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들과의 인터뷰
로버트 K. 레슬러 지음, 손명희 외 옮김 / 바다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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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ing 이란 단어나 profiler란 단어는 이미 우리에게 낯선 단어가 아니다. 다양한 미드를 통해 범죄 심리 분석관을 접하게 되었으니까. 난 특히 영화 마인드 헌트와 크리미널 마인드를 통해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보고 그들의 분석에 대해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물론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나오는 것처럼 실제로 프로파일러들이 총을 들고 범인을 검거하는 일은 없지만, 특정 범죄와 그 범죄를 저지른 인물에 대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내용을 볼 때면 혀를 내두르곤 했었다.

현대 사회의 범죄는 예전과는 달리 수법이 치밀해졌을 뿐더러 그 동기 또한 알 수 없을 때도 많다. 따라서 특정한 용의자의 선을 긋는 일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더 부각되었다. 사실 예전에는 살인 사건은 대부분 면식범에 의한 사건이 많았지만 요즘처럼 묻지마 범죄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는 용의자를 가려내는 것도 힘들 일이란 생각이 든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끔찍한 범죄. 만약 프로파일링 기술과 프로파일러들이 없었더라면 그 중 미결 사건은 얼마나 많이 나오게 될까.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전직 FBI요원이자 프로파일링 기술을 범죄 수사에 도입하는 데 큰 공헌을 한 로버트 K. 레슬러가 실제로 자신이 맡았던 사건과 자신이 만났던 범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프로파일링 기술과 프로파일러들의 일, 실제 범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한 그들의 심리 분석, 그리고 현대 범죄의 변화상에 대해 우리에게 말해 준다.
 
요즘은 과학 수사 기법을 동원해 일단 용의자가 정해지면 아무리 치밀한 범죄라도 반드시 그 꼬리가 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용의자를 특정짓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제 아무리 날고 기는 과학 수사기법이라도 용의자를 잡을 수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DNA분석을 한다하더라도 용의자가 있어야 대조 분석이 가능하게 되니까.

이 책에 수록된 범죄는 정말 극악무도한 범죄들이다. 그냥 연쇄살인범은 그 축에도 끼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정도로 잔혹한 범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연쇄 살인이란 것도 소름끼치고 무서운데, 그들이 피해자에게 가한 여러 가지 행동들은 인간의 사고를 뛰어 넘는다. 특히 사람을 죽이고 그 피해자의 피를 받아 마신 리처드 트렌튼 체이스의 사례는 예전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기억이 난다. 물론 그때는 그 범죄 행각의 재구성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끔찍했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이런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것일까. 또한 종교 집단을 사칭하여 자신의 광신도들을 살인마로 만든 찰스 맨슨, 미국 전역을 돌며 고학력과 매력적인 외모로 여성들을 강간 살해 한 테드 번디, 존속 살인을 포함해 여러 건의 살인을 저지른 에드 캠퍼 등 이들의 범죄 행각은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으리 만큼 잔혹했다.

그들은 왜 연쇄 살인자가 된 것일까. 처음부터 괴물로 태어난 자는 없다. 가끔 유전적 요인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위험한 발언도 나오기는 하지만 - 물론 그런 살인범의 가족중에는 정신질환 병력자가 많은 건 사실이다 - 그들의 자라온 환경에 큰 지배를 받는 것이 더 많다. 가족과의 유대의 부족, 잘못된 성적 환상 등 그들의 머리를 지배하는 것은 일반인과 큰 차이를 보인다.

또한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 중 정신병으로 그런 사건을 일으키는 자는 드물다는 것이다. 오히려 수십건의 연쇄 살인을 저질러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취를 남기지 않아 검거가 늦어졌다는 이야기는 그들이 얼마나 똑똑한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조직적 범죄와 비조직적 범죄의 두 카테고리로 범죄자 유형을 나눈다. 물론 하부 카테고리는 더욱 많겠지만 일단 가장 큰 범주로 두 가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조직적 범죄자의 경우 머리가 좋고 고학력이며 자신의 범행 대상을 물색한 후 범죄를 저지르고 증거조차 남기지 않는 반면, 비조직적 범죄자의 경우 충동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물론 두 가지 경향을 다 보이는 범죄자도 있다고 하니, 인간의 머릿속의 생각은, 또한 인간이 저지르는 행위들은 얼마나 복잡하고 알 수 없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프로파일링은 일종의 직소 퍼즐과도 같다. 그것은 범죄 현장과 피해자의 분석을 통해 범죄자의 모습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 보고 분석하는 일. 그리고 그것을 하나하나 맞춰가는 일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견뎌내기 힘들 정도의 일이라 생각된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테니까......" 라고.
사실 보통 사람들로서는 이해하기도 어려운 심리를 가진 범죄자들을 대하다 보면 자신이 가져왔던 도덕관 윤리관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범죄자들은 그들만의 논리로 세상을 상대하기 때문이다. 그 심연에 끌려 들어가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하면서 범죄자들의 심리를 파헤쳐야 하는 프로파일러들. 나같으면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눈조차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을 것 같다.

