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 홈즈의 괴담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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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만 보면 기절, 미인에겐 쩔쩔, 길치에 어리바리한 형사 가타야마와 비록 고양이지만 사람보다 추리 능력이 더 뛰어난 고양이 홈즈의 이야기 그 세번째.
이번에는 괴담이란다. 호오, 괴담이라. 목차를 봐도 괴담 느낌이 물씬 풍긴다. 고양이는 예로부터 괴담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긴 하지만, 추리 소설에 왠 괴담?? 가타야마와 홈즈는 이번에는 도대체 어떤 사건을 만나게 되는 것일까?

이야기는 프롤로그부터 기묘하다.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가타야마가 기차의 침대칸에서 만난 수수께끼의 여자. 그녀는 고양이였다?! 괴담이라니 처음부터 이야기가 여느 때와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가타야마의 후배 형사 이시즈가 이사한 뉴타운. 그곳에서 아이들만을 노리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직 사망한 아이는 없지만 아이들을 위협하는 누군가가 있다. 범인은 왜 아이들만 노리는 것일까. 그러나 그 사건이 해결되기도 전에 니시타마의 뉴타운과 인접한 마을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고양이를 약 스무마리 정도 기르는 고양이 저택의 부인이 고양이 열한마리와 무참하게 살해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용의자인 전직 경찰이자 고양이 저택의 부인과 대립하던 이노우에마저 죽은 채로 발견되는데...

가타야마와 이시즈는 이 사건에 투입되고, 가타야마의 여동생 하루미와 고양이 홈즈도 사건 수사에 나선다. 하지만 사건은 점점 미궁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거기에다 이노우에의 딸 기누코가 폭행당하는 사건에 이어 용의자였던 고양이 저택의 이시자와가 총에 맞아 죽는다. 또한 가타야마는 부녀 폭행, 결혼 사기, 약혼 불이행이란 명목으로 고소까지 당한다. 사건은 해결될 기미도 전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누코의 기행이 시작되고, 마을에서 제 2, 제 3의 사건이 벌어진다. 한남자는 짐승에게 목을 물린 것 같은 상처로 죽었고, 한 사람은 고양이 저택의 기둥에 차가 부딪히면서 사망하게 된다. 묘한 것은 그들이 모두 고양이에 대해 커다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빨간 고양이라는 말을 중얼거렸다는 것. 정말 고양이 저택에 살던 고양이들의 복수인 것일까.

형사인 가타야마와 이시즈, 그리고 하루미와 홈즈. 이들은 협력 수사를 하지만 결국 모든 사건을 해결하는 건 하루미와 홈즈다. 피만 보면 기절하는 가타야마와 고양이라면 펄쩍 뛰는 이시즈를 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물론 형사로서의 수완을 발휘하는 대목도 있지만 역시 그들의 어리바리한 모습에 가려 별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오히려 하루미가 더 용감하고 재치있다. 또한 요번에도 홈즈의 활약이 정말 대단하다. 전편에서는 거의 초능력 고양이처럼 보였다면 이번에는 작은 단서 하나 놓치지 않는 명탐정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달까. 특히 증거를 찾아내고 사람들에게 증거를 제시하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가깝다. 게다가 경찰견들의 몫까지 대신하다니, 역시 홈즈다. 역시 홈즈 시리즈는 여성(?)의 파워가 더 센 듯. (홈즈는 암컷 고양이) 

홈즈 시리즈에서 재미있는 것 하나는 가타야마 남매의 러브 라인이다. 추리편에서 아픔과 상처로 끝이 난 하루미의 사랑은 추적편에서 이시즈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러브 라인이 형성된다. 하지만 아직 하루미는 지켜보는 상태고 이시즈가 몸이 달대로 단 상태랄까. (새 주택까지 마련했다니까? 벌써 결혼 생각을..!!) 그에 반해 가타야마 형사는 매번 사랑에 실패한다. 여자에게 완전 쑥맥인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많은데, 그 여자와 절대 이루어지지 않는 가타야마. 전생에 무슨 업이라도 있는 겐지.. 세 권이 지나도록 이런 상태가 되니 가타야마가 불쌍해지기 시작한다. (笑)

괴담편 역시 아카가와 지로의 책답게 빠른 속도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사건 자체도 참혹하다. 이제껏 읽었던 홈즈 시리즈 중 (그래 봤자 세 권이긴 하지만) 가장 잔인하다. 아무 죄없는 고양이가 열 한마리나 살해되었고, 그 수법도 잔혹하기 때문이다. 사건은 뉴타운 개발이라는 요즘 시대의 풍조와 잘 맞아 떨어진다. 개발 지역과 비개발 지역의 단절, 개발을 통해 이득들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 어찌보면 이 모든 사건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온 무서운 재해라고도 볼 수 있다.  

