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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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벌써 삼십대 중반에 들어선 내게 이 단어는 낯선 울림으로 다가온다. 나보다 연세가 많으신 4, 50대의 분들이라면, 그 나이는 아직 청춘이지, 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나이는 일반적인 청춘의 의미를 가지는 나이를 넘어섰다는 건 확실하다. 게다가 이 책에 나오는 윤교수가 청춘은 서른셋까지라고 하는 표현을 봐도 난 이미 청춘이란 시기를 지나버린 사람이다.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져 달콤한 씁쓸함의 여운을 남기는 그 시절, 난 꿈을 꾸고 사랑을 했다. 지금 누군가 내게 그 시절로 돌려 보내줄까, 라는 말을 하면 귀가 솔깃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그 시절과 똑같은 시절이 아니라면, 이라는 전제가 붙는다.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좌절했던 그 시절과 똑같은 날들을 보낸다는 것은 사양이다. 지금이야 그땐 그랬지, 정도의 추억거리정도로 남아 있을지 몰라도 당시에는 죽도록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이하 어.나.벨)은 정윤, 이명서, 윤미루, 단이라는 네 젊은이들의 청춘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본문에서는 정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지만, 대략 1980년대 중후반이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아닌가 싶다. 어수선한 시국을 살아가는 네 명의 이십대 남녀의 이야기는 잔혹한 성장통을 겪는 성장소설이며, 청춘소설이고,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윤교수의 죽음이 가까워졌다는 연락을 받게 된 정윤. 8년만에 걸려온 이명서의 전화는 정윤을 명서, 미루, 단과 함께 보낸 과거로 돌려보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어머니의 암투병으로 인해 고교시절부터 사촌언니의 집에서 살게 된 정윤은 바깥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내왔다.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사망하게 되고, 정윤은 휴학계를 내고 시골집에서 아버지와 1년을 보낸 후 복학을 한다. 윤교수의 강의에서 만나게 된 명서와 미루는 차후 정윤에게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된 인물이었다.
소설의 흐름으로 볼 때, 정윤과 이명서는 관찰자이며 동시에 기록자이다. 정윤과 이명서가 번갈아 가며 화자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정윤이 보던 그때 그 시절과 그때 그 사람들, 명서가 보던 그때 그 시절과 그때 그 사람들의 모습과 당시 그들의 상황을 서로 보충해주고 있으며, 정윤과 명서가 끝끝내 마주 하지 못했던 마음의 실마리를 품고 있다. 또한 정윤이 화자가 되는 글에서는 정윤과 단의 개인적인 관계가, 명서가 화자가 되는 글에서는 명서와 미루의 개인적 관계가 더욱 잘 드러나고 있다. 서로 소꿉친구였던만큼 다른 사람은 낄 생각도 못할 친밀함이 그들 안에 존재했기에...

어.나.벨에 나오는 시대의 시국은 무척이나 어지러웠다. 수시로 집회가 열려 공기중에는 늘 최루탄 가스 냄새가 맴돌아 상인들도 힘들었고, 학교는 학교대로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였다. 단의 경우 시위 현장에서 동기였던 전경을 만나게 되고, 정윤은 길을 걷다 시위 현장에 휩쓸려 다치기도 했다. 명서의 경우 직접 시위에 나서기도 했고, 미루의 경우... 미루의 경우, 제일 큰 아픔과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사랑하는 언니를 잃은 것이다. 

