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미나토 가나에 지음, 오유리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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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녀라는 단어에서 받는 느낌은? 이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은 풋풋함과 말간 웃음, 그리고 순수함이란 것이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 물론 그것이 소녀를 정의하는 단어의 아주 일부일지라도, 또한 요즘 아이들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를지는 몰라도, 그런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건 사람마다 크게 다를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 책의 첫장을 편 순간, 그런 이미지는 와르르 무너진다.
누구인지도 모를 유서로 시작되는 이 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소녀들의 이미지를 와르르 무너뜨리고 그 속알맹이를 가감없이 드러낸다. 사실 이미지란 것 자체가 겉모습만을 보고 규정하는 것이니 작가가 우리가 가진 생각의 맹점을 사정없이 찌르고 들어 온다고 해도 배신감을 느낄 여유는 없다.

맨앞부분과 맨뒷부분의 유서를 빼고는 모두 두 사람의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일기 형식은 두 주인공이자 두 화자의 생각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형식이며, 화자가 교차되는 서술 방식은 주인공 자신의 속마음뿐만 아니라 서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일기의 주인공은 유키와 아쓰코. 둘은 흔히들 말하는 절친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만, 서로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절친한 사이라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예뻐 보일수는 없다. 유키의 경우 아쓰코를 좋아하지만, 경멸의 시선을 섞어서 아쓰코를 보고 있고, 아쓰코의 경우에도 유키를 무척 좋은 친구라 생각하지만, 반대로 약간의 두려움의 시선이 섞여 있다. 둘 다 검도를 잘해서 검도로 유명한 학교로 진학하려 했지만 유키는 손목 부상으로, 아쓰코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팀의 패배가 원인이 되어 그 학교로의 진학을 포기했다.

이렇듯 서로에 대해 좋은 친구라 생각하면서도 약간은 서로 어긋난 시선으로 서로를 바로 보는 두 사람은 자신들이 진학하고 싶었던 학교에서 전학온 사오리란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묘한 결심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죽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다는 것. 그러한 순간을 목격하게 되면 또래 집단과는 다른 존재로 거듭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사실 고교 시절까지는 또래 집단과의 집단 생활이 위주가 된다. 물론 대학생이 된다고 집단 생활이 아예 끝나는 것도 아니고, 시회 생활을 한다고 집단과 동떨어져 지내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는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이 바로 또래 집단이다. 또래 집단의 특징은 그 무리와 동일시 되는 것은 무척이나 싫어하면서도 반대로 그 집단에서 소외되는 것 또한 두려워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자신은 또래 집단에 속해있으면서도 그 또래와는 차원이 다른 특별함을 가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어른의 입장에서 보기엔 다 똑같아 보이고, 그러하기에 이 시기에는 어른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건 어른도 마찬가지이며, 어른들은 그 시기를 거쳐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이 지나면 그 시기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려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또래에 관한 이야기이며, 관심도 그들에게 집중되어 있다. 어른들은 오만하고 거만하며,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온다. 사춘기란 특성되 있겠지만, 이 나이대에는 어른들을 일단 거부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리라. 또한 어른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이며 감정적인 것 뿐이고, 대부분은 그 순간이 지나면 자신을 위주로, 자신의 또래 집단을 위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다.

