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경단과 찹쌀떡 2
와카나 우스쿠라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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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의 초고령이지만 신체 나이는 8살, 험악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동생 피코를 너무나도 잘 돌봐주는 초식남 팥경단 오빠 부와 10살의 나이에도 여전히 아기같고, 공주병까지 있는 육식녀 찹쌀떡 피코. 부와 피코의 그 두번째 이야기.

결코 귀엽다고 할 만한 작화는 아니지만 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빵빵, 그 귀여움에 금세 매료된다. 부와 피코, 그리고 작가의 일상을 그리고 있는 팥경단과 찹쌀떡 2권은 부의 병원 진료편부터 시작한다. 18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건강했던 부에게서 아포크리선염이라는 일종의 암이 발견된다. 다행인 것은 암이지만 노묘다보니 진행이 빠르지는 않을 것이란 것과 부 역시 식욕도 좋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활기차다는 것이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서 이상이 발견되면 '쿠쿵'하고 누군가 머리를 내리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키우고 있는 녀석들도 지금이야 신체 건강하지만 한때는 모두들 병원 신세 한 번씩(혹은 그 이상씩) 졌던 적이 있으니까. 나라는 심장사상충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했고, 꼬맹이는 간이 안좋아서 한동안 계속 약을 먹었고, 돌돌이는 슬개골 탈구 수술을 받았고, 공주는 유선종양 수술을 받았고, 보람이는 자궁축농증 수술을 받았다. 내 반려동물이 감기에만 걸려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게 바로 반려인의 마음. 그런데 암이라니 그때 작가가 어떤 생각을 했을지 눈에 선하다. 

이렇듯 조금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2권이 시작되었지만 그들의 똥꼬발랄하고 때로는 엽기적이기한 해피 라이프는 계속되고 있다. 나이를 먹으면 동물들도 영악(?)해진다. 특히 사람들은 고양이가 머리가 나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지만 그건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고양이는 사실 굉장히 머리가 좋다. 사람이 하는 말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사람 말을 못알아 듣는 것 같지만, 고양이들이 사람을 부리는 걸 보면 그런 말은 쑥 들어 갈게다. 왜,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하녀나 집사라고 칭하는 이유도 바로 그런 것.

부와 피코도 마찬가지. 아침 7시 기상, 밥을 먹고 볼일을 보고 털손질을 하고 낮잠을 자는 일과를 보내지만 그게 단순하지 않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 사료는 거들떠도 보지 않기도 하고, 화장실이 더러우면 치우라고 악을 쓰며 울고, 베란다에 나가고 싶을 때는 문앞에 앉아 창문을 두드리는 등 자신의 의사 표현이 확실하다. 즉, 사람을 잘 부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부와 피코와 함께 생활해온 작가도 부와 피코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알아챌수 없는 경우도 있나 보다.

고양이를 키우면 … 내 집 안방에서도 외국에 온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 (73p)

암만, 고양이든 개든 똑같다. 나도 우리 개들이 찡찡대거나 낑낑대거나 끙끙대면서 자신의 의사 표시를 할 때 대부분은 알아듣지만 때로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을 경우도 많다. 일단 화장실에 데려가보기도 하고, 물을 줘보기도 하고, 재우려 방석위에 올려다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항의를 할 때가 있다. (우리 공주는 18살로 지금은 내가 화장실에 데려다 주고, 물그릇도 대령하고 밥도 손으로 먹인다. 스스로 하기에 불편해 하기 때문) 그럴 땐 정말 답답해서, 어찌할 바를 모를 때도 많다.

고양이도 말을 했으면 좋겠어! (72p)

라고 작가가 생각한다면, 나는 개도 말을 했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고 있달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은 - 반려동물이 개든 고양이든 - 비슷한 생각을 하게 마련이니까.

