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이 부르는 소리 잭 런던 걸작선 4
잭 런던 지음, 곽영미 옮김 / 궁리 / 2009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잭 런던의 책을 처음으로 만난 것은 십여년전 강철군화를 읽으면서였다. 그러다가 작년 궁리출판사에서 새롭게 잭 런던 걸작선을 펴내면서 비포 아담을 읽게 되었고, 또다시 시간이 지나 올 여름 야성이 부르는 소리를 읽게 되었다. 이건 아마도 몇달전에 읽은 다니구치 지로의 동토의 여행자 때문이리라. 동토의 여행자에 수록된 작품 중 잭 런던의 화이트 팽을 바탕으로 한 만화가 있었고, 그때문에 잭 런던의 소설 중 알래스카를 무대로 하는 또다른 작품인 야성이 부르는 소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야성이 부르는 소리에는 총 세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야성이 부르는 소리는 벅이라는 개를 주인공으로 혹한의 알래스카에서 살아남으며 자신의 본성을 되찾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뜻한 남쪽 지방, 판사의 저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던 벅이 인간의 욕심에 의해 알래스카의 썰매견으로 팔리게 된다. 처음에는 인간에게 반항하고, 다른 개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던 벅은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에 순응하며 서서히 적응해나가게 된다.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벅은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세상으로 발을 디디게 된 것이다.

1800년대 말,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금광때문에 골드 러시가 일어나게 되고, 그곳에 수많은 백인들이 찾아간다. 얼음과 눈의 땅이 알래스카를 횡단하기 위해서는 썰매개처럼 유용한 운송 수단이 없었고, 벅을 비롯해 수많은 개들이 썰매개로서 이용된다.  

단지 운송 수단으로 이용되던 개들에 대한 인간들의 학대, 개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서열 다툼과 썰매개로서 이용되는 개들의 참혹한 죽음 등은 너무나 잔혹해서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인간이 지배하는 세상에서의 개들은 그저 이용가치에 따라 평가된다. 따라서 벅은 이 사람에게 팔렸다가 저사람에게 팔렸다가 하는 물건 이상의 효용가치이외의 가치는 없었다. 게다가 개들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다른 개들을 비롯해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늑대들에게도 맞서야 한다.

인간의 지배하에 있지만 혹독한 자연과 자신의 목을 물어 뜯으려는 다른 개들 사이에서 살아 남기 위한 알래스카는 생존의 각축장이자 벅에게 숨겨진 본성을 조금씩 드러내게 만든 야생이기도 했다. 썰매개로서의 주인에 대한 복종, 썰매개들 사이의 우두머리 각축전등은 잔혹하기만 했다. 야생에서는 인간보다 더 강한 존재이지만, 몽둥이에 길들여져 인간의 종속물이 된 썰매개들. 벅도 그렇지만, 난 특히 데이브의 이야기에서는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다 죽어갈 지경이 되어서도 썰매를 끌기 위해 움직이던 데이브. 죽어가면서도 썰매을 끄는 일이 자신의 사명이라 여기는 데이브를 보면서 인간은 저만도 못한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몽둥이와 엄니의 법칙, 날것 그대로의 야생이 존재하는 알래스카에서 벅은 손턴이라는 사람을 만나 처음으로 사랑이란 것을 받게 된다. 그리고 손턴이 키우는 개들을 만나면서 개들사이에서도 엄니의 법칙만으로 지배와 피지배가 아닌 유대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 행복도 잠시, 손턴과 손턴의 개들의 죽음으로 벅은 완전히 야생으로 돌아가 버리게 된다. 자신을 붙잡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었기에....

여기에 등장하는 벅은 세퍼드와 세인트 버나드의 잡종으로 몸무게만 70KG에 육박하는 초대형견이다. 따라서 개의 조상인 늑대의 피를 많이 물려받은 개이기도 하다. 벅의 몸속을 타고 흐르는 야성의 유전자, 그리고 좋은 머리와 타고난 보스기질은 벅을 생존의 각축장에서 살아남게 만들었다. 만약 벅이 유약한 성향을 가진 개였다면 알래스카에 끌려가기도 전에 수명이 다했을지도 모르겠다. 벅이 생각하는 것중에 무척 인상깊었던 것은 양심이나 도덕성은 야생에서의 삶에서 사치요 허영이란 것이었다. 생존이란 것 앞에서는 어쩌면 도덕성이란 것은 따질수 없을 정도의 무가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문명화된 인간사회. 아이러니컬하게도 인간은 문명화될 수록 야만성이 더 커진다. 야생에서는 필요를 위해 희생이 불가분하지만, 문명화된 사회에서는 목적에 의한 희생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웃으면서도 뒤로는 사람을 짓밟고 우위에 올라서려 한다. 그러는 동안 양심도 도덕성도 사라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사회 아래에서는.... 야성이 부르는 소리를 읽으면서도 인간 사회를 떠올릴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리라.

