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토란테 파라디조 리스토란테 파라디조
오노 나츠메 글, 천강원 옮김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탈리아 로마의 한 고급 리스토란테.
그곳에 가면 노안경을 착용한 신사들이 있다.

다정하고 상냥한 클라우디오, 잔소리쟁이 루치아노, 호탕한 성격의 테오, 애처가 쉐프 푸리오, 유쾌한 성격에 젊은 부인과 함께 사는 비토, 과묵하지만 볼을 불룩하게 한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소뮬리에 지지.

중년. 노안경이라..
처음에 딱 든 생각은 난 젊은 사람들이 좋은데.. 란 생각이었지만, 이 작품을 읽으면서 나도 노안경 신사 모에族이 되고야 말았다. 사실 미드나 영화를 보면서 미중년 혹은 꽃중년 아저씨들이 나오면 시선이 꽂히긴 했지만, 설마 노안경 신사에 꽂히다니~~ 나로선 상상도 못했던 일!! 그러나 이 작품을 보면 노안경 신사 모에族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니콜레타는 엄마를 찾아 로마로 온 아가씨. 그녀의 엄마 올가는 재혼하기 위해 딸을 할머니에게 맡기고 가버린 철없는 엄마. 니콜레타는 엄마를 만나 엄마의 남편에게 그 사실을 폭로하기로 결심하고 엄마를 찾아 오지만, 일단은 잠시 유보.

왜냐구? 니콜레타는 그곳에서 만난 노안경 신사 클라우디오에게 한눈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이게 사랑인지 그저 관심인지 모른다. 그러나 만나면 만날수록 클라우디오를 시선으로 좇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째 생각해보면 아버지 없이 자란 니콜레타이기에 아버지뻘의 신사에게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재미없지~~ 사랑이란 건 원래 언제 어디에서 찾아올지 모르는게 아니던가. 처음엔 리스토란테를 찾아 오는 여성들이 왜 신사 모에인지를 몰랐고, 그런 세계에 발을 들이지도 않기로 했지만, 니콜레타는 그곳의 신사들과 친분을 쌓아 가면서 점점 그들의 매력에 풍덩하고 빠지게 된다.

이 작품은 크게 니콜레타와 엄마 올가 사이의 용서와 화해, 이해와 수용이라는 이야기와 니콜레타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크게 나누어 볼 수 있다. 엄마가 그당시 그런 선택과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엄마 나이가 되어 깨닫게 되는 니콜레타. 어쩌면 니콜레타 역시 사랑을 하게 됨으로써 사랑이란게 사람을 얼마나 무모하게 만들게 되는 것인지, 사랑을 위해서라면 어떤 것도 할 수 있게 만드는 용기가 생겨나게 됨을 깨닫게 된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이 바로 엄마를 용서하고 엄마와 화해를 하게 만든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니콜레타는 사랑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이기적이지 않다. 클라우디오의 전부인 가브리엘라를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녀를 미워하고 시기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올가의 생일 파티에 초대하게끔 만드는 그런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달까. 그러면서도 클라우디오에게 적극적이다. 이런 면들이 니콜레타를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보이게 하는 모습들이다.
 
오노 나츠메의 만화는 납치사 고요 시리즈밖에 본 적이 없지만, 이 작품을 보면서 한가지 확신을 했다. 오노 나츠메는 남녀 캐릭터 모두를 돋보이게 만드는 작가라고. 보통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남자 캐릭터나 여자 캐릭터중 한쪽에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작품이 많지만, 오노 나츠메의 남녀 캐릭터는 모두다 매력적이다.

또한 중년의 노안경을 착용한 신사들을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라 생각한다. 사실 중년이나 노년 캐릭터를 멋지고 개성있게 그려 내기란 힘들다고 생각한다. 주름살 한두개로 중년 혹은 노년을 만들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노 나츠메의 노안경 신사들은 확실히 중년이란 이미지가 나면서도 매력적이다. 특히나 니콜레타가 클라우디오를 덮쳤을 때 클라우디오의 표정과 행동이란.... 헉! 하고 숨을 들이쉬게 만들 만큼 섹시했다... 그러면서도 중년의 성숙함과 품위를 잃지 않는다. 젊은이라면 섹시함만 느껴졌겠지만, 클라우디오는 그것에 품격을 더했다. 와우... 