이렇듯 소소한 일상이지만 반려동물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늘 즐겁고 조용하지(?)만은 않다. 오히려 왁자한 분위기가 더 많다고나 할까. 그래서 외롭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笑)

2권은 뭔가 좀 대조적인 분위기의 에피소드가 많다. 부와 피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있다면, 늙어가는 부의 모습도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건강하다 해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 그루밍을 할 때도 자신의 다리를 끌어 올리지 못하는 모습이나 높은 곳에 올라가지 못하는 모습, 화장실까지 가지 못하고 이부자리에 실례를 하는 모습이나 좋아하던 음식도 소화하지 못해 토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짠해진다.

우리집 녀석들도 평균 10세 이상인데다가 제일 나이가 많은 녀석이 18세. 올 봄에 쓰러졌을 때는 정말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게 아닌가 싶어 아찔했다. (왜냐면 작년 봄에 가을이를 떠나보냈기 때문에. 가을이는 그때 나이 18살이었다.) 기적적으로 소생하긴 했지만 그후 한 달 이상 동안을 자면서 소변을 흘리는 등 정말 공주와 보낼 시간이 이젠 얼마 남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후 스스로 운동(?)을 시작하더니 거짓말처럼 건강해져서 밥도 잘 먹고, 자다가 소변이 마려우면 울어서 나를 깨우기도 한다. 그럼 난 일어나서 공주를 화장실에 데려다 준다. 좀 불편하긴 해도 살아있는 것 자체가 고맙다. 물론 언제까지나 그 상태가 유지되지 않으리란 걸 안다. 마음의 준비를 미리 해놓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안다. 

작가 역시 나이가 들어 가면서 예전같지 않은 부를 보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화장업체를 알아본다거나 하는 등.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해서 '그날'이 힘들지 않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 슬프지 않을거란 것도 아니다. 다만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는 것만큼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오해 1월에 나왔고 당시 부의 나이는 스무살이 되었다. 부가 지금도 건강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같은 반려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은, 피코처럼 귀여운 여동생과 지내는 시간은 언제까지나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고, 언젠가 찾아올 '그날'에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 10년이 지나고 15년이 지나서 고양이가 내 곁에 없을 때 내가 추억으로 떠올릴 것은 아마도 과자처럼 달콤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가슴이 욱신거리는 고양이와 부대끼며 살아왔던 나날일 것이다. (20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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ともだちがほしかったこいぬ (大型本)
나라 요시토모 / マガジンハウス / 199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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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을 참 좋아한다. 처음으로 그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요시모토 바나나의「하드보일드 하드럭」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였다. 커다란 눈과 약간은 쀼루퉁한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후 난「작은별 통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더욱 그의 그림에 빠져들어갔다.「작은별 통신」은 작가의 그림 인생에 대한 이야기였고, 책에 실린 수많은 그림과 설치 미술, 인형등을 보면서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그후 또다른 책이 없나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표지에는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이나 조형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럼, 이제부터 내가 이 강아지의 이야기를 해줄게.

강아지 한마리가 있었지. 이 강아지는 너무나도 외로웠단다. 왜냐하면 늘 혼자였으니까. 누군가 찾아와서 친구가 되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지만 좀처럼 친구가 생기지 않았어.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에게 왜 친구가 생기지 않았을까?


그건 말야, 이 강아지가 너무나도 커다랬기 때문이야. 강아지의 발밑으로 보이는 건 지구의 모습. 이것만 봐도 이 강아지가 얼마나 큰지 쉽게 짐작이 가지? 이러니 사람들은 강아지의 다리를 아마도 거대한 기둥쯤으로 여기고 지나갔을 거야.


그러던 어느날 한 소녀가 강아지 옆을 지나가게 되었어. 역시나 거대한 기둥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하지만 소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강아지의 다리를 유심히 살피지. 이게 뭘까, 하며 호기심을 갖는 소녀의 표정이 너무나도 귀엽지?


