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수컷은 필요 없어 지식여행자 5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마음산책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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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어릴 때부터 동물을 너무너무 좋아했다. 특히 네발 달린 동물들. 복슬복슬한 털, 맑은 눈.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녀석들. 시골 할머니댁에 가면 온동네를 돌아다니며, 도꾸야, 워리야라고 하며 개들 이름을 부르고(당시 시골 개들 이름은 대부분 도꾸나 워리였다), 만지고 안고 쓰다듬고 하는 일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하지만 집에서 개를 키우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15년전인 1995년부터이다. 당시 대학 2학년이었던 난 휴학을 하고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지만 그녀석은 장염에 걸려 안타깝게도 내곁에 온지 한달도 안되어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어찌나 울었던지... 그후엔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을거야라고 다짐했지만, 결국 난 다른 녀석을 입양하고야 말았다. 지금 그 녀석은 할머니가 되었고, 꼬장꼬장하게 늙어가고 있다.

마리 여사의 수식으로 그려보면 우리집 현황은 이렇다.
개 : 1- 1 + 1+ 1+ 1+ 1+ 1+ 1-1 = 5 (작년 5월에 울 가을이가 18세의 나이로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사람 : 1(나)

고양이 : 1 + 1+ 1 -1 = 2 (수수라는 이름의 녀석은 3개월 무렵 입양을 보냈다)
인간 : 2(부모님)
고양이들은 현재 부모님댁에 있다.

가끔, 아니지, 자주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 녀석들을 데리고 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 녀석들이 사는 곳에 얹혀 사는 듯하다고. 인간 하나에 개가 여섯마리였으니(지금은 다섯이지만), 그럴만도 하다.

사실 예전엔 인간 수컷을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인연이 없어서 그랬는지 오래전에 헤어지고 지금은 혼자다. 그들이 떠난 이유는 한결같았다. "넌 사람보다 동물을 더 사랑하는 것 같아"라는. 그에 대해 부정은 못하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싫어한다거나 인간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그저 만난 사람들과 코드가 안맞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이미 지난 일이니 내 알바도 아니요, 그러니 신경쓸 일도 없겠지.  

고양이나 개를 키우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절대 외롭지 않다고 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 서른 중반이 넘어가도록 혼자 살면서도 전혀 외롭지 않다고 하는 걸 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개와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것이다.

마리 여사가 왜 독신으로 살며, 결혼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다만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모시고 있다는 점, 러시아어 통역사로 일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넉넉하다는 점, 그리고 눈에 넣어도 안아플 정도로 사랑스러운 개와 고양이를 기른다는 점이 그 이유가 아닐까 조심스레 짐작을 해본다.

번역사 일을 하다가 만난 겐, 무리, 도리, 그리고 러시아에서 데려온 타냐, 소냐, 겐의 가출후 데리고 온 개 노라, 소냐가 낳은 새끼중 되돌아 온 시마와 료마의 이야기에 러시아 통역사로서의 일에 대한 일화, 그녀가 일을 하면서 만난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지루할 틈 없이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물론 그중에는 재미있고 행복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슴 아픈 이야기도 있고, 감동을 주는 사연들도 많다. 

어린 고양이 남매 무리, 도리와의 만남, 간호, 성장 과정은 예전 내가 티거와 보리(지금은 부모님댁에 있는 고양이들)를 처음 데리고 왔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겐과의 첫만남에서 겐을 집으로 데려오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고양이들과 인사 시키기를 비롯해 겐이 드디어 내집이다라고 인정한 순간의 감격은 두말하면 잔소리.
타냐와 소냐를 러시아에서 일본으로 데려올 때는 007 첩보 작전을 방불케했고, 타냐와 소냐에 대한 반항으로 가출한 무리와 도리의 이야기는 웃기면서도 안타까웠다. 그러나 그후 어미 · 아비처럼 타냐와 소냐를 보살피던 무리와 도리는 얼마나 기특하던지....
겐과 도리와 무리를 데리고 떠난 가족여행에서 만난 다른 개와 고양이 친구들의 사연과 쿠로의 이야기는 너무너무 부러울 정도였다. (쿠로에 대해서는 좀 안타까운 맘이 많이 들기도 했다)

