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민들레 그림책 4
현덕 글, 이형진 그림 / 길벗어린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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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을 보면 고양이등을 하고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걷는 아이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앵두나무 밑으로 깜장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간다. 살금살금 발소리도 내지 않은채.


그 모습을 본 노마가 고양이처럼 몸을 구부리고 살금살금 앵두나무 밑을 지나간다. 심심한데 뭔가 재미있는 껀수라도 잡은 듯한 노마의 표정이 아주 개구지다.


노마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가는 것을 본 똘이도 영이도 노마처럼 살금살금 걸어간다. 똘이는 아직 좀 어설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마 뒤를 따라 살금살금 걷는다.


아옹아옹.
고양이 소리를 내며 고양이가 가던 길을 따라가다 보니 노마도, 똘이도, 영이도 고양이가 된 것만 같다. 노마는 고양이처럼 기지개를 켜고, 똘이는 고양이처럼 앉아 보고, 영이는 고양이 발을 만들어 본다.


영이와 똘이와 노마는 고양이 흉내를 계속 내본다. 아옹아옹하면서.
점점 재미있어져서 고양이들의 다른 모습도 흉내내 본다.


이젠 아주 고양이처럼 네 발로 걷기 시작한다. 아옹아옹하는 울음소리도 흉내내면서.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고양이가 굴뚝에 올라가 쥐를 잡을 때처럼 굴뚝 위로 올라가 쥐를 기다린다. 쥐가 언제쯤 나올까,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 꽤나 진지하다.


아무리 기다려도 쥐가 나오지 않자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다시 고양이 걸음으로 마당을 지난다. 걸음은 사뿐하게, 하지만 아옹아옹하며 울면서.


마당을 지나다 보니 닭이 보인다. 노마가 고양이가 닭을 잡을 때처럼 뛰어 올라 본다. 영이도 똘이도 뛰어 올라본다.


하지만 닭은 지붕위로 올라가 버리고, 영이와 똘이와 노마는 닭쫓던 고양이 신세가 되어 지붕을 쳐다본다. 닭은 꼬꼬댁,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아옹아옹.


고양이가 되니 너무나 즐겁다. 고양이처럼 장난을 치면 혼이 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 즐겁다. 혹시 들킨다해도 고양이처럼 달아나면 되니까. 노마도 똘이도 영이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고양이처럼 북어를 훔쳐내기로 한다. 날렵하게 날아올라서 쏜살같이 북어를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북어를 노린다.


북어를 물고 온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고양이가 그렇게 하듯 손으로 잡고 북어를 북북 뜯어 먹는다. 손으로 뜯는 게 아니라 입으로 뜯는다. 그러나 그만 노마네 엄마에게 들켜버렸다. 당황한 아이들의 표정이 고양이의 그것과 꼭 닮았다.


사람에게 들키면 고양이는 도망을 간다. 노마와 똘이와 영이는 지금은 고양이니까 고양이처럼 잽싸게 도망을 간다. 아이들의 그림자도 고양이가 되어 함께 뛰어간다.

고양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고양이 흉내를 내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귀엽다. 때로는 고양이의 귀여운 행동을 흉내내기도 하고, 때로는 고양이가 하는 못된 짓을 흉내내기도 하며, 아이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왠지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일 것 같다. 도시에는 마당도 장독도 닭도 없으니까. 또한 도시 아이들은 학원이다 뭐다 해서 친구랑 놀 시간도 없고, 논다고 해도 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보면서 노니까, 도시 아이들은 이런 재미도 모를거다.

책을 읽는 내내 미소가 번져나왔다. 요 장난꾸러기들, 재미있었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에는 딱히 어디에 가지 않아도 친구와 즐겁게 놀 수 있었다는 것을... 어른이 되니 갈 곳도 많고 돈도 있는데 할 일이 없다는 것을... 문득 다시 어린 시절로 돌아가 이 녀석들처럼 개구지게 놀아 보고 싶어진다.

