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 봄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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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준비에 어머니의 병간호, 집안일까지 모두 도맡아 해야 하는 사죠. 그런 사죠를 보면서 쿠사카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한다. 둘 사이는 여전히 알콩달콩. 하지만 수험일이 다가온다는 건 고교 시절도 끝나간다는 것의 의미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교시절만큼 지루한 시절도 없었지만, 그만큼 즐겁고 기억에 남는 시절도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입시 준비에 시달리며 보충수업이니 야간자율학습이니 하면서 보냈던 시간들. 하지만 돌아 보면 그때가 제일 추억에 많이 남고, 그 시절 친구들은 여전히 건재하다.

사죠와 쿠사카베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고3말이란 수험 혹은 취업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는 날들이 이어진다. 사죠의 경우 워낙 공부를 잘하지만 입시란 건 결과가 나와야만 안심할 수 있고, 또 합격한다손 치더라도 그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 쿠사카베의 경우 대학 진학을 하지 않고 뮤지션의 길을 걸어 가겠지만, 이 또한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르기에 두려울 것이다.

아이에서 어른으로 한단계 올라갈 무렵. 지나고 보면 한때의 추억으로 남겠지만 당시에는 정말 힘들다. 사죠와 쿠사카베도 마찬가지일 듯. 늘 사이좋은 녀석들이지만 장래에 대해 생각을,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때가 도래했기에 트러블이 생겨날 수도 있는 시기가 이때쯤이다. 사죠가 교토대에 합격을 한다면 그리고 그후 대학원 진학까지 한다면 둘은 자연스레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니, 쿠사카베가 결혼 이야기를 운운하는 것이 엉뚱한 발언만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입시에 어머니의 병간호 등으로 혼란스러운 사죠에게 있어 쿠사카베의 이야기는 뜬구름잡는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한 건 차지하더라도, 남자끼리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나아가 양자결연까지 맺는 결혼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남들에게 드러낼 수 없는 일임에는 분명할 터. 좀더 현실적인 사죠와는 달리 쿠사카베는 자신들의 사랑만 있으면 거리낄게 없다는 입장이니 그런 쿠사카베와 사죠 사이에서 트러블이 생기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역시 쿠사카베도 속으로는 겁을 먹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죠의 어머니와 만났을 때, 그리고 아버지와 만날 약속을 했을 때 등등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남녀 사이에도 결혼을 약속하고 상대의 부모을 만날 약속을 하면 걱정이 앞서는 건 당연하니 쿠사카베 역시 그런 걱정이 하나도 없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렇게 의견 차이로 사이가 데면데면해진 두 사람. 하지만 쿠사카베가 누구더냐. 교토까지 오토바이로 달려간 용기와 열정은 고스란히 사죠에게 전해졌다. 두근거리는 키스, 떨리는 손. 어린 녀석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전혀 어리지 않다. 아니 내가 이미 어른이기에 고교생쯤은 어리다고 치부해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완벽한 자신은 없지만 - 이건 어른이라도 마찬가지이다 - 앞으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지만 둘의 마음은 공고하다.

졸업식날 맺어진 두 사람. 2학년 2학기에 처음으로 말을 나누었고, 사랑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그 교실에서 그들은 고교 시절을 마무리한다. 언제라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될때는 그 교실이 먼저 생각날테지....

동급생 - 졸업생 冬 - 졸업생 春 으로 이어진 사죠 X 쿠사카베 커플의 이야기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던 이야기, 눈빛, 몸짓 등은 여전히 따뜻한 느낌으로 내게 남아 있다. 또한 끝까지 삽질만 하다가 제 무덤을 파고야 말았던 하라쌤이나 독특한 포스를 자랑하는 타니 역시 내게 즐거움을 줬던 캐릭터로 남아 있다.