또한 마리 여사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에피소드도 감동적인 게 많았다. 특히 무리와 도리를 발견한 날 그들을 따뜻하게 대해준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며, 러시아 고양이 협회장인 니나의 이야기에서는 그냥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한편으로는 마리여사를 태우고 가던 기사 아저씨가 들려준 며느리와 고양이 익사 사건에 있어서는 분노하고 슬퍼했다. 그 며느리의 유산은 고양이의 복수가 아니다, 그건 가여운 생명들에 대한 신의 벌이 아니었을까. 또한 겐을 산책시키면서 만난 자유스럽지 못한 묶인 개들의 사연에서는 눈물이 핑 돌았다. 녀석은 얼마나 사람 손이 그리웠을까. 그나마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전 마리 여사의 손길을 받고 간 것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러시아에서 타냐와 소냐를 기르던 사람들의 말도 잊히지가 않는다. 소비에트 연방 붕괴후 사람들은 직장에서 자유로워졌고, 더불어 그들이 기르던 개나 고양이도 자유로워졌다고. 그만큼 버려진 개들과 고양이가 많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파왔다.

고양이나 개를 기른다는 건,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처음 입양을 결심했으면 그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까지 돌봐 주어야 하는 것이 사람의 책임이요, 의무이다. 마리 여사의 집에 살던 녀석들이 행복했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다. 그토록 살뜰한 보살핌을 주는 반려인을 만나는 것은 반려동물들에게도 큰 행운이니까.

이 책에서는 아직 겐을 찾는 중이라고 나온다. 그후 겐은 다시 마리 여사와 만났을까?
아니면 마리 여사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을까. 무리는 마리 여사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으니 아마도 천국의 입구에서 마리 여사를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후 겐이 세상을 떠났다면 다시 천국의 입구에서 그들은 재회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그렇기를 바란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와 달리 사람과 동물 사이의 유대 관계는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신비로움을 가진다. 말도 통하지 않지만 종도 다르지만, 그들 사이에는 독특한 유대감이 흐른다. 이는 동물을 키워본 사람이라면,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해 봤으리라 생각된다. 나 역시 우리 아그들(난 우리 개들을 이렇게 부른다)과의 사이에는 신비한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건 운명과도 같은 것일 것이다. 개 여섯마리 중 다섯마리는 유기견 출신, 고양이 세마리 역시 길에서 업어온 업둥이들이다. 길에서 스쳐지나갔을수도 있는 인연이지만, 지금도 내곁에 이렇게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인연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또다시 여름. 사람들은 피서다 뭐다 해서 부산스러워지지만 난 올해도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우리 아그들과 같이 갈 수 있는 곳이 거의 없을 뿐더러, 간다해도 전부 노령견들이라 장시간 차를 타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여름 휴가를 못간다고 해서 억울할 건 하나도 없다. 늘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랑스런 아그들이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나도 (지금은) 인간 수컷은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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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성의 주인
이마 이치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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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제목을 보고서는 꿈에 관한 것인가 보다하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다. 그것도 아주 나쁜 꿈. 그래서 다크 판타지 쪽 계열이 아닌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수록작들의 전체적인 흐름은 그것과는 좀 다르달까. 때도 장소도 분명하지는 않지만, 동양적 정서가 아주 강하다. 책 뒷표지에 있는 것처럼 오리엔탈 판타지 만화라고 하면 적절하지 싶다.

표제작 악몽성의 주인은 훌륭한 장수로 큰 공을 세웠으나 오히려 왕가의 노여움을 사 변방으로 보내진 노브루 장군의 이야기이다. 그가 부임한 곳은 텐손이라는 황량한 벽지. 그곳에서 그는 매일밤 악몽성에 대한 꿈을 꾼다. 물이 부족해 먹을 것이 부족한 텐손에서 낮에는 다양한 채소를 재배하고, 밤에는 악몽성의 주인인 황자의 음식을 만든다. 힘든 상황에서도 따스한 마음을 잃지 않는 노브루 장군과 악몽성의 주인 황자의 따스한 우정 이야기.