비단 이는 클라우디오의 캐릭터만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정다감한 푸리오의 미소, 호탕한 성격의 테오, 머리를 다 밀어 버린 비토나 반쯤 대머리인 루치아노 역시 매력이 철철 넘친다. 이 매력이란 외모뿐만이 아니라 성격에서도 풀풀 넘쳐 흐른다. 루치아노의 경우 니콜레타를 구박하거나 까칠하게 대하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다정하다. 특히 번외편으로 수록된 휴일의 점심 편에서 루치아노의 매력이 한껏 발산된다. (사실 이 장면에서 웃기도 많이 웃었다)

클리우디오도 멋지지만 역시 내가 제일 마음에 든 캐릭터는 지지이다. 과묵한 성격이지만 다정한 캐릭터라고 할까. 특히나 볼이 불룩해진 지지의 모습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내 앞에 나타난다면 꽉 끌어안아 주고 싶을 정도였다. 젊은 시절의 지지는 날카로운 면이 더 많이 보였지만, 노안경으로 인해 귀염성이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니콜레타와 올가의 이야기, 그리고 니콜레타의 사랑이야기에 노안경 신사들의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잔잔하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또한 각 캐릭터들의 표정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만 같다. 미화된 캐릭터들에는 이미 질릴대로 질린 내게, 표정이 생생한 캐릭터들의 모습이 주는 영향은 꽤 크다. 그리하여, 실제로 이탈리아에 가면 이들이 진짜 있을 것만 같다는 환상을 심어 준다.
 
이런 신사라면, 나도 이 신사를 갖고 싶다.
몹시 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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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야성의 댄디즘 - 러쉬노벨 로맨스
후유노 진코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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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선택한 이유?
일단은 제목의 댄디즘이란 단어에 끌렸고, 삽화가가 야마네 아야노란 것에 흥미가 갔다. 사실 유명한 만화가들이 삽화를 담당하는 작품이라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보장된다는 것이 그 이유랄까. 소설을 쓴 후유노 진코에 대해서는 잘 모를지라도, 그래도 삽화가의 이름을 보면서 선택을 하면 대부분 그 선택은 빗나가지 않는다.... (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신주쿠 가부키쵸의 호스트 클럽을 무대로 한 호스트들의 이야기라.... 일단 설정은 꽤 근사하다. 호스트 이야기가 나오면 대부분 야쿠자 X 호스트 커플링이 많긴 하지만, 호스트 끼리의 커플링도 꽤 멋지다고 생각하니까.

오쿠야마 미즈키는 초보 호스트. 그는 호스트 클럽의 넘버원인 사카이 다카히로에게 호스트 교육을 받게 된다. 호스트란 얼굴로 먹고 살며, 여자들에게 떠받들어지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이 직업을 만만하게 본 미즈키는 사카이의 교육을 받으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혼혈이라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무례하고 제멋대로인 미즈키. 그는 사카이를 보면서 처음엔 반발심을 가지지만 점차 그의 내적인 면에 이끌리게 된다.
한편, 자신과 사카이를 질투하는 호스트들의 계락과 꾐에 넘어가 당치 않은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 미즈키. 그는 과연 이 난관을 극복하고 넘버원 호스트가 될 수 있을까?

뭐랄까.. 뭐랄까..
읽는 내내 투덜거렸다. 어째 공수 캐릭터 둘다 매력이 없다, 이거 어쩌면 좋지???
보통 나는 공 캐릭에 끌리는 면이 있긴 한데, 여기에서의 공은 댄디하기만 하지 그외의 매력은 없다. 워낙 감정 표현을 안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거 영~~
게다가 수 캐릭은 무례하지 생각없지 제멋대로지.....
이런 수 캐릭터에 끌리는 공 캐릭터는 뭐지????

이 소설이 초짜 호스트에서 넘버원 호스트로 성장해 가는 미즈키의 성장 이야기와 더불어 사카이와 미즈키의 사랑이 익어가는 로맨스 물을 그리려고 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건 파악하겠다.. 하지만 미즈키의 성장이란?? 사실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원조로 이루어진 게 아닌가?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유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미즈키가 넘버원 호스트가 될 수 있었을까? 것보다 앞서 사카이의 교육이 아니었더라면 미즈키가 넘버원 호스트가 될 자질을 가질수나 있었을까?

