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스카 - 어느 평범한 고양이의 아주 특별한 능력
데이비드 도사 지음, 이지혜 옮김 / 이레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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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람들은 흔히 고양이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따른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필요한 게 있을 때만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것이 고양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모든 고양이가 그렇지는 않다. 고양이는 십묘십색(十猫十色)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성격과 행동을 가진 개성있는 동물이다. 그래서 고양이는 모두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스카는 어떤 특별함을 지닌 녀석일까?
이제부터 오스카가 보여준 특별한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 보자.

노인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스티어하우스 재활요양원. 그곳에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기거한다. 스티어하우스 재활요양원을 제 발로 찾아온 헨리라는 고양이를 시작으로 그곳에서는 고양이, 새, 토끼 등을 이용한 동물치료도 병행한다. 현재 이 요양원에 있는 고양이는 모두 여섯마리. 그중에서 오스카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스카의 특별한 능력이란, 임종이 다가온 환자를 찾아가 그 환자가 숨을 거둘때까지 곁을 지켜준다는 것이다. 사실 사람의 목숨이라 쉬이 끊어질듯 하면서도 이어지는 끈질김을 가지고 있기에 의사로서도 정확히 환자의 임종이 언제인지 가족에게 확답을 주기 힘들다. 그렇듯 의학적으로도 분명히 알기 힘든 것을 오스카는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스티어하우스에서 일하는 의사 데이비드 도사는 처음에는 오스카의 특별함을 믿지 않지만,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하고, 또 그러한 일을 겪은 유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그 사실을 믿게 된다. 사실 의사란 과학적인 명쾌한 답을 내리기 좋아하는 부류라 그런 걸 처음부터 믿을 수 없었던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스카의 행동이 한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마지막을 지켜왔다는 것으로, 오스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는 것을 조금씩 인정하게 된다.

특히 오스카는 평소에는 환자들을 멀리 하고, 피해 다녔다고 한다. 즉, 그다지 붙임성이 좋은 고양이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도 임종을 얼마 앞두지 않은 환자에게는 꼭 찾아 간다는 것이다. 방문이 닫혀 있으면 그 방앞에서 기다리고, 문이 열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가 환자옆에 몸을 누인다. 그러면 환자는 얼마 있지 않아 숨을 거둔다.

이곳 요양원 사람들이나 환자의 가족들은 그런 오스카에게 무척이나 감사해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환자가 오스카때문에 죽었다고 오스카를 미워하지 않을까? 우리나라는 특히나 고양이에 대한 편견이 심한 나라이기 때문에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스카가 하는 이 행동은 멀리 떠나가야 할 환자가 외롭지 않도록, 마지막이 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 또한 가족들은 때로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지 못할 수도 있기에. 오스카가 환자의 옆을 지키는 행동으로 가족들에게 연락할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감사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오스카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치매란 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사실 내 주변에서는 치매에 걸려 돌아가시는 분이 아무도 없었기에 치매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병인줄은 몰랐다. 인간을 점점 퇴행시키는 병. 처음에는 기억력에 대해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게 된다. 그러다가는 숟가락 쥐는 법 같은 것도 잊어 버리기 시작하고, 가족을 알아 보지 못하는 경우까지 진행된다. 또한 만성적인 감염으로 인한 치료 행위도 자신이 왜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게 된다.

한 환자의 유족은 치매를 기나긴 이별이라고 했다. 겉모습은 변함없는 내 가족인데, 속알맹이는 점점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해가는 걸 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치매는 호전되는 병이 아니라 점점 악화되어 치매에 걸린 상태로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가족들의 고통도 그렇지만 환자 본인 역시 자꾸만 낯설어지는 주변에 얼마나 두려울까.

이 책에 언급되는 이야기들 중에 프랭크 할아버지와 루스 할머니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가슴 아팠다. 특히 더이상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루스 할머니를 보며 " 오늘 내 아내는 죽었습니다."라고 말하고 떠나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할아버지는 더이상 할머니를 돌봐줄 수 없다는 걸 알고 계셨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완전히 낯선 타인이 되어 간다는 것. 게다가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것... 남겨진 사람에겐 그걸 인정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도 않을 것은 분명하다. 끝까지 잘 부탁한다면서 힘겨운 발걸음을 뗀 프랭크 할아버지. 하지만, 지금은 천국에서 행복한 재회를 하셨을 것임에는 분명하다. 

