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런트
토요다 테츠야 지음,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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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었던『커피 시간』. 200페이지 남짓한 분량에 총 17편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집이었다. 커피란 것을 소재로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커피 시간』은 다양한 감정을 자극해왔다. 또한 각각의 이야기의 완결성은 얼마나 뛰어난지,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며 읽었다.『언더커런트』는 시기적으로 볼 때,『커피 시간』보다 앞선 작품이지만, 무엇을 먼저 읽어도 좋을 거란 건 확신할 수 있다.

『언더커런트』는 장편이다. 분량도 꽤 많아 300페이지 정도 되는데, 읽는 내내 지루한 줄을 모르고 읽었다. 다 읽고 나서 뭔가 가슴속에서 샘솟는 기분이었달까. 그래서 또다시 책을 펴고 다시 꼼꼼하게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만화란 장르의 특성상 글을 읽다 보면 사람의 표정이나 사물 등 그림에 관한 것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두 가지 흐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편의상 내가 나눈 것이다) 하나는 목욕탕 주인 카나에와 실종된 남편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다른 하나는 카나에와 새로운 직원 호리 사이의 이야기이다.  
 

누군가를 안다는 게 뭘까 - 카나에와 사토루

카나에의 남편은 두 달 전 갑자기 사라졌다. 교토로 여행을 간다고 나선 길로 행방불명이 된 것이다. 카나에는 백방으로 수소문하지만 돌아오는 건 좌절감뿐. 아줌마와 더불어 세명이서 하던 목욕탕은 사토루의 실종으로 문을 닫고 만다. 멍하니 시간을 보내던 카나에는 드디어 목욕탕 문을 열고, 일을 시작한다. 친구의 도움으로 탐정을 소개받은 카나에는 탐정과 만나면서 남편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탐정이 카나에에게 알려준 사실은 카나에게 짐작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카나에와 사토루의 이야기를 보면서 우리가 과연 상대방에 대해 안다고 하는 게 무엇인가를 곰곰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난 저 사람 잘 알아." 라는 말을 한다. 그리고 때로는 "저 사람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어." 라고 절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누군가를 잘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시간을 함께 보내고, 추억을 공유하는 것? 그 사람이 내게 해주는 말에서 얻어지는 것? 그리고 그 모든 걸 통해 내가 종합해서 내린 판단이 "아는 것"의 범주에 들어갈까? 카나에 역시 이런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탐정의 조사를 통해 자신이 남편 사토루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연애 4년, 결혼 4년. 남들은 이 정도 시간이면 당사자 자신보다 상대가 자신을 더 잘 안다고 할 정도이지만, 그게 정말 '아는 것'일까?

사람들은 상대방을 자신의 눈으로 판단한다. 즉, 자기자신의 생각에 맞추어 상대방을 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상대방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게 과연 배신감을 느낄 일일까? 내가 보기 싫어서, 듣기 싫어서 모른척 하고 있던 부분이 아니었을까. 실은 카나에도 뭔가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을 뿐. 만약 카나에가 남편에게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을 때 그에게 물어봤다면 남편의 실종은 없었을지도 모를까. 글쎄다.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완벽히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니까.

결국, 카나에는 남편을 용서한 걸까, 이해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뭐라고 대답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건 카나에의 마음이니까. 그리고 독자들의 마음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카나에는 이 일을 통해 마음의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아픈 과거를 마주한다는 것 - 카나에와 호리