두번째 수록작품인 불을 필우기 위하여는 무척이나 짧은 단편이다. 알래스카에서 오랜 시간 살아온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혼자 길을 떠난 한 남자. 극한의 추위와 사투를 벌이며 생존을 위해 온갖 몸부림을 치지만 결국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스러지고만다. 그러나 자연의 힘에 굴복했다기 보다는 인간으로서 의연한 죽음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어쩌면 인간의 가소로운 자존심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작품인 북쪽 땅의 오디세이아는 원주민들의 땅에 들어온 백인과 그 땅의 부족장인 한 남자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랑하는 여인을 백인에게 빼앗긴 아쿠탄의 추장 나스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거친다. 유색인이라 손가락질 받고, 처음 보는 세상에 힘겨워하면서도 사랑하는 여인의 행적을 쫓아간 나스. 그런 그의 앞에 다시 나타난 여인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버렸다. 그새 백인 사회에 물들여져 자신의 기반이었던 고향을 싸그리 잊고 만 것이다. 이 이야기는 짧지만 무척 많은 것을 시사한다. 평화로운 공존의 땅에 침략한 백인들의 원주민에 대한 만행은 이루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자연과 공존하고 자신의 처지에 만족하면서 살던 원주민들을 문명화시킨답시고 백인들이 보여준 새로운 세상은 원주민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소수부족이 사라지고, 빈곤의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하다.

세편 모두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골드 러시 당시를 무대로 하고 있다. 개, 백인, 그리고 원주민의 추장을 각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알래스카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그러한 것은 작가 잭 런던이 직접 알래스카에서 2년간 생활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잔혹한 존재도 혹독한 존재도 아니다. 자연이 잔혹하고, 혹독하다고 여기는 것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자연은 필요 이상의 낭비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필요 이상의 낭비를 하고 있다. 거대한 존재인 자연앞에서는 인간도 그 일부일뿐이다. 벅이 본성을 찾고 야성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지배하기 보다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벅도 자연의 법칙을 따랐다. 오직 인간만이 그렇지 못할 뿐이다. 지금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러브 스토리 - 뉴 루비코믹스 949
니시다 히가시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오오오오오옷.....
표지를 보자마자 기괴한 함성이!!!
표지에 등장하는 인물은 수도사처럼 보이는 사람과 기사가 아닌가.
이거이거 중세로구만..
이제껏 읽어 본 니시다 히가시의 작품들은 현대물에다가 대부분 리맨물이었다. 가끔은 야쿠자나 마피아같은 특수직업(?)에 종사하는 등장인물도 나왔지만, 중세물은 처음이다. 이거 완전 기대!!!

이 단행본에는 총 두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러브 스토리는 중세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두번째 작품인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는 현대물로 역시 니시다표 리맨물이다.

러브 스토리, 그 제목만으로도 짠해지는 기분이 드는 건 아마도 에릭 시걸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러브 스토리가 떠올랐기 때문이리라. 너무나도 아름다운 사랑이었으나 비극으로 끝나버린 사랑.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팠던 그 영화. 그렇다면 동명의 제목을 가진 이 만화는 어떻게 진행될까.

순례 여행을 떠난 다니엘은 어려서 수도원에 버려진 인물로, 신에 대한 믿음을 강요받으며 살았지만, 완전히 신을 믿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남성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며, 순례 여행을 통해 구원을 얻을 것인지, 타락하게 될 것인지의 무거운 숙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다니엘이 만난 사람은 농노 출신의 기사의 아들인 레오나르도. 레오는 사랑하는 여인 로자에게 구혼하기 위해 무술 대회에 참가했지만, 결과는 참혹한 실패로 돌아가고, 강도를 만나 빈사의 상태에서 다니엘 일행에게 구해진다.

자신의 신에 대한 믿음과 자신의 속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다니엘과 기사로서의 자존심(레오의 말에 따르면 긍지)로 오만불손한 레오는 첫만남부터 삐걱대기 시작하지만, 함께 있는 동안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이 열리게 된다. 결국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산티아고까지의 순례 여행을 함께하게 된 두 사람앞에 시련이 닥쳐오고야 마는데.....

