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장례식
홍작가 글 그림 / 미들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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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반복이다. 누군가를 만나면 반드시 언젠가는 이별할 날이 온다. 그것은 죽음이란 형태로 올 수도 있고, 서로의 합의란 형태로 올 수도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사랑의 끝이 바로 이별이다. 하지만 이별이란 것은 늘 가슴아프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사랑과 이별에는 애틋함, 후회, 미련, 집착이 늘 따라 다닌다. 하지만 후회와 미련과 집착을 늘 안고 살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별을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낼지라도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고 남은 후회와 미련과 집착을 떠나 보내야 한다. 언제까지나 과거에 연연해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고양이 장례식에는 총 세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고양이 장례식은 2년을 사귀다 헤어진 연인들이 함께 키우던 고양이 구름이의 장례식을 치르면서 재회하고, 그들의 지난날을 돌아 보는 이야기이다. 헤어진 후 만나게 되는 건 무척이나 어색한 일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헤어진 순간 완전한 타인이 되는 것이 연인들이니까. 오랜만에 다신 만나 두 사람의 어색함, 그러나 곧 두 사람은 서로의 기억 저장소를 뒤적인다. 하지만, 그들은 과거를 구름이의 추억과 함께 떠나보낸다. 더이상 그들은 과거의 행복했던 그들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때 불던 바람은 서로 앙숙이던 상사와 부하가 함께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관한 일이다. 현재의 여자 친구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있는 정후는 과거에 사랑했던 혜민을 잊지 못한다. 이탈리아에 두고 온 사랑, 그녀는 잘 지내고 있는 걸까. 상사인 강부장은 오랜 과거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는 사람으로 불행한 결혼 생활 후 지금은 이혼을 한 상태이다. 그들은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이 놓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흘려 보낼 결심을 한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은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오늘의 커피는 커피 마스터와 수수께끼의 여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녀는 늘 같은 시간에 와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 누군가는 결코 오지 않는다. 그녀가 품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맞는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이라 생각했지만,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흐름을 타고 있다. 앞에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은 뒷이야기에서도 잠깐씩 겹쳐진다. 스너프킨의 말대로 세상 모든 사람들은 연결되어 있는 것일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우리 세상은 한없이 넓어 보여도 그리 넓지 않을지도 모른다. 작디 작은 인연이 모이고 모여 우연같은 필연을 만들어 내는 것인지도 모르지. 

작가는 우리에게 이들의 이야기를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상당 부분 독자가 상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들의 재회와 새로운 만남은 미래의 이야기이기에 살짝 그 순간만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끝낸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또다른 시작을 맞이하게 되는 거야.. 라는 것처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애틋하고, 안타까웠다.
추억은 늘 달콤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추억에 집착하게 마련이다. 그것이 자신을 갉아 먹는 존재란 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국 그걸 인정해야할 때가 온다. 지나간 일들을 떠올리는 사람들의 어깨에 내려 앉은 한숨, 절망, 그리움. 바위처럼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무게는 그들이 미련, 집착, 후회를 내려 놓음과 동시에 깃털처럼 가벼워져서 날아갔다. 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무거움에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앞을 보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번 펼치고, 두 번을 펼치고..
그리고 책을 덮은 순간 다시 펼치고 싶은 고양이 장례식.    
좋은 작가의 좋은 책을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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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야 (양장)
전아리 지음, 안태영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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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 후반이라... 그것도 1년만 있으면 서른줄에 접어드는 스물아홉이라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열아홉에서 스물로 넘어가는 시기는 불행끝 행복시작이란 느낌이지만, 스물아홉에서 서른이면 행복끝 불행시작이란 느낌까지 들게 된다. 고교생에서 대학생, 혹은 직장인이 된다는 것은 부모의 간섭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한발짝 내딛는다는 기쁨과 앞으로의 생활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하게 되지만, 이십대에서 삼십대로 넘어가는 길목은 그리 마음이 편치가 않다. 결혼은 안할거냐는 주위의 시선, 몇 년동안 해온 직장 생활에서 느끼는 회의감 등 이래저래 마음이 무거운데, 나이까지 괴롭히니 그야말로 가슴에 커다란 바위가 놓인 기분일거다. 뭐, 나는 이미 삽심대 중반이니 스물 아홉의 동생들을 보면 '그래도 넌 아직 이십대잖냐.. 언니는 벌써 계란 한 판을 채우고, 아이스크림 종류의 갯수를 넘어 중년으로 가는 나이란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생겨나기도 한다.

