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 미스터리 야! 5
야나기 코지 지음, 안소현 옮김 / 들녘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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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처음으로 접한 건 5년전쯤이었나.. 그때 한번 읽고 재작년에 다시 한 번 더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을 읽었음에도 지금은 대략적인 내용만 생각날 뿐 세세한 부분은 거의 다 잊어 버렸다. 워낙 독특한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다가, 그들의 대화나 행동이 워낙 해괴망측, 예측불가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가 화자로 등장해 인간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었는데, 그게 무척이나 독특하고 신선했으며, 무척이나 많이 웃었던 기억도 난다. 또한 메이지 시대에 접어들면서 그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지만, 워낙 별별 일이 다있었던지라 지금은 띄엄띄엄 기억이 날 뿐이다.

그래서 이 책에 무척 관심이 갔고, 기대에 부풀었다.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일상 미스터리의 재미를 추가한다라.... 나쓰메 소세키의 팬뿐만이 아니라 일상 미스터리를 즐기는 팬들에게도 무척 기대감을 주었으리라.

총 6편의 연작 단편 소설집인 <소세키 선생의 사건 일지>에 나오는 일화들은 모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또한 조금 달라진 점은 여기에서의 화자는 고양이가 아니라, 영어 선생인 구샤미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오게 된 서생이 화자이자 탐정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점은 이야기의 결말이 달라진 것이라 할까.. (더이상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므로.. ^^)

나머지 주요 등장인물인 뻥쟁이 메이테이와 이상한 연구를 하는 간게쓰는 여전히 이상야릇한 이야기와 행동을 하는 건 변함이 없다. 음.. 구샤미 선생의 경우에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보다는 조금 더 방정맞고 촐싹댄다고나 할까. 물론 구샤미 선생의 기본 성격은 괴팍한 건 맞지만 이정도로 촐싹 방정맞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뭐 어쨌거나...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미스터리의 경우 그다지 복잡하다거나 어둡다거나 하는 건 없다. 그냥 일상 미스터리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려나? 하지만 원작 소설에서 그런 부분에 착안해 미스터리로 만든 점은 분명히 사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게 있어 원작 소설에 대한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긴 하지만, 아무래도 원작 소설 쪽이 더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고양이가 화자로 인간 세상을 바라 보는 건 정말 독특한 시각인데다가, 인간이 얼마나 겉멋에 치중하고 속알맹이 없는 족속인가가 분명하게 드러나 웃음이 터지는 포인트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책소개에는 포폭절도.. 란 말이 있는데, 내 경우엔 그정도는 아니었다랄까. 시도는 참신했지만, 풍자와 해학적인 면에서는 원작에 미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부분이 좀 아쉬웠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해석만큼은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리고 이 소설로 인해 원작 소설에 대해 관심이 생긴다면 더 좋은 일이겠지.. 

왠지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쓰메 소세키의 원작 소설을 한 번 더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러면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비교해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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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13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어보이는 걸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손이 안가서 벼루고 있는데 이 책 읽고나서 읽고싶어지게 되면 좋겠어요.
 
우리 인생 최고의 쇼
마이크 레너드 지음, 노진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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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괴짜 가족이 한 달간의 미국 횡단 여행을 결정했다. 18개의 주를 지나면서 총 1만 2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길을 캠핑카 두 대에 의지해서 간다는 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라운 일이다. 또한 가족 삼대가 함께 여행을 한다니!!!

사람이 너무 좋아 탈인 아버지 잭, 걸쭉한 입담과 욕설이 특기인 어머니 마지, 그리고 작가 자신, 그리고 그의 아들, 딸과 며느리까지.. 사실 직장에 다니고, 학교에 다니는 사람이 한달여의 휴가를 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솔직히 무리한 생각이었을지는 몰라도, 이 가족은 그렇게 결정했고, 그렇게 길을 나섰다. 

가족이란 자식들이 어릴 때는 유대감이 높지만, 사실 자녀들이 커가면서 그 유대감은 점점 옅어진다. 물론 그것이 더이상 가족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학교 생활, 사회 생활을 하면서 점점 교류의 폭이 넓어지다 보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 들게 되는 것 뿐이다. 그러다 보면 가족과 자신과의 성격이나 생각이 꼭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약간은 소원해지기도 하는 게 또한 가족의 특성이기도 하다. 

특히 독립한 자식들의 경우에 더 그렇다. 더이상 품안의 자식이 아니라면서 자신의 위치를 확실하게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 면적이 좁아서 이민이라도 가지 않는 이상은 하루생활권에 속하지만, 미국의 경우 워낙 넓은 국토 면적을 가진 나라이다 보니 가족이라도 거리가 너무 멀어 몇 년씩 만나지 못할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점점 그 유대감은 옅어질지도 모른다.

