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
금선란 지음, 조수연 그림 / 보림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티비 프로그램 중 동물이 나오는 것을 시청하다 보면 학대받고, 버려진 동물들에 대한 사연이 많이 나온다. 개중에는 버리지는 않았더라도 방치 상태로 두어 유기 동물이나 마찬가지의 삶을 사는 녀석들의 모습도 있다. 그런 녀석들을 보면 도대체 반려인은 어떤 생각으로 저 녀석들을 키울 생각을 했을까, 싶은 경우도 많다. 차라리 처음부터 키우지나 말지, 저렇게 고통속에서 살아가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사람들은 오히려 큰소리를 떵떵 친다. 내가 키우는 개인데, 왜 당신들이 상관하냐고. 이는 우리나라의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개와 고양이같은 동물은 법적으로 사람의 '소유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대받고 방치되는 동물들이 있어도 함부로 구조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한국동물보호협회 회장인 금선란씨가 펴낸『버려진 동물들의 이야기』는 다양한 동물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각 동물들의 사연은 시간 순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양구란 개가 6.25.전쟁때 끌려가게 된 이야기나 고등학교때 키우던 토끼 쫑아가 어머니의 위장병약으로 먹혀 버린 일등 아주 오래된 사연들도 있고, 금선란씨가 동물 고아원을 만들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고양이 가족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나는 가엾은 동물들을 보면, 그들이 마음껏 뛰놀며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지구를 반으로 갈라서 사람에게 반쪽 그리고 동물에게 반쪽을 나누어 주는 꿈을 갖기도 했다. (62p)

동물 고아원을 만들게 된 계기를 만들어준 깜동이란 고양이와 깜동이의 가족 이야기를 보면, 처음에는 동물을 키운다는 것에 대해 남편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고양이는 쥐를 잡는 용도로, 개는 집을 키우는 용도로 키워진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깜동이가 새끼를 낳고 가족을 이루면서 남편의 마음도 서서히 풀려가지만, 입양 보낸 새끼들이 사라지고, 남편이 운영했던 약국 건물마저 헐리면서 어미 고양이인 깜동이마저 행방불명된다. 피부병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졌던 깜동이가 가족까지 이룬 사연은 참으로 따스했지만, 깜동이네 가족의 불행은 너무나도 컸다.

이후 동물 고아원을 만들게 된 금선란씨는 다양한 동물을 구조하고 보살핀다. 고양이 100마리, 개 30마리를 시내에서 키운다는 것은 왠만한 결심으로 하기 힘들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도 곱지 않다. 또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것도 없다. 개인의 손으로 동물을 구조하고 구조된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지만, 그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여러 동물들의 사연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무지로 인해 고통받는 동물의 사연을 더 많이 들려준다.

아이들의 놀림감으로 질질 끌려 다니던 고양이가 결국 재래식 화장실에 빠져 죽은 일이나, 이웃 사람이 고양이를 한마리 달라고 해서 보냈더니 하루만에 잃어 버린 사연, 이사를 가면서 고양이를 버리고 가고, 과수원으로 보냈다고 하면서 개장수에 팔아버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나라 동물들이 처한 현실이 얼마나 참혹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사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반려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걸었던 검둥이의 이야기나, 남편의 죽음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여성이 고양이 가족을 돌보게 되면서 삶의 희망을 얻게 된 사연, 지나치게 죄는 목줄에 목을 심하게 다친 개를 구조한 사연 등 마음이 따스해지는 사연도 많다.


특히 내가 읽으면서 마음이 너무나도 따스해져 왔던 건 미돌이와 녹원이란 고양이 두마리의 이야기였다. 잘생긴 외모에 다른 고양이들에게 인기도 많았지만 다리를 다쳐 절름발이가 된 미돌이와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고 버려진 후 영영 울지 않게 된 녹원이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사람보다 나은 게 이 아이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서로를 의지하고 보살피며 굳은 우정을 나눴던 미돌이와 녹원이를 그린 그림은 보고 있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금선란씨가 처음부터 동물고아원 운영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어떻게 해야 구조된 동물들이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새동이의 사연은 그것을 잘 보여주는 사연중의 하나였다.