시작부터 왜 스물아홉이란 나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늘어 놓았냐고? 왜냐하면 이 책의 주인공 정운은 올해 딱 스물아홉이기 때문이다. 정운은 계약직 사원에다가 회사에서는 존재감이 별로 없는 여성이다. 게다가 원래 말수도 적고, 튀는 걸 싫어 하다 보니 건조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란 딱지가 붙어있다.

이렇다 할 꿈도 목표도 없다. 남들처럼 일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도 찾지 못했다. 자주 만나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다.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사랑마저 끝이 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걸까. 이제껏 삶을 뒤집어엎을 만한 어떠한 모험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라고 둘러대곤 했지만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 와서 두 손을 들여다 보니 딱히 잃어버릴 것도 없다. 생각해보면 모험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에는 열정의 증거가 없었다. (29P)

그런 그녀에게 어느날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온다. 그건 바로 시리우스란 아이돌 그룹과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는 여자아이를 보며 혀를 끌끌차던 정운이 아이돌 그룹의 팬이 되다니!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 새는 줄 모른다고 정운은 그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에 급속도로 빠져들어 간다. 우연히 만난 여고생과 암표 거래를 하고, 그들의 녹화장에 몰래 숨어 들어가는 등 아이돌의 광팬이 된 정운은 하루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늘상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여 찍소리 한 번 못했던 정운의 변화는 상큼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런 정운을 보며 쓴소리도 한다. 사실 여고생도 아니고 과년한 처자가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닌다는 건 - 그것도 띠동갑 정도의 - 주위에서 보기엔 정상으로는 안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아이돌 그룹에 맛을 들인 이상 그 맛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정운. 어쩌면 아이돌 그룹은 정운에게 있어 일탈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의 팬이었던 적이 있다. 초등학교때는 소방차를 좋아했고, 그후 20대 초반에는 H.O.T를 좋아했고, 20대 후반에는 비를 좋아했다. 동물병원에서 일할 때 같이 일하는 수의사 선생님에게 난 비를 좋아해요, 라고 말했더니, 그 선생님 왈 '샘은 비 이모뻘아니예요?'라는 말에 속으로 은근히 열받았다는. 확실하게 말해두지만 비와 나는 10살도 채 차이나지 않는다. (칫) 하지만 그때는 그저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앨범만 사서 들었을 뿐이지 콘서트를 보러 간다거나 방송국에 간다거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다.

그후 30대에 들어선 나. 결국 작년에는 일본 성우가 나오는 행사를 보러 가기도 했다. 직장 동료의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분당에서 인천 공항으로 날아가 공항 게이트에서 성우가 나오길 목빼고 기다렸다. 와우, 처음으로 그런 걸 해봤는데, 이거 은근 짜릿하고 좋았고, 다음날 성우 공연 2부를 모두 관람하면서 소리 지르고, 손 흔들고 난리를 쳤다.

정운을 보면서 작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돌 스타에 푹 빠져버린 정운의 마음이 너무나도 마음에 잘 와닿았다고 할까? 빡빡한 일상에 치여 시름시름 반건어물녀가 되어갈 때 정운에게 구원의 빛을 보여준게 바로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였다. 일상에서는 맛보지 못할 즐거움과 일탈의 기분을 그들과 함께 하면서 느끼는 정운을 보면서, 정운씨 힘내!!라고 응원해 주고 싶었다.