어머니의 투병 생활을 지켜 보며 곁에 있지도 못했던 것이 정윤의 마음에 큰 구멍을 뚫어 놨고, 그후 정윤은 서울 생활에 지독히도 적응하지 못했다. 검정색 도화지로 창문을 꼭꼭 막아둔 것만 봐도 쉬이 짐작이 간다. 휴학후 1년간의 시골 생활을 접게 만든 건, 단과 보낸 하루때문이었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는 단의 고백, 그러나 정윤에게 있어서 단은 가족같은 소꿉친구였을 뿐이다. 복학후 만난 명서와 미루. 소설속에서는 명서를 사랑한다는 말이 나오지는 않지만, 정윤의 마음을 되짚어 본다면 그걸 쉽게 알 수 있다. 명서 역시 정윤을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지만, 명서의 노트 속에서 그 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불안정한 시국 속에서 이들이 힘들고 아픈 시기만을 보낸 건 아니다. 성곽을 따라 걷던 길, 빈집에서의 며칠 등 이들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도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웠던 탓일까, 그들은 그 행복을 지켜낼 힘이 없었다. 미루의 언니에 대한 사연과 미루가 찾아다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 당시 시국이 얼마나 어지러웠고, 참혹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언니와 꼭 닮고 싶을 만큼 언니를 사랑했지만, 자신의 잘못으로 발레를 포기했고, 세상에 사랑마저 내줘야 했고, 결국 그렇게 스러지듯 저 세상으로 가 버린 언니는 미루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다. 몸에 남은 상처는 조금씩 지워질테지만, 마음에 남은 상처는 쉬이 치유되지 않았다. 그런 미루에게 정윤과의 만남은 치유의 빛을 보여준 것이었지만, 결국 미루는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단 역시 정윤을 사랑했지만, 정윤의 마음이 자기에게 없다는 걸 잘 알았다. 게다가 자신과 적이 되어 나타난 동기에 대한 충격은 그를 불면증 환자로 만들었고, 입대하게 만들었다. 다른 세상이 열릴 것이라 생각하고 자원 입대한 그곳은 또다른 지옥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팠던 건 역시 8. 작은 배 한 척이...란 부분이었다. 단에게 받은 편지와 보내지 못한 답장을 이제서야 쓰는 정윤의 모습, 그리고 단에게 일어난 일이 드러나면서 난 큰 충격에 휩싸였다. 미루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짐작정도는 했지만, 단의 일은 짐작조차 하기 싫었던 일인데, 그렇게 찾아왔다. 단에 대한 정윤의 죄책감과 미안함이 편지란 것으로, 경복궁으로 향한 발걸음이란 것으로 드러난다. 그후 미루에게 일어난 일은 명서와 정윤 둘에게 모두 방관자였다는 죄책감과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미루를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마음. 그것은 둘의 마음을 저 깊은 곳으로 끌어 내려 묻어 버리고 감춰버렸다.

인간은 불완전해. 어떤 명언이나 교훈으로도 딱 떨어지지 않는 복작함 존재지. 그때 나는 뭘 했던가? 하는 자책이 일생 동안 따라다닐걸세. 그림자처럼 말이야. 사랑한 것일수록 더 그럴 거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절망할 줄 모르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만…… 그 절망에 자네들 영혼이 훼손되지 않기만을 바라네.  (341p)

하지만 윤교수의 말대로 그건 이 둘의 책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 인간으로서는 닿을 수 없는 영역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차안과 피안의 경계에서 살아가던 단과 미루는 그렇게 스러져갔다. 

내가 정윤, 명서, 미루, 단의 나이였을때도 역시나 불안정한 시국속에서 연일 시위가 일어났다. 그때의 쟁점이 된 것은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으로 쌀개방과 관련한 집회가 많았다. 당시의 국내 사건으로는 백화점 붕괴, 다리 붕괴, 가스 폭발 사건을 비롯해 페리호 침몰 사건, 항공기 추락 사건등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던 시기였으며, 또한 내가 다니던 학교는 재단의 비리로 인해 학교내에서도 수업거부, 시험 거부등 일련의 움직임이 있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어.나.벨의 주인공들이 살던 시대와 내가 살던 시대는 약 10년이란 세월의 차이가 나며, 똑같은 사건과 똑같은 쟁점이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중심을 관통하는 문제들은 똑같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이라고 다를까. 그러하기에 작가가 굳이 시대적 배경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특정 대명사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납득이 간다. 여전히 우리는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살고 있으며, 사랑에 웃고 울고, 어지러운 시국에 대해 고민하고, 절망하고, 대항하면서 산다. 언젠가 좋은 날이 찾아 오기를 기다리며, 언젠가의 일을 약속하면서 산다. 그러나 그 순간은 너무도 힘들고 절망적이라 삶에서 손을 놓고 싶어질 때도 있다. 영원히 그 시간이 지속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시간은 언제나 밀려오지만 똑같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젊은 날에 인식하고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랬다면 누군가는 작별하지 않고 누군가는 살아남았을지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 또다른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11p)

