품을 썼느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게다가 범행 동기에도 의문이 많이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주범과 공범이 존재한다.
이름을 밝히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범인 A, B라고 쓰겠다. 프리즌 트릭은 마지막 페이지의 마지막 행을 읽으면 이 사건의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됨을 알 수 있다. 형무소에서 범행을 저지른 A가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공범으로 보았던 B가 전체 사건의 주범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A를 주범으로 볼 경우 A가 저지른 사건에서는 심정적으로는 공감이 가지만, B를 주범으로 볼 경우 범행동기 자체가 무엇인지 파악이 안될 정도이다. 왜 그는 그들을 죽여야만 했나. A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죽어 마땅한 것이지만, 그것이 모두 B의 조작이었다면? A는 단지 B에게 이용되었을 뿐이라면? 그렇게 보면 B가 A의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이 모두 이해가 된다. 하지만 B의 범행동기가 무엇이었는지는 짐작키 어렵다.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A를 도우는 척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눈에 거슬리는 것은 또 있다. 책에 나오는 인물들 대부분이 너무 억지스러울 정도로 쓰레기같은 작자들 뿐이란 것이다.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는 형무소 측 인물들,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만 급급한 경찰들, 경찰과 대립중인 검찰측, 이슈거리나 만들어 특종기사나 잡으려는 기자 등등 나오는 인물들 중 공감이 되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 누군가는 정의를 실현할 인물이 있어야 하겠지만, 시게노는 포스가 너무 약하다. 시게노가 이 사건의 전모를 뒤쫓긴 하지만 그걸로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작가는 데뷔작인만큼 욕심을 많이 낸 것으로 보인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가해자와 피해자 유족의 문제를 비롯, 정경유착의 현장, 자신들만의 법대로 돌아가는 형무소, 자신의 안위와 출세에만 눈이 먼 경찰 간부와 재판 단계에 있어서의 헛점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많이 다루고 싶어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한 권의 책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 했기에 오히려 그것이 더 거북하다.

또한 서장과 종장은 범인 A가 범행 일체를 자백한 수기 형식으로 이 부분만 읽으면 대략 범행 동기와 범행 방법, 그리고 탈옥 방법 등에 대해 다 알 수 있다. 물론 이렇게 요약을 해주는 건 독자 입장에서 고맙긴 하지만, 조금 못마땅한 부분도 있었다. 특히 악법도 법이니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신은 사법제도에 몸을 맞기지 않고 자살을 하겠다고 암시하는 부분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아 어안이벙벙할 뿐이었다.

무척이나 흥미로운 소재를 가진 추리 소설이지만 말이 너무 많았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다. 뜻은 높고 컸으나 받아 들이는 나에게 있어서는 그다지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내겐 무척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소설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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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07 22: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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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양이 오래 살게 하는 50가지 방법 - 동물행동학 전문가가 전하는 '내 고양이 행복하게 만드는 환경 및 건강 지침서'
카토 요시코 지음, 강현정 옮김, 안상무 감수 / 작은책방(해든아침)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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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가정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애견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도 애묘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사실 고양이를 집에서 키운다는 건 내가 어릴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방목되었으니까. 그러다가 애견 인구가 늘어나면서 집안에서 키우는 개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요 몇 년전부터는 애묘 인구도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개의 경우에는 마당에 묶어 놓거나 방목하고, 고양이는 대부분이 방목되었으며, 먹이도 사료대신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 사회는 핵가족화 시대가 되고, 또한 독신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집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먹이를 비롯해 반려동물의 생활향상을 위한 물품들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야 할 반려동물과의 삶에서 우리 인간은 어떤 것을 신경써야 할까. 사실 반려동물의 수명이 예전에 비해 많이 길어졌다고는 하지만, 인간보다는 수명이 짧다. 그렇다면 나의 반려동물이 나와 함께 오랫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하려면 우리는 어떤 것을 해야 할까. 바로 이 책이 그 답을 알려 주고 있다.

