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3
나가오 마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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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화가는 화가인데, 고양이 그리는 재주밖에 없는 화가 주베. 그리고 고양이는 고양이인데, 사람의 말도 하고 둔갑술도 부리는 네코마타(고양이 요괴) 니타. 그리고 고양이 나가야에 사는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세번째 이야기 개시! (뚜둥~~~)

고양이 화가 주베의 기묘한 이야기 3권은 총 7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1, 2권이 총 6편씩 실려있었는데, 3권은 한 편이 늘었다. 게다가 새로운 등장 인물보다는 기존 등장 인물들의 뒷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있다. 물론 기존 등장 묘들도 대거 출연한다.

첫번째 이야기인 토라스케의 하루는 니시우라의 고양이 토라스케의 하룻동안의 모험담이다. 사탕장수의 가짜 여우 꼬리에 홀려서(?) 마실을 나선 토라스케가 만난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토라스케를 따라 다니다 보면 에도 시대 거리 풍경이 어땠을지 짐작이 된달까. 두번째 이야기인 중매 고양이는 2권에도 나온 쿠로의 이야기로 3권에서는 요로즈야의 오모토 아가씨와 미장이 사스케의 사랑이 한층 무르익게 된다. 용기낸 사스케, 최고야! 그리고 오토모 아가씨 너무 멋져!


위 그림이 담긴 에피소드는 어미 고양이 에피소드로, 2권에서 니시우라가 구해준 미미마루와 미미마루가 구해온 강아지 두마리의 이야기이다. 늘 물고기를 잡아오던 미미마루가 어느 날 데리고 온 강아지 두마리. 종도 다르지만 미미마루는 강아지 두마리를 친어미처럼 잘 키워낸다. 처음엔 어색한 가족이었지만 강아지를 잘 보살피게 되고, 젖까지 물리는 미미마루를 보면서 가슴이 찡해졌다. 게다가 강아지들이 어느 정도 커서 입양을 갔을 때 강아지들을 찾아다니던 미미마루의 모습이란...... 요즘은 경기가 어렵다고 자기 자식을 내버리는 인간 부모들은 정말 동물보다 못한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등나무를 보는 고양이는 네코마타 니타의 풍류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달까. 사람으로 둔갑해서 등나무 꽃을 보러 가는 니타. 어찌 보면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보다 고양이들(특히 네코마타들)이 더욱 더 풍류를 즐길 줄 안달까. 근데, 니타는 늘 주베로 둔갑하는 것인게냐? 주베 모습을 한 니타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빵~~ 터져 버렸다.

이 에피소드는 웃기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했다. 주베로 변신한 니타가 길을 가던 중 새끼 고양이를 물에 버리는 사람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요즘도 생활이 어렵다고 자신의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인간의 본성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주베로 변신한 니타에게 구해진 아기 고양이들과 어미 고양이는 주베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 주베의 등을 주목하시라! 비엔나 소세지처럼 조롱조롱 매달린 고양이가 너무 귀엽다. 주베 아빠 탄생?! 그리고 고양이 밥을 마련하기 위해 가다랑어 포를 깎는 주베의 모습도 참~~ 보기 좋달까. 툴툴대면서도 해줄 건 다 해주는 주베.

다음 에피소드인 살쾡이는 주베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인물과 고양이가 나온다. 인형극 공연을 하는 소녀 이소타와 정체를 알 수 살쾡이 요모기의 이야기이다. 살쾡이라 나오지만 다양한 재주가 있는 요모기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아무래도 니타와 비슷한 과???

별놀이 고양이에는 재첩 소년이 다시 등장한다. 더불어 일본의 칠석 행사도 나오니 주목! 일본에서는 칠석에는 종이에 소원을 적어 조릿대에 매다는 풍습이 있다. 주베가 사는 고양이 나가야는 고양이가 많기 때문인지, 주베가 만든 소원 종이도 고양이 모양이었다. 아우.. 귀여워..


재첩 소년의 형제들이 적은 소원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오랫동안 자리보전하는지라, 아이들의 소원은 가족의 건강이란다. 아무래도 그 소원은 하늘에 닿지 않았을까?