사랑하는 로자를 위해 목숨을 걸 생각을 하는 레오와 그런 레오를 보면서 레오를 보내줄 수 밖에 없는, 그리고 레오의 행복을 빌어줄 수 밖에 없는 다니엘을 보면서 애틋한 마음이.... 사실 레오가 로자를 구하러 가는 건 기사로서의 긍지였으니까.... 잔잔하면서도 너무나도 애틋한 두 사람의 사랑, 과연 그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자세한 것은 책으로.. )

두번째 수록 작품인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는 역시 니시다 표 만화로구나..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작품이다. 리맨물에 중년의 상사와 게이 부하의 사랑이니까. 물론 해외 출장이라는 양념이 빠졌으면 심심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우연이 자꾸 겹치면 그것도 운명이라고 하니, 두 사람 사이에는 운명이란 게 틀림없이 존재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음.... 뭐랄까. 재미있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종종 일어난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에게 문득 사랑을 느끼게 된다던지, 함께 고난을 겪으며 서로에게 마음이 기운다던지.. 그런 건 아마도 일상을 벗어난 일탈의 공간이기에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겠지. 하지만, 돌아와서도 그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 그건 정말 사랑이 아닐까?

애틋하면서도 짠하고, 그러면서도 유머 코드가 잘 살아 있는 니시다 히가시의 러브스토리.
역시나 날 절대 실망시키지 않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기도연대 雨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이길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항설백물어, 우부메의 여름, 망량의 상자, 그리고 광골의 꿈. 이제껏 내가 접한 교코쿠 나쓰히코의 작품들이다. 항설백물어는 에도 시대 경극정을 배후로 하는 괴이한 이야기에 대한 것이고, 그 나머지 작품은 모두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하는 근대물이며, 교코쿠도 시리즈라고도 하는 작품들이다. 

백기도연대 雨 역시 쇼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교코쿠도 시리즈와 달리 탐정 에노키즈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 있다. 추젠지 아키히코를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로 꼽는 나로서는 이 책이 에노키즈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읽는 것이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에노키즈가 나오면 추젠지도 나오는 것이니 - 생각해보면 교코쿠도 시리즈라 해도 추젠지의 등장 분량은 많지 않다. 사건 해결할때만 집중적으로 등장하니까 - 또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라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총 세편의 중편이 실려있는 백기도연대 雨는 앞서 언급한 책들과는 좀 다른 면이 눈에 많이 띈다. 추젠지가 이렇게 까칠까칠한 인물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고, 에노키즈는 정말 최고의 바보 제왕이군 하는 생각도 들고, 기바 역시 저렇게 난폭한 면이 많았나 싶기도 하는등 등장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끔 만들었달까. 하지만 미안하게도 세키구치는 어느 책을 봐도 똑같다.. (笑)   

세편 모두 에노키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중심인물로 등장하긴 하지만, 화자는 '나'이다. 읽으면서 계속 위화감을 느꼈던 것은, 내가 '나'의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다는 것. 생각해 보니 에노키즈와 추젠지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나'의 이름을 계속 바꿔가면서 불렀는데다가, 처음부터 이름이 안나왔으니 내가 알 턱이 있나! 결국 마지막 문장에 나오긴 했다. 뭐, 마지막의 애교랄까? 

장미십자탐정단 - 난 이 이름만 보면 웃긴다 - 의 탐정 에노키즈. 그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바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볼 수 있다는 것으로, 에노키즈는 이 능력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 왔다. 그는 남자도 반할 미모에 옛귀족의 후예이자 재벌의 아들이지만, 방약무인, 안하무인한 태도와 내키는대로 내뱉는 말버릇,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뭉뚱그려 제왕학을 공부한 바보 황태자 캐릭터라고나 할까. 그런데, 에노키즈는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가는 것이 또 미스터리한 일이다. 물론 내가 직접 겪지 않고 다른 사람이 당하는 걸 봐서 그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이런 독특한 캐릭터는 하나로도 충분할 것 같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특이하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사건을 의뢰했다가 어느새 에노키즈의 '하인'이 되어 온갖 사건에 다 끼어드는 '나'도 마찬가지 일테지만.