유키와 아쓰코의 일기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의 내용은 얼핏 여러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크게 보면 큰 줄기를 가진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것은 이 시기의 아이들의 행동 반경이나 만나는 사람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뜻도 된다. 이야기 자체가 뒤로 가면서 너무 딱딱 맞아 들어가서 극적 성향이 너무 강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게 또 이 책의 묘미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원조 교제나 치한 누명 씌우기 등 십대 소녀들이 가진 어두운 비밀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아주 비뚤어진 십대 소녀들이 저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의 결말을 보면 그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 여학생들은 유키나 아쓰코 옆에서 웃고 떠들던 그런 평범해 보이는 소녀들이며, 유키나 아쓰코 역시 그들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는 결말 부분은 오싹하기까지 하다. 특히 아쓰코가 상대에게 가졌던 동정과 연민의 마음이 아쓰코의 현실적인 부분과 맞딱뜨렸을때 이미 지난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린다. 아쓰코에게 있어 그것은 찰나적인 감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유키 역시 마찬가지로 또래 집단을 경멸하면서도 그 속에서 낙오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십대의 또래집단은 어찌보면 애증의 관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해사한 얼굴에 말간 미소, 예쁜 꿈을 가진 십대 소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들의 어둡고 음침한 부분을 그려낸 소녀. 이 책을 읽으며 섬뜩한 기분이 드는 이유는 이 책의 주인공들은 평범해 보이는 여고생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들은 스스로 성장한다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아픔과 좌절, 절망을 보면서 성장해 나간다. 또한  또래 집단을 경멸하면서도 그속에 섞이길 원하며, 어른들은 자신을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이해할 수도 없다고 단정지으며, 다른 사람의 아픔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일보다 앞설수는 없다. 이렇듯 어두운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이 부각되어 있어 유키가 아쓰코를 위해 썼던 소설 요루의 외줄타기에 대한 감동이란 부분이 상당히 죽어버린 경향도 있는데, 그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하지만, 십대 소녀들의 심리 묘사는 오싹할 정도로 사실적이며, 스토리 역시 조금씩 어긋나 있는 듯 하면서도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귀결점을 맞는 짜임새 있는 구성은 무척이나 흥미로우며, 한편의 미스터리 소설을 보는 느낌도 준다. 미나토 가나에의 책은 <고백>다음으로 두번째 읽는 소설인데, <고백>에서 보여준 것 만큼의 임팩트는 덜하지만, 오히려 이 책이 더 재미있게 느껴졌던 건 역시 십대 소녀들의 심리 묘사를 사실적으로 해냈다는 부분일 것이다.

이미 나도 십대 시절이 언제였지...라고 생각할 나이가 되어 버린지라 이 소녀들이 가진 마음을 모두 이해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나 역시 십대 시절을 떠올리면 나 역시 또래 집단에 대해 가졌던 마음이나, 절친한 친구에게 가졌던 이런저런 마음이 떠올라 뜨끔해지는 건 사실이다. 물론 내가 보냈던 십대 시절과 지금의 아이들의 보내는 십대 시절은 다른 점이 많겠지만, 또래 집단과의 관계, 어른들과의 관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른게 없어 보여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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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10까지 세 - 뉴 루비코믹스 704
타카이도 아케미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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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를 보면 얌전하게 앉아 있는 한 남자와 약간은 건방진 포즈로 앉아 있는 한 남자가 보인다. 왼쪽에 앉은 사람이 입은 것은 양복일까, 아니면 교복일까. 표지를 보면서 먼저 상상을 해본다. 요번엔 어떤 등장 인물이 등장할지... 그러고 나서 책 뒷표지를 본다. 이런, 짐작이 빗나갔군.. 그런들 어떠리.. 난 리맨이 등장하는 게 좋은 걸~~~

표제작 사랑한다면 10까지 세는 연하 대학생 안경공과 소심한 샐러리맨 커플의 이야기.
자유분방한 모습의 대학생 카가미. 그리고 소심하지만 사람 좋은 미즈오. 둘은 세찬 비가 쏟아지던 어느 날 밤 만나게 된다. 룸메이트는 돌아오지 않고, 열쇠는 잃어버리고.. 집에 들어가지도 못한채 쭈그려 앉아 있던 카가미에게 내밀어진 따뜻한 말 한마디. 이것이 이 둘의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아가게 만든다. 우연히 미즈오의 집에 하룻밤 묵어가게 된 카가미는 그날밤, 미즈오의 묘한 행동을 목격하게 되는데... 과연 미즈오에겐 어떤 일이!?

소심하여 속으로 꾹꾹 눌러참는 미즈오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무의식 속에 꽁꽁 숨겨둔 욕망이랄까, 그러한 것이 그런 식으로 표출되다니.. 사실 그런 모습을 목격한게 카가미라 다행이라면 다행일지도?! 그러나 카가미를 만나기전의 회사 후배에겐 지독한 오해만을 주게 되었으니, 이래저래 스트레스 많이 받았겠구나 싶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과거,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긍정할 수도 없었던 미즈오. 이래서 인연은 따로 있다고 할까. 카가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도 몰랐을 거다. 사실 그런 건 어디가서 상담하기도 그렇잖아?
 
스스로의 정체성에 두려움을 가진 남자와 그것을 따스하게 보듬어주는 한 남자. 사랑은 이렇게도 시작되는 거구나~~~랄까.

두번째 작품인 신사의 취미는 리맨물. 이케맨 상사와 신입 사원의 이야기. 이케맨 과장님의 손수 만든 도시락은 대체 누가 싸준 것일까?? 이 단편을 보면서 푸하하핫하고 웃어 버렸다. 과장님의 취미는 정말이지... 의외의 모습이랄까? 그러나 여성스럽지만은 않다. 오히려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남자답달까? 정말 이런 남자가 있으면 내가 확 채오고 싶다!