프로파일링 기술의 도입과 진화 과정, 그리고 실제 프로파일링 기술로 해결한 사건들, 이상 심리를 가진 범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프로파일링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 볼 책이 아니다. 실제 인간들의 세상은 드라마같지도 영화같지도 않다. 즉, 늘 범인을 잡고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들의 프로파일링 기술의 도입으로 이상 범죄에 대한 해결과 용의자 검거율이 높아진 건 사실이라 생각한다.

살인자들과의 인터뷰는 프로파일링과 프로파일러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단비와 같은 책이었다. 하지만, 절대 유의할 사항 하나는, 흥미 위주로 책을 읽지 말란 것이다. 이건 모두 실제 사건이니까.
끔찍한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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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4
권교정 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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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4권은 로맨스와 BL 작품이 섞여 있어 있긴 하지만 BL물이라고 해도 소프트 BL쪽이기에 BL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다지 거부감 없이 읽을수 있을 듯 하다. 나야 뭐, 원래부터 BL을 좋아하니까 만족스러웠고, BL삘이 조금이라도 내비친다거나 하면 거기에 혼자만의 망상을...(笑)

순애보 4권의 코드는 Cherish.
Cherish는 소중히 하다, 염원하다, 신봉하다... 라는 뜻이다. 음.. 난 여기에 애틋함을 추가하고 싶다. 몇몇 작품은 애틋하다 못해 애절했으니까..
총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 순애보 4는 장르도 다양하다. 시대물, 판타지, SF, BL, 로맨스 등 여러가지 코드가 삽입되어 있어 읽는 내내 즐거웠다.

첫작품인 염소치는 사람들은 판타지물이라고 볼 수 있다. 시대와 나라는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판타지라는 설정이란 게 원래 그런 것이니까. 대마법사로 불리던 투게는 어느 날 자신의 마법의 힘을 몽땅 잃고 자포자기하는 상태가 된다. 그런 투게를 염소치는 사람인 얀달이 거두어 보살펴 준다. 마법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을 사람이 농사를 짓고 땀을 흘려 일하는 것에는 익숙치 않았을 터. 하지만 그는 마법의 즐거움이 아니라 땀 흘려 일하는 것의 즐거움을 알게 된다. 목가적이며 전원적이면서 한편으로는 현실의 고달픔을 함께 보여주는 작품이었는데, 잔잔한 여운이 남았던 작품이다.

천년도 당신눈에는은 SF적 설정이 눈에 띈다. 물론 처음에는 평범한 로맨스처럼 보이지만...
어린 꼬마 숙녀였던 시아를 기다려 결혼에 골인한 노아. 그둘은 사랑하고 또 사랑했지만, 그 뒤에 감춰진 커다란 비밀... 시아의 존재는 감히 인간으로서는 넘볼 수 없던 존재였던가. 평행 우주 이론에 판타지적 설정이 가미되어 무척이나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다. 무척이나 안타깝기도 했고... 세상에는 정녕 사랑하면 안되는 그런 존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나 할까.

신부는 순애보 4권에 실린 작품중 가장 애틋함이 컸던 작품이다. 죽을 날을 받아 놓은 도련님과 아이를 못낳는다고 쫓겨난 헌 신부. 나이 차이도 나이 차이지만 자신의 병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진 가한. 그는 신부 '소'에 의해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으니.... 남편이 먼저 죽으면 아내를 합장하는 풍습을 가지고 있었던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의 슬프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 더불어 간간히 작은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유머 코드도 있었다는 게 특징이라면 특징. 새드 엔딩일지라도 내용 자체가 신파로 흐르는 건 딱 질색이 내 취향에 잘 맞았던 작품.