괜찮아요. 고양이는 사람을 죽이지 않으니까요. 인간이 더 무서운 동물이죠. (291p)

괴담편답게 빨간 고양이가 등장한다거나 고양이들의 울음이 곳곳에서 들리긴 하지만, 고양이들은 인간에게 어떤 해도 끼칠 수 없다. 그렇게 작고 연약한 동물들이 인간을 해칠 거라 믿는 인간들이 어리석다. 믿었던 사람들에게 살해당하면서 고양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죽어 갔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목격하고 살아 남은 고양이들은 그런 짓을 저지른 인간들을 어떤 눈으로 보고 있을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도 동물이면서 고양이와 개들이 살 수 없는 곳들만 계속 만들고…… . 고양이가 살 수 없는 곳에서 살게 되면 인간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요? (380p)

자신만의 부와 행복을 위해 끔찍한 일을 저지르는 인간들. 과연 그들은 그런 잔혹한 일의 댓가가 행복이라고 믿을 수 있을까. 결국 그들이 벌인 일은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왔다. 누군가를 희생시키면서 얻는 행복은 오래 가지도 않고,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인간의 어리석음은 그 끝을 모르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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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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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끌리다.
이 단어가 주는 느낌에 기분이 좋아진다. 끌린다는 것은 눈길이 간다는 것이고, 귀를 쫑긋하게 된다는 것이고, 마음이 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이란 것과는 좀 다르다. 사랑을 하면 욕심이 생겨나니까. 물론 끌림은 끌린다는 것 그자체로 끝날 수도 있지만, 일단 마음이 긍정적으로 향한다는 뜻이니 그래서 좋다. 그렇다면 작가는 무엇에 끌리게 되었을까. 

본문은 이야기 몇 이라는 소제목이 예순일곱개나 된다. 때로는 수필같기도 하고, 때로는 시같기도 하고 때로는 일기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글들은 무작위로 구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차례도 없고, 이야기들의 일관성도 없다. 마치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처럼, 무심코 떠오른 생각을 끼적이는 것처럼 씌어져 있다고 할까. 그래서 오히려 여행이 주는 자유로움을 더욱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일정대로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다니는 여행에 관한 내용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읽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구성이다 보니 어디를 펴서 읽든 읽는 사람마음대로 할 수 있달까. 물론 나도 처음 읽는 것이니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었지만, 나중에 문득 이 책을 읽고 싶어지면 아무 페이지나 펼쳐서 읽고 싶다.

여기에 나오는 이야기중에 인상적인 만남이라 떠올려지는 이야기가 몇 편 있다. 첫번째는 멕시코 이발사(이야기 셋)이다. 지금은 우리 주변에서 거의 사라진 이발관과 이발사. 있다 해도 퇴폐업소 이미지지만, 멕시코에서 만난 이발사 할아버지의 프로 정신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나야 여자라서 미용실에 다니고, 이발소에 갈 일은 없겠지만, 그런 분이 있음으로 해서 행복한 기분으로 이발을 하고 면도를 하는 남자들이 있겠지. 두번째로는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페르난도(이야기 열일곱)라는 요리사 이야기이다. 엄마에게 사랑받지 못한다고 느꼈던 열등감이 비뚤어진 아이로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더욱 사랑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고, 그것이 훌륭한 요리사를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 이게 바로 긍정의 힘이 아닐까.

