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이야기 1
모리 카오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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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리 카오루란 이름은 엠마란 만화를 통해 들어봤다. 하지만 그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아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신부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마음에 구매를 하게 되었다. 원래 순정만화를 질색하는 편이라 불안감이 들긴 했지만, 책을 읽는 순간 내가 왜 주저하고 고민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즉,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는 소리다.

19세기 중앙 아시아을 배경으로 하는 신부 이야기는 아미르란 20살의 신부가 12살의 어린 신랑 쿠르르크와 결혼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당시의 조혼 풍습으로 보자면 쿠르르크는 결혼하기에 적당한 나이일지도 모르겠으나, 아미르가 20살이란 건 나이가 꽤 많다고 보여지지만, 쿠르르크의 가족들은 그녀를 따스하게 받아들인다. 1권의 이야기는 아직은 쿠르르크가 어려서 사랑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일단은 따스한 가족 이야기와 당시 유목민과 정착민들의 이야기라 보면 될 것같다. 

유목민의 생활을 하다가 정착민으로 살아가는 에이혼가(쿠르르크의 가족)과 여전히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아미르의 가족 하르갈가의 차이점을 보여주는 장면은 본문 곳곳에 등장한다. 특히 말을 타고 달리면서 사냥을 하고, 천막에서는 어떤 생활을 하는지 몸소 보여주는 아미르의 모습과 쿠르르크의 가족이 사는 마을의 모습은 무척이나 대조적이면서도 무척 재미있다. 


이 작품에서 역시 제일의 캐릭터는 아미르다. 위 사진은 작가 후기에서 아미르의 성격과 성품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정말 완벽에 가까운 캐릭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손끝도 야무지고, 사냥도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잘한다. 특히 아미르가 만들어준 쿠르르크의 조끼는 정말 예뻤고, 말을 타고 달리며 사냥하는 모습은 정말 멋졌다. 

성격적인 면을 보자면 사냥을 한 후 사냥감을 멋지게 손질하고, 말 안듣는 조카에게 단호한 면도 보이지만, 쿠르르크가 감기에 걸려 아플 때는 어쩔줄 몰라하며 걱정하는 모습에 강한 모습만을 가진 여성은 아니구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쿠르르크 역시 어린 신랑인줄만 알았더니, 아미르의 나이가 많다고 걱정하는 친척어른들의 말에 아미르에게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도 하는 등 어른스러운 면이 많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듬직한 신랑이 이런 신랑이 아닐까 싶다.


1권임에도 불구하고 등장 인물의 수는 꽤 많다. 하지만 워낙 세심하게 등장인물 사이에 차이를 두어 모습으로는 헷갈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가가 정리를 쫙 해놓은 모습을 보니 정말 친절한 작가야 라는 말이 절로... ^^

아미르외에 정말 멋진 여성이라 꼽을 수 있는 건 역시 할머니 바르킬슈다. 아미르의 오빠가 아미르를 돌려달라고 왔을때 멋지게 대응하던 할머니의 모습. 할머니 역시 젊은 시절엔 명궁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이 시기, 이 배경에 안어울리는 스미스의 존재도 무척 흥미로운데, 당시 유목민들이나 정착민들을 연구하는 백인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스토리도 정말 따스하고 예쁘지만, 작화도 끝내준다. 섬세한 융단의 무늬며, 옷의 무늬, 장식품의 조각등을 비롯해 등장하는 동물들까지 작가가 얼마나 신경을 많이 써서 그려낸 작품인지 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특히 이 장면은 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던 장면으로 아미르와 쿠르르크의 다정한 한때를 그린 모습이다. 이 한 장면만 봐도 얼마나 작화가 섬세한지 단박 알 수 있다.