마지막 에피소드는 역시나 풍류를 즐길줄 아는 네코마타가 대거 등장한다. 연꽃 놀이를 즐기는 네코마타들이라.. 나도 그틈에 껴서 연꽃이 피어나는 소리를 함께 듣고 싶었달까.

1, 2권에 비해서는 감동이 약간 줄어든 느낌이지만, 가볍고 유쾌한 에피소드가 많다는 게 3권의 장점이다. 또한 겨울에서 봄, 그리고 여름을 지나는 고양이 나가야와 에도 시대 거리 모습을 구경할 수 있어 무척 재미있었달까. 근데, 토라스케는 왜 아직도 그렇게 작은 걸까? 계절이 몇 번이나 지나도 여전히 자그마한 녀석이다 보니, 언제 크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거기서 더 크면 니시우라가 무서워할까? (笑)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85p, 125p,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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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똥산 시즌 1
신예슬 글 그림 / 오오모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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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맛똥산!
처음에 제목을 보고 빵~~터져 버렸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사람이나, 고양이를 좋아해서 고양이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맛똥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의 맛똥산은 모 제과회사의 과자 이름 맛*산의 모습에서 따온 고양이 응가를 칭하는 말이다. 고양이 모래가 묻은 응가는 맛*산과 무지무지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에 다른 고양이 만화에서 누군가 맛똥산을 맛*산으로 착각해서 입에 넣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후론 맛*산 이야기만 나와도 구역질 한다는 슬픈 사연이....

건 그렇고.
맛똥산 시즌 1은 블로그 연재되던 만화를 수정해서 단행본으로 나온 책이라 한다. 난 블로그에서 본 적이 한 번도 없으므로,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읽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달까.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순한 눈매의 고양이는 쿠쿠군으로 저자가 처음으로 입양한 고양이라고 한다. 우연히 고양이를 키우게 되고, 그 매력에 홀랑 빠져서 제 2의 고양이, 제 3의 고양이까지 입양하게 된 저자는 지금 이 고양이들과 해피 맛똥산 라이프를 즐기는 중이라고 한다.

첫 입양에서부터 친해지고, 함께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저자와 저자의 가족이야기, 그리고저자와 저자의 친구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펼쳐진다.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도 전체적으로 차지하는 비율은 30%정도? 즉, 70%가 고양이 이야기란 말씀. 만화와 더불어 저자가 고양이를 기르면서 알게된 팁을 비롯해 곤냥마마님들의 실물을 담은 사진도 있다.

처음으로 입양한 쿠쿠는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가진 녀석으로 고양이치고는 좀 소심한 편이다. 냥냥군이 입양되었을 때 영역을 지키려는 것보다는 피하는 것을 선택할 정도였으니까. 게다가 벌레도 무서워하지, 청소기 소리에 얼어붙는 등, 어찌 보면 아방하지만, 그게 또 매력이랄까. 잘 생긴 얼굴이 그에 한 몫한다는 것도 인정! 하지만, 정말 재미있는 건 이렇게 소심한 반면 변태짓도 즐긴다는 것. (쿠쿠의 변태짓은 책으로 직접 확인하시길...)

냥냥은 젖소 무늬 고양이로, 어미에게 버려진 다섯 남매 고양이 중 한녀석으로 쿠쿠네 집에 오자마자 기선제압! 그후로는 쿠쿠와 별로 다툼없이 잘 지내는 듯 하다. 마지막으로 온 녀석은 헤헤란 아이로 쿠쿠네 집에서 유일한 암컷 고양이다. 냥냥은 헤헤를 졸졸 쫓아다니지만, 헤헤는 쿠쿠를 좋아한달까. 그런데, 쿠쿠는 아무에게도 관심이 없다. 뭔가 연결되지 않는 삼각관계!? (笑)

