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 픽처북스 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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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 아빠가 최고야! 라고 생각했던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다닐 무렵까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는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기고, 제일 멋지고, 제일 다정하고, 제일 멋진, 그리고 만능의 무적의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중학교에 입학하고 좀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친구들을 사귀면서 아빠의 순위는 점점 뒤로 쳐졌다. 그후 고교 시절, 대학시절을 거쳐 20대를 다른 사람을 내 인생에서 최고라고 여기면서 살다 서른이 넘어 다시 우리 아버지가 최고야!란 생각을 하게 될 때까지 시간이 꽤나 많이 흘렀다.

이 책은 어린 아이가 읽으면 여기에 나오는 아빠의 모습과 자신의 아빠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우리 아빠가 더 최고야!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정도로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아빠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달까. 사실 어린 아이란 모든 사물을 과장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그러다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가면서 점점 현실적인 시선을 갖게 되고, 태산처럼 커보였던 아빠의 모습이 점점 작아지게 됨을 느끼게 된다. 사실 아빠가 작아지는 게 아니라 내가 큰 것 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아빠를 보면 늑대가 집으로 찾아 와도 하나도 무서워 하지 않는다. 집밖에는 빨간 두건과 아기 돼지 삼형제가 나무 뒤에 숨어서 부러운 듯 쳐다본다. 이 장면을 보고 난 하하하 하고 웃었다. 사실 나 역시 어린 시절 동화를 읽다가 악당 캐릭터나 무서운 캐릭터가 나오면 아빠가 다 이겨줄거란 생각을 했으니까. 

또한 아빠가 달을 뛰어 넘고, 줄타기를 하는 장면같은 건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아빠는 만능으로 보이는 것을 표현해 놓은 듯 하다. 사실 어린 시절의 우리 아빠는 못하는 게 없어 보였다. 천하무적 만능이랄까? 

물고기만큼 헤엄을 잘 치는 아빠의 경우, 나도 동의한다. 어린 시절 강변에 자주 놀러 갔던 나는 아빠가 수영하시는 모습을 보고 물고기같아~~라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와, 아빠는 정말 못하는 게 없어, 노래도 잘 하고, 나무도 잘 타고.... 그리고 무엇을 물어 봐도 대답해주는 척척박사에, 나와 눈을 마주치면 언제나 미소를 보여주셨던 아빠.

하지만 우리는 아빠가 뭐든 잘하고 만능이고 무적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건 아니다. 그런 건 동경에 불과한 이야기일뿐. 우리 아빠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이기에 우리 아빠가 최고란 이야기를 담은 마지막 페이지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어린 시절엔 아무런 저항감 없이 했던 이야기, 우리 아빠가 최고야, 아빠 사랑해.. 그말이 나이를 한 두살 먹으면서 얼마나 하기 어려워졌는지... 지금은 편지에서나 고작 할 수 밖에 없는 말이지만 늘 마음속으로는 우리 아빠가 최고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영원히 나를 사랑해 줄 우리 아빠.
지금은 아빠가 아니라 아버지라 부르고 있지만,
그래도 이순간만큼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
최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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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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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인생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수치로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아주 큰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가 엄마를 의지하고 엄마를 찾는 순간들은 대부분 힘들 때, 슬플 때, 아플 때 등 인생의 괴로운 시기가 대부분이다. 즐거울 때, 기쁠 때, 행복할 때 역시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를 찾겠지만, 그것도 어린 시절 뿐. 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게 되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자연히 그런 시간들에서 엄마를 제외시키기 시작한다. 왜 우리는 엄마란 소중한 존재에 이런 멍메을 짊어 지게 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없이 살아가는 것일까. 

엄마를 부탁해는 이런 이기적인 우리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모든 딸들, 아들들, 그리고 자식들의 엄마로 기억되는 존재인 우리들의 엄마. 가장 사랑해야할 존재이며,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오히려 더 만만하게 생각하고 모든 짐을 지운다. 그러면서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고 살아가는 우리들...

엄마를 부탁해는 딸, 아들, 남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먼저 진행되고, 그후 엄마의 이야기가 나온다. 에필로그는 딸의 시점에서 이야기되는 것이지만 일단 본문의 1~4장까지는 그런 구성이다. 하지만 이 책의 첫장부터 고개가 갸웃하게 된다. 도대체 화자는 누구일까? 