달콤하고 달콤하도다는 애증과 집착의 이야기라고 할까. 서로에 대한 감정을 숨기고 숨긴 채 상처를 주고 받는 사람들.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다. 사랑은 달콤할수록 더 아프다는 말이 이 사람들에게 딱 어울릴듯. 사실 둘 사이가 달콤한 건 없었지만,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처럼 가질 수 없는 것이 더 좋아보이고 더 갖고 싶은 건 인지상정. 하지만 이들은 그 사랑을 포기 하지 못했다.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사랑이니 더욱 갖고 싶어했던 결과는.... 마지막 반전이 좋았던 작품.

너는 나의 달빛은 판타지 물이라 볼 수 있다. 흡혈귀가 나오니까.
햇빛을 사랑했던 남자, 그러나 그는 달빛속에 머물러야 했던 남자였다. 시간을 초월한 일그러진 사랑의 파편들.
 
황금나선의 경로는 판타지물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좀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가미되어있는 작품이랄까. 사이코 메트리 능력을 가진 한 남자. 그리고 그를 향한 연심을 오랜 기간 간직해 온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특히나 7년전 소년이 그에게 남긴 선물에 남은 이미지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고나 할까. 결말 또한 만족스러웠던 작품. 등장인물의 섬세한 심리묘사도 무척 좋았다.

순애보 4권의 경우 연상연하 커플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염소치는 사람에 나오는 투게와 얀달은 정확하진 않지만 20세이상 정도, 천년도 당신 눈에는의 시아와 노아는 무려 700년, 신부는 애교스럽게 10살 차이, 달콤하고 달콤하도다 역시 10살 이상, 너는 나의 달빛은 계산이 어려움, 황금나선의 경로는 20살 이상 가량... 연상연하 커플은 연상연하인데,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은 커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뭐 사랑에는 나이도 국경도 없다고 하니... (笑)

독특한 소재와 다양한 장르, 그리고 달콤하지만 아픈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순애보 4권. 역시 사랑은 달콤할수록 그 뒤에 따라오는 아픔이 더 큰 법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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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사람 (Deluxe) - 뉴 루비코믹스 스페셜 008
콘노 케이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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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루비 디럭스 시리즈가 두꺼운 줄은 알았지만, 역시 책을 받을 때마다 그 두께에 기분이 흐뭇해지는 건 감출수 없다. 만화지만 양장본이란 건 둘째치고, 페이지가 무려 400페이지가 넘어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행본 미수록 만화까지 있으니 더 좋다고나 할까.

귀여운 사람에는 표제작인 귀여운 사람외 2편의 단편이 더 실려있다. 집시 on the 플래닛은 판타지 성향이 강한 작품이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은 완전 초단편이다. 총 4페이지이니 소설로 치면 쇼트쇼트라고나 할까? (笑)

각설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귀여운 사람은 학원물이다. 고교 1년생 후배와 2년생 선배사이의 알콩달콩 사랑 이야기를 비롯해 사이드 커플로 등장하는 소꿉친구 이야기가 있다. 일단 이케우치와 시노다 커플을 보자면, 이케우치는 1학년, 시노다는 2학년으로 농구부 소속이다. 어느 날 시노다의 이케우치에게로의 폭탄선언! 이케우치는 놀라는 한편 그런 시노다가 너무 귀여워 어쩔 수 없을 정도.

학원물인 만큼 가볍다. 게다가 청춘들 - 성욕을 주체하지 못하는(?) - 답게 씬이 좀 많은 편이다. 게다가 은근히 야하기도 해서 BL물을 어느 정도 봤다는 나도 솔직히 말해 좀 부끄러워졌다. 사실 리맨물처럼 색기가 넘친다는 건 아니지만, 왠지 어린 녀석들이라고 생각하니 그것만으로 야하단 생각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아무리 BL물이라도 씬에만 집중하면 재미가 없다. 학교 생활을 비롯해 클럽 활동(농구부), 사복 입고 데이트 등 다양한 이야기가 포진되어 있다. 특히 두 사람은 농구부 선후배 사이이기 때문에 여름 방학 합숙 훈련 같은 이야기도 들어가 있고, 시험 공부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즉, 학원물이란 설정을 곳곳에서 보여 준다.

