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테레사, 나의 기도 - 삶이 빛이 되는 작은 기원들
마더 데레사 지음, 강윤영 옮김 / 청아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마더 데레사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분께서 살아생전 어떤 일을 하셨으며, 돌아가신 지금도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도의 콜카타에 사랑의 선교회를 세우고 가난하고 병든 자, 고아,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행한 헌신은 세상 그런 분은 다시 없을 거야, 라는 큰 감동과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누군가를 위한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아낌없이 주십시오. 사랑을 위한 믿음이 서지 않는다면 조용히 눈을 감고 기도하십시오. (사진 속의 글)

『마더 데레사, 나의 기도』는 마더 데레사의 묵상과 기도에 관한 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는 신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티안 펠트만의 글이 실려있다. 묵상에 관한 부분은 기도, 가난, 봉사, 기쁨, 죄 등 다양한 부분에 관한 묵상의 내용이다. 때로는 자신을 질책하고, 때로는 스스로를 북돋우는 글들로 이루어진 묵상은 마더 데레사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엄격한 삶을 사셨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기도편에 실린 다양한 기도에는 시간대를 달리 해서 하는 기도, 고아나 학대받는 사람, 장애인과 병자, 죽어가는 자를 위한 기도등 사회에서 소외받고 그것으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기도, 임산부나 젊은 한쌍, 뱃속의 아기등에 대한 기도도 있으며, UN이나 무기 철폐등 평화로운 지구를 위한 기도도 있다. 또한 웃음이나 기쁨 등 감정에 관한 기도나 동물에 대한 기도 등을 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위한 기도를 하신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 한다는 것, 그것은 어떤 종교이든 그 형태를 떠나 기도하는 대상을 위한 마음이 담겨 있다. 상대를 사랑하고 아끼며,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 그것은 기도란 것으로 표현되고 있는 게 아닐까. 사실 난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비종교인이다. 하지만, 마더 데레사의 묵상과 기도를 보면서 마더 데레사가 세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해 왔는지 조금은 더 깨닫게 되었다. 기도의 내용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몸소 실천하는 것은 정말 어렵고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기는 쉽다. 하지만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욕심이나 사심을 버리는 것도, 스스로 자신의 안락한 삶을 버리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마더 데레사는 자신의 평안과 안녕을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을 통해 얻으셨다니 정말 대단한 분이 아닐 수 없다.

뒤에 언급된 마더 데레사의 생애와 헌신에 대한 짧은 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해본다. 나는 과연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내가 꼭 그러쥐고 사는 것이 진정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난 아마도 죽을 때까지 내 욕심을 모두 내려놓지는 못할 것 같다. 범인(凡人)으로서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 자신을 반성하고,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려는 시도와 노력은 게을리 하지 않을 거라 다짐해 본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2~13p, 136~13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1
모리미 도미히코 원작, 고토네 란마루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모리미 도미히코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 10위권에 드는 작가로 그의 책은 번역서로 나온 것이라면 죄다 읽어 보았다. 신간이 언제나 나올려나 싶어 목을 빼고 기다리던 중에 들려온 반가운 소문. 내가 격하게 아끼는 작품 중 - 사실 그의 모든 소설을 격하게 아끼고 있다 - 하나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가 만화책으로 출간되었다는 것이다. 주저할 이유가 없다. 얼른 지르고 볼 일. 책을 받으니, 표지의 아가씨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소설의 표지에 나온 아가씨는 새침한 면이 돋보였으나, 만화책의 아가씨는 귀여움이 철철 넘친달까. 게다가 들고 있는 건 달마 오뚝이. (달마 오뚝이가 이렇게 생겼다는 걸 처음 알았다)