딸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딸을 '너'라고 하고, 아들을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아들을 '그'라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에서는 '당신'이란 표현이 나온다. 소제목이 또다른 여인인 4장은 엄마의 이야기이다. 화자는 누구일까... 도대체.. 모두 엄마였을까, 아니면.... 사실 모든 이야기의 화자가 동일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아무리 가족이라도 서로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혹시 딸, 아들, 아버지의 이야기에 나오는 화자는 그들의 가슴 한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아니었을까. 

칠순 노모의 실종으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자식을 위해, 남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살았던 우리들의 엄마들. 세상의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이다. 딸은 아들은 남편은 옆에 있을 때 몰랐던 엄마의 존재가 사라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더불어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지르면서 살아 왔던가에 대해서도. 잃고 난 뒤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라는 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이지만, 그래서 구태의연한 스토리로 흘러 갈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은 우리 마음속 깊은 곳을 파고 들어 온다.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 사실 신경만 썼더라면 충분히 알 수 있었던 - 엄마의 이야기. 엄마는 처음부터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었다. 엄마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소녀 시절이 있었고, 처녀 시절이 있었다. 나 역시 그런 꿈을 꾸며 살아 왔는데, 엄마라고 그런 시절이 없었을까. 엄마니까 다 이해하고 엄마니까 다 받아준다고 생가하며 응석을 부려왔다. 그건 어린 시절이나 나이가 들어서나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엄마라고 기대고 싶은 마음이 없을까. 엄마도 엄마가 필요했단 그 말에 울컥 하고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이란, 난 엄마에게 어떤 딸일까 하는 그런 의구심이었다. 난 도대체 어떤 딸일까. 사랑에 행복해 하던 날에는 엄마 생각보다는 그 사람 생각을 더 많이 했다. 좋은 걸 보고 맛있는 걸 먹으면 그 사람 생각을 먼저 했다. 하지만 그 사람과 헤어진 후 이별이 힘겨울 땐 엄마를 찾았다. 비단 사랑할 때 뿐만이 아니리라. 왜 나는 엄마가 해주시는 모든 것들을 당연하다고만 느끼고 살아 왔을까. 부모의 사랑은 내리 사랑이란 말이 있지만, 그 말을 정답이라고 받아 들이기가 싫어진다. 물론 엄마의 사랑만큼 돌려 드리지는 못해도 적어도 엄마 얼굴에 슬픈 표정이 지어지는 일만큼은 없게 해야 하지 않을까, 자식이라면.....
 
이 책에 나오는 엄마는 어디로 갔을까. 
4장을 보면 엄마의 죽음이 암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엄마는 어디에서?
세상에는 생각보다 이렇게 행방불명되는 사람이 많다.
그런 엄마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하지만 교활하게도 난 우리 엄마가 건강하게 계시는 것에 안도한다. 그러면서 또다시 결심을 한다. 엄마 얼굴에 예쁜 미소만을 드리겠다고...

작품의 제목인 엄마를 부탁해..
어떤 의미일까.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책을 손에 들고 곰곰히 생각해 봤다.
이는 우리에게 던지는 부탁의 말일까, 질책의 말일까.
아마 둘 다에 해당되겠지.
하지만, 책에 나오는 나의 엄마를 부탁한다는 뜻만은 아니리라.
세상의 모든 딸, 아들 그리고 남편들이여.
세상의 모든 엄마들를 부탁해...라는 뜻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엄마란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달라는, 엄마란 존재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달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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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 브레이커 1
카미죠 아키미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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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디퍼 쿄우의 작가 카미죠 아키미네의 최신작인 코드 : 브레이커. 이번엔 전작과는 다르게 현대물이며, 고교생이 등장한다. 과연 어떤 이야기일까, 가슴이 두근두근....
1권 표지를 보면 한 소년과 한 소녀가 등장한다. 등을 맞대고 서있는 이들은 좋은 콤비일까, 아니면.....

평범한 여고생 사쿠라는 어느 날 밤 공원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그곳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게 된다. 푸른 화염과 그 화염에 휩싸여 죽어가는 사람들. 도대체 그곳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다음날 사쿠라는 그 공원으로 향하지만 어느 곳에도 어젯밤 사건의 흔적은 없다. 과연 사쿠라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러나, 그날 전학온 오오가미 레이를 보게 된 사쿠라는 어젯밤의 참극이 꿈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사쿠라는 오오가미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지만 오오가미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을뿐이다.