총 5개의 파트로 나뉘어지는 이 책은 첫번째 장에서는 반려동물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개와 고양이의 성격의 차이점을 비롯해서, 인간과 동물의 사고 방식의 차이를 먼저 설명하고 있다. 우리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개에게는 익숙해져 있지만, 의외로 고양이에게는 익숙하지 못한 점이 많다. 특히 고양이와 개의 차이점을 몰라서 고양이에게서 개의 행동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은데, 개와 고양이의 차이,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사고방식의 차이를 먼저 설명해줌으로서 고양이를 키우고자 마음 먹었을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먼저 이야기한다. 그외에도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잘 설명이 되어있다. 
두번째 장은 고양이의 일상 생활과 관련된 것들, 세번째장은 인간과 반려묘와의 관계, 네번째장은 고양이의 병의 종류와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 다섯번째 장은 반려묘의 마지막에 대처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고양이와 더불어 살아가면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각 꼭지에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한 페이지씩 첨부되어 있어 책의 내용을 보다 더 쉽고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든 반려인의 소원은 내 반려동물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살다 떠나는 것이다. 사람보다 수명이 짧은 이상 먼저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기정 사실이지만, 적어도 15년 이상을 함께 하는 존재이다 보니 처음 데려올 때부터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귀여우니까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생명으로 존중하고, 반려동물로서, 가족으로서 그들을 대할 때 나도 행복하고 반려묘도 행복해진다.

고양이든 개든 사람에게 사랑을 받으면 자신들이 사랑을 받는 것 이상으로 사람에게 애정과 신뢰를 보여준다. 동물들은 주인이 가난하든 못생겼든 사회적 지위가 높든 낮든 상관하지 않고 무한한 애정을 우리에게 주는 존재이다. 그들을 바르게 사랑하고 돌보는 것, 그리고 그들의 신뢰에 올바르게 대응하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임을 잊지 말자.

반려동물과 함께 할 것을 생각했다면, 그들이 눈을 감는 그날까지 돌봐주겠다는 생각,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말자. 그들이 행복하면 행복할 수록, 건강히 내곁에 오래 머물러 주면 오래 머물러 줄수록 우리 인간의 행복과 삶의 깊이도 더욱더 깊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 책은 현재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서 맞이할 생각이 있는 사람, 더불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 특히 요즈음 반려동물 인구는 늘어나지만, 그 반대로 유기되는 동물의 수도 급증하는 것을 보면 너무도 안타깝다.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어 유기되어 힘든 삶을 살아가거나, 로드킬을 당해 안타깝게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반려동물들의 수가 하루라도 빨리 줄어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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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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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BL물을 아주 좋아하지만, 학원물을 그저 그렇다고 생각해 왔다. 어린 녀석들이 무슨 사랑타령이야.. 라고 하는 편견이 먼저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간만에 너무도 상쾌하고 싱그러운 학원물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상의 작화로는 그다지 땡기는(?) 뭔가는 없었지만, 동급생이란 제목이 주는 아련한 느낌에 선택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 나카무라 아스미코의 작품은 처음인지라 - 작가 역시 이 작품이 BL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 과연 어떤 작품일까 하는 생각에 무척 설렜다. 일단 19금 딱지가 안붙은 걸 봐서는 소프트 BL쪽인듯해서 학원물로는 딱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괜찮겠다는 생각은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은 순간, 너무 괜찮았다로 바뀌었다. 간만에 좋은 작품 하나 만났어라는 그런 기분이랄까?

고교 2년의 여름. 합창 대회를 앞둔 어는 여름 날, 쿠사카베 히카루는 동급생인 사죠 리히토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입만 벙긋벙긋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노래따위 시시한 걸로 생각하나 보다 했더니 어느 날 방과후 혼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사죠를 보게 된다. 무심코 걸었던 말 한마디. 그리고 그후 쿠사카베는 사죠에게 노래를 가르쳐 주기로 한다.

이렇게 소년들은 서로를 알게 되고, 조금씩 사이가 가까워져 간다. 고교시절이라.. 여학생들은 좀 덜하겠지만, 남학생들은 끓어 넘치는 성적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는 시기이다. 모든 것은 성으로 통한다고 할 정도로 성적인 관심도 많고, 연애나 사랑에도 관심이 많은 나이. 그러나 남녀 공학도 아니고 남자들만 득시글대는 남학교에서는 종종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관심을 가지는 녀석들도 한 둘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하라쌤의 말에 따르면 '이쪽'이 아닌 녀석들은 졸업하고 사회에 나가면 여자 꽁무니 따라다니기 바쁘게 된다고 하지만, 그건 그때가 되어 봐야 아는 것이지 섣불리 사죠와 쿠사카베의 마음을 단정지을 수는 없다.