책을 읽는 내내 무거운 기분과 우울한 감정이 번갈아 가며 달려들듯 찾아왔다. 시대의 제물이 되어 스러진 영혼인 미루와 단의 이야기에도, 그들을 방관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서로에게 끝내 결을 허락하지 못했던 윤과 명서의 이야기에도 슬픔과 아픔의 감정이 번갈아 가며 찾아왔다. 하지만, 명서가 갈색 노트 뒷부분에 적어 놓은 '언.젠.가.언.젠.가.는.정.윤.과.함.께.늙.고.싶.다.' (370p)라는 글처럼 언젠가가 지금 이순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누그러진다. 과거의 언젠가에 약속했던 것이 지금에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은 우리 인간이 현재를 살아내고,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희망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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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고양이 마코 2 - 마코와 시온과 막내 시로타로의 이야기
마에다 케이코 지음, 윤나영 옮김 / 니들북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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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눌린 얼굴, 깊게 패인 팔자주름. 짧은 다리, 통통한 뱃살, 그리고 수십가지의 묘한 표정을 가진 마코의 두번째 이야기는 마코와 마코의 동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마코 - 시온 - 시로타로로 이어지는 마코 라인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와 작가가 짧게 달아 놓은 코멘트를 보는 재미는 역시나 상상 이상이다. 특히 마코의 독특한 표정과 자세는 더욱 강력해졌달까. 또한 1편에서 잠시 소개된 시온은 초겁쟁이에 카메라를 극도로 꺼리고, 이제는 집고양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길고양이 습성을 버리지 못해 사진에 거의 안찍혔으나, 요번에는 시온의 모습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막내 시로타로의 똥꼬발랄한 귀여움까지 더해져 책을 보는 내내 행복이 마구마구 충전되었달까.

책장을 넘기면 일단 마코의 모습을 담은 작은 엽서 크기의 사진들이 주욱 나온다. 일단 그 부분을 자세히 보면서 마코의 매력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자. 아~~~ 지금도 생각난다. 마코의 사랑스럽고 귀엽고, 때로는 엽기적인 표정들이.
그후 나오는 것은 마코와 시온, 그리고 시로타로의 프로필이다. 마코 이야기 첫번째 책을 보지 않고 바로 이 책을 집어든 독자를 위한 배려랄까. 각 고양이의 겉모습을 비롯해 성격, 그리고 입양 히스토리까지 있다.

두근두근두근, 마코의 사랑스러운 모습은 요번에 어떻게 보여질까, 두근두근두근.
본문으로 들어가면 마코의 다양한 표정들이 보인다. 해달 마코, 뻐기는 마코, 오호호 마코를 보면서 내 입가에 미소가 슬슬 지어진다. 아, 이렇게 사랑스러울수가. 이렇게 표정이 다양할 수가. 역시 마코의 얼굴은 백면상이라니까!


일단 맛뵈기로 마코의 사진을 감상하고 나면 빵~터지는 사진이 나온다. 셀로판 테이프 거치대 마코와 주전자 마코. 난 주전자 마코에서 크하하하핫...하는 웃음이 터져버렸다. 정말 절묘하게 똑같다. 특히 둥그스름한 엉덩이라인과 그루밍을 하느라 힘껏 뻗은 짧은 다리. 이런 마코의 모습을 보고 주전자를 떠올린 반려인의 눈썰미에 큰박수를 보내고 싶다. (짝짝짝!)


앞에서도 언급했듯 마코의 표정은 정말 다양하다. 정말 백면상묘라고 해도 될 정도로 다양한 표정을 보이는 마코. 게다가 여기엔 중간중간 시온과 시로타로의 얼굴도 찾아볼 수 있는 재미도 있다. 하나하나 마코의 표정을 살펴보면서 웃음이 터져나오는 걸 주체할 수 없다. 아~~ 사랑스런 마코여!