오스카는 이렇게 멀리 떠나는 환자들의 옆을 지켜주었고, 슬퍼하는 가족들에겐 따스한 기억을 남겨주었다. 오스카는 비록 한마디 말도 없었지만 그 자체가 위안이 되었다. 누군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면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으리라.

지금도 오스카는 머나먼 길을 떠나야 할 환자들의 마지막을 지켜주고 있을 것이다. 그들이 마지막 가는 길이 외롭지 않도록, 두렵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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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
야쿠마루 가쿠 지음, 양수현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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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처럼 무차별 범죄가 기승을 부리던 시대가 또 있을까. 요즘은 무서울 정도로 무차별 범죄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여의도에 차를 몰고 들어와 사람을 마구잡이로 치던 사건, 동해 시청 사건등이 있었고, 일본에서는 2008년 아키하바라에서 칼을 휘두르며 무차별 살인을 저지른 사건을 포함 10년간 70여건에 달하는 무차별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또한 미국에서는 총기 난사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은 바로 무차별 살인의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가해자에 관한 소설이다. 일본은 특히 무차별 살인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만큼, 이는 일본의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직접적으로 건드리고 있는 소설이라 볼 수 있다.

미카미, 사와코 부부에게는 세살난 딸 루미가 있었다. 어느 겨울 공원으로 산책나간 사와코와 루미는 한 무차별 살인자에 의해 공격을 받는다. 그 사건의 피해자는 열두명의 사상자를 내고 체포되었다. 그러나 그는 심실상실자이란 진단을 받게 되어 재판도 받지 않고 교도소에 가지도 않고, 다만 치료 목적으로 병원에 수감되었다. 심실상실자, 예전 용어로는 정신분열증이다. 환각과 환청을 듣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 지도 모르는채 범행을 저지르는 그런 사람들의 경우 죄를 묻지도 벌하지도 않는다. 
그러하기에 검찰은 어차피 패소가 분명한 사건이란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하고, 언론들 역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그 사건에 대해 보도를 하지 않게 된다. 열두명이란 희생자를 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미카미와 사와코 부부는 이혼을 하게 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건 발생 4년 후, 미카미에게 걸려온 사와코의 다급한 전화. 루미를 죽인 그 범인이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였다. 미카미는 반신반의 하면서 사와코가 그를 보았다는 곳으로 향하고, 얼마간의 잠복 끝에 범인 후지사키가 삿포로로 되돌아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후 후지사키의 뒤를 쫓는 미카미는 그를 계속 지켜보지만 달리 어쩔 방법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물론 속마음이야 그를 당장이라도 쫓아가 죽이고 싶은 생각뿐이지만.. 게다가 사와코는 후지사키를 발견한 후 점점 상태가 이상해진다. 후지사키가 자신의 집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고, 자신을 죽이러 올거라고 하는 등 정신병적 증세를 보인다. 게다가 루미의 인형을 보고 루미라고 하는 등 사와코의 상태는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 그것도 무차별 살인자에게 딸을 잃었건만, 범인은 심신상실자라는 이유로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 난다는 게 부모에게는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 차라리 내가 죽었더라면 하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까. 그런 사와코의 행동은 안타까우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특히나 루미의 인형에게 밥먹이는 시늉을 하고 인형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도 안타까웠다.