다양한 에피소드 중에서 우리 곤냥마마와 너무나도 비슷해서 인상에 남았던 게 있다. 그건 바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랄까. 쿠쿠가 저자가 일을 할 때 계속 옆에 와서 울길래 조금 있다 놀아주려고 했더니, 그게 화장실을 치워달란 울음이었단 것. 결국 저자의 침대 위에 응가가... 우리 티거도 무척이나 깔끔을 떠는 녀석이다. 우리 곤냥마마님들은 어릴때부터 용변 패드를 사용했는데, 보리는 용변 패드에 소변이 묻어 있어도 상관을 안하지만, 티거는 자기가 본 소변이 아니라도 치워달라고 울며 떼를 쓴다. 그래서 티거가 울때는 무조건 가야 한다. 안그러면 화장실이 더럽다고 어디에 볼일을 볼지 모르기 때문이다. 놀이용으로 사줬던 캣 터널.. 그래서 버린 적이 한 번 있다는...

쿠쿠, 냥냥, 헤헤의 에피소드가 끝나면 가슴 찡한 에피소드가 두 개 나온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앞에서 쿠쿠, 냥냥, 헤헤의 이야기를 보면서 웃다가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아버렸다. 이거 반칙이야!!!! 앞에선 웃게 만들고, 결국 울게 만들다니... 하지만, 이런 사연을 보면서 우리의 길고양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때론 사람보다 동물이 낫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고양이 만화를 보면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는 느낌을 꽤 많이 받게 된다. 고양이는 십묘십색(十猫十色)이라고 할 정도로 개성이 강한 녀석들이라 똑같은 녀석들이 없다. 비슷해 보이는 것은 고양이란 종 자체의 특성이랄까. 그래서 비슷한듯 하면서도 색다른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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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전 시바타 요시키 여사(처음엔 남자분인줄 알았다)의 쇼타로 시리즈를 네 권 몽땅 사서 주욱 읽은 적이 있다. 원래 미스터리같은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데다가,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1人인지라 냉큼 구입했었다. 코지 미스터리로 짤막짤막한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인간과 고양이의 관점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고양이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이야기는 고양이의 말로 이루어진다. (즉, 인간은 못알아 듣는다) 인간의 관점에서는 고양이의 행동으로 추측을 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뭐, 대부분은 인간들이 못알아 들어서 고양이가 해결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는 있었지만, 항상 뭔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도 그럴것이 죄다 단편이다 보니 사건 자체도 간단하고, 추리 역시 간단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번에 읽은 아카가와 지로의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제 1탄인『삼색 고양이 홈즈의 추리』는 장편인데다가, 고양이가 말이 없고, 행동으로만 보여줘서 더욱더 흥미로웠다. 말하는 고양이도 좋지만, 역시 고양이는 말이 없는 편이 더 좋을지도.... (笑)

책은 한 여자 대학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한다. 이 사건 해결에 투입된 형사는 피, 술. 여자에 무척이나 약한 가타야마로 어찌보면 저래가지고 형사 노릇 제대로 하겠어, 싶은 생각이 들지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랄까. (사심 가득한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내가 정말 꽂힌(?) 등장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삼색 고양이 홈즈이다.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행동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그런 녀석이랄까. 그만큼 사람에 익숙하고 친숙하다.

"나는 고양이에게서 신비한 무언가를 느낍니다. 과연 이 작은 머리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우리가 그냥 봐서는 잘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고양이는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인간을 이해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34p)

가타야마가 만나 도움을 받게 되는 모리사키 교수의 말처럼 고양이는 신비로운 점이 많은 동물이다. "개는 부르면 바로 온다. 고양이는 메세지만 받고 나중에 오고 싶을 때 온다." 는 메리 블라이의 말처럼 고양이는 독립적인데다가, 사람의 말을 일방적으로 따르지 않아 머리가 나쁘다고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사실 고양이는 무척이나 똑똑하다. 그리고 그 똑똑함의 결정판이 바로 여기에 등장하는 홈즈라 할 수 있다.