사죠와 쿠사카베, 두 사람에겐 앞으로 더 힘든 일도 더 벅찬 일도 더 아픈 일도 많을 것이지만, 마주 잡은 두 손의 온기를 잊지 않는한, 그런 어려움을 잘 헤쳐나갈 거라 생각한다. 고교 시절의 추억, 사랑, 그리고 두 소년의 따스한 성장을 그린 이 시리즈는 내가 읽었던 학원물 중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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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애장판 2
CLAMP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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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 1권을 읽었을 때,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그게 맞았나 보다. 2권을 보니 현재에서 과거로 더 먼 과거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1권만을 보고 사실 감이 안잡혔다는게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네잎 클로버인 수나 세잎 클로버인 란의 능력인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초월한다는 것은 알수 있었다. 그러하기에 네잎 클로버인 수가 갇혀 지낸다는 것도 알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원래부터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건지에 대해선 알 수 없었지만 그것도 2권을 보니 대충 감이 잡혔다. 하지만 오루하가 왜 죽어야만 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2권에서는 오루하와 수의 교감, 오루하와 카즈히코의 사랑, 긴게츠가 란을 돌보게 된 사연 등이 나온다. 사실 2권에 나온 오루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1권에서는 마치 요정같은 모습이었는데, 원래의 오루하는 이런 모습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그리고 그 요정같은 이미지의 오루하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그 이유도 알게 되었다. 수는 오루하와 교감을 나눌수 있었을 뿐이었으니까. 

또한 재미있는 건 1권에서는 네잎 클로버와 세잎 클로버의 존재만이 드러났다면 2권에서는 한잎 클로버와 두잎 클로버의 존재까지 드러났다는 것이다. 또한 세잎 클로버는 란뿐인 줄 알았는데, 란에게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다.  

클로버 1, 2권을 읽으면서 느껴진 건 이야기를 최대한 간결하게 하는 것으로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것이란 것. 사실 설명이 친절한 책은 아니라 볼 수 있다. 또한 비주얼적인 면에 페이지를 할애했다는 이미지도 지울 수 없다. 다만 이들 클로버들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해 가만히 짐작할 뿐이다. 평범한 삶을 절대로 누리지 못할 이들, 그들에게 보통 사람들이 가지는 능력이상의 능력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들에겐 평범한 삶조차 허용되지 못하는 것을...

작은 새가 꾸는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꿈.
그런 작은 새가 부르는 노래는 또다른 작은 새의 마음을 울리고, 자유와 행복을 원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염원마저도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 되어버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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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의 규칙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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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최근작인줄로만 알았다. 1985년 데뷔후 2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추리 소설을 써왔던 히가시노 게이고, 따라서 이제까지의 자신의 추리 소설 인생을 반추하며 썼던 책이 아닌가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초판이 1996년에 나왔다는 걸 알게 되고 깜짝 놀랐다. 1996년이면 히가시노 게이고 데뷔후 10년. 그때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 책을 쓰게 된 것일까.

프롤로그부터 에필로그, 명탐정의 최후를 제외하고도 12건의 단편이 실려 있는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 인물의 설정을 비롯해 본격 추리 소설에 등장하는 갖가지 트릭으로 무장한 에피소드, 그리고 탐정 시리즈의 최후의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으니 코스 요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명탐정의 규칙에 나오는 등장 인물은 오가와라 반조라는 형사와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 처음 덴카이치의 이름과 그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부분을 읽었을 때는 왠지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코스케가 생각났다. 덴카이치와 긴다이치는 발음도 비슷할 뿐더러, 덴카이치는 낡은 양복에 덥수룩한 머리를 북북 긁는 외형적 특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 시리즈를 읽어본 독자라면 긴다이치 코스케의 평소 복장이 낡아빠진 하오리에 머리는 까치집을 지었다는 것이 떠오를 것이다. 게다가 사건이 일어나도 혼자서 생각하다가 나중에 사람들을 모아 놓고 사건의 진상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도 꽤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코미조 세이시의 이름이나 그의 저서 이름은 확실하게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동요 살인 부분에서는 악마의 **노래라고 책 이름이 언급되고 있다. 참새가 말하길~~이라면서 시작되는 마더 구스. 이쯤되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긴다이치를 염두에 두고 이 덴카이치 시리즈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짐작이 확정적으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면 왜? 사실 난 판단을 유보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요코미조 세이시의 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히가시노 게이고 본인이 아니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비슷한 이름에 비슷한 외모와 성격을 가진 두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건 일단 배제하고 책을 읽다 보면 웃음이 절로 터진다. 탐정이 등장하는 추리 소설에서는 늘 형사는 뒷전. 범인의 범행을 조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는 무능력하게 그려지고 어디서 굴러 먹던 개뼉다귀인지도 모르는 탐정이 등장해서 모든 사건을 해결한다. 게다가 이 탐정이란 사람은 발이 얼마나 넓은지 피해자가 의뢰인이기도 하고 초대를 받기도 하는 등 늘 사건이 터지는 곳에 나타난다. (문득 든 생각이지만, 저런 사람 옆에 있다가는 목숨이 열개라도 모자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멋지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형사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면서....