허몽은 두 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하나는 후지사키에게 딸을 잃은 미카미 부부의 이야기이고, 하나는 유키라는 밤업소 아가씨의 이야기이다. 유키의 이야기가 왜 뜬금없이 나왔을까 싶지만 나중에 보면 이야기가 모두 합쳐지기 때문에 수긍이 된다. 특히 유키는 후지사키의 정신병증을 재발시키게 만든 사건의 중심 인물이기도 하다. 나중에 확실히 나오지만 유키 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고, 그녀에게 역시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심실상실자라는 이유로 극악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는 법제도와 그런 사건에 대해서는 쉬쉬하는 언론들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은 고스란히 그 고통을 짊어진채 살아야 한다. 결말 부분에 이르러 나오는 사와코가 남긴 편지에는 그 슬픔과 분노와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와코의 선택. 우리는 그녀에게 감히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만약 사와코가 제정신인 상태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녀는 그 책임을 추궁당해 재판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다. 하지만 사와코 역시 후지사키와 같은 병명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 그녀 역시 심신 상실자라는 판단으로 죄를 묻지 않고 풀려날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복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도록 만든 원인은 사회에 있다. 물론 후지사키가 처벌을 받더라도 죽은 루미가 살아 돌아올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죄값도 치르지 않은채 풀려나는 범인을 보는 것만큼 사와코에게 고통스러운 일은 없었을 것이다.
 
무차별 살인의 범행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그 범행동기를 짐작하기도 어렵고, 또한 범인이 검거되더라도 정신병으로 간주되어 사형은 커녕 교도소에 수감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하다. 또한 그들이 정신병적 증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는 건 똑같은 인간의 몫이다. 단지 의사 한두명의 진단만으로 그들의 죄는 사해진다. 게다가 그런 경우 재판으로 넘어가도 패소하는 경우가 많기에 불기소 처분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들을 단죄하고 속죄케 하는 것은 허몽에 불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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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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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 대한 흥미와 책 띠지에 씌어 있는 에도가와 란포를 향한 오마주라는 표현에 이끌려 구입하게 되었다. 얼마전 우타노 쇼고의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를 읽은 후 우타노 쇼고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반전에 매우 즐거워했던 나로서는 이 책을 구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란포에 대한 오마주라.. 이 책은 어떤 식으로 란포를 그리고 있을까.

호소미 다쓰토키라는 한 소설가의 서문으로 시작되는 시체를 사는 남자는 액자형 소설이다. 호소미 다쓰토키라는 소설가의 글과 란포의 미발표 소설이라고 여겨지는 란포가 주인공이 되는 백골귀라는 소설이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호소미의 글은 백골귀를 입수하게 된 경우와 그 속에 감춰진 사연이란 것을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고, 백골귀는 란포가 겪은 기묘한 사건과 그 해결에 대한 이야기이다.

창작에 대한 고통과 자신의 작가로서의 능력에 대한 의심으로 자살을 결심한 란포. 그러나 그를 말리는 한 청년이 나타난다. 묘한 말을 남기고 사라진 청년. 그러나 그 청년은 곧 사체로 발견된다. 묘하게도 란포의 친구이자 시인인 하기와라의 시에 나오는 묘사처럼 죽어 있었다는 즈카모토.

목 매달아 자살한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사람들이 현장으로 갔을 때는 이미 사체는 사라지고 없었다. 강풍에 의해 사체가 절벽 밑으로 떨어진 것일까? 그러나 그곳은 지리적으로 사체를 수색할 방법이 없는 곳이었다. 그러나 란포가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여관으로 돌아오니 죽었음이 분명한 즈카모토가 멀쩡히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즈카모토의 쌍둥이 동생이었다.

도쿄로 돌아온 란포는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를 만나 자신이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호기심이 발동한 하기와라는 란포에게 그 사건의 비밀을 풀어보자는 제안을 하는데..... 두 사람은 즈카모토의 고향 친구라는 여성을 만나 즈카모토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게 괸다.

그다지 이 사건에 관련되고 싶지 않은 란포와 홈즈 복장을 하고 나와 사건 해결에 열을 올리는 하기와라. 두 사람은 서로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나름대로 추리를 해나가는 등 사건 해결에 열심이다. 하지만 번번히 그들의 추리를 가로막는 사실들이 드러나는데.....