홈즈의 추리편에 나오는 사건은 처음에는 여대생 살해 사건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더 복잡해진다. 알고 보니 여기에는 여대생 매춘 조직, 학교 신축 교사 비리 등 결코 가볍지 않은 - 물론 여대생 살해 사건도 가볍지는 않지만 - 사건들이 줄줄이 따라나온다. 게다가 가타야마에게 도움을 주던 모리사키가 밀실 상태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다. 도대체 모리사키는 누가 죽인 것이고, 그 동기는 무엇일까. 아직 첫번째 사건도 해결되지 않았는데, 또다시 여대생 살해 사건이 일어나고, 모리사키 교수의 애인이자 가타야마에게 사건 해결의 도움을 주는 유키코마저 범인에게 노려진다. 더불어 화학 교수의 방에서 없어진 폭탄때문에 기숙사 관리인인 고미네가 폭탄으로 죽는 등 정말 사건은 언제 끝날까 싶을 정도로 자꾸만 터진다.

본문은 쑥쑥 읽히고, 문체는 경쾌한데 일어나는 사건은 무참하기만 하다. 전에 읽었던 <세일러복과 기관총>도 그런 느낌이었다. 뭔가 웃긴데, 잔혹하고 차갑달까. 그러나 잔혹하다고 해서 눈을 감아 버리고 싶을 그런 느낌은 아니다. 굉장히 독특한 느낌이랄까. 그건 아마도 어리바리한 형사 가타야마와 가타야마가 벽에 부딪힐 때마다 등장해서 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홈즈 덕분이 아닐까 싶다. 가타야마와 고양이 홈즈가 전체적인 분위기를 많이 완화해준달까.

탐정 소설처럼 추리를 많이 하는 건 아니지만, 형사가 등장하는만큼 탐문 수사가 재미있다. 특히 밀실 트릭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밀실트릭이 풀리는 순간 그날 있었던 모든 일들이 스르륵 풀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좀 억지스러운 부분이 있다는 걸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각 사건의 공범관계가 너무도 쉽게 이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사실 공범이란 건 굳은 신뢰가 아니면 잘 이루어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은 공범관계가 너무 많다. 여대생 살해 사건만이 단독범행이랄까. 거기에서의 범인은 일본어의 발음으로 쉽게 추측했다. (아마도 이런 건 원작에서 더 재미를 느낄 부분일 듯 하다)

이제 가타야마와 홈즈는 완전한 파트너가 되었다. 두 사람(?)의 파트너쉽이 앞으로 또 어떤 사건을 해결할지 너무나도 기대된다. 말이 없어도 행동만으로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끌어내는 홈즈. 고양이는 정말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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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 1>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 카이스트 신동원 교수님이 들려주는 하늘과 땅의 과학 한국 과학사 이야기 1
신동원 지음, 임익종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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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과학사 이야기라..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우리가 쉬이 접하지 못했던 분야의 역사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마구마구 솟아올랐다. 하지만, 반대로 걱정도 물밀듯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어린이 도서라고는 하지만, 책을 휘리릭 넘겨 보니 꽤나 세세한 내용인듯 보였기 떄문이다. 또한 인문학도의 길을 걸어온 나로서는 과학이란 것에 알러지 반응이 있을 만큼 중고교 시절부터 멀리해 왔기 때문이다. 물론 역사는 계속 공부해 왔던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과학사라니. 내가 이해는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일단 목차를 보니 하늘과 땅의 과학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늘과 관련한 과학이라면, 천문학?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천문학 이야기도 있지만, 더 많은 이야기가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땅과 관련한 과학이라면, 지리학?
이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지리학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함께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하늘과 관련한 과학에 대해 알아 보자. 우리나라의 천문학은 언제부터 발달했을까.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을까. 나도 고인돌에 별자리가 새겨져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나는 고인돌이라고 하면, 선사시대의 무덤이요, 북방형 고인돌과 남방형 고인돌이 있으며, 부족장들의 무덤이었다, 정도밖에 모른다. 그런데, 고인돌에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구? 오호, 이거 정말 흥미로운데. 그렇다면, 벌써 그 시대부터 천문학이란 게 발달한 것이로구나.