나리가마는 이 작품들의 화자인 '나'가 에노키즈에게 의뢰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윤간을 당한 친척 여동생을 위해 에노키즈를 찾아간 '나'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지만 결국 에노키즈의 능력을 믿게 된다. 범행을 저지른 일당들을 처리하는 것에 더불어 정치인의 뇌물 수수사건까지 한방에 해결! 왠지 이런 면은사회파 미스터리처럼 보이지만, 추젠지란 인물과 에노키즈란 인물이 있음으로 해서 독특한 재미를 준다. 특히 솥단지를 걸어 놓고 주문을 외고 제를 올리는 추젠지와 결혼식장에서 모든 걸 까발리는 에노키즈를 보면서 이렇게 유쾌하면서도 통쾌할 수가~~라는 생각이... 

두번째 작품인 가메오사는 거북을 뜻하는 가메와 항아리를 뜻하는 가메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을 웃었던 작품. 도대체 어떤 가메를 원하는 거야??? 집안에 수없이 널려있는 항아리에 대한 공포를 가진 여성과 그 여성이 감추고 있던 집안의 비밀, 그리고 서화 및 골동품 위조단과 사채업자 등을 한방에 처단하는 에노키즈와 추젠지의 활약은 역시 최고!

세번째 작품인 야마오로시는 예전에는 사찰이었다가 지금은 요정 비슷하게 바뀐 야쿠세키사료의 비밀을 파헤치는 작품이다. 바늘두더지가 구경하고 싶어 사건 해결에 몸소 납신 에노키즈와 그 일당들. 인기 없는 작가 세키구치와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시마가 등장하는 작품도 바로 이 작품이다. (가메오사에서는 기바가 나온다.) 평범했던 절이 왜 갑자기 특별 회원들만 출입하는 요정같은 곳으로 변해 버렸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밝히는 일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언뜻 보면 괴이쩍은 일은 별로 없어 보여도 속을 탈탈 털어보면 괴이쩍은 일 투성이의 사건들. 그리고 그 괴이쩍은 일들을 더욱 괴이쩍은 방법으로 해결하는 에노키즈, 추젠지 등등등의 활약을 보면 유쾌통쾌상쾌하다. 이점이 교코쿠도 시리즈와 좀 다른 점이 아닐까. 교코쿠도 시리즈는 추젠지의 활약이 두드러져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지만, 백기도연대는 괴이한 사건을 괴상한 방법으로 해결하니 말이다. 특히나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에노키즈의 악담과 횡포, 그리고 완력의 사용은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후련하다. (물론 현실에서 이러면 문제가 크겠지만...) 

하지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번역 부분에 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동분서주라고 쓰면 더 좋을 것을 동서분주(맞는 표기이긴 해도 익숙치 않다)라고 쓴 것이라거나, 경거망동을 경고망동으로, 등쌀을 등살로 표기한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은 생각도. 그러나 일단은 유쾌상쾌통쾌한 스토리 전개와 교코쿠 나쓰히코 특유의 괴이한 이야기, 일본 특유의 소재가 주는 맛은 여전히 흥미롭다. 

에노키즈와 장미십자탐정 사무소의 관련인들이 분쇄할 다음 사건은 어떤 것일지, 백기도연대 風편도 무척이나 기대된다.
다음 사건도 시원하게 분쇄해주시길 고대하고 있겠나이다, 에노키즈사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괭이 씨가 받은 유산 미래의 고전 17
조장희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호오.. 괭이씨가 받은 유산이라....
책 제목을 보고 난 문득 몇년전에 본 해외 토픽을 떠올렸다. 부자 할머니가 자신의 고양이에게 엄청난 액수의 유산을 남겨주었다는 기사. 그 기사를 본 내게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하나는 그 할머니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했고, 믿지 못했던 가여운 사람이란 생각과 또하나는 자신이 죽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사랑하는 고양이의 미래를 위한 배려란 생각이었다. 나 역시 지금 5마리의 개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라 당연히 후자쪽이 아닐까 짐작한다. 나는 아직 삼십대이지만 내가 혹시라도 불행한 사고나 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남은 녀석들을 누가 돌봐 줄까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다. 실제로 내가 동물병원에 근무할때 그런 사연으로 병원에 보내진 녀석이 있었기 ?문이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가지만 사람이 돌봐주던 동물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가여운 운명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괭이씨가 받은 유산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난 첫페이지를 펼쳤다. 주인공은 숫고양이 미요. 반려인의 사랑을 담뿍 받고 자란 녀석으로 바깥 세상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몸은 어른이지만 아기같은 녀석이다. 늘 행복하기만 할 것 같았던 미요. 하지만, 미요의 묘생은 한순간에 뒤바뀌게 되어버렸다.