사진 출처 : 책 본문 中 (책에는 페이지 표기가 따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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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2010-10-20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덕님의 고양이군요^^. 개인적으로 현덕작가가 참 좋더군요.
작년에 많이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집요정 2010-10-20 19:10   좋아요 0 | URL
특히 노마 똘똘이 영희 그리고 부잣집 아이로 나오는 기동이가 나오는 것들이 유쾌해요. 반복이 많아 6세 이상의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어져요.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헤르타 뮐러 지음, 김인순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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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타 뮐러의 책은 저지대로 시작했다. 분량은 얼마되지 않지만 내용이 무거워서인지 아니면 시적인 표현이 많아 이게 과연 무얼 뜻하는지 곰곰히 생각하느라 그랬는지 평소 책을 읽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루마니아의 독일계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씌어진 그 책은 아름다운 문장과 시적인 흐름속에 참담한 현실을 풀어 놓았었다.

인간은 이 세상의 거대한 꿩이다 역시 느릿느릿 읽었다. 한 번을 읽고, 또 한 번을 읽고. 헤르타 뮐러만의 시적인 표현에 마음을 맡기고 빈디시 가족과 그외 소수 독일인들의 삶의 흔적을 따라갔다. 빈디시는 루마니아에 살고 있는 독일 사람이다.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빈디시는 마찬가지로 포로 수용소에서 살아 남아 돌아온 카타리나와 결혼을 했고, 둘 사이에는 딸 아말리아가 있다.

카타리나는 빈디시처럼 죽음을 보았다. 카타리나는 빈디시처럼 살아 돌아왔다. 빈디시는 자신의 삶을 얼른 카타리나에게 붙들어 매었다. (67p)

빈디시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마을에서, 장롱 안에서 그 바지가 자신을 기다렸다는 것을. 고향마을이 있고, 앞으로도 오래오래 있으리라는 것을 전쟁터와 포로 수용소에서는 미처 몰랐었다. (68p)

그들은 루마니아의 현실을 견디지 못해 독일로 망명하려고 하나 그 자격을 갖추기가 힘들다. 이장에게 밀가루 포대와 돈을 가져다 바친지 벌써 2년. 그러나 여전히 이장은 기다리란 말 뿐이다. 도대체 언제쯤이 되어서야 루마니아를 떠나 독일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빈디시의 주변 사람들인 목수가족과 모피가공사의 가족도 여권을 얻었는데, 왜 빈디시의 가족은 여권을 받지 못한 것일까.

목수의 아내는 세례증때문에 신부에게 한 번, 여권때문에 경찰에게 한 번 불려갈 것이다.
신부가 제의실에 철제침대를 갖다놓았다고 야간경비원은 이야기했다. 신부는 그 침대에서 여자들과 함께 세례증서를 찾는다. "일이 순조롭게 풀리면, 다섯 번 만에 찾아낸다네." 야간 경비원은 말했다. "하지만 신부가 일을 아주 철저하게 하려 들면, 열 번이 될 수도 있어. 경찰이 신청서나 인지를 무려 일곱 번 잃어버리거나, 어디 뒀는지 기억 못 하는 경우도 많아. 그러면 경찰은 이주를 신청한 여자들과 우체국 창고의 매트리스 위에서 그걸 찾는대."
(79p)

문제는 바로 이것이었다. 빈디시의 가족은 딸을 신부와 경찰에게 보내야만 여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열망, 독재자가 권력을 잡아 소수의 독일인들이 더욱 탄압을 받게 된 상황하에서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갈망, 이것들이 합쳐져 결국 딸을 목사와 경찰에게 보내게 된다.

자신의 딸이 그지경이 되다 보니 빈디시는 아내에게 자꾸만 트집을 잡는다. 러시아에서 몸을 팔았다느니 하면서... 전쟁터에서 포로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왔던 것에만 감사해하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그렇게 살아 남은 것이 비난이 되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들이 생존을 위해 자유를 찾아 독일로 가면 처음에는 아말리아의 희생에 감사하겠지만, 나중에는 또다시 자신의 아내의 정절을 탓한 것처럼 빈디시는 자신의 딸 아말리아의 정절을 탓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그가 그토록 소원하던 생존과 자유가 주는 행복은 더이상 의미없는 것이 되지 않을까.