이 책을 보면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과 관련된 내용이라든지, 책 제목이 많이 언급되어 있다. 인간의자, 지붕밑의 산책자, 2전 짜리 동전, D언덕의 살인사건 등의 단편을 비롯해 미완성 작품인 악령과 장편 소설 외딴섬 악마등이 언급된다. 또한 극중 소설로 등장하는 백골귀는 란포가 살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란포의 소설적 경향을 떠올릴 수 있는 흐름으로 진행된다. 즉, 다시 말하면 현대적이라기 보다는 근대 소설같은 느낌을 팍팍 준다.

더불어 호소미의 글은 뒤로 갈수록 미묘한 위화감을 계속 안겨준다. 그는 왜 백골귀에 그토록 집착한 것일까. 단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명예를 되찾고 싶었던 것일까? 또한 백골귀의 진짜 작가가 알려주는 백골귀에 대한 사연, 그리고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은 뒤로 갈수록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사실 백골귀의 트릭이랄까, 결말은 대충 짐작이 가는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는 에도가와 란포의 진짜 작품에 비해서는 트릭이나 스토리의 완성도가 약간은 떨어진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물론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여기에 나오는 백골귀의 작가는 아마추어란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그 다음부터이다. 백골귀의 숨은 작가가 쓴 내용은 무난한 결말을 맞았지만, 그후 드러나는 호소미의 정체나 호소미가 마무리한 백골귀의 결말은 무난한 마무리에 약간의 실망을 느꼈던 나에겐 아주 재미있는 반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수수께끼를 던져 주었다.

도대체 책 제목인 시체를 사는 남자의 의미는 무엇이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백골귀의 의미는 알겠는데, 도대체 시체를 사는 남자란 것은 뭐지? 역자는 나름대로 본문에 등장하는 애너그램을 사용해서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하지만 난 발음이 같은 단어를 찾아봐도 답이 안나오고, 영어 알파벳으로 옮겨 보다가 포기해버렸다. (아무래도 내겐 결국 수수께끼로 남을 듯 하다)

실제 존재했던 작가 에도가와 란포와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를 소설속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 에도가와 란포의 작품과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시를 이용한 점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또한 에도가와 란포의 성격이라든지, 하기와라 사쿠타로와의 우정이란 것도 실제 그들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라니 그것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비록 트릭이나 미스터리란 면에 있어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경향이 있기는 하나, 진짜 범인의 정체와 그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과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반전에 반전을 더한다. 또한 실제로 존재했던 추리 작가였던 란포가 탐정으로 등장하니, 란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듯. 또한 서술 트릭을 좋아하는 추리 소설 팬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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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 고양이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추리한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2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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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경력 한 번, 그저 그런 미스터리 작품을 쓰는 가난한 작가 사쿠라가와 히토미. 그녀는 남편에게 받는 할부 위자료와 작은 인세로 살아가며, 나중은 생각지도 않고 일단 자신이 쓰고 싶은 걸 쓰고 사는 어찌보면 약간은 한심한 쇼타로의 동거인. 고양이 쇼타로는 멋진 외모, 좋은 머리를 이용해 추리하는 명탐정. 늘 시니컬한 태도로 동거인과 사람들을 바라 보지만, 그들에 대한 애정은 아주 깊다. 때로 동거인이 돈을 다 써버리고, 싸구려 사료와 유통기한이 간당간당한 통조림을 먹인다 해도 쇼타로의 동거인에 대한 마음은 변함이 없다.

시니컬한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두번째 이야기인 <고양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리한다>는 총 여섯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1편에 비해 미스터리한 느낌을 가지는 작품수는 적은 편이다. 특히 번외편인 쇼타로와 차가운 방정식은 지금으로 부터 약 100년후의 미래를 그린 작품으로 탐정 놀이로 시작한 게임이 실제 살인 사건으로 바뀐다는 설정이다. 100년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쿠라가와 히토미와 쇼타로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또한 마지막 작품은 히토미의 과거사를 살짝 엿볼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연애시절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랄까? 헤어진 연인에게 준 선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히토미가 좀 어리버리하긴 하지만 역시 그때도 그랬던 듯...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역시 나도 히토미를 좋아하기 때문에!? (笑)

그럼 본격적으로 본편의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첫번째 작품인 쇼타로와 수다쟁이의 모험은 쇼타로가 화자가 되는 에피소드로 고양이 첼시, 긴타와  개 사스케, 다마사부로등이 함께 하나의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힌다. 매일매일 아파트 주변을 배회하는 수상쩍은 남자에 대한 첼시의 의문에서 시작한 사건의 진상. 그 진실은 과연 무엇? 명탐정 고양이와 그 친구들의 활약이 사건 해결의 핵심!

