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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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 제목을 봤을때, 문득 아메리칸 드림을 떠올렸다. 미국적인 이상사회를 꿈꾸는 아메리칸 드림. 그리고 그것에 이끌려 이민을 떠난 수많은 한국인들의 모습도. 현대 한국 사회의 꿈은 강남 드림.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부를 소유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자, 나도 저런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라는 한국인들의 소망을 담은 강남 드림, 그런 말이 아닐까 싶었다. 이 책의 내용은 어느 정도의 의미에서는 이 말에 부합된다. 

소설은 1995년에 발생한 삼풍 백화점 사건을 중심 이미지로 삼아,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조망하고 있다.즉, 해방후 급속한 경제 성장과 부패한 정치, 정경유착등이 불러온 삼풍백화점 참사는 하나의 상징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각 박선녀, 김진, 심남수, 홍양태, 그리고 임정아로 대변되는 그들은 대한민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속성과 계층을 대변한다. 박션녀는 가난한 집안의 딸로 태어났지만 타고난 미모로 모델 생활을 하다 유흥업쪽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조마담은 대한민국의 첫번째 요정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룸살롱의 새끼마담으로 시작해 호텔 유흥업소의 경영까지 맡게 된 박선녀의 이야기를 보면 유흥업소와 손잡은 조폭의 이야기며, 선녀의 뒤를 봐준 안기부 직원, 그리고 선녀가 유흥업에서 손을 떼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게 되는 이야기까지 등장한다. 박선녀 개인의 삶으로 보자면 참으로 파란만장한 세월을 보낸 것이지만, 재미있게도 이는 개인의 역사를 넘어 대한민국의 뒷세계의 역사와도 관련이 지어진다.

김진의 경우 현재 대성 기업 회장으로 대성 백화점(삼풍 백화점을 의미)의 소유주이지만, 그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일제시대 말기부터 시작된다. 만주에서 밀정으로 독립군들을 고발하는 일을 하며 친일활동을 하다가 해방 이후에는 미군정의 개, 즉 친미파로 돌아서게 된다. 그후에 나오는 수많은 역사적인 사실은 김진 개인의 삶보다는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총망라한다고 보면 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일제에서 미국으로 이양되는 과정을 비롯해, 남한 단일 정부의 수립, 한국 전쟁, 그후 벌어진 수많은 사건들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부정 선거, 양민 학살, 국민들의 봉기 등을 지나 군사 쿠데타로 인한 박정희 정부 수립, 80년 광주 항쟁과 전두환 정부 수립 등 한국 근현대사의 질곡의 역사가 펼쳐진다. 그 속에서는 처신을 잘못해 숙청당한 인물도 있지만 김진은 끝까지 살아 남아 거대한 부와 권력을 틀어쥐게 된다.   

심남수의 경우 강남 개발과 관련한 부동산 투기 등과 관련한 인물이다. 일명 떼기로 불리는 사고 팔고 하면서 땅값을 올리는 모습, 공무원의 비리 등 한때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부동산 투기 열풍의 이야기는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돈이 돈을 낳는다는 말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는 없다는 게 맞는 말인듯 하다.

홍양태는 박선녀와 함꼐 동업을 했던 인물로 조직 폭력배의 두목이다. 대한민국 뒷세계를 거머쥐려는 조직 폭력배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비롯해 유흥업소 뒤를 봐주면서 돈을 챙기고, 가짜 양주 생산 등 사실 일반인인 나로서는 알턱이 없는 세상을 사는 인물이다. 하지만 요즘도 재개발 지구의 철거 반대파 주민들을 위협하고, 그들의 세간살이를 부셔버리는 인간들은 용역업자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조직 폭력배들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자신의 구역에서 유흥업소를 돌봐주며 받는 보호비로 살던 조직 폭력배 조직은 어느새 정치 세력과도 결탁해 있었다.

임정아는 가난한 집 딸로, 그녀의 부모는 공장에서 일을 했고, 당시 국가 정책에 혹해 광주(지금의 성남)에 자신의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꿈을 안고 천막 생활을 했다. 일명 딱지란 것이 돌고, 그것에 프리미엄이 붙고.. 하지만 집주인이 아니면 혜택을 받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이나 지금 재개발지역 사람들 이야기나 한치의 틀림도 없어 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내 집 하나 마련하는게 꿈인 것은 대한민국의 변치않는 사실인가 보다.   

