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릴러문학 단편선 Miracle 1
강지영 외 지음, 김봉석 엮음 / 시작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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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란 장르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장르중의 하나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장르 소설 시장쪽의 기반이 약하달까, 그래서 이런 장르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주로 난 일본 장르소설이나 영미 장르소설쪽을 많이 읽어 왔다.

사실 이 책은 기대반 의심반으로 구매한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 읽었던 한국 공포 문학같은 경우,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내 기대에 훨씬 못미쳤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층이 얇고, 장르 소설이란 것이 음지에서 양지로 발을 들여 놓았다는 것만을 생각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내 취향에 딱이라고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각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자리를 잡는 법. 한국 장르 소설에 거는 기대와 관심이 많아질수록 장르 소설이 발전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첫번째 작품인 인간실격. 이 작품은 문득 다자이 오사무의 동명 소설이 생각났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중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 바로 인간실격인데, 장르도 사소설이며 순문학이니 그에 대해서는 일단은 잊어버리시길... (→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거참)

인간실격은 가족을 잃은 남자의 복수극이다. 그러나 그가 복수하려고 마음먹은 대상은 인간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인간은 아닌 존재들이다. 왠지 클라이브 바커의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에 나오는 그런 존재들같다고나 할까. 조금 다른 점은 미드나잇 미트트레인에 나오는 '그것'들은 세상과 단절된 곳에 살고, 인간실격에 나오는 '그것'들은 인간사회 속에 섞여서 살아간다는 점이 다르지만... 

사회적 문제이기도 한 실종 사건을 소재로 한 인간실격은 폭력적인 장면이 많기는 했지만,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이 단편의 주인공이 가족을 잃지 않았다면 그는 과연 그들에 대해 복수를 하려 마음먹었을까? 자신과 관련된 존재가 아니면 신경쓰지도 않는 사회에 대한 비판도 엿볼 수 있어 무척 흥미로웠던 작품. 판타지 성향의 호러물이랄까? 

나의 왼손과 피해의 방정식은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이 좀 다를뿐이다. 나의 왼손의 경우, 간질 발작이란 병적인 문제로 인해 변한 주인공을 보여주고 있고, 피해의 방정식은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역사의 아픈 그늘로 인해 생겨난 피해자의 모습이 변해가는 보여준다. 사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란 소재를 스릴러라는 장르와 결부시키기에는 작가의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이지만, 일단은 무리없이 소화해 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광주 민주화 운동의 아픈 역사를 그냥 수박 겉핥기로 훑고 지나간 것처럼은 보이지만. 이 역사적 사건 자체가 주제가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정도로 넘어 가자. 

두 작품 모두 약간이 반전이란 것은 있었지만, 임팩트를 줄 정도는 아니었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시도 자체는 매우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신체의 일부인 손이 독립성을 가진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질주와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의 경우 왠지 애니메이션이나 외국 스플래터 무비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두 작품 모두 인간 사냥이란 비윤리적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게임정도로 여기는 사람들의 등장이 가장 욕지기가 치밀어 오르는 것 중의 하나다. 하지만 질주의 경우, 결말이 너무 싱겁게 났다는 것이 옥의 티이다. 열심히 도망쳤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니.... 왠지 씁쓸함마저 느껴졌다. 사냥꾼은 밤에 눈뜬다의 경우 호스텔이란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호스텔은 사람들을 납치해서 갖가지 방법으로 죽이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작품 역시 인간 사냥이란 점에서 매우 흡사하다. 특히나 초롱아귀역을 맡은 미스박의 경우, 호스텔 2에 등장하는 한 여성을 떠올리게 했다. 사냥감을 물어다 주는 존재랄까. 게다가 배경이 우리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서양식 저택에서 일어나는 인간사냥을 다룬다는 것도 좀 어색했다.   

주말 여행은 굵고 짧았다라는 느낌을 주는 단편이었다. 부부사이의 극단적인 싸움, 그리고 살인. 어떻게 보면 그정도로 사람을 죽일 마음이 들까 싶기는 하지만, 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데 큰 이유가 필요하지만은 않은 법이니까.

액귀의 경우, 중국 귀신 이야기를 소재로 끌어쓰고 있는데, 꽤나 으스스했다. 스스로 목을 매달아 죽은 원혼들의 세상에 대한 원망이 그런 식으로 나타나다니... 안그래도 요즘은 목을 매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이 이야기가 쉬이 넘겨지지는 않는다.