이 에피소드를 보면 무척이나 흥미로운 부분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고양이 쇼타로가 보는 여자 인간들에 대한 것이다. 고양이와도 다르고, 남자와도 다른 여자들에 대한 이야기랄까. 물론 쇼타로가 보는 인간에 대한 관점도 잘 드러난다. 가끔은 너무 시니컬해서 인간인 나로서는 좀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했달까? 하지만 여성들의 심리나 행동을 너무 잘 표현해서 재미있기도 하다. (근데, 쇼타로가 이야기하니까 괜찮지, 남자가 저런 이야기를 한다면 난 뒷통수를 한대 갈겼을지도!?) 

고양이와 복숭아는 구직중인 한 여대생의 이야기이다. 취업할 곳이 마땅찮은 그녀는 지금 밤 아르바이트도 병행중. 불륜이란 소재를 끌어다 쓰긴 하지만 그다지 불쾌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안타까웠달까. 교토의 다이몬지란 축제와 그 속에서 벌어질 뻔한 사건. 쇼타로는 굳이 추리하지 않아도 도움이 된다. 인간보다 더!

쇼타로와 목없는 인형의 모험은 아파트내에서 일어난 괴이쩍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인형의 목이 없어지는가 하면 그림책의 인물들의 머리가 몽땅 오려져 나가고, 한 아이의 야구 점퍼 뒤에 있는 야구 선수의 머리에 불이 붙기도 한다.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인가, 아니면?? 중고 물품들 뒤에 감춰진 안타까운 사연. 쇼타로와 사스케의 활약이 돋보인 작품. 그러나 저러나 센겐지 아저씨는 정말 '특별한' 분이신가요? 점점 그 정체에 호기심이 생깁니다요~~~

나이트 스위츠는 버블 경제 붕괴후 그저그런 회사에 입사한 한 여성의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추리작가 신인상이란 소재를 결합한 러브 스토리랄까? 아직도 여자 사원들이 타주는 차를 마시는 남자 직원들과 아르바이트 생이 해도 충분한 일을 정직원에게 시키는 회사. 정직원이라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한 남자. 알고 보니 예전에 사쿠라가와 히토미의 과외 선생이자, 지금은 아마추어 추리 작가랄까. 추리소설 신인상에 대한 생각과 고민은 작가자신의 고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쇼타로 시리즈는 아직 두권째이지만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은 현 일본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파 추리소설처럼 깊이 있게 다루는 것은 아니지만,... 고양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추리한다에는 독거 노인 문제, 유괴, 구직에 대한 고민, 불륜, 정직원 여사원들의 문제등이 살짝살짝 언급된다. 그리고 쇼타로가 보는 인간 세상과 인간들에 대한 생각도 엿볼수 있다. 왠지 고양이 입장에서 보기엔 불합리한게 인간 세상이랄까. 그러면서도 그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이래서 쇼타로를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본문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작가 후기와 작품 해설을 읽어 나가던 중....
마지막 문장에 기겁을 했다.
작가 시바타 요시키는 정녕 여성 작가였습니까?
난 작가 자신을 쇼타로에 투영시켜 이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남성작가라고 생각했기에. 그래서 여성들에 대해 묘사한 부분에서 시니컬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그리고 여성의 심리 묘사나 여성의 사회적 입장을 잘 묘사한 부분은 여성을 잘 아는 작가이구나 하는 생각도.... 그러나 여성 작가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작품 해설에는 다른 이의 이름이 나오지는 않지만, 쇼타로 시리즈의 표지와 본문 삽화를 담당한 작가의 글이란 것은 읽어 보면 알 수 있다.
어쨌거나 이것이 이 책의 마지막 반전이었을지도....(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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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스 문
데이비드 데브라 지음, 남명성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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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아니면 그 이면에 어떤 비밀을 감추고 있을까.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난 후자쪽에 손을 들것이다. 사실 일반인인 나로서는 평범한 세상조차도 그 속을 다 알 수 없으니, 그 이면에 어떠한 '특별한' 것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어진다. 나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외의 것에 대해서는 거의 알 방법이 없다. 그건 아주 조그마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 외의 것에 대해 늘 흥미를 가진다. 바로 이 책에 나오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처럼.