1권은 아미르가 시집와서 한가족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과 아미르의 성격과 성품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 신랑 쿠르르크의 존재감은 아미르에 비해 훨씬 못미치지만, 애들은 금방 자라니까 멋진 청년으로 자라날 쿠르르크의 모습이 너무나도 기대된다. 그리고 지금은 그냥 돌아갔지만 아미르를 다시 돌려달라고 할 것 같은 하르갈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걱정스럽다. 하지만, 에이혼가의 따스한 가족들과 어리지만 듬직한 꼬마 신랑, 그리고 강인한 아미르를 보며, 이들은 닥쳐올 위기를 잘 극복하리란 생각이 든다. 우리에겐 생소한 유목민들과 정착민들의 생활 풍습과 가족 생활을 보여주고 있는 신부 이야기, 2권도 얼른 만나 보고 싶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94P, 195P, 160~1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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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 위의 연애사정 - 뉴 루비코믹스 938
나오노 보라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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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노 보라는 소심한 자의 행복을 보면서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그 뒤에 본 손끝으로 사랑을에서 좀 실망을 했었다. 그래서 요번에는 마지막일지도 모를 기대를 걸었건만....
아아. 역시 좀 아니다 싶다.

책 표지를 보면 한사람이 좀 나이든 티가 난다. 그래, 중년이 등장하는군.
사실 중년 캐릭터라 해도 매력있는 캐릭터만 난 언제나 O.K이다.
그러나, 여기에 등장하는 두 중년 아저씨 모두 기대 이하랄까. 에휴휴휴휴,..
당신들 땜에 다른 중년들도 욕을 먹는게야!!!

일단 표제작인 피부 시리즈에 등장하는 인물은 학교 미술교사인 야마지와 샐리리맨인 츠키시마. 우연한 만남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두 사람은 상대에게 알리지 못할 초조함을 가지고 있다. 야마지의 경우 자신의 외모에 대해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고, 츠키시마의 경우 야마지가 자신을 좋아하는 건 자신의 몸때문이란 생각을 한다. 그렇다 보니 서로에 대한 접근 방식이 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든달까.

자신의 외모와 몸에 대해 컴플렉스가 많다 보니 야마지는 자연히 츠키시마에 대해 몸과 외모에 대한 칭찬만 늘어놓고, 츠키시마는 그런 야마지를 보면서 상처를 받는다. 또한 야마지는 컴플렉스가 심해 자신이 왜 츠키시마에게 사랑을 받는지 모른다. 이거 참. 난감하네.

중년의 나이쯤 되면 사랑하는 사람은 눈꼽마저 이뻐보인다는 사실을 까먹게 되나? 하여간 예쁜 몸, 멋진 몸이란 감탄사를 연발하며, 자신도 멋진 몸매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야마지를 보면서 이 아저씨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 보니 한편으로는 츠키시마 입장도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렇게 자기 살을 깎아 먹는 사랑에 정말 행복하니?라고 묻고 싶기도 하다.

연애통은 츠키시마의 친구 아오키와 그가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의 이야기이다. 아오키는 뭐랄까, 야마지에겐 엄청 건방을 떨더니만 미즈사와에게는 데레데레하는 캐릭터랄까? 난 츤데레이길 기대했두만.. 이거 뭐, 이 녀석도 츠키시마랑 똑같잖아?

이 커플도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해서 연하공이 쫓아다니다가 연결되는 게 피부 시리즈와 똑같다. 좀 다른 점이라면 미즈사와는 야마지와 달리 근육맨에 무뚝뚝한 아저씨랄까. 그치만 속좁은 것 똑같다. 뭐, 그리 오해를 잘해??? 에휴....

두 커플을 보면서 뭐랄까, 왜 이리 찝찝한 기분이 드는거지? 물론 중간중간 정말 연인같은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있었지만, 안좋은 점이 많으니 좋은 점도 다 묻히더이다. 
문득 이, 아좌씨들, 철 좀 드셔!!!라고 외치고 싶더라는....

마지막에 나오는 노래시리즈는 요괴와 인간의 사랑인데, 뭔가 좀 색다른 면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것도 역시나 공감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너무 많았달까. 도대체가 전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에휴...