세번째로는 파리를 여행하는 청년(이야기 스물둘)의 이야기이다. 파리 토박이면서 파리를 여행한다. 기발한 착상이란 생각이 든다. 하긴 우리는 여행이란 것에 대해 어디 멀리 가는 것만이 여행이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잘 안다는 것, 그리고 그곳을 여행한다는 것, 그것은 삶은 곧 여행이란 말과 통하는 게 아닐까. 네번째로는 캐나다인 로버트(이야기 예순하나)의 이야기이다. 작가와 캐나다인 로버트는 서로 조국이 아닌 외국에서 몇 번이나 우연한 만남을 거듭했다. 이정도면 정말 대단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

여행은, 120점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곳'을 찾아내는 일이며
언젠가 그곳을 꼭 한 번만이라도 다시 밟을 수 있으리란 기대를 키우는 일이며
만에 하나, 그렇게 되지 못한다 해도 그때 그 기억만으로 눈이 매워지는 일이다. 
                                 - 이야기 쉰넷. 그때 내가 본 것을 생각하면 나는 눈이 맵다 中

이외에도 베니스에서 '다음 사람을 위한 선물'에 관한 에피소드와 눈 먼 여자와 말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 포도나무를 선물한 남자의 이야기등은 무척이나 인상적인 이야기로 기억에 남는다. 다음 사람을 위한 선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을 때는 가슴이 뭉클해졌고, 포도나무 선물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눈 먼 여자와 말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는 비장애인들인 우리를 돌아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었다. 서로의 장애때문에 말이 통하지는 않는 두 사람. 여자는 '우리는 참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군요' 라고 말하지만, 어떻게 보면 똑같은 말을 쓰는 우리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더 행복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다. 말이 통한다는 것은 같은 언어를 쓴다는 뜻이 아니라 마음까지 통하는 것이니까.

이렇듯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이나 만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도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단순히 여행이란 것에서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작가가 느끼는 감정이랄까. 문득 작가는 외로운 사람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외롭다고 여기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작가가 어떤 사람이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그저 책에서 느껴지는 것만으로 생각해 본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감수성도 풍부하고 사람도 좋아하고, 사랑이란 감정도 잘 느낄 타입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외로워 보인다. 그 외로움을 떨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떠나는 일에 있어서만큼은 기갈 들린 사람처럼 천박해 보여도 좋다. 떠나서만큼은 닥치는 일들을 받아내기 위해 조금 무모해져도 좋다. 세상은 눈을 맞추기만 해도 눈 속으로 번져들 설렘과 환상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 이야기 쉰. 환상의 바다에 몸을 담그고 中

이 책은 여행 에세이라고 분류가 되어 있지만 여느 여행 에세이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보통 여행 에세이라고 하면  여행 장소, 가는 방법, 관광, 음식 등에 관한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게 마련이다. 그 책을 쓴 작가가 그곳에서 무엇을 했는지 자세하게 나와 있어 누군가의 사생활을 들여다 본 것처럼 기분이 좀 묘해질 때도 있다. 그리고 글보다는 사진이 더 많은 책도 많다. 마치 난 이런 걸 보고 왔네, 라고 자랑하는 것처럼. 그런 것을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저 사람은 여행을 가서 뷰파인더 속의 풍경만 봤겠구나, 하는...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시야가 좁은 뷰파인더로만 그곳을 느끼고 왔구나, 하는... 또한 그런 사진들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사진이기도 해서 좀 지겹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작가의 감정이랄까 느낌이 중심이 되어 서술되어 있다.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그곳을 여행하면서 느낀 점들, 그리고 인생에 대한 고민, 사람에 대한 고민 등도 담겨 있었다. 그래서 사진들도 색다르다. 관광지 위주의 겉모습에만 치중한 화려한 모습이 아니라, 그곳에서 숨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사진만을 보면 이 사진을 어디에서 찍었는지 알 방법도 없고, 어디쯤 위치한 곳인지 알 방법도 없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다. 사진 밑에 조그마한 글씨로 설명이 달려 있는 경우 그것에 신경쓰다 보면 전체적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물론 사진에 관한 짧은 덧붙임은 책 뒤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니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는 것이 좋을 거라 생각된다.