헌터스 문의 주인공 잭은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특별한 인간으로 정부나 국가와 대치되는 입장을 가진 사이비 조직을 없애는 임무를 가진다. 하지만 이런 세상 이면의 사실이 보통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대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에 그 일은 대중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특수한 사람들 몇몇만이 그 일에 대해 알고 있다. 어쩌면 잭은 그림자와 같은 인물이라 볼 수 있다. 낮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밤에는 변신해서 악당들을 무찌르는 히어로처럼. 하지만 그가 행하는 행위가 선인지 악인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없다. 이쪽 집단에서 보면 그건 선일지라도, 저쪽 집단에서 보면 그건 악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의 일처리 방법은 냉혹하기 짝이 없고, 가끔은 폭력을 즐기는 듯한 이미지마저 주는 인물이다.  

헌터 잭이 이번에 맡게 된 의무는 세뇌 기술, 섹스 마법, 극도의 페미니즘, 무정부주의로 똘똘 뭉친 마녀 집단 '현명한 자매들'의 척살이다. 현명한 자매들이란 조직의 붕괴와 총리 암살이라는 목적을 무산시키기 위해 애니라는 신임요원이 현명한 자매들 속에 숨어 들어가지만, 그들의 능력은 잭의 생각을 뛰어 넘는 것이었고, 결국 현명한 자매들의 조직원들은 애니를 데리고 사라지기에 이른다. 과연 잭은 애니를 구하고, 현명한 자매들의 조직을 와해시키고, 그들의 목적을 꺾어버릴 수 있을까.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부터 나오는 피비린내 나는 마법 사용과 폭력적인 장면, 그리고 때때로 과도하게 묘사되는 성적 표현들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게 하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게 읽은 편이다. 특히 잭이 사용하는 여러가지 마법들 - 악마 소환, 영혼 소환, 사람의 머릿속을 들여다 보는 마법 등 -은 이 책에 나오는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이면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또한 잭은 잘 훈련받은 군인 혹은 암살자처럼 보여도 그런 기술뿐만 아니라 고도의 마법도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마법이란 소재가 등장하는 소설의 경우, 대부분 마법에 의존하지만 이 책은 마법외에도 인간의 몸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들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현명한 자매들의 우두머리 격인 앨더는 마법이란 것 외에도 고도의 세뇌 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따지고 보면 현명한 자매들은 세뇌란 방법으로 사람을 조종하는 능력은 쓸 수가 있고, 어느 정도 고급 마법은 사용할 수 있지만, 왜 그들이 총리 암살을 시도하려는지에 대해서는 고개가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마녀들은 - 내 생각이지만 - 그들 자신의 마법의 향상을 위한 마법 공부에만 신경쓸 것 같은데, 왜 테러리스트가 되어야 하는지는 좀 의문이다. 게다가 총리 암살 방법도 웃기긴 하다. 잭의 말대로 총리가 탈 비행기에 미사일이나 쏴버리면 해결될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약간의 억지스러운 설정 몇가지를 제외한다면 스토리 자체는 무척이나 재미있다. 특히 마법중에서도 흑마법의 사용, 잭은 기본적으로 혼자 움직이는 사냥꾼이란 설정, 마녀들은 마법뿐 만이 아니라 세뇌기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작가에 대한 설명을 보면 작가의 이력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러하기에 작가가 이야기하는 마법이란 것이 오히려 더 실제적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세상에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헌터, 잭.
선과 악의 중간 지점에 서있는 듯한 그의 다음 활약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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