솔직히 말해서 별로다. 내 취향은 절대 아니다.. 라고 말할 수 밖에.
씬으로 시작해 씬으로 끝나는 그런 느낌이랄까. 캐릭터들에 공감할 수 없으니 당연히 매력없어 보이고, 그렇다 보니 그들이 무슨 말, 무슨 짓을 해도 마땅찮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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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고양이 마코
마에다 케이코 지음, 윤나영 옮김 / 니들북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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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양이가 참 좋다. 어렸을 때부터 개와 고양이를 비롯해 네발달린 동물을 좋아했었지만, 키울수는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게 되었다. 개와 고양이, 성격이나 성향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을 보면 마음이 누그러지고 편안해지며 행복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렇다면 '못생긴' 고양이 마코는 우리에게 어떤 행복을 전해줄까?


사진 왼쪽이 마코, 오른쪽이 시온이다. 마코는 페르시안 + 재패니즈 숏헤어의 믹스묘(반려인은 외계묘로 추정)로 동물 광고 기획 프로덕션에 소속되었다가 그 사업체가 문을 닫으면서 약 100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동물병원에 맡겨졌다. 일명 좋은 혈통의 고양이들이 바글바글한가운데에 있던 마코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저자외에는....
시온은 정확한 품종이 나와있지는 않지만 노르웨이 숲 고양이로 보인다. 북실북실한 목털이 아주 앙증맞은 녀석이지만, 고속도로에 버려져 있었다고 한다.

위의 사진을 보면 왜 마코보고 못생긴 고양이라고 하지?라는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책 표지의 강력한 포스를 내뿜는 어린 시절의 마코의 모습이나 본문에 수록된 수많은 마코의 사진을 보면 왠지 좀 납득이 가기도 한다.
페르시안 혈통이 섞여 있다보니 주둥이가 짧고 눌려 있으며, 그래서 깊은 팔자주름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래서 묘한 표정을 지을때 독특한 얼굴이 나오는 것일지도..


이건 마코를 옆에서 촬영한 모습이다. 사진밑에 있는 글을 보면 '사실은 짧은 다리가 아니'라는 반려인의 글이 있다.
음.... 나도 동의하는 바이다. 이렇게 고양이 등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면 마코의 말랑말랑 뱃살이 축 쳐저서 다리가 짧아 보일 뿐이니까. (사실 우리 보리도 다리가 그다지 짧지는 않지만, 주체할 수 없는 뱃살때문에 다리가 훨씬 짧아 보인다) 보통 이런 포즈는 경계할 때의 포즈이지만, 역시 마코답게 이 포즈는 기분이 너무너무 좋을 때의 포즈라고 한다. (역시 마코는 독특해)(笑)


마코의 독특한 얼굴 표정이나 행동은 책 곳곳에서 눈에 띈다. 왼쪽 사진은 일명 신데렐라 노래 놀이 포즈(우리 집에선 이렇게 부른다. 양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살짝살짝 흔들어주면서 신데렐라 노래를 부르면 저런 표정이 나온다)인데, 마코의 표정이 아주 못마땅하다. 그래도 반려인을 생각해서 꾸욱 참고 있는 마코의 얼굴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오른쪽 사진은 아저씨 포즈. (그러나 마코는 아가씨다) 얼마나 편하면 고양이가 저런 포즈로 앉아있을까 싶다. 보통 저런 포즈는 그루밍할때 많이 나오지만, 마코의 경우 편안하게 앉아 있는 포즈가 바로 저런 것이다.