소녀는 이 거대한 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강아지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어.
영차영차~


다 올라가보니 넓디 넓은 등이 나왔어. 소녀는 등을 가로질러 강아지의 목에 도달했지. 거대한 강아지의 거대한 목걸이. 도대체 이게 뭐지? 라고 생각하는 소녀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아?
자신을 알아챈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아졌지만, 소녀가 다칠까 싶어 눈만 살짝 돌리는 강아지의 얼굴에 미소가 걸려 있어.


강아지의 머리에 올라간 소녀는 밑을 내려다 보다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어.
또르르르르~~
어이쿠야!


강아지의 코에 걸려 멈춘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어.
어머나????


커다란 두 눈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어. 살짝 떨리는 몸. 소녀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 든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놀란 건 강아지도 마찬가지였지. 이제까지 이렇게 가까이서 누군가를 바라본 것은 처음일테니까 말야.


소녀는 처음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금세 표정이 밝아졌어.
거대한 몸을 가진 '누군가'의 정체가 귀여운 강아지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지?
뒷 배경이 하늘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뀐걸 봐도 소녀의 감정이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어.


소녀는 강아지에게 노래를 불러줬지. 아주 많이많이.


그후 소녀는 집으로 돌아가. 하지만 강아지는 더이상 외롭지 않을 거야. 이제 소녀는 강아지와 친구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또 강아지를 만나러 올 거니까.
내일 봐~~~


그 후로 강아지와 소녀는 어떻게 되었냐구?
보통의 친구처럼 가끔은 툭탁대면서 싸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사이좋게 지내지. 이렇게 강아지 발에 앉아서 책을 읽기도 하면서 말야.

강아지는 내게 이런 말을 해주더구나. 너에게도 해줄게. 잘 들어 봐~~
 
きみが もしも ひとりぼっちで
とても さびしくても
きっと どこかでだれかが
きみとであうのを まってるよ

だいじなのは さがすきもち!

네가 혹시라도 외톨이에
너무나 외로워도
분명 어딘가의 누군가가
너와 만나기를 기대하고 있을거야

중요한 것은 찾는 마음!


이 책은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읽을 때마다 가슴이 감동으로 먹먹해진다. 나라 요시토모 특유의 그림과 따스한 이야기는 서로에게 소중한 친구가 되어가는 강아지와 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이 책에서 글이 생략되었다 할지라도 둘의 눈빛과 행동만으로 이야기를 상상해낼 수 있을 정도로 그림 하나하나는 각각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때로는 만화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들은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는 색감이다. 그림 자체도 복잡한 느낌이 하나도 없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명쾌하다. 짧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친구를 사귀는 일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드는 이 책은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어린이들을 배려해서 한자의 사용없이 히라가나만 사용한 것도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야기가 끝난 후 그 다음 페이지부터 나라 요시토모의 다른 그림도 볼 수 있다. 총 4가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책의 내용과 관련있는 그림이다. 위의 그림은 그 그림들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든 그림으로 우주에 두둥실 떠있는 듯한 강아지와 소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본문에는 페이지 표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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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 Blue Hole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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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로모 제도 해역의 블루홀에서 고대어 실러캔스가 발견된다.
사람들은 그곳 블루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조사를 하다 블루홀로 빨려들어가 6500만년전의 지구, 즉 중생대 백악기 말기의 지구와 조우한다. 공룡의 시대인 그곳에서 생존자들은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그러는 동안, 현대의 사람들은 학자들을 블루홀로 보내 찰스 호크가 제안한 블루홀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한다.

동료들과 떨어져 백악기 시대를 헤매던 가이아와 알프는 힘겹게 동료들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때로는 공룡들을 돕기도 하고, 또 그 공룡들에게 도움을 받기도 하는 알프는 그 시대를 대하는 태도가 여느 인간들과 다른 가이아의 태도에 감동을 받는다.