남편의 실종 후, 다시 목욕탕문을 연 카나에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당분간 카나에의 목욕탕에서 일할 그 남자의 이름은 호리. 아무 말없이 묵묵하게 카나에의 옆을 지키고 지탱해주지만, 언제 떠나버릴 사람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호리와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마음이 안정되어 가는 걸 느끼는 카나에지만, 그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인지 아닌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호리는 수수께끼같은 인물이다. 한곳에 정착하지 않는 사람이며, 자신의 신상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문다. 표정 역시 한결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는 모습 한 번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큰 비밀을 가진 게 분명해 보인다. 호리가 나오는 부분을 보면서 미스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니까. 게다가 카나에게 자꾸만 보는 환영도 심상치가 않다. 카나에 역시 깊은 비밀이 있을 거란 생각을 들게 만든다. 목을 조르는 손, 그리고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아 가는 자신을 보면서 카나에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러던 어느 날 목욕탕에 자주 놀러오는 미유란 아이의 실종 사건이 터지면서, 카나에의 상처가 밖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카나에가 겨우 다섯살때의 일. 그것은 수십년간 카나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았다가 그 사건과 연계되어 터져나온 것이다. 호리편의 마지막을 보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생겨났다. 사부 영감의 말로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고, 모든 수수께끼가 풀렸다. 그리고 호리가 발걸음을 돌린 곳은....?

이 작품을 읽으면 스토리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상과 비일상의 교차, 비극과 희극의 교차, 만남과 이별, 상실과 재생이란 구도는 나무랄데 없이 깔끔하고 감동적이다. 남편의 실종이란 걸 배경에 깔고 있지만, 카나에의 일상은 늘 우울하고 슬프지만은 않다. 오히려 가끔씩 튀어나오는 유머 코드에 풋하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람의 감정을 너무나도 잘 잡아낸다고 해야 할까. 사람이 어떤 일을 겪으면서 슬프기만 하거나, 우울하기만 한다면 그 사람은 결국 미쳐서 죽을지도 모른다. 망각의 기제가 작용하면서 사람들은 일상으로 돌아 간다. 그런 것이 곳곳에 깔려 있다. 

이 작품의 또다른 재미는 감초역할을 하는 조연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다. 목욕탕을 찾는 손님들을 비롯해서 꼬마 미유, 사부 영감, 친구인 요코 등 개성넘치는 조연들은 이 작품을 더욱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늘 영양가 없는 말이나 행동만을 하는 듯한 사부 영감이 마지막에 큰 한방을 날릴줄이야!!!! 또한 여기에 등장하는 탐정 야마자키는『커피 시간』에도 등장한다. 야마자키의 탐정으로서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작품의 커다란 재미였다.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언더커런트. 언더커런트는 만남과 이별, 슬픔과 행복, 상실과 재생이란 이야기를 다룬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다니구치 지로의 추천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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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2 - 방랑하는 자연주의자, 소년과 살쾡이 시튼 2
다니구치 지로 지음, 이마이즈미 요시하루 스토리 / 애니북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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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튼 1권은 30대의 시튼의 이야기로 동물 화가로서 명성을 쌓아가지만 파리 화단의 인간 중심적 사고 방식에 염증을 느낀 시튼이 미국으로 건너가 늑대왕 로보와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늑대의 땅을 침범한 인간과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늑대의 처절한 싸움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2권은 어린 시절 시튼의 이야기이다. 15세때의 일화를 주로 담고 있지만, 중간중간 10세, 14세때의 이야기도 나온다. 시튼이 10살때 만난 박물학자 윌리엄 브로디는 어린 시튼에게 숲속의 동식물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준 스승이며, 평생 우정을 나눈 사이이기도 하다. 시튼이 14살때에는 숲속으로 가는 걸 아버지에게 금지당한 후, 남몰래 치유의 계곡에서 자신만의 비밀 오두막을 만든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굉장히 엄한 아버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나름대로 숲속에서 자신만의 치유를 얻었지만, 부랑자들에 의해 이용되고 결국 파괴된 시튼의 오두막. 시튼은 이 일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어느새 15세가 된 시튼은 린지에 있는 톰의 농장으로 놀러가게 된다. 그곳에서 머무른 한 달. 시튼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톰의 농장에서의 처음은 즐거웠다. 토론토에서 보지 못한 각종 동식물은 시튼의 호기심을 한껏 자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톰이 말라리아에 결려 본가로 향하고, 남은 제인과 케이트마저 말라리아에 걸린다. 또한 시튼 역시 그들을 돌보다 똑같이 말라리아에 감염되어 병과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위험은 이것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사는 살쾡이가 먹을 것이 궁한 나머지 톰의 농장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새끼에게 젖을 주기 위해서는 일정한 단백질을 섭취해야 했지만, 전염병과 큰 비로 살쾡이의 먹이가 모조리 없어진 것이다. 처음엔 집밖에 있는 닭들을 훔쳐 먹었지만, 나중에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집안까지 들어오게 된다.