이 책에는 본격적인 사건 12개가 등장한다. 밀실트릭, 다잉 메세지, 알리바이 트릭, 토막 살인 사건, 마더 구스 등 본격 추리 소설에 등장할 트릭과 추리 소설 장르가 다수 등장한다. 하지만 짧은 단편이니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을 언급하기 보다는 추리 소설 작가들이 자주 써먹는 방법에 대해 독자에게 시원하게 알려 준다는 느낌이다. 추리소설 독자들이 가지는 궁금증을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준다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질낮은 추리 소설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각 사건은 모두 반전을 가지고 있고, 그것이 커다란 웃음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폐쇄된 산장의 비밀의 트릭의 경우 머리를 쓴 트릭이라기 보다는 돈을 쳐바른 트릭이다. 또한 다잉 메세지에 관한 이야기인 최후의 한마디에서 피해자가 남긴 다잉 메세지의 의미를 알고 난 미친듯이 웃어 버렸다. 게다가 여사원 온천 살인 사건의 경우 원작 추리 소설을 바탕으로 드라마화 할 경우의 문제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아침 드라마용으로 개조되어 본질을 잃어버린 추리 소설들. 이는 원작자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시청자의 문제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 분명히 못박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목없는 시체에서는 추리 소설에서 사용하면 안되는 용어 ***에 대해 언급하고 있고, 사라진 범인의 경우 억지로 모른 척을 하고 사건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탐정의 고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책은 글씨로만 이루어져있는 매체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정보는 독자가 머리에서 재구성할 수 밖에 없다. 그런 헛점을 노리고 범인을 만들어 내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을까. 또한 시리즈에 나오는 주인공급의 캐릭터를 범인으로 만드는 것 등은 시리즈의 아름답지 못한 종착을 향해 달리는 화차와 같다고 넌지시 언급한다. 특히 그것은 에필로그와 명탐정의 최후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은 추리 소설의 등장 인물들끼리 대화를 주고 받는다는 것에 있다. 즉 오가와라 반장과 덴카이치가 트릭이나 추리 소설의 장르, 그리고 추리 소설의 설정 등에 대해 대화를 주고 받는데, 자괴적이며 자학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엉터리같은 추리 소설 속에서는 등장 인물들도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 책이 엉터리같은 추리 소설이란 것은 아니다. 본격 추리 소설의 설정이라든지 구성을 잘 따르고 있고, 그 트릭을 잘 이용하면서 칼날같은 비판을 퍼부어 대는 것이다.   

탐정이 등장하고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별별 트릭이 다 나온다고 해서 추리 소설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추리 소설의 질을 높이는 것은 읽는 독자에게도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 나 역시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을 알아내거나 트릭을 알아 채버렸을 땐 아~~ 재미없어 라고 말하는 독자 중의 하나로서 무척이나 뜨끔하기도 했다. 요즘 들어서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잔혹한 범죄 방식이나 꼬이고 꼬인 트릭, 범인의 정체보다는 범인의 동기 쪽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는데 - 즉, 범인의 심리쪽 - , 이것이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선회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여튼간에 독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추리 소설속 비밀들을 가차없이 까발리고 있으며, 당치 않은 트릭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으려는 추리 소설들에 대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고 있는 명탐정의 규칙. 이는 추리 소설 작가이기도 한 저자 자신에 대한 재평가와 더불어 향후 자신이 걸어 가야 할 추리 소설 작가로서의 길에 대한 의지로도 보인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다. 설정도 트릭도, 덴카이치와 오가와라의 대화도 웃기고, 마지막 반전도 뒤집어지게 웃긴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웃었던 기억만 난다면 이 책의 재미를 제대로 못느낀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리고 다 읽은 후에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뭔지, 추리 소설을 제대로 읽는 독자가 되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곰곰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 책은 절대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판단해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자신이 추리 소설 매니아라고 생각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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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사냥 中
와타세 유우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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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사냥 상권을 보고 나서 중권을 얼마나 기다려 왔던지.
번역본이 생각보다 늦게 출간되어 애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에서는 완결권까지 나왔으니 그 심정을 무엇에 비하랴.