생각하는 것과 살아가는 건 달라... 자연보호니 환경이니 떠들어봤자, 우리는 실제 야생 세계에서 너무나도 약해빠진 존재인걸... 그게 스스로도 한심하게 여겨졌어. 하지만 가이아, 넌 달라. 너만은 생물의 입장에서 이 세계를 대하고 있잖아. 그게 부러워. (43p)

인간은 천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현대 사회의 도시에서나 그렇다. 만약 맨몸으로 아마존의 밀림이나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면? 인간은 맨몸으로 맹수와 싸워 이길 수 없다. 밀림이나 사바나에서도 그럴진대 백악기 말기 공룡의 시대에서는 오죽할까. 맨몸으로는 절대 승산이란 없다. 아니 총으로도 그들을 죽일 수 없다, 상처는 입힐수 있을지 몰라도. 인간들은 낯선 곳에서는 두려움을 느낀다. 대부분의 인간이 그렇다. 그것은 자연을 멀리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가이아가 이런 곳에서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때문이 아니었을까.

가이아가 동료들에게 돌아갔을 때 블루홀 계획은 생각외로 빨리 실행되고 있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가이아는 그것이 운석의 충돌 가능성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다. 운석의 지구 충돌. 그것은 백악기 말기 공룡을 멸종시킨 원인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것이 또다른 블루홀과 연결된 고생대의 지구와 현대의 지구에까지 큰 영향을 준다면? 학자들은 블루홀의 연결지점을 막기로 결정하고 노아의 방주 계획처럼 공룡들을 한쌍씩 현대로 실어나른다.

공룡의 수명은 100년도 훨씬 넘는다더니... 마치 오랜 세월을 살아온 현자같은 눈이었어. 자신들의 운명을 이미 내다본 듯한 눈... (163p)

난 이 대사가 나오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물끄러미 자신의 알을 가져가는 인간을 바라보던 공룡의 눈. 이미 운석 충돌로 인해 자신들이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공룡들은 인간의 말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의 진심이 무엇인지 우리가 짐작만 할 수 있을지라도. 자연에서의 생과 멸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순서대로 진행된다. 하지만 때로는 자연의 거대한 힘때문에 멸종하는 종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바로 그 일이 지금 벌어지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명예욕에 눈이 뒤집힌 찰스 호크와 줄리가 가만히 있을리가 없다. 그들은 후드와 결탁해 또다른 음모를 꾸미는데.... 찰스 호크란 인간을 보면 인간의 어리석음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짓밟으며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공존이란 단어 자체도 모르는 인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무언가를 파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찰스 호크는 그러한 것을 전혀 모르는 인간이다. 결국 그가 멋대로 불러 일으킨 일은 또다른 재앙을 불러오게 된다.

블루홀 1, 2권을 읽으면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지구란 것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초기 인간은 자연에서 약자였다. 문명과 기술의 발달은 지구상에서 인간의 천적들이 없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인간은 인류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오만한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 오만함과 교만함은 끝을 모르고, 인간은 환경파괴의 주범이요, 지구생물들을 멸종시키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협적인 종이 되어가고 있다. 인간이 지나간 자리에는 파괴된 흔적만이 남는다. 인간이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과의 공존을 모색하지 않는 이상, 결국 인간마저 멸종해 버릴 것이다. 스스로를 파멸의 구덩이로 몰아가면서 말이다.

이야기의 끝에 이르러 나오는 크로노스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간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의 한 부분이고, 인간이란 종은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의 한 종이란 것, 그것을 잊는다면 인간에게 더이상 미래는 없을 것이다.