그들에게 있어 생존은 인간의 존엄성을 앞서는 것이었다. 수많은 뇌물을 갖다 바치고, 자신의 아내나 딸을 바치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살아 남고 싶었다. 감히 독재정권에는 저항할 수도, 그런 생각을 가질 수도 없었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상황에서 도망치는 것 뿐.
인간은 가장 두려웠던 순간이 지나면, 다시 본성이 드러난다. 살아 남은 것만에도 감사했던 것을 잊는다. 사냥꾼의 총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되는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꿩처럼, 인간도 결국은 그런 존재일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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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괴동 2
모치즈키 미네타로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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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괴동 1권을 읽었을 때, 도대체 이게 뭐지, 란 생각과 묘한 호기심이 함께 들었었다. 자신의 속마음을 담아두지 못하고 있는 대로 내뱉는 하시, 시도때도 없이 오르가즘을 느끼는 하나, 돌아서면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청년(이름이 없다), 세상을 바라볼 때 인간을 전혀 인식 하지 못하는 마리, 자신은 수퍼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히데오는 크리스티아니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이다. 그들을 치료하는 의사는 타마키라는 의사다.

2권은 타마키의 행방불명과 히데오의 추락사고로 시작한다. 자신을 수퍼 히어로라고 믿는 꼬마 히데오는 다행히 나무에 걸려 큰 부상은 피하지만 통각이 없는 관계로 자신이 얼마나 다친지도 모른다. 하시는 교통사고로 인해 뇌에 박힌 파편을 제거할 수술을 앞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하지만 자신을 담당하던 타마키가 사라져버려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이야기는 주로 하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시는 여전히 약을 남용하고,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거리낌없이 지껄이는 태도는 전과 다름없지만 하나를 배려하는 듯한 말을 해서 하시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졌달까. 또한 기억력장애를 가진 청년이 가진 능력도 흥미롭다. 아직은 좀더 두고 봐야 할테지만...  

또한 사라져버린 타마키가 묘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등장하는데... 타마키는 왜 그렇게 된 것일까. 겉으로 보기엔 유능한 의사, 아름다운 아내와 귀여운 자식을 둔 남자인 타마키는 도대체 왜? 아직 타마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그 역시 참고 있던 충동을 이제서야 내보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것과 평범하지 못한 것. 그사이에서 그도 꽤나 고민하고 괴로워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경괴동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 하시가 그리는 만화 동경괴동이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그 만화는 세상과 단절된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의 태도에 상처받지만 유일하게 자신을 감싸주는 존재인 어머니. 하시에게 있어 어머니의 존재는 만화속의 존재와 현실속의 존재의 차이가 무척이나 크다. 만화는 자신의 바람을 담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술이 자신을 구제할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직은 세상과 담을 쌓은 듯 보이는 하시이지만, 그가 어떻게 변해갈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스스로 타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하시는 입으로는 못된 말을 하지언정 속은 여리디 여린 녀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너무 상처받기 쉬운 타입이랄까. 상처받기 싫어 타인에게 날을 세우고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또한 늘 툴툴거렸던 타마키의 존재가 사라짐으로 인해 또다른 상처를 받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나도 알아. 진실이라고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라고. 그래선 관계가 잘 구성되지 않으니까. 사람들은 빈말이나 거짓말을 하잖아? 그리고 그걸 남에게도 기대하고. 그러니까 그렇지 않은 인간을 보면 이해할 수 없는 괴물처럼 느껴지고 불안해지는 거지. 
타마키만 해도 그래.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면서 힘이 되겠다고 말해놓고는 결국 말뿐이잖아.
(165p) 