시튼은 분명 동물을 좋아했지만, 살쾡이와는 적대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위치였다. 자신들의 음식 재료가 될 닭을 훔쳐갈 뿐만 아니라, 결국 집안까지 침범했으니... 이 책을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살쾡이를 좀 봐주면 안되나 싶은 생각도 들지만, 당사자인 시튼은 자신의 목숨과 관련된 문제였으니 살쾡이에 맞서지 않을 수 없었다. 말라리아와의 사투, 거기에 더해져 어미 살쾡이와의 사투는 처절했다. 마지막 결말 부분을 보면서, 쓰러진 고목안에서 발견된 것을 보면서 눈물이 쏟아질 뻔 했다. 인간과 야생 동물은 과연 어느 정도 선까지 공존이 가능한 것일까. 이 사건은 분명 시튼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그때 받은 충격과 상처는 꽤 컸으리라 짐작한다.

다니구치 지로의 만화를 보면 자연이나 동물등은 무척이나 섬세한 반면, 사람은 좀 덜 섬세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작품에 나온 살쾡이의 경우 털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일 듯 하지만, 오히려 인간은 그 배경에 가져다 붙여놓은 느낌이랄까. 마치 인간은 그곳에 존재하기엔 이질적인 존재라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광활한 자연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 그리고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며 자연을 파괴하고, 야생동물을 적으로 돌리는 인간들. 과연 이들 사이에 평화로운 공존은 있을 수 없는 것일까.

덧> 책 제목과 본문에 살쾡이란 표현이 나오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책에 나오는 동물은 살쾡이가 아니다. 캐나다 스라소니라고 해야 옳다. 스라소니는 귀끝의 털, 짧은 꼬리, 턱 양쪽의 긴 털이 특징이다. 또다른 스라소니인 스페인 스라소니는 지금 거의 멸종 상태이다. 우리나라에도 스라소니가 서식했지만 오래전에 멸종되었다. 책 뒷표지를 보면 The Boy and the Lynx라고 되어 있는데, Lynx는 스라소니를 뜻한다. 살쾡이는 일명 삵이라 불리는 종으로 아메리카 대륙에는 서식하지 않는다. 살쾡이는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아, 시베리아에 분포하는 종으로 얼핏 보면 고양이를 닮았지만 굵은 꼬리가 특징인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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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토닌하라! -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감정은 뇌에 따라 움직인다 세로토닌하라!
이시형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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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로토닌이란 말을 곧잘 들을 수 있다. 근데, 세로토닌이 뭐지? 세로토닌이란 단어를 찾아 보면 뇌내 화학물질로 일종의 호르몬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왜 세로토닌이 중요하단 걸까? 이 책은 세로토닌이란 호르몬을 중심으로 인간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키고자 하는 목적에 의해 씌어진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난 이과계 사람도 아니고, 고교시절엔 과학이라면 질색을 했으며, 인간의 뇌(腦)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곤 뇌가 인간 신체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 것 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결심을 하면서도, 책을 구매하고 책장을 펼치면서도 내내 고민했다. 과연 내가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에 대해서.

이 책은 총 5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1장은 뇌내 호르몬중 마음과 관련한 세가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이들 호르몬의 각각의 역할과 장단점을 우리 현대 인간들의 문제점과 결부시켜 이야기한다. 2장은 뇌관리와 뇌의 제대로된 활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고, 3장은 세로토니의 효과와 그 기능에 대해, 4장은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전두엽 트레이닝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장에서는 세로토닌 워킹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1장에서 나온 마음과 관련한 세가지 신경전달물질은 각각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진다. 도파민(엔도르핀)은 '학습 뇌'라 불리며, 일을 함으로써 '즐거움과 보수'를 기대하게 하지만 도파민 중독의 의존성이란 부작용을 가진다. 노르아드레날린은 '작업 뇌'라 불리며 위험에 대비하게 하고, 일을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지만, 과열되면 일을 방해하고 폭력적이 되는 부작용을 가지며, 이것이 스트레스로 변할 수 있다. 세로토닌은 좌우 균형을 조율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만 사람을 소심하게 만들 수 있는 부작용을 가지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부족해서는 안되고 넘쳐서는 안된다.