마지막 단편인 세상에 쉬운 돈벌이는 없다는 사회적 문제가 되는 스토킹과 스토커에 대한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 제일 가볍고 때로는 유머스럽기도 한 이 단편은 가장 잔인성이 덜하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스토킹이란 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것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내가 스토킹 대상이 아니란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단편집의 재미있는 점은 등장 인물들의 최후가 대부분 비참하게 끝났다는 것이다. 보통 호러 장르같은 경우나 미스터리 장르같은 경우 누군가 하나는 끈질기게 살아 남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죽거나 죽음을 암시하는 결말을 내고 있다. 이것도 나름의 반전인가?(笑)

이 책은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꽤 마음에 들었다. 일부 작품의 경우 서양의 스플래터 무비의 설정을 따온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결말이 뻔히 보인다거나, 작가가 어떤 반전을 준비해 놓았는가가 빤히 보이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의 경우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한국 장르 소설 시장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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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날 - 제136회 아쿠타가와 상 수상작
아오야마 나나에 지음, 정유리 옮김 / 이레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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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는 늦든 빠르든 그 순간이 찾아 온다. 그건 바로 '독립'이라는 순간이다. 태어나서부터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성장하다가 언젠가는 그 곁을 떠나 혼자가 된다. 하지만 그건 가슴 설레고 떨리는 순간이기도 하지만 긴장과 불안을 동반하기도 한다.

스무살의 치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도쿄로 왔다. 역이 보이는 자그마한 단독주택에 사는 깅코씨의 집에 얹혀살게 된 치즈는 프리터로 생활하고 있다. 치즈가 어머니의 곁을 떠나 독립하게된 것은 어머니가 중국으로 가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치즈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낯선 집, 낯선 사람, 낯선 일. 
큰소리치며 엄마곁을 떠났지만 치즈는 막상 자신이 새로 접하는 모든 것에 대해 낯설다. 하지만 조금씩 깅코씨와도 친해지고, 남자친구도 새로 사귀고, 새로운 아르바이트에도 잘 적응해나가는 것처럼 보여도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다. 

가벼운 도벽 증상이 있는 치즈. 그녀는 깅코씨, 새로운 남자친구 후지타, 깅코씨의 남자친구 호스케씨등의 작은 물건을 훔치고 그것을 신발통안에 넣고 가끔 열어 보는 순간을 즐긴다. 마치 그 속에 그들과의 모든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처럼. 어린 아이가 자신의 체취가 묻은 담요나 인형에 집착하는 것처럼. 그런 것은 치즈는 어머니 곁에서 몸은 독립한 것은 맞지만 아직 마음은 독립하지 못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벌써 일흔이 넘은 할머니인 깅코씨는 스스로를 잘 가꾸고, 자수를 놓고, 댄스도 배우고, 호스케씨와의 사랑도 잘 이루어져 간다. 오히려 스무살의 치즈보다 더 활기찬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해 오던 이십대와 칠십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두 사람의 생활이 뒤바뀐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스물살이라면 꿈 많고 행복한 시절. 뭐든 다 이룰수 있는 나이. 그리고 아직 길고 긴 세월이 있는 나이이고, 일흔 하나라면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완고한 나이, 그리고 세상에 대한 재미를 못느끼는 나이라고. 그러나 현재의 삶에 더 만족하고 더 행복해하는 건 오히려 깅코씨이다. 

물론 세월의 연륜이 묻어나오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어쩌면 아직 치즈는 어리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하기에 더 불안하고, 더 전전긍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외롭다고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외로움이란 건 누군가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요, 누군가에게 위로받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치즈는 깅코씨와 함께 하면서 그런 것을 자연히 깨달아가게 된 것은 아닐까. 

치즈와 깅코씨의 대화, 그리고 깅코씨의 연륜이 담긴 촌철살인의 말 한마디가 가슴에 잔잔히 퍼져 나간다. 고교시절까지를 세상의 안쪽, 대학시절을 그 중간단계, 그후 시절을 세상밖이라 생각했던 나도, 세상에는 안팎이 있다고 생각했던 치즈도 모두 틀렸다. 세상은 하나라는 깅코씨의 말이 큰 여운을 남긴다.  