조금이라도 더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살도록 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동물들에게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결국 희생을 치르고서야, 나는 '위험이 따르는 자유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132p)

새동이는 울타리가 없는 동물 고아원에서 외출을 하다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시내에 있는 동물 고아원인 만큼 밖에는 차가 씽씽 달린다. 자유롭게 바깥을 탐험하는 것도 좋지만, 동물에게 있어 도시는 너무나도 위험했던 것이다. 그들을 배려해준다는 것이 오히려 화를 불렀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어쩔수 없이 안락사를 하는 경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구조해야 할 동물의 수는 자꾸만 늘고, 그들을 수용할 시설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구조 동물중 안락사를 택해야 할 때 그 마음은 무엇으로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하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경우가 있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동물을 장난감 취급하거나 단순히 흥미에서 키우다가 버리는 경우도 많다. 야성이 남아있으니 버려도 잘 살겠거니,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이미 사람에게 길들여진 동물은 야성을 찾을 수가 없다. 그런 동물들에게 도시는 위험으로 똘똘 뭉친 곳이다. 쓰레기를 뒤지고, 로드킬을 당하는 동물들을 보면, 그들이 무슨 야생의 습성을 가지고 있냐고 묻고 싶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중반부터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많이 늘어났다. 단순히 쥐잡기 고양이나 집지키는 개의 용도를 벗어나 가족으로 살게 된 동물의 수의 증가와 더불어 유기동물이나 방치동물, 학대받는 동물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은 수십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이다. 내가 키우려는 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떠날 때까지 잘 보살펴 줄 자신이 있는지를 제일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그리고 무턱대고 동물을 구조한답시고 설레발을 치는 사람도 있는데, 순간의 동정심에서 데려와 놓고 결국 책임을 지지 못해 2차적으로 유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자기만족의 동정심도 버려야 한다. 내가 구조한 녀석을 내가 책임지지 못할 바에는, 오히려 구조가 그 동물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현대 사회에서 동물은 인간보다 약한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동물을 잘 보살피고 돌봐줄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인간 사랑의 기본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138p)

댓글(0) 먼댓글(1)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줄기러기 -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는다 : 동물의 진화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2 -
    from 책/공/장/부/키 2011-03-22 11:05 
    줄기러기에게 배우는삶의 지혜 “스스로 한계를 긋지 않는다” ‘달 밝은 가을밤에 기러기들이 찬서리 맞으면서 어디로든 가나요’라는 동요를 아세요? 어린 시절 참 좋아했던 노래였는데요, 기러기가 어떤 새인지 몰랐지만, 오래오래 날아야 하는 ‘고단한 날개’가 안타까워서 마음이 쓸쓸해지곤 했어요. 기러기의 한 종류인 ‘줄기러기’는 날개뿐
 
 
 
Snowcat의 혼자 놀기 - 개정 증보판
권윤주 지음 / 열린책들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는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많았다. 특히 무슨무슨 날이면 누군가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정석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혼자 밥을 먹거나, 혼자 영화를 보거나,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것처럼 느껴져서 기를 쓰고 세상의 중심에 다가서려 했지만, 성격 탓인지 난 늘 겉돌았다. 함께 있어도 존재감이 없다거나, 함께 있어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거나, 함께 있어도 외.로.웠.다.

그래서 그다음으로 선택한 방법은 '혼자서도 잘해요'란 것이었다. 혼자 씩씩하게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혼자 산책을 즐기는 것은 의외로 신선한 재미를 가져다 주었다. 둘 혹은 셋이상의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과는 다른 그 어떤 것이랄까. 오히려 즐길수록 더 빠져드는게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었다.