고양이들은 영역 의식이 강한 편이라, 집안에 다른 고양이가 오면 처음엔 무척이나 경계를 한다. 어느정도 익숙해져야 서로를 받아들이는데, 마코와 시온의 경우 1달차이로 입양했지만, 시로타로는 몇년이 지나 입양한 케이스라 처음에는 아마도 서로간에 경계를 했을것이다. 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는 둘의 모습이 이 사진에 응축되어 있다. 마코의 발에 코를 가져다댄 시로타로. 그리고 발끝을 서로 가져다댄 마코와 시로타로의 발. 이만큼 서로를 허락했다는 뜻이 아닐까. 이 당시만해도 시로타로는 아깽이(새끼 고양이)였는듯 발크기가 마코의 발크기에 한참 못미치지만, 포도젤리와 딸기젤리가 반반씩 섞인게 꼭 닮았다. 발가락이 닮았네, 가 아니라 발바닥이 닮았네, 랄까.


시온의 모습은 언제나 안쓰럽다. 고속도로에 버려져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시온을 지배하는듯 시온은 늘 조심스럽다. 밥 먹을 시간인데도 계단에 딱 붙어 있는 모습이나 종이집에 들어가 눈만 내놓고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는 반려인의 마음은 무척 안타깝고 애틋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조금씩 적응해 이제는 새소리가 들리면 바깥을 이렇게 내다 보기도 한단다. 보통 고양이라면 창틀에 폴짝 뛰어올라가 밖을 내다보며 손을 뻗을텐데, 시온의 행동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누군가에게 눈치채이면 혼이라도 날 것처럼, 혹은 다시 바깥으로 쫓겨나지나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하지만, 마코가 시온을 잘 보살펴주니 시온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듯 하다. 마코는 시온의 좋은 언니이니까.


오옷.. 무술 경기 한 판! 마코와 시로타로의 레슬링 장면을 보면 뭔가 좀 이상하단 걸 알 수 있다. 그건 바로바로바로... 다리의 길이이다. 시로타로는 마코를 차고 있는데, 마코의 발은 시로타로의 엉덩이에도 못미친다. 숏다리의 슬픔이여... 쫙 벌어진 발바닥은 마코가 다리를 뻗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를 보여주고 있지만, 솟다리는 노력으로는 극복이 안된단다, 마코.

못생긴 고양이 마코 2편은 마코와 마코의 동생들 이야기, 마코의 더욱 다양한 모습과 표정을 볼 수 있으며, 더불어 마코의 사랑이야기도 볼 수 있다. 짧고 아쉽게 끝나버린 사랑이여~~~~  하지만 또다시 만날 수 있을거야, 마코. 그분도 널 아주 좋아하니까.

혼자 불안해하는 시온을 돌봐주고, 시로타로의 장난을 받아주며 맏이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반려인의 사랑스런 딸로서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책임지고 있는 마코. 마코는 객관적으로 볼 때 미묘에 가까운 타입은 아니지만, 성격과 행동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한다. 다른 고양이에게서는 볼 수 없는 사랑스런 표정과 몸짓은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과 행복을 전해준다. 이렇게 사는 게 행복이지, 라고 말하는 듯한 마코의 눈동자를 보며, 난 마코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네가 바로 진정한 행복 전령사로구나, 하고.