실제로 저자 마이크 레너드 역시 부모님의 전화는 피하기 일쑤였던 불효자이지만, 자신의 첫딸 메건의 출산을 앞두고 부모님을 모시고 일생일대의 여행을 계획한다. 그것은 피닉스에서 시카고까지의 여정으로 편도 1만 2천여 킬로미터에 달하는 여정이다. 가족간에 일정을 맞추기도 힘들었겠지만,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차량으로 이동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평생을 고생하면서 살아오신 부모님께서 넉넉한 노후도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닉스의 깡촌에 사시게 된 걸 마음 아파하는 아들 마이크 레너드는 부모님께 최고의 선물을 선사하기로 한다. 

레너드 가족의 이야기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대부분 과거의 이야기인데, 하나는 저자 마이크 레너드의 개인적인 가족사이고, 하나는 아버지 잭의 이야기로 이것은 미국사와도 관련된 꽤나 범주가 큰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아일랜드 이민자로 미국땅에 정착해서 살아왔던 아버지 잭. 외국인 이민자의 힘겨운 삶과 대공황, 세계대전등을 겪어온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이야기되고 있지만, 그 속에 깃든 깊은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와는 조금 다르게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의 추억과 더불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던 과정, 그리고 아내 캐시와의 사랑 등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통해 레너드 집안의 가풍이 어떻게 형성되어 왔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이들의 현재 모습은 여행을 하면서 주고 받는 대화나 그들의 행동등을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물론 미국인들과 우리 한국인들 사이의 유머 코드가 다른 점은 분명 있다고는 느꼈지만, 요즘처럼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에서 보면 이 가족의 유대감은 부러울 정도다. 물론 이 여행이 그걸 더욱 견고히 만들어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저자가 방송국 일을 하면서 친분을 쌓게 된 사람들과 보내는 즐거운 한때, 그리고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교 방문과 가족 묘지 방문등을 통해 아버지와 어머니의 옛날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젊은이들은 노인들에게 젊은 시절이 없었다고 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그들도 역시 우리와 같은 과정을 겪으면 나이든 것 뿐. 늘 행복하고 넉넉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또한 성격이 극과 극인 부부였지만, 60년이 넘는 세월을 잘 견뎌온 잭과 마지 부부.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손주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분명 그건 긍정적인 생각일테다. 또한 그것은 여행을 통해 더욱더 공공해졌을 것이고, 그들을 더욱더 사랑하게 되었을 거다.

가족간에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어지는 시기가 오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고, 알려는 노력을 하면 다른 시선으로 보이게 되는 건 당연하다. 레너드 가족은 한 달간의 여행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고,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더 많이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들의 뿌리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이다. 
사실 역사적 인물이 아닌 이상 우리 개개인의 인간은 태어났다가 죽으면서 잊혀지는 존재가 된다. 그런 우리를 기억하는 건 역시 가족뿐이다. 가족들이 그들을 사랑하고 기억하는 한 그들의 마음속에서 영원히 살게 되는 것이다.

난 이들의 여행에서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꼽으라면 이 장면을 꼽고 싶다. 아버지 잭이 호텔에서 실뇨를 했을 때... 아버지 잭과 어머니 마지는 마치 그런 건 별일 아니란 듯이 웃고 넘어가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노인이 되면 자율신경계 조절 장애로 인해 뇨실금이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것은 한 인간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이 두 노인은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넘긴다. 이들 부부가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것처럼.