시들지 않는 꽃은 처음에는 라푼젤 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탑안에 갇혀 지내는 소녀에 얽힌 사연에 관한 이야기이고, 녹의 샘은 마을의 샘이 마르기 전에 다른 샘을 파주는 마도사와 그 후손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 작품 물밑의 아이는 아이를 얻기를 바라는 부부가 신전에 가는 동안의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특히 마지막 작품은 당시 임신과 출산이란 것은 죽음과도 직결될 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란 것을 보여주는 듯, 임신부가 아이를 낳을 무렵이 되면 배냇저고리와 수의를 함께 만드는 풍습, 그리고 5살까지는 사람의 아이가 아니라 신의 아이라고 믿는 풍습등에 대해 나와 있다. 아이를 낳는 것은 지금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라고 이야기되는 만큼 의술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그리고 험난한 여행길동안 새롭게 부부의 정을 쌓아가는 이케아와 토모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였다.
 
조금씩 다르지만 물이란 것을 공통 소재로 삼고 있는 악몽성의 주인. 사람은 당장 먹을 것이 없어도 죽지는 않지만 물은 다르다. 그리하여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물이 가까이 있는 곳에 살아 왔다. 하지만 날씨에 따라,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물의 양이 줄거나 늘거나 하는 일은 모두 하늘의 뜻에 달렸다고 믿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오랜 옛날 부터 각국의 지배자들은 치수에 힘을 써왔겠지...

사람 사는 이야기에 도깨비나 신비한 존재의 이야기까지 합쳐져 무척이나 독특한 만화들이 탄생했다. 악몽성의 주인은 작가의 말에 따르면 물을 테마로 한 네번째 시리즈물이라고 하는데, 다른 만화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요즘은 환경파괴와 오염으로 인해 물부족을 겪는 나라들이 급속도로 많아져가고 있다. 또한 물부족으로 인한 사막화가 점점 더 진행되고, 더불어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 지구의 온도는 점점 올라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조만간 물부족 국가가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물을 떠나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물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의 삶은 힘겨워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직은 물을 풍족하게 쓰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게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기도 한다. 이 만화를 보니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존재인지, 물에 대해서는 더욱 감사하게 여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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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 이정애 컬렉션 2
이정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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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전에 이 만화를 봤던 기억이 있나..... 하는 의문도 잠시.
첫 페이지를 보자마자 예전 기억이 파바밧하고 떠올랐다.
특히 나녹을 보자마자랄까?
좀 웃긴 얘기이긴 하지만, 현실에서나 가상에서나 역시 잘 생긴 녀석들이 기억에 많이 남긴 하나 보다. 다른 녀석들은 이름도 생김새도 하나도 기억이 안났는데, 나녹만은 지금도 이렇게 기억에 생생하니 말이다. (笑)

그러나, 영국을 배경으로 한 사립 고교의 왕자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건 기억이 나는데, 악명높은 학생감옥도 기억이 나는데, 그 이면의 세상에 대해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 건 왜일까? 혹시나 이 만화는 완결을 못봤나... 하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뭐 어때? 그렇다는 건, 더욱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인걸~~

영국의 한 사립 고교. 그곳에는 접촉 혐오증을 가진 한 왕자님이 있다. 그의 이름은 나녹.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를 한 번 본 사람이면 사랑에 빠질 정도로 괘씸하게 잘 생기긴 했지만, 거친 말본새하며, 그닥 좋지 않은 머리....
어쨌거나 그 모든 것이 다 용서될 정도로 수려한 용모덕에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그런 그의 앞에 뚝 떨어진 한 소녀. 나녹은 그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다는 이야기로 시작하는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은, 학원물이자 판타지물이다.

콧대 높은 왕자님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평범한 소녀. 머리는 비상하지만 사람들과의 접촉이 극히 적었던 곳에 살았던지라 사고 방식이나 말투도 꽤나 독특하다. 나녹은 이 소녀, 모딘에게 푹 빠져 결혼하자고까지 조르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나녹 자신도 모를것이다. 그저 운명처럼 사랑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모딘은 나녹과 만난 이후, 꿈에서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보는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야스민이 등장하면서 모딘은 야스민에게 급호감을 느끼게 되고, 야스민에게 푹 빠지게 된다. 그런 모딘을 경멸하듯 쳐다보는 야스민. 야스민은 나녹을 나녹은 모딘을 모딘은 야스민이란 묘한 삼각관계가 된 세사람. 하지만 모두 일방적인 행보였으니....