일단 두 주인공 쿠사카베 히카루와 사죠 리히토. 쿠사카베 히카루는 약간 날라리 스타일이라고 할까. 물론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학교가 꼴통 학교로 유명한 곳이다 보니 뭐 어쩔수 없는 일일지도.. 조금은 가벼워 보이고, 늘 즐거워 보이는 쿠사카베는 밴드의 리드 보컬을 맡고 있다. 그에 비해 사죠는 어떤 사정에 의해 이 학교 시험을 봐야 했지만, 전교 1등을 하는 수재이다.
어찌 보면 참 안어울릴 것 같은 두 사람이고, 고교생에다가 내년이면 수험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다 보니 약간의 트러블이 생기긴 하지만 의외로 잘 맞는다 싶다.

동급생은 1년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쿠사카베와 사죠가 서로를 의식하게 되는 것에서 부터 사죠가 이 학교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담긴 이야기, 쿠사카베의 콘서트와 사죠의 진학 문제등이 나온다. 우연히 말을 걸게 되어 친구가 되어 친밀해지고, 레몬 과즙 100%같은 상큼한 키스를 나누는 사이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특히 남자끼리 사귄다는 것에 대한 문제에 대해 조금은 어색해 하는 사죠의 모습이나, 서로의 진학 방향이 달라 갈등을 겪는 모습등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본문 내용이 대체적으로 현실적이고 진지하지만, 웃음을 던져주는 요소도 많다. 특히 쿠사카베의 명랑함이나, 모범생 사죠가 술에 약간 취해 투정을 부리는 모습에선 참을 수 없이 웃음이 나왔다. 또한 결코 무시하지 못할 캐릭터인 하라쌤의 등장은 늘 재미있다. 하라쌤은 사실 사죠가 입학을 할 때부터 노렸지만... 결국 쿠사카베가 가로챈 셈이라 현 상황이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보는 꼴이 되었나고나 할까? 조금 안되어 보이긴 하지만 난 절대적으로 쿠사카베 X 사죠 커플을 응원하고 있기 때문에!!

눈만 마주쳐도 행복하고, 손가락 끝만 닿아도 아릿아릿, 입술에 입술이 살짝 닿은 것 만으로 저릿저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순도 100%의 학원물이랄까. 비록 고교 시절의 기억이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릴 정도로 나이를 먹어 버린 현재의 나이지만, 이 책을 보는 내내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금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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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양이라고! 생각하는 숲 9
사노 요코 글 그림, 이선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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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동화책을 멀리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왠지 다 큰 어른이 그림책을 보면서 하하하하 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가 쑥스러워서가 아닐까. 아니면, 애들이 보는 책인데 라고 생각하면서 무시하는 것 때문일까. 난 어릴 때 동화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책장이 나달나달해지도록 보고 또 보았지만, 어느 샌가 동화책은 멀리하게 되었다. 사실상 주위에 아이라고는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내 손으로 동화책을 구입하는 일도 거의 없지만 요즘은 다시 동화책에 손을 대고 있다. 그 이유는 동화책에는 어른들 책이 가지지 못한 순수함과 따스함이 깃들어 있고,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상적인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사노 요코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로, 첫번째로 읽은 책은 100만 번 산 고양이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펑펑 쏟아 냈고,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래서 또다시 선택한 책이 바로 이것이다. 

고등어를 너무나도 좋아하는 한 고양이가 산책을 하다가 고등어 대군단의 습격을 받았다. 어라라? 고양이가 꿈이라도 꾸는 것일까. 갑자기 숲속에 고등어가 왜 날아 왔지? 그러나 이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이 고양이는 고등어를 피해 달아 난다. 하지만 극장에서도 고등어들은 고양이를 둘러 싸고 노래를 부른다. "네가 고등어를 먹었지~~"라고. 극장에서도 헐레벌뗙 도망나온 고양이. 숲속으로 다시 돌아갔을 때, 고등어의 모습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후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고양이는 "나는 고양이라고!"를 외치면 가던 길을 다시 간다.