이제 살 날이 얼마남지 않은 노인 부부와 갓태어난 증손주의 만남은 너무나도 뭉클했다. 삶과 죽음은 그렇게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영원히 이어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 가족들 간의 사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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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 -ZE- (9) (コミック) 是 -ZE- (コミック) 9
시미즈 유키 / 新書館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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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ZE- 8권의 경우 코토하와 코노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졌지만, 콘과 라이죠의 러브러브한 이야기에 아사리 X 쇼우이의 이야기도 나왔다. 쇼우이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면서 아사리에게 반지를 건넨다. 사랑해, 아사리.. 그러나 아사리의 대답은 뒤로 미뤄졌었다. 그 대답을 듣지도 못했는데, 아사리는 백지가 되어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8권의 마지막은 완전히 충격적인 사건이었던지라, 9권이 나올 때까지 전전긍긍... 어휴.. 이걸 도대체 어떻게 기다리나 싶었다. 그리고 주문하고 나서도 2주일 가량이 걸렸다.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9권을 손에 들고 표지를 한참을 바라 봤다. 역시 아사리 X 쇼우이 편답게 두 사람이 표지 모델이다. 아사리의 새끼 손가락에 보이는 붉은 실. 그것은 쇼우이가 언령으로 묶어 놓은 것. 그 장면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이전에 겐마는 히미의 재생을 원했다. 하지만 히미는 모든 기억을 다 잃어버린 채로 다시 태어났다. 그것이 카미사마의 운명. 그들은 분명 재생이 되는 존재이지만, 재생이 가능하다해도 그전의 기억은 모두 잊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쇼우이 X 아사리 편은 앞의 이야기들과 마찬가지로 현재에서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이야기를 먼저 시작한다. 쇼우이와 아사리의 첫만남에서 아사리가 쇼우이의 카미사마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아사리가 진심으로 쇼우이를 받아들이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하게 나온다. 물론 앞에서 잠시잠깐 언급된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완전한 쇼우이와 아사리의 이야기뿐이다. 

실제로 류세이와 모리야, 코노에가 잠시 등장하고, 와키가 심술을 부릴 뿐 다른 언령사나 카미사마는 등장하지도 않는다. 8권의 코토하 X 코노에 커플의 이야기와는 좀 다르달까. 하여튼, 아사리를 실컷 봐서 좋았다. 

원래 쇼우이의 할아버지 리키이치의 카미사마였던 아사리. (사실 코노에도 리키이치의 카미사마 중 하나였다, 리키이치는 총 3명의 카미사마를 거느렸으니까.) 그가 죽은 후, 아사리는 카미사마의 일을 하지 않았다. 쇼우이가 그를 카미사마로 받아들이고 싶어 하지만, 아사리가 쭉 거부해왔던 것. 그 이유에 대해서도 이번에 확실하게 나온다. 쇼우이가 왜 늘 혼자서 언령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사실 언령사는 카미사마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들의 말은 저주가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그걸 모두 받아야 할 자가 바로 카미사마이니까. 

처음에는 쇼우이를 거부했던 아사리도 차음 쇼우이의 진심에 마음을 열어 간다. 9권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역시 쇼우이의 어린 모습이 많이 나온다는 것. 사실 쇼우이는 그다지 내 타입이 아니라 나와도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갈수록 점점 멋있어지는 캐릭터인 듯. 특히 아사리의 카미사마로서의 능력이 소진되어가는 걸 알고, 아사리가 아닌 자신이 되돌아 오는 저주를 받았을 정도다. 그만큼 아사리에 대한 마음이 깊고 신실했단 증거이겠지.

아사리가 백지로 돌아간 후의 이야기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쇼우이는 와키에게 아사리의 재생을 요구한다. 처음에는 와키 역시 별로 내켜하지 않지만 결국 그의 말을 들어 주게 된다. 재생된 아사리. 그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깨어날까. 기적은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아사리가 백지가 되기 전날 밤, 쇼우이에게 했던 약속은 지켜질 것인가.
"다음에 일어나면 이야기할게...약속이야"라는 말
아마도 아사리는 자신의 수명이 그날 밤이 마지막이란 걸 알았겠지...
하지만 이제까지의 카미사마들은 재생이 되어도 모든 기억을 잃어 버렸다.
과연 쇼우이와 아사리의 사이에서는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是-ZE- 시리즈는 마지막 장면을 늘 임팩트한 것으로 채운다. 아사리와 쇼우이의 모습을 본 와키.
그의 마음 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그리고 와키가 소중하게 보관해 온 상자에 잠들어 있는 마가네란 도대체 누구?
작가의 말에 따르면 다음권이 와키의 이야기이자, 마지막 이야기가 될 것이라 한다.
이제껏 비밀에 싸여온 와키의 이야기.
그는 과연 사람인가?
선대 언령사들의 시대부터 존재해 왔던 와키.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잠들어 있는 마가네와 와키의 관계는?
또다시 是-ZE- 9권은 수수께끼만을 남긴채 끝났다.