이렇듯 우리의 신체 기관은 유기적이다. 따로따로 움직이는 법이 없다. 그것은 인간의 신체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중 세로토닌은 전두엽의 '공감 뇌'를 이루는 중추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두엽 관리가 세로토닌의 활성화를 위한 것임에는 두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전두엽 관리는 곧 세로토닌 활성화와 직결된다. 전두엽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잘 조절되면 세로토닌 상태가 활성화된다. 동시에 그 역도 성립한다. 세로토닌이 활성화되면 전두엽 조절이 긍정적인 쪽으로 잘 된다. 즉 양방성이다. (75p)

현대인들을 보면 과열 경쟁에 시달린다. 남들보다 앞서야 성공하고, 남들보다 뛰어나야 성공의 반열에 오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경쟁이 인간을 병들게 만들기도 했다. 정신적으로 병이 든 인간들을 생산해내는 것이 바로 현대의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것은 요즘 들어 사회가 요구하는 인간상이 조금씩 바뀌어 가는 듯하다. 그렇다면 요즘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은 어떤 인간일까.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인간상은 세로토닌형이다. 세로토닌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체 어떤 사람이 세로토닌적 사람일까?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세로토닌의 3대 기능을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온다. 첫째, 공격성과 중독성을 잘 조절해 평상심을 유지하는 사람. 둘째, 주의 집중과 기억력 향상으로 창조적인 사람. 셋째, 생기발랄하고 의욕적인 행복한 사람.  (118p)

세로토닌형 인간의 첫째 조건은 자기조절을 잘 하는 사람이다. 요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성격이 급하다. 일단 저질러 보자는 주의도 많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태어난 것일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더 빨리, 더 높이를 원하는 사회가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잠시 멈추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자. 세로토닌 회복운동은 삶의 질을 회복하자는 운동에 다름 아니다. 노르아드레날린적 경쟁, 엔도르핀적 열광문화에서 이제는 차분한 세로토닌적 문화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139p)

우리의 삶은 분명히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하지만 반대로 정신적으로는 피폐해졌다. 누구나 성공하기를 꿈꾸지만, 성공은 일정한 사람들에게만 돌아가는 특별한 몫이 되었다. 하지만, 무조건 남들이 성공한 길을 따라간다고 나도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적절한 경쟁은 틀림없이 사기를 올리고, 목표치에 가까이 가는데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조건적 경쟁은 사람을 황폐화시킬 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대 사회의 시스템에서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적 인간을 강조한다. 앞서 살펴 본 세로토닌적 인간이 되려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고 또 이를 활성화하려면 생존을 위한 3대 리듬 운동인 걷기 · 호흡 · 씹기를 잘하고 햇빛 · 사랑 · 군집 본능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 중에서 세로토닌의 결핍의 가장 큰 원인이 걷기 부족이다. (228p)

이시형 박사는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방법으로 세로토닌 워킹이란 것을 제시한다. 세로토닌 워킹이란 만보계를 차고 내가 얼마나 걸었나,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소비했나에만 관심이 있는 워킹이 아니다. 길을 걸으며 자연을 음미하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바로 세로토닌 워킹이다. 운동기구도 특별한 장소도 필요 없다. 그저 우리 주변의 것을 이용하는 것으로 세로토닌 워킹을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하는 운동으로 계단 오르기나, 스콰팅 운동, 세로토닌 스트레칭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처음부터 뇌과학이니 신경전달물질이니 해서 무척이나 어려울 것같았지만,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쑥쑥 잘 읽힌다. 물론 처음에는 뇌와 관련한 그림도 나오고 해서 걱정이 앞섰지만, 그림은 내용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므로 그다지 어려워하지 않아도 좋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시형 박사의 재치있는 입담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게 한 커다란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각 장의 도입부와 결론 부분은 각각의 장의 내용을 아우르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본문의 모든 항목은 조목조목 잘 풀어져 이야기되고 있고, 하나하나의 소주제의 이야기마다 세로토닌 포인트란 박스가 있어 앞의 내용을 다시 한 번 되새김질 하게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간단하고, 자연스러우며 효과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것일 것이다.