현대의 가정과 가족, 사회상을 잘 담고 있으면서도 어렵지 않게, 조용하게 그 이야기를 담아내는 혼자 있기 좋은 날은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많은 생각할 꺼리와 여운을 남겼다. 모든 것은 처음이 어려운 법. 특별하다고 할 수도 있고,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과정. 치즈는 그 첫발을 떼기가 두려웠지만, 그건 누구나 겪어야 하는 과정이다. 치즈의 그 용기있는 한걸음에 용기를 얻어 또다른 한발을 내딛는 독자들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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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무의 고양이방
달나무 지음 / 북키앙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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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 내 마음을 사로잡은 건 역시 고양이란 단어와 알콩달콩 귀여운 그림이었다. 행복한 고양이 나라라고 이름 붙이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은 이 책에 대한 기대를 한껏 끌어 올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로 제일 많이 키우는 동물은 역시 개와 고양이이다. 요즘은 고양이파가 많이 늘어 행복한 고양이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여전히 길고양이로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는 고양이도 많다.

이 책은 저자 달마루와 그녀의 고양이 미유와 초코봉, 그리고 그녀를 스쳐지나갔던 길고양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미유와 초코봉역시 길고양이 출신으로, 저자에게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힘들고 고단한 길거리 생활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책을 펼치면 저자의 여는 글로 시작해, 저자의 반려묘인 미유와 초코봉, 그리고 저자 자신에 대한 소개 페이지가 나온다. 그 후에 나오는 것은 바로 '나는 길고양이야'(왼쪽 사진)이라는 짧은 만화이다. 미유와 초코봉 역시 길고양이 출신이었기에, 저자 역시 길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하지만, 그건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에 국한된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수명을 다하는 길고양이들의 힘겹고 고단한 삶, 그리고 한때는 반려묘로 사랑받다가 사람에게 버림받은 고양이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사연을 가진 길고양이들의 삶에 대해 나온다.

인간보다 작고 연약한 생명체인 고양이. 하지만 그들은 사랑받지도 보호받지도 못한채 힘겨운 삶을 살아간다. 때로는 로드킬을 당하고, 때로는 약을 놓은 음식을 먹고 생명을 다하기도 한다. 또한 추운 겨울 추위를 견디지 못해 얼어죽는 고양이들도 많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도 음식물 쓰레기를 주워먹고 탈이 나면서도 제 새끼 돌보기에 여념이 없는 어미 고양이의 모정은 코끝이 찡하게 만든다.

인간은 얼마나 이기적이여야 성이 찰까. 자신보다 귀한 생명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있어 길고야이란 단지 더럽고 귀찮고 시끄러운 생명일 뿐이다. 혹가다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길고양이에서 집고양이로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부의 길고양이는 허망한 죽음을 맞게 된다.

사실 이 책은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은 저자의 고양이 미유와 초코봉과의 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나는 길고양이야'라고 하는 부분의 글이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찡해서 이야기가 좀 길어졌다. 

또한 본문에 들어가기전의 고양이에 관한 여러가지 용어들 - 맛동산, 감자, 젤리, 궁디씰룩, 궁디팡팡, 식빵가게, 하악, 골골골 등 - 에 대한 설명이 있다. 귀여운 그림과 재치있는 설명이 시종일관 즐겁게 만든다.

미유와 초코봉과의 만남에서 시작해 두 고양이와 한 사람이 펼치는 다양한 이야기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아니, 고양이를 키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즐거울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보다 연약한 존재이지만 고양이들의 존재감은 때로 사람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고양이가 치유해 주기만을 기다려서는 안되지만,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치유받는 느낌을 가지게 하는 건 바로 동물들이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부드러운 털, 말랑말랑한 뱃살, 그리고 기분좋을때 내는 골골골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한껏 풀어지게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언어란 것이 존재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 언어가 상처를 주고 받고 하는 경우를 만들기도 한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눈빛으로 마음을 전하고 몸짓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해주는 고양이들을 안고 있으면 아프고 서러운 마음이 싸악 가시는 경험을 해본 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 이상은 있으리라. 