이들은 가만히 보면 접점 없어 보이는 인물들이지만, 어떻게든 이어져 있는 것이 보인다. 같은 하늘아래 사는 사람들이니 각각의 계층이나 속성이 다를뿐이고, 직접 영향을 주거나 받거나 하지는 않지만, 에둘러 영향을 받고 살고 있는 것이다.

박선녀는 사고로 죽었다. 김진이 자신의 꿈으로 건설한 대성 백화점은 무너졌다. 심남수는 부동상 투기 광풍 막바지에 손을 뗐고, 홍양태는 수감과 석방을 반복하며 자신의 기반도 잃고 무너져 갔다. 임정아는 사고에서 살아 남았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권력과 재물을 쥔 자는 시대를 쥐고 흔들 힘을 가지긴 했지만, 그것은 오래 가지 않는다. 오래가는 것은 권력도 재물도 없는 일반인들이다. 결국, 큰 역사를 쥐고 흔드는 것은 일부이지만, 그 역사를 존속시키고 지속시키는 힘을 가진 것은 일반인들이란 이야기가 아닐까.  

대한민국이 공화국으로 다시 태어난 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동안 대한민국은 격변기였다. 그렇다 보니 친일파의 잔재나 적산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고, 그들은 다시 친미파로 돌아서며 사회의 기득권층이 되었다. 피로 얼룩진 정치 역사 역시 제대로 바로 잡지 못했고, 비리와 부정으로 세워진 사회 기반 시설들은 허술함을 드러냈다. 거품 경제와 건설 업체 비리 등으로 발생한 것이 바로 삼풍 백화점 사건이었다. 그러하기에 삼풍 백화점 사건은 단순한 건물 붕괴사건이란 것을 넘어 현대 대한민국 정치와 사회의 부패와 비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표상이 되는 사건이라 볼 수 있다.  

1995년 삼풍 백화점이 무너졌을때 나는 대학생이었는데, 삼풍 백화점 붕괴사건 뿐만 아니라, 수도없이 많은 사건들이 시도때도 없이 터지던 때였다. 성수대교 붕괴, 아현동 가스 폭발, 대구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폭발 사고, 서해 페리호 침몰 사건, 아시아나 항공기 추락, 대한 항공기 추락 사고등 정신없이 많은 사고들이 1990년대에 발생했다. 또한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IMF 사태등 뒤에서는 저주받은 문민정부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 내 대학 시절이다. 특히 대구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건의 경우, 내가 그당시 대구에 있었기에 나중에 현장을 찾아 봤을 때, 그 참혹함이 얼마나 큰것인지 눈으로 직접 본 기억이 난다.

대한민국은 앞만 보며 달려 왔다. 물론 전쟁후 복구 과정이란 것이 커다란 영향을 끼쳤겠지만,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그전 시대보다 훨씬 빠른 시간으로 흘러 갔다. 꿈을 꾸며, 꿈을 키우며 살아온 지난 수십년. 2010년 오늘의 우리는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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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 밀리언셀러 클럽 103
짐 톰슨 지음, 박산호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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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살인마. 워낙 유명한 소설인데다가 영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입소문을 탄 작품이지만, 나는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난 영미 소설쪽은 주로 추리 소설을 읽어왔지만, 미드쪽의 범죄 드라마를 좋아했기에, 어떤 이야기일까 하고 구매전부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던 소설이기도 하다.

텍사스의 작은 마을의 부보안관 루 포드. 그는 근면성실하며, 잘생긴 외모에 친절하고 예의바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는 겉모습과는 전혀 다른 내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루가 창녀 조이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하지만, 걷잡을 수 없이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의 마음 깊이 봉인되었던 어둠이 15년만에 꿈틀거리며 밖으로 나오려고 한다. 루는 조이스만 죽이면 다시 그 어둠을 깊이 잠재울수 있다고 믿지만, 그건 단지 착각이었을까. 형에 대한 복수란 명목으로 조이스와 엘머를 살해하고, 조이스와 엘머가 서로를 죽인 사고로 처리하지만, 조이스는 완전히 죽지 않고, 결국 수술을 받다가 숨졌다는 소식이 루에게 전해진다.