난 이 책에 나오는 수없이 많은 마코의 얼굴과 표정과 행동을 보면서 수도 없이 웃었지만, 이 사진에 완전히 빵빵빵 터지고 말았다. 졸지에 해바라기가 된 마코. 아니 태양인가??? 마코의 동그란 얼굴이 강조되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물론 당하는 마코 입장에서는 못마땅하겠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중에 이런 장난 한 번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나 역시 마찬가지. 가을이 되어 배나 사과가 박스로 들어올 때 배 포장지나 사과 포장받침을 우리 개들과 고양이들에게 씌워놓고 손뼉치며 좋아했었다. 정말 그 모습은 웃기기도 하지만,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특히 배 포장지의 경우 엘리자베스 칼라를 떠올리게 하고, 사과 포장 받침은 해바라기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책에는 정말 많은 사진이 실려 있다. 이는 마코의 놀이중 모습을 찍은 사진을 모은 페이지인데, 너무너무 앙증맞아서 꼭 껴안아주고 싶을 정도다. 특히 발랑 뒤집어져 보이는 말랑말랑한 포도 젤리(고양이 발바닥)며, 깃털인형을 꼭 쥐고 있는 찹쌀떡(고양이발)은 만져보고 쥐어보고 싶은 충동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수많은 사진을 보면서 반려인이 마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마코는 얼마나 사랑스러운 고양이인지 한껏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자다가도 마중나오는 마코의 모습, 집안을 이리저리 뒤지고 다니는 사랑스러운 궁뎅이, 아직도 길고양이 습성을 완벽히 버리지 못한 동생 시온을 돌보는 모습이나 시온과 장난치는 모습등을 담은 사진은 반려인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마코와 시온과 함께 보내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마코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다거나 마코와 함께 하는 시간이 별로 없다면 그런 사진들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동물들은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거나 표정이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그런 생각이 깡그리 날아갈 것이라 생각한다. 풍부한 표정, 풍부한 몸짓으로 풍성한 감정을 전달해 오는 마코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행복한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동물은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으로 표정으로 행동으로 감정을 전달해 온다. 사람들과는 같은 언어를 쓰면서도 말이 안통하고 마음이 안통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동물들과는 비록 언어로는 말이 통하지 않을지는 몰라도 감정으로 마음이 통하게 되는 기적같은 순간을 느낄수 있다.

한때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버려진 마코가 특별한 고양이로 거듭나게 된 것은 반려인의 애정어린 시선과 사랑이 담뿍 담긴 행동에서 비롯된 거라 생각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모든 반려인들에게 있어 자신의 반려동물은 모두 특별한 존재가 된다. 마코 역시 반려인에게 특별한 고양이가 되었고, 반려인은 마코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이런 것이 바로 운명이란 게 아닐까?

못생긴 고양이 마코에는 시온의 이야기가 거의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2편에서는 마코와 시온, 그리고 새롭게 입양한 막내의 이야기로 구성되었다고 하니 무척이나 기대된다.

못생긴 고양이가 아니라 수없이 많은 독특한 얼굴 표정을 가진 백면상묘(百面相猫) 마코. 난 네게 반했어~~~~♥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51+ 71p, 46p, 24+ 86p , 34p, 80~81p)

덧붙임> 우리 곤냥마마님들


삼색 냥이가 보리, 고등어 무늬가 티거. 전에 찍어둔 사진 중 마코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장면 모음. (사진 출처 : 본인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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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고양이야? - 베틀리딩클럽 저학년 그림책 2002 베틀북 그림책 10
기타무라 사토시 지음, 조소정 옮김 / 베틀북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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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고양이야?
무슨 뜻이지? 언뜻 든 생각으로는 나와 고양이를 놓고 양자택일을 하란 것으로 들린다. 내가 좋아, 고양이가 좋아? 라던가, 나를 선택할거야, 고양이를 선택할거야? 라던가...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책을 펼쳤다.

어느 날 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마녀는 이상한 주문을 외고 사라진다. 별일 아니겠지 싶어 잠이 든 니콜라스는 다음날 아침 뭔가 심히 수상쩍은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건 바로, 니콜라스와 고양이 레오나르도의 몸이 뒤바뀐 것. 이거 어쩌면 좋아라고 하면서 발을 동동 구를새도 없이 니콜라스의 몸을 한 레오나르도는 학교에 가게 된다. 그리고 레오나르도의 몸을 한 니콜라스의 하루도 시작되었다.