우리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여행이란 일상과 거리가 있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은 곧 여행이라 했던가. 작가처럼 먼 곳으로 떠나는 것도 여행이고, 파리 토박이가 파리 곳곳을 누비는 것도 여행이다. 여행은 일상에서의 탈출도, 도피도 아니다. 그저 삶의 한 부분이자 전체이니까. 그러하기에 이 책의 마지막장에 이르면 이제껏 작가의 여행담을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의 인생을, 삶을 들여다 본 느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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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Blue Hole 1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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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시노 유키노부란 작가는 내가 스타더스트 메모리즈와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를 접하게 되면서 좋아하게된 작가이다. 광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와 바다를 주제로 한 이야기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해박한 작가의 지식과 과연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까지 상상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궁금증마저 일으킬 정도의 상상력은 이제껏 접해 왔던 만화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오히려 그저그런 SF 소설보다 더 뛰어난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그의 작품중에서 블루홀이 얼마전 출간되었다. 이미 오래전에 나온 작품이지만 이번에 복간된 작품이며,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와는 또다른 깊이를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블루홀은 바닷속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곳으로 일종의 해저동굴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이 블루홀이 다른 시대의 지구와 연결된 지점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배경은 아프리카 동해안의 코모로 제도 앞바다. 이곳에 존재하는 블루홀이 바로 다른 시대의 지구와 연결된 지점이다. 그곳을 통해 출현하는 것은 중생대 백악기에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고대어 실러캔스. 그곳에서 할아버지와 실러캔스를 밀어하던 가이아는 정체 모를 괴물에게 습격을 받아 할아버지를 잃게 된다. 그후 6개월이란 시간이 지나 블루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가이아, 캡틴 포스, 찰스 호크, 기자 줄리, 그리고 연구원 알프를 비롯해 몇명의 군인이 블루홀로 빨려 들어 가게 된다. 블루홀을 빠져 나와 살아 남은 자들이 만난 것은 6500만년전의 지구였다. 6500만년전의 지구는 공룡들의 마지막 시대이자 인간의 조상인 작은 포유류가 등장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아직은 포유류는 근근히 먹고 살아가던 시대였고, 공룡들이 그 중심에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거대한 몸집의 공룡은 인간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살아 남는 것만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그곳에서 치열한 서바이벌이 시작된다. 그들은 과연 그곳에서 살아 남아 현대로 돌아 갈 수 있을까.

거대한 해수와 그곳에 둥지를 틀고 사는 익룡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가장 사나운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를 비롯해 다양한 초식공룡들이 공생하고 있는 그곳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비록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곳이지만, 가장 자연스러운 생태가 보존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비록 인간들에게는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로 위협적인 곳이지만, 반대로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파괴되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기에 그만큼 아름답다고도 할 수 있었다.

블루홀 연구의 중심인물은 찰스 호크 박사. 그는 코로모 제도 앞바다의 블루홀이 백악기 말기의 지구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 블루홀 계획을 세운다. 그것은 바로 오염된 현대 지구의 해수와 공기를 백악기의 해수와 공기와 교체하여 지구를 살린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또다른 교만이 아닐까. 인간이 일으킨 문제는 인간이 해결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른 생명체를 희생하는 방법을 선택해 인간을 구제하려 한다.

찰스 호크 박사는 인간 중심의 사고 방식과 과학 기술 신봉자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는 파괴를 통한 생존과 개발을 우선시한다. 그에 반해 같은 연구자인 알프는 연구는 하되 그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수 과학자를 대변하고 있다. 가이아의 경우는 자연의 위대함과 자연의 풍요로움, 그리고 자연의 혹독함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인물이며, 줄리는 특종이라면 물불가리지 않는 요즘 매스컴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군인들 중 후드란 인물은 동물적 본능과 육감으로 살아남는 자이지만, 비도덕적이며 무력을 통한 지배방식을 좋아하는 인물을 대변한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다.