와키의 행동이나 말로 미루어 볼 때, 와키는 마가네를 완전히 재생시키지 못한채 이제까지 왔던 것 같다. 와키는 죽어버린 카미사마를 재생시키고, 카미사마들이 스스로 자신의 언령사를 선택해 오는 것을 보아 왔다. 그때마다 약간의 희망을 보여 왔는데,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도대체!?
겨울이 와야 이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초여름. 아직 두 계절이나 지나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기다림이 한없이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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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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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유키노부의 작품 중 내가 먼저 읽었던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는 우주와 인간의 관계, 그리고 우주에 대한 인간의 태도 등을 묘사한 작품이었다면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는 지구와 인간, 좀더 좁히자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를 묘사한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총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책 역시 내게 충격과 감동을 함께 선사했다. 하지만 역시 내용은 암울하고 무거웠달까. 오히려 그러하기에 현재 인류의 과오를 다시금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첫번째 단편인 레드 체펠린과 표제작인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는 동서 냉전 체제, 그리고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바다를 지배해 강대국으로 거듭 나려는 미국과 소련의 이야기와 동시에 동서로 분단된 독일에 마음 아파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멋지게 어우러졌던 작품이 바로 레드 체펠린이다. 북극의 빙하밑을 단숨에 통과하기 위한 폴라리스 작전. 이는 동서로 분열된 세계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싶어했던 미국의 야욕을 그리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핵잠수함 시대, 먼 바다를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최단거리 루트를 통해 상대 국가를 공격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기 위한 작전 폴라리스. 그러기 위해서는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의 바다를 정복해야 했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그에 대해 소련이 가만히 있을리 만무. 소련은 소련대로의 자구책을 강구하는데...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는 독일의 대형 전함 비스마르크의 최후를 백악기 세상을 지배했던 공룡의 멸종에 빗대어 묘사한 단편이다. 거대한 전함이 아니라 작고 빠른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의 시대로 바뀌어 가던 시대. 과거의 유물이 되어 버린 전함은 바닷속으로 침몰한다. 인간이 가진 기술 중에서 전쟁과 관련한 기술이 가장 빠른 발달을 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인간은 인류 발생 초기부터 전쟁을 하며 살아온 종족이고, 전쟁 기술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종족이 아닐까. 무기의 살상력은 이제 지구를 완전히 날려버릴 정도가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득 소름이 끼친다.

경귀전은 허먼 멜빌의 모비딕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하다. 모비딕에 나오는 고래가 바로 향유고래의 알비노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옛날 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래잡이들과 남만인의 이야기. 바다는 지구에서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 그 깊은 비밀을 인간에게 내어주고 있지 않은 존재다. 그런 바다를 지배하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오만일지도 모르겠다.

아웃버스트는 아마존의 밀림을 배경으로 잃어버린 문명에 관한 이야기이며, 자연의 분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마존의 밀림은 지금도 벌채로 손상되어 가고 있다. 불을 질러 경작지로 만들고, 수령이 오래된 나무들은 마구 베어지고 있다. 지구의 허파라고 일컬어지는 아마존. 그러나 그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동식물에 대한 연구는 채 끝나지도 않은 채 파괴되어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으로 더렵혀져 가는 신성한 숲, 아마존. 비록 이야기에서처럼 그곳에 잃어버린 고대 문명이 잠들어 있을지 어떨지는 몰라도, 인간의 욕망으로 파괴되어 가는 숲이 인간에게 저항하지 말란 법은 없을 듯 하다.

죄의 섬은 읽으면서 가장 착잡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 작품이다. 이 역시 인간의 욕망이 일으킨 죄에 대해 우리에게 묻고 있는 듯하다. 자연은 무한정한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인간에게 공짜로 주어진 것도 아니다. 단지 자연의 자원을 우리 인간은 빌려쓰고 있는 것일 뿐인데, 인간은 오만하게도 자연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다. 인간의 욕심으로 멸종되어 가는 생명체들, 그리고 유전자 조작으로 다시 태어난 생명체들.. 인간의 죄는 깊고도 깊다. 하지만, 인간은 여전히 자신들의 죄가 무엇인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라면 자연은 반드시 인간에게 복수를 해올지도 모르겠다. 아니 역습이란 말이 더 옳을지도...