귀엽고 앙증맞은 그림에 재치있는 입담, 그리고 때로는 가슴을 저리게 만드는 이야기까지, 이 책은 읽는 내내 웃다가 가슴 뭉클하다가 코끝 찡해지다가를 반복하게 한다. 특히 초코봉과 미유와의 인연은 깊어서 저자가 집에 데려오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인연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가슴이 저려 왔다. 나역시 지금 다섯마리의 개(그중 네마리가 유기견 출신이다)를 키우고 있지만, 유기견이 생길 때마다 데려올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안다. 또한 섣불리 곁을 줘서도 안된다는 것도 잘 안다. 그래서 유기견 혹은 유기묘처럼 보이는 녀석들이 있어도 눈을 질끈 감고, 반려인이 있을거야 라고 혼자 최면을 건다.

우리 부모님 댁에 있는 고양이인 티거와 보리. 녀석들도 벌써 8살이 되었다. 티거의 경우 초코봉처럼 치킨집앞에 붙어서 울고 있는 녀석을 납치해 왔고, 보리의 경우 지인이 사는 아파트 단지내에서 발견된 녀석으로 이미 사람손에 길들여져 있는 녀석이어서 내가 데리고 오게 되었다. 특히 티거를 데리고 온 다음날 폭우가 쏟아져 그전날 내가 티거를 데리고 오지 않았더라면 녀석의 운명이 어떻게 되었을지 지금 생각해도 오싹하다. 또한 보리 역시 이미 사람 손을 탔던 녀석이라 사람들에게 해코지를 당할 수도 있었다. 내가 보리를 데려왔을때 보리의 월령은 4~5개월정도. 귀엽다고 키웠다가 몸집이 커지고 털이 많이 날리니까 유기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런 경우 대부분 해코지를 당하게 마련이다. 내가 동물병원에서 목격한 한 고양이는 사람이 키우다 유기된 경우로, 길거리에서 사람에게 친근감을 표하다가 폭행을 당해 한쪽 눈을 잃어버리게 된 녀석도 있었다. 한쪽눈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에게 애교가 많던 녀석. 그 녀석을 보는 순간 가슴이 찢어지게 아팠다. 더불어 우리 보리도 그런 일을 당할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하다.

우리는 흔히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사실 생명에 귀천이 없다고 하는 것이 맞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은 모두 똑같이 소중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 생각하고, 그밖의 생명들은 마구 다뤄도 좋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조금만 우리 곁을 내준다면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생명들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은 고양이를 키우고 있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딱 맞는 책이지만,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고양이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꼭 읽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린 생명들의 강인한 의지를 인간의 편견만을 가지고 보지 말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럼 이 세상은 아마도 더 행복해지겠지?

사진 출처 : 책 본문 중(9P, 1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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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죽다 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5
샬레인 해리스 지음, 송경아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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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키 스택하우스 시리즈 그 다섯번째 이야기, 완전히 죽다.
흐음... 왠지 불길한 제목인데... 그렇다면 누군가 희생되는 게 아닐까?
그럼 도대체 누가???
나는 이런저런 궁금증을 안고 책을 펼쳤다.

여전히 멀롯스에서 일하고 있는 수키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달라진 것은 수키 자신이 아니라 수키 주변의 사람들이다. 멀롯스의 주방장이 바뀌었고, 수키의 오빠 제이슨은 표범 인간에게 물려(시리즈 4권) 이제 만월이 되면 표범 인간으로 변하게 되었다. 첫사랑 빌과는 완전히 헤어진 상태이고, 에릭은 여전히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그러던 중 사건이 터졌다. 누군가 표범 인간의 우두머리 캘빈에게 총을 쏘았고, 멀롯스의 바 주인인 변신 능력자인 샘 역시 총을 맞게 된다. 게다가 알고 보니 다른 변신 능력자도 총을 맞아 사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변신 능력자를 노리는 건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그 목적은?

샘의 부재로 인해 엉망이 된  멀롯스바를 담당하기 위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수키는 에릭의 도움을 받게 된다. 에릭이 보낸 건 팽타지아의 새로운 바텐더인 뱀파이어 찰스. 찰스의 도움으로 멀롯스 바는 겨우 안정을 되찾게 되지만, 수키의 친구인 타라는 새로 나타난 뱀파이어 미키에게 끌려 다니고 있고, 늑대 인간 알시드의 여자 친구였던 데비를 찾기 위한 탐정 부부가 수키를 찾아 온다. 또한 늑대 인간 무리의 수장이 죽음으로 새로운 늑대 인간 우두머리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 수키의 집에 불을 지른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수키. 수키는 빌의 도움을 받게 되지만 수키의 시련은 여기에서 끝난게 아니다.