그후 삼국 시대로 들어가면 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별자리 그림이야기가 나온다. 고분 벽화는 많이 봤지만, 별자리 이야기는 처음이다. 또다시 신기한 기분이다. 고구려 고분 벽화는 한·중·일의 교류를 상징한다고 한다. 신라시대의 첨성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다. 현존하는 천문대 중 가장 오래된 천문대인 첨성대는 천문학이 제도화되었음을 상징한다. 그렇다면 고대의 사람들은 별을 왜 관찰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아는 바로는 고대는 왕권과 신권이 똑같이 중요하게 여겨졌던 시기로, 인간의 길흉화복을 별점을 통해 점치고 그것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고대의 천문학이란 요즘과는 조금 다른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고려 시대의 천문학에 관한 내용은 <고려사>에 잘 나와 있다. 일식, 월식, 태양의 흑점, 신성의 폭발 장면을 비롯해 유성과 유성우의 기록, 화산 폭발과 지진에 관한 기록까지 남아 있다. 특히 태양의 이상과 흑점은 왕의 죽음을, 월식은 왕비의 죽음을, 혜성은 반란의 조짐으로 봤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고대, 중세 역사를 보면 천문과 기상은 정치와 깊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시대 태조때에는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천상열차분야지도>란 것이 만들어졌고, 세종때에는 중국 북경의 하늘이 아닌 서울의 하늘을 천문의 기준으로 삼고 역법을 새로 만들었다. 세종때라고 하면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기이다. 특히 장영실이 만든 다양한 기구들은 지금도 뛰어난 관측기구라 일컬어질 정도이다. 세종때에 만들어진 관측기구로 유명한 것은 절기와 시간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정말 뛰어난 기술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물시계인 자격루, 그리고 강수량을 측정하는 측우기와 수표등이 있다. 특히 자격루의 경우에는 자료가 없었다면 현대 기술로도 복원이 불가능했을 만큼 과학의 집적체라 할 수 있다.

또한 홍대용은 지전설을 주장했다. 서양에서도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을 두고 논란이 많았다. 특히 갈릴레오의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만, 홍대용이 지전설을 주장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지구는 멈춰 있을 수 없다. 둥글기 때문에 돌아야 한다. 그렇게 도는 해와 달, 천체 사이에는 고정된 중심이 없다. 마찬가지로 땅 위의 모든 장소는 동등하다. 중국이나 조선이나." (126p)

홍대용이《의산문답》에 남긴 이 글은 중국을 세계 중심으로 생각하던 기존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의 자주성을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홍대용은 무한 우주론, 외계인설 등 당시 상식으로는 감히 생각할 수 없었던 주장을 펼치기도 했으니, 정말 입이 떡 벌어질 수 밖에 없다.

그외에도 우리나라의 최초 달력이랄 수 있는 칠정산은 관측지점을 중국 북경이 아니라 조선의 서울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 이 역시 중국의 문화권에서 벗어나 우리의 자주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칠정산의 수학공식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자료가 남아있지 않은 지금, 그 공식을 도저히 풀어낼 수가 없다고 하니, 우리의 선조가 얼마나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지 다시금 감탄을 했다. 이외에도 책력은 농사를 중시하던 우리나라의 특징과 맞물리는 것으로, 농사에 이용되던 달력이다. 
수학과 관련한 다른 것으로는 산가지로 계산하는 계산법과 천원술의 발달이 조선 수학의 가장 큰 특징이라한다. 

재미있는 것은 음악 역시 과학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박연이 황종음을 찾고 정확히 음을 정할 수 있었던 것도 과학 덕분이다. 황종율관의 길이와 무게, 부피는 도량형의 기본으로, 거기에서 나는 음들이 음악의 기초가 되었다고 한다. 

땅과 관련한 과학 이야기는 풍수지리 및 지리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풍수지리는 지금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이다. 지금도 조상님 무덤을 잘 써야 후손이 번창하지 않는다던가.  양택풍수는 도시, 특히 수도와 관련되어 있고, 음택풍수는 무덤 자리와 관련되어 있다. 경주는 1,000년, 서울은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수도이다. 이 모든 것이 풍수지리에 의해 정해졌다고 하니 그 중요성을 새삼 실감한다. 하지만, 풍수지리는 과학적으로 설명하기 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풍수지리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중시하고 그 조화가 생태적으로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듯 하다.