사진출처 : 책 본문 中 (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17+18p, 58~59p, 78+79p, 85+86p, 68+87p,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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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고 싶은 동네
정진국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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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여행이란 건 대부분 관광이란 목적을 가지고 떠나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때는 다른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여행기를 비롯해 관광이란 목적에 맞게 편집된 여행기들이 우후죽순처럼 발행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의 여행기를 보면 특수한 목적 - 책, 그림같은 예술품, 혹은 고양이같은 동물을 만나기 위한 - 을 가지고 떠난 여행에 관한 여행기가 많이 나온다. 그 이유는 해외 여행이란 것이 달나라 여행만큼이나 특수한 사람들이 가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많이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진국 작가의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는 책이란 것을 목적으로 떠난 여행에 관한 에세이이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고 활력을 잃은 농촌 마을과 문명의 발달로 자신의 자리를 내주게 된 책이 만나 만들어진 책마을. 이 책은 총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유럽의 다양한 책마을을 돌아 보며 저자가 보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옮겨 놓았다. 스위스, 프랑스, 베네룩스 3국의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칸디바비아 반도의 노르웨이와 스웨덴, 독일, 영국 & 아일랜드 편으로 나뉘어진 이 여행은 2007년 봄에서 2008년 초겨울까지 2년간 다닌 여러번의 여행을 바탕으로 씌어졌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스위스의 책마을은 두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프랑스어권, 독일어권, 이탈리아권 마을을 이어주는 발레의 생피에르 드 클라주의 경우, 여름에 책마을 축제가 열리고, 고서적상과 특수서적 출판인만을 위한 큰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위 사진은 스위스 주네브의 플랭팔레의 모습이다. 좌판 가득 놓여있는 책 사이에서 화집을 고르고 있는 한 신사의 모습이 너무나도 정겹다. 우리 나라같으면 양복을 쫙악 빼입은 신사가 자신의 가방을 저렿게 다리 사이에 끼워놓고 책을 고를 여유나 있을까. 사실 이런 좌판이란 것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이젠 보기 힘들다. 가끔 버스 터미널 근처에 좌판을 벌이고 책을 파는 사람들이 보이긴 하지만, 대부분 해적판 책이나 조잡한 책이 대부분이다. 매일은 아니더라도 주중에 두번씩 이렇게 열리는 책 시장의 장점은 늘 같은 사람이 같은 책을 가지고 오지 않는다는 점에 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어떤 책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은 이런 책시장의 쏠쏠한 재미가 아닐까. 


위 사진은 프랑스의 아키텐 마스다주네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이렇게 박스채로 거래된다고 한다. 1년에 딱 한번 열리는 책시장. 전국 각지에서 책과 골동품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펼치는 책마을 축제는 그날을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한다.

프랑스의 책마을은 총 8군데가 소개된다. 그중에는 프랑스 최초의 책마을인 브르타뉴 베슈렐에 관한 이야기도 있고, 4계절에 따른 다채로운 행사를 열어 책쟁이들을 불러 모으는 니에브르의 라 샤리테 쉬르 루아르도 있다. 또한 서점과 예술 공예 관련 공방을 함께 모아 책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을 뿐더러 다채로운 공방 체험을 할 수 있는 비엔의 몽모리옹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역시 제일 기억에 남는 건 브루고뉴 퀴즈리의 한 할머니 이야기였다. 폴란드 수용소 모형을 가지고 나온 할머니는 지난 역사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분이었다.

베네룩스 3국에 소개되는 책마을은 총 다섯군데. 그중 플랑드르의 담이란 곳은 연간 다섯차례의 도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곳이며, 뤽상브루의 르뤼는 유럽 최초의 책마을로 1984년에 만들어진 곳이라 한다. 유럽 최초라고 해도 30여년도 안되었으니, 책마을의 역사는 인간의 긴 역사에 비추어 볼때 아직 신생아 단계라 봐도 무관할 듯 하다.  


룩셈부르크의 비안덴의 좌판 모습과 상자에 들어있는 책들의 모습은 여느 다른 나라와 달라 보이지 않는다. 특이한 것이 있다면 릭텐스타인의 작품을 복제한 판화일 것이다. 책마을이라고 해서 책만 팔지는 않는다. 그들은 문화도 함께 파는 것이 아닐까?


네덜란드의 유일한 책마을인 헬데를란트의 브레더보르트에는 무인 판매대가 있다. 책을 구입하는 사람의 양심을 믿고 내놓은 무인판매대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시골마을이라 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하지만 그래서 더 정겹기도 하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노르웨이는 기후적 특성때문인지 여름에만 책마을을 연다고 한다. 게다가 습기가 많은 기후탓에 책은 튼튼한 양장본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습한 기후도 아닌데, 양장본이 쏟아져 나온다. 무겁고 가방에 잘 들어가지도 않는 양장본을 보며 난 늘 한숨이 나온다. 문고판 사이즈라면 휴대하기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스웨덴의 책마을인 쇠데르만란드의 멜뢰사는 평화의 책마을이다. 전직 기자 출신으로 에디오피아의 참상을 직접 눈으로 목격한 안주인의 바람이 담긴 명칭이 바로 평화의 책마을이다. 아직은 이웃나라에 비해 당국의 지원이 미미한 실정이라 어렵게 꾸려가고 있지만, 부부의 열정과 염원이 이 책마을을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으리라.  