정운은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다가 두 사람의 남자와 만나게 된다. 한명은 정운에게 가짜 암표를 팔았지만, 아이돌 스타의 팬의 세계에 좀더 가까이 할 수있도록 만든 주희란 아이의 사촌 오빠인 우연. 우연은 다정다감하며 배려심이 깊은 스위트한 타입의 남자이고, 한 사람은 '얌전히 살고자 하는 사람의 전투 본능을 끌어낸다 (125P)'는 소리를 듣는 안하무인에 까칠한 성격이 돋보이는 방송국 PD 형민이다.

우연과의 만남은 편안하고 따스하지만 끌림이란 게 없고, 형민과의 만남은 불편하고 눈만 마주치면 싸움이지만 끌림이란 게 존재한다. 우연과의 키스는 달콤하고 따스하지만, 형민과의 키스는 짜릿하고 뜨겁다. 이 정도만 봐도 정운이 누구에게 끌리고 있는지 확실하지만, 정운은 두 사람 누구에게도 쉽사리 다가서지 못한다. 아마도 이들을 만나기전 사귀던 동주가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일도 있었고, 또 곧 다가올 삽십대란 것이 부담스러워 정운이 쉽사리 마음을 굳히지 못했다는 것도 수긍이 간다. 이런 정운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차라리 짝사랑이 속편하다는 정운의 생각은 그녀의 속내가 어떤지 보여 준다.

인생의 어느 한 부분에도 내 뜻대로 시럽을 부을 수 있다면, 복잡하게 엉킨 인연의 선들을 단숨에 녹여 주고 실수를 망각한 채 늘 달콤하게 살아갈 수 있을 텐데. (155P) 


형민에게 끌리지만, 그와 사랑을 시작하는 건 두렵다. 게다가 형민의 마음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당연히 사랑에 주저하게 되지 않을까. 거기에다 계약직 사원에서 잘리지를 않나,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리를 다치지 않나 정운에게는 시련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고진감래라고 힘겨운 시간은 점점 희망찬 날들로 바뀌어 간다.

왠지 한편의 로맨틱 코미디를 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특히 사사건건 부딪히는 두 사람이 사실은 서로 끌리는 관계였고, 나중엔 일도 사랑도 성공한다는 결말. 그래서 결말 부분은 약간 틀에 박힌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20대 후반의 싱글 여성의 일과 사랑, 그리고 그 나이 또래의 심리 묘사가 무척이나 잘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운과 우연, 형민 외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눈에 띄는 캐릭터는 여고생인 주희, 정운의 상사였던 조팀장, 그리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고무공 같은 성격의 정운의 언니가 있다. 이들의 등장은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재미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나도 누나의 팬이 되어줄 사람을 찾으세요" (231P) 라는 현우의 말처럼, 정운은 이제 자기 자신의 팬이 되어 잘 살거라 생각한다. 그 길을 찾기까지 수없이 많은 잘못된 길로 들어서기도 했지만, 정운의 방황은 이제 끝이다. 방황끝, 행복시작!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2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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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 엄마와 함께 보는 세계의 미술 그림 보는 아이 13
브리기테 바움부쉬 지음, 이주헌 옮김 / 비룡소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봤을 때, 내 입에서는 작은 감탄의 소리가 먼저 나왔다. 털하나 하나까지 섬세하게 표현된 아기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것이다. B. 바움부쉬가 펴낸 책들 중 고양이 편은 고양이를 표현한 예술 작품들의 사진을 모은 책으로, 고양이의 다양한 자세, 표정, 행동, 성격등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예술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아동용 책답게 본문은 간략한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본문 뒤에 수록된 덧붙이는 이야기에서는 어른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게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위 사진은 고양이의 각각 다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의젓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도 있고, 나비를 보며 나비를 잡으려 뛰어오를 채비를 하는 고양이도 있다. 왼쪽은 이집트의 청동 고양이, 왼쪽은 중국의 자수 고양이이다. 화려한 장식을 하고 있는 이집트의 청동 고양이는 이집트의 여신 바스테르의 화신이라고 한다. 또한 오른쪽에 있는 자수 고양이는 정말 자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섬세한 표현이 일품이다.