니콜라스는 고양이가 되니 나른해진다. 한숨 푹 자고, 집안을 탐험하다가 집을 어질러 쫓겨나고, 담장을 걷다가 동네 고양이들과 싸우다 담장 밑으로 떨어지고, 평소 친하게 지내던 개인 버나드에게 쫓기기까지 한다. 니콜라스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학교에서 돌아온 레오나르도를 만나는데, 그후부터 레오나르도의 움직임이 심상치않음을 본다. 모습은 자신의 모습 - 니콜라스의 모습-인데 하는 짓은 영락없이 고양이이기 때문이다. 고양이문을 통해서 들어오려 하고, 바닥을 기고, 운동화를 물어 뜯고, 가구에 손톱을 갈고, 털실을 가지고 놀다가 온몸에 칭칭 감고, 고양이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는 등 해괴한 일을 벌인다.

니콜라스는 그런 레오나르도를 보면서 슬슬 헷갈리기 시작한다. 저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진정 나인지, 고양이 레오나르도인지. 그래서 나온 말이 나야? 고양이야?

하지만 이 책이 단지 사람과 고양이가 뒤바뀌어 벌어지는 해프닝에 대한 이야기만을 하고 있을까? 문득 사자성어 중 역지사지(易地思之)란 단어가 떠오른다. 나와 상대의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는 뜻의 역지사지. 니콜라스는 단 하루뿐이긴 하지만 고양이 레오나르도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 경험해 보았다. 집안을 어지른다고 엄마에게 혼난 후 쫓겨나고, 동네의 힘센 고양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개에게까지 쫓긴다. 늘 나른하게 집에서 졸고만 있는 것처럼 보여도,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는 것처럼 보여도, 레오나르도도 자기 나름대로 힘겨운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니콜라스 입장에서는 늘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을 하는 레오나르도가 내심 부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일단 레오나르도는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니까! 초등학생이든 중고교생이든 학교에 가기 싫은 때가 꼭 온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학교에 가야 하지만, 레오나르도는 늘 집에서 졸고만 있는 것처럼 보이니 니콜라스에게 있어서 그것 하나만큼은 정말 부러울 지도 모르겠다. 물론, 다른 의무에서도 마찬가지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레오나르도는 인간으로서의 하루가 어땠을까? 인간은 이렇게 불편하게 사는구나,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면서 사는구나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자신의 자유로운 삶에 더욱더 고마움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레오나르도는 말이 없다. 다만 나의 짐작일뿐)


책 표지도 그렇지만, 본문에 수록된 그림이 다른 동화책과는 확실이 다른 점이 보인다. 그건 바로, 만화같다는 것이다. 알고 보니 작가인 기타무라 사토시는 스스로 만화광을 자처하는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런 그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이 이 그림들이다.

특히나 이 장면은 니콜라스의 몸을 하고 학교에 다녀온 레오나르도가 몸은 인간인채로 고양이 행동을 하는 걸 보여주고 있는데, 한편의 만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고양이의 습성을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그대로의 모습을 한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나와버렸다. 물론 그 모습을 보는 니콜라스의 마음은 절대로 그렇지 않겠지만 말이다.

경쾌한 그림과 판타지와 현실적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나야? 고양이야?는 상대의 입장이 되어봄으로서 상대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니콜라스가 만약 레오나르도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았다면, 레오나르도 나름의 고달픈 삶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을까?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우리는 동물이 될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상대에 대해 선입견을 먼저 가지기 보다는 먼저 상대의 입장을 헤야려 볼 수는 있다.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도 상대에 대한 배려는 할 수는 있지 않을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24~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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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특별한정판 (틴케이스 + 이병률 사진엽서 6장 포함)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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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국 문학에 무심했고, 한국 음악에 무심했던 나로서는 이 책의 저자 이름이 낯설기만 했다. 책 날개를 봐도 저자에 대한 건 생년과 나이탐험가란 단 두 줄 뿐. 처음엔 에세이스트인가 싶었다가 책을 읽으면서 '가수'란 것을 알게 되었고,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언니네 이발관'의 리드 보컬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요즘은 탤런트나 영화 배우, 가수들이 이런 저런 책을 펴내는 걸 보면서 뭐 그렇고 그런 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게다가 고스트 라이터는 따로 있겠지 싶은 생각도...
하지만 왠걸..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너무나 날것같은 이야기로 가득했기에...