독일의 경우 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인 만큼, 건물에 전쟁의 역사와 흔적이 남아 있다. 1미터에 달하는 두꺼운 벽, 방공호와 붕커(벙커)들은 여전히 그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브란덴부르크의 뷘스도르프의 고서적은 전쟁의 역사를 전문으로 취급한다.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로 점철되어 있다는 말이 맞다는 것을 보여주듯 수없이 쌓여 있는 전쟁관련 책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곳곳은 여전히 내전과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이는 독일의 책마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독일 책마을과 출판 시장의 장점은 단연코 다양한 번역서들이란 것에 있을 것이다. 세계 각국의 좋은 책들을 번역한 책들이 많은 독일은 프랑스조차도 따라갈 수 없으리 만큼 많은 번역서를 내놓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영미, 일본 문학이다. 그외에 간간히 프랑스나 독일 문학이 소개되긴 하지만, 사실 거의 접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일부 인기 작가들의 책이 주로 번역이 되다 보니 수많은 다른 작가들의 책은 그대로 묻혀버리기도 한다. 요즘은 여러나라의 책들이 많이 번역되어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영미나 일본 번역서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나도 큰 게 무척이나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다.

영국 & 아일랜드 편은 웨일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아일랜드의 책마을을 각각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웨일스의 헤이 온 와이는 1964년에 세계 최초로 책마을을 만든 곳으로, 책 마을을 만든 리처드 부스는 아프리카 말리의 제 2의 책마을을 조성하는 중이라고 한다.  


스코틀랜드의 덤프리스 앤드 갤러웨이의 윅타운은 '스코틀랜드 국립 책마을'로 불리운다. 이 정도면 정말 주민들이 자부심을 가질만 하지 않을까. 특히 'FAB'라는 음식 · 예술 · 책을 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지고 책마을을 부흥시킬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는 책마을이라고 해서 단지 책만을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교류하는 것이란 걸 보여주는 듯 하다. 윅타운의 사진중 인상깊은 것은 두가지. 하나는 타다남은 책으로 세워진 기념비를 찍은 사진이고, 또 하나는 응접실처럼 편안한 분위기로 꾸며진 서점이다. 응접실다운 편안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듯한 바이올린을 켜는 해골의 모습은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 아일랜드. 그곳은 개개인이 운영하는 서점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조합식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재미있다. 책마을로서의 입지를 다지는 한편, 마을 주민들 간의 친목도 도모할 수 있는 방법이니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닌가 한다.

시골 마을과 책마을이라.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날로그의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 농촌과 책이란 생각이 들어 묘하게 궁합이 잘 맞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즘은 인쇄되어 나오는 책이 아니라 전자 서적의 형태로 나오는 책도 많아졌다. 새책 냄새, 바스락 거리는 종이 소리가 없는 전자 서적은 문명의 이기가 가져다 준 편리함이겠지만, 책 자체가 주는 책의 향기는 풍기지 않는다. 방법이 어떻든 책을 읽는 게 중요하지 않냐는 반문도 하겠지만, 역시 난 책은 아날로그적인 아름다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농촌마을도 요즘 들어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농촌체험마을 정도에 그친다. 물론 그것도 환영할 일이다. 이미 도시와는 별개의 외부 세상으로 단절된 농촌마을에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니까. 우리 나라의 출판 문화는 다양성을 추구하며, 색다른 변모를 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여전히 수도권에 사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쉽다. 유럽쪽이 책마을을 먼저 시작한만큼 그들의 모습이 보기 좋은 건 사실이고, 사실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본문 중간중간 우리나라의 책문화나 출판문화를 폄하한 문장에서는 마음이 좀 불편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풍성한 사진과 다양한 책마을 이야기는 그 자체로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책마을 문화가 얼른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32~33p, 48~49p, 192~193p, 200~201p, 312~3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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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샤베트>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올여름은 유난히 길고 덥다. 장마 기간이라 해도 건장마여서 비도 별로 안왔고, 태풍이 지나가면서 그후 일주일 가량 산발적으로 쏟아지던 소나기에 의해 식었던 땅도 언제 그랬냐는듯 지금은 밤에도 후끈후끈한 열대야가 지속된다. 전기세 생각을 안할수만 있다면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 놓고 싶지만, 그후에 찾아올 전기세가 두려워 그마저도 켜지 못하고, 선풍기만 내내 틀고 있다 보니 선풍기에서도 미지근한 바람만이 나온다.