요즘 밖에 나가보면 함께 무언가를 하는 사람보다는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을 많이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는 듣지 않겠다는 듯 이어폰을 사용해서 mp3로 음악을 듣고, 미니 게임기나 핸드폰을 들여다 보는 등 자신 만의 세계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느낌이다. 예전같으면 혼자서 하는 것이라곤 기껏해야 책을 읽는 것 정도였는데, 어느샌가 우리는 점점 혼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SNOWCAT의 혼자놀기』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상자에 구멍을 뚫어 머리에 쓰고 논다거나, 오렌지에 그림을 그리는 등 코믹한 놀이 방법에 대한 이야기도 있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때 더 많은 외로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누군가를 배려해준답시고 설레발을 친다는 사람이나, 사람 관리를 한다면서 앞에 있는 사람 세워두고 혼자 신나게 전화로 떠드는 사람, 그리고 자신은 아웃사이더라고 강조하면서도 주목받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때로는 오히려 그런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게 더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안에는 두 가지 테스트가 있다. 위 사진에 있는 페이지는 <당신의 타입은?> 이란 테스트 페이지다. 내 경우에는 B에 당첨! 역시 나는 '혼자 놀기' 과인지도...


두번째 테스트는 <당신이 혼자 놀기에 성공할 확률>이란 테스트로, 나의 경우 YES가 5개가 나왔다. 꼭 성공한단다....

재미로 보는 테스트이지만, 그동안 내가 '혼자서도 잘해요'라는 것을 얼마나 잘 실행해왔나 싶은 생각이 들어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혼자 책을 보고, 음악을 듣고, 산책을 하고... 예전에는 혼자 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던 일들이 이젠 일상이 되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바깥 세상과 나를 단절시키는 어리석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혼자 있을 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것 뿐이다. 이 책이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것이 아닐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는 하지만 늘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는 없다. 때로는 자신의 성장을 위해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그 시간을 두려워만 한다면 더이상 성장하지 못한채 정체되어 버릴지도 모른다.

혼자인 순간을 두려워만 하지 말고, 즐겨보자. 이제껏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올지도 모르니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69p, 19p, 5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제스트 성경을 읽고 리뷰 남겨 주세요~ (선착순 20분!!)
다이제스트 성경 - 영어로 배우는
이면희 지음 / 베이직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빨간 기본영어, 성문 기초영문법, 성문종합영어, 맨투맨, 맥영어.....
그외에도 수도 없이 봤던 이 책들의 공통점은 영문법 책이란 것이다. 중학교 1학년때부터 시작해서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시절, 그후 성인이 된 다음에도 다양한 영문법 책을 공부했다. 토익이나 토플 관련 수험서로 공부를 할 때도 빠지지 않는 것이 영문법이란 것이었다. 하지만, 공부해도 공부해도 끝이 없었다. 과연 이게 잘하는 공부 방법인가 싶기도 했다. 영어 회회반에 들어가서 공부를 할 때도 마찬가지로 영문법이란 것은 내 발목을 잡는 것 중의 하나였다.