태양공동체 사건이나 마녀들과의 전쟁 등 수많은 사건을 거쳐온 수키의 역사(?)를 되돌아 보면, 요번에는 그나마 미약한 사건으로 넘어간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겨우 총알에 어깨를 스치고, 갈비뼈 한대가 부러진 정도?  하지만 여전히 인간보다 더 많은 빈도수로 등장하는 뱀파이어, 요정, 마녀의 아들, 늑대 인간, 표범 인간을 비롯한 변신 능력자들의 등장은 시종일관 흥미롭다. 특히 늑대 인간들의 우두머리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변신 능력자은 호랑이로 변신한다니, 정말이지 정신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누가누군지 헷갈리기 일쑤다.

완전히 죽다에 등장하는 사건은 4개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수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수키의 집 방화 사건, 두번째로는 변신 능력자 총격 사건, 세번째는 수키의 친구 타라와 사악한 뱀파이어 미키 사건, 그리고 마지막으로 늑대 인간들의 새 우두머리 선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그 사건들의 결과는 직접 책으로 확인하시길...)
 
게다가 역시나 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특히나 잘 먹히는 수키의 페로몬은 여전히 수키를 좋아하는 멀롯스 바의 샘, 늑대 인간인 알시드를 비롯해 표범 인간 무리의 우두머리 캘빈, 호랑이로 변신하는 변신 능력자 퀸에게까지 구애를 받는다. 그럼 빌과는? 완전히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어쩐지 빌의 등장 횟수가 점점 줄고, 빌이 바람을 피우더니... 그렇게 되려고 그랬던 것 같기도. 대신 기억을 잃었던 에릭과 급진전되는 상황까지 갔지만, 기억을 되찾은 에릭은 그때의 모든 기억을 다 잃었으니, 에릭이 기억을 찾기 전까지는 잠자는 화산과 같은 관계? (시리즈 4권)

하지만 결국 에릭이 미키에게서 타라를 구해내는 조건으로 그 일에 대해 다 듣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오만하고 거만하며 쿨한 에릭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단 말이지.... 내 바람으로는 수키가 평범한 인간과 잘 안될거면 차라리 변신 능력자들 보다는 뱀파이어와 연결되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여러가지의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수키의 시련은 여전히 끝이 보이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유쾌한 이유는 수키의 캐릭터때문이 아닐까? 남자에게 보호받으려 한다거나 의존하는 성격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헤쳐 나가려 애쓰고, 또한 사랑을 해도 구질구질한 사랑은 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상대에게 돌아가며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그 선을 잘 그을줄 안다는 것도 수키의 매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수키와 알시드는 당분간 틀어진 채로 있을 것 같지만, 여전히 샘, 퀸, 캘빈이라는 변신능력자들이 수키에 대해 큰 관심을 두고 있으니 수키의 애정 전선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화할지 그것도 참 기대된다. 또한 에릭은 3월에 수키에게 의뢰할 일이 있다고 못을 박았으니, 다음편에서는 에릭이 주로 등장할 것 같은데, 이 또한 내 기대치를 높여준다. (난 에릭이 제일 좋다!!) 하지만 이번에 나온 것처럼 이마에 돌을 맞고 쓰러지는 꼴불견(?)은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笑) 비록 난 그 장면에서 미친듯이 웃었지만....

과연, 다음편에서는 어떤 일이 수키를 기다리고 있을까? (두근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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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윤리적 소비, 철수맨이 나타났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철수맨이 나타났다 - 제1회 대한민국 문학&영화 콘텐츠 대전 수상작
김민서 지음, 김주리 그림 / 살림Friends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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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철수맨?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 나왔던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철수야, 영희야, 바둑아 할 때의 철수? 푸흡.. 푸하하하하핫!!!
책을 처음 받아들었을때의 내 반응은 이랬다.
게다가 표지를 보면 철수맨으로 보이는 사람의 얼굴이 무슨 애기 인형 얼굴같아서 그걸 보고도 한참을 웃었다.