책을 주욱 읽어 내리면서 난 한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세로토닌형 인간과 세로토닌적 삶이란 자기조절과 자기긍정의 능력을 가진, 사회가 원하는 인간이 되는 것이자, 자기자신의 삶 자체에서 만족을 얻고 행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다. 습관도 성격도 바꾸기 힘들다고 하지만, 노력에 의해 많은 것을 극복할 수가 있는 것이 또한 인간의 능력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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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보다 여행 - 어느 여행자의 기발한 이야기
왕영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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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라는 막연한 물음을 내게 던진다면, 난 아마도 단순한 대답을 할 것이다. 휴식과 재충전, 일상에서의 도피 및 탈출 그리고 나의 로망이라고. 평범한 다른 사람의 대답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여행이란 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간을 내야하고, 돈을 들여야 하니, 시간과 돈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여유가 가능한 것이기에 그 때를 맞추기도 힘들다. 일할 때는 시간을 내기 힘들고, 백수가 되니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다. 그래서 여행은 나에게 일종의 로망이다. 그것이 국내 여행이든 해외 여행이든 간에 말이다. 

『집보다 여행』이란 제목을 보면서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다. 집을 포기하고 여행을 떠난다는 의미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생각이 책의 내용과 완전히 반하는 내용은 아니다. 즉, 이런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그보다 훨씬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또한 보통의 여행서와는 달리 작가가 어디어디를 여행했고,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게 무엇인가가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와 좀더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여행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목차를 주욱 훑어보던 난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첫번째 파트인 「함께 여행할래요?」에 나오는 글의 제목에 로봇, 드라큘라, 마녀 재판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행이랑 로봇, 드라큘라, 마녀 재판이 무슨 상관이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난 책을 읽어가면서 왜 이런 제목이 붙었는지에 대해 서서히 납득하기 시작했다.「함께 여행할래요?」에 나오는 글들은 유언장이나 인터뷰, 재판, 강연 등 흥미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여행과 모험 가치, 여행의 힘, 잘못된 여행의 사례등을 비유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하니 조금은 더 딱딱해질 수도 내용이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져,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달까?
 
두번째 파트인「배워야 할 것은 여행에서 다 배웠다」는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떠나는 여행에서 잊고 간과하기 쉬운 것은 어떤 것인지, 진정한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여행으로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타의 여행서에서도 이런 부분을 조금은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외려 여행지의 모습과 그곳에서 먹고, 자고, 구경하고, 느낀 것이 위주가 된 책이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좀더 깊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행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여행자로 하여금 이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만듦으로써 그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게 하고 좀 더 자신있게 상황을 컨트롤하는 능력을 길러주는 데 있다. 그리고 나아가 그런 능력을 일상에도 적용하도록 하는 데 있다. 즉 생존 본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행자는 여행을 통해 불확실성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한다. 이것이 우리가 여행에 그토록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근본적 이유다. (113p)

세번째 파트인「여행 철학자의 탄생」은 '철학'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지만, 읽어 보니 의외로 차분한 설명에 좀더 이해하기 쉬웠달까. 특히나 나는 시간 여행자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글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시간 여행. 이것은 타임 머신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아픈 과거와 정면으로 마주함으로써 이제껏 굴절시키고 왜곡시켜 피하려 했던 과거의 자신과 만나는 여행이 바로 시간 여행이다. 힘든 과거란 무턱대고 덮어 놓는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덜 아문 상처를 후벼파고 다시금 더 큰 상처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여행이 바로 시간 여행이랄까. 나 역시 아픈 과거는 덮어놓고 잊자는 주의였지만, 사실 언제 그게 튀어나올지 몰라 두렵기도 했다. 물론 자신의 아픈 과거와 마주하는 것이 힘에 부칠테지만, 한 번 도전해 봐, 라고 하는 응원을 받은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흥미로운 것 또하나는 여행과 정착, 모험과 안정을 동떨어진 존재로 인식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이다. 우리는 흔히 이것들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모든 것은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만약 모험과 안정 중 하나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가치를 가질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험과 안정은 따로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원 안에서 함께 있으면서 전체를 이룬다. 그래서 제대로 된 모험은 안정을 부르고, 제대로 된 안정은 우리를 모험으로 이끈다. (221p)

