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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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난 파스타를 참 좋아한다. 하지만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근처에도 못가봤다. 그럴 돈도 없고, 또한 사는 곳이 지방이다 보니 유명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찾으려야 찾을수도 없다. 다만 예전에 수도권지역에서 살 때 자주 들렀던 곳은 있지만, 그곳은 정통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라기 보다는 퓨전 레스토랑에 가까운 곳이었다. 하지만 맛은 끝내줬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파스타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파스타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그저 먹어 보고 내 입맛에 맞느냐 아니냐만 따졌을 뿐. 사실 음식에서는 그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아무리 오리지널의 맛을 낸다고 해도 먹는 사람 입장에서 맛이 없으면 그걸로 땡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는 크림 파스타나 토마토 소스가 들어간 파스타.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 대중적으로 먹을 수 있는 파스타는 이 두가지가 다인가?) 하여간에 난 해산물 파스타도 크림 소스가 잔뜩 들어간 것을 좋아한다. 특히 퓨전이지만 정말 맛있었던 파스타로는 굴소스가 들어간 파스타랑 명란젓이 들어간 명란 파스타였다.

하지만 한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먹는 파스타란 어떤 게 있을까. 그리고 파스타는 종류가 무척이나 다양하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파스타들이 존재할까?


책은 총 세파트로 나뉘어진다. 파스타의 기본 재료와 이탈리아의 파스타와 한국 파스타의 차이점을 비롯, 파스타 레시피까지 파스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난 이탈리아에서는 파스타를 먹을때 피클을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깜짝! 사실 파스타란게 우리나라 사람이 먹기에 약간 느끼한 맛이 있어서 우리나라에선 피클이 따라나오지 않나 싶은 생각이....

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파스타의 종류 - 사실 난 파스타의 종류도 대여섯가지 정도밖에 모르지만, 파스타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거의 모른다 - 를 보면서 무척이나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게다가 비슷비슷한 생김새에도 불구하고 굵기나 길이에 따라 저렇게 이름이 달라지다니... 책을 한번 읽었다고 해서 이 종류를 잘 구별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이는 파스타면에 대해서는 공부가 확실히 되었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은 해봤을 것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으면 어떨까.. 하고. 요즘은 파스타면이나 소스를 만들 재료도 쉽게 구할 수 있으니까. 일단 제일 많이 먹는 스파게티면이나 마카로니야 꽤 오래전부터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건 역시 소스. 소스는 집에서 만들기가 까다로워서 파스타를  집에서 직접 만들기가 많이 망설여지게 만드는 요소중의 하나이다.

이 책에 나오는 레시피를 보면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혹은 대체 재료) 게다가 재료도 수십가지가 아니라 단 몇가지로 국한되어 있다. 사실 음식을 집에서 만들때 가장 많이 망설여지는 부분은 남는 재료의 처리다. 하지만 간단한 재료와 간편한 조리법으로 만들수 있는 파스타라면 정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마구마구 든다.


위에 나오는 사진은 왼쪽 위에서부터 차례대로(시계 방향) 라자냐, 리조또, 라비올리, 뇨키이다. 이런 것은 우리나라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도 많이 만나볼 수 있는 요리들이다. 우리가 파스타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스파게티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류의 파스타 - 치즈 리조또는 제외- 를 만들어 볼 수 있는 레시피도 있다.

이외에도 꽤 많은 레시피가 책안에 있다. 게다가 저자가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일들과 그 추억이 담긴 사진들은 파스타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풀어 놓는다. 왠지 만들기 어려울 것같지만 의외로 간단하게 만들수도 있는 파스타.