미요의 반려인은 총 세 번 바뀌게 된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돌봐 준 첫번째 반려인은 미요를 예뻐하긴 하지만, 친구의 말에 솔깃해져 자신의 친구에게 미요를 보낸다. 그곳에서 미요는 쥐를 잡으라는 명령을 받지만 이제껏 살면서 쥐를 본적도 없는 미요에게 있어 쥐잡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또한 발톱까지 몽땅 깎였으니 잡으려고 해도 잡을 발톱도 없었다. 게다가 음식은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 미요는 갑자기 변해버린 자신의 주변 상황에 당황하기 시작하고, 적응하지 못해 힘겨워한다.

그 집에는 집에서 키우는 두마리의 강아지인 재롱이와 아양이, 마당에서 지내는 진돗개 진돌이가 있다.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미요는 진돌이와 지내면서 진돌이에게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진돌이의 고향이야기며 진돗개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 등은 미요에게 지겨운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미요는 집안에 있는 재롱이와 아양이를 만나 그들이 겪은 사연이며, 개농장에 사는 개들 이야기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책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좀 편파적인 내용이 아닌가 하는. 반려동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는데, 유독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와서 심기가 좀 불편해졌다. 또한 성대 수술이나 중성화 수술에 대해 무조건 나쁜 것이라고만 나와서 그것도 좀 불편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양이의 사연에는 가슴이 아팠지만...) 요즘은 아파트처럼 공동 주거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 보니 개짖는 소리에 민감해지는 이웃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경우 성대 수술을 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 모두를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슈나우저나 코카 스파니엘의 경우 짖는 소리가 무척 크기 때문에 이웃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결국 키우느냐 못키우느냐 때문에 반려인이 고민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성대 수술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내 입장에서는 - 동물 병원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 그런 성대 수술은 찬성하는 편이다. 물론 개는 원래 짖는 동물이란 생각을 하고, 그것이 가엽기는 하지만, 버려지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개나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고양이의 경우 발정기가 수시로 찾아 오는데, 이럴 경우 가출하는 고양이도 많고, 우는 소리때문에 이웃과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개 역시 번식 스트레스란 것에 시달리게 된다. 그럴 경우 중성화 수술을 해주는 것이 건강에도 좋고, 가출하는 사태를 막을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쏙 빼놓고 무조건 성대수술, 중성화 수술이 나쁘다고 말하며, 집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전부 자신의 반려동물을 장난감 취급한다고 말하는 듯 하다. 그런 수술이나 처치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도 그렇게 생각하기 쉬울텐데,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할 것인가하는 걸 생각하면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물론 마지막으로 미요가 만난 할머니와 털보 아저씨의 경우, 동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앞의 이야기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뒷이야기가 조금은 묻혀버린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미요는 미요란 이름대신 괭이란 이름으로 생선가게 할머니와 살아가면서 자신의 본성을 조금씩 되찾는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요즘 세상에서 고양이의 본성대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점에 대해 쉬이 수긍하긴 힘들다. 길고양이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하고 처참한데... 태어나 기껏 1~2년을 사는 게 길고양이의 운명이다. 로드킬을 당하거나, 사람들에게 학대를 당하거나, 약을 먹고 죽기도 한다. 그런 삶이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시골 고양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요즘은 쥐도 거의 없어졌고, 논이며 밭에는 농약을 뿌려 고양이들이 잡아먹을 개구리도 벌레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양이의 본성만 찾으면 다 해결이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이야기가 부정적인 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미요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배우게 되었고, 자신의 모습을 찾아서 사는 것이 행복이란 것을 배웠다. 또한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주는 면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미요가 받은 진정한 유산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난 마지막 문장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미요와 길고양이 나나 사이에 태어난 새끼들... 그 녀석들은 길고양이로 살아갈 것이고, 자유롭기는해도 위험한 세상을 헤쳐나갈 수 밖에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 작가는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중 책임감이 없는 사람들이나 반려동물을 장난감 취급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강조하고 싶은 생각에 이런 이야기를 주욱 나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좀 편파적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물론 나도 개농장이나 고양이 발톱 수술같은 것을 비롯해, 새끼때는 작아서 귀여워하다가 크다고 버리는 사람들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치 반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다는 듯 전개되는 흐름에는 고개를 저을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 책이니만큼 더 공정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 시대를 살아 가는 동물들과 그들을 사랑하는 책임감있는 반려인들의 입장을 좀더 생각해주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미치오 슈스케의『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 여전히 생생하다.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본 끔찍한 사건과 그 뒤에 숨겨진 경악할 진실들. 게다가 여동생의 정체를 알았을 때의 섬뜩함은 정말 최고였다. 그후 읽었던『외눈박이 원숭이』역시 독특한 소재와 개성 강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던 기억이 난다.그리고 섀도우. 과연 이 작품은 또 얼마나 강한 임팩트를 내게 남길 것인가하는 기대로 책의 첫장을 펼쳤다.