어른의 키스는 단행본 마이 보디가드에 나왔던 쿨한 사장 비서 X 건방진 도련님 커플 이야기의 뒷이야기. 이거 왠지 낯설지 않은데 싶었더니 역시나였다. 애는 역시 아무리 어른을 이겨보려고 해도 이길수 없달까. 그런 느낌.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도련님의 성장 이야기일지도....

이 단행본에서 가장 마음에 든 건 역시 마지막 작품인 꽃이 피지 않는 2월의 숲이었다. 어찌보면 동화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달까. 그래서 극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느낌도 참 좋다. 특히 작품내에 등장하는 리코리스는 나도 좋아하는 꽃이라... (笑) 어린 꼬마가 성인이 되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 건 거의 기적같은 일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약간 현실을 뛰어 넘는 맛이 있어야 더 즐거운 법. 특히나 리코리스의 꽃말 중에 그런게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타카이도 아케미의 만화는 가벼우면서도 잔잔한 여운이 남는다. 전반적인 분위기 덕보다는 대사 한 두마디에 담긴 진실함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좀 아쉬운 건,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 커플이 많이 등장한다는 것... 그러나 어찌 생각해보면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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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어둠에 숨듯이 - B애코믹스 081
나카무라 슌기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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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 슌기쿠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지만, 어찌보면 반정도 취향이다.. 라고 할 수 있다. 순정 로맨티카를 보면서 좋아하게 된 작가인데, 쉬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와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슬슬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한 참이다. (그래 놓고 원서로 소설까지 싹 가지고 있는 난 뭐지??) 하지만 또 안보려니 보고 싶고.. 하여간 내게 있어 그런 작가랄까?

달이 어둠에 숨듯이는 순정로맨티가 연재중 나온 단행본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림체가 지금과는 좀 다르다. 어찌 보면 순정 로맨티카 그림체와도 좀 다른듯... 일단 표지를 보면 시대물이란 표시가 팍팍난다. 시대물~~ 좋지! 난 역사물보다는 시대물이 더 좋다... (笑) 뭐, 어느 정도 판타지 성향이 있는 게 더 좋다고나 할까.

달이 어둠에 숨듯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에도 시대는 사무라이들의 전성기.
칼에 죽고 칼에 사는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뛴다. 그래서 좋아한다. 물론 잔인한 면모도 많지만...

이 작품에는 백발의 검사 시노와 그의 친구인 한쥬로, 그리고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시노를 찾은 소년 테츠가 등장한다. 아버지의 빚대신 윤락가로 팔려가게 된 소년 테츠와 시노 사이의 공방전 - 그래봤자 테츠가 압도적으로 밀리기는 하지만 -과 시노와 한쥬로의 애매한 관계에 대한 사연은 재미있기는 한데, 읽고 나면 남는 게 없달까. 그래서 좀 아쉽다. 물론 사랑이 파밧~ 하고 이루어져야 늘 재미있는 건 아니지만, 이야기 흐름이 뚝뚝 끊기는게 단점이랄까. 그런 게 좀더 보완되었다면 더 재미있었을텐데....

솔직히 이 단행본에서 더 마음에 드는 건 표제작인 달이 어둠에 숨듯이 보다는 네덜란드 카스텔라 재패니스커란 단편이었다. 이 역시 시대물인데, 시대가 좀 애매하다. 사람들의 복식을 보면 에도시대 말기인듯한데.. 음.... 어쨌거나!

네덜란드 인 신쥬와 영주의 열다섯번째 아들인 타마키는 친구 사이. 타마키는 집안에서도 보잘 것 없는 존재이다 보니 늘 기가 죽어 있다. 게다가 외국인 친구라니, 집에서 그를 보는 시선이 고울리가 없다. 우정인듯 사랑인듯 묘한 관계를 지속해오던 둘 사이를 급선회하게 만든 사건은 역시 신쥬가 네덜란드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다. 사실 가슴아픈 사랑이야기로 끝나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에서 난,
푸하하하하핫.... 이거 뭐야!!!!
정말 이거 이래도 되는 거야???? 하고 웃음이 마구 터져버렸다.
솔직히 이런 결말이 더 마음에 든 건 사실이다...
나카무라 슌기쿠식 끝내기 한 판이랄까. 이런 유머스러움때문에 난 아무래도 나카무라 슌기쿠를 끊지 못하는 걸지도... (이거 은근히 중독성 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다.
확실한 결말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달이 어둠에 숨듯이의 결말이 좀 아쉬운 점이 많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쉬워하는 1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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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요괴 자쿠로 2
호시노 릴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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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요괴가 공존하는 시대.
인간과 요괴 사이의 완충재 역할이자, 요괴가 인간에게 저지르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요인성. 그곳에 근무하는 일본 육군들과 반요 소녀들의 이야기. 바로 이것이 소녀요괴 자쿠로다.