게다가 둘의 로맨스도 마찬가지. 술마시고 얼렁뚱땅 첫 거사(?)를 치르게 되긴 했지만, 그후로는 미적지근하다... 하긴 사카이는 워낙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니 그렇다 치더라도.. 미즈키는 뭐냐? 자신의 감정이 뭔지도 모르고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리다가 결국 사카이가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난 후에야 깨닫는다라..(너무 흔한 설정이라 싫다 싫어...) 결국 사카이와의 사랑을 이루게 되는 계기도 유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절대 없었을 듯. 찾으려고 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도 찾을 수 있을 건 뻔한데, 미즈키는 그 정도도 하지 않았다. 성질만 부렸을 뿐. 못된 망아지가 따로 없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하나 더. 사카이의 내력 부분. 그정도야 이해하지만 굳이 형 이야기까지 끌여들일 필요가 있었을까. 작가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미즈키의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이라 생각해서 그런 장면을 끌여 들인 듯 한데, 왠지 사족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다지 공감할 수도 없는 사랑 이야기.
그다지 공감할 수 없는 넘버원 호스트의 이야기.
랄까.
오히려 여성 캐릭터인 유키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잘 놀고, 잘 쓰고, 일도 잘하고, 사랑까지 거머쥔 유키. 이 책에서 최고의 캐릭터는 유키였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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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타임
오가와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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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와 요코의 책은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은 이래로는 <슈거타임>이 처음이다. 노박사와 소년의 우정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려낸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으면서 가슴 한켠이 따스해지는 경험을 했었지만, 이상하게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은채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서야 이 책을 손에 잡게 되었다.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출판된 것은 지금으로 부터 20여년전. 꽤나 오래전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초판 발행된 것이 2003년이고 이 두 작품 사이에도 10년이상이란 시간이 있으니, 작품 성향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역시나랄까.....

<슈거타임>은 제목도 그렇지만 표지도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달콤하다. 표지 디자인은 우리나라에서 한 것이니 책 제목에 맞춰 그리 제작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책 내용은 그리 달콤하지는 않다. 달콤한 건 이미지뿐이랄까. 오히려 전반적으로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주인공 가오루는 대학 4년생. 그녀는 3주전부터 기묘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먹어 치우는 음식에 대한 일기. 그러나 그것은 다이어트를 위한 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이상하게 늘어버린 식욕에 대해 기묘함을 느끼고 쓰게 된 일기다. 그렇다면 그 현상은 왜, 어떤 이유로 시작되게 된 것일까. 몸무게는 단 1g도 늘지 않았지만 식욕은 계속 늘고 있다.

가오루는 평범한 여대생이다. 공부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남자 친구를 사귄다. 일상에 큰 변화는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가오루는 근래 자신의 주변에서 생긴 일들을 되새기며 이유가 될만한 걸 찾아 보지만 크게 납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로열 아이스크림과 동생이 이사 오게 된 것.. 정도로 납득을 해 버린다.

책을 읽으면서 가오루란 인물 자체에 관심이 쏠렸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지만, 속사정은 아무도 몰랐다. 아니 몰라줬다고나 할까,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아버지의 재혼, 새어머니, 의붓동생. 아마도 그때부터 가오루는 자신의 주변에 담을 쌓기 시작했을지도 모르?다. 게다가 평범하지 않은 동생. 그랬다. 동생은 키가 자라지 않는 병을 앓고 있었다.

남자 친구와도 뜨거운 연애라기 보다는 플라토닉한 사랑을 해왔다. 사실 그 또래의 청춘남녀라면 지구를 다 태워버릴 정도의 뜨거운 연애를 하게 마련이지만, 이 두사람은 어찌보면 미적지근한 연애를 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끝나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듯한 연애.

사실 그런 연애 방식이란 존재할 수도 있어하고 납득해 버리기도 쉽지만, 남자 친구였던 요시다가 사고로 만난 여자와 함께 러시아의 연구소로 떠나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 두사람의 연애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가오루의 반응에도 의문이 생긴다. 그녀는 요시다에게 무엇을 바랐던 것일까.