네번째 파트인「모닥불 피워놓고 마주 앉아서」는 저자의 경험담을 비롯해 저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보통의 여행기는 저자가 주인공이 되고, 저자를 중심으로 서술되지만,『집보다 여행』은 저자 자신을 숨기고 있단 느낌이었달까. 그러나 마지막 파트에 이르러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자신과 아내가 결혼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여행, 그리고 친구를 떠나보내야만 했던 상황, 자신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저자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한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었다.

물욕으로부터 스스로를 구출한 후, 내가 선택한 다음 여행지는 내 몸과 정신의 세계다.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면서 나는 알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빠져들 가치가 있는 세계라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256p)

사실 우리에게 있어 여행이란 건, 일종의 사치를 부려 보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모 광고 카피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고 나온 것처럼, 여행은 우리에게 일상을 떠나 맛볼 수 있는 낭만이란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래서 우리는 이왕 한 번 하는 여행, 잘 먹고, 잘 놀다 오자, 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좋은 호텔, 맛있는 레스토랑, 멋진 관광지... 물론 이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갔다 온 여행은 크나큰 후유증을 남긴다. 꿈같은 여행과 비교해보면 현실은 너무나도 꿀꿀하기 때문이다. 돈을 펑펑 쓰고, 나 어디 갔다 왔네~~, 라고 자랑하는 여행은 결국 남는 게 없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여행을 하면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하느라 정작 중요한 것은 많이 놓쳤다는 느낌이다.

여행이란 건 일종의 모험이다. 내가 가장 안정되는 공간인 집을 떠나 외부 세계 - 특히나 이제껏 접촉하지 못했던 - 와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는 여행을 해왔다. 그러다가 정착하게 되고, 그렇게 지금까지 살아 왔다. 여행이란 건 위험성을 동반한다. 어디에서 무엇을 만날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불안함이 안정 추구란 것으로 나타났고, 그것이 집에 대한 소유욕과 다른 물질적인 면에 대한 소유욕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는 일정한 주거지를 가지지 않고 여행을 하는 부족들이 있다. 그들의 짐은 너무나도 간결하다. 그리고 그들은 자연에 대해 경외심과 감사함을 가진다. 그들에 비하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짐을 얼마나 무거운 짐을 어깨에 올려 놓고 사는지...

우리는 정착을 통해 안정이란 면을 얻었지만, 반대로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삶은 고인 물안의 삶이 아닐까.그러나 지금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하고 여행자처럼 살 수는 없다. 대신 여행자들의 지혜를 빌어 내 삶이란 것에 적용해 살아갈 수는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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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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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세상 참 좋아졌다, 라고 한다. 하지만 삶은 팍팍해졌다고 한다. 물질적으로는 분명 풍요로워지고, 편해졌지만, 정신적으로는 견디기 힘든 시절이다. 고도로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 그곳에선 돈이 진리다.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리는 것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니까. 세상은 이렇게 변했는데,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고등학생들은 어떨까. 손에는 너도나도 핸드폰, MP3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주변에선 너무나도 흔하다. 하지만, 그건 물질적인 것 뿐이지, 여전히 입시 경쟁에 시달리고, 주위의 친구는 어느새 라이벌이 되어 간다.