그날 저녁 떠돌이 개에게 밥을 주러간 사쿠라는 그곳에서 노숙자가 불량배들에게 린치를 당하는 걸 보게 되고 그를 구하려 하지만, 오히려 수세에 몰린다. 위급한 상황에서 사쿠라를 도와주러 나선 건 사쿠라가 매일 밥을 주던 떠돌이 개였다. 그 녀석 역시 반려인이 불량배들에게 살해 당한 후 혼자 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쿠라를 구하기에 그 개는 너무 작고 약했다.

노숙자를 죽이고, 사쿠라를 위협하고 개까지 위험으로 몰고간 그들. 그들 앞에 나타난 건 오오가미 레이였다. 장갑을 벗어던지고 그들을 하나하나 불태워 죽이는 그는 법적 심판을 받지 않는 자를 처벌하믄 코드 브레이커라 스스로를 칭했다.

눈에는 눈, 입에는 입, 악에는 악으로..
사실 1권을 보면서 내내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도 죄를 지었으면서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자들이 수두룩하고 그들로 인한 피해자는 늘어도 우린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저런 놈 지옥에서 안잡아 가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악인들을 심판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나오는 코드 브레이커다.

코드 브레이커 오오가미 레이. 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들을 쓰레기라 부르고, 해충이라 부르며 그들을 처단한다. 당연히 평범하지만 의협심 강한 사쿠라가 보기에 그것은 법을 어긋난 행위였다. 사실상 사람을 그런 식으로 처벌하는 것은 선이 아니라 악에 가깝다. 그것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가졌다 하더라도.. 물론 그 불량배들이 입에도 담지 못할 만큼의 죄를 지었다 해도 그들을 그런 식으로 단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게다가 목격자마저 죽여 버린다는 것을 과연 선이라고 생각을 해야 할 까.  

보는 내내 사무라이 디퍼의 쿄우와 쿄시로가 떠올랐다. 하지만 쿄우만큼의 매력을 아직 느끼지 못하겠다. 레이 역시 사쿠라를 만나면서 점점 변해가겠지만, 아직은 그의 단죄행위에 대해 손을 들어줄수는 없다. 게다가 아직은 수수께끼 투성이. 레이는 분명 독자적으로 일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뒤에 버티고 있을 거대한 조직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오오가미 레이는 자신이 행하는 임무에 대해 아무런 거부감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사신의 눈의 뒤에 감춰진 상냥한 눈은 과연 연기일뿐일까. 또한 사쿠라를 죽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이며, 사쿠라가 가진 능력은 또한 어떤 것일까..

1권에서는 코드 브레이커라는 자의 힘과 그가 하는 일에 대해 나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오가미 레이, 그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힘은 어디에서 왔는지, 그가 눈 한 번 깜짝 하지 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얼어붙은 심장을 가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리고 작가가 정의하는 진정한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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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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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네자와 호노부의 신간인 인사이트 밀을 먼저 볼까... 하다가 전작인 이 책을 먼저 고르게 되었다. 인사이트 밀보다는 왠지 가벼울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 이유로 선택하게 된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트로피컬 파르페 사건과 시리즈물인 이 소설은 고교 1년생의 콤비가 등장한다.

작고 여리게만 보이는 오사나이와 좋은 머리로 수수께끼를 풀었던 명탐정 이미지의 고바토. 이 둘은 중학교 동창생으로 좋은 콤비를 이루고 있다. 중학 시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둘은 조용히 숨어사는 소시민이 되기로 하지만 주변은 그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고교생이 주인공이라.. 미스터리 물에서 고교생이 등장한다고 해서 가벼운 책만이 있지는 않다. 끔직한 사건이 벌어지는 책들도 많이 봤지만, 이 책은 역시나 제목답게 상큼하고 발랄하다. 사실 복잡한 미스터리를 생각한 사람들이라면 이 책이 취향에 맞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통의 고교생이 등장한다면 살인 사건을 비롯해 커다란 사건이 쉬이 발생하지는 않을터이니, 고교생 주인공의 이야기로서는 적당한 소재들로 이 책이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고교생 주변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랄까. 따라서 사건 자체도 큰 사건이 아니며, 그 뒤에 있는 비밀 역시 음습한 비밀이 아니다.