목차를 보면 소제목이 붙은 이야기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그리고 그것은 1~4번이라는 숫자로 분류되어 있다. 순간 당황했던 건 당연지사. 뭔가 연관성있는 이야기들로 묶인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책 내용 역시 그랬다. 알고 보니 이건 이석원씨의 공개 일기를 한 권으로 묶어 놓은 것이었다.

공개 일기라.. 일기란 것은 원래 비공개적인 것이 아닌가?
난 일기를 써놓고 - 내가 쓴 것임에도 불구하고 - 부끄러워서 못읽는데, 이렇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낸 글을 대중들에게 공개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일기라고 해서 너무 주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주관적인 경험과 생각을 드러내면서도 약간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일기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속사정을 다 들여다 보는 느낌이 아니라 친구가 내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시간 순으로 씌어진 것은 아니었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이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가 어린 시절의 추억 이야기도 나오고, 가족의 이야기도 나오고,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나온다. 때로는 그저 끄적거린 것처럼 보이는 단 몇줄의 문장이 있는 글도 있었다. 아마도 작정하고 에세이로 써야지 하고 썼으면 나오지 않았을 그런 편안한 기분이 담뿍 들어있었다고나 할까. 

연애란, 사랑이란 뭘까. 그리고 결혼과 이혼이란 뭘까... 라는 것은 나에게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서른이 넘게 살면서 연애 한 번, 사랑 한 번 못해봤다는 것은 거짓말일테니..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본적 없다는 것도 거짓말일테니까.... 여러번의 사랑과 연애, 이별의 과정을 거쳤던 나와 저자가 거쳐왔던 나날들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기도 하며 - 이러한 것은 역시 사랑과 이별이란 것의 습성에서 나온 공톰점일거다 -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나와 다른 연애에 대한 이야기 - 이건 지극히 개별적이고 당사자들만이 아는 이야기 - 에 아, 이런 연애도 있구나, 이런 사랑도 있구나 싶었다.

또한 나와 나이 차이가 그다지 많지 않은 저자의 어린 시절 추억이나 친구들 이야기, 형제들 이야기는 내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내 동생과의 관계, 현재 내 부모님과의 관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특히나 엄마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서 코끝이 찡해지기도 하고, 나름대로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다.

가수로서 살아가는 자신의 이야기나 다른 가수들의 이야기는 나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속은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자 보통의 존재로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살짝 당황하기도 하고, 나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거나 하는 걸 보면서 동질감을 느껴보기도 했다.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문득 든 생각은 아, 이 사람 무척 외롭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아닌척 쓴 글도 있지만, 그렇게만 느껴지는 건 왜일까. 아마도 나 역시 어쩌면 조금은 외로운 사람이니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지구별에서 외롭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러하기에 사람을 만나고 사랑을 하고, 친구를 만나 우정을 쌓고, 가족간의 유대감을 쌓아올리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해서 나도 주변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도감을 느끼면서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때로는 특별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다시 보통의 존재로 돌아오기도 한다. 그걸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건 역시 사랑을 할 때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특별한 사람, 특별한 사랑을 받다가 이별을 통해 보통의 존재를 넘어 타인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삶에는 굴곡이 많다. 하지만 그 굴곡을 넘고 지나야 또다른 길이 나온다. 때로는 평범한 게, 보통의 존재가 더 좋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날 슬프게 할 수도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평범한, 보통의 존재로 지내기조차 힘들다. 오죽하면 평범하게 사는게 최대의 목표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지만, 그 노력을 게을리 할 수 없는 건, 그곳에 행복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때로는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상처받고 상처입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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