솔직히 말해서 유명 레스토랑의 맛을 똑같이 낼수는 없겠지만, 집에서 비슷하게나마 그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으로도 이 책의 장점은 크다고 할 것이다. (만약 집에서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으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주방장을 해도 될터이니..)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손수만든 음식에는 사람의 애정이 담겨 있다.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오늘은 집에서 직접 맛있는 파스타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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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 - 2010 제34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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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책을 펼치고 작가 이력에 대한 부분을 읽었을 때 깜짝 놀랐다. 1982년생. 나보다 무려 *살이나 어리다. 정말 젊은 작가로구나 하는 감탄도 잠시, 곧 나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소설의 주인공은 20대의 여대생이다. 중고교 시절부터 공부를 비롯해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남다른 재능이 없이 주변 인물로, 때로는 날라리 학생이란 이미지로 살아온 그녀. 대학생이 되어도 미래에 대한 생각이나 준비없이 그저 용돈을 받아 술 먹고 노는데 탕진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여령 언니와 미주와 함께 들른 노래바란 곳에서 도우미를 불러 함께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파트너의 이름은 제리. 여령 언니나 미주와는 달리 그녀는 파트너인 제리와 있는 것이 못내 불편하다. 
그렇게 제리와의 첫만남이 있은 후, 그녀는 옛남자친구인 강을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모텔로 향한다. 늘 그렇듯.  

책 내용은 대부분 그녀가 사는 삶의 방식이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부모와는 일찌감치 대화가 단절되었고, 어영부영 야간 대학에 진학했지만 미래에 대한 준비나 꿈이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울적하면 강을 불러내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락날락하지만, 제리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아 다시 제리를 도우미로 불러 낸다.

사랑인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저 제리를 곁에 두고 싶어 한다. 제리의 시간을 돈으로 사고, 그와의 관계는 육체란 것으로만 이어져 있다. 예전 남자친구인 강과도 그랬듯이.

하지만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지나치게 많은 혹은 노골적인 섹스 장면은 아니었다. 내가 정말 불편했던 것은 주인공인 <나>와 제리 모두 세상만을 탓하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 두 사람 다 자신의 문제점 보다는 세상을 탓하는 것에 그친다는 것이다. 물론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진 것 없고, 별 능력 없는 사람은 도태되게 마련이지만, 세상에는 그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많은데, 이들은 이미 자신들을 루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의 경우 용돈 받은 건 술로 탕진하고, 제리의 경우 그 생활을 버리고 다른 일을 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또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자신은 자살이란 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자기자신은 안다. 정말 나약하고 삐뚤어진 청춘들이 아닌가.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보다 더 잘 사는 사람, 더 잘 나가는 사람을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제일 불행하고 못났다고 여길뿐 다른 것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으려 한다.

주인공이 이미 헤어진 연인 강과의 만남을 반복하는 것, 제리를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은 누군가와의 관계를 맺고 싶어하는 것임은 이해할 수 있다. 누군가 자신 곁에 있어줬으면 하는 바람, 그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이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방법에 불과하다. 결국, 주인공 <나>는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마지막 장면도 그렇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푸르고 따뜻한 물..... 왠지 어머니의 자궁속을 연상시키는 물이란 표현. 그것을 보면서 차라리 이 주인공은 다시 태어나고 싶어하거나, 어머니의 자궁속에서 편안하고 안락하게 살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책 뒷표지의 심사평과 책 광고 문구를 읽으면서 조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기 시작했지만, 너무나도 거침없는 표현에 움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20대들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함만이 밀려 왔다. 물론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는 소설도 많다. 그런 면에서 이런 청춘들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시도는 훌륭했을지 몰라도, 밑도 끝도 없이 공허함만을 주는, 그리고 자기 자신조차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불쾌할 뿐이었다. 물론 내가 20대를 거쳐 30대가 되었기 때문에, 20대때의 힘겨움을 잊어 버렸기에 그럴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끝까지 정체되어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쉽게 받아 들일 수는 없었다. 내가 보기엔 이들에겐 희망이란 없다. 그저 한없이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갈 모습만 그려진다.