평범한 학원물로 보이던 이 만화는 비슈이라 성단이라는 곳으로 장소가 바뀌면서 장르가 판타지로 바뀌게 된다. 그곳에는 나녹의 모습을 한 슈이가, 야스민의 모습을 한 사렉이 있다. 11번째 창조신이자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인 슈이를 사랑하는 할트, 그러나 슈이는 인간 노예 사렉을 사랑하게 되니, 그들의 전생 또한 슬픈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전생과 현생이 교차하며 보여주는 슬픈 연인들의 사랑은 늘 가슴 두근거리게 한다. 게다가 이정애 작가의 그림은 남녀 모두 중성으로 보이는 묘한 매력이 있어 시각적으로도 너무나도 즐겁다. 또한 당시에는 딱히 동성애물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지금 보니 딱 BL물 설정이다. (그럼 난 예전부터 이런 장르를 좋아하게 될 운명???)

어쨌거나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읽게 된 이 작품, 너무 좋다. 특히 사렉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을 슈이의 모습, 그리고 처음엔 슈이를 죽일듯 잡아먹을 듯 하던 사렉의 변화. 특히 슈이가 죽었을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 굶어죽어 가던 모습의 사렉은 충격이었다. (→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중의 하나)

또한 현생에서도 결국 서로를 알아 보게 된(굳이 따지자면, 사렉은 동물적 본능으로 알았고, 슈이는 그가 사렉이란 걸 뒤늦게 깨달았다) 연인들을 보며 떠나는 할트의 모습도 역시 멋졌다. 특히 늘 귀를 지구쪽에 열어두겠단 말... (아~~ 내가 왜 두근거리냐?) 

사렉과 슈이를 보면 "사랑하면 꼭 만나게 될거예요"란 말이 떠오른다. 아무리 기억을 잊었다해도 시간이 흘렀다해도, 얼굴이 달라졌다 해도,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상대방의 온기만 잊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수 있지 않을까 하는 소녀적 감성을 자극했던 만화는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랑을 별로 믿지 않는 어른이 되어 버린 나의 가슴도 살며시 흔들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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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그림책은 내 친구 1
앤서니 브라운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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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적 앨범을 보면 5살경에 동물원에서 찍은 사진이 하나 있다. 그곳은 지금은 창경궁으로 복원된 창경원이었다. 사촌 여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인데, 5살이라 해도 만 세살정도였기에 거기에서 어떤 동물을 봤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하나도 없다. 아마도 지금과는 다른 사육환경이었을테고, 지금만큼 많은 동물은 있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그후 성장하면서 동물원에 가기를 즐기게 된 나는 여건이 될 때 늘 동물원에 갔다. 그러나 늘 그곳에 가서 느끼는 것은 동물들의 슬픔이었다. 좁은 우리, 시멘트 바닥, 와글와글 시끄러운 사람들. 동물들에게 있어서 그곳은 가장 살고 싶지 않은 곳중의 하나인지도 모르겠다.

앤서니 브라운의 동물원은 가족과 함께 동물원 나들이를 가게 된 한 소년의 입장에서 씌어진 글이다. 화창한 어느날, 엄마, 아빠, 동생과 동물원 나들이를 가게 된 <나>. 하지만 길이 막히자 <나>와 동생은 티격태격하기 시작했고, 아빠는 <나>만 나무란다. 게다가 아빠의 농담에는..... 아빠만 웃는다.



이윽고 도착한 동물원. 그곳 매표소에서 아빠는 동생 나이를 속여 <나>는 무척 부끄러워진다. 게다가 벌써 배가 고파져 칭얼대지만 아빠는 화가 났다. 아빠의 화난 얼굴 뒤로 구름이 악마의 뿔처럼 솟은 걸 보고 한참을 웃었다. 절묘한 그림이구나 싶어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것과는 대조로 아빠의 얼굴은 무섭기만 하다. 기껏 쉬는 날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한 아빠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말을 잘 안듣는게 화가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원래 아이들이란 까부는 존재들이 아닌가. 게다가 동물원같은 곳에서는 장난끼가 발동할 수 밖에 없으니까.