일종의 일상 미스터리 정도로 보면 딱 좋은 이 책은 총 다섯개의 이갸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사건의 정도는 딱 고교생 주변에서 일어날 정도이다. 또한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일도 없으며, 사건이란 말이 붙어 있긴 하지만 형사 사건이 되는 경우는 딱 하나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고교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추리 장르나 미스터리 장르를 보면 어른들이 등장하는 소설 못지않게 잔인한 사건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년탐정 김전일의 경우나 명탐정 코난을 보면 그 사건 자체가 엄청 잔혹한 범죄인 경우가 많다. 그런 장르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겠지만, 스스로의 고교 시절을 생각해 보라.
주위에서 사람이 턱턱 죽어 나자빠지는 경우.. 있었는가?
내 경우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고교 시절에 일어났던 일들을 위주로 생각해 보면 가벼운 미스터리란 것이 훨씬 납득하기 쉽다.
뭐.. 곰곰히 생각해보면 고교 시절엔 짝사랑하던 상대나 친구들과의 우정, 그리고 입시란 것 때문에 주변을 살필 경황도 별로 없었지만....

그렇다면 이 두 주인공에겐 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생겨나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두 주인공 모두 감성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이고, 자신을 위주로 생각하기 보다는 주변을 관찰하는 시간이 많아서 일것이다. 원래 자기를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주변을 잘 보지 못하는데다가, 고교생이라면 자신에게 신경쓸 시간도 모자란 법이니.... 따라서 이 둘이 소시민으로 살기 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특히 중고교생의 경우 자신과 다른 그룹이라 생각하면 배척하게 마련이니까. 결국 튀는 것을 원치 않은 두 사람이었던 것이다.

중간중간 변장(?)한 오사나이의 등장이나 그 모습에 입이 떡 벌어진 겐고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왔다. 고바토의 친구인 겐고 같은 경우 전형적인 남자 고등학생이다. 의리를 중시하고... 등등등..

어쨌거나 가벼운 소재와 가벼운 미스터리로 시종일관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좀 아쉬운 건 어떤 것은  사건이라고 이름붙이기엔 그 정도가 너무 가볍다는 것이다. 맛있는 코코아를 타는 법이... 어떻게 사건이 되는 거지?? 이건 납득 불가.

하지만 첫번째 사건의 경우,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해보려다 못한 한 남학생의 이야기라든지, 시험시간중에 발생한 음료수병 추락 사건 등 대부분은 고교 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이 책의 연령대는 좀 낮게 설정하는 것이 맞는 듯 하다.

고바토와 오사나이가 왜 소시민으로 살것을 결의하게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책에선 언급되어 있지 않아 좀 아쉽다. 또한 오사나이의 비밀이 보일듯 보이지 않는 것도 아쉽기만 하다. 도대체 그녀의 비밀은??? 제일 웃음이 터졌던 건 오사나이는 늑대, 고바토는 여우란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은 겐고의 표정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가볍고 발랄한 청춘들의 이야기이자 그들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가벼운 미스터리를 소재로 한 이 책은 무겁고 엽기적이며 잔혹한 미스터리물에 질린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면서 보기에 좋다. 물론 가벼운 일상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책이란 건 두 말하면 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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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사 3 - 부상신편
유메마쿠라 바쿠 지음, 김소연 옮김 / 손안의책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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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둠이 진정한 어둠으로 존재하고, 백귀야행과 이매망량이 어둠속을 지나던 헤이안 교 시절. 젋지만 그 능력은 최고 수준에 달한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와 그의 친우 미나모토노 히로마사는 오늘도 어둠속에 자리잡은 사연과 마주한다.

음양사 3권의 부제는 付喪神(부상신) 편. 付喪神이란 쓰쿠모가미라 발음하는데, 이는 1백년 이상 된 오래된 물건이 요괴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는 팔백만 신이 있다고 할 만큼 신이 많다 보니, 신으로 모셔지는 것은 아주 다양하다. 전에 모로호시 다이지로의 만화를 봤을 때, 돌이 100년 넘게 사람들의 추앙을 받다 보니 신격화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왔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의 염(念)이라는게 아마도 주가 되어 그에 생명을 부여하고 신이 되도록 만든 것인지도.....

이 책에는 총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참외 선인은 오래된 집에 나오는 요물의 이야기로 죽통여우 이야기이다. 크기가 쥐만한 죽통 여우는 큰 요력은 없지만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하는 요괴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여우 요괴하면 구미호밖에 떠오르지 않지만, 일본에는 여우 요괴라도 여러 종류가 존재하는 모양이다.