진실은 늘 괴롭다. 그것을 인정하는 것도 괴롭다. 그래서 가끔은 거짓속에 진실을 봉인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과 유연하게 섞여서 살아가기 위한 거짓과 고의로 단절시키는 거짓은 다르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를 자신의 거짓된 세상속에 가둬 놓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두렵고 무서운 일이라해도 그것을 마주하지 않는 이상 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만든 틀안에 갇혀 지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 아이들이 세상과 마주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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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s (Scholastic Gold) (Paperback) - 『룰스 - 단 한 사람만을 위한 규칙』원서, 2007 뉴베리 아너 수상작
신시아 로드 지음 / Scholastic Paperbacks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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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LE은 규칙, 법칙, 관례등을 뜻하는 용어이다. 좁게 보자면 스포츠 경기의 규칙과 같은 의미도 있지만 넓게 보자면 인간 사회에 통용되는 일종의 규범의 일종으로 생각하면 된다. 인간 관계에 통용되는 일종의 법칙과 관례, 그리고 사회 생활에 필요한 규칙 등은 지켜줘야 원만한 인간 관계를 맺고, 원만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캐서린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12살 소녀로 자폐증을 앓고 있는 동생 데이비드와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 있다. 캐서린이 원하는 것은 평범한 삶이지만, 동생의 장애때문에 그다지 평범하지 못한 십대시절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데이비드는 보통의 자폐아와는 달리 활동적이다. 대신 시간이나 약속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고, 행동이 유난히 튀며,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것 자체를 모른다. 그래서 캐서린은 스케치북에 데이비를 위한 규칙 노트를 작성한다.

바야흐로 때는 여름방학. 가장 친한 친구인 멜리사는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여름에는 아빠가 계신 캘리포니아에 지낸다. 멜리사가 너무 그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옆집으로 누군가가 이사를 오게 되고 그 가족 중에 캐서린 또래의 소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캐서린은 너무나도 반가웠다. 그 소녀와 친구가 되어 밤에는 전등을 깜빡이며 신호를 보내고, 모르스 부호를 이용해 이야기도 하는 등 소녀 시절에만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이사온 소녀를 자주 만날 수는 없었다. 이사 축하 쿠키를 구워서 가지고 갔지만 이미 외출중. 캐서린은 잔뜩 실망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 데이비드가 치료를 받는 클리닉에서 캐서린은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소년의 이름은 제이슨으로 몸이 불편해서 걷지도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하지만 듣는 것에는 이상이 없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을 때는 단어책을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한 사이였지만 캐서린은 자신이 그린 그림을 제이슨에게 선물하게 되고 둘은 가까워지게 된다. 그후 캐서린은 제이슨에게 단어책을 채울 단어 카드를 만들어 선물하고 그것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매주 한 번, 제이슨과의 만남은 즐거웠다. 비록 서로 말로서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얼마가 지났을까, 캐서린은 이웃집 소녀와 드디어 만나게 된다. 크리스티라는 이름의 소녀는 금세 캐서린과 친구가 된다. 처음에는 좀 어색했고, 데이비드에 대해 설명하기가 좀 꺼려졌지만 둘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서로의 집에 놀러 가기도 하고, 연못에 수영하러 가기도 하고.

늘 데이비드를 쫓아다니며 돌봐 줘야 했던 캐서린에게 제이슨과 크리스티는 멋진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여전히 데이비르에게 규칙을 설명하고 그것을 따르게하고 돌봐줘야 하지만 말이다. 캐서린의 부모님은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캐서린은 데이비드를 돌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나름대로 잘해가고 있다. 캐서린을 보면서 감탄했던 것은 12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긍정적이며 책임감도 강하고 제이슨처럼 장애를 가진 친구에 대해 선입견이 없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캐서린이 제이슨의 휠체어를 밀면서 달리는 장면이었다. 스스로 일어설 수도 걸을 수도 없어 휠체어만을 타고 다녀야 했던 제이슨은 그렇게 캐서린과 함께 달릴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멋진 모습인가, 상상만 해도 미소가 지어졌다. 또한 제이슨 역시 자신의 장애때문에 조금은 폐쇄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캐서린과 만나게 되면서 바깥 세상의 즐거움에 대해 하나씩 배우게 된다. 그 결과 스스로 조작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를 선물받고 스스로 그것을 움직여 캐서린과 함께 공원 산책도 나간다.