음식을 보면 먹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지 못하면서도 음식 자체에 대해서는 사랑스러운 느낌을 갖지 못한다. 남자 친구가 있으면서도 그와의 관계에서는 사랑스러움을 찾지 못한다. 너무나도 담담해서 가오루는 감정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 그 자체가 의문스러울 정도다.

어쩌면 어린 시절부터 참고 참고 삭여 왔던 가오루의 감정이 그렇게 만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어떤 것에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버린 건 아닐까. 그리하여 그것이 이상 식욕과 남자 친구의 배신과 이별에도 눈물 한 방울 조차 흘리지 않게 만들어 버린 것이 아닐까.

전체적으로 너무 담담한 이야기 흐름에 건조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뒤에는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청춘이란 눈부심만을 달콤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때로는 슬픔도 절망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후에 남겨진 것은 빈껍데기가 아니라 낡은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껍데기로 무장한 또하나의 내가 있다. 그것도 속이 꽉 찬, 잘 여문...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어 가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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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온다 리쿠 지음, 박수지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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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라고 하면 노스탤지어의 마법사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 작가로 유명하다. 회상이나 과거에서 연결된 현재, 수수께끼등이 잘 버무려진 이야기는 늘 사람을 매혹시킨다. 주로 미스터리 쪽의 이야기이라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늘 두근거림과 설렘을 안고 그녀의 책을 펼치게 된다.

나비.
봄의 전령사이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을 유혹하는 나비.
책 표지에는 아름다운 나비가 한마리 보인다.
언뜻 보기엔 화려하고 아름답지고 환상적이지만 찬찬히 살펴 보면 왠지 괴이한 느낌이 드는 나비이다.
이 책의 분위기를 이 그림 하나가 보여준다고나 할까.

총 15편의 단편들은 장르가 모두 제각각이다. 이제까지 보아 왔던 온다 리쿠의 책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랄까. 물론 미스터리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단편이나 그녀의 작품에서 느껴졌던 느낌을 고스란히 전해주는 작품들도 있지만, 판타지, 동화, SF, 호러 등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관광여행 ★★★★
마을의 땅에서 돌로된 거대한 손이 자라난다... 라.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속에서 나왔던 w시. 사실 옛날 이야기가 그저 이야기로 존재한다면 동화가 되겠지만, 그것이 현실로 드러나면 공포가 된다. 폐쇄적인 마을이 감추고 있던 진짜 비밀을 알게 되면 오싹한 느낌을 받게 된다. 마지막 반전이 좋았던 작품. (사실 예상 가능한 반전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의 이끼 ★★
한 여성의 불행하고 안타까운 삶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여전히 난 스페인 이끼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이해력 부족일까.

나비사의 봄, 그리고 여름 ★★★★★
나비는 흔히 영혼과 관계된 존재란 인식이 있다. 그래서 죽은 사람들이 나비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하기도 하고. 환상적인 판타지의 느낌이 강했다. 죽은 자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영혼사와 영혼사가 가지고 있는 마음 속 비밀. 애틋하고 아름다웠던 단편으로 기억된다.

다리 ★★
일본은 관동 지방과 관서 지방의 사이가 나쁘다고 한다. 그것을 소재로 삼은 이 단편은 한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대치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멋진 언니들의 포스는 좋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달까.  

이 단편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 하나. 십여년전 중국 여행길에서 마주한 북한과의 국경. 그것은 바로 다리위에 있었다. 다리 한가운데 있는 선 하나가 중국과 북한의 국경이었다.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인데... 이젠 너무나도 넌 나라가 된 두 나라. 현재 우리의 현실이 눈에 밟혀 가슴이 아파온다.

뱀과 무지개 ★★★★
이건 온다 리쿠의 느낌이 아주 강했던 단편. 단편집 「도서실의 바다」에 수록된 <봄이여 오라>와 비슷한 설정.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순간 소름이 끼친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을 때마다 미묘하게 달라지는 설정. 이것은 인과의 이야기일지도.