만화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1, 2장은 소설 원작을 살린 작품으로 봄편인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소설 원작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흑발의 단발머리 아가씨에게 첫눈에 반해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의 사랑에 빠진 선배의 모습과 귀여운 아가씨의 모습이 너무나도 상큼하다. 사실 처음엔 에이, 이게 뭐야, 라고도 생각했지만 소설은 소설나름대로의 맛이, 만화는 만화 나름대로의 맛이 있는게 아니겠는가, 싶어서 소설 생각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읽었다. 봄편의 이야기는 소설의 구성과 얼추 비슷하다. 소설과 다른 점이라면, 소설은 화자가 선배와 아가씨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지만, 만화는 일단 선배가 중심화자가 된다는 것이고, 읽을 때마다 자지러지게 웃게 만들던 서술문이 대화문이나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봄편의 이야기에 이어지는 3, 4장은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하나는 교코의 점집과 관련한 이야기이고, 하나는 어떻게든 자신을 아가씨에게 어필하고 싶은 선배의 분투기라고나 할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만화에서 가장 눈여겨 보게 되는 건, 소설을 얼마나 충실하게 재현했는가와 소설 속 인물과 만화속 인물의 싱크로율이 얼마나 높은가 하는 것일 것이다. 선배의 소심하고 맹한 모습과 귀여운 아가씨의 모습도 좋았고, 히구치의 모습은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또한 이백 옹의 이층 버스도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이백 옹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달라 약간 놀랐달까. 나는 긴 수염에 흰머리카락이 탐스러운 전체적으로 길쭉한 할배를 생각했건만, 여기에 나오는 건 지장보살(지장보살님 죄송합니다)을 닮은 작달막하고 머리 벗겨진 - 문득 센과 치히로에 나오는 유바바가 생각났다 - 할배였다는 거... 이백 옹이 하나도 안 멋있잖아!!!!!!! 뭐, 이건 개인적인 의견이니 무시해도 된다. 

날아 오르는 잉어떼나 쿵작쿵작 소리를 내면서 올 것 같은 이백 옹의 2층 버스, 자신을 텐구라 하는 히구치의 모습등은 책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듯해서 무척이나 즐거웠다. 그리고 첫번째 읽을 때는 못봤던 작은 그림들이 두번째 읽을때는 확실하게 눈에 들어오니, 두어번 정도 읽고 감상을 말해도 괜찮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말해 소설의 서술문이 너무나도 빵빵 터지는지라, 만화로 표현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긴 해도 이 만화에는 책과는 다른 매력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보너스로 들어간 모리미 도미히코의 후기에도 만족만족. 역시 난 이 말투를 절대 못끊는다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등의 눈 1
미치오 슈스케 글 그림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 <외눈박이 원숭이>, 그리고 <섀도우>를 읽으면서 미치오 슈스케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그의 데뷔작이 너무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혹시 번역본으로 나온 게 있나 싶어 살펴 보았지만, 아직 소설로는 번역서가 없고, 만화 두 권이 번역서로 나와 있어 얼른 구매하게 되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서있다는 느낌이었다. 분명 사건은 현실적인데, 등장하는 인물들이 묘하게 비현실적이라고 해야할까. 그러한 점은 <등의 눈>에서 더욱 두드러져 비일상적 인물 뿐만이 아니라, 사건 역시 비일상적이며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그래서 단지 미스터리라기 보다는 호러 미스터리라고 말해야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소설가 미치오는 홀로 떠난 여행에서 시로토우게 마을에 다다른다. 아름다운 풍광과는 달리 묘하게 신경을 거스르는 그 곳에서 미치오는 기묘하고 으스스한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도대체 누구의 목소리인지, 어떤 말을 하는지도 분명치 않지만, 미치오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두렵다. 도대체 조용해 보이는 이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등의 눈 1권은 미치오를 중심으로 하는 이야기와 자살한 노모와 함께 살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되며 진행된다. 하지만, 이 두가지의 이야기는 미치오가 마키비에게 이 현상을 의뢰하면서 서로 접점을 가지게 되는 구조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소설을 보면 이런 구조가 많다) 마키비 역시 시로토우게 근처에서 촬영된 의문의 심령사진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던 중이었고, 때마침 미치오가 시로토우게 마을의 심령현상을 의뢰하게 된다. 시로토우게 마을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과 살인 사건, 그리고 사람들의 등에 눈이 찍혀 있는 심령 사진과 그 대상의 자살까지, 등의 눈은 일단 심령 현상이라는 비현실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텐구의 카미카쿠시 사건이라 믿는 마을 사람들과 그리고 심령 현상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지만 영이란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을 갖고 있는 마키비의 사이의 대조적인 견해는 무척이나 흥미롭다. 어린 아이들의 실종사건에 정말 사체로 발견된 아이의 영혼이 관련되어 있는 걸까. 그리고 등에 눈이 찍힌 사진의 주인공들이 자살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혹시 아이를 해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궁금증은 커지지만, 여전히 진상은 자세히 드러나지 않는다. 원작 소설을 접해 보지 못했기에 아쉬움은 크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데뷔작을 이렇게 만화로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0-10-19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오 슈스케 정말 좋아하는데 ㅜㅜ
만화책 뿐만 아니라 원서도 얼른 번역되서 나오면 좋겠네요 ㅜ
아쉽지만 만화책 읽으며 달래야 겠네요 ㅎㅎ

스즈야 2010-10-19 22:27   좋아요 0 | URL
그쵸... 이러다가 안나올까 걱정입니다. 궁금해죽겠는데, 걍 원서로 지르자니 주머니 사정이 안따라주고 말입니다...