아름답지만 위험한 서양 인형 사이키 소마. 그리고 가난한 집안 환경때문에 다른 집에 팔려 갔지만 큰 뜻을 품고 도쿄에 온 타카미 마사타카. 그들의 만남은 진정 운명이었던 것일까. 둘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였으나 그후 일은 걷잡을 수 없이 돌아간다.

2권은 1권보다 더욱더 위험하고 에로틱하다. 소마의 마사타카에 대한 마음은 과연 무엇일까. 자신의 감정은 완전히 죽여 버린채 살아 왔던 서양 인형 소마. 그러나 마사타카와의 만남은 죽어 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했고, 잃어 버린 감정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그런 소마의 관심과 사랑이 무엇인지 짐작도 할 수 없는 마사타카는 혼란스럽기 그지 없고, 더이상 참을 수 없어져 그 집을 나오고자 한다. 그러나 소마는 마사타카에게 거래를 제안하는데...

보는 내내 가슴을 졸였다. 인간의 감정을 되찾게 된 소마의 변화는 놀라웠다. 손만 뻗으면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그였지만, 그의 심장을 다시 뛰게한 소년 마사타카만은 손안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그는 그를 곁에 두고 싶어 비겁한 방법까지 동원한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진심을 전하지 못해 안타까워 한다. 처음으로 느낀 감정. 그것은 그의 마음 속 장벽을 허물어 버렸고,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타오른다. 마치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바싹 마른 풀들에 불이 붙어버린 것처럼.

마사타카의 입장에서는 그런 것이 도통 이해되지도 않을 뿐더러 자신을 희롱하는 것이라 여긴다. 그리고 그것이 두렵고 또 두렵다. 그러면서도 그를 벗어나지 못하는 건 왜일까.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끈이라도 있는 것처럼.

2권에서 흥미로운 건 물론 소마의 감정 변화이다. 아무런 표정없던 그가 얼굴에 표정이 생기고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는 건 무척이나 인상깊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표정은 섬뜩할 정도이다. 게다가 백인일수에 나오는 와카는 소마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듯하여 무척이나 애틋했던 장면이기도 하다.

또한 천하의 난봉꾼이었던 마사타카의 형에 대한 이미지가 확 바뀌는 것도 2권의 특징 중 하나이다. 그가 왜 그런 길을 걷게 되었는지, 마사타카와의 관계는 왜 그렇게 되어 버렸는지를 잘 말해주기 때문이다. 더불어 형제간의 우애에 울컥하게 만든 장면도 여러번 나온다. 특히 형이 남기고 간 하모니카를 불며 눈물을 짓는 마사타카의 모습은 못내 가슴이 아팠다.

사이키 가문에 얽힌 비밀은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내고, 사쿠라코의 오빠에 대한 감정은 뒤틀린 애증으로 표현된다. 가족이지만 서로를 증오하는 모습, 그들은 왜 그렇게 어긋나게 되어 버린 것일까. 또한 카츠라기의 소마에 대한 애정은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겉으로는 엘리트처럼 보이는 인간이 속은 썩어 있는 경우가 많다. 카츠라기가 바로 그런 경우가 아닐까. 그런 타입은 자신이 원하는 걸 손에 넣지 못하면 차라리 없애려는 타입이다. 그래서 사쿠라코처럼 증오나 경멸을 드러내는 타입보다 더 위험한 게 카츠라기일지도 모른다.