『영어로 배우는 다이제스트 성경』은 성경으로 공부하는 영문법 책이다. 원래 성경은 영어로 씌어지지 않았으니, 영어로 번역된 성경을 공부한다고 보면 된다. 예전에 성경을 독파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하지만 구약성서에서는 누가 누구의 아들이고, 아들이고..가 무한 반복되어 그냥 넘겨 버렸고, 신약성서로 넘어가서는 우리말 번역이 난해해서 그냥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기독교 신자라면 꿋꿋하게 읽었을지도 모르겠으나, 비종교인 나로서는 그저 난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게 된 이 책은 성경과 영문법이란 것을 잘 버무려 놓은 책이다. 늘 똑같은 예문을 제시하는 영문법 책에서 벗어나 성경이란 텍스트를 가지고 영문법을 공부하게 만든다는 것은 참신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볼 때는 딱히 난 종교인이다, 비종교인이다를 벗어나, 영문법 책이자 좋은 말씀이 많이 있는 책이라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외국어 공부를 하다 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문법이란 부분은 제외할 수가 없다. 모국어가 아닌 이상, 그 언어의 법칙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원어민같은 경우에는 아무런 의심없이 사용할지라도, 외국인이 보기에는 특정한 규칙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을 더욱더 당황케 만드는 것은 특수한 법칙이 사용될 때이다. 이건 원어민에게 물어도 똑같은 대답만이 돌아온다. "원래 그런 거야." 원래 그런 것이라... 그 말이 맞긴 맞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공부하다 똑같은 난관에 봉착해도 우리는 역시 "원래 그런 거야"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왜 그런 것가지고 고민을 하지?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그야 당연하겠지. 우리는 한국어를 선천적으로 습득해왔기에 그런 변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지만, 외국인의 경우에는 당연히 그게 의문이 되기 때문이다. 영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영문법을 놓을 수가 없는 게 아닐까.

문제는 우리들이 영어로 생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한다는 데 있다. 영어를 한다는 것은 우리말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이야기다. 따라서 그 게임을 잘 하려면 게임의 룰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문법이다. (13p)

저자가 말한대로 영어는 우리말과 구조적 차이가 크다. 우리말의 경우 주어 + 목적어 + 서술어(동사)의 경우로 진행되지만, 영어는 주어 + 동사 + 목적어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어순부터 다르다 보니 간단한 영어 문장 하나를 만드는 것도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한다면 영어로 생각하는 방식, 즉 영어가 어떤 식으로 문장을 만드는지부터 배워야 한다. 그것이 첫번째 챕터인 <최초에 명사와 동사를 말씀하시니라>에 나와 있다. 이 파트에서는 동사를 중심으로 공부하게 된다. 동사는 영어 8품사 중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어는 생략해도 되지만 동사가 생략되면 문장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문장의 5형식을 공부하게 된다.

주어 + 동사는 1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는 2형식.... 이렇게 외어 본 사람은 나만이 아니겠지.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요, 문장을 파악하는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왜냐하면 형요사구나 부사구처럼 문장 자체를 수식하는 부분을 제외하고 문장의 핵심을 짚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문장의 5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부정사만을 취하는 동사와 동명사만을 취하는 동사, 부정사와 동명사를 함께 취할 수 있는 동사등 우리가 배워왔던 기본 문법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챕터 2인 <협력하여 동사를 이루느니라>역시 동사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역시 동사에 관한 이야기로 동사의 변형이나 조동사, 시제에 관한 문법 사항을 다룬다.

챕터 3 <명사를 구원하리니>는 명사 파트이다. 명사를 공부하면 제일 먼저 배우는 건 뭐? 그렇다, 바로 정관사와 부정관사. 정관사가 어디에 붙어야 하고, 부정관사가 어디에 붙어야 하는지 골머리 썩여본 사람은 다 안다. 나도 이 파트를 보면서 예전에 끙끙대며 외던 기억이 나서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외에 명사를 수식하는 품사인 형용사에 대한 설명이 나오면서 비교급, 최상급, 라틴어 비교급에 대한 학습까지 마치게 된다.

마지막 챕터인 <글이 서로 연결되더라>는 문장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절과 절의 연결에 관한 이야기이다. 절과 절의 연결이라면 당연히 관계사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명사절, 형용사절, 부사절 외에도 가정법까지 이 파트에서 공부하게 된다.