어리숙한체 하며, 자신은 범죄와는 동떨어진 사람인양 행동하는 루. 그러나 그 사건은 조금씩 루를 압박해오기 시작한다. 용의자로 몰렸던 조니의 알리바이가 확인될까 싶어 조니를 살해하고, 자신을 목격한 듯한 노숙자를 살해하고, 모든 사건의 진상을 꿰뚫어 본 자신의 약혼녀 에이미까지 살해하게 되는 루. 그는 완벽하게 자신의 죄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건의 진실은 작은 틈으로 모래가 빠져나오듯이 조금씩 빠져 나온다.

요즘의 서스펜스 소설과는 달리 슬로우 템포로 진행되는 소설이긴 하지만, 루 포드가 화자로 자신의 범행과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서술 형식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듯한 루의 모습, 그리고 살인을 계획하면서도 전혀 죄책감을 갖지 않는 모습은 요즘 시대의 사이코패스를 떠올리게 한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이란 작품으로 사이코패스란 용어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1950년대의 소설에서 이런 캐릭터를 창조해냈다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가 엘머를 죽인 건 단지 복수심이었을까. 절대 아니란 생각이 든다. 그건 조이스를 죽인 범인을 만들기 위했을 뿐이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모습은,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에 더욱더 섬뜩하게 다가왔다. 특히 약혼녀 에이미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며,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아이처럼 그날을 기다리는 루의 모습은 악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요즘 세상이었더라면, 루의 범행 사실은 일찌감치 폭로되었을테지만, 1952년에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아직 과학 수사라는 것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고, 또한 작은 마을의 혈통있는 가문이라는 것이 루에게 있어 큰 이점이 되기도 했다. 

비록 속도감이라든지, 스릴감 면에서는 요즘 작품에 뒤쳐진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범행을 즐기는 듯한 루의 캐릭터는 단연코 이 책에 있어 가장 큰 일등 공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특히 자신이 범행을 저지를 동기, 적당한 이유와 구실과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않나 싶은 루의 마음속 어둠, 그리고 우리가 믿고 의지하던 사람의 변화란 것은, 섬뜩함을 넘어 공포로 다가온다. 또한 에이미의 편지, 그리고 죽지 않았던 조이스의 등장은 멋진 반전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마지막을 잘 장식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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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번쩍 품성동화>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치 번쩍 품성 동화 번쩍 시리즈 1
글공작소 엮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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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어른들 책만 읽다시피하고, 어린이 책은 어른들이 읽기엔 너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린이들 책을 여러권 접하면서, 짧은 글 속에 무척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것이 많은 생각할 꺼리를 던져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꼬이고 비틀린 어른들의 이야기보다 배울 것이 더 많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든다.

가치번쩍 품성동화는 아동들의 리더쉽을 위한 품성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편집된 책이다. 아이들이 리더쉽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기 위한 다양한 조건들에 부합하는 동화들을 선별한 이 책의 목차를 쭉 훑어보니 내가 어린 시절 읽었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지금은 정확한 내용이나 그때 받았던 느낌을 다 떠올리기는 힘들지만, 왠지 추억의 사진첩을 다시 꺼내든 기분이 들었달까.



번쩍 시리즈는 총 3편으로 품성, 논리, 감성을 위한 책으로 구별되어 있다. 내가 읽은 것은 그중 첫번째 시리즈로 품성편에 관한 이야기들로 약 30여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그리고 각 소주제의 끝에는 인물동화라고 해서 알버트 슈바이처, 조앤 K롤링, 알버트 아인슈타인, 에이브러햄 링컨, 마더 테레사 등 실존 인물들의 예를 들어 아이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들에 대해 부연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총 5가지의 카테고리로 나뉘어 있다. 물론 리더쉽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런 여러가지 조건 이외에 다른 조건들이 필요하고, 또한 리더쉽 육성만이 아니라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도 이러한 품성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즉, 인간으로서 가져야할 기본적인 품성이라고 하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를 비롯하여 외국의 동화들까지 다양한 작가들의 다양한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있고 즐거웠다. 하지만 일부 이야기들은 원작을 너무 간추려 놓아서 원작의 맛을 느낄 수가 없었다. 특히 소공녀와 톰소여의 모험은 원작의 분량이 꽤 많은 책인데도 단 몇장에 줄거리만을 적어 놓아 원작의 재미를 훼손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또한 어떤 이야기들은 소주제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싶은 것도 있었다. 자존감과 인내편에 실린 두더지 사윗감,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비롯해 긍정과 용기편에 실린 자신만만 꼬마 재봉사, 수달 산신령, 정직과 약속 편에 실린 개구리 왕자, 겸손과 공경에 실린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는 주제와 동떨어진 느낌이 들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경우 인내라는 것에 대한 교훈이라기 보다는 과욕에 대한 교훈이 아닌가 싶고, 자신만만 꼬마 재봉사와 수달 산신령은 용기라기 보다는 어떤 꾀를 써서 위기를 넘겼나에 대한 이야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개구리 왕자의 경우 내가 아는 이야기와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책에 실린대로라면 싫은대도 억지로 약속을 지킨 경우에도 행복해졌다는 결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안들었다. 또한 오수의 개 이야기를 다룬 주인을 구한 개 이야기는 술먹고 취해서 자는 주인을 구하자고 자신의 목숨을 버린 개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공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했지만, 내 경우에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책의 의도는 무척이나 좋았지만, 과욕을 부린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가 책이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요지를 벗어나게 했다. 차라리 수록 편수를 좀 줄이더라도 좀더 주제에 잘 부합하는 이야기들로만 구성이 되었다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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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07-2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스즈야님!! 제가 생각했던 부분과 너무 일치해요!!
잘 보고 갑니다^^