가이아여 -
과거가 따로 있고 미래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가이아여 -
멸망하는 게 따로 있고 번성하는 게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온갖 '시대'의 생물이 지금 너희와 같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
잊지 마라.
그 운명은 너희들의 운명이기도 하다는 것을 -
온갖 '시대'의 온갖 생물이 지금 너희와 같은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
(294~296p)

지구의 시간은 지금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지구가 탄생한 45억년전부터 멈추지 않고.  인간은 그 중간에 생겨난 종일 뿐이다. 그것만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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柰良美智―ナイ-ブワンダ-ワ-ルド (別冊トップランナ-) (單行本)
KTC中央出版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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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요시토모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팝아트 작가이다.
몇년전 그의 전시회가 서울에셔 열렸을 때 가보지 못했던 것이 너무나도 후회되어 그의 책으로나마 그 기분을 달래기로 했다.
처음에 읽었던 것은 작은별 통신이란 책으로, 번역서였다. 
나라 요시토모의 예술가로서의 삶과 그의 인생에 대해 알수 있었던 그 책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그후 이런저런 책을 찾던 중 발견하게된 몇 권의 책. 이 책이 바로 그중의 하나이다.

전반부와 후반부가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전반부에서는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과 독백이 교차하면서 나온다. 즉 한페이지는 독백, 한페이지는 그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반부의 그의 독백 부분은 그의 생각을 엿볼수 있는 부분이며, 그의 작품도 상당수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나라 요시 토모의 팬이라면 꼭 갖고 싶어질 만한 책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후반부는 방송된 부분을 문자화하여 수록한 부분이다. 첨에는 인터뷰 같은 거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NHK 방송의「톱러너」라고 하는 방송에 출연했을 때의 토크 부분이라고 한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에는 나라 요시토모의 작업 모습이 스틸 컷으로 모아 놓은 것이 있다. 그의 작업실에서 진행되는 작품의 시작에서 완성까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은 참으로 독특하다.
아무런 배경도 없이 어린아이나 동물만이 등장하는 그림이다.
색깔은 부드러운 파스텔톤을 쓰기도 하고 강렬한 원색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정말 주목해야할 것은 그 표정이다.

그의 그림에 나오는 대부분의 아이들의 표정은 몹시도 심술궂어 보인다.
토라지거나 화를 내거나..
그런 그림들의 인상이 워낙 강렬해서 그런 그림만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부드럽고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들의 그림도 많다.
그리고 개를 그린 그림에서의 개들은 더이상 행복해 보일 수 없을 만큼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그림뿐만 아니라 조형물같은 작품도 다수 제작했다.
흰 개나 검은 개, 그리고 그림속에서 튀어 나온듯한 인형들.

귀여운 낙서같기도 하지만, 그가 그린 제작한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따라서 그의 그림은 다른 사람이 봐주기를 원하는 그런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형상화한 그림이자 자신의 감정를 담은 그림이다.
실제로 나라 요시토모는 그 그림들의 주인공은 자신의 분신이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나라 요시토모 : 『작은별 통신』 참고)

「メルヘンではない!! 夢でもない!! 現実でもないかもしれない しかし真実でなければいけない!!」

「메르헨(동화)이 아니다!! 꿈도 아니다!! 현실에도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실이지 않으면 않된다!!」

이건 그의 그림에 대한 신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문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그의 신념.
그래서 우리는 그의 그림을 아무런 선입견도 사심도 없이 바라보며 그림 자체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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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Hardcover, Revised)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1
로버트 사부다 지음 / Simon & Schuster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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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앨리스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말하는 하얀 토끼를 쫓아가다 토끼굴로 빠진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는 모험은 어린 시절의 나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멋진 상상의 세계로 데려 간다. 이제껏 앨리스 이야기는 여러 판본으로 읽긴 했는데, 원서도 팝업북의 형태도 처음이다. (팝업북은 앨리스로 처음 접한 것임)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그 두툼함에 놀랐다. 페이지수는 얼마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이 볼륨이라니. 얼른 펼쳐보고 싶은 마음에 가슴은 콩닥콩닥. 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을 개봉하는, 생일 선물을 개봉하는 그런 느낌이었달까.