달 샤베트에 나오는 아파트의 주민들도 모두 더위에 지쳐 집집마다 선풍기며 에어컨을 틀어 놓고 더위를 피해 본다. 벌써 입추도 지나가서 매미 소리에 섞여 귀뚜라미 소리도 들려오건만, 여름은 여전히 아직 내 세상이네, 라고 하면서 물러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옆집이나 아랫집이 에어컨을 틀면 실외기의 열기가 그대로 다른집으로 전해지기에 주민들 모두 베란다 문을 꽁꽁 닫고 더욱 가열차게 냉방을 한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밤이 되어서도 열기는 후끈후끈. 그 탓이려나, 달마저 녹아내린다.
똑 똑 똑... 하고 달이 녹아내린다.
그 모습을 본 반장 할머니는 얼른 나가서 달물을 받아 그것으로 샤베트를 만든다.
선풍기도, 에어컨도, 냉장고도 모두 열심히 열심히 돌아가다 보니 결국 과부하로 인해 정전사태 발생.


주민들은 갑작스런 정전에 밖으로 나오게 되고, 환한 빛이 비치는 할머니 집으로 간다. 그곳에 준비되어 있던 건 달물을 얼린 달 샤베트. 빛나는 달샤베트를 하나씩 들고 있는 주민들의 표정이 행복해 보인다. 지구보다 차가운 달이 녹은 것이니 얼마나 시원할꼬. 달 샤베트 한 입에 더위가 물러가고, 달 샤베트 두 입에 짜증이 사라지고, 달 샤베트 세입에 시원하고 달콤한 꿈이 찾아온다.


하지만, 달이 녹아 곤란한 녀석들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달에 살며 쿵더쿵 쿵더쿵 떡방아를 찧던 옥토끼였다. 할머니는 달 샤베트를 만들고 남은 달물을 화분에 부어 달맞이 꽃을 피게 한다. 달맞이 꽃이 하늘을 비춰 달을 다시 만들어 낸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꺼버린 시원한 밤이니, 녹았던 달이 다시 동그랗게 동그랗게 커져간다.

달 샤베트는 얇디 얇은 책이지만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름마다 찾아 오는 폭염에 너도 나도 이웃 생각, 지구 생각도 하지 않고 에어컨을 틀고 있다. 이 열기는 밖으로 밖으로 퍼져 북극과 남극 지방의 빙하를 녹인다. 열기에 녹아 내린 달은 아마도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남극과 빙하의 모습을 닮아 있다. 우리가 우리만 생각하고 쓰는 물건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린 옥토끼의 이야기는 자연파괴, 환경파괴로 살 곳을 잃어 버린 야생동물을 닮아 있다. 

내 생각보다는 주변을 생각해보자. 나 하나 편하자고 하는 일들이 모이고 모이면 엄청난 파괴의 에너지원이 된다. 그것이 우리 주변에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해보자. 조금은 불편할지 몰라도, 조금은 힘들어질지 몰라도, 우리의 작은 결심과 실천이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체의 행복을 가져다 줄 작은 징검다리가 되어줄 것이라 생각하며...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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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08-2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즈야님 진짜 빠르시네요. 저는 귀신백과 사전도 안올리고 미적거리는 중인데...
참 독특하고 좋은 책이에요. 뜯어 볼수록 괜찮고요. 그런데 왠지 어른용 그림책 같은 느낌이 조금 드네요^^

스즈야 2010-08-23 22:41   좋아요 0 | URL
서평 책은 좀 미루면 금세 기한이 다가오더라구요. 그래서 열심히 읽고 얼른 썼어요... 맞아요. 저도 몇번이나 다시 읽었답니다... 얇아도 생각할꺼리를 많이 던져주더라구요. 어른용 그림책이란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 어른들이 읽으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부분도 많겠지만 말예요.
 