쇠고리와 가모가와 강변에서 비단함을 건네는 여자의 이야기의 경우에는 헤이안 시대를 살던 여성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당시 결혼 풍습은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취하는 경우에도 이루어졌으며, 또한 남자들은 한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여자를 아내로 맞기도 했다. 그러하다 보니 자연히 걸음이 자주 가는 쪽의 여자는 행복했지만, 몇 번 걸음하지 않고 발길이 끊이게 되는 여자의 경우 불행한 경우도 많았으리라. 또한 여자를 자기 집에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여자의 집을 찾는 일이 대부분이었으니, 여자의 경우 남자가 직접 오지 않으면 그 얼굴조차 보기 힘들었다. 그러니 그 사랑이 원망이 되면, 지금보다 그 원한 더 깊고 어두웠으리라.

쇠고리의 경우, 축시에 머리에 쇠고리를 얹고 초불을 그에 끼우고 짚으로 만든 인형을 나무에 못으로 박는 저주 방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는 지금도 일본에서 저주를 내리는 방법으로 쓰이는데, 이것의 유래가 헤이안 시대부터인가하고 생각하니 놀랍기만 하다.

헤매는 혼령의 경우, 반혼술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죽의 자의 물건을 이용해 죽은 자의 영혼을 소환하는 술법이다. 이러한 술법은 도력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실행키도 어려울 뿐더러 또한 그 술법을 해제하는 것 또한 높은 영력이 필요함에 분명하다. 음양사 3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아시야 도만이 나오게 되는데, 바로 이 작품에서 아시야 도만이 등장한다. 아베노 세이메이의 가장 큰 라이벌이라 여겨졌던 아시야 도만. 왠지 이 작품에서도 역시 도만은 악당이미지에 가깝다고 할까.

사랑을 하느냐고는 음양사 1권에서 잠시 언급되었던 미부노 다다미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와카 경연대회에서 패한 후 스스로 곡기를 끊고 말라 죽은 미부노 다다미. 미부노 다다미와 그의 부친, 그리고 그들에게 와카를 지어준 귀신의 이야기이다. 와카 경연대회에서 패배한 후 그 한을 품고 죽은 미부노 다다미가 여전히 원령이 되어 나타난다거나, 미부노 다다미 부자에게 와카를 만들어주며 이승을 떠나지 못한 귀신이나.. 원래 사람으로 태어났던 것은 죽어도 그 집착을 쉬이 버리지 못하는 존재이던가... 하지만 더욱 재미있는 것은 미부노 다다미는 죽어서도 자기일에 신경쓰기만 바쁘다는 것이다... 이게 정녕 인간이던가... 하는 씁쓸함이 밀려오던 작품이기도 했다.

엎드린 무녀 역시 전작에 나왔던 비구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다. 인어 고기를 먹고 불로불사의 몸이 된 비구니. 그녀는 여기에서 점을 봐주는 무녀로 등장한다. 여기에서도 아시야 도만이 등장하는데, 아시야 도만이 대행한 저주를 아베노 세이메이가 푸는 형태로 나온다. 이를 보면 극명하게 드러나지만 아베노 세이메이와 아시야 도만은 극과 극의 인물이다.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해하기 위한 저주를 걸고, 한 사람은 그것이 요괴이든 사람이든 구하기위해 힘을 쓰는 존재랄까. 이러니 두 사람이 라이벌 혹은 적대적인 관계로 그려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작품인 피를 빠는 시녀의 경우 제목만 보고는 혹시 흡혈귀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실제로 피를 빠는 행위를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요괴에 씌인 사람이었으니. 그 요괴는 바로 오래 묵은 거머리였다. 음양사 3권의 부제와 가장 잘 맞아 떨어지는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인 듯 하다. 실제 쓰쿠모가미란 오래된 가재도구에 붙은 요괴를 뜻하지만 오래 묵은 것이 요괴가 된다는 걸로 확대해석을 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빗자루같은 것이 요괴가 된다는 믿음이 있었다. 또한 이무기가 오래 묵으면 용이 되어 승천하기도 한다고 했고...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영물인줄 알지만, 세월이 오래 되고 염이 깃든 건 어느 것이든 그 존재 이상의 힘을 지니게 된다. 가끔은 그런 걸 보면 인간의 시야가 얼마나 좁은지, 그 생각은 얼마나 편협한지를 알게 된다고나 할까. 
요괴를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깃든 사연을 듣고 그들의 원념이나 한을 풀어주는 음양사 아베노 세이메이. 비록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바람처럼 살아간 인물이었으나, 그의 곁에는 누구보다도 더 그를 잘 이해해주는 친우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미나모토노 히로마사였다. 중간중간 히로마사가 세이메이에게 하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히로마사가 세이메이를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인간이상의 능력을 가졌으나 누구보다도 인간다웠던 아베노 세이메이. 그의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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