대한민국에 이런 20대들만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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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싱턴의 유령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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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작가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0순위에 올라있는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의 책은 30권이 넘게 읽었지만, 렉싱턴의 유령은 처음이다. 장편 소설들은 대부분 발표 순서대로 읽었지만 단편집의 경우 같은 단편이 여러권의 책에 수록되어 있기도 한 경우도 많아서 어쩌다 보니 빠뜨리고 읽지 못한 게 바로 이 책같은 경우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 단편집은 여타의 하루키의 소설과는 조금은 다른듯한 맛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표제작이자 제일 처음으로 수록된 렉싱턴의 단편의 경우, 외국의 환상문학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점은 하루키가 미국 생활을 했던 것에도 연관이 있겠지만, 그가 좋아하는 작가 대부분이 미국 작가란 점에 있다는 것과도 연관이 있을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때때로 하루키의 작품은 동양권 작가가 쓴 글이라기 보다는 서양권 작가가 쓴 글같은 느낌을 주는데, 렉싱턴의 유령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지인의 여행으로 빈집을 돌보게 된 주인공 <나>가 겪은 기묘한 날을 소재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오래된 집, 그리고 비오는 날에 나타난 유령들이 이야기이다. 보통 오랜된 집이나 오래된 물건에는 혼이 깃들기도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게 아니었을까. 어쩌면 오래전에 이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영혼일 수도 있겠지만... 유령이 등장하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신비로운 느낌을 더 많이 줬던 작품.

녹색의 짐승은 이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은 분량이며, 역시나 서양의 환상문학같은 느낌을 준다. 이 작품 역시 공포스럽다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이나 생각의 잔인함과 대조되는 녹색의 짐승이 받는 고통에서 보여지는 안타까움과 고통이 더 크게 와닿았던 작품.

침묵은 하루키 단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한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 바로 그런 것인데, 실제로 하루키는 이런 식으로 작품의 소재를 얻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깐. 이 작품은 학창시절 집단 따돌림을 당한 사람의 경험담이 소재가 되고 있다. 또래 집단 속에서의 따돌림이란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상외로 엄청나게 큰 상처와 절망을 안겨준다. 그래서 그걸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이니까. 이 작품속의 화자는 그 시간을 인내로 견뎌내긴 했지만, 그가 정말 힘들었던 건 대놓고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를 대놓고 괴롭히지는 않아도 그를 본체만체하며 침묵을 지켰던 사람들이었다. 침묵은 금이라고도 하지만, 때로는 침묵하지 않는 쪽이 나은 경우도 있다.

얼음 사나이 역시 제목처럼 판타지풍의 작품이다. 얼음 사나이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는 본인도 모르고 다른 어떤 누구도 모른다. 그러나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어 결혼을 하게된 여인은 문득 그와 함께 남극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정신적으로 외톨이라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는 못본척 모른척 지나쳐야할 것도 있었을지도....

토니 다키타니는 짧은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의 인생을 다루고 있다. 그의 부모, 그의 탄생, 그의 성장 과정, 그리고 결혼과 아내의 죽음까지. 물론 한 사람의 인생이 그런 식으로 짧게 축약될 수는 없으나 작품내에서의 위화감은 전혀 없다. 셀 수 없이 많은 정도의 옷을 사들이던 아내, 그리고 아내의 죽음후 남겨진 것은 아내의 옷뿐.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이후 남은 것은 아버지가 모았던 레코드들뿐. 그 두가지를 없애버린 후 그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지막 글을 읽었을 때 밀려오는 것은 깊은 쓸쓸함뿐.  

일곱번째 남자는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여전히 상처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였다. 쓰나미에 밀려 실종된 친구의 얼굴을 떠올리며, 계속 고통을 받았던 남자. 그러나 실종된 친구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에 따라서 그의 인생은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죄책감은 있었겠지만, 공포라는 트라우마가 남지는 않았을테니. 

마지막 작품인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는 다른 단편집에서도 많이 읽었던 것이었지만, 다 읽고 나서 드는 위화감이란... 내가 읽었던 작품은 이것보다 길었고, 내용도 더 추가되어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알던 기존의 작품은 아닌듯 했다. 나중에 후기를 보면서 알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원래 작품의 내용을 약간 손봐서 짧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차이점을 주기 위해 제목에도 문장 부호가 하나 들어갔다고... 