하지만, 캐서린은 크리스티에게 제이슨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제이슨의 장애에 대해서는 쏙 빼놓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이 데이비드를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이 너무 싫었던 탓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이슨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캐서린을 보면서 조금은 답답하기도 했지만, 외려 그런 캐서린의 마음에 가슴이 아팠다.

댄스 파티가 있던 날은 제이슨의 생일파티가 있던 날이었다. 캐서린은 제이슨과 동행할 수 없단 생각에 크리스티의 초대를 거절하지만, 제이슨의 파티에서 캐서린은 댄스 파티 이야기를 꺼내게 된다. 캐서린은 자신의 규칙을 들면서 안간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제이슨은 결국 캐서린이 왜 초대를 거절했는지에 대해 알게 되고 상처를 받는다. 이 장면에서 얼마나 안타깝던지. 제이슨은 캐서린을 좋은 친구라 생각하고 있는데다가, 좋아하기까지 하는데... 캐서린은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깨닫고 제이슨에게 용서를 구하려 하지만, 제이슨은 전화도 받지 않는다. 댄스 파티에 꼭 오라는 전언을 남기고 파티장에서 제이슨을 기다리는데... 과연 제이슨은 그곳에 올까?

캐서린은 자폐증을 앓는 동생을 위해서 동생에게 일일이 규칙을 일러주면서 지내왔다.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데이비드는 일반인처럼 그것을 스스로 깨닫고 행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데이비드에 대해 아주 엄격했다. 결국 그것은 스스로에 대해서도 규칙에 얽매이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규칙이란 건 소중하지만, 너무 얽매이다 보면 소중한 순간을 놓쳐 버릴 수도 있다. 세상에는 완벽한 규칙이란 없다. 때로는 유연성있게 대처해야 할 필요도 있는데, 캐서린은 아직 어려서 그런지 그런 유연성이 좀 부족했달까. 그걸 깨닫게 해준 건 제이슨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데이비드의 엉뚱한 행동에 큭큭대고 웃기도 하다가, 캐서린과 제이슨의 우정에 따스한 미소를 짓기도 하다가, 캐서린의 동생을 대하는 어른스러운 태도에 감탄도 하면서, 또한 편견없이 상대를 대하는 법을 아는 캐서린의 모습에 가슴이 벅차오르기도 했다. 사회에는 일정한 규칙이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규칙에만 매달리면 캐서린처럼 실수를 하기도 한다. 어느 것에나 융통성은 필요하지 않을까. 그 규칙을 어기고 깬다고 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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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한 실수 신나는 책읽기 27
황선미 지음, 김진화 그림 / 창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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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는 실수인데 뻔뻔한 실수라고? 도대체 어떤 실수가 뻔뻔한 실수란 걸까.
보통 실수란 것은 의도하지 않은 것에서 생기는 건데, 어떻게 하면 뻔뻔한 실수란 걸 하는 걸까?

초등학교에 다니는 대성이는 요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왜냐하면 반장인 영일이네 엄마가 반장 당선 감사 표시로 예쁜 어항을 대성이네 반에 선물했는데, 영일이는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에게 물고기 사료를 줄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해 놓고 그 약속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대성이가 짝사랑하는 연주라든지, 준기라든지 혹은 영일이에게 잘 보이는 애들에게 그 우선 순위가 먼저 돌아가기 때문이다.