지리는 말그대로 지형에 관한 학문이다. 물론 지형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지형 자체에만 관심을 두는 학문은 아니다. 지형지물을 잘 이용해야한다는 말도 있듯, 지리학은 국가를 통치하는데에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따라서 조선 시대에 이르러 지도가 많이 만들어진 것도 이해가 될 듯도 하다. 국토에 관한 지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 지리학이요, 그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도이니까. 조선초에 만들어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세계지도로 당시의 세계관을 잘 반영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이 상대적으로 크게 그려진 것은 우리의 가치기준에 의해 그려졌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명혼일도>는 조선과 일본이 축소되거나 아예 배제되기도 하여 중국의 세계관을 단정적으로 보여준다.

대표적인 지리지로는 전국 328개 지방 군현에 대한 정보가 담긴 세종실록 지리지와 세종실록 지리지를 보완하고 문장과 시를 추가한 신증동국여지승람, 그리고 택리지가 있다. 조선시대의 지도라고 하면 우리는 누구를 먼저 떠올릴까. 그렇다. 바로 김정호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지형을 정확히 그리고,산, 강, 군현의 경계를 표시하고, 부호를 사용한 대동여지도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얼마나 세세하고 자세한지 지금도 대동여지도를 이용해 큰길은 대부분 찾을 수가 있다고 하니, 김정호의 지도 그리는 기술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알 수 있다.

그외에는 신경준의 <도로고>에 봉수길, 파발길, 역참길에 대한 자료가 남아 있고, 육로뿐만 아니라 당시 중시되었던 물길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또한 땅에서 나는 광물에 대한 이야기로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것은 당시에도 연금술이란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가짜 금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가짜 금을 판별하는 사람 등의 이야기는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그외에도 서양에서 수입된 안경, 충안경(현미경), 망원경 등의 이야기도 나와 있다.

정말 하늘과 땅에 관련한 과학이야기를 총망라해 놓은 듯한 느낌이다. 얼핏 생각하기엔 너무 어렵고 복잡하지 않을까 싶어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저자의 설명과 수많은 사진들은 이해를 더욱 돕고 있다. 이 책은 어린이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훌륭한 교양서가 될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제껏 정치 사회 문화사에 대해서 주로 공부를 했고, 과학사에 대해서는 스쳐지나듯 공부를 해왔다. 이러한 것은 문(文)을 중시하던 사회적 흐름과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늘 서양의 과학기술을 부러워만 하고, 우리의 과학기술은 천대해왔지만,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의 서양의 것 못지 않음을, 아니 어떤 분야에서는 더 뛰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나에게 거인들의 어깨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뉴턴의 말대로 고대, 중세, 근대를 거치며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발전시켜온 거인들이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의 과학기술의 혜택을 맛볼 수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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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8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스즈야 2010-09-08 22:47   좋아요 0 | URL
앗.. 그러셨군요. 근데 그런 느낌 전혀 없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
지금은 좀 괜찮아지셨나요? 얼른 지나가면 좋을텐데요..

전 첨에는 내용 파악정도로 읽고, 두번째는 체크해가면서 노트에 좀 적어 봤어요. 소설은 따로 필기를 안하고 리뷰를 작성하는데, 요런 책은 필기를 안하면 리뷰를 쓸수가 없더라구요... (아하하)(울적)
 
죽마고우 오성과 한음 - 빛나는 우정과 넘치는 해학으로 역사가 되다
이한 지음 / 청아출판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Q. 오성과 한음을 알고 있나?
A. 네, 물론 알죠.
Q. 그럼 오성과 한음에 대해 자네는 얼마나 알고 있나?
A. 얼마라뇨? 일단 두 사람은 조선 시대 선조때의 사람이고, 오성의 이름은 이항복, 한음의 이름은 이덕형 그리고, 둘 다 영의정까지 오른 인물이죠.
Q. 그리고?
A. 그리고?? 그리고... 에... 둘은 절친?!