상실의 시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 작품에서 나오는 내용중 장님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가 나오는 파트 - 즉, 주인공의 회상장면 - 은 상실의 시대에도 나온다. 와타나베가 친구와 함께 친구의 여자 친구인 나오코를 문병하러 갔던 장면인데, 하루키의 단편을 읽다 보면 다른 장편 소설에 그 작품이 고쳐져서 사용된 걸 발견하게 된다. 요런 것도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하루키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늘 감탄하게 된다. 다양한 소재들도 그렇지만 장편이나 단편, 에세이등 모두 각각의 감칠맛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평을 쓰기 힘든 작품이 하루키의 작품이기도 하다. 읽을 때는 참 재미있는데,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들다. 어쩌면 워낙 그의 작품에 관한 해석이 많다 보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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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3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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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트릭이란 것은 추리 소설이란 장르에서 수없이 많이 나오는 트릭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밀실이란 것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그 평판이 갈리기도 하니 작가들은 새로운 밀실, 그리고 색다른 결말이란 것에 늘 고심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읽었던 추리 소설중에도 밀실 트릭이란 것이 꽤 많이 나오는데,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완전한 밀실이란 것은 없다란 것이고, 또한 그 밀실 트릭 역시 사람의 손에 의해 탄생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밀실트릭이 완전히 풀리기까지의 흥미진진함이란 다른 것에 비견할 것이 없다.

우타노 쇼고의 작품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밀실 트릭만을 이용해서 만든 세가지 작품을 다루고 있다. 눈으로 외부와 차단된 산장, 외딴 섬, 그리고 복잡하고 거대한 저택이란 소재를 사용한 이 밀실 트릭 세편은 배경이 다르다는 것도 그렇지만, 각 사건 속에 숨겨진 진실, 그리고 그 결말조차도 다양한 감정을 자극한다.

첫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그리고 탐정은 태어났다는 탐정이 등장하는 탐정 소설이다. 보통 명탐정이라고 하면 셜록 홈즈, 미스 마플, 포와로, 드루리 레인등이 떠오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그런 명탐정들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라거나 나도 탐정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한 사람이 추리 소설 팬이라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때, 명탐정이란 것은 영양가 없는 직업중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열심히 추리해서 범인을 밝히지만 그 공은 결국 경찰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사례가 돌아온다고 해도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직접 탐정에게 의뢰를 한 경우의 보수는 달라지겠지만. 그렇다 보니 결국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친다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에 반기를 든 인물이 나타났다. 물론 대놓고 그러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전전긍긍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신경을 잔뜩 쓰고 있는 인물은 이 단편에 등장하는 가게우라 하야미다. 근사한 외모, 뛰어난 머리를 소유한 가게우라 하야미는 뛰어난 탐정임에는 분명하지만, 실상은 가난에 찌든 탐정이다. 그가 조수와 함께 초대받은 산장에서 벌어지는 살인극. 그러나 그는 쉽사리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기존의 탐정 이미지에 대한 배신과 탐정들이 겪는 현실적 문제, 그리고 새로운 명탐정의 탄생까지를 다루는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왠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명탐정의 규칙을 떠올리게 한 작품이었다. 근데, 새로 태어난 명탐정은 자신이 추구하는 명탐정의 길을 계속 걸을수 있을까나?

생존자, 1명은 외딴 섬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외딴 섬 역시 추리 소설의 트릭으로 자주 이용되는 소재중의 하나이다. 특히 폭풍우 치는 외딴 섬에서의 고립같은 건 정말 많은 이야기로 나와있지만, 요건 약간 다르다. 

신흥종교의 신도 남녀 네명이 폭탄 테러를 저지른 후 무인도로 숨어들어 갔다. 한달만 버티면 외국으로 도피시켜주겠다는 교주의 말과는 달리 그들은 그곳에 버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참극. 무인도이기에 범인은 그들 중에 있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며, 유일한 생존자는 누구인가.