동물원에 왔으니 동물을 구경하지만 코끼리는 구석에 가만히 서 있고, 호랑이는 같은 코스를 왔다갔다거리기만 한다. 게다가 오랑우탄은 벽을 보고 꼼짝도 않는다.

사실 동물원에 가서 활발한 동물을 만난다는 것은 모래속에서 바늘찾기만큼 어렵다. 비좁은 사육공간, 시멘트로 만들어진 바닥, 그리고 대부분의 동물들은 야행성이기에 꼼짝도 않고 자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곰들의 경우 사람들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를 하나라도 더 얻어 먹으려고 재롱을 피운다. 악어가 사는 곳에는 사람들이 던져 넣은 동전이 가득하기도 하다.



동물들은 자신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림을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것이 보인다. 그중에는 고양이를 닮은 사람, 사자를 닮은 사람, 원숭이를 닮은 아이도 보인다. 하지만 동물들 눈에는 그저 시끄럽고 예의를 모르는 동물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동물원은 멸종 위기종을 보호한다거나, 멸종 동물의 복원을 비롯해 밀렵의 위협으로부터 동물을 지키고, 야생에서는 번식 · 생존율이 낮은 것에 비해 동물원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번식 및 생존을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먼 지역에서 살고 있는 동물들은 우리가 사는 곳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해주며, 다양한 동물들이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긍정적 면을 가진다. 

하지만 반대로 관람시간이 대부분 낮에 국한된 만큼, 야행성의 습성을 가진 동물들이 편히 쉴 공간을 마련해줄 수 없으며, 때로는 사람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주는 음식물때문에 병이 들기도 한다. 또한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는 생명이라기 보다는 한낱 구경꺼리로 인식할 수도 있다는 것은 부정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다.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평생 동물원에서 살다 생을 마감한다. 요즘은 시설적인 면에서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역시 그 동물들이 야생으로 서식하고 있는 지역의 환경과 똑같이 만들어줄 수는 없다. 또한 그만큼 자유도 제한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인간들에 의해 자유를 강탈당하고, 자신의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이국땅에서 살아야 하는 동물들. 그들은 단지 신기한 볼거리가 아니라 지구에서 같이 살아가는 귀중한 생명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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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여단 샘터 외국소설선 3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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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장르도 작가 이름도 안보고 그저 제목 자체가 주는 느낌에 따라 골랐다. 난 장르 소설중 SF쪽은 그다지 흥미도 없었고, 아는 것도 없어서 많이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씩 보는 편인데, 늘 신선한 자극을 받게 된다. 지금 시대와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이든, 지금 시대와는 멀리 떨어진 미래의 이야기이든지 간에 흥미롭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리고 대개는 부정적이고 음울한 미래를 암시하는 작품이 많다는 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책을 배송받고, 허걱!
이것이 정녕 시리즈물이었단 말인가...
띠지를 보니 노인의 전쟁 후속작이란 말이 크게 적혀 있었다. 근데 난 왜 이걸 못본 것이지?
먼저 봤다면 노인의 전쟁과 함께 주문했을터인데..
그러나 뒤늦은 후회를 해봐야 별수 없는 법. 일단은 이 책을 먼저 읽기로 했다. 
하긴, 앞부분에 노인과 전쟁 줄거리가 간략하게 나와 있어서 대충 어떤 느낌인지는 알 수 있었기에 겁없이 덤빈 것도 사실이다. 

책 제목인 유령여단은 죽은 사람의 DNA를 조작해 만든 군인들을 일컫는 말이다. 인간의 수가 늘어 지구만으로 감당이 안되자 우주의 행성들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군인들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전쟁에 내가 나가겠소라고 할 사람들은 별로 없다. 그리하여 소모품처럼 만들어진 군인들이 바로 유령 여단의 군인들이다. 그들은 16주만에 완벽한 성인으로 성장하고, 뇌도우미를 통해 다른 군인들과 텔레파시를 통하는 것처럼 대화를 하며, 뇌도우미로 온갖 지식을 습득한다. 그들은 인간보다 우월한 힘과 전투 능력을 갖춘 말그대로 인간 병기인 것이다. 