몸도 마음도 갈갈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소마의 곁을 떠나지 못하는 마사타카.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으려 하는 소마. 자신의 아버지와 오빠 소마에 대해 증오를 드러내는 사쿠라코. 그리고 보답받지 못할 사랑에 증오를 키우게 되는 카츠라기. 완결은 도대체 어떤 식으로 나게 될 것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렵다. 결말이 비극이 될 것이란 건 처음부터 암시되어 있었지만, 그 과정이 얼마나 처절하고 처참할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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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 - 겨울 - 코믹 라르고 Comic Largo
나카무라 아스미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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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생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졸업생 시리즈에 대해서도 기대를 많이 했다. 그리고 그 기대는 내게 보답해 줬다. 읽는 내내 행복했고, 즐거웠고, 웃었고, 안타까웠고, 귀여웠다. 그저 그런 학원물이 아니라 단지 동성에 대한 사랑을 그린 것 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성장도 함께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쿠사카베 히카루, 사죠 리히토.
둘은 어느새 입시철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학 수험 준비로 바쁜 사죠와는 달리 여유로운 쿠사카베. 둘은 늘 사죠의 학원 시간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짧은 데이트를 한다. 사실 대학 수험을 앞둔 입장에서 마음의 여유라곤 없기에 잘 사귀어 온 커플도 이때즈음에 대부분 이별을 맞이하게 되지만 둘 사이는 여전히 러브러브하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갈등의 요소가 전혀 없을수만은 없다. 늘 좋은 시간만을 가지는 커플은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하라쌤의 이간질(?)로 때로는 입장 차이로 인해 약간의 트러블은 생기지만 둘은 힘든 시기를 잘 견뎌내 오고 있다.

졸업생을 읽으면서도 눈에 확 띄는 건 역시 등장 인물들의 속마음이랄까. 말로는 다하지 못하는 속마음들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서 사는 사람도 없거니와 특히 연인이라면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말을 자제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선 그렇게 심각한 것 보다는 사소한 질투, 쑥스러움, 의문등이랄까. 특히 하라쌤의 타들어가는 속을 묘사하고 있는 장면에서는 여지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특히 졸업생편에서 눈에 띄는 조연이 둘 있는데 - 하라쌤을 제외하고 - 그건 바로 쿠사카베의 친구 타니와 하라쌤의 동료인 하시모토 선생님이다. 타니는 뜬금없는 말로 사죠를 긴장시키고, 하시모토 선생님은 엉뚱한 오해로 하라쌤을 긴장시키는데, 그 순간이 실로 절묘해서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의 등장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조연이랄까.

게다가 하라쌤의 첫사랑 이야기도 무척 흥미로웠다. 고교 시절. 화학 선생님과는 제대로 된 시작도 해보지 못한채 끝나버렸다. 여전히 그 일을 떠올리는 하라쌤을 보면 그 당시의 마음이 진심이었을 거란 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가볍고 변태같은 면은 분명히 있지만, 속으로 아픔을 삼키는 타입이라고나 할까. 은근히 매력있는 캐릭터다. 그러면서도 전유물이라고 쿠사카베가 리히토에게 준 라이터를 압수(?)한다거나, 리히토에게 선물을 줘서 쿠사카베를 바짝 긴장시키는 그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다. (생긴 건 절대 안귀여운데 말이지....)

쿠사카베는 하라쌤의 마음이 사죠에게 있다는 걸 알고 불안해 하지만, 하라쌤은 사죠가 자신에게 마음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란 걸 잘 알고 있다. 사실 쿠사카베의 입장에서 보자면 어른과 자신이 경쟁한다면 자신이 밀릴 거라 생각하지만, 그런 쿠사카베를 보는 하라쌤의 마음은 질투 + 부러움이랄까. 

이제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낸 쿠사카베. 그에 비해 아직은 갈 길이 먼 사죠. 사실 사죠가 대학에 들어가는 건 또다른 시작일 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그런 사죠 입장에선 쿠사카베가 일찍이 자신의 진로를 선택한 것이 부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힘든 입시철, 사죠에게 찾아온 또다른 힘겨움. 쿠사카베는 자신의 힘으로 뭐든 해주고 싶지만, 자신의 힘의 한계를 알고 있다. 서로에게 충실한 두 사람은 그 과정도 무사히 넘겨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년들의 사랑과 성장통을 그린 졸업생 겨울편. 시리즈의 마지막인 졸업생 봄 이야기는 어떤 맺음으로 끝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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