이외에도 싸우는 고양이와 다정한 고양이, 움츠리고 있는 고양이와 한껏 으스대는 모습을 하고 있는 고양이도 있다. 이들 그림 중에는 고야의 유화도 있고, 팝아트 작가 앤디 워홀의 드로잉도 있다.


고양이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여기에서는 종으로 나누기 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 즉, 고야잉들의 다양한 색과 무늬에 대한 내용을 보여준다. 검정 고양이는 카바레의 포스터이고, 흰 고양이는 일본 도자기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강렬한 색감의 그림은 프란츠 마르크의 작품으로 실제로 빨간 고양이는 없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외에도 중세 동화 책에 실린 줄무늬 고양이라든지, 양털로 짠 러그에 있는 고양이, 다양한 글씨로 이루어진 고양이의 모습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고양이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고양이의 행동을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클레의 작품이 있다. 파스텔톤의 색감이 너무나도 예쁘며, 고양이 머릿속에 있는 새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오른쪽에 있는 작품은 얼굴은 고양이인데 몸은 사람이다. 이 조각을 만든 칼루사족이 호전적인 부족이었다는 설명을 보면 얼굴은 고양이가 아닌 퓨마나 표범을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정확한 설명이 없어 좀 아쉽다.

그외에도 말하는 고양이 펠릭스, 노래하는 고양이, 씨익 하고 웃는 체셔 고양이 등 정말 다양한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고양이의 특기인 쥐잡기와 관련한 작품들이 있다.

얇은 책이지만 다양한 미술 작품을 통해 고양이란 동물에 대한 여러가지 특성을 보여 주고 있는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나같은 어른에게는 다양한 미술 작품을 접하는 기쁨을 전해주리라 생각된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4~5p, 10~11p, 18~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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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통방통 나눗셈, 귀신 백과사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통방통 나눗셈 신통방통 수학 2
서지원 지음, 심창국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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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문득 든 생각은 수학에 관한 이야기로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음... 수학이라... 난 사실 초등학교때부터 산수란 걸 별로 안좋아했다. 구구단을 외기도 싫었지만, 외우지 않으면 혼이 나니까 눈물이 그렁그렁해가면서 외곤 했던 기억이 난다. 문득 옛날 기억이 떠올라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책은 동화로 시작한다. 나래라는 왕공주병 여자 아이가 등장하기에 나눗셈에 관한 이야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난 깜짝 놀랐다. 어라라? 나눗셈 이야기가 아니었어?? 궁금증을 꾹 참고 책을 읽어 가기 시작했다. 나래의 집은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한다. 예쁜 학용품이며, 악세사리 등을 모두 파는 가게다. 나래는 '신상'에 홀딱 빠져 엄마에게는 말도 하지 않고 학용품이나 악세사리를 몰래 들고 가기도 한다. 그런 나래는 학교에 가서 늘 아이들의 부러움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나래는 엄마에게 혼이 나게 되고,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엄마를 도와 포장을 해야 하지만 나눗셈에 약한 나래는 포장을 할 물건 앞에서 쩔쩔 맨다.

엄마에게는 혼나고, 얻고 싶은 학용품도 얻지 못한 나래. 나래는 집을 나와 무작정 걷다가 나눗셈 버스를 발견한다. 나눗셈 버스??? 나눗셈을 가르쳐주는 버스일까라는 궁금증에 버스에 들어간 나래. 그러나 그곳은 나눗셈을 가르쳐 주는 곳이 아니라 노숙자들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는 나눔 버스였던 것이다.

나래는 그곳에서 알통 아줌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점심 준비를 돕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눗셈에 대한 것을 깨우쳐 간다.