또한 두 사람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교실에서 H를!? 
이 장면을 보면서 청춘들이란....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귀엽기도 했다. 귀여웠던 이유는 언젠가 졸업을 해서 학교를 떠난후 학교를 추억할때 곳곳에 쌓인 추억을 기억하기 위해서라나? 너희는 어려서 잘 모를테지만 졸업하면 학교에 대해 그다지 추억을 하지 않게 된단다, 아그들아... 또한 사실 앞날을 모르는 건데, 너희가 헤어질수도 있는 것이니 만큼 그런 추억을 만든다면 학교를 볼 때마다 아픈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데... 아직 생각이 어리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뭐,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만. (흠흠)

하지만 고교생들인데 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가끔 들기는 했다. 특히 둘이서 작은 다툼을 할 때는 역시 어리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하지만 두 사람이 진심이 아니란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어쨌거나 어린 만큼 순수한 건 맞으니까.

난 이케우치와 시노다 커플도 귀엽고 재미있었지만 사실은 사이드 커플인 미나카와와 신 커플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상하게도 난 주연 커플보다는 항상 조연 커플에 더 매료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소꿉친구라는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설정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미나카와를 좋아했던 신. 그러나 미나카와는 신을 좋은 친구이자 섹스 파트너 정도로만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미나카와가 지금 꽂힌 건 시노다이기 때문에 옆에서 지켜보는 신의 입장은 말 안해도 다 알겠다.

신과 미나카와의 에피소드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역시나... 선풍기 사건이 아닐까. 신은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는데, 미나카와의 그 뚱한 반응이라니.. 나같으면 애시당초 친구의 연을 끊었을 거다. 그러나 그런 미나카와도 사랑스럽다니, 사랑의 콩깍지가 씌이면 정말 이성은 지구밖으로 날아가 버리는 건지도...

집시 on the 플래닛은 현대판 흡혈귀물이랄까. 무척 인상적인 단편이었고, 사실 표제작인 귀여운 사람보다 더 마음에 든 작품이기도 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 흡혈귀. 그러나 그들이 사랑하는 존재는 유한의 존재인 인간이다. 그렇다보니 가끔은 선을 넘기도 한다.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한 망각의 주문은.. 아이러니 하게도 '사랑해'라는 말. 왠지 이룰수 없는 사랑, 가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처절함이랄까, 아픔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는 주문이다. 그러나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이랄까? (笑)

귀여운 사람은 단행본 1, 2권의 합본 분량에 단행본 미수록 작품이 두 편이나 실려 있어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특히나 학원물에서 판타지까지,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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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가 1
이선영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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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천년된 매화나무 귀신이 자신의 가지를 잘라 인형을 만들었고, 그 인형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인형에게는 심장이 없었다.

책 표지를 보면서 와아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책 표지도 그렇지만 책장을 넘겨 보면 그 탄성은 더해진다. 컬러 일러스트와 그 내용을 보면 너무나도 아름답고 애절하기 때문이다. 사실 로맨스는 별로 안좋아하지만 인형歌는 판타지 성향인데다가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이 아닌 존재들의 사랑을 다루고 있는 책이기에 선뜻 구입하게 되었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는 혼이 깃든다고 했던가. 천년된 매화나무 귀신은 자신의 가지를 하나 잘라 인형을 만든다. 그 인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지만 심장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형이 사라졌다. 도대체 누가, 왜 데려간 것일까...
아름답기로 소문난 우희 아가씨. 그녀는 마치 인형과도 같았다. 그녀가 외출을 허락받은 건 신월의 단 하루 뿐. 어느 날 그녀 주위에 수상한 남자가 나타나고 묘한 이야기를 속삭이는데.....

이야기는 매화나무 귀신이 만든 이야기와 우희의 이야기로 나뉜듯 보이지만 사실은 두 이야기가 연관되어 있다는 것쯤은 쉽게 알 수 있다. 인간세상에 나온 그 인형이 바로 우희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희는 왜 자신을 만든 매화나무 귀신을 떠나 인간 세상에 나와 10년을 살게 된 것일까. 그녀를 데리고 갔던 흰 머리카락의 남자는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사실 1권은 수많은 궁금증만을 던져 준다. 고양이 요괴를 데리고 있는 나리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며, 왜 우희를 죽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인지. 우희의 아버지는 왜 우희가 인형인줄 알면서도 매화나무 귀신과 거래를 했던 것인지, 우희의 아버지와 함께 있는 남자는 누구인지.. (그는 매화나무 귀신인 기현과는 다른 인물임에는 틀림없어 보이지만 말이다) 또한 마지막에 등장한 또 한사람의 남자는 누군지....