첫 페이지를 넘기자 마자,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마치 토토로에 나오는 나무가 씨앗에서 커다란 나무로 순식간에 자라는 것처럼 위로 솟아오르는 거대한 나무. 아, 이거 어쩌면 좋아, 내용을 읽기도 전에 다음 페이지로 넘기고 싶은 손가락을 간신히 붙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나무 위의 얼굴은 모자장수와 하트의 여왕이다. 위로 펼쳐지는 그림의 모습에만 혹했다면 저 얼굴을 찾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나무만으로도 로버트 사부다만의 유머 감각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달까.

왼쪽 페이지에 이 페이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가로운 오후 언니와 함께 풀밭에 앉아 있는 앨리스는 무료해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다. 그때 앨리스의 눈앞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하얀토끼. 앨리스는 토끼를 쫓아 가기로 마음먹는다. 사진 오른쪽 아래에 있는 부분을 열어보면 와우, 세상에나 토끼굴로 떨어지는 앨리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작은 구멍을 통해 본 앨리스는 정말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토끼굴에 도착한 앨리스는 병에든 음료를 마시고 키가 줄어들고, 파이를 먹고 키가 다시 커진다. 그것도 너무 커져 버렸다. 앨리스는 음료수도 다 마셨고, 파이도 다 먹어 버렸다. 이젠 원래 키로 돌아갈 수 없는 걸까. 앨리스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고, 눈물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후 앨리스는 놀란 토끼가 떨어뜨린 장갑과 부채를 주워 부채를 부치다가 다시 작아진다. 그리고 자신이 흘린 눈물 웅덩이 속에 빠진다. 원래 이야기에서는 작은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여기에서는 생략되어 있다.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코커스 경주를 하는 그 장면이 없어서 좀 아쉽긴 하지만 움직이는 그리고 위로 솟아나는 그림들에 황홀해져 그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작아진 앨리스는 길을 걷다 토끼의 집에 도착한다. 토끼집에 들어가 또다시 음료병을 발견한 앨리스는 그것을 마시지만 이번에는 토끼집이 부서질 정도로 몸이 커져버린다. 창문으로 튀어나온 팔과 다리, 그리고 그 안으로 보이는 앨리스의 표정이 정말 곤란에 빠졌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앨리스는 옴짝달싹 못하지만 토끼의 집안에서 케이크를 발견하고 그걸 먹는다. 설마 더 커지지는 않겠지. 꿀꺽. 케이크를 먹자마자 앨리스의 몸이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옳커니, 성공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너무 작아져 버렸다.

집밖을 나온 앨리스는 길을 걷다 버섯위에 앉아 있는 쐐기벌레를 발견한다. 자신의 원래 키로 돌아가고 싶은 앨리스는 쐐기벌레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쐐기벌레가 가르쳐준 버섯을 먹으니 목이 늘어났다 줄었다, 엄청나게 목이 길어진 앨리스를 보고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우여곡절을 겪은 후 앨리스는 버섯양을 잘 조절해서 자신의 키를 되찾는다.


그후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공작부인의 집. 그곳에는 심술맞은 요리사가 요리에 후추를 잔뜩 뿌리고 있고, 아기는 계속 울기만 한다. 여왕님과의 크로켓 경기때문에 집을 나서야 하는 공작부인은 앨리스에게 아기를 맡기고 길을 나선다. 집밖으로 나오니, 이거 왠일. 아기의 얼굴이 이상하다. 돼지였던 거야!? 앨리스는 돼지를 숲에 풀어주기로 마음 먹는다.

짜잔~~ 드디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체셔 고양이 등장.

"Cheshire Puss," she began rather timidly, "would you tell me, please, which way I ought to go from here?"
"That depends a good deal on where you went to get to," said the Cat.