본문은 나눗셈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는 방식으로 풀어 놓는다. 일단은 바구니 몇개를 놓고 하나씩 옮기는 것으로 나눈다는 것의 의미를 알려준다.


페이지를 조금 더 넘어가면 나눗셈의 원리를 깨우치게 하는 페이지가 나온다. 이것도 매우 흥미로운 풀이였는데, 내가 초등학교 - 실은 국민학교- 다닐때 이런 식으로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눗셈을 알려면 먼저 알아야할 곱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가 있다. 나눗셈과 곱셈의 대칭되는 원리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곱셈과 나눗셈의 의미에 대해 깨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들은 수학적인 풀이 과정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림으로 보여줌으로서 아이들의 흥미을 더욱더 유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또한 나래와 알통 아줌마가 나눗셈 곱셈을 하는 식으로 집에서도 다양한 물건으로 나눗셈과 곱셈 놀이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래는 노숙자들을 위한 점심을 준비하면서 나눗셈과 곱셈에 대해 더욱 잘 깨치게 되었다. 그러나 이게 다일까? 땀을 흘려 가며 공평하게 점심을 나누던 나래는 나눔이란 것의 의미까지 알게 된다. 우리말 속담으로 하자면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의미랄까?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행복을 배가시키는 일이다. 나래는 늘 잘난척을 하며 가난한 친구를 무시하기도 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무언가를 나눈다는 행위가 얼마나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지 깨닫게 된다.

수학적인 놀이와 더불어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나누며 부쩍 성장하는 나래.
자기 자신만을 알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이 책은 마음을 나누는 행위가 가져다 주는 행복이란 것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느끼게 만들어 줄것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나눗셈이 약한 아이들은 나눗셈에 강해지는 비결도 알게 될거란 건 확실하다.

덧붙임>


이건 부록으로 들어 있는 포스터인데 구구단에 대해 아주 재미있게 설명을 해놓았다. 병아리 다리 수를 가지고 2단을, 세발 자전거의 바퀴 수를 가지고 3단을, 자동차 바퀴수로 4단을 설명하는 것은 무척 재미있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공부란건 흥미를 유발시키는 것이 가장 큰 동기를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부터 38~39p, 50~51p, 58~59p, 부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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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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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간결한 한 문장,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도대체 재스퍼 존스란 인물은 어떤 인물이기에 문제라는 것일까. 책 뒷페이지를 보니 '왕따'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성장 소설일까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책을 읽어 보면 학교 생활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방학 기간이다.

1960년대 말, 오스트레일리아의 작은 마을 코리건은 광산과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백인들이 주를 이룬 마을로 겉보기엔 조용하고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마을이다. 하지만, 어느 날 밤 주인공이자 화자인 열세살의 소년 찰리에게 재스퍼가 찾아온다. 재스퍼가 찰리를 데리고 간 곳에는 주지사의 딸 로라의 시체가 있었다! 이 사건 하나가 이 찰리의 삶과 코리건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는다. 과연 이 소녀의 죽음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소설은 한 소녀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추악한 진실들을 보여 준다. 작은 마을이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점이 이 사건 하나로 완전히 그 속살을 드러내는 것이다. 베트남 전쟁을 위한 파병과 해고가 만연한 탄광촌의 불안감은 사람들의 배타성과 차별 의식을 역력하게 드러나게 하며, 그것은 특히 재스퍼와 제프리란 두 인물에게 집중된다.