맞아요. 이건 원작소설이 먼저 번역되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미치오 슈스케 붐이 일고 있는데 왜 이 작품만 번역본이 안나오는지 저도 무지 궁금해요.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와카타케 나나미의 책 중에 처음으로 읽었던 것은 일상 미스터리인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었다. 우리의 일상도 이렇게 미스터리한 요소를 가질 부분이 충분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무척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후에는 잠시 잊고 지내다가 요즘 새로 나온 하자키 시리즈를 보고, 요번엔 어떤 이야기로 나를 놀랠까, 싶은 마음에 우선 하자키 시리즈 첫번째 책인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을 읽게 되었다.

표지를 넘기고, 차례를 일단 읽어보고, 다시 페이지를 한 장 넘겼다. 그런데...
허걱.... 빌라의 약도와 등장 인물 소개가...
아, 나 이런 부분에 약한데 말야..
일단 이렇게 소개가 된다는 건 등장 인물이 꽤 많다는 뜻이고, 빌라의 약도가 그려진 것은 이 빌라 단지의 구성이 사건의 흐름에 큰 단서가 된다는 말일테니 꼼꼼하게 읽었다. 물론 책을 읽으면서 모르는 이름이 나오면 얼른 앞에 나오는 등장 인물과 그가 사는 곳을 확인하는 수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바다가 보이는 산뜻한 건물이 인상적인 10채의 집. 그중 비어있는 3호실에서 사체가 발견된다. 사체는 신원을 숨기려는 의도에서인지 얼굴과 손이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며, 왜 여기에서 죽어 있는 것일까? 하자키서의 형사 고마지와 히토쓰바시는 빌라의 주민과 제 1 발견자인 부동산 중개업자를 중심으로 탐문을 펼치기 시작한다.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중에 조금씩 드러나는 주민들의 비밀. 거기에다 또 한 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은 연속 살인 사건인가, 아니면, 또다른 범행인가. 그렇다면 이번에 범행대상이 된 주민은 어떤 연유로 살해된 것인가.

사실 내가 사는 곳에서 사건이, 그것도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면? 상상하기도 끔찍한 일이지만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선 소란이 먼저 일어날 것이고, 그후에는 서로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주민들도 마찬가지. 자신은 절대 범인이 아니란 걸 확신하지만, 누가 범인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면서 자연히 사람들 중에서는 사건을 조사할 대표자격의 사람이 나올 것이고, 사람들은 살아 남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한편 공조하게 된다. 형사의 탐문과 불안에 떠는 주민들 사이의 묘한 기운. 탐문을 하면서 주민들이 숨기고 싶던 사실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서로를 의심하는 주민들 역시 다른 주민의 비밀을 폭로하기에 이른다. 이 소설은 재미있는 장치를 많이 해놓았다.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을 주민 모두에게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그것. 이렇다 보니, 모두가 용의자처럼 보인다.

미소년 취향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추리소설 작가와 알콜 의존증을 가진 아내. 하자키 시청에 근무하는 공무원이자 쌍둥이 딸의 엄마인 후유는 남편이 실종된 상태이고, 학원 강사 남자 둘은 한 집에 살고 있어 게이 의혹을 받고 있다. 그외에도 일중독 서점 모녀, 독서광이자 번역가, 호기심이 많아 탐정역을 맡게 되는 호텔 오너, 입만 열었다 하면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아줌마와 패밀리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소심한 남편, 중고차 판매장의 오너와 전직 스튜어디스 출신 허영덩어리 아내, 그리고 싱글맘의 쌍둥이 딸은 입을 열면 어른들도 고개를 휘휘 저을정도로 잔망스럽기 이를데 없다. 이렇다 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전부 괴짜들만 모아 놓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뭐, 실제로도 그렇긴 하지만, 이게 이 책의 묘미다.

살인 사건만 일어 나지 않았으면 서로가 가슴에 품은 비밀을 감추고 살 수도 있었을 텐데, 어찌 보면 참 운이 없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자업자득이란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두 건의 살인 사건과 그 뒤에 감춰진 사람들의 숨기고만 싶었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 모든 사람이 용의자가 될 수 있다는 재미있는 설정, 탐문과 추리를 하는 사람의 역할이 각각 따로 있다는 점, 그리고 우연이 겹치고 겹쳐 묘한 흐름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 특히나 흥미롭다. 그리고, 마지막 깜짝 반전까지!