대성이는 영일이가 너무 얄미워서 영일이를 골탕먹일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바로 물고기 사료를 강력세제와 코코아가루를 섞은 것으로 바꿔 놓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일은 결국 물고기를 모두 죽게 만든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물고기에게 사료를 준 보미에게 그 원망이 다 돌아가게 되는데...
과연 대성이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학급 친구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대성이네 집은 좀 가난한 편이다. 아빠는 새벽에 공사장에 나가고 엄마는 실내화를 만드는 일을 한다. 그에 비하면 영일이나 연주는 잘사는 집 아이에 속한다. 이렇다 보니 학급 친구들도 잘 사는 집 아이, 못사는 집 아이로 갈리는 상황이다. 아이때라면 그런 걸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도 초등학교 다닐 나이쯤 되면 그런 걸 다 아는가 보다 싶어 마음이 좀 무거워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성이가 영일이를 골탕먹이려고 한 일이 큰 화를 부른다. 대성이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걸 알지만 모두의 앞에 나서서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한다. 아니,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비록 보미가 범인으로 몰려 아이들에게 원망을 듣는다 해도 대성이는 스스로 나서고 싶지 않다. 사실 대성이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른도 자신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했을 때 움찔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 자신의 실수를 눈치채지 못하는 한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이의 마음을 바꿔 놓은 아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대성이가 짝사랑하는 연주였다. 대성이의 행동을 오해해서 대성이를 용감한 아이라고 말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연주의 말에 용기백배하여 대성이는 반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런 일을 했다고 고백하지만, 아이들은 대성이의 고백을 용기있다고 칭찬하기는 커녕 오히려 못된 아이로 몰아 부친다.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보미가 누명을 쓰고 결석까지 하고 있는 상황까지 갔는데도 대성이는 처음부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 똈으니까. 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지만 실수에 대한 고백도 타이밍이 맞아야 한다. 너무 늦으면 오히려 더 큰 원망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대성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을 모른다. 또한 학급 친구들 역시 그런 걸 이해하고 포용하기엔 어린 나이다.

고백까지 했건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건 비난 뿐. 대성이는 그런 상황을 불합리하다 생각하고 오히려 다른 아이들을 무시하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일이가 물고기값 30만원을 물어내라고 하자, 대성이는 오기로 물고기값을 물어준다고 하지만 대성이에겐 그런 능력이 없다. 옆집에 사는 고물상 아저씨와 의논한 대성이는 폐품을 모아 돈을 모으기로 한다. 대성이는 그런 일까지 해야 하는 게 창피해서 참을 수 없다. 이런 대성이를 보면서 혀를 끌끌차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그렇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말이다. 여전히 오기와 자존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대성이를 보면서 혼내키고 싶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대성이는 폐품을 모으면서 조금씩 생각이 바뀌어간다. 쓰레기로만 보였던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돈을 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게다가 보미의 할아버지가 폐품을 모은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고 보미에 대해 더욱더 미안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국 대성이의 노력은 학급친구들에게 대성이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어느 정도 돈을 모아 물고기를 사려고 했지만 죽은 물고기가 어떤 물고기인지 알지 못해 대성이는 물고기 파묻은 자리를 파보게 된다. 그리고 대성이는 그곳에서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되고, 자신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알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소중한 생명을 앗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 것이다. 

이 이야기는 한 소년의 성장담이자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반성하고 고백하는 것이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잘못과 실수에는 댓가가 따른다는 걸 이야기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살면서 실수를 한 번도 저지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실수란 것은 대개 의도적인 행위가 아니기때문이다. 대성이의 경우 의도적인 잘못이 포함되어 있지만, 처음부터 물고기를 죽이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영일이를 골탕먹이고 싶다는 생각으로 저지른 일이 큰 화를 부른 것 뿐.

하지만 대성이는 처음부터 자신의 잘못은 없다고 생각했고 - 비록 양심에 좀 찔리긴 했지만 - 다른 아이들 탓을 했고, 고백하고 용서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댓가를 치르는 것에 대해 왜 자신이 굳이 그렇게 해야하는지를 알지도 못했다. 물고기의 죽음이란 걸 확실히 실감하면서 모든 것을 깨닫게 된다. 대성이는 큰 댓가를 치뤘다. 아마도 자신이 저지른 일때문에 물고기가 죽은 일에 대해서 앞으로도 큰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한 한가지는 자신이 실수를 한다면 모른척 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있게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고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단 것이다. 앞으로의 인생에서 대성이가 또 실수를 하지 말란 법은 없다. 하지만 그때에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지금처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사람이 참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자신이 어릴때 저지른 실수라던가, 혹은 최근에 저지른 실수라던가에 대해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은 실수도 할 수 있고, 용서도 할 수 있는 존재다. 그러하기에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보다는 용기있게 고백하고 댓가를 치르고 용서를 받는 것, 그것이 사람의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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