앨리스에 나오는 대화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체셔 고양이의 대답은 내가 가야할 길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때, 마음이 방황하게 될 때 떠올리면 마음이 진정되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앨리스가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가 티타임을 갖는 장소이다. 졸고 있는 겨울잠쥐도 등장. 펼치면 근사한 티테이블이 펼쳐진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모자 장수와 3월의 토끼때문에 마음이 상한 앨리스는 금세 그 자리를 뜨고 만다. 내가 참 좋아하는 장면중의 하나인데, 티 테이블이 정말 근사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안락한 의자에 앉은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무척 불편한 심기를 내보이는 앨리스의 얼굴이 재미있다.


다음으로 앨리스가 도착한 곳은 근사한 정원이었다. 여왕님의 명령대로라면 붉은 장미를 심어야 하지만, 흰장미를 심어놓고 붉은 물감으로 흰장미를 칠하는 카드 정원사(중간 왼쪽)의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저런걸 보고 미봉책이라하지...

크로켓 경기장의 모습(사진 맨 위)은 상상력의 집결체랄까. 하트의 여왕과 왕, 그리고 다른 왕과 여왕을 비롯한 카드들의 행진. 그리고 크로켓채는 홍학, 공은 고슴도치. 우왕좌왕하는 카드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이들의 표정이 다 다르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역시 이 크로켓 경기에서 그냥 넘어 갈 수 없는 것은 여왕님의 "Off with his head!" , "Off with her head!"라고 외치는 장면이 아닐까. 그렇게 심술만 부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은 다 떠나버릴겁니다, 여왕님! 이라고 충고하고 싶지만 나도 내 목은 소중하기에 그냥 꾹 참기로 했다.

드디어 체셔 고양이의 미소가. 페이지를 한껏 펼쳤더니 왠지 기괴한 체셔 고양이가 되어 버렸다. 얼굴만 있고 몸은 없는, 나타날 때는 웃는 입부터 나타나고, 사라질 때는 웃는 입이 제일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는 잠깐씩밖에 등장하지 않지만 볼 때 마다 미소가 지어진다.

앨리스가 그 다음으로 만난 것은 그리폰과 바다거북. 이제껏 앨리스의 여러 판본을 읽으면서 바다거북이 동음이의어로 말장난을 하는 부분이 궁금했는데, 조금이나마 그 궁금증이 풀렸다. 역시 이런 부분은 원서의 묘미가 있는 듯.


위 사진은 여왕님의 파이 도난 사건에 대한 재판 이야기이다. 맨처음에 앨리스를 이곳으로 오게 한 토끼가 재등장한다. 이번에는 또다른 멋진 옷을 입고 말이다. 증인으로 모자장수가 등장하고 앨리스도 증인이 되는데, 엉터리같은 재판 장면에 앨리스가 항의를 한다.

"You're nothing but a pack of cards!"

이 책에서 가장 멋지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역시 마지막에 카드가 날아오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솟아오르는 카드들. 이건 정말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다. 실제로 카드가 날아올랐다 그래도 믿길 만큼.

앨리스는 낮잠에서 일어나 언니에게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이야기한다. 앨리스가 본 것은 겪은 것은 전부 한순간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 하지만 진정한 앨리스는 멋진 꿈을 꾸는 소녀이다. 언젠가 어른이 될지라도 이 일들을 잊지 않는다면, 또한 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해주다면 그 누군가도 앨리스처럼 멋진 꿈을 꾸게 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는 나와 마찬가지로.

팝업북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용이 좀 축약되어 있다. 코커스 경주도 나오지 않고, 도마뱀 빌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바다거북을 만났을 때도 바다거북의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말장난 부분도 상당히 축약되어 있지만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팝업북의 장점때문에 그런 점은 상당히 상쇄된다. (물론 어린이용이란 것도 감안해서) 내가 제일 처음으로 만난 팝업북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냥 판본만으로도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들었던 세상이 내 눈앞으로 직접 다가오는 감동을 어떻게 사진으로 다 보여줄 수 있을까. 이건 정말 실제로 펼쳐 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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