유령여단의 군인들은 자신과는 다른 인간들을 진짜배기라고 하는데, 그게 참 묘하게 슬프다. 똑같은 인간의 DNA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들은 인간으로 살아가고 어떤 이들은 병기로서 살아가게 된다니까.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감정이란 것이 존재하고, 생각이란 것이 존재한다. "우주에서 인류를 존속시키는 목적"을 가지고 태어난 자신들에게 긍지를 가지고 있으며, 동료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리는 등 외적인 모습만 다를뿐 - 유령여단은 초록색 피부와 똑똑한 피를 가진다 - 내적인 면은 인간과 다름없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인류를 배신한 샤를 부탱의 의식을 이식받아 태어난 재러드 디랙이란 인물이다. 샤를 부탱이 남기고 간 복제품의 DNA를 다시 복제해 부탱의 의식을 이식한다라.. 지금 과학 기술로 보자면 인간 복제도 하지 못하는 판에(기술적 문제도 있지만 윤리적 문제가 더 크기 때문에) 인간의 의식을 이식한다는 건 꿈도 못꿀 일이지만, 일단 이 소설내에서는 가능하다.
 
재러드 디랙이란 이름으로 태어나 동료 군인들과 의식 통합 과정을 거쳐 그들의 동료로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재러드는 약간은 음울하지만 조용하고 소극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과는 조금은 다른 유머 감각과 샤를 부탱의 복제품에서 얻어진 우수한 머리를 가진 특별한 존재이다. 하지만 샤를 부탱의 의식이 그의 머릿속에서 언제 깨어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샤를 부탱의 의식이 깨어난다면 그가 왜 인류를 배반하려 했는지 그 이유도 알테지만....
수많은 전투를 거치면서 재러드의 머릿속에서 샤를 부탱의 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샤를 부탱의 의식은 재러드에게 여러가지 감정적인 변화를 가져 오게 된다.

우주개척연맹의 인류와 다른 행성에 사는 지적 생명체들과의 전쟁. 그리고 죽은 사람의 DNA 조작으로 태어난 유령여단 군인들. 이 책은 사실 전쟁이야기 보다는 재러드 디랙이란 인물의 탄생과 성장, 변화, 그리고 그가 지키려고 했던 것에 대해 초점이 맞춰진다.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 병기이지만 그가 잊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누군가하는 것이었다. 또한 인간들이 유령여단 군인들을 만든 이유와 그들을 지배하기 위해 인간이 드러낸 치졸함이란 부분은 충분히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이다. 자신들은 진짜배기와는 달리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도록 세뇌하고, 통합이란 시스템을 이용해 그들이 유령여단으로 살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이며 생각과 감정을 가진 존재이다. 재러드 디랙은 그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증거였다. 물론 샤를 부탱의 의식이 그에 한몫한 것은 맞지만, 마지막 선택은 재러드 디랙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SF장르를 기반으로 인간과 인간의 존엄성, 그리고 참된 인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준 유령여단. 사건 전개가 복잡한데다가 지금과는 다른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초반부에는 스토리 전개를 따라잡기 좀 힘들었지만, 금세 몰입하게 되었다. 또한 과학 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인간의 정복 욕심은 더욱 더 커지게 되어 평화로운 공존보다는 전쟁으로 우주를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우둔함과 어리석음이 적나라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그와 대조적으로 인간들의 목적에 의해 생산된 유령여단의 군사들이나 다른 행성의 지적 생명체들이 더욱더 인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공상과학 소설이란 장르가 보여주는 미래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다. 어쩌면 있을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이다. SF 소설을 읽으면서 무척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점은 어느 시대나 인간이란 똑같은 사고를 한다는 점이다.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들의 과욕과 어리석음은 언제나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듯 하다. 그래서 SF 소설을 읽으면 무척 재미있지만, 반대로 씁쓸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늘 똑같다. 하지만 머릿속에서 음울한 미래의 모습만이 떠오르지 않는 것은 그 끝에는 언제나 희망의 메세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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