우리는 거대한 자연을 이용하고 그에 기대어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는 자연이 주는 모든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자연을 지배하려고 해왔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 지구의 일부일진대... 오만한 인간에게 있어 자연은 단지 이용대상일 뿐일까. 자연을 공경하고 자연과 공존할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인류의 미래는 더이상 보장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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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트 메모리즈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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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장르는 보통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그린 작품이 많다. 고도의 기술, 우주 정복, 그리고 우주에서도 대단한 존재감을 가지는 인류의 이야기는 인류의 환상일런지도 모른다. 물론 인류은 기술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 우주 비행을 하고, 우주 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우주로 위성을 발사했다. 하지만 아직 그것은 기껏해야 백년도 되지 않았다.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의 이야기는 그것보다 훨씬 먼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지만, 스타더스트 메모리즈 자체에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그렇게 따지면 열편도 넘는 단편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사실 SF란 장르에 단편을 도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나 하나의 단편들은 완벽한 구조를 가지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SF에 문외한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독자인 나마저도 매료시킨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표제작인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는 우주 시대의 막이 열렸지만,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 우주를 사랑하여 향후 몇 백년동안 우주를 탐사할 사람들이 대조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시인의 여행>으로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은 우주란 낯선 공간에서 일을 하면서 적응하지 못하고 향수병에 걸려 비극을 초래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은 무한한 우주를 사랑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를 여행을 준비한다. 사실 이 첫작품은 제목처럼 시적인 느낌도 주었다. 별의 속삭임을 듣고 그에 대답을 하는 남자가 등장하니까. 하지만 그 뒤에 실린 메아리의 혹성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은 어둡고 암울했다. 메아리의 혹성에는 인간의 유전자를 복제해 우주 탐사를 시킨 이야기를 하고 있고, 메리 스텔라호의 수수께끼는 우주선내에서의 반동으로 인해 서로를 죽이고 만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후의 이야기에는 긍정적인 결말을 암시하고 있다.

사수자리의 켄타우로스는 불사의 몸이 되길 원하는 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불러온 처참함, 고래자리의 바다는 우주 이민자들의 욕망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이 두 작품은 인간이 하늘에 붙인 별자리와 관련된 이야기라 더 흥미로웠다고 할 수 있다. 세스 아이보리의 21일은 우연히 불시착하게 된 별에서 급속도로 늙어가는 한 여성과 그 여성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리고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에 대해 보여 주고 있다.

우라시마 효과 역시 한 인간의 욕망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전래 동화의 이야기를 빌어 온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인간의 욕망과 욕심, 그리고 배신 행위를 그린 것은 불타는 사나이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작품을 보면 인간이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는 존재일 수 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에 무척이나 우울해진다.

워 오브 더 월드는 제일 가벼우면서 제일 웃기기도 한 작품이었는데, 왠지 이건 미국의 영웅들과 미국적인 SF를 비스듬히 꼬집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타깃과 위대한 회귀의 경우에는 머릿속에 전쟁과 무기 생각밖에 들지 않은 군국주의자들을 꼬집고 있다. 지구를 향해 똑바로 날아오는 운석. 그 운석을 파괴하기 위해 핵무기를 퍼붓는 지구인들. 그러나 하나를 없애도 계속 날아오는 운석들. 이 운석들은 지구에서 모든 무기가 사라질 날까지 날아올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그 운석들이 지구로 날아 오는 것은 어쩌면 지구가 평화로워지길 바라는 우주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회귀는 헬리 혜성 이야기를 담고 있다. 헬리 혜성과 같은 혜성들이 어쩌면 지구의 생명체를 잉태시켰을지도 모른다는 가설. 그러나 군국주의자들은 지구에 위협이 되는 것이라면 무조건 파괴할 궁리만을 한다. 인간은 공존보다는 지배와 파괴를 우선하는 동물인가...

수록된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무척 암담했다. 사실 인간은 우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모래 알갱이 하나조차도 되지 않을지 모른다. 인류가 천체를 연구하기 시작한 건 2500여년 남짓. 그리고 우주에 첫발을 디딘건 100년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우주 시대라고 하면서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우주를 정복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기술은 우주의 넓이가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그리고 우주에 얼마나 많은 항성과 행성들이 존재하는지, 블랙홀과 화이트 홀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조차도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우주에는 어떤 생명체가 살고 있는지, 혹은 그게 어디쯤인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이제까지의 영화나 책들은 단지 상상만으로 우주에 사는 생명체는 인간과는 달리 추악한 모습을 하고 있고, 지구를 지배하기 위한 일념으로 똘똘 뭉친 존재들이라 규정하고 있다. 이 넓은 우주에는 지구이외에도 생명체가 사는 곳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장 위대한 피조물이라 여기며, 하늘에도 구획을 긋고 우주를 정복할 꿈을 꾼다. 또한 오만하게도 별들에 자신들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인류의 과학기술은 보다 편하고 보다 즐거운 미래를 보장해줄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오만한 나머지 자신들이 최고의 피조물이라 생각하며, 우주 마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인간의 존재는 한없이 넓은 우주속에서 볼 때 티끌 한 점의 존재도 되지 못하는데도.... 

인류의 과학 기술과 인류의 오만함에 대한 경고. 인류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은 기술도 오만함도 아니다. 지구와 공존하고 우주의 한 부분으로 살아갈 때만이 인류의 미래는 보장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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