미지의 세계와의 조우.
그것은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고 지구의 과거 모습이기도 하다. 지구의 역사는 약 45억년. 그리고 이들이 생존해야할 공룡의 시대는 1억 5천만년이나 이어졌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는 고작 몇백만년. 하지만 인류는 고작 몇백만년의 역사중 고작 몇백년에 가까운 짧은 시간 동안 지구를 철저하게 이용하고 유린하고 파괴해왔다. 공룡의 시대가 그렇게 오래 지속된 것은 그들이 자연의 법칙을 따르면서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 비록 운석에 의해 멸종을 했지만, 인간 역시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멸종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여기는 오만한 인간들은 지구를 파괴할줄만 알았지 더불어 살아갈 줄을 몰랐다. 그것이 지금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자연의 거대한 힘에는 맞설수가 없다. 자연을 극복하고 지배하기 보다는 공존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들이 지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성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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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번 사서 읽을까 말까고민하는 책인데...(작가도 처음이고 읽어본 책도 없고..)
애니북스책은 지금까지 사고서 실망한 책은 거의 없지만 뭐랄까, 일단 책값도 좀 있어서 아무거나 사기도 그렇고 ㅜㅜㅜ 근데 리뷰 읽으니 또 마음에 불을 지피고 ㅜㅜ
잘 읽고 갑니다!!

스즈야 2010-10-19 22:29   좋아요 0 | URL
호시노 유키노부는 정말 제가 개인적으로 강추하는 작가입니다. 복간된 책이라 책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정말 후회없을 책이죠.
두 권짜리가 부담스러우시다면 단편도 권해 드려요. 스타더스트 메모리즈나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도 정말 좋거든요.

2010-10-20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홀이 2권으로 완결인가요?
단편도 있을줄이야! 뭘 먼저 봐야 될까나.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땡기는데요^^ ㅎㅎ

집요정 2010-10-20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노 유키노부란 작가는 처음 들어봐요.
저도 일본작가들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도...
 
에키벤 1 : 큐슈 - 철도 도시락 여행기 에키벤 1
하야세 준 지음, 채다인 옮김, 사쿠라이 칸 감수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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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채널 J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인 <EKIBEN 일본기차도시락>을 즐겨봤다. 우리나라 기차도시락이라고 하면 아주 불량한 상태의 김밥이 고작이고, 기차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가락국수 정도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없다. 그런 우리나라와 비교해볼 때 일본의 기차역에서 파는 에키벤은 정말 그 수도 다양하고 단순한 도시락을 넘어선 요리처럼 보였다. 보면서 얼마나 군침을 삼켰던지... 그래서 이 만화 발행 소식을 접하고서 바로 구매하게 되었다. 에키벤에 관한 만화라, 얼마나 다양한 에키벤을 만날 수 있을까, 기대만발!

주인공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도쿄에서 에키벤 도시락점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 10주년 선물로 아내는 그에게 에키벤 전국 일주란 엄청난 포상 휴가를 선물한다. 혼자만의 여행이지만, 일본열도 전부를 돌며 맛있는 에키벤을 맛보는 여행이라, 이보다 더 사치스러울수 있을까.

여행은 도쿄에서 오이타로 가는 특급침대열차인 블루트레인을 타고 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인공이 지나간 경로를 계산해 보니 대충 11개가 나온다. 어휴, 게다가 중간중간 갈아타는 건 얼마나 많은지, 일본의 철도 노선은 정말 잘 발달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도쿄에서 오이타까지는 블루트레인 [후지 · 하나부사]를 탄다. 이 열차는 독특한 것이 큐슈의 모지에 도착하면 12량의 기차가 반으로 나뉘어 하나는 오이타로 하나는 쿠마모토로 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단선 노선밖에 없는데, 일본에는 이렇게 갈라지기도 하는구나 싶어 엄청 신기했다. 또한 주인공이 탄 블루트레인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 있어 무척 재미있었다.

1화에서 3화까지는 간토지방의 에키벤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첫화부터 초특선 도시락이 나와 군침이 꼴깍꼴깍. 가격도 초특선이란 말이 붙은만큼 꽤 비싸다. (원화로 따지면 4만원이 넘어갈 정도이니) 그래도 그 내용물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후 요코하마, 토구야마, 시모노세키를 지나면서 그 역들에서만 판매하는 에키벤들이 나오는데, 제일 인상에 남는 건 복어 도시락. 특히 도시락 상자가 복어 모양으로 끝내주게 귀여웠달까. 정말 일본인들은 정말 섬세하다니까.  