스즈야 2010-07-29 17: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용궁공주님.. ^^
용궁공주님도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용궁공주님 서평도 읽어보러 가야겠어요.
(앗.. 방금 다녀왔는데, 아직 안쓰셨군요... 나중에 서평 올리시면 읽으러 갈게요..)

사실 서평단 도서라 이런 쓴소리를 적는데에 부담감이 컸어요. 하지만, 서평단이라고 해서 좋은 이야기만을 써야하나 싶은 것도 부담스러웠어요. 그래서 솔직하게 썼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엔도르핀 머신 - 뉴 루비코믹스 633
이노우에 사토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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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애딸린 늑대를 보고, 참신한 소재와 색다른 스토리에 반해 이노우에 사토란 작가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래서 이번에 고른 책이 바로 이 엔도르핀 머신이다. 작가 후기를 읽어보니 이게 이노우에 사토의 첫단행본인가 보다. 어쩐지 그림이 애딸린 늑대보다는 좀 거칠다 싶었더니, 그런 이유가 있었던게로군.

총 5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일단 표제작인 엔도르핀 머신은 한방의사와 마사지사의 이야기. 환자들을 성추행한다는 소문이 들려오는 의사 이츠키. 그런 이츠키의 약점을 잡기 위해 파견된 토가와는 이리저리 조사를 해보긴 하지만 특별히 수상한 점은 없다. 그러던 어느날 이츠키에게 치료를 받았던 토가와는 이츠키는 훌륭한 의사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몰래 자신에게 그런 짓을 시킨 부원장의 음모를 알아 내게 되는데.....

안경에 흰색 가운. 작가는 귀축 캐릭터를 떠올렸다고 하지만, 안경 + 흰 가운이 무조건 귀축 공식에 맞는 건 아닌듯 싶다. 이츠키는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남자답고, 한편으로는 여성스러운 섬세함을 고루 갖춘 인물이랄까. 오히려 그런 면에서 보면 S 타입쪽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지만, 딱히 그쪽 계통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실망한 것은 절대 아니다. 이런 타입의 공도 꽤나 매력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으니까.

토가와의 경우는 딱 봐도 공타입인데, 의외로 수라는 설정이 무척 흥미로웠던 캐릭터. 이츠키나 토가와나 원래부터 게이는 아니긴 하지만, 둘의 그런 변화 모습이 참 재미있었달까. 사실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 란 말이 떠오르기도. 은근히 수위가 높아서 살짝 당황하기도 했지만, 강요나 강제가 아닌 서로 원하기 때문에 나오는 수위인만큼 흐뭇하기도 했다는.....(笑)