소녀요괴 자쿠로 1편은 반요소녀 자쿠로에 얽힌 비밀과 요인성에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와 이들이 하는 일에 대한 것이 주된 내용이었고, 등장인물들에 대해 우리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도입부 역할을 했다. 특히 카미카쿠시를 당한 자쿠로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실종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자쿠로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한편으로는 리켄과 반요소녀인 스스키 호타루의 풋풋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2권에서는 인간과 요괴의 공존을 거부하는 요괴인 죠로구모(거미 요괴)와 그 퇴치가 전반부의 내용이고, 후반부는 자쿠로의 파트너인 군인 아게마키의 가족과 관련된 내용이다.

죠로구모 퇴치와 관련해서는 쌍둥이 반요 자매인 호즈키와 본보리의 사연이 등장한다. 귀여운 외모에 어찌 보면 약간은 엽기적인 성격을 가진 둘. 그들이 목숨을 걸고 간류를 지키려 한 사연을 보면서 가슴이 짠해졌다. 겉으로 보기엔 백치미에 한없이 가벼워 보이는 둘이었는데.. 이런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니.... 사실 반요 소녀들 중에선 그다지 매력이 없어 보이는 캐릭터였는데, 죠로구모 사건을 보면서 이 둘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아게마키 케이와 그의 가족들. 겉으로 보기엔 멀끔하게 잘 생긴 외모에 늠름해 보이지만, 요괴만 보면 혼비백산 하는 캐릭터라 어찌 보면 참 한심해 보이기도 하지만, 왜 그가 요괴를 무서워하게 되었는지 2권에서 상세하게 밝혀진다.
게다가 그의 어머니와 동생 쿠미코는 요인을 구별할줄 알고, 요괴를 보는 능력을 가졌던데... 도대체 어떻게 된 사연인지.... 게다가 고양이 요괴의 등장 부분에서 또다시 가슴이 짠해지는 느낌이..... 

발랄하고 귀여운 반요 소녀들에 감춰진 아픈 사연들. 그리고 조금씩 밝혀지는 등장인물들의 비밀들... 요괴이야기지만 잔혹하지 않고, 오히려 가슴 찡힌 이야기가 더 많은 소녀요괴 자쿠로.
처음 호시노 릴리가 소년만화를 그린다고 했을때 반신반의했던 생각은 싸그리 날아가 버렸다. 오히려 이런 쪽 만화를 쭉 그려왔던 작가라고 생각될 정도다.

인간보다 더 순수하고, 인간보다 더 마음이 따뜻한 요괴들. 그들이 인간에 대해 갖는 애정과 믿음은 서로를 배신하기 일쑤인 인간들은 어쩌면 가지지 못할 감정일지도 모르겠다. 늘 한결같은 그들의 순수함을 보면서도 안타까웠던 것은 그들은 늘 인간을 위하다가 희생된다는 것이었다.

요괴와 인간의 공존의 이야기, 그리고 그들 사이의 믿음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 착한 반요소녀들이 인간에 의해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할 일이, 그로 인해 큰 상처를 입어야 할 일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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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맨 The SandMan 2 - 인형의 집 시공그래픽노블
닐 게이먼 지음, 이수현 옮김 / 시공사(만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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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샌드맨 제 2권의 소제목은 인형의 집.
제목만을 보면 소녀적 취향의 제목이지만 실상 그 내용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물론 예상하던 바이지만... 샌드맨 1권은 꿈의 영토의 주인인 모르페우스의 유폐와 그이후 그가 자신의 힘을 되찾고 자신의 영토를 재구축하는 과정을 담고 있었다. 따라서 그 내용은 모르페우스가 가진 힘과 그 힘이 잘못 사용되었을 때의 비극적인 결말들을 보여 주고 있었다면, 2권은 모르페우스란 영원의 존재의 숨겨진 이야기랄까, 그의 과거 혹은 감춰진 비밀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소제목인 인형의 집은 이 책 자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기 보다는 어떤 연결고리로서 나올 뿐이다. 앙증맞은 인형의 집을 상상하신 분이라면 얼른 그 생각 거두시길...