코드 브레이커 2
카미죠 아키미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우리에게 사무라이 디퍼 쿄우로 잘 알려진 작가 카미죠 아키미네의 코드 브레이커 제 2권.

우연히 목격하게 된 살인 현장. 그리고 수수께끼의 소년.
여고생 사쿠라코지 사쿠라는 수수께끼의 전학생 오오가미 레이의 뒤를 쫓으며 그의 비밀을 풀고자 한다. 누군가를 죽일때 보이는 섬뜩한 눈빛과는 달리 가끔은 슬픈 눈빛을 보이는 오오가미 레이는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2권의 앞부분은 1권의 내용과 이어진다. G-팔콘이라는 불량배 집단 - 야쿠자 - 경찰로 이어지는 마약 루트 섬멸에 관한 이야기가 앞부분의 내용이며, 뒷부분은 희귀 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불법 장기 매매와 관련한 이야기이다. 야쿠자의 뒤를 봐주고 거액의 돈을 챙기는 경찰서장과 그 똘마니들의 이야기는 딱히 새로울 것은 없다. 보면서 좀 난처했던 건 경찰서장이 너무 젊다는 것이었달까.

오히려 뒷부분 이야기가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불법 장기 매매란 것은 오래전부터 횡행해오던 것이지만, 특히나 희귀혈액형을 가진 사람들의 장기에 관한 이야기는 섬뜩하면서도 안타까웠다. 특히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타바타가 왜 그런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도 가지만, 결국 돈과 권력을 가진 자의 힘의 과시일 뿐이었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더 크다.

2권에서 재미있는 것은 또다른 코드 브레이커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름은 토키로 자력을 마음껏 다룰수 있다는 능력을 가졌다. 오오가미 레이와는 얼굴만 마주치면 물어뜯을 것처럼 사이가 안좋지만, 그 역시 숨겨진 사연이 있는 듯 하다. 특히 사쿠라코지의 선배 후지와라와 똑같이 오드아이를 가진 토키는 누나의 존재에 대해 슬며시 말을 꺼내는게 그건 과연 진실일까?
또한 부모를 살해했다는 오오가미의 이야기와 오오가미가 찾는 사람에 대한 언급이 나와 뒷이야기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은 역시나 새로운 사건의 도입부로 끝난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자들인 코드 브레이커인 오오가미 레이와 그의 비밀을 풀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중인 여고생 사쿠라코지 사쿠라의 이야기는 아무리 봐도 사무라이 디퍼 쿄우의 기본 얼개를 따라가는 느낌이다. 시대만 전국시대냐 현대냐이고, 사무라이와 학생이라는 것을 빼면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사람들앞에서 보이는 오오가미 레이의 모습과 그가 악인을 처단할 때 보이는 살기 어린 눈은 쿄시로와 쿄우의 모습을 하고 있다.

게다가 사쿠라코지의 캐릭터는 왜 그렇게 오지랖이 넓은 건지, 사실 왜 사쿠라코지가 오오가미 레이를 졸졸 따라다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툭하면 나서서 사람을 죽이면 안된다느니(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너도 사실은 좋은 사람이라느니(이 말도 맞는 말이긴 하다고 생각한다) 하는 통에 집중이 안되는 것도 사실. 원래 소년만화는 여자 캐릭터들을 이렇게 표현하나 싶어서 좀 불편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직 도입부 정도라 앞으로 이 만화를 더 읽어야 말아야하는 갈등이 좀 생기기는 한다. 게다가 사무라이 디퍼 쿄우처럼 독자의 상상에 맡기는 결말을 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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