소설은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가 진행된다. 특히 어린 소년의 눈으로 보는 어른들의 이야기와 어른들이 보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 대비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어른들은 흔히 아이들은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사소한 것 하나도 잘 기억을 하고, 때로는 어른보다 더 깊은 이해력의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편 아이들은 어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잘 이해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의 차이가 어른과 아이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가지 사실에 대해 여러 가지의 반응과 대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고 있는 오스케는 엄마를 암으로 잃었다. 그후 아버지 요이치로와의 생활이 시작된다. 엄마의 빈자리가 크긴 하지만, 오스케와 아빠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그후 조금씩 아버지 요이치로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게다가 오스케의 친구인 아키의 엄마가 자살하고, 아키는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오스케의 주변은 삽시간에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도대체 오스케 주변에서는 무슨 일이 생겨나는 것일까. 그리고 오스케에게 자꾸만 보이는 환상은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일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이라고 하기에 탐정이 나오는 소설인줄 알았더니, 내가 생각하던 본격미스터리와는 좀 달랐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되는 그런 소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오스케의 환각과 미즈시로의 환각, 아버지의 이상행동, 메구미의 자살, 아키의 교통 사고등이 차례로 일어나면서 왠지 판타지가 가미된 그런 소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탐정이 나오지 않으면 어떠랴, 온갖 트릭이 난무하지 않으면 어떠랴. 이 책은 그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과 그 사건의 이면에 감춰진 무서운 진실.
소설 중반부부터 난 오스케의 아버지 요이치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보였으니까. 아키가 요이치로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고, 요이치로의 컴퓨터에서 메구미의 유서가 발견되는등 속속 드러나는 사실은 요이치로를 마치 범인처럼 보이게 한다. 게다가 직장에서의 행동 역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내 짐작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이 '그것'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는 걸 알았을 때 깜짝 놀랐다. 전혀 의심스럽지 않았던 사람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란 것, 그리고 메구미 자살에 감춰진 두 개의 다른 진실에 대해 경악했다.
어찌보면 나오는 사람들 모두 제대로 된 사람들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복선이란 장치였고, 후반부에 들어 깔끔하게 설명이 된다. 즉, 모든 것이 납득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오스케에게 모든 집을 지우기엔 그 짐의 크기가, 무게가 너무 컸던건 아닌가 싶다.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도 추악한 어른들의 세상이었기에. 또한 결말 부분이 너무 구태의연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특히 편지 형식으로 사건에 대한 진실이 소상하게 밝혀진다는 것도 자주 보는 형식이라 그다지 달갑지는 않았다. 최근에 읽었던 야쿠마루 가쿠의 허몽 역시 이 비슷한 전개 구도를 보였던지라 - 물론 허몽보다는 섀도우가 먼저 나왔다- 이런 것이 유행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스토리 자체로는 흠잡고 싶지 않다. 왠지 세상사와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보인 이야기가 사실은 현실에 굳게 발을 디딘 이야기였다는 것이 주는 임팩트는 꽤나 큰 편이었으니까. 또한 그냥 넘겨버릴 수 있었던 이야기가 작가가 치밀하게 배치해놓은 복선이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이자 오스케의 성장 소설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힘겨운 일을 차례차례 겪으면서 오스케는 조금씩 성장해간다. 어른들에게는 아이는 아직 아이일뿐 자신이 의지할 상대는 되지 못한다. 그러나 오스케는 이런 일들을 겪으며 하나의 존재로 부쩍 성장하게 된다. 오스케와 요이치로의 관계에서 오스케만이 요이치로에게 의지하고 기대는 존재가 아니라 요이치로 역시 오스케에게 기대고 의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니까. 그러하기에 추악한 진실들이 난무하는 이 소설의 끝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제까지 읽은 세편의 작품 모두 만족스러웠다. 색다른 미스터리를 차례차례 보여주고 있는 미치오 슈스케. 그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