칸몬 터널을 지나 모지역에 도착. 드디어 큐슈에 입성! 위에 있는 지도가 주인공이 기차를 타고 큐슈를 일주한 경로이다. 언뜻 보기엔 단순해 보여도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와 엄청나게 많은 에키벤이 소개된다. 주인공의 이동 경로중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만 짚어 본다면...

노베오카에서 타카치오 철도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는 히노가게 온천역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역안에서 온천이 가능한 곳이다. 일본인들이 온천을 좋아하는 건 알지만, 역안에 온천이 있다니. 이건 정말이지, 놀랍기만 했다. 히노가케 온천에역에서 토롯코 열차를 타고 타카치호역으로 가는 길에는 높이 104M의 타카치호 교량이 있는데, 교량위에서 서비스 정차도 한다.

카고시마중앙역에서 JR최남단역인 니시오오야마역까지 가는 길에 있는 이부스키에서는 모래찜질도 할 수 있고, 니시오오야마에서 쿠마모토로 가는 특급 [하야토노카제]를 타고 가다 요시마츠역에서 [신페이 2호]로 갈아타고 오코바 역으로 향하면 루프선과 스위치백을 경험할 수 있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많은 일본의 기차와 역사를 만나볼 수 있고, 또한 일본 기차의 역사와 특징에 대한 이야기도 많아서 무척 재미있었다. 단지 에키벤 이야기만이 아니었달까.


위의 사진은 에키벤 가이드 페이지이다. 6화에서 12화에 나오는 에키벤들이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다. 그림으로만 봐도 엄청 군침을 흘렸는데, 실물 사진을 보니 더이상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고파졌다. 에키벤을 먹으러 일본으로 가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끼게 만드니 허허참...

내가 가장 맛보고 싶은 에키벤은 <백년의 여행이야기 카레이가와>와 <영주님 도시락>, 그리고 <유후인의 숲 도시락>이다. 물론 다른 에키벤들도 맛있어 보였지만... 일본 에키벤의 특징은 지역 명물로 만들어진다는 것과 일정한 역에서만 만들어지고 판매된다는 것에 있다. 즉, 어디에서나 맛볼 수 없다는 것이 우리들에게 에키벤을 먹고 싶다는 욕망을 더욱 부추기는게 아닐까 한다.  

주인공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가상이지만 나 역시 일본을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이 거쳐가는 수많은 역과 갈아 타는 수많은 기차, 그리고 군침도는 에키벤. 이 책은 큐슈 지방 기차 여행 가이드북으로서도 손색이 없을 만큼 구성이 찰지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다면, 주인공 나카하라 다이스케가 여행중 만난 기자 나나와의 이야기였달까. 두사람이 에키벤을 맛보면서 나누는 이야기는 만담처럼 재미있고, 또한 직접 에키벤을 맛보며 우리에게 그 맛을 전해준다는 점은 참 좋았지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쓸데없이 진행되는 것에 대해선 좀 난감하기도 했다. 여행이란 것은 혼자 떠나도 동행이 있어도 우연히 동행을 만나 함께 해도 즐겁겠지만,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안되는 건 당연하지. (나카하라 다이스케는 유부남이니까) 뭐 어쨌거나 그런 점이 약간 거슬리기도 했지만 도쿄에서 큐슈까지, 그리고 큐슈를 일주하는 여행 루트는 상당히 자세하고 에키벤에 대한 내용도 무척이나 충실해서 참 좋았다. 총 10권으로 진행된다는데, 다음 이야기도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다음은 시코쿠, 츄코쿠 편.)

사진 출처 : 책 뒷표지, 책속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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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귀여운 그림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목. 지구에서 7만 광년이라.. 뭔가 SF의 냄새가 폴폴 난다. 그렇다면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 주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은 아직 어린 아이이다. 뭐, 소년이라고 해둘까? 단짝 친구 짐보와 찰리는 학교 내에서 모범생이라 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공부도 못하고, 장난에 몰두하는 그런 녀석들이랄까. 짐보의 아빠는 회사에서 해고당한 후 아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집에서는 지금 요리를 담당하고 있지만 나머지 시간은 프라모델 조립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짐보의 엄마가 회사에 다니게 되었지만, 이런이런, 아빠가 예전 회사에 다닐 때보다 두배나 많은 월급을 받는 수퍼맘이 되어간다. 또한 짐보에게는 데스 메탈에 푹 빠져 이상한 녀석과 사귀는 누나 베키가 있다. 짐보의 친구 찰리 역시 짐보 못지 않게 장난꾸러기라 근래에는 엄마 차를 몰다 사고를 내기도 했다. 찰리의 엄마는 출장 요리업을 하고 있지만 다혈질이라 무척 조심해야 하며, 찰리네 아빠는 검시관이다.