세상에 비밀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비밀은 의도하지 않은 우연으로 한꺼번에 터져버릴 수도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감자 하나를 캐려고 했는데, 줄줄이 알감자가 달려 나오는 형상이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하자키 시리즈 1권. 두번째 사건은 동기가 짐작이 되기라도 하지, 첫번째 사건은 얽히고 설킨 사연이 많아서 범인을 짐작하긴 커녕, 동기도 짐작하지 못했다. 그만큼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는 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일러복과 기관총
아카자와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요근래에 나온 작품 중 내 시선을 끄는 작품이 몇가지 있다. 그중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와 하야카와家 시리즈에 큰 관심을 가진 나는 아카가와 지로란 작가에 주목하게 되었고, 시리즈를 먼저 읽기 전에 다른 작품을 하나 읽어 보고 싶어 선택한 작품이 바로 이 세일러복과 기관총이란 작품이었다. 절대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위화감때문일까, 그래서 더 이 작품에 끌리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17세의 여고생 호시 이즈미.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사이후 이즈미의 평온한 일상은 갑작스레 뒤바뀌게 된다. 송사리파라는 약소 야쿠자 조직의 조직원들이 찾아와 이즈미를 자신들의 두목으로 모시겠단다. 이건, 자고 일어났더니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버렸어요, 랄까. 당연히 이즈미 입장에서는 그 제안을 수락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신의 거절에 크게 실망하는 그들을 보면서, 이즈미는 송사리파의 두목이 되기로 한다.

프롤로그 부분부터 기묘하게 웃기더니, 본문으로 들어가면서 스토리는 황당할 정도로 희한하게 진행된다. 평범한 여고생이 갑자기 야쿠자 두목이라니!? 하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묘한 매력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이 바로 이 책의 묘미일지도 모르겠다. 이즈미를 두목으로 모시는 송사리파의 의리파 야쿠자들에, 여자를 무지하게 밝히는 변태 야쿠자에,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반드시 나타난다 구로키,  라는 컨셉을 가진듯한 형사에, 송사리파의 세력 확장으로 골이 난 야쿠자 조직의 두목에, 뭐라 감히 설명하기 어렵지만 굳이 설명하라면 지독한 새디스트 고문파 야쿠자 두목까지 어른들의 캐릭터만 해도 독특한 사람들뿐인데, 이즈미의 학교 친구들이자 이즈미의 팬클럽 회원인 남학생 세명의 캐릭터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은 이즈미가 주인공인만큼 이즈미의 캐릭터가 역시 최고다. 17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단있고, 용감하며 머리도 좋다. 또한 야쿠자의 두목으로 다른 야쿠자와 거래를 한다거나 그에 대항하고, 고문에도 맞설 정도로 꽤나 쎈(?)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의 뜻에 모두 맡기겠어요~~라든 등의 순정만화 캐릭터와는 다른 멋진 여학생이랄까. 그래도 좀 무모한 면이 있기는 하다. (그런 부분에선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독특한 캐릭터들의 향연에 벌어지는 사건도 정말 정신없이 몰아친다. 정신줄 놓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라고 말하듯 사건은 폭죽터지듯 일어난다. 가볍고 유쾌한 문체와 캐릭터들과는 달리 일어나는 사건도 잔혹하다. 이즈미가 송사리파 두목으로 취임하는 날엔 기관총 세례를 받지를 않나, 돌아가신 아버지는 마약 거래상이란 의혹을 받지를 않나, 살고 있는 맨션은 아수라장이 되고, 이즈미를 보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여자도 등장하는 등 이즈미의 주변은 순식간에 사건사고 속으로 휩쓸려 들어가게 된다. 

웃기면서도 잔혹하고 유쾌하면서도 뭔가 씁쓸하달까. 어두운 어른들의 세계를 너무 일찍, 너무 어린 나이에 알아 버린 이즈미. 그러나 이즈미는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고 회피하기 보다는 돌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17세 이즈미의 야쿠자 두목 입문기이자, 성장소설이며, 미스터리 소설인 세일러복과 기관총은 가볍고 산뜻하면서도 솔직담백하다. 그리고 결말 역시 후줄근하지 않고, 결국 한방 먹인다고나 할까. 1976년에 데뷔해 지금까지 발표한 작품수만 해도 무려 450편 이상에 달한다는 아카가와 지로. 그의 다른 작품은 또 어떤 재미와 자극을 안겨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