사실 오성과 한음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대부분 나와 같은 정도의 대답만을 할 것이다. 죽, 우리 역사의 수많은 위인 중에 속해있는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듯 하다. 오성과 한음은 절친한 벗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것처럼 어린 시절부터의 친구는 아니었다. 이미 장성하여 혼인을 한 후 만났다고 한다. 그때는 벌써 오성 이항복이 25살, 한음 이덕형은 20살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에 대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모두 거짓일까? 사실 역사적 인물이란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신 인물이기에 남은 사료로 판단을 할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근거를 판단하는 사료가 모두 진실이라고도 할 수 없다. 때로는 과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며, 때로는 살짝 거짓이 가미되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느 정도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이것이 문제다. 

책의 첫머리는 우리가 이제껏 알고 있던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를 뒤집으며 시작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던 이야기 자체가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둘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와 둘의 성품에 관한 이야기를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비록 나이 차이가 있고 성격이 천양지차로 달랐지만, 사망할때까지 절친한 우정을 맺어온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큰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오성 이항복과 한음 이덕형은 성격이 정반대였다. 농담을 즐기고, 친구가 많았던 오성에 비해 한음은 과묵하고, 신경질적이었지만, 천재라 일컬어질 만큼 머리가 좋은 인물이었다. 한음이 투덜거리고 기대는 건 오성정도 밖에 없단 인상이랄까. 사람은 의외로 묘한 부분에서 잘 맞는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한음이 오성에게 늘 기대는 것만은 아니었다. 두 사람은 임진왜란이라는 큰 국란을 거치면서 서로를 끔찍이도 위했다는 것은 책 본문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명나라에 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한음이 명나라로 떠날때 오성과 한음이 나눈 이야기에서는 울컥하고 무엇인가가 가슴을 치밀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명나라의)군사가 오지 않으면 너는 나를 시체더미에서나 찾고 살아서 다시 보지 못하겠지……." (153p)
"군사를 부를 수 없다면 나는 내 뼈를 중국땅에 묻고 다시는 압록강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거야." (154p)

또한 두 사람이 나눈 편지 중에서 명나라와 조선 사이의 외교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오성이 사신으로 중국으로 떠날때 한음이 오성에게 남긴 편지에 있는 시에 특별한 표현은 없지만 그 속에 담긴 따스한 마음은  한음의 마음을 그대로 전하는 듯 하다.

밥 많이 드시라는 마지막 당부 잊지 마십시오.
늙어가니 이별의 정이 소싯적과 달라집니다.
(220p)

본문은 두 사람의 유년기, 청년기, 임진왜란 시대를 지나 광해군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즉, 태어나 죽을 때까지의 이야기가 모두 씌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좀 아쉽게도 오성 이항복에 대한 자료는 많이 남아있고, 한음 이덕형에 대한 자료는 부족해 오성의 이야기가 좀더 많다. 그래도 두 사람의 우정에 대해 이해하는데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으리라.

그렇다면 이 책은 두 사람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선조시대에서 광해군 시대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만큼,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선조와 광해군과 관련한 이야기를 비롯해, 오성의 장인이었던 권율장군, 임진왜란의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을 비롯해, 유성룡과 이이 율곡 등 동시대 인물들과의 일화도 많이 있다. 특히나 오성과 한음이 상대방의 부인에게 친 장난에 관한 일화는 듣기만 하면 아하, 그 이야기로구나, 라고 무릎을 탁 칠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이야기기이도 했다.

책은 전반적으로 역사적 인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정말 지루함이 없었다. 오히려 저자의 말투에 큭큭대면서 웃고 또 웃었달까. 어떻게 보면 이 책에 실린 이야기 모두가 야사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기는 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저자가 수많은 자료 수집을 통해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놓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근거없는 뜬 소문을 적어 놓은 것이 아니란 말이다. 오히려 정사에 가까운 이야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풀어서 그런 느낌이 많이 나는 것 뿐이라 생각한다.

『竹馬故友 오성과 한음』은 정사와 야사, 그리고 민담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책이다. 그래서 여기에 나온 오성과 한음의 이야기가 모두 진실이다, 라고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무방하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우리가 몰랐던 오성과 한음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역사에 길이 남을 위인이라고 늘 뒷짐지고 에헴하면서 멋있는 모습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인간적인 모습이 더 강조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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