대략적으로 각 챕터에 대한 내용을 적었지만, 이정도만 해도 이 책은 기본적인 영문법 전반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영어를 이해하고, 영어로 씌어진 문장을 파악하고, 영어를 구사하는 데에 있어서 불필요한 설명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우리가 늘 접하던 예문이 아닌 성경에서 가져온 예문을 드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었다. (외국어 학습에 있어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가 없으면 공부는 절대적으로 미가 없다) 또한 당시 시대 상황이나 역사 같은 것을 부연설명해서 약간의 지루함을 덜어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며서 무척이나 아쉬웠던 것은 역시 성경의 한글 번역 부분이다. 내가 앞서 언급했듯이 성경의 우리말 번역은 때로 우리말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들다는 면이 있다. 일상적으로는 잘 쓰지 않는 한자어를 많이 사용한다고 할까. 그래서 때로는 영어로 된 문장이 우리말보다 이해하기 쉬웠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오히려 영어가 더 간략하고 명쾌한 뜻을 전한다고 할까. 뒤에 수록된 다이제스트 성경 부분은 저자가 성경의 내용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놓은 부분이 많아서 그나마 읽기 수월했다.  

외국어 학습은 기본적으로 암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말을 할 때를 생각해 보자. 머리로 생각하긴 하지만, 그런 경우에는 중요한 내용을 정리해서 말해야 하는 경우이고, 대부분은 입에 붙은 말이 그냥 터져 나온다. 외국어도 그 경지가 되어야 잘 한다는 말이 나온다. 그렇다면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암기는 모든 학습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특히 언어의 경우, 많은 것을 알고 있기보다는 몇 가지 확실히 알고 있는 것이 더 유용할 때가 있다. 영어로 말을 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중요한 영어 표현은 그냥 입에서 터져 나와야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암기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230p)

저자가 위에서 언급했듯, 나 역시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암기란 필수라고 생각한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듯 습득하는 것은 어린아이일 때만 가능하다. 이미 성인이 된 시점에서 그건 꿈도 못꿀 일이다. 만약 외국에 나가서 살아야 한다면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언어를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살면서 외국어를 습득해야 할 경우에는 암기는 기본이 될 수 밖에 없다. 

외국어 공부에서 손을 놓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방법을 이용해 봐야 한다. 우리말 속담에 한우물만 파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외국어 학습에 있어 효율적인 방법이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여러 우물을 파다가 제일 물이 잘 나오는 우물을 파야할 때도 있다는 말이다. 외국어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도 학습 능률을 올리는데 필요한 일이란 생각을 해 본다. 바로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 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와 2
고아라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서와』1권을 보면서 난 들뜨기만 했다.
귀여운 홍조의 모습에, 사람으로 변한 멋진 홍조의 모습에 설레기만 했다.
그리고 그런 홍조가 옆에 있는 솔아가 부러웠다.
그래서 내 대학시절을 떠올리며 약간은 우울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난 뭔가 중요한 것을 놓쳐버린 듯한 느낌이 들어 2권은 곰곰히 생각하면서, 그림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봤다. 간략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그들의 표정 하나하나를, 몸짓 하나하나를.. 그리고, 난 더욱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어서와』2권은 대학 축제로 시작한다. 대학 축제 기간은 대부분 가을. 술마시고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것이 허용되는 시기이다. 하지만, 그렇게 누구나 들뜬 시기에도 가슴 졸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건 솔아, 알아, 고구마, 그리고 홍조.

솔아는 사랑을 시작했다. 상대는 고구마의 친구 재선. 처음엔 친구의 친구였지만, 어느새 남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짤막한 대사지만 솔아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비친다. 재선의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이 쓰이고, 혹시 자신이 잘못한게 없나 싶어 안절부절 못하고... 왠지 그때의 내 모습을 보는듯해 피식 웃음이 나면서도 안쓰럽다. 어떻게든 재선과 함께 있을 구실을 만들고 싶어하고, 재선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나가는 솔아. 게다가 솔아는 복학을 한 상태라 다른 학년이다. 그래서 늘 재선과 같은 학년의 친구들이 부럽다. 솔아, 알아, 고구마, 재선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소외되던 솔아의 모습. 같은 학년이 아니라 공통의 화제가 없어 입을 꾹 다문 솔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재선은 솔아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가 조금씩 어색해져만 간다.