102는 애딸린 늑대 201의 전편이다. 무대는 게이들만 우글우글 모여사는 곳이란 것이지만, 주인공이 다르다. 요번엔 102호에 사는 노무라와 102호에 사는 시바타의 이야기. 제과학교에 다니는 노무라는 매일 밤마다 훌쩍훌쩍 우는 시바타가 너무나도 신경쓰인다. 하지만, 이미 시바타에게는 사귀는 사람이 있다. 내가 말이지..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정말로 싫어하는데, 시바타의 상대가 바로 그런 인물. 결혼 스트레스를 시바타에게 푸는 걸 보고 마구 패주고 싶단 생각이...
반면 시바타는 뭐랄까, 순정파랄까.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살을 빼고, 그 사람이 오길 바라며 울고 있는 모습이 모델 포스의 겉모습과는 좀 따로 놀았지만, 이런 캐릭터도 무척 흥미로웠달까. 특히 노무라와 시바타가 커플이 되었을때, 공수가 그렇게 결정지어지는 걸 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다는.... 노무라는 진정한 공이야~~~

callinag은 개인적으로 꽤 마음에 들었던 단편. 안하무인 오만불손 연하공이 등장하는 것이라, 작가말마따나 가장 BL스러운 설정이었달까. 하지만 여기에서의 연하공은 뭐랄까, 밉지가 않다. 보통 연하공들은 생각이 반편이 밖에 안되는 녀석들이 많은데, 나카니시의 경우 묘하게 어른스러운 캐릭터였다고나 할까. 특히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마음에 확 들었다구!!!

꿀벌의 발견은 리맨물 + 삼각관계??? 삼각관계는 대부분 끈적끈적, 찌질한 게 많은데, 이 단편은 무척이나 산뜻했다. 근데, 마토는 그런 배려를 해주고 괜찮았으려나?  

황야의 러브스토리는 작가의 데뷔작인 모양이다. (투고작이라고 하는 걸 보니) 어쩐지 그림이 좀 어설펐달까.. 그런 느낌은 있었다. 정리해고 + 이혼당한 아저씨 X 학생 커플. 나이차도 꽤 나긴 하지만 은근히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달까.

이노우에 사토의 만화는 이제 두번째이지만(사실 번역본이 두 권밖에 없다) 무척 마음에 드는 작가다. 신선한 캐릭터와 재미있는 설정, 그리고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이야기는 요즘 그렇고 그런 BL물들에 질린 나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고나 할까.

일본 서점쪽을 둘러 보니 작가의 신간이 등장!!!
제목은 オオカミの血族. 우리말로 하면 늑대의 혈족. 판타지 성향의 BL물일까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갑자기 머리를 휘익 하고 스쳐가는 생각은?애딸린 늑대(원제는 子供連れオオカミ)의 후속편이 아닐까 하는 생각. 설마 그 아들들이!? (푸하하하핫.... 망상 폭주다!) 일단은 두고 봐야할 듯.

덧> BL만화인데도 고양이가 나오는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는 나.
딱 두장면인데, 이름도 안나오는데, 고양이가 무척 인상에 남았다.
↓ 을 보면 고양이가 늘어지게 자는 모습과 토가와에게 안겨 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찰칵!



사진 출처 :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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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
시바타 요시키 지음, 권일영 옮김 / 시작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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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경력 한번의 인기 없는 미스터리 작가 사쿠라가와 히토미와 인간 뺨칠 정도의 추리력을 가진 고양이 쇼타로의 세번째 이야기.

첫번째 단편인 쇼타로와 버섯 숲의 모험은 히토미를 맡았던 편집자 이토야마가 편집부를 옮기면서 히토미에게 새로운 소재의 글을 써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시작한다. 고양이라면 있어도 그만, 없어도 아쉽지 않은 버섯과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라니, 거참 소재도 참 묘~~하다.

어쨌거나 버섯 공원으로 향한 히토미와 쇼타로, 센겐지 아저씨와 사스케, 그리고 관능소설 작가로 유명한 기사라키는 관리인에게 다양한 버섯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사스케는 기사라키에게서 흐릿한 피냄새를 감지하게 되는데!? 기사라키는 범행을 저지른후 버섯 공원으로 향한 걸까. 쇼타로와 사스케의 추리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단편에서 무척 인상적인 것은 역시 다양한 식용버섯과 독버섯에 관한 이야기이다. 또한 더 나아가 이 문제가 자연보호나 환경 문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 흥미롭다. 쇼타로 시리즈를 읽다보면 왠지 삼천포로 빠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바로 이 단편이 그런 느낌이었달까.