2권을 펼치면 일단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의 페이지인데, 호러 소설의 대명사인 클라이브 바커의 추천글이 바로 그것이다. 피의 책이나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을 읽어 본 사람이나 헬레이저란 영화를 본 사람이면 그가 누군지 바로 떠올리게 될 것이다. 왠지 득템한 기분이랄까? (笑) 또한 1권을 보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1권의 스토리를 간추려 놓은 페이지도 있어 1권을 보지 않고 2권부터 봤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본문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왠 부족이 등장한다. 이거 뭐지?라고 궁금해 할 수도 있겠지만, 걱정마시라. 다 모르페우스와 관련된 이야기이다. 한 부족의 남자들에게 전설처럼 내려 오는 이야기인 나다와 카이쿨의 이야기는 모르페우스의 이야기이다. 모르페우스의 과거랄까, 아니면 모르페우스가 마음 속 깊이 감춰둔 인간적인 면을 확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랄까. 사실 이 이야기가 다른 부분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비록 프롤로그 부분이긴 하지만...

영원의 존재를 사랑하게 된 한 여인. 그 영원의 존재도 그녀를 사랑했지만, 그녀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란 걸 알고 있다. 스스로를 희생한 나다를 보면서, 만약 다른 인간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인간이라면 영원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을 희생시키지 않았을까.

그후에 전개되는 인형의 집은 몇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모르페우스의 동생 욕망이 친 장난을 비롯해 모르페우스와 그의 누나 죽음 사이의 내기, 연쇄살인범이자 수집광들의 이야기와 모르페우스의 수하 난폭과 덩어리의 이야기 등이 나오는데, 이는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된 이야기이며, 인형의 집 에피소드 전체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로즈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즈는 1권에 나왔던 킨케이드의 손녀이며, 난폭과 덩어리가 만들어 낸 가짜 꿈의 영토는 로즈의 동생 제드의 마음속에 존재한다. 또한 모르페우스가 인간계에 소환되어 있던 70여년의 세월동안 없어진 뱃사람의 낙원이나 코린트인등은 로즈와 제드와 연관이 되며, 이 에피소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실 여러 에피소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라 너무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찬찬히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모든 것이 한번에 풀리게 되어 있다.

사실 어찌보면 로즈가 소용돌이란 것이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나머지 에피소드도 너무나도 재미있었다. 특히 모르페우스와 그의 누나 죽음이 벌인 내기란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걸로 기억한다. 인간은 유한의 존재이지만 영원을 꿈꾼다. 모르페우스가 그에게 준 건 영원에 가까운 삶.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변했을까. 스스로 조금 늙기만 했을 뿐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그. 그러나 그는 여전히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 사실 오래 살면 오래 살수록 점점 더 현명해지고 진화할 것이란 그의 생각은 전혀 맞지 않았다. 왠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 에피소드였는데, 이 에피소드에서 역시 가장 좋았던 건 모르페우스의 마지막 이야기일지도. 모르페우스는 영원의 존재이긴 하지만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였던 대사였달까.

뒤에 나오는 수집가들의 이야기는 연쇄 살인범들의 이야기이다. 잔인한 장면 묘사는 거의 없지만 그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가 소름끼치도록 오싹했던 에피소드였는데, 뭐 이들은 요즘 흔히들 말하는 사이코패스들이 아닐까. 억압된 자아와 억압된 성적 욕구가 만들어 내는 살육이라... 도저히 내 정신 세계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있는 사람들이며, 그들 나름의 미학은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미친 놈들 뿐이더이다. 사실 이 미친 인간들이 중요한 건 아니고 그들 사이에 끼어 있는 코린트 인이란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들이 등장한게 아닌가 싶다. 코린트 인 역시 헛된 꿈을 인간들에게 심어준 존재이니까.

꿈이란 것은 사실 다채롭다. 개개인들이 꾸는 꿈은 그들의 살아온 삶과 경험을 토대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공포가 된다. 꿈은 꿈일때 가장 아름다운 게 아닐까. 물론 아름답지 않은 꿈도 있겠지만. 사람의 무의식의 영역중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는 꿈. 모르페우스의 말처럼 인간이 더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면 그들의 존재 이유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영원의 존재이나 인간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인 그들. 하지만 인간들 역시 그들이 존재하기에 삶이 더 다채로워지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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