고구마는 복학생이다. 전에 사귀던 여자 친구와는 헤어졌다. 하지만 같은 학교에 다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자꾸만 마주친다. 실없는 소리나 하는 마음 좋은 녀석인줄로만 알았는데, 예전의 그녀를 만날 때마다 움츠러드는 고구마의 어깨가 한없이 작아 보인다. 특히 예전의 그녀가 새로운 남자친구를 대동하고 나타났을 때, 그날 저녁 술에 취해 자신의 손을 내려다 보며 꽉 쥔 주먹. 이제는 손을 뻗어도 잡을 수 없는 그녀를 생각했겠지. 그래, 사랑은 늘 아픈거야. 미련이 남아 있기에 더 아픈거야. 하지만, 네가 스스로 그걸 떨쳐낼 때까지는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단다.

알아는 아무래도 홍조씨(사람으로 변신한)가 마음에 드는 눈치다. 아무말 없이 곁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알아는 소심하다. 그저 바라보기만할 뿐. 알아의 캐릭터는 뭐랄까, 참 안쓰럽다. 같은 공간에 존재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존재감이 없달까.

홍조는 점점더 외출을 즐긴다. 알아도 만나고, 한 소년도 만나고.
대학 주변에서는 꽃거지라 불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2권에서 홍조가 옛 반려인과 솔아의 이야기를 들은 뒤, 눈물을 뚝뚝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왔다.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이 없을거라고 하지만, 사람처럼 표현하지 않을뿐, 그들도 아파하고 슬퍼하는 존재다. 그런 모습이 그 한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달까. 생각해 보면 1권에서도 잠시 집을 비웠던 솔아가 돌아왔을때, 방문을 박박 긁던 홍조의 모습이 떠오른다. 지금의 솔아는 홍조에게 누구보다 소중한 반려인이니까.

2권은 계절적으로 가을, 겨울 편이라 그런지 이들의 모습이 더 쓸쓸해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을 따스하게 만드는 장면도 많이 나왔다.


특히 이렇게 홍조가 솔아를, 재선이 솔아를 업고 가는 장면이 너무나도 예뻤다. 술에 취해 혼자 벤치에 누워있던 솔아를 업고 가는 홍조, 자신이 잠든 사이 함께 잠들어 버린 솔아를 업는 홍조의 모습, 고구마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취해버린 솔아를 업은 재선의 모습. 이 장면이 너무나도 예뻐서 한참을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계절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아픔이 더 커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알아는 홍조의 정체를 알아버렸고, 재선은 어떤 결심을 한듯 보인다. 재선의 결심은 어쩌면 솔아를 더 아프게 만들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3권이 기다려지면서도 슬프고 안타까운 이야기가 되어버릴까 싶어서 불안해진다. 그래도 자꾸만 기다려지는 건, 이렇게 부드러운 색조의 그림과 가슴속에 잔잔히 스며드는 이야기때문이 아닐까.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41p, 32p, 107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매드 픽션 클럽
미치오 슈스케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의 심리를 잘 포착해 내는 다양한 소재의 미스터리를 써내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 내가 이번에 집어든 작품은 최근 번역되어 나온『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이다. 원제는 용신의 비. 왠지 판타지적 느낌이 든다. 그의 전작인『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과『외눈박이 원숭이』, 그리고『등의 눈』은 미스터리이면서도 판타지 성향이 가미되어 굉장히 독특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섀도우』의 경우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이면서 강렬한 반전을 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이 작품은 그런 성향들이 잘 조합되어 있다고 해야 할까. 용과 용신이라는 상상속의 존재를 끌어오긴 하지만, 전반적인 이야기는 현실에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그리고 역시 복선이 곳곳에 숨겨져 있고, 반전의 효과 역시 크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두 가족이 있다. 소에키다 렌과 소에키다 가에데는 남매이고, 미조타 다쓰야와 미조타 게이스케는 형제이다. 소에키다 남매의 경우 오빠는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얼마 안되었고, 여동생은 중학생이다. 미조타 형제의 경우 다쓰야는 중학생, 동생 게이스케는 초등학생이다. 얼핏 봐서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 두 가정의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공통점이 존재한다. 바로 결손가정의 아이들이란 것이다. 소에키다 남매의 아버지는 아이들이 어릴때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어머니의 재혼 상대. 미조타 형제의 경우 어머니는 심장병으로, 아버지 역시 병으로 사망,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은 아버지의 재혼 상대이다.