저녁식사는 일곱시 ★★★★
누구나 어린 시절에 저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물론 실제로 그런 것이 눈앞에 나타날 일은 없겠지만, 모르는 단어를 만났을 때 그 단어의 느낌만으로 하게 되는 묘한 상상들의 경험이.... 작가인 엄마의 말이 왠지 작가 온다 리쿠의 고뇌를 말해주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잠시 상상도 해봤다.

틈 ★★★
이건 흔한 괴담 소재같은 이야기. 하지만 이거 하나에는 동의할 수 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공포 포인트가 있다는 것. 주인공 남자는 살짝 벌어진 틈새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이 좀 껄끄러웠다. 조금 억지스러웠기에.. 도대체 뭐가 튀어나왔을까? 갑자기 주온이 떠올랐다는...

당첨자 ★★★★
이도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그럴테지만, 역시 온다 리쿠만의 맛이 있다. 역시 사람의 욕심은 무서운 것이야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만든 단편. 특히 돈이 걸린 문제라면... 가장 믿을 수 있는 상대에게 배신당할 수도 있으니 항상 뒤를 조심하시길..

달팽이주의보 ★★★★★
한 작가의 작품 속 장소를 찾아 오게 된 한 마을. 그 마을에는 기묘한 하루가 있다. 그건 달팽이들이 출몰하는 날. 동화적인 판타지의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실제로 눈앞에서 나도 이런 모습을 보고 싶달까. 나도 그 차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어졌다. 인간에 해를 끼치는 존재가 아닌 선량한 존재들의 모습을...

당신의 선량한 제자로부터 ★★★★★
옛제자에게서 편지가 도착했다. 그것은 기쁘고 감개무량한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그 편지는!!!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실 인간으로서 선악의 기준을 판단하고 판결을 내리는 것은 인간 능력밖의 일일지도 모른다. 왜곡된 선에 대한 생각. 그러나 그것을 절대적으로 악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마지막 단락부분에서 소름이 끼쳤던 단편.

엔드마크까지 함께 ★★★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뮤지컬로 바뀌었다? 우리는 일상에서의 일탈을 꿈꾸지만 그건 쉬이 허락되지 않는 것. 함부로 일탈을 꿈꾸면 좋지 않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 ★★★★
인간들은 과오를 되풀이한다. 마치 끝과 끝이 연결된 레일 위를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 인간 사회의 모습. 신생과 멸망을 되풀이하면서도 여전히 과오는 되풀이 된다.

주사위놀이 ★★★★
마치 보드 게임 장면을 보고 있는 듯 하다. 주사위를 던져 앞으로 가거나 쉬거나 뒤로 가거나 처음 제자리로 돌아 가는. 여기서는 체스를 예로 들었던데, 난 그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체스는 쉬거나 뒤로 돌아가거나 처음 제자리로 돌아가는 법이 없다. 오직 전진, 그리고 체크 메이트뿐이이까. 과연 '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다'일까, '날다'일까. 책 내용으로 봐서는 둘 다에 해당할 것 같다.

생명의 퍼레이드 ★★★★
어찌 보면 계속 달려라, 한 줄기 연기가 될 때까지와 비슷한 맥락을 가진 작품으로 보인다.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던 시대는 끝나고, 인간들은 자신만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현대 사회. 인간은 언제부터인가 오만한 존재가 되었고, 그것은 스스로를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탈락시켜 버렸다.    


야상곡 ★★★★
SF 적 요소와 판타지적 요소가 혼합된 작품. AI나 아이로봇의 로봇이 연상되는 한 젊은이(사실은 로봇)이 만난 아주 특별한 존재들... 어쩌면 언젠가 인간은 자신의 감정을 잃어 버리고, 그 감정은 로봇들에게로 흘러들어가 버릴지도 모르지... 지금처럼 산다면..

독특하다. 환상적이다. 기묘하다. 기이하다. 섬뜩하다. 그리고 가끔의 반전도 즐겁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기분을 맛보는 건 너무나도 즐겁다.
잘못 편집한다면 뒤죽박죽 혼란한 느낌을 줄테지만, 각기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그 어울림이 어색하지 않다.  