환상적인 그림과 인간이 아닌 존재들의 사랑을 다룬 인형歌 1권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해 진다. 특히 우희의 의상은 시대를 추정키 어려우나 그런들 어떠리. 너무나도 아름다운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기녀의 의상에서 따온 것이라 하는데, 너무도 아름답다. 게다가 현대 복식을 차용한 듯한 느낌도 받는다.

사실 인형歌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피그말리온 이야기이다. 자신이 조각한 여인을 사랑한 피그말리온. 그 둘의 이야기는 해피 엔딩으로 끝났는데, 이 이야기는 비극을 암시한다. 사실 인간과 요괴의 사랑이라든지를 보면 대부분 요괴나 귀신이 인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자주 보인다. 왜 그럴까.. 라고 생각해 보면 인간의 마음은 갈대같아 그 사랑도 덧없기 때문이기 아닐까. 그에 반해 요괴는 오랜 세월을 살면서 깊은 사랑과 변치 않는 마음을 준다. 그래서 인간들의 사랑에 질린 이에게 인간이 아닌 존재의 사랑은 더욱더 감동적이며, 더욱더 끌리게 되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인형을 되찾으러 온 매화나무 귀신, 그리고 우희를 둘러싼 비밀들.
그리고 우희가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
우희는 자신의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래서 우희의 텅빈 가슴에 심장이 생겨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아직 아련한 환상과도 같다.
그래서 뒷 이야기가 더욱더 궁금해지는 인형歌 1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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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스투어 - 세상에서 제일 발칙한 요리사 앤서니 보뎅의 엽기발랄 세계음식기행
앤서니 보뎅 지음, 장성주 옮김 / 컬처그라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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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맛있는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물론 세상에 맛없는 음식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맛있는 음식은 먹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한다. 케이블 티비에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이나 맛 기행 프로그램도 자주 보는 편이다. 특히 각국의 전통 요리등을 하는 프로그램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그 음식들은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나라의 전통, 문화, 그리고 지역성 특성을 비롯해 사람들의 특성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앤서니 보뎅은 프랑스계 미국인으로 실제로 그가 진행하는 요리 프로그램은 본 적이 없는 것 같으나 본문에 언급된 고든 램지나, 제이미 올리버, 보비 플레이등은 본 적이 있고, 아이언 쉐프도 즐겨 보았던지라 무척이나 반가웠다.

자. 그럼 앤서니 보뎅과 함께 완벽한 한끼를 찾아가는 여행에 동참해 볼까? 사실 음식 기행이라 하기에 음식 사진들이 줄줄이 나올줄 알았다. 그런데?! 사진은 하나도 없다. 왠지 아쉬운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각각의 음식옆에 주가 자세히 달려 있어 어떤 요리인지 짐작하는 것에는 어려움은 없었다. 뭐, 궁금하면 찾아 보면 되지.. 란 생각도 들었고.

비록 티비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라지만 남미,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를 돌면서 그곳의 음식을 맛보는 여행일지라도 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점은 매력있다. 사실 우리는 해외 여행을 자주 갈 수도 없을 뿐더러, 요리를 맛보기 위한 여행이란 건 사치중의 사치란 생각을 한다. 그래서 앤서니 보뎅의 여행이 더욱 부러웠고, 그래서 더 즐거웠다.

책의 구성은 코스 요리처럼 되어 있다.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메인 디쉬, 그리고 디저트까지. 사실 애피타이저와 디저트는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없고, 실제 여행과 요리에 관한 이야기는 메인 디쉬에 다 나와 있다. 독특한 점은 실제로 가축을 잡는 장면이 몇 장면 나왔다는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명 요리사중에 실제로 가축을 잡아 고기로 만드는 장면을 보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일식처럼 살아 있는 생선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생선을 직접 손질해야 하므로 그러한 경험이 있겠지만, 서양 요리에서 고기를 메인으로 사용하는 요리사라면 대부분 잘 가공된 고기를 쓰게 마련이다. 저자인 앤서니 보뎅은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한 오리 사육 농장 방문을 비롯해 사하라 사막에 사는 투아레그족과 함께 메쉬위를 먹기 위해 양을 도축하는 장면을 직접 눈으로 본다. 또한 멕시코에서는 칠면조 목을 내려치기까지 한다. 사실 도축이란 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하지만 요리사라면 자신이 사용하는 고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난 어릴 때 살던 시골 마을에서 돼지를 도축하는 장면을 멀리서 본 적이 있다. 물론 지금 기억나는 것이라곤 돼지의 비명 소리 뿐이지만.... 또한 방금전까지 푸드덕거리던 닭이 어느 새 요리가 되어 있는 것도 본 적이 있고 - 사실 그날은 그 닭은 못먹었다 -, 친척집에서 하던 사슴 농장에서 사슴 뿔을 자르는 장면도 본적이 있다. 낚시를 한 후 피라미는 내 손으로 직접 다듬은 경험도 있고... 물론 난 요리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요리의 재료가 되는 건지는 몇 번 본 적이 있기에 당연히 요리사라면 그런 것을 봐야 한다고 말하는 앤서니 보뎅의 말에 동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요리 이야기와 여행 이야기로만 가득한 책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물론 앤서니 보뎅의 까칠한 입담은 차치하고도 말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길에서 파는 음식들, 전통방식으로 요리되는 음식들, 그 재료들의 공급처 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있으며, 그곳에서 겪는 별난 경험들도 무척 재미있었다. 또한 티비 쇼에 대한 그의 부정적이고 까칠한 입장과 스타 요리사들에 대한 칼날같은 비판까지 담겨 있다. 제일 흥미로웠던 것은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에 관한 이야기였다. 베트남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이나 미국인으로서의 죄책감도 얼핏 엿보였다고 할까. 그러면서 자신의 나라와 당시 정치인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는 발언도 한다. 그런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큭큭 거리면서 웃음이 터져 버리기도 했다.