이 단편은 결말에서 무척 애매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생존자의 정체와도 무관하지 않는데, 이는 범인이 그 사건을 일으킬 수 밖에 없던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범인에 대해 약간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마지막 작품은 멋진 서양 저택에서 펼쳐지는 탐정 놀이라고 할 수 있다. 탐정 놀이라는 명칭을 붙인 것은 실제 이 작품내에는 아무런 피해자가 없고, 다만 오래전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그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묘한 형태를 하고 있는 서양 저택. 이 경우에는 집 자체가 트릭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아니라 집이 주인공이었을지도...

이 작품은 왠지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館)시리즈를 떠올리게 했는데, 그 작품들 역시 집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추리 소설 팬들이었던만큼 이런 관(館)이란 것에 대한 묘한 동경이 숨어 있었음이 보인다. 탁 깨놓고 말해서 이 저택에 관한 트릭을 알게 되면 뭐야, 별거 아니잖아.. 싶은 생각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것 또한 하나의 재미가 아니겠는가.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쓰다 보면 정작 봐야 할 것은 안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뿐.  

우타노 쇼고는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난 아직 이 작가의 작품중에 읽어본 것이 하나도 없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어느 정도 만족한다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타노 쇼고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면서 이 작가의 매력에 푹 빠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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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
타지마 토시유키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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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합이라.. 제목 자체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백합이라고 하면 하얀색의 깨끗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는 꽃인데, 거기에 검은색이라니..
도대체 흑백합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소설은 1952년의 여름과 그보다 10여년 앞선 시대의 이야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1952년의 여름은 도쿄에 살다 여름방학을 롯코에서 보내게 된 스스무와 카즈히코, 카오루를 주인공으로 한다면 다른 파트는 그들의 부모와 관련된 과거의 이야기이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고, 과거의 일이 현재에 까지 이르게 된다는 설정을 보면서, 혹시 어른들이 과거에 청산하지 못했던 일에 대해 아이들이 그 댓가를 치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미스터리나 추리 소설등을 보면 그런 구조를 가진 소설이 꽤 많기 때문이다. 그런 것을 읽으면서 왜 선대의 죄로 인해 죄없는 후세들이 댓가를 치러야하는지에 대해 안좋은 감정을 가지게 된 나로서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전긍긍했다. 제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며...

스스무와 카즈히코, 카오루의 이야기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생각나게 한다. 물론 카오루가 소나가에 나오는 소녀처럼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분위기가 소나기를 생각나게 했달까. 순수하고 풋풋한 첫사랑, 그리고 자연과 벗삼아 뛰노는 아이들. 순수함과 더불어 청량감이 느껴지는 부분이 아이들이 나오는 파트였다.

하지만, 어른들의 이야기로 들어가면서 일은 묘하게 바뀌어 간다. 물론 어른들의 이야기도 처음에는 그저 평범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씩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선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미묘한 복선들은 꼼꼼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냥 넘겨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그것들은 결국 모두 이어져 있었다. 게다가 과거의 일로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연결되는데, 그것이 또한 이 책의 재미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는 등장인물 계보를 그려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른들의 세계는 복잡해져 간다. 왜 이렇게 연결된 인물이 많은거야! 당시에 존재하던 사람들이 이들뿐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게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다. 나중에 그 흐름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전혀 억지스럽지가 않기 때문이다.

한적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시골 마을.
그러나 그 이면에 감춰진 것은 어른들의 이기심과 어두운 이면들이었다.

특히 이 소설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 단 한문장으로 모든 판도를 뒤집어 놓는다. 독자들의 생각의 맹점을 사정없이 찔러 들어오기 때문이다. 나역시, 그 부분에 이르렀을때 누군가 머리를 세게 친듯 멍해졌지만, 곧바로 행복한 웃음이 지어졌다. 와우, 이 것이 이 책의 숨겨진 마지막 반전이었구나! 와우, 정말 깔끔한 정리야!

다해서 300페이지가 되지 않는 비교적 적은 분량의 소설이지만, 스토리의 흐름이나 캐릭터들의 개연성 또한 나무랄데가 없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 어디에나 존재할 법한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이 작품에 있어 현실감을 더욱 많이 부여해준다. 이 책으로 처음 국내에 소개된 작가 타지마 토시유키, 그의 다른 작품도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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