재스퍼는 원주민과 백인의 혼혈로 마을에 나쁜 일만 생기면 무조건 범인 취급을 받는 아이로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이다. 그렇다 보니 자연히 어린 시절부터 도둑질을 하게 되고 불량스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지만 실제로 재스퍼는 거친 면이 있을 뿐이지, 뼛속 깊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다. 그저 재스퍼가 혼혈이기에,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이 마을에서는 마을을 대표할 희생양으로 재스퍼를 골랐을지도 모른다.
찰리의 친구인 제프리는 베트남계 오스트레일리아인이다. 즉, 동양계로 당시 백인 사회에서의 동양인이란 다른 유색 인종과 마찬가지로 홀대를 받던 시기에다가, 시기적 배경이 베트남전이 한창인 시대인지라 베트콩, 공산당이란 욕을 얻어 먹기도 한다. 제프리는 또래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제프리의 부모는 단지 베트남인이란 것 때문에 마을 사람에게 해꼬지를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찰리는? 찰리는 순수 백인이다. 하지만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잘하는 똑똑한 아이란 이유만으로 다른 아이들에게 배척을 당한다.

도대체가 이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를 미워할 핑계만을 찾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 정작 중요한 일에는 눈을 감고 귀를 막아 버린다. 로라의 사건이 터진 후 마을 사람들은 재스퍼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그를 무조건 가두고 폭행한다. 아직 로라의 시신도 찾지 못한 상태인데도 무조건 죄부터 자백하기를 강요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혀를 차게 만든다.

이 세상은 뭐가 단단히 잘못되었다. 너무 작고 더럽고 슬픔으로 얼룩진 세상이다. 모든 바윗돌 아래에, 모든 벽장 속에, 모든 나뭇가지들 사이에 내가 알고 싶지 않는 끔찍한 것들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이 마을 사람들이 온갖 일에 오지랖을 떨며 만사를 안정적이고 편안하고 고용하게 유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399p)

이 소설은 로라의 의문사 사건이 시작과 끝을 이루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나 찰리의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나 로라와 일라이저의 집안 문제는 소설이 진행됨에 따라 어느 정도의 예상을 끌어내고는 있지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정이란 가장 작은 공동체 안에서도 지배와 피지배가 이루어지고, 서로를 격렬히 미워하고 배척하며, 문제가 생기면 덮어 놓고 숨기려고만 한다. 가정부터 이러니 마을이라고 다른 점은 없다. 마을을 하나의 공동체로 봤을 때 그에 속할 수 있는 사람과 속하지 못하는 사람을 분명히 구분하고 희생양을 만들어 그에게 모든 죄를 덮어 씌우는 코리건 마을의 사람들. 그러나 그들에게 멸시당하고 무시당하는 재스퍼, 제프리, 찰리는 그들만의 반격을 준비한다. 불합리와 부조리에 맞서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현재형의 시제와 짤막짤막한 문장으로 몰입도를 한층 높인다. 사건 전개는 지루할 틈없이 이어져 눈을 떼지 못할 정도였다. 하나의 비극이 또하나의 비극을 가져올 거란 예상이 들어도 손을 놓을 수가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게다가 찰리의 심리에 대한 묘사도 걸출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사건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는 찰리의 모습과, 부모와 갈등하고 첫사랑에 설레하는 일상의 모습에서는 그 또래 소년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는 찰리의 모습을 보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는 오스트레일리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본문의 내용은 오스트레일리아 소설이라는 느낌이 별로 나지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인 찰리가 언급하는 영화나 소설이 전부 미국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특히 마크 트웨인의 책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그러한 점에서는 다른 오스트레일리아 작가의 작품속 내용을 언급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좀 아쉽기도 했지만, 마크 트웨인의 소설 속 내용이 책 내용과 무척이나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사회적 부조리와 불합리함에 맞서는 희생양들의 반격과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을 담고 있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 속에서 뭔가 묵직한 것이 차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배트맨과 슈퍼맨중 누가 진정한 영웅인지에 대해 토론하는 찰리와 제프리의 대화는 과연 진정한 용기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한창 사랑과 행복으로 충만해야할 나이에 어른들 세상의 추악함과 마주하게 된 소년들의 성장 소설이자 우리가 묵과하고 왜곡하는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을 하고 있는 이 소설은 문제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과연 누구인지 진지한 의문을 떠올리게 한다. 문제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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