줄거리 자체로는 무척이나 간단하다. 하지만 보는 내내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난데 없이 숲속에 날아온 고등어 떼라니. 고등어 군단을 본 고양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그런 고양이의 표정이 너무나도 잘 묘사되어 있다. 새파랗게 질려 모자도 담배 파이프도 떨어뜨리고 도망을 가는 고양이의 모습은 너무나도 절박하다. 또한 고등어들의 노래도 내겐 웃음을 던져 주었다. 사실, 고등어 군단이 떼로 나타난 것도 무서운데 노래를 부르다니. 그것도 "네가 고등어를 먹었지~~"라고 노래를 부르면 얼마나 무서울꼬. 게다가 고운 목소리로..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것은 분명히 멋진 일이지만, 고등어가 아무리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고 해도 고양이에겐 위협으로만 느껴졌을 것임에 분명하다.

눈을 감고 도망가는 고양이를 묘사한 페이지는 양쪽 페이지가 모두 새까맣게 칠해져 있어 실제로 눈을 감고 뛰는 모습이 연상된다. 특히 극장안을 둘러 보다가 자신의 왼쪽에도 오른쪽에도 고등어들이 줄지어 다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서 난 배꼽이 빠지게 웃었다. 실제로 당하면 정말 무서운 일일테지만, 보는 나로서는 웃음이 참아지지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고양이는 고양이! 고양이로 태어난 이상, 고등어를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 이상, 고등어들의 노래에도 바뀌는 것은 없다. 고등어들이 아무리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고 해도 자신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몇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고양이의 관점이고, 하나는 인간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이며, 또다른 것은 고양이와 고등어의 관계, 즉 먹고 먹히는 관계의 이야기이다.

첫번째로. 고양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고양이로 태어난 이상은 어쩔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뭐라고 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인걸... 게다가 고등어들에게 쫓기던 수난의 시간이 끝나고 모자와 담배 파이프를 주워 들어 다시 옷매무새를 말끔하게 하는 장면은 고양이의 습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사실 고양이들은 깜짝 놀라거나 당황하는 일이 있어도 금세 아무렇지도 않은듯 도도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것 역시 고양이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태어나서 자라면서 형성해온 성격이랄까, 근본적인 어떤 것은 웬만한 경우에는 바뀌지 않는다. 물론 노력으로는 가능할지 몰라도 근본적인 것은 거의 그대로 남는다. 억지스럽게 남에게 맞추는 생활로 괴로움을 얻기 보다는 자신의 근본적인 성격을 잘 파악하고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삶 쪽이 훨씬 좋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는 태어날때 부터 고양이. 우리 역시 태어날 때부터 자신으로 살아가는 삶 쪽이 더 행복하고,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본 약자와 강자의 이야기.
사실 자연계의 먹이 사슬 관계에서 누군가는 먹고 누군가는 먹히게 된다. 하지만 우리 인간들은 늘 먹는 쪽이지 먹히는 쪽은 아니다. 그러하기에 먹히는 쪽의 약함을 업신여기고, 당연시여기는 부분도 있으며, 나아가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또한 나보다 강한 사람에게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약육강식의 세계, 적자생존의 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서로 반대되는 입장의 차이점도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짧은 동화이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나는 고양이라고!
간결한 내용과 유머스러움, 그리고 여러가지 상황을 잘 묘사해낸 그림등은 보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할 꺼리도 던져 주었다. 사실 동화란 것은 받아 들이는 사람 나름의 입장이 형성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 역시 고등어와 고양이의 관계에 미루어 봤을때 고양이의 입장이다 보니 고등어들의 입장을 잘 헤아리지 못한채 고양이의 모습만을 좇았다. 결국, 이런 동화들은 우리가 잊고 사는 것을 다시금 떠올리게 해주는 아주 귀중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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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3
윤지운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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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2권이 BL물이라 3권 역시 그런줄 알았는데, 순애보는 각 권의 코드가 책마다 다른듯 하다. 순애보 3권의 코드는 고전 + 비극.
고전과 비극이라.. 사실 그 두 가지 만큼 잘 어울리는 소재도 없다고 생각한다. 왠지 지금 이 시대는 비극이란 소재와 어울리기엔 이질감이 드는 건 사실이니까. 비극이 존재한다고 해도 왠지 어설프다거나 애틋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달까. 그래서 그런지 역시 비극은 고전이란 생각이 든다.