등장 인물이 하나씩 등장할 때마다 웃음이 나왔다. 여기에는 도대체 제대로 된 사람이 없는 거야? 몇명 나오지도 않는데? 하긴 세상은 알고 보면 유별난 사람만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하루하루 바람잘 날 없는 나날을 보내던 짐보와 찰리의 앞에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짐보와 찰리는 우연히 교무실 도청(?)을 하다 선생님 두 분이서 이상한 언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게 된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요 녀석들, 결국 그 선생님들 중 한 사람에게 스푸드베치라고 외친다. 이 녀석들은 그저 궁금했을 뿐인데, 그이후 둘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이 펼쳐진다.

펜햄은 잊어버리자. 진짜 모험이 다가오고 있으니. 원자력으로 가동되는 100톤짜리 모험이, 접이식 좌석과 간식을 가득 실은 카트까지 갖추고 다가오고 있단 말이다. 게다가 그건 바로 지금 정거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57p)

처음에는 즐거웠다. 하지만 선생님들에 대해 조사하고 캐내고 다니다가 결국 목숨의 위협까지 받게 된다. 도대체 이 녀석들은 누굴 건드린 것이지? 게다가 얼마지나지 않아 찰리까지 실종되고 만다. 찰리의 실종 이후 짐보는 자신을 잡으러 온 '누군가'를 피해 누나와 함께 도망길에 오른다. 스코틀랜드의 스카이섬에 있는 코루이스크 호수로 향하는 두 사람. 짐보와 베키는 그곳에서 선생님들과 자신들을 추적하는 자들의 비밀을 풀고 행방불명된 찰리를 되찾을 수 있을까? 

행방불명된 찰리를 구하기 위해 스코틀랜드까지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남매의 모습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게다가 마크 해던이 창조해낸 '털썩'행성의 문명과 우주인들의 모습도 참 재미있다. 또한 지구인 어른이자 SF광팬들이 그곳에서 희희낙낙하는 모습과 그곳을 어떻게든 빠져나와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고자 애쓰는 짐보와 찰리의 모습을 비교해 보면 이 녀석들이 어리석은 어른보다 낫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어쩌면 하와이풍 셔츠를 입은 밥 아저씨가 옳았는지도 모른다. 알려져 있는 은하계 저편의 행성에서 산다면 멋진 일이었겠지. 하지만 거기서 탈출해서 다시 집에 돌아간다는 건 그보다 더 멋진 일이 아닐까. 하지만 무엇보다도 멋진 일은, 가장 친한 친구를 되찾았다는 사실이었다. (304p)

이 책은 성장소설이자 모험소설이며, SF소설이기도 하다. 모범생과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 우연하게 접한 사건으로 인해 남몰래 지구를 구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다소 허무맹랑하고 황당하게 느껴질 소지가 많지만 읽다 보면 금세 이 녀석들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말썽만 부리던 녀석들이 지구에서 7만 광년 떨어진 '털썩' 행성의 우주인들을 물리치고 지구를 구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다소 자신의 부모에 대해 시니컬한 감정을 보이고, 누나를 싫어하던 녀석이 가족이야말로 자신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이란 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보다 보면 짐보의 어깨를 툭툭하고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독특한 인물들의 등장과 흥미로운 사건, 그리고 악동녀석들이 남몰래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유쾌했다. 재미있는 비유에 웃음이 터지고, 또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담담하게 서술해가는 스토리 전개도 깔끔해서 좋았다.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세상에 대한 시각 역시 무척 흥미로웠다. 비록 이 아이들이 지구를 구했다는 사실은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 사건은 이 아이들을 성장시켰고, 또한 더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거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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