토마시나와 푸른 달을 비롯해 토마시나가 나오는 단편들은 고양이들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와 여러 가지 사건 해결에 관한 것이다. 토마시나가 등장하는 단편은 토마사나와 푸른달, 폴로 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핑크로 총 3편이나 된다. 또한 토마시나와 함께 사는 동거묘 곤타의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미있는데, 토마시나는 도쿄에 살기 때문에 쇼타로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고, 지나가는 고양이 1쯤으로 등장한달까. 쇼타로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에 토마시나와 곤타가 함께 사건 해결을 위해 추리한다는 설정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토마시나는 라일락 포인트의 샴고양이로 쇼타로와 곤타를 모두 좋아한다. 혈통서가 있기에 교배는 같은 라일락 포인트의 샴고양이와 가능하는 것이 문제랄까. 토마시나를 데리고 있는 사람인 야마가타는 토마시나를 몇 번이나 시집 보내려고 해도 토마시나는 거부한다. 사람들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 곤타는 거세묘이고, 쇼타로는 잡종이니까 - 사랑일지라도 토마시나는 꿋꿋하게 지켜낸다.

토마시나편에서의 사건은 웃지 못할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 하나와 야마가타를 뒤쫓는 스토커 문제, 그리고 하나는 살해된 한 사람과 자살한 한 사람에 얽힌 비밀과 그 사건의 진상에 관한 것이다. 모든 사건에서 곤타가 쇼타로만큼이나 뛰어난 추리력을 보여주는데, 용케 야마시타는 곤타의 행동에서 그것을 눈치챈다. (사실 쇼타로의 동거인 히토미가 둔한 거지만...) 

쇼타로와 비밀의 화원 살인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그것도 온실에서 발생한 밀실살인사건!? 과연 마고이치를 불러내 그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 사건 역시 살인 사건이란 것과 더불어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문제점이 함께 거론된다. 그렇다 보니 첫번째 단편인 쇼타로와 버섯 숲의 모험에서 언급된 환경문제와 자연보호 등에 관련된 이야기와 이어지는 느낌이다. 기술의 발달과 문명의 발달은 분명 인간에게 잇점을 가져다 주었지만, 반대로 인간은 창조와 보호보다는 파괴쪽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는 그런 이야기랄까. 

사건의 경우 밀실 살인, 그리고 다잉 메세지(이 경우 글로 썼다기 보다는 범인의 외형적인 모습을 표현하려고 했다) 등 본격 추리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설정이 나온다는 것도 흥미롭다. 또한 센겐지 아저씨가 함께 있기 때문에 쇼타로의 추리뿐만 아니라 센겐지 아저씨가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즐겁다. (히토미는.. 가끔 소 뒷걸음치다 쥐잡는 격의 도움을 준다.)

쇼타로와 늦여름의 스파이 작전은 학교 문제와 관련된 단편이라 볼 수 있다. 친구의 괴롭힘, 등교 거부 등 요즘 아이들의 힘겨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야 할까. 더불어 유괴 사건까지 등장한다. 헨젤과 그레텔이 작은 빵조각을 뜯어 집으로 가는 길을 표시한 것처럼, 유괴된 아이는 자신의 흔적을 배지로 남긴 것. 확장해서 보면 청소년 범죄와도 관련이 있는 사건이라, 그냥 읽고 넘기기엔 좀 껄끄러운 부분이 확실히 있다. 아무래도 미성년자 범죄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범죄를 따라한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 단편이자 표제작인 고양이는 고타쓰에서 웅크린다를 보면, 앞으로 쇼타로와 히토미의 행보가 짐작된다. 확실히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히토미는 지금 사귀는 사람을 따라 도쿄로 옮길 공산이 크다. 드디어 쇼타로의 영원한 연인 토마시나가 있는 도쿄로?
쇼타로는 하지만 여기에도 친구가 있다. 유괴사건을 도운 긴타도, 사스케도, 다마사부로, 첼시 등 많은 친구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음을 절대 알리 없는 히토미. 이럴때는 고양이로 태어난 쇼타로가 무척이나 안쓰럽다.

쇼타로와 곤타를 동시에 사랑하는 토마시나, 자신을 짝사랑하는 이토야마에 대한 약간의 미련과 지금 사귀는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조금은 흔들린 히토미. 왠지 둘은 많이 닮아 있다. 더불어 고양이가 보는 인간, 인간이 보는 고양이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런 점이 고양이 탐정 쇼타로의 모험 3권의 또하나의 재미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라는 미스터리물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소재를 끌어들인 에피소드에, 밀실살인과 다잉메세지같은 본격 추리 소설 느낌, 또한 결혼사기, 유괴, 청소년 범죄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소재로 쓰고 있는 쇼타로 이야기 3권은 가볍지만 절대 가법지 않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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