그렇다면 앤서니 보뎅이 찾고자 한 완벽한 한 끼는 무엇일까. 최고의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최고의 요리일까? 글쎄.. 그건 아닌 듯하다. 물론 나같은 경우 최고의 레스토랑에 갈 돈도 없거니와 최고의 레스토랑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완벽한 한 끼란 때와 장소, 재료와 요리법이 환상적인 궁합을 갖췄을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한가지 더하자면 정말 별것 아닌 요리지만 그 당시 먹을 때 정말 맛있었던 것 또한 완벽한 한 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앤서니 보뎅은 먼저 포르투갈로 가서 돼지를 잡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 돼지로 만든 요리를 즐긴다. 그후에는 프랑스로 가서 그곳에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완벽한 한 끼를 찾고자 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다. 어릴 때 먹었던 것과 똑같은 맛인데 왜 그런 것일까. 사실 그 속에는 아주 중요한 것 하나가 빠져 있었다. 바로 아버지의 존재와 그에 대한 추억이랄까. 우린 어렸을 때 맛봤던 '어떤' 음식에 대해 환상을 가지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그 맛을 찾아 다시 한 번 찾아가지만 그때 그 맛을 똑같이 느낄수는 없다. 물론 당시에는 귀한 음식이었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이미 '때'가 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그후로 앤서니 보뎅은 베트남, 스페인, 러시아, 모로코, 일본, 캄보디아, 영국, 멕시코, 미국 등을 돌아 다니면서 완벽한 한 끼 찾기에 도전한다. 앤서니 보뎅은 특히 베트남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은 듯 하다. 베트남의 경우 총 4번이나 메인 디쉬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선한 재료와 간단한 요리법이지만 맛은 끝내준다는 베트남. 사실 베트남 요리 외에도 그가 완벽한 한 끼라 생각한 음식은 죄다 신선한 재료와 전통적 요리 방식, 그리고 재료의 순수한 맛을 살린 음식이었다. 냉장고도 없는 곳에서는 신선한 재료만을 쓸 수 밖에 없을테고, 그것은 재료의 순수한 맛만으로도 완벽한 음식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퓨전 요리니 뭐니 해서 국적 불명의 음식이 판을 친다. 대부분의 음식 재료는 냉장 혹은 냉동 유통되어 도대체 언제 수확한 재료인지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또한 조미료나 양념도 비슷비슷해 어딜 가나 비슷한 음식 맛을 볼 수 있다. 획일적인 음식 문화 속에서 전통을 고수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긍지와 자긍심이 있어야만 지켜낼 수 있는 전통들과 신선한 재료. 그것이 진정한 맛을 창조하는 원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珍味란 것은 어떤 것을 뜻할까. 물론 우리에게 진미로 알려진 것은 세계 4대 진미인 복어, 푸아그라, 트뤼프(송로버섯), 캐비어 등이 있다. 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라 어차피 그림의 떡일 뿐.... 그렇다면 우리에게 珍味란 뭘까. 난 珍味란 眞味란 생각이 든다. 그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참된 요리, 그리고 요리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 그게 바로 眞味이자 珍味, 그게 바로 완벽한 한 끼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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