따지고 보면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 없어 보인다.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도 역시나 수능 준비에 눈코 뜰새 없이 바빴고, 점수에 맞춰 지원을 했다. 합격과 불합격 사이에서 친구 사이도 어색해져갔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는 학원이나 과외등 사교육을 받는 아이는 거의 없었다. 그저 학교에서 보충수업, 야간자습을 했을뿐이다. 그러나 요즘은 엄마 뱃속에 있을때부터 경쟁이다. 바야흐로 무한 경쟁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울기엔 좀 애매한』은 입시를 위한 한 미술학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대 지망생도 있겠지만, 여기에선 특히나 만화학과 지망생들의 이야기이다. 표지 맨 앞에서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는 녀석은 고교생으로 이름은 원빈. 원빈이란 영화배우와 이름은 똑같지만, 외모는 영 딴판이라 자기 소개를 할때면 늘 그 이야기부터 꺼낸다. 뒤로 보이는 사람 중 줄무늬 티셔츠는 재수생이고, 오렌지색 티셔츠는 학원 강사다. 서로 다른 위치의 세사람은 책 속에 나오는 세 그룹의 사람들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원빈을 비롯해 지금 고 3으로 입시 준비에 한창 바쁜 고교생 또래집단, 대학생과 재수생이란 커다란 차이를 가진 은수와 미진, 그리고 학원 강사 두 명은 무척이나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준다.

원빈이의 경우 잘 살다가 집안이 망한 경우로 지금은 어머니가 김밥집을 운영하며 원빈이의 학원비를 내고 있는 형편이고,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술집 알바를 하며 학원비를 충당해야 하는 여고생도 있다. 그에 비해 지현이는 형제 자매가 모두 명문대 출신에 아버지가 재력이 빵빵하다. 이렇다 보니 수시 원서를 쓸 때 다른 아이들은 모두 반대를 당하지만, 모르게 수시를 접수한 지현만 수시 합격이란 걸 하게 된다. 돈도 재능이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원빈과 아이들의 추궁에 눈물을 보이는 지현. 아이들은 사회에 나가기도 전부터 사회의 어두운 면을 접한다.

은수는 작년에 미진과 똑같은 대학에 붙었지만 결국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지금은 재수생이다. 미진을 좋아하지만, 자신의 처지때문에 섣불리 다가설 수도 없다. 또래 친구가 대학때문에 대학생과 재수생의 운명으로 갈리게 된다, 사실 이런 관계는 굉장히 미묘하다. 서로가 무척이나 어색해지기 때문이다. 나 역시 고 3때 재수를 하게 된 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무척이나 난감해했던 기억이 난다. 은수의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학원비를 내기 위해 열심히 알바를 하지만,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그 돈은 고스란이 엄마가 빼간다. "그냥 형 보면, 나한테 꿈이 없다는 게 참 다행스럽달까……" (82p) 라고 하는 은수의 동생을 보면서 한숨이 팍 쉬어진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나라의 아이들은 꿈도 없는 세상에서, 아니 감히 꿈을 꿀 수도 없는 세상을 살아가게 된걸까.

이런 대조적인 구도는 어른인 학원 강사인 태섭과 종화도 마찬가지이다. 태섭은 아이들 편에 가깝다면 종화는 어른들 편에 가깝다. 아이들의 습작을 지현의 포트폴리오에 무단으로 사용하고, 지현의 합격을 위해 지현의 아버지에게 돈을 받고 신형차를 뽑는다. 태섭은 학원장과 조금 맞서 보지만, 핀잔만 듣고 결국 학원을 그만두게 된다. 

세 그룹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지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저 이런 시스템에 순응해서 살 수 밖에 없다. 재능이 있어도 가난때문에 재능을 꽃 피우지 못하는 아이, 재능은 별로 없지만 돈이 많아 재능을 커버할 수 있는 아이. 우린 가난때문에 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이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너희가 어른이 되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거야, 라고? 지금은 힘들겠지만, 조금 지나면 다 괜찮아 질거야, 라고? 어른인 우리도 살기 힘든 세상이다. 지금 아이들과 똑같은 길을 걷지는 않았어도 비슷한 길을 걸으며 살았다. 결국 지금의 우리는 울기엔 좀 애매한 시기를 넘어 한 방울의 눈물조차도 사치인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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