온다 월드의 가려져 있던 뒷쪽 면을 엿본 느낌이랄까.
달의 뒷면을 살짝 엿본 느낌이랄까.
일상과 상식을 비트는 이야기의 매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만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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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잠들 때까지 - 뉴 루비코믹스 412
타카이도 아케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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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딱 보니, 리맨물이로구나~~~
난 BL물의 다양한 장르중에서도 리맨물을 가장 좋아한다고 할 수 있다.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또 나랑 연령대가 비슷하기도...(는 아니구나..)
험험.. 어쨌거나 양복 입은 남자들은 섹시하단 말이지.. 특히 소맷부리 싹 걷어 붙이고 열심히 일하고 또 열심히 사랑하는 당신~~~ 복 받으리~~

당신이 잠들때까지에는 총 3편의 단편과 한편의 번외편이 수록되어 있다. 뭐 따지고 들자면 포커스를 누구에 맞추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나뉘는 것으로도 보인다. 즉,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다 관련되어 있지만 각기 그들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단 이야기다. 한 직장에 게이가 그렇게 많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세상은 좁은 곳이고, 작은 공간에서도 성적 취향이라든지 그런건 다양하게 나뉘는 것이니 그건 별 문제가 아닌듯..

일단 첫번째 단편인 당신이 잠들때까지는 회사 선후배인 모리시타 후미아키와 카미야 타다시의 이야기이다. 이들은 어느 정도 사귄 커플이랄까. 그래서 처음 사귀는 사람들의 풋풋함보다는 사귀게 되면서 불거져 나오는 문제들에 포커스를 맞춘 작품이다. 사실 남녀가 사귀는데도 오래 사귀거나 막상 주위에서 결혼 압력이 들어온다거나 하면 문제가 생기게 마련. 남남 커플이라고 다를쏘나?

조용하고 성실한 모리시타와 인기남에다 마더콤 기질이 약간 있는 타다시. 새로 부임해 온 과장은 모리시타에게 유혹의 멘트를 날리고, 타다시에겐 맞선 제의가 자꾸만 들어 온다. 어머니의 말씀을 거절하지 못하는 타다시를 보면서 불안해지는 모리시타. 대놓고 관계를 밝히지 못하는 입장이란 이럴때 정말 괴로운 것이겠지...

게다가 대학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모리시타의 마음은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불안감이 가중되었다고나 할까... 뭐, 당연하겠지.. 자신들이 앞날이 그들처럼 보였을테니까... 하지만, 모리시타.. 타다시가 거짓말한 건 정말 나쁜 짓이었지만, 그렇다고 감정에 휩쓸려서 그러면 안되는거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진전은 지금 사귀는 사람과 확실하게 헤어진 후에라도 늦지 않다구!
라는 이유로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모리시타의 입장이 영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소심한 사람은 저래서 상처받는다니까.

러브스토리는 세편의 단편 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작품. 와우... 떨린다 떨려.. 이런 느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에서 만난 한 남자. 어쩌다 보니 매일 그 카페에서 테이블을 마주 보고 앉게 된다. 단 한마디도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서로 의식하고 있다.

이 단편은 사랑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연애나 사랑을 하다보면 어떻게 시작을 했는지 우린 잊어버리고 산다. 시작이란 건 단 한번뿐인 소중한 시간인데도... 누군가에게 끌리게 된 멋진 순간임에도...
중간에 빵~~ 터지게 웃기도 했지만, 역시 전반적인 코드는 설렘이다.

마지막 단편은 일본적인 코드가 아주 많이 가미되었다고나 할까.. 일본의 밤문화에는 저런 것도 있구나.. 하고 감탄을..(!?) 어찌보면 좀 억지스러운 만남이었지만, 재미는 있었다. 이 둘의 이야기가 더 있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푸힛)
세 커플 중 특히 망상을 많이 하게 만든 커플이랄까.

번외편은 이치카와의 이야기인데. 완전 빵 터졌다. 아.. 이 사람 이게 버릇이었구나... 라는 느낌이랄까. 이걸 보니 타다시는 모리시타에 대해 절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오래 사귄 커플, 이제 시작한 커플, 그리고 시작이 묘한 커플 등 다양한 커플의 알콩달콩 러브 스토리.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거나, 감동을 받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가볍게 읽고 즐길 수 있는 만화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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