세상에는 수퍼맨, 매트맨,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등의 수퍼 히어로가 판을 친다. 그러나 그 수퍼 히어로들은 서양의 수퍼 히어로들. 오호라, 동양, 그것도 우리나라의 수퍼 히어로라서 철수맨이로구나... 그렇다면 도대체 이 이야기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일까?

경기도의 한 신흥 도시. 그곳은 발전된 모습과 옛모습을 함께 간직한 곳이다. 그러나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학생들 돈을 갈취하는 불량 청소년이 있고, 사건을 저지르는 범인도 있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다른 곳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철수맨이란 수퍼 히어로가 있다는 것. 어린아이 가면을 쓰고 나타나 악당을 가뿐하게 무찔러주는 철수맨은 그 도시에 떠도는 도시 전설과 같은 인물이다. 첫 등장후 20여년, 그 전설과 같은 인물이 부활했다!

중학교 3학년인 희주, 유채, 지은은 단짝 친구.
수학여행에서 "철수맨은 우리 학교 학생"이란 희주의 고백은 유채와 지은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희주의 설명을 참고로 철수맨 후보를 세명 뽑은 아이들은 그후로 철수맨을 찾아내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그들이 지목한 아이들 중 주현우는 알고 보니 엄마가 무당이란 직업에 종사했고, 그러하기에 스스로 눈에 띄려 하지 않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현우가 왜 준석을 그렇게 챙기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사실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있어 어머니가 무당이란 것은 숨기고 싶은 일임에는 분명하다. 틀림없이 다른 아이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그를 볼테니까. 그러나 막상 비밀을 털어 놓은 현우는 괴롭다기 보다는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두번째 후보인 박민혁은 온세상의 병을 다 짊어지고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다. 하지만 그의 주변을 조사해보니 왠 덩치들이 민혁에게 도련님이라고 부르지를 않나, 팔에 상처를 입고 오지를 않나... 그럼 박민혁이 철수맨?? 그러나 알고 보니 민혁은 아버지의 도장을 잇기 싫어서 약골인체 하면서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렇게 희주, 유채, 지은과 더불어 현우, 준석, 민혁까지 가담해 철수맨 추적에 나서지만,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빈약한 추리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이들 여섯명은 야영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엄청난 사람과 만나게 되는데....

도시 전설, 학교 전설...
사실 전설이란 건 수도 없이 많이 존재한다. 게다가 그것들 중 대부분은 제대로 확인이 안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믿는 경향을 보인다. 세상은 험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일까. 사람들은 도시 전설이나 학교 전설의 주인공들에 대해 두려워하기 보다는 그들의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한다.

아이들의 탐정 놀이에서 비롯된 사건이 큰 사건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에 또래 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다른 아이들과 공유할 수 없는 비밀을 가진 아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철수맨이 나타났다!는 학교 전설이라는 소재를 끌어온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또래 집단은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에서 시작해서 고등학교까지 존재하는 집단으로 대학교 이후로는 또래 집단의 개념이 없어지게 된다. 물론 상하 관계가 존재하겠지만, 더이상 또래 집단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대학교부터라도 봐도 무방할 것이다. 또래 집단의 구성원으로 그 속에 속하고 싶은 마음과 자신은 또래 집단의 여느 아이와는 다르다, 혹은 특별하다고 여기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이 이 소설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또한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더라도 개인이 가진 비밀은 존재하게 마련이고, 또한 그것을 공유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심정도 잘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그 비밀을 밝히고 공유함으로서 마음의 짐을 덜게 되고, 더 큰 우정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아이들은 이런 일들을 겪음으로 한단계 성장했구나 하는 기특한 마음이 든다.

매일매일 똑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학교란 공동체 집단에서 똑같은 걸 배우고, 똑같은 규칙을 지켜야하는 아이들. 요즘의 중고교생(특히 교복을 입은 아이들)을 보면 다 비슷비슷해 보인다. 실제로는 개성과 재능이 모두 다른 아이들임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 사건들을 겪으며 운동장의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또렷하게 인식됨을 느낀다. 또한 영웅이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존재로서 존재할 때만이 그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 또한 느끼게 된다.

사실 영웅이란 꼭 나서서 누군가를 위험에서 구해주는 것만이 영웅이 아니다.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바로 영웅들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음으로 해서 이 사회는 더욱 밝고 행복해지는게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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