피가 섞기지 않은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 만약 공통의 가족이 있다면 별로 이상할 것 없는 이야기지만, 피가 섞인 부모는 다 죽어 버리고, 법적인 가족만이 남는다면? 정말 '하늘이시여'라고 외치고 싶은 상황이 아닐까. 게다가 소에키다 남매와 함께 살고 있는 남자는 일도 그만두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제는 가에데를 노리는 듯 하다. 다쓰야, 게이스케를 돌보는 사토에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모습에 게이스케는 사토에에게 마음을 열고 싶지만, 다쓰야는 사토에가 슬퍼할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가족이지만, 가족으로 인정할 수 없다. 그리고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서로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서로가 가진 비밀때문에 오해가 생기고, 서로를 감싸주고 싶은 마음이 시야를 좁게 만든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렌은 새아버지가 가에데를 노린다고 생각하기에 죽이고 싶어 한다. 가에데는 그런 렌을 보며 혹시라도 렌이 일을 벌이지 않을까 불안해 한다. 다쓰야는 자신의 엄마가 사토에때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게이스케는 엄마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풍의 영향으로 세찬 비바람이 불어 오던 날, 비극의 막이 올랐다.
모든 것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단지 때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을 뿐.

렌의 새아버지의 죽음, 사체 유기, 목격자, 협박장......
이야기는 중심 인물을 바꿔가며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그리고 서로의 숨통을 조인다. 과연 누가 렌과 가에데의 범죄에 대해 알고 있을까. 이야기는 한 특정인을 '그 인물'로 지목하는듯 보인다. 책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시야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 누군가가 '그 인물'로 생각되는 순간, 독자는 함정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곳곳에 깔려 있는 복선을 의심할 수가 없다. 그러하기에 반전이 시작되면서 나는 당혹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그리고 '괴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 '괴물'이 어떤 짓을 벌였는지를 알게 되면서 등줄기가 오싹해져 왔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알지 못했던, 아니 외면해왔던 '진실'이 어떤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묘하게 슬퍼졌다.

책의 목차를 보면 그들, 그, 그녀, 용, 괴물, 성 등의 단어가 나온다. 문득 판타지처럼 보이는 목차이지만, 이 단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게 되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된다. 특히, 용이 가지는 의미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여기에서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용의 의미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도록 하겠다. (직접 확인하세요)  이 책의 또하나의 흥미로운 점은 일본의 신화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이다. 야마타노오로치와 스사노오노미코토에 관한 이야기로, 이것은 현실의 이야기와 맞물려 재미를 더해준다.

가장 가까워야 할 사람들인 가족. 가정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 가정의 구성원인 가족밖에 모른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해서. 하지만 가족이라 해도 전부 이해하고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 가면서 가족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생기게 마련이니까. 또한 가족이기에 감싸주고 싶은 마음에 배려를 하다 일을 그르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믿고 싶은 마음, 그것 역시 때로는 양날의 검처럼 작용한다. 가장 믿을만하다고 생각한 상대가 가장 큰 적일수도 있으니까.

이 작품은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태풍으로 인한 비바람이 몰아친다. 그래서 그런지 안그래도 음습한 내용에 음울함까지 더한다. 하지만, 기억해야할 것은 태풍과 비는 무대장치일 뿐이며, 모든 것은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벌어지고, 사람에 마음에 의해 만들어진 이야기란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