순애보 3권은 총 6명의 작가의 다섯 작품이 실려 있다. 남녀 사이의 로맨스와 비극을 그린 작품도 있고, BL물이면서 비극을 그린 작품도 있다. 그러나 고전이란 요소에는 판타지적 요소도 있기에 판타지 풍의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고나 할까.

첫작품인 윤지운 작가의 월궁(月宮)은 중국 신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로, 바로 예(羿)와 항아(嫦娥)의 이야기이다. 천인이었던 그들이 천계에서 쫓겨나 인간계에서 생활하면서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그들 사이의 사랑이 결국 비극으로 끝을 맞게 된다.
 
예는 항아와 함께 인간으로 영원을 함께 하고픈 생각이었거늘... 항아의 의심이 결국 그 비극을 불러 일으켰다. 그후 월궁에 도피해서 사는 항아의 모습을 보고는 속에서 천불이 나는 줄 알았다. 그것이 항아, 너의 사랑이었더냐. 겨우 그것이 너의 사랑이었던 거냐.... 자신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겨우 그 정도였던 거냐, 항아. 결국 너는 천인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것이냐..... 영원을 산다는 천인들의 사랑도 이럴진대 겨우 백년 남짓 사는 사람들의 사랑은 그리 쉬이 변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더냐.....

왠지 씁쓸함이 남았다. 사랑이란게 겨우 그 까짓것 밖에 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 속이 상했다. 항아의 사랑 역시 인간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국 자신만을 사랑하는 여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예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월궁에 틀어 박혀 자신의 신세만을 탓하면서 살아가겠지.. 너같은 이기적인 여자에게는 그런 삶이 어울린다. 항아아.

이호델라루나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축복을 받은 생명이 아니라 없애야 할 생명이었던 한 소년. 소년은 짐승이라 일컬어졌고,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의 마음만은 세상 여느 인간보다 더 아름답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또 다른 인간의 추악한 면이 돋보였던 작품으로, 사랑이란게 사람의 눈을 멀게 만들어 한치 앞도 볼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존재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사랑이란 언제나 밝은 부분만을 보여주진 않는다.

비밀 역시 판타지풍의 작품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앞선 두 편의 작품이 남녀의 로맨스에 바탕을 둔 작품이라면, 강혜진 작가의 비밀과 이시영 작가의 그리고... 는 BL물이다. 그리고 이 책에 수록된 작품중 이 두 편이 BL물이었다.

비밀은 비밀지킴이와 한 왕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판타지 성향이 굉장히 강한 작품이다. 다른 이의 비밀을 듣고 그 비밀을 간직해야할 비밀 지킴이. 그리고 왕이 그 비밀지킴이에게 말해 준 비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작품이었다. 사랑이란 언제나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그리고.. 는 순애보 2편에 수록되었던 그러나.. 와 같은 구조를 가지는 작품이며, 같은 등장 인물이 나오기는 하지만 설정이 좀 다르다. 그러나.. 의 경우 일본인 남창 후유키와 일본 이름으로 하루키란 이름을 가진 조선인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고, 조선인 K가 보답받지 못할 사랑의 아픔을 당한 인물로 그려졌다면, 그리고..의 경우 K가 일본인으로 나온다. 이름은 키요시. 여기에서는 재미있게도 일본인 K와 조선인 윤호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보답받을 수 없는 사랑의 아픔을 당하는 것은 후유키. 이 작품이 3부작 시리즈로 나온다고 하는데, 4권에서 또다시 이 엇갈린 사랑을 볼 수 있게 될까?

마지막 작품인 애(哀)는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비극 작품이다. 조선의 종묘사직을 지켜오던 종족 구미호. 한 임금을 사랑해 그를 잊을 수 없어 그의 피가 남긴 구슬을 몸에 지니고 그 임금을 다시 불러 오려 했던 한 구미호 명. 사람의 사랑은 한때에 불과하나 사람이 아닌 존재의 사랑은 어찌보면 사람보다 더 깊고 애틋하다. 그래서 가슴이 더 아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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